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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김수진·박은하 지음, 길벗 펴냄, 568쪽, 2만2,000원) 교과서에 소개되거나 연계된 여행지를 소개한다.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전국 여행지와 교과서 영역별 여행지, 초등학생을 위한 여행법과 체험학습지 등이 들어 있다. 전국 214개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주변 볼거리까지 빼곡히 정리했다. 어렵고 막막한 ‘자기주도 학습’을 알찬 여행을 통해 실천해보길 권한다.
(임지이 지음, 빨간소금 펴냄, 348쪽, 1만5,000원) 나이 마흔에 지금까지 하던 일과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는 갑작스레 회사에서 해고된 뒤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그러나 이내 그토록 원하던 ‘평일 낮 시간을 가진 사람’이 됐음에 행복감을 느끼고, 그림 한 번 배운 적 없이 취미로 시작한 만화를 직업 삼아 자기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박정애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펴냄, 448쪽, 3만3,000원) 뉴욕 한인 미술가들에 대한 현장연구 경험을 토대로 미술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 점심시간마다 동료들과 미술가나 전시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미술이 삶을 즐겁게 만드는 방법임을 깨달은 회사원 출신 미술가의 사연은 저자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졌다. 저자는 우리 학생들도 여가에 미술을 화제로 삼게 하려면 감각에 호소하는 미술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다.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코파카바나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해변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의 폭포 이구아수 폭포는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곳. 직접 경험하는 수밖에는 그 위용을 느낄 방법이 없다. 한반도의 약 40배 크기에 남미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나라 브라질. 브라질의 수도는 브라질리아이지만, 세계의 여행자들은 리우데자네이루로 모여든다. 나폴리·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인구 1,2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해안도시는 하나의 용광로다. 백인과 흑인, 그리고 에스파냐계 백인과 아프리카계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가 부대끼며 살아가고 거리에는 화끈한 삼바 리듬과 세련되고 우아한 보사노바 리듬의 선율이 함께 흐른다. 해변의 최고급 리조트와 빈민들이 살아가는 주거지 파벨라가 공존한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햇살, 코파카바나 리우에 도착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코르코바도 언덕(해발 700m) 위의 예수상이다.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이 예수상은 1931년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높이 39.6m, 무게 700t으로 예수의 모습을 새긴 조각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리우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코르코바도 언덕에 서서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듯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사실 예수상의 방향을 두고 말이 많다. 빈민촌을 등지고 부촌인 해안을 바라보고 있는 탓에 현지 서민들은 ‘은총에도 차별이 있다’고 푸념한다. 코르코바도 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리우 앞바다에 팡데아수카르(Pao de Acucar)가 떠 있어 리우를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다. 영어로는 ‘설탕 덩어리’라는 의미인 ‘슈거로프’라고도 불린다. 거대한 화강암과 수정으로 이뤄진 바위산으로 둥근 돔처럼 생긴 모습이 무척 이색적이다. 마치 바다로부터 리우를 지키고 있는 파수꾼인 듯 느껴진다. 해발 396m로 가장 높이 솟아오른 이 산꼭대기에서 세계 최고 미항을 굽어볼 수 있다. 진초록의 산들 사이로 우뚝 솟은 초고층 빌딩들이 서 있고, 우르카·플라멩코·코파카바나·이파네마·레블론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하얀 요트가 점점이 떠 있다. 팡데아수카르에서는 반드시 리우의 야경을 볼 것. 360도 펼쳐지는 해변과 섬, 도시의 경치가 파노라마로 어우러지는 리우의 야경을 만끽하기에는 이곳만 한 데가 없다. 해질녘의 리우는 가히 환상적이다. 붉은 노을이 번지고 도시에는 불빛이 환하게 켜진다. 하늘도 붉고 도시도 붉고 바다도 붉게 물드는 리우의 야경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우데자네이루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정열의 도시다. 그리고 리우의 정열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코파카바나 해변이다.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 구릿빛으로 그을린 글래머 아가씨들이 브라질리언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데, 엉덩이를 다 드러낸 속옷 같은 수영복은 그 모습만으로 너무 선정적이어서 한때 이를 찍은 관광엽서 사진을 금지시키기도 했단다.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근육질의 젊은이들과 파라솔 아래 한가롭게 바다 풍경을 즐기고 있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 그리고 물장구를 치며 즐겁게 뛰어노는 눈망울이 커다란 아이들이 어울린 코파카바나의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인다. 코파카바나 해변 옆이 이파네마 해변이다. 코파카바나 해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반면 이파네마 해변은 현지인들이 좀 더 선호한다. 이파네마 해변을 걷다 보면 끊임없이 보사노바가 흘러나온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마치 속삭이듯 노래하는 주앙 질베르토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그 노래 ‘이파네마의 소녀’다. 늘씬하고 까무잡잡한, 젊고 사랑스러운 여인, 이파네마 아가씨가 걸어가네. 그녀가 지나가면 모두들 아~, 그녀가 걷는 건 마치 삼바 같아. 시원스럽고 부드럽게 한들거리며 걷는 모습,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바닷가로 걸어가는 그녀는 언제나 똑바로 앞만 볼뿐, 그를 바라보지 않아. 이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리우의 해변을 바라보며 쌉싸름한 브라질 산토스를 마시는 일. 그것은 어쩌면 생에 꼭 한 번은 해봐야 할 여행인지도 모른다. 상파울루, 시장에서 느끼는 낭만 상파울루는 브라질 최대의 도시. 인구가 1,800만 명에 달한다. 브라질리아가 브라질 행정의 중심, 리우데자네이루가 브라질 여행의 중심이라면 상파울루는 브라질 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열정과 낭만의 브라질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상파울루에서 꼭 봐야 할 것은 바네스빠 빌딩. 미국의 명물 빌딩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8분의 1로 고스란히 축소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앙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네스빠 빌딩은 특히 야경이 아름다운데 밤이면 은은하게 불이 켜지는 옛 포르투갈풍 건물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파울리타스(상파울루 사람)들의 모습과 어울려 활기찬 풍경을 만들어낸다. 도시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파울루에도 중앙시장(Mercado municipal)이 유명하다. 번역해보면 말 그대로 ‘시영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처럼 노변에 형성된 시장이 아니라 커다란 건물 안에 들어서 있다. 대영박물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건물은 원래 1932년 군 훈련소로 지어진 건물이다. 2004년에 내부를 완전히 바꿔 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낭만적인 분위기다. 꽃을 파는 아저씨도 있고, 먹거리 코너도 늘어서 있다. 과일·채소·와인·치즈·초콜릿·소시지·고기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통로 중간에는 고객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둥근 식탁을 놓아두었는데,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커다란 ‘볼로냐 샌드위치’ 먹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저물 무렵에는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으로 가보자. 상파울루 도심에 자리한다. 40년간의 대공사 끝에 1954년 완공된 건물이다. 정면에 솟아 있는 2개의 고딕양식 첨탑은 높이가 65m에 이른다. 역대 상파울루 사제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고, 브라질의 종교사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매우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자연, 이구아수 폭포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 꼬박 하루의 비행시간과 7시간의 버스여행 등 이 모든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꼭 봐야 할 만큼 감동적인 풍경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넓이와 수량을 자랑하는 이구아수 폭포다. 이구아수 폭포와 맞닥뜨리는 순간 그동안의 고단함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폭포에 가까이 갈수록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는다. 이구아수 폭포는 브라 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세 나라 국경에 걸쳐 자리하고 있는 세계 제일의 폭포이자 세계 제일의 관광명소다. 275개의 폭포가 직경 3km, 높이 80m에서 떨어지는 이구아수 폭포는 빅토리아 폭포보다 넓고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 이곳의 전경은 말로 전해 듣고, 글이나 사진으로 보아서는 절대 그 위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원주민(파라과이 과리니 인디오) 말로 이구아수는 ‘큰물(Big Water)’이다. 폭포 전체의 폭만 4km 남짓. 평균 낙차는 64m다. 우기(11~3월)에는 초당 1만 3,000여 톤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 이구아수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는 ‘악마의 목구멍’(Devil's Throat)이라 불리는 곳. 이구아수강을 통째로 벌컥벌컥 삼켜대듯, 초당 6만여 톤의 물이 거대한 절벽으로 빨려든다.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구아수를 본 뒤 넋을 잃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가엾은(poor) 나이아가라”라고. 이구아수 폭포 여행의 시작은 포스두이구아수시.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면 이구아수 국립공원에 닿는다. 입구에서 계곡과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5분쯤 걸으면 강 건너편에 입이 쩍 벌어질 장관이 펼쳐진다. 하나도 아닌 수십, 수백 개 폭포가 하얀 박무(薄霧)를 만들어내고 있다. 귀퉁이를 돌아서면 영화 미션 촬영지로 유명한 ‘삼총사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 개 폭포가 겹쳐 있는 그 절벽 바로 아래턱까지 200여 m의 데크를 밟고 둘러볼 수도 있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현기증이 난다. 이구아수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헬기 투어를 권한다. 300달러에 육박하는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구아수 하류에 있는 헬기장에서 강 건너 악마의 목구멍이 입을 쩍 벌린 상공에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여. 3,000피트 상공, 125마일의 속도로 하늘을 가르며 이구아수 전체를 보는 맛은 웅장하고도 장엄하다. ‘악마의 목구멍’을 향해 하얀 포말을 쏟아내며 무서운 속도로 빨려드는 이구아수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빚은 그대로인데 이자가 늘고 있다 유래를 볼 수 없는 빠른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 2.7%의 이자율로 월 270만 원의 이자를 갚았다면, 이제 대출이자가 연 4.5%로 늘었으니 월 450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자가 늘어난 만큼 소득이 늘었다면 여유현금흐름인 가처분소득이 유지되지만, 이자속도만큼 월급이 늘어난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자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이자를 줄이기 위해 집을 사지 않고 움츠러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동시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경기도 침체되고,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며, 불황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불경기가 오면 국가는 기업과 가계를 살리기 위해서 금리를 다시 인하한다. 그러면 빚이 그대로여도 대출이자는 다시 내려간다. 보통 이 보릿고개를 넘고 나면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이 상승한다. 국가는 인플레이션 수혜를 받는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임금·자산 가격상승을 초래한다. 물가가 오르면 부가가치세가 늘어나고, 임금이 늘면 소득세가 늘고, 자산가격이 늘면 재산세·거래세가 늘어난다. 국가가 보유한 토지나 보유기업의 주식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그럼 국가의 자산이 늘어나고, 소득도 늘어나게 된다. 반면 국가의 부채는 그대로다. 예를 들어 자산이 1,000조에서 1,500조가 되었는데, 부채는 150조 그대로라면 아무것도 안 한 이 국가의 부채비율은 15%에서 10%로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는 국채를 발행해 부채를 늘리지만, 부채를 잘 갚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 인플레이션에서 국가는 수혜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임금이 오르면서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기업들도 힘들어한다. 국가 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과하면 안 된다. 국가가 원하는 인플레이션은 완만하고 꾸준한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은 연 2%를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할수록 투자수익률도 올라가야 한다 10월 현재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6% 수준이다. 물가가 연 6%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작년 100만 원 하던 물건이 올해는 106만 원을 하니 6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100만 원 예금을 해서 2% 이자를 받아 102만 원이 되었다면 예금을 하는 것보다 물건을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물가만큼 내 자산을 지키려면 연 6% 상승하는 자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 예금이자가 오르는 것도 물가상승률에 맞춰 이자율을 올려줘야 예금으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만, 주식·부동산이 하락하고 있으니 예금으로 돈이 들어온다. 하지만 만약 주식·부동산도 상승하는 호황형 인플레이션이라면 예금에서 탈출하는 돈들이 줄을 잇게 된다. 그럼 은행은 고객탈출을 막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때 받는 예금이자가 인플레이션을 대체로 이겨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시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인플레이션은 두 종류가 있다. 호황형 인플레이션과 불황형 인플레이션. 수십 년간 우리가 만난 인플레이션은 호황형 인플레이션이었다. 경기가 좋아서 물건이 잘 팔리고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나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월급이 오르고, 물건가격이 오르고, 주식·부동산이 상승하는 일반적인 버블시절이 호황형 인플레이션이다. 이럴 때는 예금보다 매력적인 주식·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2007년·2017년·2021년이 이런 상황이었다. 반대로 불황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도 부르는데 1973년과 1980년 오일쇼크로 유가가 4배가 오르고 물가가 치솟았지만, 급작스런 물가상승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주식·부동산이 하락했던 시기가 이 시기다. 이 시기에는 기업과 가계가 어려우니 주식·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때는 예금이 원금을 지키면서 높은 이자도 벌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서 방어가 좋다. 예금보다 이자를 더 주는 채권도 만기까지 버틸 수 있다면 원금과 이자가 들어오므로 안전한 투자가 된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끝날까? 경제는 살아있는 동물과도 같다. 영원한 것이 없다. 호황의 끝은 불황이고, 불황의 끝은 호황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도 머지않아 그 속도가 둔화되고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자산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추종한다. 그래서 장기로 투자할수록 인플레이션만큼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1987년부터 1억을 코스피와 서울아파트에 투자했다면 2018년까지 코스피는 연평균 6.66%의 수익률을 냈고, 서울아파트는 연평균 5.61%의 수익률을 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익률이다. 사람들은 주식·부동산이 빠르게 올랐던 시기를 주로 기억하기 때문에 ‘주식을 해라’, ‘부동산을 해라’ 이러지만, 대개 인플레이션과 일치하게 상승한다. 인플레이션이 타국가보다 빠르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에 투자하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마켓에서는 여기를 이머징마켓이라고 부른다.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이머징마켓은 위험성도 높은 편이다. 우리가 IMF 위기를 겪었듯, 이머징 국가들은 불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이때 투자손실이 크게 발생하기도 한다. 인플레이션 상승속도가 정상화되면 자산가격도 다시 밸런스를 찾아 갈 것이다. 그때를 위해 미리 공부도 하고 목돈도 모아두며 준비를 해둬야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10~11월 산기슭이나 언덕에 들어서면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밀려올 때가 있다. 노란 꽃송이들에서 나는 향기이고 꽃송이가 요즘 나오는 10원짜리 동전만 한 것이라면 십중팔구 산국에서 나는 향기다.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올 때 산국 향기는 더욱 짙어지는데, 김유정 소설 봄봄에 나오는 ‘야릇한 꽃 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라는 표현이 생각날 정도다. 산국 꽃송이 사이로 벌들이 부산하게 오가는 것은 전형적인 가을 풍경 중 하나다. 산국은 꽃과 잎이 원예종 노란 국화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꽃송이가 국화보다 좀 작고, 색도 더 선명해 황금빛에 가깝다. 향기도 더 진하다. 늦가을 청계천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것도 대부분 산국이고, 서울 남현동 미당 서정주의 집,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북한산 구기동 코스 입구, 남한산성 성벽에도 산국이 핀다. 특히 남한산성 성벽에 피는 산국 무리는 세력이 대단해 정말 장관이다.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고 건조에 강해 고속도로 등 경사지나 절개지에도 많이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도심에는 이런저런 색깔로 개량한 국화들이 심어져 있고, 전국 곳곳에서 국화 축제를 벌인다. 국화과 식물은 쌍떡잎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한 형태로 가운데에 대롱꽃(관상화), 주변부에 혀꽃(설상화)을 가진 형태다. 100원짜리 동전보다 작으면 산국, 크면 감국 국화는 오랜 역사를 가진 꽃이며, 사군자의 하나로 사랑을 받았다. 품종에 따라 꽃의 색·크기·모양이 아주 다양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국화로 실습을 할 정도로 교배가 쉽기 때문에 알려진 품종만 수천 가지에 이른다. 꽃의 크기에 따라 9㎝, 18㎝를 기준으로 소국(小菊)·중국(中菊)·대국(大菊)으로 나눈다. 일본 사람들도 국화를 아주 좋아해 국화 품종을 많이 개발했고, 일본 왕실은 국화를 왕실 상징으로 쓰고 있다. 미국 사회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책 제목 국화와 칼에서 국화는 일본 왕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화단이나 공원에 있는 국화는 개량을 많이 해서인지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국화들은 그렇지 않다. 들국화는 국화의 할아버지뻘인 식물이다. 야생 들국화들을 교잡해 국화를 만든 것인데, 여러 설이 있으나 산국·감국·구절초를 교잡해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들국화 중 늦가을 양지바른 곳이나 산기슭·언덕·바위틈 등에 한창 피어 있는 것이 산국이다. 산국(山菊)은 말 그대로 산에 피는 국화라는 뜻이다. 늦가을까지 피는데 더러는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어 있다. 예로부터 ‘야생 국화’라 해서 꽃을 따서 술을 담그기도 했고,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산국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진한 향기가 특징이다. 꿀 향기와 같은 달콤한 냄새다. 산국과 비슷하게 생긴 꽃으로 같은 노란색 들국화인 감국이 있다. 꽃잎에 단맛이 있어서 감국(甘菊)이라 부른다. 야생화 공부를 시작할 때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가 이 산국과 감국을 구분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꽃송이 크기를 보는 것이다. 작으면 산국, 좀 크면 감국이다. 기준점은 지름 2㎝다. 산국(약 1.5㎝)은 요즘 나오는 새 10원짜리, 감국(약 2.5㎝)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이기 때문에 100원짜리를 대보아 이보다 작으면 산국, 크면 감국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잎이 감국은 좀 두껍고 둥글게 보이는 편이고, 산국은 얇고 톱니가 날카롭게 보인다. 감국은 향이 산국만큼 진하지 않기 때문에 향기가 강하면 산국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감국은 줄기 하나에 4~5개의 꽃이 달리지만, 산국은 더 많이 무더기로 달려 우산 모양을 만드는 것이 다르다. 그러나 자라는 환경에 따라 꽃 크기가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산과 들에서 만나는 노란 꽃이 산국인지 감국인지 구분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야생화 사이트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보면 산국인지 감국인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산국은 주로 중부 이북에 피고, 감국은 남쪽지방이나 바닷가 쪽에 피기 때문에 서울 근교 산에서 국화잎처럼 생긴 노란 꽃이 있다면 산국일 가능성이 높다. 산국이면 어떻고 감국이면 어떠하리 사람들이 흔히 들국화라 부르는 꽃에는 산국·감국 외에도 연보라색인 벌개미취·개미취·쑥부쟁이, 흰색이나 연분홍색인 구절초가 있다. 여기에다 꽃이 연보라색이면서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국(海菊)이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만개한 해국은 야생화 애호가들이 꼭 한번 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들국화는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들국화’라는 종은 따로 없다. 이런 들국화 무리 중에서 노란색 작은 꽃송이를 가진 것이 산국·감국이다. 산국·감국은 주변에 흔하기 때문에 문학작품에 등장하지 않을 리 없다.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은 여주인공이 정반대 성격인 두 남자를 놓고 고민하는 내용이다. 두 남자 중 한 명은 야생화 사진작가다. 그는 여주인공에게 구절초를 알려주면서 “쑥부쟁이 종류나 감국이나 산국 같은 꽃들도 사람들은 그냥 구별하지 않고 들국화라고 불러 버리는데, 그건 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꽃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 이름을 자꾸 불러 줘야 해”라고 말한다. 감국은 소설가 김연수의 책 청춘의 문장에서 보았다. 이 책에 ‘때로 쓸쓸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옛일을 생각하면 떨어지는 꽃잎처럼 내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하나둘 보인다. 그 빈자리들이 그리워질 때면 두보의 시 ‘뜰 앞의 감국 꽃에 탄식하다’를 읽을 만하다’고 쓴 대목이 있다. 처마 앞 감국의 옮겨 심는 때를 놓쳐 중양절이 되어도 국화의 꽃술을 딸 수가 없네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나머지 꽃들이 만발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 - 두보 ‘뜰 앞의 감국 꽃에 탄식하다’ 전문 김연수는 이 시를 두고 “꽃이 떨어질 때마다 술을 마시자면 가을 내내 술을 마셔도 모자랄 일이겠지만,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날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일”이라고 했다. 산과 들에 핀 야생 국화들을 그냥 들국화라고 부르기엔 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국화를 닮은 노란 들국화가 산국이면 어떻고 감국이면 어떤가. 이름을 몰라도 노란 들국화와 눈을 맞추어주면 들국화는 진한 향기와 가을 정취로 화답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2.1명(인구대체율)을 하회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38년째 하락 중이다. 가장 최근의 통계치인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라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였고, 전체 신생아는 26만 500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2018년 1명 이하를 기록하며, 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하락한 이후, 4년 내내 1명을 밑도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6세 미래인구 추계 데이터, KEDI의 교육통계데이터, 주민등록 인구데이터를 활용하여 학교급별 학생수를 추계한 결과, 공교육시스템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초등학교 학생수가 현재 260만 명 수준에서 2032년 146만 명 수준으로 향후 10년간 44.5% 감소하게 된다(이길재 외, 2019). 학령인구의 감소와 궤를 같이하면서 우리나라 인구는 2021년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을 경험하며, 총인구의 급격한 감소라는 대재앙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혁명시대, 지식·정보화시대로의 진입은 교육의 목적·방향과 교수·학습의 형태 등 학교 교육생태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이 엔데믹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교육으로의 전환은 교수자와 학습자의 의도나 필요와 무관하게 급속도로 학교현장에 안착하였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은 우리의 저력이다. 현재 교육계가 직면한 학령인구 급감의 위기와 학교 교육생태계의 대전환이라는 도전에 응전하기 위해 미래교육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새로운 지평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교원정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 미래교육은 맞춤형교육과 역량중심교육으로 표상될 것이라 예상한다. 학생수 감소로 인해 학습자 개개인의 적성·소질·잠재력뿐만 아니라 학습능력을 고려한 맞춤형교육이 강조될 것이다. 여기서 학습자 맞춤형교육이란 학생별 교육목표·교육내용·교육방법이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래사회에는 개인이 소유한 방대한 지식과 정보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정보매체를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정보를 찾아 재가공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능력이 더욱더 빛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실제 삶에서 발휘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는 교육이 강조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래교육의 변화는 학생수 감소라는 인구구조의 변화, 산업혁명의 발달로 인한 경제·산업구조의 변화로 야기된 필수불가결한 변화이자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으로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수급계획을 위한 접근이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원수 감소라는 선형적 관계에 근거한 단순 경제논리로 흘러간다면 이는 교육력의 약화,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악화라는 위기상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교원의 확보는 학교교육 질 제고의 정수(精髓)라는 교육의 당위적 명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교원정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으로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의 형평성, 교육격차 해소 관점에서 소규모학급에 대한 교원정원 책정 방식, 즉 작은학교 기초교원정원제 도입은 달라져야 한다. 학생수 감소만을 고려한 선형적 귀결로서의 교원 감소는 학생들의 최소 교육권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정 효율화에 따른 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이어져 지역인구의 이촌향도(離村向都), 지역의 경제적 손실, 나아가 지역소멸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학급규모가 작을수록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향상되고(U.S. Departmeant of Education, 2000), 중도탈락율 및 학교폭력 비율도 낮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Darling-Hammond, Ross Milliken, 2010). 또한 소규모학교의 교사들이 대규모학교 교사들보다 교육에 대한 책무성이 더 높고,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학생들의 우수한 성취를 이끄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Lee Loeb, 2000; Weiss et al., 2010). 소규모학교의 교육적 가능성과 사회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경제논리에 입각한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배태한 위험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의 질 개선 및 교육적 효과 증진 차원에서 과밀학교 및 과밀학급 학생수 적정화를 위한 교원정원 확보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인구과밀지역에 대해서는 학교 및 학급 신설,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 이민정책, 학교 유형의 다양화 등 별도의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다(박삼철, 2014). 소규모학교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과밀학교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역시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좋은 사례이다. 과밀학급에 대한 학급당 학생수의 재설정은 수도권 지역의 학생들에게 양질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학생중심 교육정책이 학교현장에서 그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정책집행의 핵심인 교원을 고려한 교원수급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기초학력보장 정책은 평등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해 초등 저학년부터 책임지도 및 집중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초등 저학년의 학급당 학생수 감소를 실천적 전략으로 삼고 있다(교육부, 2019.3.28.). 또 다른 예로 고교학점제는 모든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포용적 고교 교육실현을 목적으로 학점제형 교육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다과목 지도 전문성을 갖춘 교사 등을 포함한 교수자원의 탄력적 배치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교육부, 2021.2.16.). 이처럼 학생교육중심의 교육은 정책실천의 핵심에 교원이 위치하기 때문에 교육정책의 성공 여부가 교원에게 달려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학생중심의 교육정책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를 위한 교원수급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급감은 우리나라 교육계가 마주하게 된 전례 없는 위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작금의 절체절명 위기는 새로운 학교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적기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생수 감소와 공교육 생태계 대전환의 요구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기초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학생수 감소를 교원 1인당 학생수와 같은 학교현장을 적절히 대변해주지 못하는 잣대와 연결 지어 교원감축으로 귀결시키는 오류를 범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교육력, 나아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교육 실천의 핵심여건으로서 교원의 정원을 바라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2023학년도 공립교원 정원을 3,000여 명이 줄어든 34만 4,906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교육부 설명자료, 2022.9.19.).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교육재정 효율화에만 초점을 맞추어 교원수급정책을 풀어나가려는 접근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개인에게 더 나은 삶과 미래를 보장하고 교육력을 기반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교육의 질적 향상이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시기에 교사 1인당 학생수라는 단순 산술에 근거하여 교원의 정원을 감축하는 일은 교육현장의 실정과 국민의 교육적 열망을 저버리는,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교육현장의 고민을 숙고하면서 교원정원 감축의 문제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학교는 더이상 교육만 하는 곳이 아니다 유례가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학교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 무엇보다 우선시되었던 학교의 역할은 바로 교육이었다. 학교는 교육목표에 근거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인재상을 길러내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제공함으로써 그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된 이후 학교의 역할은 교육적 의미를 넘어, 교사와 친구 간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배우는 관계형성의 역할, 부모의 보살핌으로부터 소외되는 시간 동안 아동의 생존·안전·발달을 책임지는 돌봄의 역할, 마지막으로 공동체의식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키우는 공동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이 강하게 부상하였다(정계숙·손환희·윤갑정, 2021). 이는 기존의 학교 역할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기보다 그동안 간과됐던 측면이 오히려 본질적 역할로서 강하게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교사의 역할 또한 그간에는 수업지도와 생활지도 등 교육 본연의 업무만이 강조되었던 데 반해, 만남과 소통, 놀이와 돌봄의 역할 역시 본연의 핵심업무로서 중요해졌다. 이는 학생수가 감축하는 상황임에도 왜 교원정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한다. 첫째, 교원정원 감축은 코로나19 이후 재정립된 교원의 역할과 함께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다. 학교현장에 어느 정도의 교원이 필요하냐의 문제는 단순 산술에 의해 계량적으로 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는 충분한 교원 확보를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최소한의 기본요건임을 말해준다. 교육부가 20년 넘게 교사들의 행정업무 간소화에 주력하여 교육지원전담팀 및 학교 보조인력을 배치한 것 역시 교원의 양적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과 학생들을 보살피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해 준 중요한 정책적 노력이었다. 실제로 김지선·심현기(2022)의 연구에서도 교사들이 수업준비나 진학·진로지도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전체 학생사안이나 징계 건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한 명이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과정에는 교사의 부단한 관심과 노력, 지원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정원을 감축하는 일은 교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 저하를 야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둘째, 교원정원 감축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교육격차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결국 지역소멸을 가속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에 근거하여 교원정원을 산출하고 확보하는 방식은 읍면지역 소규모학교의 폐교 및 통폐합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지역 위기 및 지역소멸로 귀결될 것이다. 소규모학교들은 폐교되기까지 교원정원 감축의 직격탄을 맞아 다양한 과목의 교과교사와 특수교사를 포함하여 상담·보건·영양·사서교사 등 비교과교원의 교육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울러 교사 1인당 업무량도 대규모학교에 비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교원의 업무 피로도는 심화되며,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도 야기될 것이다. 이는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에 정면으로 배치(背馳)되는 일이다. 셋째, 교원정원 감축은 소규모학교 문제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과밀학교 및 과밀학급 문제에서도 난항을 겪게 할 것이다. 교육부의 ‘전국 과밀학급 현황’에 따르면 과밀학급 기준인 학급당 학생수 28명 이상 학급은 2021년 초·중·고 전체 23만 3,345개 학급 가운데 5만 4,050학급(23.2%)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학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2만 3,616학급), 서울(6,243학급), 경남(3,371학급) 순이며, 과밀학급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도 역시 경기가 40.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제주(37.0%), 충남(30.6%)이 뒤를 이었다. 학생수가 30명 이상인 학급도 전체학급 가운데 2만 8,127학급(12%)이나 됐고, 이중 중학교가 1만 5,786학급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한국교육신문, 2022.09.13.). 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지구의 경우 학교 신설이 수반되어야 하나 예산 낭비 등의 이유로 학교 신설이 취소되면서 수도권 과밀학급(교)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학생수의 지속적인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 아래 추진되는 교원정원 감축정책 역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소규모학교 지원과 동시에 수도권 과밀지역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과밀학급 해소 역시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교육계의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현안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과대·과밀학급의 문제가 부상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오히려 교원정원 감축으로 과밀학급의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점은 악화되는 교육현실을 개선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넷째, 교원정원의 감축은 학교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미래교육 및 교육정책 실천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개인별 맞춤형 교육, 기초학력 내실화 교육,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원의 정원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임에도 정부의 교원수급 정책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국가교육책임제의 강화 속에는 교육 사각지대 해소방안으로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과제가 담겨있다. 또 교원업무부담 경감방안으로는 새로운 교육정책 추진에 필요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고, 수석교사제도를 개선하여 임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어서 교원의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국정과제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국정과제의 실천의지를 무색하게 하는 교원수급정책은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새 정부 교육분야의 방향과 교육부가 추진하게 될 다양한 교육정책의 도입과 실천의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경제논리로 교원정원을 감축하려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더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미래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원정원 확대를 포함한 교원정원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장 중요한 교육인프라 조성이 될 것이다.
정부가 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1.7%로 정하자 2030세대 교사들의 원성이 높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30 청년위원회는 지난달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보수 1.7% 인상은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인상률 재조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야박한 인상률에 보직수당 등까지 수년째 동결되면서 실질임금 삭감, 교권침해, 과중한 업무, 연금 불안 등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상승률은 6%대, 공무원 보수만 1.7% 인상 교원을 포함한 공무원 보수는 ‘고통 분담’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물가상승률과 무관하게 낮게 책정되었다. 작년과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5% 인상하였으며, 올해 상반기만 해도 물가상승률이 6%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한다는 것은 결국 교원보수를 줄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실제 1.7% 인상 기준으로 내년도 교원 9호봉 기본급은 월 21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신규교사와 저경력교원에게는 사기 저하는 물론 교직에 대한 회의를 깊게 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신규교사와 저경력교사들은 고물가, 1%대 보수인상률, 연금개악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헌신과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청년 교사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2030 교사들에게 오는 그릇된 시선이다. “우리 때는 적은 월급으로도 생활했고 결혼과 육아도 했다”, “그 정도면 많이 받는 것 아니냐”, “애들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데 나도 하겠다” 등등. 연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학교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왜곡된 인식으로 바라본다. 갈수록 심해지는 교권침해, 수시로 바뀌는 교육환경과 교육내용, 줄여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나는 공문, 여기에 3년 동안 학교를 잠식한 방역 관련 업무들은 또 얼마인가. 교원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원격수업과 대면수업 병행, 새로운 수업방법 개발 등 교육력 약화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뿐인가. 학교 방역체계 구축과 물밀듯 밀려오는 사회복지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 실제로 돌봄수요 조사부터 전담사 채용을 위한 모집공고는 물론 면접까지 교원들이 맡음으로써 ‘수업과 행정업무시간의 역전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수업 반, 행정 반’인 현실에서 ‘우리가 과연 교사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되는 게 교직의 실상이다. 교원들은 학교 내 CCTV 관리, 우유대금 납부, 강사비 계산, 미세먼지 및 정수기 관리, 계약직원 채용·관리 등 각종 행정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보여주기식 업무경감, 공문 없는 수요일 등 구호뿐인 대책을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2030 교사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월급을 획기적으로 올려달라는 것도, 추가수당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경력에 따라서, 노력에 따라서 대우받으면서 살수 있도록 상응하는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비단 이 문제만이 아니다. 2030 교사 중 연차가 쌓이면서 혹은 학교 사정상 정말 어쩔 수 없이 보직교사도 맡게 된다. 보직교사수당은 19년째 동결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담임도 종종 맡는다. 담임교사수당은 19년간 단 2만 원 인상됐다. 이 같은 보수체계는 미래를 학생들과 함께 꿈꾸고, 가정을 꾸리거나 적절한 생산과 소비를 해야 하는 2030 교사들에게는 버거운 현실이다.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교사가 되기 전 심지어 교대에 들어갔을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있다. ‘정년 보장, 연금 빵빵.’ 하지만 실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속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2030 교사들의 연금은 불입기간에 비해 수령금액은 기존과 비교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적다. 퇴직금도 동일 임금 민간 근로자보다 현저히 적고, 동일 수준 근로자보다 급여도 적게 받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교사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가 아니므로 실업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취업 관련 교육프로그램 참여도 어렵다. 산재보험도 없고, 공무원연금 수령 시 본인은 물론 배우자까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선 ‘공무원연금을 세금으로 메꾸고 있다’며 여론을 호도한다. 2009년 공무원연금이 삭감된 지 불과 7년 만에 다시 개편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대체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실제 필자는 24살에 임용이 돼 앞으로 약 40년 동안 기여금을 납입하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데 월급에서 강제로 떼어간다. 지금 2030 교사들에게 인기 있는 연수·교육·취미는 모두 경제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재테크 연수, 부동산 책, 경매공부 모임 등이 그것이다. 퇴근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조차 학생지도하느라 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열정 페이를 강요받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연금 불입기간만 채워지면 때려치우거나 휴직하겠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예전엔 정년퇴직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정년퇴직보다 20년 이상 근속의 명예퇴직이 많아졌다. 청년 교사들에겐 명예퇴직이 아닌 휴직과 사표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주변의 2030 교사들은 반문한다. “우리에게 꿈이 없는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꿈을 가르칠 수 있을까?” 2020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을 보면 퇴직사유와 퇴직률이 잘 나와 있다. 초등학교는 2005년 1.2%에서 2019년 2.1%로 올랐다. 명예퇴직률은 퇴직사유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기타퇴직률도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중·고등학교는 더 심각해서 4.3~4.4%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헌신과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청년 교사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교원보수인상률 재조정과 각종 수당 현실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제도 개악을 위해 국민과 공무원 간 갈등·분열을 일으키는 모든 시도를 정부는 중단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개악을 거듭할 것이 아니라, OECD 선진국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면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체적인 공적연금이 노인빈곤문제를 해소하는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 또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정년을 62세로 줄인 상태에서 연금지급 개시연령은 65세로 늦춰 발생한 소득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교직을 극한직업으로 묘사한 방송프로그램까지 나왔겠는가. 2030 교원들에게 꿈을 돌려주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보수는 노동에 대한 대가이자 생계수단이며, 삶의 질을 결정하고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법률로 교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우대해 주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국가공무원 중 특정직에 해당하는 교원은 2022년 현재 37만 명이 넘는 숫자로, 공무원 집단 중 가장 큰 단일직종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규정」에 의해 결정되며, 매해 말 인사혁신처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인상률을 정한다. 당연하게도 가장 큰 동일집단인 ‘교원’의 임금과 수당을 결정할 때,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의 보수를 제때 지급할 수 없어서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힘들었던 1948년 제정된 「헌법」 16조에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교육에 대한 국가 의무와 책임을 강조했다. 1949년 교원은 법관과 함께 별정직공무원으로 분류되고, 「국가공무원법」에 의거 학교급과 직급에 따라 보수가 차등 지급되었다. 같은 해 제정된 「교육법」에서는 ‘교원의 우대와 신분을 보장한다’와 ‘의무교육에 종사하는 초등학교 교원의 봉급 전액과 공립 중·고등학교 교원의 봉급 반액은 국가가 부담한다’라고 규정하며, 의무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1953년 제정된 「교육공무원법」에서는 ‘교육공무원 중 사무직원을 제외한 자의 보수는 일반공무원에 비하여 우대한다’라는 조항을 신설, 교원보수 우대 정책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교실과 교원 확보가 시급했다. 정부는 늘어난 교육인구 수용을 위한 재정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했으나, 전쟁 중에 파괴된 기반시설 복구가 더 시급했기 때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부족한 학교운영비 및 교원수당 중 일부를 학부모로 구성된 사친회에서 지불해야만 했다. 이는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 되었으며, 사친회를 구성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교원보수를 제때 지급할 수 없어서 교원 이탈 현상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에서만이라도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했고, 사친회 폐지를 목적으로 1958년 「교육세법」을 제정했다. 안타깝게도 「교육세법」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사친회는 육성회로 이름만 바꿔 학부모에게 계속 부담을 줄 수밖에 없었다. 재정 부족은 초등학교와 도서지역 학교에서 더 심각했다. 농·어촌지역은 육성회 구성조차 힘들었을 뿐 아니라, 당시 초등교원은 중등교원과 같은 학력을 갖고 있어도 더 낮은 보수를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원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았으나, 그 수가 많고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뒤로 밀려났고, 이로 인한 교원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 학력 가감 산정표 제정 … 학령제 개편 1975년 동일 학령을 가진 자에게는 학교급에 상관없이 동일 호봉을 적용하는 ‘학력 가감 산정표’가 만들어졌다. 동일 학령을 적용하는 ‘학령제’로 개편하면서 보수를 평균 45% 인상하고, 초임교사 임금은 낮게,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15년 차 이상의 교사는 비교적 높게 지급되도록 하는 호봉제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육성회를 폐지하고, 교원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초등학교 교원 등에 대한 보전수당’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교원의 보수는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고, 일반 기업체와 비교해 한참 부족했기 때문에 교원 기피현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교원양성소를 설치하고, 단기 교육과정을 이수한 교원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교원양성은 교사의 질을 낮게 했을 뿐 아니라, 교원의 사기와 신뢰를 땅으로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1982년 교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규정」과 통합되고, 초·중등교원 모두에게 학력·경력에 따라 동일한 봉급을 지급하는 단일호봉제는 1987년이 되어서야 완성된다. 교원의 낮은 보수와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하여 교과지도수당(1990)과 주임(보직)교사수당(1991)을 신설하고, 1995년 5·31 교육개혁조치로 종합생활기록부 도입, 인성교육 강화, 기초학력 책임지도 등 학급 담임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면서 담임교사수당이 추가되었다. 또한 교원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현장 의견을 적극 수용해 교직수당을 연차적으로 인상하기로 협의하였다. 1995년 학교운영위원회를 도입하면서 6개 대도시에 남아있던 초등학교 육성회를 폐지하고, 육성회에서 부담하던 수당을 ‘초등학교 교원의 보전수당 가산금’이라는 항목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교원의 급여는 일반 기업체와 비교하여 열악한 수준이었지만, 교직단체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주임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 등 그 직무를 인정하여 보상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노력이 있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 후 경제불황으로 인하여 교육개혁을 위한 재원확보가 다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미 약속한 각종 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기업체의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서 교원의 정년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셌다. ‘나이가 많은 교사 한 명이면, 젊은 교사 두 명을 고용할 수 있다’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경력교사들에게 보이지 않는 퇴직 압박이 되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퇴직신청이 많았는데, 영어·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교과 도입에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교사는 곧 무능한 교사로 여기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경력교사 1명의 보수로 신규교사 2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시장 논리를 적용, 교원정년도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되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퇴직신청자는 정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고, 갑자기 줄어든 초등학교 교원보충을 위하여 단기간의 보수교육을 통한 무자격 교원을 양성해야만 했다. 이는 교원의 사기와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교육재정을 줄이고 싶어서 교원의 정년까지 단축했던 정부로서는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부의 노력과 상관없이 이때부터 교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교직은 학생들에게 인기 직종이 되었고, 우수한 학생이 교육대와 사범대로 몰리기 시작했다. 높은 보수보다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었다. 더 이상 교원충원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정부는 자연스럽게 교원보수나 처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IMF 이후 교원의 수당체계는 거의 변화가 없다가, 2014년 ‘교원연구비’ 항목이 신설된다. ‘교원연구비’는 우수교원을 확보하거나, 직무에 따른 보상으로 지급하는 성격의 수당이 아니다. 이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중학교 학교운영비 징수 위헌결정’으로 중학교 육성회가 폐지되면서, 그동안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던 비용을 국가가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이미 육성회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보전수당’과 ‘보전수당 가산금’을 ‘교원연구비’ 항목으로 그 명칭만 바꿔서 지급하기로 했다. 교원의 보수 지급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해마다 교원단체는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이 현실성이 없다며, 인상안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재정을 핑계로 20년이 넘게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면 교원의 보수 지급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우선 보수체계를 기본급 중심으로 단순하게 개편해야 한다. 모든 교원에게 지급되는 교직수당은 기본급에 포함하여 기본급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여러 교원단체에서 지적해온 것과 같이 직무에 따라 지급되는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의 개선이 시급하다. 보직교사수당은 20년 가까이 동결되었으며, 담임교사수당도 2016년 이후 변함이 없다. 최소한의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삭감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수당은 직무에 따른 인센티브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해마다 그 목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서라도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을 현실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또한 해마다 정부와 교원단체가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을 수당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률제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교원업무와 수업시간을 법으로 규정하여 법에 명시된 교원보수 우대의 법 정신을 구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등교육법」에서는 교원의 교수시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원의 법적 교수시간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간이나 업무시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없다. 교원의 수업시간을 법으로 보장하여 온전히 수업과 학생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학생수를 줄이는 것은 당장의 금전적 보상은 아니지만, 학급 담임업무를 경감시켜 학생 개개인에게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교사의 교육적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보상이 된다. 취학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하여 학생들은 충분한 또래관계를 맺지 못했고, 원격수업 등으로 학습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갈수록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예산을 삭감한다는 단순한 계산은 향후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교원은 우대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그 많은 교사가 본인이 받는 월급에 대해서 따져볼 생각이나 해 봤을까? 교원의 숫자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그에 따라 거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선생이 어찌 ‘돈’ 따위를 들먹일 수 있느냐는 분위기로, 감히 ‘월급’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1949년 ‘교육공무원의 보수는 우대한다’는 규정은, 아직도 「교육공무원법」 34조에 남아있건만, 심지어 공무원 중 유일하게 교원만이 ‘보수 우대 조항’을 갖고 있음에도,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교육성과는 단기간에 확인하기 어렵기에 뒤로 미뤄두기도 쉽다. 그러나 교육투자는 미래의 우리나라를 위한 투자이다. 그리고 그 교육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하기로 했다. 2030 교사들을 중심으로 실질임금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갓 임용된 교사들은 최저 임금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정부는 또 내년에 교원정원을 3,000여명 감축하기로 했다. 학생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기계적인 교원정원 감축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이번 호는 교원보수 및 수당 정책과 교원정원 감축을 키워드로 한 윤석열 정부 교원정책의 실상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먼저 보수 1.7% 인상에 대한 2030 교사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본다. 낮은 보수, 쏟아지는 행정업무, 악성 민원, 불안한 미래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목소리다. 어렵게 교직에 들어왔지만 벌써부터 이직을 고민하는 교사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2030 교사들, 그들을 ‘회의’에 빠뜨린 현실을 진단한다. 이와 더불어 22년째 동결된 교직수당을 비롯 보직수당·담임수당 등 교원수당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교육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들 수당이 제자리에 꽁꽁 묶여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교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들의 불합리한 역사를 살펴보고 직책수당 신설과 같은 대안을 고민해 본다. 교원정원 감축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교원정원 감축은 당장 현장교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같은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원의 근무여건이 열악해지면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선택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양성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적 위기로 이어진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를 말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원정원 감축을 억제하고 증원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주장보다 새로운 수요를 찾아 교원을 배치하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는, 교원정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육환경이 급변했다. 교실 속 아이들이 달라진 것이다. 감염병에 우리 사회가 혼돈에 빠지면서 아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명 정신과 의사이면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수 박사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놓인 아이들이 30%에 이른다”며 “이들에 대한 심리·정서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청소년 정신상담 건수가 크게 늘어 진료를 받으려면 길게는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별’은 어떤 의미로 붙여진 건가요. 20여 년 전 대안학교를 설립하면서 힘들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학교명을 고민하다가 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삶이 빛나기를 바라고, 또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라 별자리를 이루어 빛난다’라는 생각 끝에 ‘별’이라는 이름의 치유적 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별’, 교사들은 ‘별지기’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는 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요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워하고, 세상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불안과 우울이 높습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는 그런 면들이 더 커졌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세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정부가 교육회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매기신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너무 많은 아이가 정신과 진료를 대기 중입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대기해야 할 만큼 아동·청소년 환자가 늘어났습니다. 때문에 교육회복의 최우선 순위로 심리안정을 꼽고 싶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학급 내 10%였다면 지금은 30%에 육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불안정 요소 중 가장 큰 요인이 관계, 즉 친구문제여서 저는 관계회복과 학급공동체 회복을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교폭력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한 교육지원청의 이야기를 듣고, 교감선생님들을 모시고 연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의 관계회복을 위해 친구 사귀기, 친밀감 만들기 등 사회정서학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제가 쓴 책의 부제를 ‘마음 회복 없이 학력 회복 없다, 관계 회복 없이 학급공동체 회복 없다’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학교생활이 정서적으로 힘들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요즘 아이들은 돌봄과 지지가 적거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쟁과 갈등이 증폭되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돌봄의 확대, 경쟁교육의 해소, 학생들에 대한 정서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어린 초등학생들조차 교사를 흉기로 위협하고 욕설을 퍼붓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큰 걱정입니다. 아이들의 정서는 메마르고, 게다가 방임이나 아동학대 등 트라우마를 겪은 아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마주하는 선생님들로서는 너무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서적으로 폭발하는 아이들을 돕는 교육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를 위해 첫째, 학급당 학생수 감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충분한 아동과의 면담이 가능하도록 교사 인력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셋째, 학부모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학교 혹은 교육청의 권한 증가와 넷째, 다양한 사회정서학습 확대가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잘 돌보는 학교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교사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으니까요. 학생 자살이 늘고 있는데 코로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하나요. 맞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시기의 학생 자살, 청소년 자살이 모두 늘었습니다. 코로나는 아이들이 평상시 스트레스를 풀던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아이들을 외롭게 지내도록 했습니다. 또 아동학대·가정폭력이 늘어났고요. 더불어 아이들이 즐겨 다니던 PC방·코인노래방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고, 무엇보다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피신처·안전기지가 이 시기에 사라졌습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원하지 못한 영향도 큽니다. 최근까지도 위기 청소년이라 불리는 친구들이 찾아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곤 합니다. 위기는 늘어나는데, 지원은 계속 줄어드는 터라, 그 고통이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학생들의 학력저하도 많이 지적되는 문제입니다. 혹시 코로나에 걸린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차이가 발생하나요. 기본적으로 학교에 출석한 날 수의 차이가 큽니다. 2020년과 2021년 등교일수를 보면 평상시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학교 공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또한 사교육 여부, 부모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여부, 학습환경의 차이 등도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가장 큰 요인으로 저는 등교일수를 꼽고 싶습니다. 원격수업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것 아니었을까요. 모두가 등교할 수 없었던 상황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를 보면 등교일수가 많았던 ‘작은학교’들의 피해가 적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감염병 확산 시기에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고 학생과 교사들간 정서적 교류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작은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미 OECD에서의 분석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15명 이하의 학급을 주장하고 있고, 300명 이하 학교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에서 15명 학급에 1수업 2교사제가 되어야 지금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고, 지원하는데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회복을 위해 교사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행복한 교실을 위해 가장 노력할 주체는 현재 교육당국입니다. 코로나가 전한 교훈을 빨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영국·프랑스 등 다른 나라가 전개하는 코로나 후속 조치를 우리는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롱 코비드 학생들에 대한 현황파악과 기초학력 회복을 위한 정서지원시스템 개편,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 돌봄 등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천막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보다 쾌적한 스터디카페에서 숙제하는 학생이 더 불행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웃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녀에 대한 기대, 교사에 대한 기대, 학교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고 이상적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어떤 분이 “6.25 전쟁 시절 천막치고 포탄의 상흔이 남은 공간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라고 하시면서 “요즘엔 호텔 같은 스터디카페도 있는데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씀하는 걸 들었습니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른 것이지요. 상대적 박탈감의 세대에게 절대적 박탈감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교육에 전해준 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정책을 펼쳤으면 합니다. 학급당 인원 감소, 교원 증원, 학교 전체 정원 감소, 그리고 사회정서학습 지원, 학부모교육 지원 등이 그것이죠.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 특별한 소속감을 주는 곳입니다. 타임 푸어를 겪으며 학원과 학교, 가정이 생활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학교는 가장 중요한 최후의 보류 입니다. 그런 사실을 정부건 사회건 모두 명심했으면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학생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학생들도 배우려면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하며, 알고 있는 것을 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이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학습의 기본적인 절차다.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여 처방하고 치료과정을 보면서 완치여부를 확인한다. 하물며 병을 치료하는데도 이런 필수적 절차를 거치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모르고를 왜 알아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 학부모들은 자녀가 기초학업능력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어느 능력이 뛰어나고 부족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공인되지 않은 검사결과로 자녀들의 능력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결과는 학생이 100명 중 몇 번째에 위치하는지의 등위나 서열도 알게 할 수 있다. 이는 부수적 기능이지 주목적이 아니다. 이 기능만 강조하여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로 비난하는 것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을 오도하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모든 학생이 검사를 한번 치러 버리고 마는 시험이었다면,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판단하고 학습결손을 분석하여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보정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이다.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은 학생에게 가르친 내용의 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잘 모르는 부분이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파악한 후, 보충학습을 실시하여 학습결손을 방지하는데 있다. 한번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다음 학습이 가능하지 않아 학습결손이 누적되고,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진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래서 필요할 때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여 그때그때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지하면 학생들은 평가준비를 위하여 복습하게 될 것이고, 교사나 학부모들도 관심을 두게 된다. 즉 평가방법의 하나인 시험은 학생들을 공부하게 하는 교수적 기능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하락하고 있다 동일한 학습수준을 지니고 있는 두 집단에 한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고, 다른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평가를 실시한 집단의 학업능력이 그렇지 않은 집단의 학생들 학업능력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다.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예전만 못하고 얼마 전까지 발표한 국제학력비교 연구에서도 기초학업능력의 국제적 등위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만 15세인 중학교 2·3학년 학생에게 실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의 2012년과 2018년도 발표결과를 보면 읽기는 1~2위에서 2~7위로, 수학은 1위에서 1~4위로, 과학은 2~4위에서 3~5위로 하락하였다. 국제평가협회(IEA)에서 실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도 2011년과 2019년 발표결과,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수학은 2위에서 3위, 과학은 1위에서 2위로 하락하였다. 중2의 경우 수학은 1위에서 3위로, 과학은 3위에서 4위로 하락하였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국제학력 비교에서 기본학습능력의 국제적 서열이 하락한 것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체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학습보정도 소홀히 한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 증가하는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 학생들, 산촌지역이나 탈북학생들의 경우는 교육기회가 적어 학습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빨리 파악하여 그들의 학습결손을 해결하여 상위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진출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학업성취도평가의 순기능이다.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하여 학습결손을 진단하고 보충수업을 함으로써 지역·계층 간의 교육격차를 줄여나가면서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학생 개인뿐 아니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우리 후손들의 기본학습능력이 부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학습교정을 위한 보충학습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가를 하지 않아 학교당국이나 학생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비교육적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떤 가정적 배경을 가졌던, 어디에 살든,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더라도 그것을 해소해 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은 소외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당국도 반감이나 반대가 심한 교육정책을 집행할 경우에는 발표 전에 그 정책의 순수한 목적이 무엇이고, 현재의 교육환경은 어떠하며, 어떻게 적용하여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을 더욱 쉽고 솔직하게 홍보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하며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반대하거나 오도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업성취도평가가 장점만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은 교사들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 교육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교사들이 학업성취도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할 것이다. 적절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정이나 보상은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고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이념적 관점이 다른 경우가 있더라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학생들을 위한 길이 무엇이며,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문해력이 최근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흔히 문해력은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혹자는 ‘남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능력이고, 나아가 ‘나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나’를 고민하고, 주변인과 대화하는 능력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정남환, 2021). 하지만 이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면 문해력 저하의 원인분석이나 문해력 증진방안 제시의 초점이 흐려지므로, 이 글에서는 ‘타인의 글을 읽고 이해(필자 의도파악 및 해석 포함)하는 능력’으로 좁혀서 사용하고자 한다. 또한 성인이 아닌 청소년 문해력에 국한하여 논의하고자 하며, 따라서 갖춰야 할 문해력 수준은 학교급별 혹은 연령대별로 달라야 함도 전제로 한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별 대책 OECD가 시행하는 국제학력평가 읽기영역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2006년 1위에서 2015년 7위, 2018년 9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교육부가 시행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중학교 3학년 국어를 기준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2017년 2.6%, 2018년 4.4%에서 2020년 6.4%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청소년 문해력 저하 원인은 세대차론, 공교육 책임론, 상황론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원인별로 대책까지 간단히 살펴보자. 가. 세대차론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낮다며 제시한 대부분의 예는 사용하는 어휘나 문법의 세대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청소년들의 문해력 자체가 성인보다 낮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세대차론이다. 일상생활에서 접해보지 못한 단어를 만나면 우리 뇌는 이미 알고 있는 유사한 단어를 떠올리며 뜻을 유추하게 된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사흘’과 ‘4일’, ‘금일’과 ‘금요일’, ‘심심한 사과’ 등은 세대 간 사용 어휘 차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젊은 세대는 사흘이라는 용어 대신 주로 삼(3)일을, 금일 대신 오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심심한 사과라는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의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할 때, 그리고 대중을 대상으로 글을 쓸 때에는 청소년도 염두에 두며 널리 쓰이는 어휘를 활용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 사용하는 단어는 극히 제한적이어서 글마저 일상용어 위주로만 쓰게 된다면 우리말 중에서 사용 가능한 어휘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말 표현력을 줄여, 기존 어휘 대신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야 하거나 아니면 외래어를 차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용어 위주로 글을 쓰더라도, 꼭 필요한 단어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들이 익혀가며 문해력을 향상시키도록 자극할 필요도 있다. 물론 그 글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교과서인지, 아니면 학술논문인지에 따라 전문용어 사용 수준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나. 공교육 책임론 공교육 책임론은 그동안 한자교육 소홀, 독서교육 소홀, 배움중심교육과 활동중심교육에 대한 오해로 인한 인지교육 소홀 등 공교육이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불러온 주원인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1) 한자교육 한자교육과 문해력 관계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팽팽하다. 하지만 문해력 저하의 한 원인이 어려운 한자어에 대한 학습부족임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해’의 상대어는 ‘문맹’이다. 과거에 문맹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다 보니 소리글자인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맹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글은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는 표음문자(表音文字)이고 익히기도 쉬워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우리 글을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말과 글이 서로 다른 나라, 특히 한자와 같은 표의문자(表意文字)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말소리와 글자가 일치하지 않기에 글자 하나하나를 익혀야만 읽고 뜻을 깨달을 수 있기에 문맹률이 높아지게 된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중국의 한자와 한문을 빌려와 우리말을 글로 기록했기에 한문공부를 하지 않은 대부분 사람은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신라시대에 한자를 차용하여 이두문자라는 것을 만들어 말과 글을 어느 정도 일치시켜보려 했던 것은 문맹률을 낮추기 위함이었다. 표음문자라고 하더라도 영어처럼 한 알파벳이 여러 가지로 발음되는 문자의 경우에는 문맹률이 높아지게 된다. 미국대학에서 수업을 받으면 첫 시간에 교수가 학생들 이름을 부르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발음하는 학생 이름은 출석부 옆에 발음기호를 적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어권에서는 알파벳으로 적혀 있기는 하지만 라틴어·불어·독일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되던 단어(발음과 알파벳이 일치하지 않는 외래어)가 들어오면서 문자와 소리가 다른 단어가 많아지게 되었다. 이런 단어들은 따로 외우지 않으면 알파벳을 깨우쳤더라도 제대로 읽을 수가 없고, 따라서 뜻도 알기 어렵다. 가령 영어로 식당은 레스토랑인데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레스타우란트(restaurant)이다. 알파벳을 뗀 사람이라도 이 단어의 철자를 따로 외우지 않았다면 그것을 레스토랑으로 읽을 수 없고, 따라서 글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즉 영어는 이처럼 단어의 철자를 외워야 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소리와 글자가 일치하는 한글로 말을 적기에 구개음화·연음법칙 등 몇 가지 발음법칙만 깨우치면 철자를 외우지 않아도 읽어낼 수 있고, 그 결과 문장의 뜻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말로 식당은 말과 문자가 일치하기에 한글만 깨우치면 ‘식당’을 ‘식당’이라고 읽을 수 있고, 그렇게 읽으면 우리 뇌는 곧바로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문해력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외국인의 우리말 공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 초·중등학생과 젊은이 중에서 한글을 깨우친 외국인들처럼 책을 읽을 줄은 알지만, 뜻은 이해하지 못하고, 말을 들으면서도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곡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은 이유는 교과서에 사용되는 어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읽으면서도 뜻을 모르는 어휘가 주로 한자어이다 보니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한자에 익숙해야 한다는 논리가 서게 되었다. 실제로 교과서를 포함한 전문서적은 주로 한자어인 해당 분야의 학술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 결과 초·중등 교과서에는 아주 많은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다. 교과서에 쓰인 한자어휘 중 상당수는 일상 대화와 거리가 먼 전문적인 용어여서 글을 읽을 줄 알더라도 그 뜻을 바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국립국어원장을 역임한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2004)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8종의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 쓰인 한자어는 12,787개이고, 누적 출현 회수는 223,500회이다(표 1 참조). 최근에는 조금 줄었을 수도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낯선 단어가 한두 개이면 전후맥락을 보아 뜻을 짐작할 수 있지만, 모르는 단어가 여러 개 중첩되면 외국인과 유사하게 읽을 수는 있으나 그 뜻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 문제를 겪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김승호 전 함평교육장과 전광진 전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장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한자가 병기된 우리말 사전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찾아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한자에도 관심을 가져보도록 유도하면 한자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휘력이 증진되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어휘도 더 풍요로워지고, 문해력도 향상될 것이다. 전광진(2006) 교수가 제시한 한자어 교수·학습법(LBH 교수·학습법)을 비롯해 어려운 한자어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기법들도 보탬이 될 것이다. 2) 그 외 학교교육 방향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문해력 문제는 청소년이 소속 학년 혹은 연령대에 적합한 어휘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 생긴다. 학년 혹은 연령대에 적합한 어휘력 수준을 정하는 것은 학계·교육계 그리고 사회이다. 이들 사이에 인식차가 너무 크다면 그 인식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독서교육과 글쓰기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문해력은 향상될 것이다. 독서는 아날로그 책으로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익숙한 디지털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배움중심교육을 시키더라도 기본개념과 어려운 어휘학습은 교사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배움중심이라고 하여 학생들 스스로 기본개념과 많은 어휘를 터득하도록 유도할 경우, 많은 학생은 학습 비효율성을 경험하면서 학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일종의 방치이고, 이는 계층 간 문해력 격차 심화로 나타날 것이다. 교과서에서 마주치는 단어가 꼭 알아야 할 어려운 한자어일 경우, 영어단어 뜻을 익히듯이 따로 시간을 내어 익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학생들도 일상 속에서 새로운 단어를 접할 때마다 인터넷이나 앱 사전을 꺼내어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어휘력을 향상시켜 가야 문해력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 상황론 문해력 저하의 또 다른 원인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라는 현재 상황을 들기도 한다. “2014년 5월 초 미국정신과협회(APA)의 연례대회에서는 인터넷 중독 장애를 보이는 청소년은 뇌에 비정상적인 특징이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두 건의 실험이 아닌 최근 연구 13건을 종합한 결과였다”(임동욱, 2014). 긴 호흡의 글을 읽고 해독하기 위한 문해활동을 위해서는 뇌가 장시간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 중독으로 뇌가 변형된 경우 그러한 집중은 어려워진다. 각종 동영상 시청시간 증가로 인한 독서시간 감소, SNS상의 짧은 글 읽고 쓰기로 인한 긴 글 독해력 저하, 팝콘 브레인 효과(임동욱, 2014)로 인한 긴 글에 대한 인내력 급감 등등을 관련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반대 주장도 있다. 핀란드교육연구원의 카이사 레이노는 2014년 ‘문해력과 정보통신기기 사용의 상관관계라는 연구논문에서 “컴퓨터 사용이 전통적인 문해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만 15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수행한 이 연구에서 레이노는 “오히려 디지털 기기가 다양한 상황에서의 문해력을 키우는 데 좋다”고 했다(정유미, 2015). 온라인에 있는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며 학생들은 ‘사회적 맥락 속 읽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연구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수·학습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 연구가 보여주듯이 교육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경우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우려하고 있고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교수·학습과 무관한 디지털 기기 사용 및 다양한 동영상 시청시간 급증으로 인한 ‘글 읽고 생각하며 쓰는 시간’의 감소, ‘긴 호흡의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할 기회 감소’ 등으로 나타나는 문해력 저하 현상이다.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동영상 시청시간을 조절할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동영상 시청과 문해력 향상이 연결되도록 수동적인 시청이 아니라 적극적인 시청, 즉 시청 후 책을 읽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요약, 주제 파악, 논점 정리, 토의·토론 등의 활동을 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나오며 문해력 논쟁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세대와 개인 간 사용하는 어휘 차이의 발생 이유를 깨닫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다. 개인과 집단이 공감과 소통능력을 높이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의 기초가 되는 어휘력, 글쓰기, 말하기 역량 강화를 위해 개인과 학교 및 사회가 노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자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각자가 자기의 관심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가 마주치는 학생과 젊은 세대, 그리고 기성 세대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뭔가 하나라도 실천에 옮긴다면 반드시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상대가 기울이는 노력이 더욱 효과적이 되도록 서로 도울 때 우리 학생만이 아니라 기성 세대의 문해력과 사회의 소통력은 향상될 것이다.
꼭 40년 전이다. 그때 나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내 생애 처음 연구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내가 연구소의 연구원이 된 데에는 약간의 우여(迂餘)와 곡절(曲折)이 있다. 교직에 만족하며 학생들과 잘 지내는데 선배의 권유가 나를 흔들었다. 교육방송(EBS)에서 PD를 공개채용하는데 응시해 보란다. 대학 시절, 방송에 살짝 빠져서 학점을 아래로 깔고 지냈던 나에게는 유혹이었다. 교직도 너무나 좋은데 어떡하나. 일단 시험을 치며, 마음을 다독거렸다. ‘그냥 한번 시험만 쳐 보는 거다. 합격이 되더라도 안 갈 수 있어. 불합격이면 그것도 절대 나쁘지 않아.’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딱 한 사람을 뽑았다. 그런데 그게 나였다. 결정을 계속 유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조금은 불안하게, 선생에서 PD가 되었다. 당시는 교육방송이 한국교육개발원이라는 국가연구소에 속해 있었다. 연구소 분위기가 나에게 모종의 자극을 주었을까. 방송 제작일을 하면서, 나는 내게 공부와 연구가 더 필요함을 깨달았다. 나는 대학원 진학과 더불어 PD에서 다시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원이 되었다. 연구원이 되긴 했지만, 나는 ‘교육연구’를 하겠다고 일찍 뜻을 품은 교육학 전공의 친구들과는 달랐다. 나는 연구직을 포부로 품고 연구원이 된 건 아니었다. 나는 ‘어쩌다 연구원’에 가까웠다. 그래서 직무에 바짝 매달렸지만, ‘연구를 잘 모르는 연구원’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날은 아침부터 조바심이 일었다. 내가 처음으로 맡은 연구(survey) 프로젝트의 승인 결재를 받는 날이었다. 내가 맡은 조사연구란 비교적 단순한 연구이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긴장이 따라붙는다. 오전 10시 30분, 나는 연구본부장의 방으로 가서 일단 부속실에서 대기한다. 본부장은 기관 조직상 내가 속한 부서의 최상급자이다. 내 순서가 되어 들어간 나는 연구내용과 설문 설계를 본부장 앞으로 내어놓는다. 본부장은 연구내용을 일별한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만든 설문 설계를 한참 들여다본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본부장은 창가에 있는 회의용 테이블로 나를 데리고 간다. 그도 내 맞은편에 앉으며, 연구 프로젝트 준비하느라 수고했다는 덕담을 건네신다. 나는 조금 긴장을 풀었다. 그는 부속실 여직원을 불러서 내가 가져간 ‘설문 설계’를 복사해 오라고 한다. 나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직원이 복사 서류를 가지고 들어오자, 본부장은 이렇게 지시한다. “지금부터 여기 내 방에 아무도 들이지 말 것, 날 찾으면 부재중이라고 하세요. 지금 결재받으러 오는 사람은 이따 오후 2시에 오라하고, 전화로 누가 나를 찾으면 두 시간 뒤에 다시 걸어달라고 하세요(그때는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다).” 본부장은 설문 설계를 어떻게 했는지 나에게 설명해 보라고 한다. 나는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진다. 본부장은 미국에서 박사를 하고 귀국한 매우 실력 있는 교육평가 전공의 교육학자이다. 나는 주눅이 들었으니 요령부득의 설명을 했으리라. 그는 나의 설명을 참을성 있게 청취하며 무언가 메모를 부지런히 했다. 본부장은 설문 설계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나무라는 것이 아니니, 마음에 부담을 풀고, 함께 설문지 설계 공부를 해 보자 했다. 그때부터 본부장의 ‘설문조사법’에 대한 일대일 강의가 시작되었다. 본부장은 나를 인간적으로 배려했다. 문학 쪽 공부를 한 사람이니 언제 교육연구방법을 접한 적이 있었겠느냐. 잘 모르는 것 이해한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교과교육 전공 연구원들이 처음에 겪는 어려움일 수 있다. 그러면서 나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교재는 내가 잘못 만든 ‘설문 설계’, 바로 그거였다. 그는 내가 만든 구체적인 설문 문항에 대해서도 요모조모 질문을 한다. 그의 질문은 일종의 산파술 같은 화법이다. 무언가 나를 깨우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질문이다. 고밀도의 집중과 효율적인 소통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날 처음으로 조사연구는 설문과 인터뷰 설계가 연구의 질을 결정함을 체득하였다. 시간이 잠깐 지나갔다.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본부장은 내 연구의 설문 설계를 다시 해서 가져오라며 나를 보내 주었다. 생애를 두고 기억되는 참으로 인상적인 ‘개인 레슨’이었다. 그날 나에게 이렇듯 감동적이고도 너그러운 ‘개인 레슨’을 베풀어 준 나의 본부장을 여기에 공개한다. 그분은 박도순 교수님이다. 뒤에 고려대학교 교수로 근무하시면서 국립교육평가원 원장을 하시고, 이어서 새로 출범한 교육과정평가원의 초대 원장을 하셨다. 몇 해 전 교회의 교육프로그램에 재능기부 방식으로 강좌 하나를 맡았다. 강좌명은 ‘자서전 쓰기’였다. 강좌 이름을 보고 부담을 갖는 분들이 많았다. 자서전은 대단한 분들이나 쓰는 걸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문제였다. 주일 낮 예배가 끝난 뒤 오후에 1시간 반 정도 진행하는 강좌인데, 모두 네 분이 수강생으로 등록하였다. 한 분을 제외하고는 나보다 연배가 위였다. 그런데 이 강좌는 첫 번째 강의 후 위기에 봉착했다. 다양한 경험과 왕성한 발표 욕구를 가진 70대 할머니가 골절상을 입어 출석이 어렵게 되었다. 이어서 또 한 분이 교회의 다른 직무를 맡게 되어서 수강이 어렵단다. 이제 두 사람이 남았다. 한 분은 1938년생 그해 팔순이 되는 A 어르신이다. 이분은 일제 강점기 평양 근교에서 태어나 6.25 전쟁 때 열세 살 소년으로 죽을 고비를 넘고 월남한 분이시다. 전쟁통에 전전하다 초등학교를 마친 것이 그의 학력이다. 이 강좌에 놀라울 정도의 열성으로 꾸준히 원고를 써 오신다. 다른 한 분은 기업의 CEO를 역임하신 B 대표이다. 그는 자신의 전문활동을 담은 자서전을 이미 출판한 바 있다. 암 투병에서 암을 이기고 새로운 가치로 세상을 살고 있다고 했다. 내 강좌는 이 두 분을 상대로 해야 하는데, 두 분이 너무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어서 운영이 어려웠다. CEO 출신인 B 대표가 제안한다. 자기는 그냥 참석만 해서 듣기만 할 것이니, 팔순의 A 어르신 저분을 중심으로 강의를 해 달란다. 저렇게 매주 어렵고 드문 체험을 담은 원고를 계속 써 오시는 의욕을 존중해 드리기로 하잔다. 자기로서는 A 어르신의 험난한 인생을 경청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겠다고 하신다. 참으로 착한 마음이시다. 이렇게 해서 강의는 두 분이 나오시기는 하지만, 사실상 A 어르신과 나의 1:1 강의가 된 셈이다. 이번에는 내가 가르치는 ‘개인 레슨’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A 어르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사건 별로 일단 한번은 말씀으로 하게 하시고, 그것을 글로 써 오도록 하고, 그 써온 글을 두고 문장과 어휘, 내용과 표현, 감정과 정서 등을 함께 생각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A 어르신은 문장을 생산하고 문단을 구성하는 능력이 모자랐지만, 자신의 젊은 시절을 재생하려는 글쓰기에 대한 집념은 정말 대단했다. 한 주 한 번의 대면강의로는 충분한 지도를 받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평일에도 전자메일로 글을 보내오고, 전화통화로 나의 검토와 수정의견을 청취하려 하셨다. 나는 그 성의에 감복했다. 물론 그의 최종 원고는 내가 촘촘히 문장을 다듬어 드림으로써 완료되었다. A 어르신은 태어나서 군대를 마칠 때까지의 25년 인생을 기록해 두려고 했다. 종강은 7월 초에 했지만, 그는 어떻게 해서든 이 기록을 책자로 만들어 추석에는 자녀들과 친지들에게 돌리겠다고 했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 그에 대한 나의 ‘개인 레슨’은 9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나는 송파구청 부근에 있는 제본소를 물색하여 책을 제본하는 일까지 맡아 주었다. 제목은 전란의 세월을 뚫고, 시련의 청춘을 넘어라고 내가 지어드렸다. 총 92페이지 분량이었다. A 어르신은 모두 70부를 제본하여 책을 만들어 갔다. 그가 책을 받아 가던 날, 소년처럼 기뻐하던 그를 잊을 수가 없다. 추석이 지나고 그는 우리 부부를 조용한 한식당으로 초대하였다. 나의 ‘개인 레슨’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며 열두 살 아래인 나에게 선생님 대접을 한다. * ‘개인 레슨’은 교수와 학습의 개별화를 이상으로 하는 현대교육의 지향점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이 말이 지금은 ‘사교육 과외’라는 왜곡되고 비틀린 개념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이 말을 우리는 제 자리에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교육이 인격과 인격의 소통, 존재와 존재의 상호 일깨움이라는 명제를 건강하게 회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일제 잔재 용어인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된다. 한국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회장 이경미),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회장 최진숙)는 12월 2일까지 온라인으로 ‘유아교육 현안 해결 촉구 청원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청원과제는 ▲유치원 명칭 ‘유아학교’로 변경 ▲학급당 유아 수 감축 ▲국‧공‧사립유치원 균형 지원방안 마련이다. 이들 단체는 “현행 유아교육법 제2조는 유치원을 ‘학교’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무시한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유치원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유아학교’로 전환해 학교로서의 유아 공교육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995년엔 일재 잔재인 국민학교 명칭을 초등학교로 변경한 바 있다. 학급당 유아 수 감축도 요구했다. 지난해 5월 전국 유치원 교원 46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학급당 적정 유아 수는 ‘16명 이하’라는 답변이 28.9%, ‘14명 이하’ 23.6%, ‘12명 이하’ 24.9%로 16명 이하여야 한다는 답변이 77.4%나 됐다. 학급당 유아 수가 많을 때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실내 교육활동 및 체험학습 운영 어려움’, ‘안전사고 발생 증가’, ‘감염병 확산 및 대응 어려움’, ‘유아 간 갈등 및 학부모 민원 증가’ 순으로 나타났다. 교총 등은 “유치원 교원정원 산정기준을 ‘교원 1인당 유아 수’가 아닌 ‘학급당 유아 수’로 변경해야 한다”며 “유아의 개별적 성장‧발달 지원, 놀이중심 교육과정 운영, 안전사고 예방 및 감염병 대응 등을 위해 과밀학급을 해소하고 학급당 적정 유아 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립유치원 시설 개선 및 교육과정 개발, 단설유치원 확대 등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 이행을 담보하고, 유아교육 무상화 및 질 제고를 위해 국‧공‧사립유치원에 대한 균형적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3단체는 12월 이후 기자회견 개최, 국회 및 교육부 대상 청원 결과 전달 등 다양한 활동을 펼 예정이다.
"사회적으로 생태환경교육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학습 자료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수업 시간에 할 수 있는 생태환경 교육 자료를 제작했습니다." 지난달 23일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제53회 전국교육자료전은 우리 사회의 이슈를 주제로 삼은 출품작이 주를 이뤘다. 특히 올해는 생태 전환교육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고,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신현·주한솔·유준영 교사가 제작한 ‘우리들의 생태환경 이야기’를 비롯해 과학, 사회, 인성교육·창의적 체험활동, 유아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생태 전환교육을 돕는 자료가 출품됐다. 국어 분야에서는 한글 교육과 문해력이 화두였다. 최근 기초학력 저하 문제 등으로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한글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김경신·김태진·장은서·남가연 교사는 ‘문해력이 뭐지? 문해력이 필요할 땐 M.E.R.G.E 놀이터’를 통해 학생 수준에 맞는 단계별 자료를 개발했다. AR과 VR을 활용한 가상세계를 구축해 배운 내용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이해하게 도운 점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도 학교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아이디어 삼은 작품이 출품됐다. 특히 코로나로 외부 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했던 경험, 등교가 어려웠던 경험을 녹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자료가 많았다. 미술 분야 출품작 ‘능동적 미술 감상 태도를 함양하여 작품에 쏙 빠져드는 교실 쏙(SSOK) 미술 감상 세트’(곽규태·신지호·강준현·이지은 교사)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미술 감상 활동을 할 수 있게 구성했다. 기존 교과서와 멀티미디어 자료, 놀이자료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자료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심사위원들은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자료들이 돋보였다"면서도 "기존 자료와의 차별성, 자료의 완성도, 교과별 특징과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 등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국어(한문)= 국어 과목은 교육 자료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아 한글과 같이 기초 학습에 필요한 자료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나온 자료와 차별화해 실제 활용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도덕=교육환경 변화에 맞춰 제작된 자료가 다수였다. 도덕과의 교과 특성과 본질에 관한 충분한 연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정밀하고 기능이 우수한 자료 만들기에 힘을 쏟는 바람에 목적을 잃어서는 안 된다. ▲사회(역사)=급변하는 교육 현장에 적용 가능한 창의적인 자료들이었다. 다양한 영역이 포함된 사회 교과는 영역 간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출품작 모두 사회 교과의 특징을 반영한 창의 융합 자료라고 평가한다. ▲수학=체험 탐구 중심의 도형 측정 영역 교구와 온·오프라인 연계가 용이한 메타버스 플랫폼 자료가 주를 이뤘다. 수학과 교수·학습 자료는 수학적 개념과 원리에 직접 연관되고 교수·학습활동의 피드백까지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자료 제작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과학=수업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면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반대인 경우가 있어 아쉬웠다. 자료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 교사와 자료의 완성도를 높일 기능을 갖춘 교사가 협업하면 좋겠다. ▲실과(기술·가정)=단순한 지식의 이해나 기능(실습) 위주의 작품이 아닌 사고력과 창의성을 증진할 수 있는 자료 개발이 요구된다. 또 다양한 수업을 구성하고 수업에 적용 시 학생과 교사의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는 모듈형 자료 개발을 통한 질적 개선을 기대한다. ▲체육=어떤 자료든 중요한 것은 교사의 반성적 실천 과정이 엿보이는가다. 수업하면서 느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수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의 정교한 결과물로서 자료가 제작돼야 한다. ▲음악=코로나 상황 속에서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학생들이 음악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악기를 대신할 다른 교구를 제작하는 활동도 의미 있지만, 음악 지도에 도움이 되는 방법 등에 대한 고민도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 ▲미술=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고 작품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돕는 감상 자료가 개발돼 감상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미술관 체험을 대신할 콘텐츠는 미술 감상 방법의 다양화, 흥미로운 체험형 미술 감상, 문화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초등 영어교육의 특수성과 EFL 환경 속에서 처음으로 영어를 시작하는 학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온라인 학습뿐 아니라 오프라인 학습이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는 영어교육 활동 자료 개발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수교육=AI 기반 자료와 장애 학생의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본질적인 고민을 담은 자료가 제출됐다. 다만, 기성 제품과의 차별성 측면에서 다소 참신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자료를 만든 재료의 특성상 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 보였다. ▲유아교육·통합교과(초등)=탄소중립을 주제로 한 자료가 대세였다. 특히 유치원 교육과정과 연계해 1·2학년 신체활동 자료를 개발한 점이 돋보였다. ▲인성교육·창의적체험활동= 보드형 게임, 카드 게임 등 흥미 중심 자료가 특징이지만, 기존 자료와 차별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일부 자료는 저작권 등록이 필요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일반자료=일선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 우수한 작품들이다. 특히 흩어져 있는 기존 자료들을 정선하고 정리해 창의성 있게 제시한 점은 일반화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미래직업교육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직업계고 발전방안 모색에 나선 한국교총이첫 행보에 나섰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4일 경기기계공고를 방문해 직업계고가 처한 현실과 어려움에 귀 기울였다. 이 자리에는 신승인 경기기계공고 교장(한국공업고교장회)과 이기우 교감을 비롯한 교원들과 이상종 광운인공지능고 교장(미래직업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현장의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현장 교원들은 코앞에 다가온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부터 토로했다. 조성덕 경기기계공고 미래기술센터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제조업 기피 현상 등으로 신입생 모집부터 쉽지 않다"면서 "학교와 교원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경제 논리로 직업교육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기우 교감은 "3차 산업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로 봤을 때 뿌리 산업과 같다"면서 "특성화고가 미달이니, 줄여야 한다는 경제 논리가 아닌 실질적인 지원과 정책을 통해 학생들에게 특성화고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시 전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승인 교장은 "특성화고는 단순 기능인을 기르는 게 아닌 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라며 "현재 1퍼센트대 수준인 동일계 전형을 5~10퍼센트대로 확대하고 선취업 후학습 제도 등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와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도 주문했다. 이문재 교사는 "직업교육의 성공적인 모델이 존재하는데도, 부정적인 부분만 두드러지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학생, 학부모가 이런 다양한 사례를 알 수 있게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가람 교사도 "독일과 스위스 등 나라에서는 학생들의 능력을 키워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인식이 깔려있지만, 우리나라는 노동력으로만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학생들이 제대로 대접받으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게 사회적인 합의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통의 자리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정책으로 만들어져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등에 제안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중·장기 과제로 나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총은 지난달 28일에는 한국직업교육학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박종운 한국직업교육학회 회장(국립부경대 교수) 등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후속 조치와 현장 지원방안 ▲직업계고와 일반계고 간 디지털 격차 해소 ▲저출산·고령화 시대 지방소멸 지역의 직업계고 지원대책 ▲직업교육특별법 제정 ▲직업계고 취업 활성화 ▲직업계고 중등교원 임용 격년제 보장 등 현안에 관해 설명하고 교총의 협조를 구했다.
지난 10월 25일 한국교총은 윤석열 정부를 대상으로 첫 번째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이번 교섭은 역대 교섭과 분위기와 내용이 사뭇 남다르다. 우선 교섭안의 분량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2018~2019 교섭은 32개 조 43개 항을, 2020~2021 교섭에서는 44개 조 87개 항을 제안한 반면, 이번 교섭은 75개 조 120개 항을 요구해 역대 가장 많은 교섭 요구안을 담았다. 팬데믹으로 무너진 교육력을 회복하고,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다층적으로 교섭안을 모집하고, 40여 명이 넘는 다양한 배경의 검토위원단이 수차례 회의를 거쳐 현장 요구를 집대성했다. 역대 최대 분량의 교총 제안 최우선 과제로 생활지도법 마련을 내세우면서, 수업 방해에 무력한 교단을 바로 세우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동 과제는 교총에서 직접 법안 초안을 마련해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 활동을 벌인 결과, 발의까지 이뤄진 바가 있다. 이번 교섭에는 생활지도법의 조속한 통과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을 주요 골자로 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원의 교육활동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침해받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교원에게 업무용 전화번호 서비스 도입, 휴대폰 등 통신매체로 인한 교권침해 방지 가이드라인 마련,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1학교 1노무사 배치 등 교권보호를 최우선으로 했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도입, 유치원의 유아학교 명칭변경, 교원평가·차등성과급제·무자격교장공모제라는 대표적 3대 ‘원성’정책의 폐기 등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정책과제들도 교섭안에 포함했다. 무엇보다 교사가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없도록 만드는 비본질적 행정업무의 폐지를 위한 관련 업무매뉴얼 마련과 기존 행정업무 및 각종 학교에 부과된 사업에 대한 일몰제 도입 등을 교섭과제로 제안했다. 교원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초등담임교사 수업부담 경감을 위한 교과전담교사 배치기준 개선과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단위의 보결전담 지원인력풀 구성, 학교지원체제 구축, 소규모학교 부장교사 인원 확대, 사립교원 인사교류 활성화 등 지나치기 쉽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과제들도 빠짐없이 담았다. 교원처우 개선 과제로 사실상 20년간 동결되다시피 한 보직·담임수당의 인상과 교감 직책수행경비 신설 등 제 수당의 현실화, 물가상승률에 비례한 교원보수 책정, 합리적 기준 없이 차별받고 있는 교원연구비 상향 평준화와 함께 교원보수위원회 설치 등도 포함됐다. 교육계의 바람과 열망 집대성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를 위한 단계적 해결방안 제안도 눈에 띈다. 학생교육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당연히 지켜야 할 가치지만, 지나치게 제한받고 있는 참정권을 회복하기 위해 유·초·중등교원의 공무담임권 보장 등 교원들이 정책입안 과정에 참여할 수 있길 바라는 여망을 더했다. 교총이 제안한 교섭안은 하나하나가 학교를 학교답게,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기 위한 교육계의 바람과 열망을 담고 있다. 이제 교육부는 교총의 교섭안을 학교의 문제점과 요구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좋은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