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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취임 100일을 맞아 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새 정부 교육현안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초·중등 교육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는 정책 전환 및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것"을 촉구 하고 있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오른쪽)과 서강석 시도교총회장협의회 회장(가운데)이 '교육 현안 7대 과제 전국 교원 청원서'를 이지선 대통령 교육비서관실 행정관(왼쪽)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이 6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간담을 갖고 교육 현안을 논의했다. 교총은 이날 오전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오후에는 국회를 방문해 이 같은 현장의 뜻을 한 번 더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교총이 제시한 주요 의제는 △학생 학습권과 교원 교권 보호를 위한 생활지도법 국회 통과 협조 △교원정원 확보 △경도된 민주시민 교육 등 가치 재정립 △교원노조 ‘타임오프’ 적용에 따른 교원단체 역차별 해소 △고등교육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별도 제정 등이다. 정성국 회장은 “오늘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현장을 힘들게 하는 생활지도법 통과와 함께 교육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놓는 정책 전환을 요청하고 왔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동안 한쪽으로 경도된 민주시민 교육 현상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헌법 가치에 맞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생활지도법 취지에도 공감하고 국민의힘에서도 적극 돕겠다”고 화답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내년 선발 예정인 공립 중·고등학교 특수교사와 비교과 교사 규모가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들자 학교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5일 공고한 내년도 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시행 계획에 따르면, 특수교사는 194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선발인원인 588명의 3분의 1수준이다. 비교과 교사 선발 규모도 급감했다. 사서교사는 올해(215명) 대비 173명이 줄어든 42명, 전문상담교사는 올해(801명)보다 555명 줄인 246명을 선발한다. 보건교사는 395명, 영앙교사는 313명을 선발한다. 올해 선발인원의 절반을 줄인 셈이다. 현장 교원들은 열악한 교육 현실을 외면하는 교원 수급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교육계의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원을 줄이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교총은 “학급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 산정기준을 바꾸는 등 미래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겠다던 교육부의 기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유감을 표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졌던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소외, 문해력 저하, 학생 안전 문제 등을 해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원을 감축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교총은 “교원정원 문제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등 경제 논리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교육여건 개선, 교육력 향상, 공교육 정상화 등을 위해 안정적인 교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교원정원 산정 기준을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의 관점에서 재설계해 교원정원과 신규 선발을 늘리고 교원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2023학년도 공립학교 교원정원 정부안을 올해보다 2982명 줄인 34만 4906명(순회 교사 포함)으로 정해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친 내용으로, 국회 심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교육부는 관련 규정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공립학교 교원정원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립 교원정원은 2020년 34만 2426명, 2021년 34만 5902명, 2022년 34만 7888명으로 2022년까지 소폭 증가했다.
◆AI·SW교육 IN.T.E.CH 프로그램을 통한 창의적 문제해결력 및 CT 신장하기 올해 전국초등교육연구대회는 ‘변화하는 사회·선도하는 현장교육·꿈을 이루는 미래학생’을 주제로 열렸다. 학교·학급경영 아이디어 연구 부문에서 1등급을 받은 이대성 경남 화정초 교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AI·SW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AI·SW 기술의 실제 사례들을 참고하고 초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학습 과제 및 문제를 반영해 실제적인 AI·SW 교육을 실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연구 주제의 IN.T.E.CH(인테크)는 인간 중심의 기술 방향을 의미한다. 이 교사가 구안한 인테크 프로그램은 네 가지 단계로 구성돼 있다. IN(INteresting AI·SW) 프로그램은 AI와 DATA 기반의 인식 기술을 통해 컴퓨터의 인식 방법을 이해하게 돕는다. T(Try machine learning) 프로그램은 웹 기반 서비스로 AI 모델을 생성해보면서 기계(컴퓨터)가 학습을 수행하는 원리를 이해하게 하고, E(Earn use of data) 프로그램은로 여러 가지 데이터를 활용해 간단한 학습 프로그램을 만든다. CH(CHange making) 프로그램은 앞서 학습한 내용을 융합적으로 활용해 실생활 문제들을 인테크 관점에서 해결하도록 한다. 가령 도덕 교과에서 ‘다양한 감정 표현’을 배울 때는 얼굴·감정 분석 앱으로 AI의 감정 분석 기술을 체험하고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플랫폼(엔트리)를 활용해 직접 얼굴·감정 인식 프로그램을 만드는 식이다. 이 교사는 “연구 검증 결과, 창의적 문제해결력과 컴퓨팅사고력 신장에 인테크 프로그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멘티미터 검사 결과와 학생 소감문 자료를 종합하면 학생들의 AI·SW에 관한 이해와 인식 변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통합교과×24절기 달력 만들기 통해 생태 감수성을 맛보는 슬기로운 생활 조민지 강원 황지초 교사는 교수·학습지도안 개발연구 부문에서 1등급을 받았다. 이 연구는 1학년 학생들이 누리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에 내실을 다지면 좋겠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특히 자연을 벗 삼아 놀고 자라던 과거와 달리 자연을 체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이 생겼다. 조 교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 주제를 통해 자연에 대한 감각과 관심, 생태 소양을 길러주고자 했다”면서 “계절 변화를 담고 있는 내용을 24절기 달력 만들기로 구현해 활동했다”고 밝혔다. ‘만’지고 느끼면서 감정적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들(듣)’고 생각하면서 사회적 생태 감수성을, ‘기’억하고 다짐하면서 실천적 생태 감수성을 키운다는 의미로 ‘만들기’ 활동이라고 이름 붙였다. 3월과 4월에는 봄을 주제로 삼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봄에 볼 수 있는 동·식물과 봄에 할 수 있는 놀이를 대주제로, 40차시 수업을 구성했다. 학교 화단에서 동·식물을 관찰하고(만), 사라져가는 동식물을 찾아보면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과 멸종 위기 동식물에 대해 알고(들), 꿀벌을 지킬 방법을 고민해 ‘꿀벌을 지켜주세요’ 그림 그리기 활동(기)으로 확장하는 식이다. 조 교사는 “주변에서 봄의 모습을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두고 학생들이 직접 씨앗을 심고 키워봄으로써 생명 존중 의식을 갖도록 했다”며 “다양한 놀이로 봄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즐기도록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정성국 제38대 한국교총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유·초·중등 교육비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생 생활지도법 마련 등 7대 교육현안 해결을 위해 약 12만 명의 현장 교원들이 참여한 청원 서명운동 결과도 공개했다. 한국교총과 17개 시·도교총(시·도교총회장협의회 회장 서강석 충북교총 회장)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교육현안 해결 촉구 기자회견’(위 사진)을 공동으로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교총 회장단, 시·도교총 회장·부회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교총 75년 역사상 첫 현직 초등교사 신분으로 당선된 정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처음 개최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대상 첫 기자회견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총 11만6392명의 교원 청원서를 공개하고 “유·초·중등 교육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현장의 아우성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총은 정 회장 당선(6월 20일) 직후인 6월 27일부터 9월 30일까지 17개 시·도교총과 ‘7대 교육현안 해결 촉구 전국 교원 청원 서명운동’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한 바 있다. 청원 서명 7대 현안과제는 ▲생활지도법 마련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도입 ▲비본질적 교원행정업무 폐지 ▲돌봄·방과후학교 지자체 이관 ▲학교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교원능력개발평가 및 차등성과급제 폐지 ▲공무원연금 특수성 보장 등이다. 정 회장은 “7대 요구과제는 교원이 소신을 갖고 가르칠 교육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간절한 염원”이라며 “정부는 12만 명에 달하는 청원 목소리에 귀 기울여 유·초·중등 교육 발전 방안과 비전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역대 정부의 ‘경제논리’ 교육실패, 되풀이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기자회견 후 서명 결과를 첨부한 ‘교육현안 해결 촉구 청원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아래 사진) “교권 회복, 교육권 보장… 입법·행정 즉각 나서야” ■기자회견 주요발언 ▲생활지도법 마련 = “교사가 수업방해와 폭력 등 문제행동 앞에서 어떠한 지도도 불가능하다. 정부와 국회는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교권 보호를 위해 학생 생활지도 강화 입법에 즉각 나서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도입 = “학급당 학생 수 26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전국에 8만6000개에 달하고, 교단 비정규직화도 심화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위해 8만8000명의 교원 증원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행안부와 기재부는 학생 수 감소라는 경제논리에 매몰돼 사상 초유의 교원 정원 3000명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교원정원을 증원하고,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법안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비본질적 교원행정업무 폐지 = “현재 교원들은 CCTV 관리, 우유대금 납부, 강사비 계산, 계약직원 채용·관리 등 각종 행정 잡무에 시달리면서 학생 교육을 위한 시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돌봄·방과후학교 지자체 이관 = “교사가 돌봄·방과후학교 운영과 업무, 책임, 민원 대응 부담까지 떠안아 정작 학생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프랑스, 핀란드 등 선진국처럼 돌봄·방과후학교 운영은 지자체에 이관해야 한다.” ▲학교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 “교육공무직의 돌봄·급식 파업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파업 시 대체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에 정부와 국회가 즉시 나서야 한다.” ▲교원능력개발평가 및 차등성과급제 폐지 = “현행 교원평가는 교원 전문성 신장과 관련 없는 ‘인기평가’로 전락했다. 특히 학생만족도조사는 익명에 숨어 교사를 해코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차등성과급제 또한 교육의 특성에 맞지 않고, 오히려 교사 간 협력 관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공무원연금 특수성 보장 = “7년마다 공무원연금 개악이 되풀이되고 있다. OECD 선진국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면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 지난 2015년 연금 개혁 당시 정부는 정년이 62세로 낮아지면서 연금지급 개시 연령은 65세로 늦춰져 발생한 소득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빨리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이수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5일 오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2 개정 직업계고 교육과정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윤형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5일 오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2022 개정 직업계고 교육과정 각론 개발'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4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감은 사실상 파행이나 다름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쏟아지는 의사진행 발언에 본질의가 묻힐 정도였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험난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각각 ‘날치기 증인처리 원천무효’, ‘김건희 논문표절 증인들은 출석하라’는 문구를 붙이고 시작했다. 국감 시작과 동시에 이태규 여당 간사는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지난달 23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감 증인에 대한 합의 없이 단독으로 처리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의원은 ‘날치기 처리’, ‘권력 남용’, ‘폭력적 행위’ 등을 언급하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유산을 답습했다”고 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논문 표절 시비가 벌어졌을 때 민주당이 했던 입장을 보면 내로남불”이라고 합세했다. 야당도 공세로 맞섰다. 출석해야 할 증인들이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국감에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거세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의견도 거론됐다. 김영호 야당 간사는 “동행명령장 발부 등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도 ‘날치기 증인처리’ 논란에 대해 “국회에서 단독 처리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유기홍 교육위원장의 조정으로 겨우 발걸음을 떼긴 했지만, 이미 오전 질의 시간은 상당히 소비된 상태였다. 오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에 불만을 품은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은 쏟아졌다. 본질의 때도 ‘김건희 논문’과 관련한 공세가 이어졌다. 교육 본질적 지적이나 개선에 대한 질의는 손에 꼽을만할 정도였다. 저녁 10시를 넘겨 국감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의사진행 발언 신청이 나오자 유 위원장은 “오늘은 본질의보다 의사진행 발언이 더 많다”며 쓴 웃음을 보였다. 문제는 여야의 충돌이 이날 하루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개정 교육과정 한국사 교과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맞서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국감을 지켜본 한 교육계 인사는 “여야 간 의견 충돌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쟁보다 교육계의 본질적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내년 사상 초유의 교원 감축을 앞두고 국회 차원의 대책 요구가 이어졌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부 대상 국정감사를 진행한 가운데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교원 감축에 대한 질의를 연이어 제기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비교과 교사 감축에 대해 질타했다. 권 의원은 우선 올해 기준 전문상담교사 배치율 대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개최율을 비교한 그래프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어느 정도의 경향성이 확인됐다. 전문상담교사가 평균 이상 배치된 곳에서 학폭위 개최율이 낮게 나타난 것이다. 지역별 상담교사 순회학교 비율 역시 비슷했다. 순회학교비율이 높을수록 학폭 가해자 비율도 높았다. 이어 배치율이 매우 낮게 나타난 사서교사 문제를 질의했다. 권 의원은 “갈수록 학부모들의 문해력 향상 및 독서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15.6%에 불과한 사서교사의 정원이 동결됐다. 교육부는 노력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행정안전부에 교사 충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소요정원 산정은 원하는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모델 자체를 개선하려고 작업하고 있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 등 양적변화에 따른 효율만을 추구하면 교육현장의 질적인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게 된다”며 “교육부는 학폭 대응과 예방을 위한 전문상담교사 및 비교과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충원을 위한 방안을 보다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특수학교 교사가 76% 감축되는 부분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 넘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심리·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맞춤형 미래교육, 고교학점제 완성을 자신했는데 교사 수 줄이고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원 수 감축으로 인해 기초학력 저하 대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사교육이 과도하게 폭증했다.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학력 격차로 연결되고 있다. 2017년 대비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자 상당히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장 차관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일부 있고, 여건상 교육적 접근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증가했다. 현재 기초학력종합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정확하게 진단한 후 3중의 안정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국제중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에 사용한 비용이 약 3억2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주고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10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5번의 재판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각 3000만 원씩 총 1억5000만 원을 지출했으며, 모두 항소해 1억500만 원을 더 소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서울시교육청은 소송 패소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6000만 원도 추가로 지출했다. 지난 8월 대원국제중, 영훈국제중에 대한 2심 소송도 패소해 앞으로 지급해야 할 비용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휘문고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에 김 의원은 “자사고 폐지를 강행한 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다양한 고교체제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5년마다 이뤄지는 자사고 지위 갱신 심사에서 평가 계획을 학교에 미리 알리지 않았던 것과 바뀐 기준을 소급 적용한 점을 문제 삼았고, 이를 명백한 절차적 흠결로 봤다. 또 평가지표와 배점 대부분도 ‘부적합’하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배점을 낮춘 부분도 상당한 불이익을 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사고가 고교서열화의 원인이라면 행정청은 평가 기준을 재설계해 부작용을 없애는 운영을 유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교육청이 주장하는 교육 서열화에 따른 부작용 해소라는 공익 논리는 법원에서 통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강행하면서, 교육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의견수렴이나 합의 과정을 소홀히 했다”며 “서울시교육청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부담하는 비용만 3억2000만 원인데, 고교 진학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학생과 학부모가 받은 손해는 산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전국 시‧도별 초·중·고 학교급식의 학생 1인당 식품비 단가 인상이 최근 물가 상승세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학기 기준, 전국 학교급식의 식품비는 평균 8.7% 인상됐지만, 전년 동월 대비 배춧값은 78%, 식용유는 47% 올라 급식의 본격적인 부실화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신선식품지수를 보면 호박 83.2%, 무 56.1%, 파 48.9%, 감자 37.1% 등 상승세가 가파르다. 급등한 식자재 대부분이 급식에 필수적인 품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학기 급식 식품비 8.7% 인상도 재료를 조달하는 현장에서는 빠듯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상 수준에 비해 현장의 체감물가 수준 자체가 높다는 데에 있다. 울산의 초등 2학기 급식 식품비는 1인당 2760원, 중학교는 3230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고등학교는 광주가 3353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 전국 평균을 크게 하회하는 시‧도들의 식품비 단가를 보면 양질의 급식 제공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 급식 식품비를 실제 현장의 주요 소비 품목 인상률에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식품비 단가 인상에 교육청과 지자체 모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별도 협의 없이 예산 주체가 단독으로 2학기 식품비 인상을 결정한 전남과 경북이 타 시‧도에 비해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인상분을 분담하며 협의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각자 적게 분담하려는 시도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은 “저가 식자재 사용은 질 낮은 급식으로 이어진다”며 “아이들이 질 좋은 식재료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는 예산 편성 확대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급식비 인상에 대해 교육청과 지자체 모두 조금이라도 덜 손해 보겠다는 자세로 적극적인 인상을 망설여왔다”며 “아이들의 급식은 타협 대상이 아닌 만큼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운용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예람 기자 yrim@kfta.or.kr
경기도교육청이 4일 조직개편을 위한 ‘경기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교육홀대론 및 교육‧행정 이원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경기교총(회장 주훈지)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정안에 교육현장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명하고▲교육정책을 제1부교육감 소속으로 존치 ▲교육전문직원 핵심부서 확대 배치 등을 요구했다. 도교육청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1실 5국 34과(담당관) 체제를 1실 4국 28과(담당관) 체제로 조정한다. 또한 교육정책국을 제2부교육감 소속으로, 행정국, 교육협력국, 교육과정국을 각각 교육행정국, 대외협력국, 융합교육국으로 변경한다. 미래교육국은폐지된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교육청이 교육업무가 아닌 행정업무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결국 도 교육계는 ‘교육홀대론이 증명됐다’ ‘행정업무와 교육업무를 남부‧북부 청사로 이원화하려는 것이다’ ‘향후 북부청사로의 이관을 위한 사전 포석이다’ ‘도교육감의 교육철학이 의심스럽다’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경기교총은 “도교육청 핵심부서인 정책기획관, 행정관리담당관, 감사담당관 내에 교육전문직을 확대 배치해 교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에 대한 지자체 및 교육지원청 이관을 위한 전담 부서 신설, 행정업무 경감 기틀마련 등을 위한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회장은 “학교와 교육청은 행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 교육이 행정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도교육청의 조직개편은 선생님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 및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엄성용 기자 esy@kfta.or.kr
교육부가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코딩교육이 필수과정으로 포함되면서 코딩 관련 불법 사교육 시장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5일 교육부는 지난달 2주간 코딩 학원‧교습소 501개소를 점검한 결과 86개소 총 154건의 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조치사항은 등록말소 2건, 교습정지 3건, 과태료 부과 22건(총 3200만원), 벌점‧시정명령 73건, 행정지도 54건 등이다. 주요 위반 사례로는 등록된 시설을 타 용도로 무단 전용, 교습비 초과 징수, 불법 교습과정 운영, 거짓‧과대 광고 등이다. 실제 한 업체는 학원시설을 외부인에 무단 제공하고, 타 영업장으로 활용하다 적발돼 등록말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 8월 교육부가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통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정보교육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불법 교습활동이 증가할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특별점검에 나선 바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사교육 불법행위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교육부는 디지털 교육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인공지능(AI) 융합수업, 동아리 활동, 충분한 교원 배치와 현장 교원의 역량 강화 등 다각도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사교육 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한 정보교육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 개정은 흔히 ‘전쟁’으로 불린다. 각 교과 간 이해가 첨예하게 얽히면서 한 치의 양보가 없다. 수업시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 또는 수능에 반영되느냐를 놓고 사활을 건다. 동일 교과 내에서도 영역별 갈등이 극심하다. 그래서 교육과정 개정은 지난하고 또 지난한 작업이다. 교육과정 개정을 총괄하는 위원장을 교육계에서는 ‘독이 든 성배’로 비유한다. 교육과정 개정을 둘러싼 모든 책임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산파역을 맡은 박형주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장(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고등수학보다 더 어려웠다. 예상치 못한 갈등이 많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후회하곤 했다”며 “네거티브한 것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이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유’, ‘6·25 남침’, ‘노동’, ‘국악’ 등 쟁점들에 대해서는 교육 내적인 논쟁이기보다 우리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갈등이 교육의 영역에 투영된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터넷과 공청회 등을 통한 국민의견수렴과 각종 교육과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오는 10월 말 또는 11월 초 총론과 각론의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때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2022 개정 교육과정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대전환의 담론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보교육 강화, 문해교육, 지역교육과정, 학생주도성 교육 등을 의미 있는 변화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해 윤석열 정부에서 마무리되는 교육과정이다. 두 개의 정부를 거쳐 만들어진 교육과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진영 논리에 치우치기보다 어느 정부든 동의할 수 있는 수용성 높은 교육과정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 교육과정을 만드는 국민참여교육과정을 시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교육이 강화된 것 역시 학부모들의 요구가 높았기에 가능했다. 이외에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국어교육에도 방점을 뒀다. 지역교육과정을 신설하고 학생주도성 교육을 추구한 것 역시 의미 있는 변화다.” 수용성 높은 교육과정을 추구했다고 하지만 각론 시안이 나오자마자 ‘6·25 남침’이나 ‘자유’라는 용어가 빠져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이란 용어도 빠져 논란이 된 것으로 들었다. 음악에서는 국악 분야를 놓고 갈등이 있었다. 어쨌든 이런 논란들은 국민참여소통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심도있게 검토할 것이다. 10월 초 공청회를 비롯 각론조정위원회 등 교육과정 개정위원회의 심의가 있을 예정이다. 아시다시피 현재 공개된 안은 정책연구 초안으로 확정안이 아니다. 최종 확정은 국가교육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고시하게 된다.” 교육과정 개정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정보교육 강화가 아닐까 싶다. 교육계 내부에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현장 교사들은 정보를 독립교과로 신설하는 것에 거부감이 컸다. 모든 학생을 코딩 전문가로 만들 생각이냐는 비판이 있었다. 반면 학부모들은 찬성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녀가 정보화 시대에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이 강했던 것 같다.” 초·중학교 코딩 필수화 발표 이후 사교육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딩에 대해 너무 기술적인 교육을 하려는 것 같다는 시각이 있다. 단연코 그런 뜻이 아니다. 코딩 필수화는 컴퓨터를 이용해 계산적 사고, 논리적 사고를 길러내자는 취지다.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대다. 기성세대와는 학습방식이 달라야 한다. 우리가 수학교육을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연습시키려는 것이지 수학자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나. 마찬가지로 코딩교육 역시 컴퓨팅 사고력을 획득하고 그것들을 학생들이 자기 삶에서 중요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기르고 싶은 것이다.” 코딩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코딩교육은 국어·영어·수학 등 기존 주요 과목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마치 학생들이 호흡을 하듯, 물을 마시듯 자연스럽게 컴퓨팅 사고력을 얻어가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컨대 과학실험보고서를 코딩으로 제출하게 한다든지 수학수업 때 최대 공약수 짜는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코딩하도록 하면 개념 파악이 더 탄탄해질 것이다. 역사수업에서는 조선시대 과거시험 합격자 데이터를 분석해 권력의 이동이나 당파의 흐름을 파악하게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과 융합을 통해 얼마든지 유익한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하다.” 코딩이 대입에도 반영되는가 “그런 우려를 하는 분들이 있다. 아마 일본에서 코딩을 대입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말하면 대입 반영엔 반대다. 입시과목이 되면 코딩 역시 암기과목처럼 반복학습이 강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정보교육 도입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가르칠 교사 확보가 제일 큰 문제인데 “정보교사가 기본적인 것은 가르쳐야 하겠지만 각 교과목에 녹여내는 것은 담임이나 교과 담당교사들의 역할이다. 교사 재교육 등 연수가 필수적이고 교·사대 등 양성과정에서도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교사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임용시험에 반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교육현안이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궁금하다. ‘수포자’는 우리 교육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수학이 변별력을 만들어 내는 과목이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학교시험이나 수능에서 문항 수가 많고 난이도가 높아졌다. 몇 년 전 프랑스의 한 고등학교와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학시험 문항 수를 비교해 봤더니 우리가 8배나 많더라. 물론 프랑스는 서술형 문항이라는 점에서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어쨌든 우리나라 수학시험의 문항 수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교사들에게 물었더니 문제풀이에 익숙한 학생들이 많아 문항 수가 적으면 만점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난 이게 수포자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우리 수학교육은 문제풀이를 위한 반복학습을 강요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비슷비슷한 문제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풀게 한다. 그러니 (수학을) 지긋지긋해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과내용이 어려워 수포자가 생긴다고 하는 데 연관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교과서가 쉬워도 반복학습의 양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위 킬러문항이라는 게 있어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절망감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 “반복학습으로 학생들이 문제풀이 귀신이 돼 가니 어쩔 수 없이 수능 등에서 아주 괴물처럼 꼬아놓은 킬러문항을 출제한다. 수학교수들조차 풀기 어려운 문제를 고등학생들에게 풀게 한다. 수학교육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 수포자를 줄이는 대안이 있다면 .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이다. 영어처럼 수학도 절대평가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수능에서 문항 수도 줄이고 킬러문항도 없앴으면 한다. 성취기준으로만 수학성적을 판단한다면 학생들이 점수 가지고 경쟁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대신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려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 있는 과목을 더 공부할 경우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싶다. (지금보다) 평가가 상당히 복잡해지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2022 교육과정에선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나. “그렇다. 수학에서 미적분을 I·II로 나눠 미적분 I만 일반선택으로 했다. 다시 말해 수능에서 다루는 내용을 줄였다는 의미이다. 수학에서 기초적인 것이 아닌 내용들은 진로선택이나 융합선택으로 돌려 일반 학생들의 입시 부담은 줄이고 수학을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수학교과 수준을 다양화했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포자’·‘영포자’·‘과포자’ 등의 용어가 말해주는 것처럼 아예 교과목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예전 학생들은 피할 방법이 없었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과목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과목들이 많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수학뿐만 아니다. 과탐 II는 심지어 공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마 수능에서 과탐 II를 선택하는 학생이 1%도 안 될 것이다. 공부하기 어렵고 입시 등 진로와 직접 연관성이 없으면 아예 듣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수능과목은 아니더라도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이수했다면 입시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적의 높고 낮음을 떠나 그 과목을 듣기만 했어도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특정 과목을 포기하기 전에 유불리를 따져 한 번은 더 생각할 것이다. 포기해도 손해가 없고, 수업을 듣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면 학생들 입장에서 포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최근 학생들의 문해력 논란이 많다. 초등에서 국어시간을 늘린 것이 눈길을 끈다. “이번 교육과정 특징 중 하나는 초등학교에서 한글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국어가 예전과 달리 매우 어려워졌다. 비판적 사고를 매우 강조하고 있고, 수학·과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지문으로 나온다. 어떤 분들은 국어가 너무 어려워 ‘국포자’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초등 1~2학년에서 한글수업시간을 늘리는 것은 문해력을 길러주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의무교육 초기에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채 시기를 놓쳐 버리면 그 여파가 상급학년으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대학입시 즉, 수능시험 과목이 2015년보다 줄어들었다고 하던데. “2015년보다 일반선택과목이 줄었다. 상대적으로 진로선택이나 융합선택과목은 늘었다. 2028학년도 수능시험과목이 확정되지 않아 입시과목이 줄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현행 수능과목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 지역교육과정을 둔 것도 특징으로 보인다. “교육과정 개정과정에서 가장 갈등이 많았던 사안이다. 우리는 지금 국가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교육과정을 배운다. 하지만 이번엔 시·도교육감협의회로부터 요구가 있었다. 교육부장관이 가지고 있는 권한의 일부를 교육감에게 달라는 것이다. 교육자치라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자칫 교육의 형평성을 저해할 위험부담도 있다. 교육의 기회균등을 놓고 볼 때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교육의 질이 담보돼야 한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단지 교육자치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일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행하더라고 굉장히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역교육과정은 시·도교육청이 개설한 과목을 단위학교에서 선택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초등의 경우 ‘우리 고장 바로알기’, ‘생태환경교육’, ‘민주시민교육’, ‘AI·로봇교육’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학교구성원들이 거부하면 개설할 수 없고,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교과선택을 밀어붙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 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공동교육과정이나 학교 밖 교육과정을 통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 주도성을 강조한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학생주도성은 OECD에서 펴낸 교육 2030 보고서에서 나온 용어다. 지금은 모든 학생이 똑같은 과목을 배운다. 학생들마다 소질이 다르고 진로가 달라도 동일한 것을 배운다. 그러다보니 나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데 이걸 내가 왜 해야 되지 하는 생각에 과목 포기자들이 늘어나기도 한다. 학생주도성은 그런 반성에서 출발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갈래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선택하여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의지와 역량이 바로 학생주도성(student-agency)이다.” 교육과정 개정 추진위원장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다양한 흐름과 담론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갈등이 많았다. 고등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 어려웠다. 이걸 왜 맡았지 하는 후회도 가끔 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교육과정 개정은 없다. 욕먹을 각오도 하고 있다. 네거티브한 것은 잘 잊는 성격이다.”
통계청이 9월 5일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합계출산율이 매년 역대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실정에서,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초등학교 학생수는 269만 3,361명에서 171만 7,057명으로 약 4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길재 외, 2019). 불행히도 초등학교 학생수 감소는 중·고등학교 학생수, 더 나아가 고등교육기관의 신입생 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에 더해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통계자료가 있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까지 폐교된 전국의 초·중·고 학교수는 3,896개에 달한다. 비록 전남·경북과 같은 농어촌지역이 주를 이루고 있는 측면도 있으나, 서울·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지역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8월 서울시교육청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봉고를 2024년부터 인근 학교에 통합하겠다고 밝힌 것은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는 서울에서 일반계고가 통폐합되는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구절벽·지방소멸·학교 통폐합 가속화 등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각종 사회적 환경변화에서 비롯된 외부압력 요인의 발생으로 우리나라 교원정책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영향은 크게 ‘직전단계의 교원정책(교원수급·실습·양성·임용)’과 ‘현직단계의 교원정책(교원자격·승진·업무·(재)교육)’ 등에 나타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직전단계 교원정책에 미치는 영향 우선 직전단계의 교원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이는 매우 직관적인 논리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통폐합 증가 추세에 따라 교원정원 감축은 산술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OECD 수준의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같은 방어논리가 작동하기도 하나,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란에서 드러난 상반된 인식 차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충분치 못하다. 결과적으로 교원정원 감축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각 시·도교육청의 교원 신규임용 규모 감소 추세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총량을 줄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투입(input)을 줄이는 방법이란 걸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런 교원수급 정책기조는 예비교사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차적으로 임용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교·사대에 매력을 느끼고 진학할 인재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직 임용에만 몰두해야 하는 현실에서 교·사대 학생들의 투철한 사명감·교육관 정립을 기대하는 것도 철 지난 낭만에 불과하다. 이와 더불어 교육실습 역시 파행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교사의 꿈을 안고 교·사대에 입학한 훌륭한 인재들이 공교육으로 유입되지 못하는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다. 2021년 교육대학의 학업중단율이 역대 최고치인 2.4%를 기록한 점은 이와 같은 현상을 잘 대변해 준다. 그동안 직전단계의 교원정책은 예비교원의 전문성을 조기에 확보하고자 다양한 발전방안들을 모색한 바 있다. 예컨대 교육실습학기제를 포함해 교육기간을 5년(혹은 6년)제로 확대하는 방안, 교원전문대학원 도입 방안 등이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교원 신규임용 TO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런 논의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공계의 ‘반도체학과’처럼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설사 임용이 되더라도 높은 수준의 경제적 보상이 뒤따르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교직에 입직하기 위해 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은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20년 이상 지지부진해 왔던 교·사대 통폐합 추진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2021년 강득구 국회의원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방 모 교육대학의 임용률은 2018년 84%에서 2019년 71.9%, 2020년 62.9% 등 최근 3년간 임용률이 21.1%P나 감소했다. 직전단계에서의 교원양성 및 수급체제에 전반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현직단계의 교원정책에 미치는 영향 다음으로 현직단계의 교원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교육계에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이는 보통 우수한 교사가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공교육의 질이 보장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학교의 초과밀화, 이와 동시에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규모학교의 소멸 등 심각한 양극화 현상은 교원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과밀학교에서는 너무 많은 학생이 한 학급 또는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교수·학습을 비롯한 생활지도 등에서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에 소멸 위기에 처한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학교마다 유사한 총량의 행정업무를 소수의 교사가 분담해야 하는 탓에 부담과 피로도 증가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해 각 시·도교육청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까닭도 이러한 교원의 업무환경 양극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원승진제도 역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통폐합 문제와 일정 부분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1964년 제정된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큰 틀의 변화 없이 지속되어 온 교원승진제도는 교직사회에 활력과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큰 축이었다. 2022년 교육부 발표기준으로 전체 교원의 수는 50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학교수(유치원 포함)는 약 2만 개다. 이는 산술적으로 전체 교원 중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비율은 약 4%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전체 학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서 신규교사의 수는 줄고 경력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역으로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면서, 과연 교원승진제도가 과거와 같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교원승진을 단순히 교사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취사선택 문제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승진제도와 근무성적평정, 그에 따른 전보가산점 및 성과급 등 많은 인사시스템이 연동되어있는 현 구조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밖에 교원평가·교원(재)교육·교원자격·교원보수 등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술한 것처럼, 교원수급 문제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교원집단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는 고경력 교사가 저효율이라는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 국민의 정부시절 ‘고령 교사 1인 퇴출에 젊은 교사 2.6인 임용(신자유주의적 교원정책)’ 등과 같이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겠으나, 현직단계의 교원정책은 각종 개혁적 정책의제와 시도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부가 교원채용 규모를 줄이고, 수급계획을 늦추려고 한다는 소식이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교·사대생들이 크게 반발하여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교육부가 시급히 미래 교육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일단락되기는 했으나, 우리나라의 교원정책을 둘러싼 갈등양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통폐합 증가는 어쩌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회적 환경 변화였다. 하지만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계는 그동안 이렇다 할 대비책도 전담 조직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성큼 미래교육 담론으로 나아가고 있는 하드웨어(교육환경)에 조응하여 소프트웨어(교원정책) 역시 미래교육 시나리오를 함께 써나가야 할 때이다. 다만 교원정책은 ‘공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에 관한 정책이기에, 「헌법」 제31조 4항이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전문성·자주성 그리고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나가며,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로 천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 해 태어나는 출생아 수가 간신히 20만 명대에 머무르는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극단적인 출산율 감소로 유소년 인구가 급감한 전례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부닥쳤음에도 교육계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믿기 어렵다. 우리에게 있어 학령인구 감소는 유례없는 위기이자, 고질적인 체제 개선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현실이며 막을 수 없다. 미래에는 더 심각해질 뿐이다. 지금이라도 이 흐름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계의 미래는 물론 한국의 장래도 밝지 않다. 학생수가 급감하면 학교 통폐합이 활발해진다. 이는 비단 지방에 국한한 얘기가 아니다. 이미 서울의 학교도 매년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고 올해는 처음으로 일반계 고등학교 1개 교가 폐교되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령인구 감소가 고등학교 정원에도 드디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서울의 학교 통폐합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이며, 지방에서 관찰되는 학교 통폐합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문제를 수반할 것이다. 학생수와 학교수가 급감하면 교원 채용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교직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사학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안정적 수혜인데, 신규교원이 급감하면 연금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 연금에 의존하는 인구는 급증하는 반면, 납입할 수 있는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법정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교원의 명예퇴직은 미래에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면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더 어려워진다. 더 나아가 학생·학교·교사가 모두 급감하면 시·도교육청은 앞으로 줄어들 교부금 문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교육계가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는 손 놓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하여 우리는 손 놓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현행 추세라면 머지않아 많은 학교들이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렇다 할 자원 하나 없는 분단국가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기까지 교육이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학교가 없어도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일까? 절대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 교육이 굳건해야 반도체와 자동차도 꾸준히 잘 만들 수 있고, 초고령사회나 기후변화와 같은 사회적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한시라도 빨리 폐교를 지양하고 교원을 지속적으로 충원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모든 국민이 교육받을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음에도, 교사 1인당 학생수는 여전히 OECD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경제 논리에 초점을 두고 제정한 해묵은 지침에 따라 기계적으로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이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는 사회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 누구보다도 학교 통폐합과 교원 채용에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재정적 가성비만 고려해서는 안 되며, 현 시국을 기회 삼아 학교 통폐합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이를 잘 활용하여 한국 교육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무분별한 폐교는 이미 기력이 쇠할 대로 쇠한 지방의 마지막 생명유지 장치를 떼어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를 간과한 채 한국의 가장 중대한 국가적 이슈인 인구감소·지방소멸·초저출산·초고령화를 논의해 봤자 현실적인 대안이 도출될 리 만무하다. 지자체별로 많게는 1억, 적게는 기백만 원의 출산 및 양육지원금을 보조한다고 해도 당장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없다면, 그 지역에 미래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양질의 직업을 만든다고 한들 아이가 다닐 학교가 없다면 부모는 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다. 한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도 이 점에 있어서는 여느 지방과 다를 것이 없다. 지역상황을 고려하여 마련해야 한다 인구 규모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학교 통폐합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바 이에 대한 대응책도 지역상황을 고려하여 마련해야 한다. 소규모 인구가 산재하여 있는 농촌·어촌·산촌지역은 이미 학교 통폐합이 많이 진행되었다. 한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경부선’ 라인의 인구밀집지역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대규모 학령인구를 품고 있는 지자체가 그만큼 감소폭 또한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보다는 학교와 학생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경기지역(성남 분당구, 용인 기흥구, 화성시, 남양주시 등)이 취약하며, 서울 내에서도 강남구와 송파구의 학령인구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부선에서도 영남권보다는 수도권 학령인구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초저출산과 초고령화를 비롯한 한국의 인구문제는 전 세계 많은 인구학자가 눈여겨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다른 어느 선진국도 우리와 같은 상황에 부닥쳤던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어느 누군가가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당장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앞장서야 하며, 이에 교육부와 교육청은 기계적인 학교 통폐합을 지양하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인터넷 미디어를 활용한 교원의 활동이 확대되면서 교육부가 2019년에 마련한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교원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 지침’으로 변경해 2022년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침에 대한 사항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적용 대상 : 유·초·중등 모든 교원 ●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 : 본인이나 다른 사람의 콘텐츠(영상·음성·사진·글 등)를 네이버 TV나 블로그, 아프리카 TV, 유튜브, 다음 브런치 등 인터넷 플랫폼의 개인 계정에 탑재해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와 공유하고 상호 소통하는 일체의 행위 ※ 유의사항 - 원격수업 등 수업활용 목적의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 범위를 제한해 탑재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음. - 업무의 일환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인터넷 플랫폼 공공 계정에 탑재하는 활동은 해당되지 않음. ● 준수사항 : 국가공무원 복무·징계관련 예규 등에서 교원에게 적용되는 사항 동일 적용 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 누설 금지 나. 공무원으로서 품위 유지 다. 정당 결성이나 가입,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반대 행위 금지 라. 직무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국가 이익과 상반되거나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행위 금지 마. 학생 및 동료 교직원 등이 등장하는 콘텐츠 공유로 타인의 초상권 침해행위 금지 바. 학생평가의 공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콘텐츠 탑재 금지 ● 겸직허가 - 인터넷 플랫폼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이후에도 계속 활동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겸직허가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아야 함. - 소속 기관장(학교장)에게 개인 미디어 채널별로 겸직허가 신청 - 겸직 신청 대상에 해당되면 새로운 콘텐츠 게시 전에 신청 - 겸직허가기간은 허가일로부터 1년 이내를 원칙으로 하되, 전보 등 소속기관 변경 시 변경 기관에 재신청 필요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 지침 QA Q. 근무시간 중 교사의 개인 일상을 담은 유튜브 영상 촬영은 가능한가요? A. 교원은 근무시간 중에 직무에 전념할 의무가 있으며 직무능률을 떨어뜨릴 행위를 해서는 안 되므로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다만 소속기관이나 교육부·교육청 등의 요청에 따라 업무의 일환으로 촬영하는 것은 가능하며, 학교장에게 사전 보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 시, 물품이나 금전을 받고 직·간접 광고를 하거나 후원 수익을 취할 수 있나요? A.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행위로 판단돼 금지되어 있습니다. Q. 겸직허가 대상이 아닌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 시 제작한 콘텐츠에 학생이 등장할 경우 초상권 동의를 받아야 하나요? A. 겸직허가 여부와 무관하게 초상권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겸직허가를 받기 전에는 동의서를 사전에 받아 보관해두고, 겸직허가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촬영 및 초상권 활용 동의서를 겸직허가 신청서에 첨부해 제출해야 합니다. 또한 영상이나 사진 탑재 시에는 출연자의 동의를 받았음을 자막 처리 등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Q. 유튜브 영상에 촬영 및 초상권 동의를 받지 않는 학생이 등장한 채 탑재돼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학생의 신분이 특정되지 않도록 인물을 불투명 처리해 다시 탑재하거나 해당 콘텐츠를 삭제해야 합니다. Q. 콘텐츠를 상당 기간 탑재하지 않고 계정을 유지하며 댓글만 관리하는 경우에도 계속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나요? A. 계속 활동에는 콘텐츠 게시뿐만 아니라 댓글 작성, 계정 유지 등 일체의 활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Q. 가족이나 지인 등 타인이 개설한 인터넷 미디어에 출연하거나 기획 등 운영에 참여한 경우에도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나요? A. 교원이 직접 개인 미디어 계정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타인이 개설한 미디어에 기획·출연하고자 한다면 영리업무이거나 비영리업무일지라도 계속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겸직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분쟁을 시작하거나 경고할 때, 우리는 흔히 상대방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라는 말을 쓴다. 그리고 이러한 법적분쟁을 마무리할 때에도 합의문에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적는다. 법을 잘 몰라도 이를 보면 불법행위에는 크게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 불법행위자는 자신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민사책임), 그 행위가 범죄인 경우에는 국가로부터 형벌을 받을 수 있다(형사책임). 얼마 전 건물 8층에서 소화기 두 개가 연달아 아래로 떨어져 건물 앞에 서 있던 고등학생과 50대 행인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3.3kg와 1.5kg의 소화기를 건물 밖으로 던진 범인은 놀랍게도 만 12세의 초등학생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에 매우 황당해했다. 가해자가 초등학생이므로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렇듯 연소자로부터 불법행위를 당하면 피해자는 난감하다. 아무리 가해자가 연소자라도 손해배상은 받아야 할 터인데, 피해자는 누구에게 어떻게 민사책임을 물어야 할까? 이는 학생을 보호·감독하는 교원과도 관련될 수 있으므로 이번 호에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책임 사람이 태어나 온전한 권리·의무의 주체로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성장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미성숙한 연소자를 미성년자라고 하며 보호한다. 민사상 미성년자는 만 19세 미만의 자로 정하고 있다. 「민법」은 불법행위를 한 미성년자에 대한 민사책임을 제한한다(제753조). 「민법」 제753조(미성년자의 책임능력)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 ● 미성년자가 불법행위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경우 특정 행위의 책임을 분별하여 알 수 있는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즉,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그 행위의 책임을 분별하여 알 수 있는 지능을 갖추었는지는 해당 미성년자를 두고 개별적으로 판단하므로 일률적인 연령 기준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대개 만 13~14세 전후에서 나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만약 위 규정에 의해 미성년자에게 배상책임이 없다면, 피해자는 누구에게 손해를 배상받아야 하는가? 「민법」은 이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미성년자의 법정 감독의무자 책임을 인정한다(「민법」 제755조). 「민법」제755조(감독자의 책임) 제1항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 법정 감독의무자는 일반적으로 미성년자의 친권자, 즉 부모를 말한다. 그러므로 미성년자가 「민법」 제753조에 따라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면 미성년자의 부모가 미성년자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 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부모의 감독의무는 미성년자의 생활 전반에 대한 것이므로 부모가 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만약 학교에서 학생에 의한 불법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학교장·교사에게도 민사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학교장과 교사는 학교에서 부모를 대신하여 학생을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데, 「민법」 제755조 제2항은 이와 같이 법정 감독의무자를 대신하여 미성년자를 감독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55조(감독자의 책임) 제2항 감독의무자를 갈음하여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사람을 감독하는 자도 제1항의 책임이 있다. 관련 사례를 살펴본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생들 간에 집단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들로부터 수개월 동안 이유 없이 폭행 등 괴롭힘을 당했고, 스트레스 장애 등의 증상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가해학생들은 당시 만 12세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로서 자신의 행위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변식할 능력이 없는 자로 판단되었다. 이에 피해학생의 부모는 가해학생들의 부모 외에도 학교장과 교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지방자치단체의 패소였다(대법원 2005다24318 판결). 폭행이 대부분 학교 내에서 이뤄진 점, 담임교사가 평소 학생들의 동향 등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은 점, 폭행이 적발된 후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점, 이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 결과였다. 다만 학생에 대한 교사 등의 보호·감독책임은 학교 내에서 학생의 모든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이 아니고, 학교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로 한정하였다. 나아가 그 의무범위 내의 생활관계라고 하더라도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었거나 예측할 수 있었던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학교 내 집단따돌림으로 인한 학생 자살사고가 발생하였고, 교사에게 집단따돌림을 감독하지 못한 과실이 있더라도 교사가 자살을 예견할 수 없었다면 자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대법원 2005다16034 판결). ● 미성년자가 불법행위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는 경우 미성년자가 그 행위의 책임을 분별하여 알 수 있는 지능이 있는 경우(이하,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라고 함)에는 미성년자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따라서 보통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자신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미성년자의 대부분이 스스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로서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그 감독자에게 민사책임을 묻고자 할 것이다.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 「민법」 제755조의 감독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자칫 피해자 구제의 공백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법원은 이 문제를 감독자에게 일반 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50조)이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적용법조와 법리가 달라지면서 차이가 발생한다.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제755조)에는 감독자 측에서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제750조)에는 피해자가 부모나 교사의 보호·감독의무위반 사실과 사건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민사소송에서 증명은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여야 하고, 이에 이르지 못한 경우 증명책임이 있는 자의 불이익으로 돌아가므로 이러한 차이는 재판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형사책임이 없는 형사미성년자 형사상 미성년자의 나이는 민사상 미성년자의 나이(만 19세 미만)와 다르다. 「형법」 제9조는 형사미성년자를 만 14세 미만의 자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자는 형사처벌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만 19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서는 일반 형사절차와 다른 특별한 절차를 두고 있는데, 바로 「소년법」에 의한 소년심판이다. 「소년법」은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한 것으로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 만 10세 미만 행위 시를 기준으로 만 10세 미만은 소년심판 대상도 아니다. 따라서 만 10세 미만의 교화는 사법적 기능이 아닌 교육적 기능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 ●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 이른바 촉법소년 행위 시를 기준으로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자는 형사미성년자로서 형벌 대상은 아니나, 소년심판의 대상은 되므로 이 점에서 만 10세 미만과 구별된다. 이른바 촉법소년이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다음과 같다. ● 행위 시 만 14세 이상, 보호처분 시 만 19세 미만 행위 시 만 14세 이상, 보호처분 시 만 19세 미만의 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도 가능하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도 가능하다(택일). 마치며 연소자는 자신의 불법행위 책임을 분별하여 알 수 있는 지능이 있는지에 따라 민사책임(손해배상)을 지고, 만 14세에 이르렀는지에 따라 형사책임을 진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부당할 수도 있다. 특히 형사책임과 관련해서는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추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아이들의 범죄가 끔찍해지고 잔인해졌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먼저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아마 아이들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보다 아이들의 지적·신체적 능력이 훨씬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해체된 가정이 많아지고, 저급한 사회문화가 확산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소자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해결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코스모스·국화·쑥부쟁이·구절초 등 가을꽃과 붉게 물든 단풍으로 눈길 머무는 곳마다 가을이 내려앉은 10월엔 기념일도 많다. 10월의 대표적 계기교육인 국군의 날·개천절·한글날 이외에도 학생들과 함께 생각해볼 날들이 많다. ● 국군의 날(10월 1일) 국군의 날이 되면 학교에서는 위문편지를 쓴다. 위문편지의 역사는 길다. 조선총독부가 1937년 학생들에게 쓰도록 한 게 시작이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여고생이 쓴 위문편지로 시끌벅적했다. 시대착오적 문화라는 지적도 있지만, 여전히 국군 장병을 위로하고 국방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시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쓰는 사람의 자발성이며, 이것을 끌어내는 것은 계기교육의 힘이다. ● 노인의 날(10월 2일) 최근 젊은층에 확산된 틀딱·연금충·할매미 등 ‘혐로(嫌老;노인혐오)’ 정서가 심상치 않다. 혐오행동은 노인이 아닌 그 어떤 세대가 하더라도 불쾌감을 준다. 만약 노인들의 어떤 행동들이 혐오스러운지 이야기하면서 노인과 혐오행동을 분리할 수 있다면, 경로효친·노인공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아냥거리며 혐오하는 갈등은 조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 개천절(10월 3일) 개천절하면 단군신화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개천절의 의미가 새롭게 부각된 것은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일제의 거센 탄압에 맞서 민족의 단결력을 높이기 위해 공식 국경일로 지정하면서부터이다. 개천절은 우리나라 5대 국경일 중 하나이며, 약 4350년 전 우리민족의 기원이 되는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하늘 신의 아들 환웅이 하늘을 열고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날이다. ● 중앙절(10월 4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처럼 홀수가 겹치는 날을 중일(重日) 명절이라고 한다. 이중 음력 9월 9일을 가리켜 중앙절이라고 한다. 중앙절은 중국에서 유래한 명절이며, 시기적으로 국화가 만발할 때이므로 국화주·국화전을 만들어 먹는다. ● 세계한인의 날(10월 5일)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난 한인의 삶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열강들의 식민지개척시대인 1860년대, 중국·일본·하와이 등으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일제강점기 때는 사할린 등으로 강제 이주당했다. 1960년대 이후에는 매년 수만 명의 한인이 미국·캐나다·유럽 등으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조국을 떠났다. 세계한인의 날은 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750만 재외동포가 한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2007년부터 매년 10월 5일로 지정했다. ● 세계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10월 8일) 아름답고 멋진 인생을 위한 수식어는 웰빙(Well-being)에서 웰다이닝(Well-dying)으로, 지금은 웰에이징(Well-aging)으로 바뀌고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임종이 임박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완화시켜,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위안·안락을 베푸는 의료서비스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8월부터 10월 둘째 주 토요일을 ‘호스피스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 재향군인의 날(10월 8일) 재향군인의 날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을 기념하고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우리나라는 1961년 5월 8일에 세계향군연맹의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2002년부터 10월 8일로 기념일을 변경하였다. ● 한글날(10월 9일) 말은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는다. 말을 하는 그 시간, 그 공간에 있지 않으면 들을 수 없다.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글자이다. 한글이 창제되기 전 우리에겐 말은 있었으나, 글자가 없었다. 한글은 지식·정보·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일상생활은 물론 눈부신 문화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한글 창제의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며, 한글과 국어발전을 다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임산부의 날(10월 10일) 임산부는 우리 모두가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대상이다. 특히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임산부들을 금방 지치게 한다. 생명의 소중함은 임산부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임산부의 날이 10월 10일인 이유는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아 몸상태를 살피듯, 마음이 힘들 땐 마음건강·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2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 체육의 날(10월 15일)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일상회복으로 올해는 운동회·체육대회 등을 실시하는 학교도 많아졌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처럼 국민 체력 향상을 위한 각종 체육행사와 올림픽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지정한 날이 체육의 날이다. ● 문화의 날(10월 15일) ‘문화의 날’은 매년 10월 셋째 토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이다. 두 날 모두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지정한 날이다. 특히 문화가 있는 날은 전국 주요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부마민주항쟁(10월 16일) 1979년 10월 부산·마산지역을 중심으로 유신독재에 반대하며 벌인 부마민주항쟁은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이념을 계승한 민주항쟁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2019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 경찰의 날(10월 21일) 1945년 10월 21일, 미군정청 산하 경무국이 창설된 이래 경찰은 건국·구국·호국의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과 더욱 친근해지며, 사회의 기강을 확립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등 경찰의 임무를 확대하고 있다. ● 국제연합일(10월 24일) 우리나라와 유엔의 인연은 1947년 미국이 유엔총회에 한국의 독립문제를 안건으로 제출하면서 시작되었고, 정부수립과 6·25전쟁 등 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처 온 UN은 우리나라와 70년 역사를 함께 하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 금융의 날(10월 25일) 1960년대의 ‘저축’은 개인의 미래를 대비하는 방편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지금은 저축의 중요성보다 투자·소비 장려로 내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부터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저축의 날을 금융의 날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 독도의 날(10월 25일) 독도의 날은 아직까지 국가기념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어떤 조례에도 독도의 날에 대한 조례는 없다.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1900년 10월 25일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제정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지난 2000년 제정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다케시마의 날이 있다. 이날은 명량 해전이 있던 날(10월 26일)과 하루 차이가 난다. ● 교정의 날(10월 28일) 교정(矯正) 보호시설은 경찰·검찰·법원과 함께 4대 형사사법기관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재소자를 처벌한다는 관점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재소자의 사회적응력을 길러 건전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하게 한다는 관점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 지방자치의 날(10월 29일)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역사적 흐름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1949년 처음 「지방자치법」이 제정됐지만 한국전쟁 발발로 무산되었고, 4·19혁명으로 지방자치제도가 출범했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마저 해산되는 등 고난을 겪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전면 실시라는 결실을 맺으며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할 수 있었다. 지방자치의 날은 지방자치제 부활을 위한 헌법이 제정된 1987년 10월 29일을 기념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 회계의 날(10월 31일) 회계는 사업의 가장 기본적 도구이다. 때문에 회계 정보는 ‘정확’하고 ‘투명’해야 한다. 회계의 날은 회계 투명성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회계 분야 종사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2021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아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치적 의제로 부각되곤 한다.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일은 잘해야 할 가치도 있다. 국가마다 상황에 따라 저소득층 유아에 집중할 것인가, 모든 유아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의무교육으로 할 것인가, 보편 무상교육으로 할 것인가를 비롯하여 유아를 위한 교육과정과 방법, 교사양성체제, 행·재정적 구조문제 등을 검토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당기거나 늦추는 것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학교체제를 활용함으로써 추가예산이 크게 들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정책자문 집단이나 정치인들에게는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학부모와 교사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로, 충분한 숙고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지난 7월에 발표되었던 ‘만 5세 초등학교 조기입학 교육정책(2022.7.29.)’은 비민주적인 절차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유아기 발달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 경제 논리에 의존한 교육의 본질 간과, 돌봄공백과 사교육 증가로 인한 교육격차 심화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로 철회되었다. 그렇지만 동일한 문제가 거듭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루어진 학교 입학연령 관련 연구결과들을 분석하여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교훈을 종합화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세계적 동향은 오히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늦추는 추세 먼저 세계적 동향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6세에 초등학교 입학이 이루어진다. 영국처럼 4~5세인 경우도 있지만, 핀란드·스웨덴·스위스 등 교육시스템 및 성과가 우수한 국가들이 7세에 입학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서구 유럽국가들이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늦추는 추세에 맞춰 미국도 입학 기준일(cut-off date)을 1월 1일에서 9월 1일로 늦춤으로서 몇 개월 더 늦게 입학하도록 변경하였다(Dee Sievertsen, 2015; Dhuey, 2016). 실제로 6세의 상당수가 초등학교 입학을 지연하고 유치원 교실에 있으며, 생일이 입학 기준일에 가깝거나 발달이 늦는 경우를 비롯 남아·대도시·사회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더욱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적절한 초등학교 입학연령에 관한 연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일반적인 연구방법으로 부모의 선택에 따라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지연한 집단과 지연하지 않은 집단, 학년이 동일하나 생일이 다른 학생들, 연령이 동일하지만 학년이 다른 집단들, 특히 입학 기준일에 따라 생일이 하루 차이 나지만 학년에는 1년 차이가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횡단 혹은 종단연구가 있다. 물론 모든 연구는 제한적임을 유념해야 하고, 국외 연구는 해당 국가의 유아교육·보육의 질적 수준, 교육철학과 접근방식, 사회 제반 시스템과 문화·국가 경제력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우리 상황에 적합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밝혀둔다. 먼저 입학 시 연령이 높은 것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학업성취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가? 수많은 연구에서 ‘그렇다’고 말한다. 호주에서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Hanly et al., 2019)에서도 입학연령이 초등학교 학업성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생일이 한 달 빠를수록 모든 영역(신체건강과 행복감, 사회적 유능감, 정서적 성숙도, 언어 및 인지기능, 소통능력 및 일반 지식)에서 상위 25%에 들어갈 확률이 평균적으로 3%가량씩 증가하며, 1년 누적되면 그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시 연령이 더 높은 학생들이 인지능력(Black et al., 2011; Herbst Paweł, 2016; McEwan Shapiro, 2008), 학습에 중요한 자기조절력과 사회적 행동(Datar Gottfried, 2015; Dee Sievertsen, 2015; Frazier-Norbury et al., 2015), 정신건강(Dee Sievertsen, 2015; Goodman, Gledhill, Ford, 2003; Morrow et al., 2012) 등에서 더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누적되어 있다. 입학연령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들은 횡단설계로 이루어졌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에 미국 NICHD 연구진(2007)은 900명의 K학년(5세)을 대상으로 종단연구를 실시하였다. 가정배경이나 개인차 요인을 통제하고도 연령이 더 높은 집단의 학업이 더 빨리 향상되어 우드콕-존슨(Woodcock-Johnson) 검사의 모든 하위영역(문자·단어 인식, 응용문제 해결, 문장 기억력, 그림 어휘력) 점수가 더 높았다. 또한 초등학교 3학년까지도 효과가 지속되어, 응용문제와 그림 어휘력을 비롯하여 교사가 평가한 언어 및 문해력, 수학적 사고 척도에서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하였다. 이탈리아 연구진(Ponzo Scoppa, 2014) 역시 연령이 높은 집단이 연령이 낮은 집단보다 4·8·10학년의 학업성적이 훨씬 높았으며, 이러한 절대적 연령의 혜택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음을 밝혔다. 더 나아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의 효과가 대학입학이나 성인기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독일 연구진(Puhani Weber, 2007)은 6세 대신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지속적으로 더 우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중등학교(Gymnasium)로의 진학률이 12%나 더 높았다고 말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Bedard Dhuey, 2006)에서도 동일 학년에서 연령이 어린 학생들의 대학진학률과 우수한 주요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더 낮았다. 또한 생일이 각각 12월 31일과 1월 1일로 단 하루 차이 나지만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서는 1년의 차이가 있었던 4만 5,000여 명의 데이터를 통계 분석한 브라질(7세 입학) 연구(Matta, Ribas, Sampaio, Sampaio, 2016)에 따르면 학교 입학이 1년 지연된 경우 대학입학·대학성적뿐 아니라 취업·임금 등에서도 긍정적 혜택을 얻었다. 엘리자베스 듀이(Elizabeth Dhuey, 2016)는 특히 남아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한 달씩 늦어질 때마다 성인이 되었을 때 시간당 소득이 평균 0.6%씩 높아졌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조기입학은 누구에게 이득인가 그렇다면 초등학교 조기입학은 사회적 교육격차를 줄이고 형평성을 높이는가, 혹은 그 반대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의무교육을 시작하는 연령을 낮추는 것은 더 어린 시기부터 사교육을 조장하고 무한경쟁 속으로 유아들을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발달이 느리거나, 문화적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2008년 이래로 유아교육을 체계화한다는 명목으로 입학연령을 낮춘 영국은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인종·성별 등에서 더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습자들에게 학습부진아 꼬리표를 일찍부터 달게 하여 교육격차를 심화시켰다(Bradbury, 2014)는 비판을 받았다. 입학지연이 부모의 교육수준이 낮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 큰 효과를 준다는 연구결과(Altwicker-Hámori Köllő, 2012; Fredriksson Öckert, 2006) 역시 형평성 측면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모든 교육정책은 누구에게 이득인가, 누가 심각한 손해를 입는가를 섬세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입학연령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들과 유아의 행복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교육시기를 점점 앞당겨서 4세에 초등학교 교실(reception class)에서 딱딱한 책상에 앉아 학습하고 평가받게 하는 영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준다. 케임브리지대학교 화이트브레드(David Whitebread) 교수는 교육학·인류학·여성학·심리학·사회학·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 등에서 형식적 교육의 이른 시작이 아동기뿐만 아니라 청년기와 성인기의 삶까지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하여 수많은 증거(Whitebread, Jarvis, 2013)를 제시하며 진지하게 고려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유치원 교육과정이 인지학습 중심, 교사 중심 접근으로 변하는 현상 역시 심각한 문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들(Carlsson-Paige, McLaughlin, Almon, 2015)은 선행연구를 토대로 유아들에게 놀이 중심의 즐겁고 능동적인 교육경험이 아닌 교사 중심의 형식적인 읽기 학습을 시켰을 때 읽기 능력에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유능한 학습자로서의 정체성과 자신감을 저하시키고 정서적 불안감과 학업스트레스 등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요컨대 ‘얻는 것은 거의 없고,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little to gain and much to lose)’라는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뉴질랜드에서 실시된 연구(Suggate, Schaughency, Reese, 2013)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5세(일반학교)와 7세(슈타이너 대안학교)에 각각 형식적 문해교육을 시작했던 집단을 2년간 종단 연구한 결과, 초기에는 일찍 읽기학습을 시작한 집단이 유리하였지만, 2년이나 늦게 읽기를 배운 집단이 따라잡아 유창하게 읽게 되어 차이가 없어졌다. 더구나 중학교 때(7학년) 실시한 검사에서는 늦게 시작한 집단의 읽기 이해력이 오히려 더 뛰어났다. 유아기에 학습자 중심, 놀이기반 교육과정이 가지는 장점은 충분히 누적되어 있다. 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Alison Gopnik, 2017)은 생물학적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인지능력과 문화가 탁월할 수 있었던 것은 유아기의 자유로운 탐색, 더 폭넓은 가설 설정, 모방이 아닌 창의적 생성에 있다며 놀이기반 유아교육을 지지한다. 그는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유아들이 성인에 비하여 정보기억 등에서 더 뛰어날 뿐만 아니라 물리적·사회적 인과관계에서 패턴을 읽어내고 가설을 추론하고, 새로운 정보에 따라 수정하는 측면에서 더 유능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즉 지시받은 목표에만 집중하며 기존 지식이나 신념에 의존하는 성인보다 유아는 정보를 훨씬 폭넓게 탐색하며 관계를 추론하고 합리적인 가설을 설정하거나 새로운 정보에 따라 수정해가는 강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아는 보호받거나 관리되어야 하는 결핍된 존재가 아니라 웃고 뛰어놀면서 세상을 배우고 변화시켜가는 유능한 존재이며(이진희, 2022), 놀이는 유아기에 가장 자연스럽고도 의미 있는 배움의 방식이다. 초등학교 조기입학 논쟁의 교훈 오늘날의 어른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그릇되게 준비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착한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일찍 한글을 익힐 수도 있고, 한자나 영어단어를 외울 수도 있고, 꽤 어려운 계산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시기에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이 시기에 마땅히 해야 하는 것, 유아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여름, 그 뜨거웠던 초등학교 조기입학 논쟁은 어쩌면 우리 모두로 하여금 유아기에 가장 좋은 교육과 아이들의 미래 모습에 대하여 더 진지하게 토론하고 숙고하여 합의해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이 가장 부실한 국가 중 하나다. 변화에 대비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권귀염, 2017; 이선영, 2017). 주어진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공장식 대량생산 중심의 산업사회에서는 효율적이었을 수 있으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주 작은 것에 주목할 줄 아는 것, 통섭적으로 사유하며 새롭고 특별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 지구의 공동거주자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유아교육과 의무교육의 관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유아교육은 강제성을 가지는 의무교육이 아니라, 유아의 교육적 요구와 발달의 역동성, 학부모의 선택 권리, 교육의 자율성·다양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접근성이 보장되어 누구든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무상교육이 적절하다. 무엇보다 유아교육을 학교교육을 위한 ‘준비’라는 편협한 도구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유아교육의 ‘학교화(schoolification) 현상’을 발생시켜 유아들과 유아교육과정 모두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Moss, 2013/2017). 유아를 학교에 맞추어 준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유아의 특성과 요구에 맞추어 준비되어야 한다. OECD의 Starting Strong II 보고서(2006)는 기존 ‘학교교육 준비’ 중심의 관점을 버리고 유아교육과 의무교육 간의 ‘강하고 동등한 동반관계’를 구축할 것을 강조한다. 이를 위하여 유아교육과 의무교육의 관계자들이 함께 만나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공동으로 연구하면서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을 만들어가야 한다. 학습자의 연속적 교육경험을 고려하지 않는 현재의 유·초 연계 절벽 교육과정(임부연, 2022)을 도외시하거나 ‘학교준비’라는 이름으로 유아교육을 학교화하여 유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한 놀이와 능동적 배움의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유아교육의 학습자 중심 페다고지가 초등학교 저학년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OECD(2006)의 제안을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조기입학문제가 일단락되었지만, 건강한 논쟁과 사회적 합의, 지혜로운 실천이 요구되는 문제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있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을 위하여 어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다른 나라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로부터의 교훈을 새기며, 우리는 어린이들과 함께 그들을 위한 세계를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다.
며칠 전, 학교부적응 학생 몇 명과 학교 근처 산에 올랐다. 두런두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녀석들을 어르고 달래며, 겨우겨우 산 정상에 올랐다. “우리 엄마랑 왔으면 분명히 ‘정신력이 어쩌고, 이런 거 하나도 어쩌고’, 그럼 또 저는 ‘그래서 안 온다니까, 억지로 끌고 왔잖아 어쩌고’…. 결국 싸우느라 정상에 못 왔을걸요. 쌤이랑 오니까, 처음으로 정상에 와 보네요.” “쌤도 딸이랑 왔으면 아마, ○○이 엄마와 똑같은 잔소리를 했을걸. 엄마들은 희한하지? 같이 학원 다니며 배우는 것도 아닌데, 잔소리가 비슷해. 그치?” “음, 쌤 잔소리랑 우리 엄마 잔소리랑 비슷한 건 맞는데, 조금 달라요. 음, 일단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아, 그래? 쌤 딸내미는 기분 나빠하던데? 얼굴에 딱 보여. 하긴, 쌤 딸도 학교 선생님 잔소리는 뭐라더라, ‘현실적인 조언’이라나? 나 참, 엄마가 하면 잔소리고, 선생님이 하면 조언이고. 쳇, 엄마는 너무 섭섭하다. 도대체 차이가 뭐야?”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되고, 엄마한테 배운 것을 아이에게 적용한다(물론 아들이 자라서 아빠가 되고, 엄마와 아빠에게 배운 것을 아이에게 적용한다). 학부모상담과 부모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오은영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의 수많은 ‘금쪽이’들이 부모의 변화에 놀라울 정도로 바뀌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이해받고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부모를 향해 더 이상 분노감을 표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상담은 단연 부모상담이다. 특히 젊은 교사들은 ‘애도 안 키워봤으면서 뭘 안다고’라는 부모의 태도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만다.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할지, 어떻게 아이의 상황을 기분 상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막막해한다. 하지만 기죽을 필요 없다. 부모는 기껏해야 아이를 1명~3명 키웠지만, 교사는 (올해 갓 들어온 초임교사라도) 일 년에 적어도 25명 이상을 키우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학부모상담 요령을 살펴본다. 이번 호에서는 학부모상담을 성공으로 이끄는 상담전략을 알아보고, 다음 호에서는 학부모상담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은 무엇이고,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정신을 바짝 차려야하는지 알아본다. 표현방법을 바꾸면 대화가 자연스러워 진다 학부모에게 학교는 지금까지 자녀를 어떻게 키웠는지, 그 결과가 지금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담임교사에게 확인받는, 즉 부모로서의 성적표를 받는 자리이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다. 전투태세를 갖추고, 학교에 방문하거나 전화를 받는다. 담임교사가 우리 아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방어하기 시작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며, 변명해주기 바쁘다. 우리는 제법 잘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더 잘 가르치겠다며 선을 긋는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말로 서둘러 상담을 마무리한다. 반대로 담임교사에게 넋두리만 잔뜩 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왜 아이를 이렇게 대할 수밖에 없는지 부모의 상황을 설명하며, 자기변명하기 바쁘다. 자신도 포기했으니, 학교에서 알아서 잘 교육해주기를 바란다며 학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어떤 경우의 학부모상담이라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서로가 만족하는 학부모상담을 이끌어내는 것은 베테랑교사도 어려운 일이다. 한 달에 적으면 3~4번, 많으면 7~8번의 학부모상담을 하며 세운,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적어도 이 세 가지만 기억한다면, 학부모상담을 교사가 리드하며, 학생을 성장시키는 상담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부모이다.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는 혼내고, 달래고, 협박하고, 타협하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사용해 보았을 것이다. 셋째, 아이를 변화시키려면 부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 어머니, ○○이가 애정결핍인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세요. 이 말처럼 잔인한 말이 없다. 한순간에 부모를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부모인 내가 잘못 키워서, 아이가 이렇게 되었다는 성적표를 확인받는 순간, 당혹감·수치스러움·민망함 등 온갖 본능적 ‘쪽팔림’으로 머리가 하얘진다. 게다가 그것이 사실임을 알기에 더 고통스럽다. ○○이가 애정결핍인 것도 맞고, 이로 인해 우울·불안이 높아서 문제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표현방법을 조금만 바꾼다면, 대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 “어머니, 사람마다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크기는 다르잖아요. 받고 싶은 사랑의 방법도 다르고. 나는 남편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남편이 돈만 많이 벌어다 준다고 ‘내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구나’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도 그런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이를 위해 열심히 사시고, 뒷바라지해주시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뭔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봐요. 그래서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고. 이런 것들이 점점 커져서 우울해지고, 엄마와의 관계도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어머니께서 ○○이가 원하는 사랑의 방법으로 조금만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어머니, 아이를 혼낸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어요? 이 말처럼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말이 없다. 분명 ‘안 해봤겠어요. 다 해봤죠. 이것저것 다 해보고 안 되니까 혼냈겠죠’라고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아이와 전쟁 치르듯 싸우는 집은 없다(물론 있다. 한술 더 떠서 일단 폭력부터 쓰고 보는 집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은 논외로 한다. 그건 아동학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하기로 한다). 타일러도 보고, 혼내도 보고, 협상을 해보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도 보고, 때려도 보고…, 온갖 방법을 해봤는데 안 되고 있을 뿐이다. 사실 학부모도 알고 싶다.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고, 아이와 편안하고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이렇게 이야기를 이끌어보자. “어머니, ○○이에게 제일 화가 날 때가 언제일까요?” “제일 화가 나는 건 연락 없이 안 들어오는 거죠. 아예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안보니까, 집에 들어오면 소리부터 지르게 되죠.” “혼날 짓했네요. 연락도 없이 집엘 안 들어오면 혼나야죠. 그런데 화가 나는 포인트가 연락 없이 안 들어오는 건가요, 전화를 안 받는 건가요, 걱정이 되는 건가요? 이 셋 중에 제일 화가 나는 게 뭘까요?” “글쎄요, 셋 다죠. 아니, 걱정되잖아요.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그런데 연락이 안 되니까 화가 나고,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와서는 오히려 화를 내니까, 욱하고 성질이 나는 거죠.” “맞아요. 걱정이 되다가, 슬슬 화가 나죠. 막상 얼굴을 보면 걱정보다는 화가 먼저 튀어나오고. 엄마니까, 충분히 이해가 가요. 혹시 ○○이에게 엄마가 화가 나는 이유는 네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돼서라고 이야기해보셨나요?” “그럼요. 그럼 또, 자기를 못 믿는다고, 별걱정을 다한다고 성질을 내고.” “혹시 이렇게 말씀하신 거 아니에요? ‘야, 그렇게 밤늦게까지 돌아 다니다가 뭔 일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내가 아주 너 때문에 미쳐’ 이렇게.” “…” “이렇게 바꿔서 이야기해보세요. ‘널 못 믿는 게 아니야. 네 친구를 못 믿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아이들끼리 노는 걸 보고, 혹시라도 나쁜 사람들이 해코지할까 봐. 무서운 세상이잖니. 아무 일 없을 확률이 더 높지만, 엄마라서 걱정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적어도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엄마가 도와주러 갈 거 아니야?’라고. 이게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진짜 마음이잖아요. 아이들은 잘 몰라요. 함축되어 있는 부모의 마음을. 그저 들리는 단어 하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마음을 문을 닫아버리거든요. 혼날 짓을 하면 혼나야죠. 하지만 왜 혼나는지는 정확히 알아야죠. 본인이 이해가 되어야, 그 행동을 고치든 말든 하니까요. 저도 ○○이를 만나서 이야기하겠지만, 어머니께서도 ‘왜 그런 행동을 못 하게 하는지’ 설명해주시는 소통은 관계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어머니, ○○이가 학교에서는 이렇게 행동을 해요. 집에서는 어떤가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가 집에서라고 모범적일까. 하지만 부모는 잡아뗀다. 엄마와 소통도 잘하고,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곧잘 이야기도 하고, 크게 힘든 일은 없다고. 그래서 처음부터 이렇게 운을 떼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머니, ○○이와 생활을 하다보니까 이런 모습이 종종 발견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머니께서 ○○이를 가장 잘 알고 계시니까 제가 도움을 좀 받고 싶어서요. 집에서도 이런 모습이 있는지, 이런 모습을 보일 때 어머니께서는 어떻게 반응하시는지 제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이를 상담하고, 교육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머니, ○○이가 어렸을 때는 어땠나요? 아무래도 저는 지금의 모습밖에는 못 봐서요. 어머니께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시면 ○○이와 생활하면서 지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학부모와 교사는 이인삼각 파트너이다 체육대회에 빠지지 않는 경기가 ‘이인삼각’이다. 이 경기의 승부는 두 사람의 마음 맞추기에 달려 있다. 아무리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도 상대방과 마음이 맞지 않으면 다리가 엉키며 넘어지고, 다리가 묶인 나머지 한 사람도 넘어지게 된다. 학부모와 교사는 이인삼각 경기에 나선 선수와 같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지 않으면 학생의 성장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아이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성장시키기 위해서 학부모의 도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가 변해야 아이도 변하기 때문이다. 학부모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자녀의 관계개선’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부모가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지만, 아이가 먼저 변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먼저이다. 왜냐하면 부모는 이미 그 시절을 겪었고, 그때의 감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알고 있으니까, 아이만큼은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앞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마음을 차분히 하고,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시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인내심을 갖고 풀어야 한다. 어떨 땐 부모-자녀의 골이 너무 깊어 풀려고 애쓰기보다 과감하게 잘라내고, 다시 잇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이럴 땐 모든 것을 담임교사가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위클래스로 연계하거나 가족상담을 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늘 강조하듯, ‘연계’는 우리 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치유를 위한 적극적 연결임을 다시 한 번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