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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초·중·고교의 수학·영어·정보 교과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 AI 교사가 어려운 수학 문제 풀이를 개별적으로 도와주고,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영어 듣기와 말하기 훈련을 지원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모든 학생에게 맞춤 교육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사 역할도 ‘학습 디자이너’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지난 2월 ‘디지털 교육 비전 선포식’에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 실현을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디지털 시대에는 개념 중심의 지식에 더해 창의성, 인성, 비판적 사고력 등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사는 모두에게 맞춤 학습환경을 디자인하는 학습 디자이너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 적용으로 교실은 어떻게 달라질까. 학생의 학습 결과를 AI가 분석해 데이터로 보여주면 교사는 학생의 취약한 부분 및 유형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맞춤형 교육에 힘을 기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학생이 AI ‘코스웨어(교과과정과 소프트웨어의 합성어. 효과적인 교수·학습 목적으로 설계된 소프트웨어)’에서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AI가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 교사는 이를 통해 학생의 학습 수준을 파악해 개별 지도를 한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학생이 AI 코스웨어에서 문제 풀이를 하면, 교사는 학생들의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해당 개념을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가장 많은 오답이 나온 부분에 대한 개념 설명, 풀이 시간 등을 확대한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따른 수준별 그룹형 맞춤 지도 또한 가능하다. 하위그룹을 상대로 오답노트를 활용한 개별 및 그룹 지도, 보충학습을 진행한다. 중간그룹에게 문제풀이 및 질문 유도, ‘피어 러닝(Peer Learning, 동료학습)’을 할 수 있고. 상위그룹에게는 추가 문제 등을 제공해 자기주도학습력을 키워줄 수 있다. 수업시간 이후에는 보강을 위해 관련된 과제를 내거나 영상을 추가로 시청하도록 하는 등 맞춤형 보충지도 또한 가능하다. 학생의 코스웨어 활용도, 성취도 변화가 나타나게 되므로 교사는 데이터를 근거로 보상, 격려 등을 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교사의 이 같은 ‘하이터치’가 학생의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의 기술 수용과 활용, 참여의 정도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교사는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활동 상황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으므로 학생과의 커뮤니케이션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적절한 격려와 개입은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습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7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특별위원회 위촉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7일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회 위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7일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회 위촉식'에서 운영방향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교육포럼이 6일 서울시교육청 11층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김수환 총신대 교수가 '생성 AI와 미래교육'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강동우 서울공연초 교사가 'GPT기반 수업 활용 가능성과 한계'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01. 대학 신입생 시절 동아리의 한 선배는 나 같은 시골 출신 촌뜨기 신입생 후배들에게 농담조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선배는 ‘이성에게 호감 얻는 법’, 요즘 식으로 말하면 ‘작업의 기술’쯤 되는 강의(?)를 해 주었는데, 재현해 보면, 대충 이런 거였다. “야, 너희들 시골에서 서울에 오니, 서울 여학생들과 사귀고 싶지? 그런데 촌놈이라는 열등감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을 거야. 서울 물정과 서울 인심과 서울 문화에 빨리 적응해서 서울 여학생과 데이트라도 한번 하려고 할 테지만, 그런 접근은 성공하기가 어려워. 서울에 십 년을 살아도 촌티는 잘 벗겨지지 않아. 정말 사귀고 싶은 멋진 여학생이 있으면, 화려한 카페나 주점에 데려가지 말고, 그녀를 야생화 피어 있는 들길로 데려가거라. 시골 출신이 잘할 수 있는 게 뭐겠니? 그 서울 여학생에게 풀꽃 이름들을 하나씩 가르쳐 주며, 그냥 그렇게 걷는 것만으로도 그 데이트는 성공하게 되어 있다.” 우리 중에 누군가 장난기 섞인 질문을 했다. “좋기는 한데요, 그건 낮에나 가능한 데이트이지요. 저녁 시간 이후에는 산이나 들에 가 있기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좀 분위기 있는 주점이나 카페로 갈 수밖에 없잖아요?” “좋아! 도회지의 어떤 장소에서 저녁 데이트를 하더라도, 되도록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을 택하라. 카페나 주점도 그런 곳이 있잖아. 그리고는 그녀에게 별자리 퀴즈를 내면서 별자리 이름과 별들을 가르쳐 주는 거야. 이 역시도 성공률 80% 이상을 보장한다.” 누군가 다시 푸념 섞인 질문을 했다. “풀꽃 야생화, 그냥 무심히 보고 지나쳤지요. 이름 아는 게 없어요. 별자리 이름, 그거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거뿐인데, 다 까먹었어요.” 선배가 제법 준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너는, 자연 속에서 자란 시골 출신이라는 둥, 자연환경 생태가 중요하다는 둥, 어쩌고저쩌고하며 자랑하지 말아야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청년, 그런 말도 하지 말아야지. 풀꽃도 모르고 별자리도 모르고…. 네가 시골에서 살았던 너의 존재 이유는 뭐니? 너, 그러니 이런 말은 더더욱 모르겠지?” “제가 무슨 말을 모른답니까. 무슨 말을요? 말씀해 보세요. 아는지 모르는지.” “봄의 대지에 피어나는 이 무수한 풀꽃은 밤하늘 총총한 별들이 내려온 것이다.” “그게 무슨 근거가 있는 말입니까? 도대체 누가 한 말입니까?” “내가 한 말이다. 왜?” 대충 이런 말들이 오간 것 같은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냥 농담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라, 모종의 철학을 느낄 만하다. ‘작업의 기술’ 차원보다는 훨씬 심오한 그 무엇이 있다. 02. 내 고향 황악산에 봄이 온다. 괘방령(掛榜嶺) 넘어, 충청도로 가는 길, 매곡면 오곡실(梧谷室) 지나, 푸른 호수를 돌아서 산골길을 걷는다. 갖가지 풀꽃들이 걸음마다 피어 있다. 봄의 생명 기운 굽이치는 길, 아지랑이 저편으로 이어지는 길, 이 신명을 어이 할까. 발길 아래 피어서 봄바람에 흔들리는 풀꽃들 표정에 마음이 멈추어 선다. 나는 풀꽃의 이름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시골 농촌에서 살았지만(내 아버지는 시골 학교 선생님이셨다), 농사를 짓지 않아 들과 산에 바짝 다가가지 못하였다. 집에 소가 없어서, 소에게 꼴(풀)을 먹이려고 야산 등성이를 돌아다녀야 하는 축에 끼지도 못했다. 촌에 살았지만, 나의 산야(山野) 경험은 제한적이었다. 그러하니, 나무며 풀꽃이며 그 이름을 제대로 많이 안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 나는 야생의 풀꽃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부럽다. 산길 들길을 가면서는 풀과 나무, 그리고 꽃의 이름을 잘 아는 사람이 으뜸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일행에게는 선생이고 리더이고 대장이다. 그가 원치 않아도 그리될 수밖에 없다. 그런 능력은 야생화 도감을 외운다고 해서 쉽게 체득되는 내공이 아님을 나는 안다. 이제 나는 서울 여학생에 대한 열등감은 사라졌지만, 풀꽃 나무꽃 이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주눅이 든다. 그가 야생의 식물들과 몸으로 친화되어 온, 그 ‘마음의 과정’에 존경심이 드는 것이다. 야생 풀꽃의 이름은 대개 우리 고유어이다. 음미해 보면 토박이말의 묘미가 은은하다. 고유어이면서 복합어로 된 이름이 많아서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은 착각에 들기도 한다. 여러 번 이름을 들어도 그것만으로 그는 내게 다가오는 이름이 되지는 않는다. 이름 참 이쁘다 하면서도 풀꽃의 자태는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옆에서 누가 이름을 가르쳐 주면, 아! 이게 그 꽃이란 말이야? 하며 눈길을 주지만, 또 금방 잊어버린다. 이를테면 나에게는 ‘두메닥나무’, ‘변산바람꽃’, ‘봄까치풀’, ‘하늘매발톱’, ‘털별꽃아재비’, ‘꽃범의꼬리’ 등이 그런 부류에 든다. 내가 감관(感官)과 지각으로 터득하여 알아가고 있는 풀꽃 중에는 ‘은방울꽃’, ‘상사화’, ‘구절초’, ‘개망초’ ‘청노루귀꽃’ 등이 있다. 풀꽃의 이름과 존재를 온전히 알아서 부를 수 있으려면, 그와 내가 생태를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 속에서 풀꽃과 익어져 얻는 친숙함이 있어야 한다. 이는 일종의 발효과정이다. 그냥 이름만 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나는 이 단계에서 신영준 교수가 쓴 풀꽃의 비밀과 나무꽃의 비밀을 들추어 본다. 그런데 나도 아주 문외한은 아니다. 내 나름으로 친숙한 풀꽃이 있다. 자랄 때 시골 농촌에서 살며 토끼나 돼지를 먹일 풀을 뜯고, 친구들과 산딸기나 오디 열매를 따고, 군불을 지필 땔나무를 구하러 산과 들판을 돌아다니며 야생의 풀꽃들을 몸으로 친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 이름과 자태는 물론이고 자라는 생태를 구체적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풀꽃들이 있다. 이를테면 비비추·익모초·질경이·달개비·강아지풀·백일홍·봉선화·할미꽃·엉겅퀴꽃·비름 등이 그러하다. 나는 적어도 이들 풀꽃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줄 수 있다. 이들과 함께했던 생태의 기억과 몸이 쌓아 온 내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풀꽃은 무수히 많다. 안도현 시인의 짧은 시 무식한 놈에서 그 ‘무식한 놈’이 바로 시인 자신임을 토로한다. 들꽃에 무심하고 자연생태에 둔감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시이다. 그래서 내가 나를 절교한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이 어찌 안도현 시인만의 반성이겠는가. 나의 반성도 여기에 머문다. 우리 교육의 반성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03. 한국인이 가장 널리 공유하는, 그래서 우리 국민의 시적 교양을 담보해 주는 대표적 시구(詩句),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첫대목을 다시 불러와 본다. 시인은 그의 이름을 불러주라고 한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일의 소중함, 그것이 빚어내는 관계의 진정됨이 얼마나 아름다운 우주의 질서인지를 시인은 말한다. 그리고 그 ‘불러줌의 따뜻한 질서’ 안에서 비로소 존재다운 존재가 탄생할 수 있음을 말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런데 이름을 그냥 부르기만 하면 되는 걸까. 아닌 것 같다. 그의 존재를 제대로 불러줄 수 있으려면, 만만치 않은 이해의 내공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내 밖에 있는 조그만 풀꽃 한 송이라도, 그를 온전하게 불러주기까지에는 내 몸이 다가가서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놓여야 하리라. 이를테면 그에 대한 ‘생태적 이해’가 차분히 쌓여야 하리라. 풀꽃 송이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는 어떠하랴! 너를 부르기까지, 너 모르는 사이에 너에게 무수히 다가가, 나는 너를 거닐었노라. 너를 부르기까지!
학령인구 감소가 불러온 위기 최근 몇 달 동안 교육대학교의 위기를 다루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수시 입시가 끝나고 나서는 ‘교대 1차 합격한 수능 9등급…초등교사 인기는 옛말?’과 같은 기사가, 정시 입시 후에는 ‘교육대학 정시모집…13곳 중 11곳 사실상 미달’과 같은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이러한 언론보도는 현재 직면한 위기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책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조회수 경쟁을 하는 언론환경으로 인해서 많은 기사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과장된 보도를 하여 보도의 원래 취지와 관계없이 구성원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향후 입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위험성을 초래하였다. ‘사실상 미달’이라는 제목을 뽑은 수십 편의 보도내용이 대표적이다. 교육대학교는 원래 정시 경쟁률이 크게 높지 않았다. 초등교사를 희망하는, 강한 의지를 지닌 수험생들만 소신 지원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정시 경쟁률이 모두 3 대 1 이하였지만, 한 번도 실제 미달사태가 발생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 언론이 이 점을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사실상 미달’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글머리에 이 점을 언급하는 것은 초등교원 양성대학이 위기가 아니라고 항변하려는 것이 아니다. 질 높은 교사양성교육의 중요성을 진지한 관심으로, 더 나은 양성체제를 만드는 생산적 계기로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교대·초등교육과의 경쟁률 저하를 교직의 인기 하락으로 바로 연결하거나, 혹은 문제의 해법을 종합대학교에 흡수 통합하는 것에서 찾으려는 보도는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초등교원 양성 교육대학교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촉발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임용 경쟁률 저하 등 초등교원수급과 관련된 위기가 100년 만의 위기라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안정적으로 예비 교원양성과 수급 관리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공급 부족으로 임시교원양성소를 운영했던 초기를 제외하고, 오랫동안 초등교원 양성의 수요와 공급은 일정한 범위에서 잘 관리되었다. 많게는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중등교원 양성과 비교하면 이 점은 극명하다. 교원수급 관점에서 보면 중등교원 양성체제는 저출산 현상이 생기기 오래전부터 이미 만성적 위기상태였다. 과잉공급이 워낙 구조화되어 있어서 개선도 쉽지 않고 심지어 위기로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수급 관리 실패로 중등교원 양성체제는 21세기에 필요한 양질의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비해 초등교원 양성대학들은 우수한 고등학교 졸업자를 유치하여 안정적으로 교사를 길러내는 목적형 양성체제를 유지·발전시켜 왔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초등교원과 중등교원 양성체제는 왜 다른 길을 걸어왔을까? 초등교원 양성이 비교적 단일한 목적형 체제를 유지해 온 연원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중요한 이유가 건국 이후 현재까지 초등교육의 헌법상 지위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제헌헌법」을 보면 제16조에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초등교육이 무상의무교육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모든 국민의 균등하게 교육받을 기본권과 관련짓고 있다. 이것은 현행 「헌법」에도 계승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제31조 1항에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2항에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도 초등교육은 헌법상의 유일한 의무교육이다. 다른 학교급의 교육은 법률에 따라서 의무교육의 지위를 얻게 되어 있다. 초등교육은 헌법상 의무교육이었기 때문에 국가가 공적 책임을 지고 관리해왔다. 당연히 초등교원 양성도 그 연장선에서 국가의 강한 공적 책무성 하에 관리되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어렵고 성가신 일이지만, 초등교원 양성대학을 목적형으로 유지하고 양성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국가 관리형 양성체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핀란드·싱가포르 등 공교육 개혁을 선도하는 우수한 나라들은 대부분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통일된 교사 전문성 기준을 정하고 정원뿐 아니라 교원양성의 질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교육의 지방분권 전통이 강한 미국의 학자도 “미국은 중앙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교사의 질을 관리하지 않는 비전형적(atypica)l 사례”라고 언급하고 있다. 현장 연구능력을 지닌 석사 수준 교원양성의 필요성 100년 만의 위기를 맞은 교육대학교의 개혁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먼저 기본적인 원칙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도 무시할 수 없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조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조치가 질 높은 교원양성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하여 전국교원양성대학교 총장협의회는 지난 1월 18일 역사상 처음으로 교수총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초등교원 양성대학 특화모델인 ‘학-석 연계 5년제’와 ‘6년제’ 안을 바람직한 개혁방안으로 제안하였다. 이 안은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소위 ‘교전원’ 방안에 대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응답의 성격을 지닌다. 이주호 장관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좋은 모델을 찾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장협의회는 학부를 없애고 대학원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방안은 초등교원 양성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전 과목을 담당하는 초등교원의 특성상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전문대학원에서 2년을 수학하는 4+2 체제로는 필요한 교육과정을 다 수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현재 청주교육대학교는 총 135학점 중 85학점(교육실습 4학점)이 교육학 관련 과목이다. 여기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교육실습을 하는 해외 우수사례를 반영한다면 최소 3년의 대학원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인 모델이 아니다. ‘학부 4년+대학원 1~2년’이 초등교원 양성의 가능한 대안 모델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학부 없는 교전원’안이든, 총장협의회의 ‘학-석사 연계 5~6년제(안)’이든 여론의 큰 지지를 얻지는 못한 것 같다.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교육부가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개혁을 급하게 진행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이전의 개혁 시도가 여러 번 좌절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다 지나갈 것이라는 냉소주의도 존재한다. 교대 재학생들의 경우, 시범 시행 시에 해당 학생들에게는 임용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에 대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점에 더하여 필자는 학부 4년이면 교원자격을 얻는 데 충분하며, 수학 기간 연장을 통한 석사 수준의 양성체제 변화는 불필요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개혁의 가장 큰 장벽으로 보인다. 이는 일반 시민뿐 아니라 교사들도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 교사의 역할과 전문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눈높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초등교원 양성대학은 1960년대 초에 2년제 대학, 1980년대 초에 4년제 대학으로 승격되었다. 그런데 핀란드는 이미 1970년대 말부터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서 석사 수준의 교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핀란드는 그 후 40년 동안 꾸준한 개혁을 통해서 높은 수준의 교사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공교육 성공모델을 만들었다. 미국의 국립연구소에서 간행된 저서는 현재 교육양성의 세계적 추세를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핀란드는 1978~1979년까지 석사학위 과정을 설치하여 수십 년 전부터 교육개혁 노력을 시작했다. 당시 세계의 많은 다른 나라는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모든 교사에게 학사학위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핀란드는 모든 교사에게 석사학위를 요구했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많은 선도적 국가들은 이제 이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 전환에는 19세기 산업화시대 공장모델에 기반하여 설계되었던 공교육제도를 위해 마련된 교원양성시스템에서 21세기의 연구능력을 지닌 전문가 양성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4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교원양성체제를 전문적 연구능력을 지닌 석사 수준으로 승격할 필요가 있다. 개혁 시도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 아닐까 한다. 교원양성체제 개편 논의가 성공적 열매를 맺으려면 오랜만에 논의가 시작된 교원양성체제 개편이 이해집단의 기득권을 넘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교원양성체제 개편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캐나다의 교육학자 키천과 페트라르카는 세계의 교사교육을 이론지향·성찰지향·실천지향으로 나누고, 세 가지 모두를 균형 있게 교육하는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핀란드를 예시한 바가 있다. 문화적 힘과 국격을 고려할 때 한국의 교사교육도 개혁에 성공해서 세계를 선도하는 모범사례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 공교육이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모든 학생이 최대로 성장하도록 교육할 뿐 아니라 우리 교사 문화와 교사 전문성이 세계의 본보기가 되는 담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둘째, 일관된 방향을 지닌 점진적인 개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비전을 구체화하는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 로드맵이 있어야 하며, 광범위한 소통을 통한 합의와 갈등관리도 필요하다. 그리고 제도가 정착되려면 국회 입법을 통한 안정적인 제도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여야는 당리당략을 넘어서서 초당적인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정원 관리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정원 관리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으나, 우수한 교원양성체제 유지를 위해 정원 관리는 본질적으로 중요한 수단이다. 예컨대 법학전문대학원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원인을 한 가지만 뽑으라면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원래 의도했던 정원 설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 교사교육 개혁의 성공사례 중 하나인 웨스트버지니아 주립대학의 경우 의대 모델을 적용한 5년제 석사과정으로 양성체제를 개편하면서 개혁 초기에 250명의 입학생 수를 120명으로 줄여서 운영하였다. 매우 어려운 이 결정은 양보다 교사양성의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학령인구 감소의 시대에 우리 정부도 기존의 정책에서 탈피하여 교사양성의 질과 수월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정원 관리정책과 재정적 지원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임용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우수한 인력이 초등교원을 희망하는 현재의 장점을 살리면서 필요한 개혁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다. 이런 모든 개혁이 성공을 거두어 우리 공교육이 21세기 환경에 맞는 새로운 모델로 거듭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사례가 되기를 뜨겁게 소망해 본다.
알파고가 출현하여 세상을 한번 흔들었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로 AI·드론·로봇·무인자동차·빅데이터가 회자되더니, 드디어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봇(Chatbot)의 하나인 챗GPT가 등장하였다. 챗GPT로 인공지능의 효력을 직접 경험하면서 놀라움과 불안 그리고 조심스러움이 섞여 있다. 실제 OPEN AI의 챗GPT가 2022년 11월 30일 공개된 이후 5일 만에 사용자 수 100만 명, 40일 만에 천만을, 그리고 3월 현재 1억 5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현상에 비추어 챗GPT가 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인간 이상의 학문적 역량을 갖출 것으로 판단되는 챗GPT가 학교현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나아가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 그리고 학제, 입학제도, 초·중등학교와 대학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새교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성태제 이화여대 명예교수에게 챗GPT가 우리 교육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성 명예교수는 “AI의 등장으로 학습자를 교수자가 의도한 대로 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그들이 찾아가게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챗GPT와 교육의 변화를 주제로 언급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챗GPT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보면 첫째, 교육과정의 변화이다. 정형화된 교육과정은 없어지고, 교과목 간의 칸막이도 없어져 융합적인 교육으로 발전하게 된다. 현재의 중등 교육과정도 초등 교육과정과 유사하게 융합적인 교육으로 변화된다면 학제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개인화 교육과정으로 개인의 흥미와 적성, 그리고 관심과 진로에 따라 개인화 교육과정(individualized curriculum)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둘째, 교수와 학습의 변화이다. 앞으로는 교수(instruction)의 기능과 교수법은 약화되고 정보검색 방법에 대한 기술이 발전할 것이고, 탐색한 정보를 선택하고 비교·분석·평가·종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수집된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자기이해학습(self-awareness learning)이 강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교수와 개인학습이 더 발전될 것이다. 셋째, 교육평가의 변화이다. 상대비교평가에 의존하는 많은 평가방법이 개인을 존중하는 평가방법으로 전환될 것이다. 절대평가도 활용될 것이나 이보다는 개인 중심의 능력참조평가와 성장참조평가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능력참조평가란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고 절대적인 준거와 비교하는 것도 아닌, 학생이 자기 능력을 고려하여 능력에 비추어 ‘최선을 다했느냐’에 관심을 두는 평가이다. 이와 더불어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하였느냐’와 성장가능성에 관심을 두는 성장참조평가도 활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평가결과는 학습자가 얼마나 이해하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성장발달에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학습자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지필검사는 컴퓨터화검사로 거의 대체될 것이고,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문제가 제시되는 컴퓨터를 이용한 개인능력적응검사,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잘못 이해하고 답한 내용에 대하여 즉석에서 교정학습이 실시되는 지적능력을 갖춘 컴퓨터화검사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넷째, 학생선발 방법의 변화이다. 수능과 내신, 교육활동실적으로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정형화된 선발방법에서 유연한 선발방법으로 변화될 것이다. 수능점수에 의존한 대학의 정시모집보다는 개인을 존중하는 능력참조ㆍ성장참조평가를 하는 개인의 포트폴리오와 수행평가에 의한 학생 선발제도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학생부에 의한 수시전형 방법보다는 지원하는 학생이 해당 대학에 입학하여 얼마나 자기 능력을 펼치고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주안점을 두는 평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고비용이고, 비효율이며, 고등정신능력 발달을 저해하는 선다형의 수능시험은 소멸되면서 매우 다양한 형태의 전형방법이 고안될 것이다. 대학들은 학과·전공·계열·정원의 고정개념에서 벗어나 해당 대학이 양성할 인재가 될 잠재능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학교의 변화이다. 학교는 교육의 목적만을 위하여 지어진 건축물이라 정의한다. 인터넷이나 방송강의가 활성화되면서 건물은 필요 없게 되었다. 대표적 예가 미네르바대학이며, 국내에도 다양한 사이버대학들이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농산어촌 초등학교들은 학생이 없어 자연적으로 폐교되고 있으며, 수도권을 제외한 대학들마저도 학생 모집이 어렵다고 한다. 정보통신과학의 발달과 인구 감소는 유형적인 학교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챗봇이 활성화되면 학교가 필요 없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지역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글로컬(Glocal)대학이란 명칭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대학은 분명 글로벌라이즈한 건물 없는 대학이 될 것이다. 교육과정의 변화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생들의 학력과 경력은 그들이 결정한 개인화 교육과정에 의하여 자기이해학습을 전개할 것이기에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대학의 교양·선택·필수과목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이수학점제도 역시 필요 없게 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만큼, 필요한 만큼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대학은 융합교과나 주제에 따라 강의나 학습자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고, 초등학생부터 학년에 구애받지 않고 이런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확산될 것이다. 만약 대학이나 어떤 기관에서 제작한 교육내용이 챗GPT를 통해서 얻는 지식보다 유용하지 않을 경우는 그런 강의들도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교사(수)의 임무와 역할 변화이다. 챗봇이 제공하는 지식이나 기술보다 수준 높은 내용을 제공하지 못하는 교사나 교수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미래의 교수자는 챗봇이 제공하는 지식보다 많은 내용을 알아야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학습자가 원하는 내용의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고, 그 내용들이 어떠한지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 중요하게 된다. 아울러 가르치는 것보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 커지고, 교육자(educater)보다는 안내자(guider) 혹은 조정자(moderater)가 될 것이다. 나아가서 챗GPT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정보들을 비교·분석하고 종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면 앞에서 설명한 역할을 챗봇이 하게 될 것이고, chatboter라는 용어가 등장할 수 있다. 챗GPT의 답변을 과제물로 제출한 학습자를 평가할 때, 평가자는 복사 수준에서 과제물을 작성한 것인지, 틀린 내용을 제출한 것인지, 독창적인 내용이 있는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이런 일들이 어렵기 때문에 과제물을 작성할 때 챗GPT 혹은 챗봇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고, 학습자들이 그런 지시를 꼭 따른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교수자는 챗봇이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생각이나 일들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 뛰어난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그런 교수자들의 능력에 맞는 사회·경제적 보상이 따라야 할 것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다른 차원의 교사양성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일곱째, 교육의 정의에 대한 변화이다. 한자로 교육은 어른이 막대기를 들고 아이들이 본받도록 하며 기른다는 의미이다. Education은 잠재된 능력을 밖으로 꺼낸다는 뜻이고, pedagogy는 어린이에게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미다. 그런 뜻에서 교육은 선생님이나 부모가 이끌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AI의 등장으로 학습자를 교수자가 의도한 대로 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그들이 찾아가게 도와주는 게 교육이란 생각이다. 그에 걸맞은 단어가 무엇일지 궁리할 일이다. 지금까지 교육개혁이나 교육혁신이란 말을 너무 자주 들어왔다. 교육을 혁신한다고 요란을 떨어봐야 세상은 더 앞에 가 있었던 게 지난 과거의 우리나라 교육혁신 혹은 교육개혁이었다. 계획을 수립하다 보면 교육환경이 변했고, 이를 학부모나 학습자가 먼저 인지하였으며, 과학기술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망을 간 형편이었다. 혁신한다는 주체들이 인지하는 변화의 현상이나 미래사회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릇된 방향으로 교육이 전개된다. 앞으로 교육의 변화는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단계적으로 물길을 내주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둑으로 막아서도 안 되고, 물길을 되돌려서도 안 되며, 저 아래 이상한 곳에 저수지를 파놓고 물이 고이게 해서도 안 된다. 세상의 변화를 알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면서 앞에서 언급한 교육의 변화를 고려하여 교육을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소희들’은 반복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한때 ‘감독의 예술’로 여겨졌던 영화는 복합예술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끊임없는 협업을 요구했고, OTT(Over The Top,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확장하면서 자본의 영향력은 한층 강력해졌다. 그런 면에서 정주리 감독(사진)은 운이 ‘억세게’ 좋은 편이다. 첫 데뷔작 도희야(2016)로 제6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받았고, 8년 만의 복귀작 다음 소희(2023)는 한국 영화 최초로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영화 상영 후 7분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었기에, 예술영화의 본고장이자 영화의 탄생지인 프랑스에서 그렇게 환대받았던 것일까? 2017년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안타깝게도 다음 소희 줄거리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환대가 그리 기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다음 소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2017년 1월, 전주에서 대기업 통신회사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한 고등학생이 5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콜센터 노동자의 극심한 감정노동의 실태와 열악한 업무환경이 드러났고,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우리는 제주도의 생수공장에서, 여수의 요트업체에서, 그 밖의 수많은 일터에서 또 다른 어린 이름들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다. 정 감독은 전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소희에서 당찬 열여덟 살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현장실습을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강렬하게 그려냈다. 영화형식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가 그에게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상업영화라면 응당 소희의 시신이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해, 형사가 죽음의 이유를 추적하며 플래시백(현재 시제로 진행하는 영화에서 과거의 추억이나 회상을 묘사하는 기법) 형식으로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정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둘로 나눴다. 1부에서는 소희가 고등학생에서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고, 이후 일련의 고통스러운 사건을 겪으며 결국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를 다뤘다. 2부에서는 소희의 죽음 이후 형사 유진이 콜센터·학교·교육청을 찾아가 책임을 묻지만, 더 큰 암담함으로 무력함을 느끼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영화를 이렇게 구성한 이유에 대해 정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소희의 죽음에 대해서는 어떠한 미스터리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과연 어떻게 죽었는지를 찾아가는 형식이 된다면 100% 실패할 거라 판단했습니다. 우리가 똑똑히 지켜봤는데, 이 아이가 어떤 아이였고 어떤 일을 하다가 어떻게 죽었는지 완벽하게 본 다음, 죽음에 아무런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소희의 죽음을 들여다보면 또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한테는 더 비참했던 것이 한 아이가 그렇게 죽은 것도 너무나 비극적인데, 죽음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 더 참담했어요. 그리고 이 일들이 반복된다는 사실도요. 왜 그렇게 된 건지 알아보고 싶었고, 처음에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어요.” ‘수치’공화국·착취사회 민낯 드러내 다음 소희가 주목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경쟁’이다. 대한민국이 경쟁사회라는 점은 영화 곳곳에서 확인된다. 콜센터 벽에 붙은 인터넷 해지 방어율,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취업률 그래프와 수치들은 그 자체로 위압감을 준다. 마치 거부할 수 없는 근거인 것처럼. 하지만 정 감독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취업률이 높으면 좋은 거고, 실업률이 낮으면 좋은 거라고 우리가 은연중에 받아들여 왔죠. 그런데 실업률이 떨어지면 좋은 거긴 하지만, 과연 아이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건지 헤아려볼 생각은 했나요? 사실 그런 수치들이나 수량화되어서 보이는 그래프들을 보면 아무런 느낌이 없잖아요? 그런데 마치 이 수치와 그래프들이 큰 것을 대변해 주는 것처럼 당연시하고 있고요. 저 역시도 아무 비판 없이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착취사회’이다. 현장실습생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콜센터도 하청에 하청을 거듭한 업체일 뿐이고, 학교는 학생의 취업을 위해 교사가 영업을 ‘뛰어야’ 하는 장소로 전락한 모습이 영화에서 아프게 그려진다. 정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며 ○○특성화고로 이름을 바꾼 학교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조사했다. 다는 그렇지 않겠지만, 또 정 감독이 마치 탐사보도 기자처럼 취재하지는 못했지만, 알아볼수록 느낌이 ‘싸했다’는 정 감독의 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 영화에서 소희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친구들뿐이다. 콜센터 팀장과 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은 소희의 죽음에 대해 형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적당히 하시죠.” “원래 문제가 많았던 애예요.” “아이 하나 죽은 거 갖고 뭘 그러세요?” “오히려 우리가 더 손해를 입었어요.” “다음엔 교육부 찾아가시렵니까?” 대사 하나하나에서 서글픔이 몰려온다. 정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나니까 책임이라는 말을 감히 떠올리게 된 거지만, 사실 하나하나 들어가서 보면 다 선량한 개인들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정말 그분들이 일부러 책임지지 않으려는 거 같지도 않아요. 그냥 그 상황에서 본인은 본인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고, 핑계를 댄다거나 변명을 늘어놓는다기보다는 자기 입장을 드러내는 거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쉽게 비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다 어떤 거대한 조직, 시스템에 충실한 톱니바퀴들로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더 이상 ‘다음’ 소희를 만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2월 8일 개봉한 다음 소희는 느리지만 묵묵하게 10만 관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3월 10일 기준 누적 관객 9만 7천명). 해외 영화제 초청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너무나도 한국적인 상황으로 영화를 만들었기에 국내 관객만 이해해줘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해외 관객 특히 젊은 층에서 호응이 크다. 다음 소희 마지막 장면에서 형사 유진은 소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전화했던 남자친구 태준을 찾아간다. 현장실습 나간 공장에서 쫓겨나 택배일을 하는 태준의 모습을 보며 유진은 이 아이가 ‘다음’ 소희일 거라고 직감한다. 영화의 제목이 탄생한 순간이다. 대부분의 특성화고에서는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아이 한 아이가 모두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그리하여 사회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교사라는 직분을 하루하루 사명감으로 수행한다. 그래서 다음 소희를 보고 현장실습생의 비극적인 측면에만 주목한다면 영화의 한 부분만 본 것이다. 정 감독은 오히려 이번 영화를 통해 특성화고가 현재 마주한 문제들과 더불어,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의 취업에 지금보다는 다른 결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학교폭력 사건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3월 개학하자마자 터진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은 대학입시제도까지 흔들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부모가 돈 있고 '빽' 있으면 다 해결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적 목소리들이 들끓고 있다. 즉각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에 학교폭력 근절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실효성있는 보완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나날이 지능화되고 흉포화 해지는 학교폭력 관련 대응체계를 점검·보완하는 것은 정부 당국의 당연한 책무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된 것은 지난 2004년, 지난 20여 년 교육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허점과 역기능을 초래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호는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처럼 여겨지는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계의 다양한 시각과 반성, 그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특집으로 구성했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태로 촉발된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던져준 시사점은 무엇인지 조명해 본다. 이어 교육현장에서 본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응조치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 학교폭력법을 중심으로 법적 허점은 없었는지, 구조적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또 해외 각국에서는 학교폭력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바람직은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아울러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에 대한 응보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피해자 구제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교육적 회복을 위해 교육계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장을 마련했다. - 편집부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폭력예방법」이 2004년 1월에 제정되었다. 그간 27차례의 관련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학교폭력은 수그러지지 않고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고통도 지속되고 있다. 2021년 초에도 ‘학교폭력 미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와 정부와 교육계가 대책 마련에 힘을 모은 적이 있다(박남기, 2021.03). 그러나 학교현장에 따르면 그 이후로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학교폭력은 오히려 급증했고, ‘학폭미투’ 또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학생이 학생을 대상으로 행사하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생을 선도하며, 적응을 돕기 위해 20년 가까이 노력해왔다.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책을 마련한다면 학교폭력 문제를 더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폭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금까지의 특징과 원인, 각 대책의 실효성 및 한계를 분석해야 한다. 나아가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미래 추세를 예측하고 그에 부합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선제적인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이미 제시된 학교폭력 개념 정의의 문제, 학교 역할의 한계와 문제, 피해학생 보호조치 및 관련 제도의 문제, 그리고 「학교폭력예방법」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정부와 교육청의 의지와 관련 예산 및 조직과 인력 문제 등에 대한 범사회적 해결 노력도 필요하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을 위한 범사회적 한시 기구 설치 정순신 아들 사태를 계기로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정책창이 열렸다. 이 기회를 활용해 교육부(교육청)·전문가·학교·학부모·학생만이 아니라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노하우를 축적해온 시민단체,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 학교폭력 문제를 전담해온 변호사, 치료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서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일회성의 자문위원회가 아니라 2년 기한의 정기적 회의를 개최하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였으면 한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이면 더 좋겠으나 장관 직속 위원회여도 좋다. 아니면 국가교육위원회 소속으로 해도 좋을 듯싶다. 이러한 논의를 진행할 때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학생들을 논의의 핵심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 당사자인 학생들이 그 누구보다 학교폭력의 원인과 효과적인 대책을 가장 잘 알고 절실하게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분석 및 해결 주체가 되도록 할 때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도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될 것이다. 학폭 추세를 반영한 대응책 마련 학교폭력 추세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추세 변화에 맞춘 대처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서울의 경우 2012년 대비 폭행·상해피해는 60.9% 감소했지만, 정서·언어적폭력은 2배 이상 늘었다. 성폭력은 2012년 42건에서 2022년 473건으로 급증(11배, 1,026%)했다. 학교폭력 발생 장소는 학교 안에서 밖으로 바뀌어 10년 전에는 교내(57.3%)가 주를 이룬 반면, 2022년엔 교외 폭력(57.6%)이 크게 늘었다(이상명, 2023.03.05.). 박애리와 김유나(2023)의 연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대학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1.92배,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2.55배 높았다. 통계치를 상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학교폭력 관련 연구 결과와 추세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 5년 뒤의 추세를 예측하면서 한발 앞선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예방효과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학교폭력 대책이 예방에 초점을 둔다면서도 늘 발생한 사건 처리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예측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탓도 있다. 학교의 역할 재정립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자에 대한 교육적 차원에서 처벌보다는 선도 및 교육을 목적으로 기존의 민·형사상 절차가 아닌 특별한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가해자에 대한 처리는 1) 학교가 감당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2) 물리적으로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나머지는 교육청 혹은 일반 사법기관 차원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현재도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2(학교의 장의 자체해결)에 의거하여 경미한 사안은 자체 해결하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도 학교현장에서는 학교폭력 사건 처리 관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의 처리에 대한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불만도 늘고 있다. 학교와 교사가 수사 능력이나 권한 등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에 오히려 문제가 커지기도 한다. 차제에 학교폭력의 개념 범위, 학교(교사)의 역할 범위, 그리고 학교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원인력 및 예산 확보 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피해학생 지원전담기관 제도 운영 내실화 기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유를 분석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중의 하나가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 제도이다. 교육부(2020: 6-7)의 학교폭력피해학생 지원 길잡이에 보면 피해학생 지원이란 ‘피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신속한 맞춤형 상담·교육·보호·치료와 유관기관 연계 등 지원을 통해 단순한 사안 해결에서 나아가 심리·정서적·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위기상황을 극복하여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되어 있다.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은 ‘피해 초기부터 학생을 신속하게 보호하고 추수 관리까지 체계적인 맞춤형 보호 및 지원’부터 시작해서 ‘피해학생에게 필요한 개별 맞춤형교육을 통한 학교 및 일상으로의 복귀 준비 및 지원’까지 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모든 지원을 해주는 기관은 실재하지 않는다. 경기도 수원교육지원청의 지역교육청 전담기관 지정계획 공고를 보면 피해학생 지원전담기관의 역할은 상담·심리치료, 치유 프로그램 운영, 정기적인 사후 모니터링 등 지원, 일시적인 쉼터 기능 제공, 치유캠프 운영 등이다(경기도교육감, 2023). 피해학생 상담기능을 담당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면 학교에 유선·구두·서면으로 접수하게 되는데, 그 이후부터의 절차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기관은 없다. 피해 접수를 해도 피해자 권리를 위한 안내문(진행 절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피해기관 전담기관 목록, 법률지원서비스 가능기관 등)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지역교육청의 담당장학사가 있지만, 거기에서도 학부모가 기대하는 지원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도움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과정에서 학부모의 분노와 불신은 증폭된다. 심의위원회에 제출할 피해 증거 수집 책임도 피해자에게 있다. 가령 학원에서 폭력을 당했을 경우 학원 CCTV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피해학생 부모는 학교가 해주기를 바라지만, 학교는 물리적으로 이를 하기에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결국 피해자가 되면 초기단계부터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필요한 안내를 받고, 증거 조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부모는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제반 실정을 감안할 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폭력 신고 이후 필요한 제반 절차와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 입증 자료수집 등 피해자가 원하는 행정적 절차를 대행해주는 기관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피해학생 지원전담기관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교육청은 공모할 때 상담기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전국 303개의 지원전담기관은 대부분이 위(WEE)센터·상담센터·정신과병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학교폭력 피해신고 직후부터 학교장 종결 시, 혹은 심의회 결정 시까지 필요로 하는 제반 역할을 지원 또는 대행해주는 기관(조직)을 별도로 만들거나, 광역교육청 단위에서 최소한 몇 개 이상은 그러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피해학생 지원전담기관을 지정한다면,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이 줄어들고, 소송으로 직행하는 사례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교육청이 그러한 역할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가 만일 예산 때문이라면 차제에 그 필요성을 부각시켜 필요한 예산과 지원인력 혹은 외부 전담기관을 대폭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른 하나는 관련 예산문제이다. 최근 3년간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 및 회복·치유를 위한 특교 예산을 보면 303개 기관에 2021년 40억 원, 2022년 21.5억 원, 그리고 2023년은 29.4억 원이 책정되었다. 이 예산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요한 예산을 제대로 책정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초·중등교육 예산이 남아돈다는데 왜 학교폭력예방 및 치유에 쓸 예산과 인력은 마련하지 못할까? 피해학생 회복 지원시스템 보완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학폭 피해자의 절반 정도(54%)만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박진성, 2023). 제도상으로는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을 경우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등을 받을 수 있고, 이러한 도움을 받은 경우에는 본인이 사전에 경비를 지출한 후에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규칙).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상담 비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지원받기 위해 필요한 청구서 및 영수증 등 서류 마련부터 시작해서 신청까지 모두 당사자가 직접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출할 서류는 치료비 청구서와 영수증, 심리상담 조언의 경우 기관장의 의뢰 확인서, 일시보호의 경우 심의의원회 요청서 사본 또는 학교장의 확인서, 치료 및 요양의 경우 의사증명서 등으로 복잡하다. 피해학생 지원단체가 나서서 도와주려고 해도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원제도 오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살려두되, 부모가 어려워하는 부분은 최대한 돕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보완이 필요한 것은 학교장의 피해학생 긴급보호요청권이다. 학교장은 피해학생이 긴급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1)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2) 일시보호 3) 그 밖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 등을 할 수 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1항). 이 조항에 따르면 ‘피해학생이 긴급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여야 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반드시 해야 하는 기속재량이 아니라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조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조항을 피해학생이 요청하는 경우가 아니라 ‘피해학생이 반대하지 않는 경우’ 등으로 적용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미성년자인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학생의 반대 의사가 없으면’ 법이 정한 담당관이 피해학생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주선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도 함께 하도록 보완해야 한다. 담당관을 별도로 두기 어렵다면 이를 유관 민관기관에 위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교육부는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 선정·운영을 권장하고 있다. 이제는 권장이 아니라 각 교육청이 반드시 선정·운영하도록 규정할 때가 되었다. 결론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 때문에 인간사회의 범죄를 모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학교폭력을 없애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의 회복을 지원하는 것 등은 가능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지금이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행복한 시민으로 평생을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또다시 들끓다가 기억에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저는 학교폭력 업무를 8년째 맡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맡아왔으니까 아마 초등학교에서는 저보다 학교폭력 업무를 오랫동안 연속적으로 맡으신 선생님도 드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선생님들께서는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이십니다. 먼저 들려온 말은 “우와 어떻게 이걸 8년이나 하셨어요?”입니다. 자신은 이렇게 못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장학사 되려고 그래?”라고 묻는 분도 계십니다. 이처럼 선생님들 사이에서 학교폭력 업무는 모두가 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이 때문에 학교폭력 승진 가산점제도가 생기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요. 업무를 모르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 우선 업무를 모르는 상태에서 ‘교원의 지나친 책임감 부여에 따른 기피현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 교사는 학교에 새로 전입 왔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순한 애들밖에 없어요.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라는 교감선생님의 한마디가 왠지 불안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업무분장에서 A 교사에게 학교폭력 업무가 배정됩니다. 교감선생님은 A교사의 원망스러운 눈빛 속에 먼저 이야기를 꺼냅니다. “우리 학교는 학교폭력 사안이 터진 적이 별로 없고, 순둥이들밖에 없어 별 고생을 안 할 거야”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A 교사는 2월에 생활교육담당대상교사 집합연수에 갑니다. 시·도교육청 교육정보원, 혹은 대형 세미나실에 도착하면 등록부에 서명을 합니다. 그러면 장학사는 A 교사에게 책 두어 권을 줍니다. 하나는 각 계 전달사항이고, 또 하나는 2023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붙습니다. 얼마 전에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추가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연수를 듣습니다. 교육청 변호사가 나와서 즉시분리 등 내용을 설명합니다. 다른 건 기억이 안 나는데,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민원 대상이 되거나 심하면 고소당하기도 한다는 부분은 기억납니다. 그러면서 위로도 합니다. 학교폭력 업무를 하다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지 교육지원청에 상담을 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힘내시라고 말하며 연수는 마무리가 됩니다. 다음날, 학교에 출근한 A 교사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을 읽다가, 이해 안 되는 구석이 있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에게 하소연해봅니다. 교육지원청에서는 “조만간 현장 컨설팅을 갈 테니 ○○서류를 언제까지 구비하시고…”라고 합니다. 괜히 부른 것 같습니다. 현장 컨설팅 준비라는 업무가 추가되었습니다. 복잡한 업무를 일반교사에게 무작정 떠넘기는 것은, 교사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줍니다. 학교폭력 처분결과를 문제 삼는 변호사들은 학교폭력 절차상의 문제를 근거 삼아 학교폭력 처분 자체를 무효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행동 하나하나가 꼬투리 잡히지 않을까 고민하고 걱정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도, 당시 고등학교에서 생활기록부에 강제전학 사실을 기입을 했는지, 했다면 언제 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거셌습니다. 문제는 생활기록부 기입 시기가 아니라 학생이 다른 친구를 괴롭혀서 강제전학에 이르게 한 부분이 그 시작인데, 생활기록부에 기입했는지에 대해서 성토하고,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교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집니다. 이미 본질이 사라졌습니다. 교사들은 되도록 ‘학교폭력 업무’를 피하려고 합니다.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는 신규교사·전입교사, 심하면 기간제교사, 혹은 상담교사와 같은 비교과교사의 업무가 되기도 합니다. 학교폭력 업무를 억지로 맡은 교사는 1년간 울면서 일 합니다. 일부 선생님은 잘 모른다고 잡아떼며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권한은 없고, 책임은 크고, 고소도 당하고 시·도교육청 내부지침상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만,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게 되면 세 가지의 시간제한을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는 48시간 이내에 교육지원청 또는 교육청 보고입니다. 두 번째는 같은 학교 학생인 경우 최대 72시간 즉시분리를 시행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14일 이내에 전담기구를 개최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새 학기에 교실청소만 해도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판국에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72시간 동안 즉시분리를 해야 하고, Wee클래스나 기타 학생을 돌볼 공간이 부족한 학교는 사안처리시까지 학교에 오지 말라는 학교장 긴급조치를 해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가해학생 측은 자기도 피해를 입었다며 쌍방으로 신고합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상대에게 기분이 나쁜 적이 있었다며 그걸 밝혀 달라고 합니다. 차라리 이야기라도 통하면 다행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특수학생의 경우 증언능력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땐 학부모의 보호자 의견서에 의존해야 하는데, 보호자 의견서에서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자신의 주장만 가득 쓰여 있습니다. 학교 내에서 일어난 일이면 증인이라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학교 밖에서 벌어진 일이면 CCTV조차 확보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 일어난 일도 학교폭력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법률이 그렇거든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의 제1항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폭행, 감금, 협박·약취, 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교 내외’입니다. 법률의 취지는 학생의 학교폭력을 지나치지 말고 제대로 처리하라는 것이겠으나, 학원에서 누구누구가 자신을 째려봤다, 태권도장에서 자기 자녀와 어울리지 않았다. 아파트 놀이터 벽에 자기 자녀 욕이 쓰여 있는데 분명히 누구누구가 한 것 같다… 등등, 뚜렷한 증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피해를 호소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너무나도 명확한 온라인 사기죄마저도 「형사소송법」상 ‘3월 이내에 수사가 완료하여야 한다’라고 하며 시간을 3달 이상 줍니다. 이마저도 단순 훈시규정에 불과하여 실제로는 어떠한 행정적 절차 없이 직권상 6개월 이상 소모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학교폭력 사안은 신고와 동시에 72시간 동안 즉시분리를 해야 하고, 14일 이내에 조사를 끝내야 하고, 만약 14일을 초과할 것 같으면 내부결재 등을 통해서 기간 연장을 위한 별도의 행정적 절차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아이들 다툼에 ‘왜 싸웠니. 아 그렇구나’하는 조사가 아닙니다.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시작하게 되는 순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사안조사 자료는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게다가 조사를 강요할 권한도 없으며, 수업 중 조사를 요청하면 ‘수업권 침해,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항의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항의전화만 하면 다행입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사안 조사차 상담을 진행하는 학교폭력 담당교사와 담임교사를 향해 아동학대 신고 등을 합니다.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서 학교폭력 담당교사와 담임교사는 자신의 모든 발화를 녹음하거나, 증거가 될 사진을 찍어 둡니다. 그리고 교권보호 보험을 알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교육관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교사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며, 그에 따른 소진을 경험합니다. 학부모가 더 이상 학생교육의 상담자이자 동반자가 아니라, 자신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대상으로 보이는 것이죠. 인터넷 여론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그냥 묻으려 한다고 의심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다릅니다. ‘학교폭력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학교폭력전담기구를 억지로 열어서 우리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며 담임교사와 교감·교장에 대해 징계를 요구합니다. 심하면 학교폭력 사안조사로 인해 우리 아이가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며 학교폭력 담당교사와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요. 정서아동학대의 경우 신고 즉시 직위해제 대상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습니다. 학교폭력 업무 담당교사가 직위해제가 되면 또 다른 누군가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여야 합니다. 이 상태에서 학생에게 선제적인 학교폭력예방교육과 학교폭력사안처리의 엄중성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나, 학교폭력을 주제로 하고 있는 영화에서 교사는 무기력하거나, 심지어 유력자를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피해자인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로 그려집니다. 드라마 속 내용이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업무를 처리하는 교사를 당당하고 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힘이 없는 정의는 무능하다고 블레즈 파스칼이 자신의 저서 팡세에서 말한 것처럼, 교육현장은 학교폭력 업무를 처리하는 담당교사를 두텁게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다음과 같은 부분을 제언하고자 합니다. 첫째, 학교폭력 담당교사에 대한 보호 및 환경의 제공입니다. 현행 법률 및 시행령, 사안처리 가이드북을 보면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의 ‘엄밀한 조사’, ‘사안에 대한 이해와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사법경찰관리와 같은 공무집행의 권한을 부여하지 못한다면 그 한계는 분명하겠으나, 최소한의 보호제도와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학교별 학교폭력 전담교사제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보건교사·영양교사·상담교사처럼 학교폭력 사안처리 및 어울림 프로그램상 학교폭력예방교육만 담당하는 교사 말이죠.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선생님의 업무 소진 스트레스 중 가장 큰 비중으로서 사안조사의 과중함,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일반 수업이 아닌, 순수하게 학교폭력 업무만 처리할 수 있다면 수업 중 사안조사, SPO와 협조한 외부 사안조사도 가능할 것이며, 업무의 연속성을 통한 전문성 연찬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를 위한 별도의 교원배상책임배상보험을 가입하여야 합니다. 현행 17개 시·도교육청에서는 전 교직원을 위한 교원배상책임배상보험이 가입되어 있으나, 법률비용이 후불 정산으로 시행됩니다. 따라서 무혐의로 사안이 종료가 될 경우에만 변호사 비용이 보조가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의 교원배상책임보험은 법률비용의 선지원, 또한 변호사 비용의 폭넓은 인정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사실 승진가산점은 별다른 유인책이 되지 못합니다. 우선 아동학대 고소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적극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학교폭력 학생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입 방법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생활기록부 기입이 과연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둘째 치고, 생활기록부의 기입을 ‘막기 위하여’ 학교폭력 가해학생 및 보호자가 민원을 제기하고, 심하면 아동학대로 선생님을 신고하는 방법 등으로 절차를 지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7·8·9호, 즉 학급교체·강제전학·퇴학에 한정해서는 학교폭력 처분 결과에 대해 행정공동이용망과 같은 국가 내부망을 신설하여, 여기에 즉시 기록하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에서 조치 즉시 기입하고, 추후 불복절차에 따라서 경정, 혹은 삭제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생활기록부 기입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현재 생활기록부에서는 조치결과 접수 이후 기입을 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그 즉시 기입의 기한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의 겁박과 민원 등을 우려하는 학교에서는 기입을 하지 못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심의위원회에서 별도로 국가행정내부망 기입을 하고, 이후 대학 혹은 공공의 이익을 증명하는 기관 등이 당사자 조회를 신청한다면 해당 민원인에 대해 ‘7·8·9호에 해당하는 학교폭력 사실이 있음/없음’으로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아니한 한도에서 회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생기부 기재를 미루기 위한 집행정지와 시간 끌기 소송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을것으로 생각됩니다.
학교폭력에 대해 국가·사회적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폭력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학교폭력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 첫째, 발생한 피해와 상처의 회복이 부재한 것이 원인이다. 연구에 의하면 ‘가해자의 44%가 피해경험이 있고, 피해자의 54%가 가해경험1’이 있다. 가해학생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따돌림이나 배제·혐오 등 다양한 폭력 피해경험이 있다. 이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 새로운 폭력을 낳게 된다. 아물지 않은 상처와 트라우마는 다시 자기 자신과 공동체를 향하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구조적 접근의 부재가 원인이다. ‘폭력’은 가시적으로 보이는 직접적 폭력(구타·욕설·혐오 발언·테러·강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구조적 폭력(폭력을 정당화하는 전통·신념, 차별·선입견, 부정부패와 사회불평등, 빈곤)이 있다. 문화적·구조적 폭력은 직접적 폭력의 근본 원인이 된다. 문화적·구조적 폭력이 해소되지 않은 한, 학교폭력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지금의 학교폭력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동·청소년 개인들이 아니다. 아동·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폭력적인 문화와 불평등한 사회구조다. 학교폭력 문제해결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한 어떤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 셋째, 창의적 접근의 부재가 원인이다.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은 ‘문제는 사고 자체가 아니라 사고의 과정’임을 강조하면서, ‘과정의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제정신이 아님이란 유사한 일을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제해결 방법이 작동되지 않는다면,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 봐야 한다. 그러나 2004년 「학교폭력대책에 관한 법」 공포 이후로 학교폭력은 일관되게 엄벌주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가해자 처벌 강화’ 여론이 형성되고, 정부와 교육부는 이에 반응하여 더 강한 엄벌정책을 발표해왔다. ‘과정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유사한 정책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창의력과 유연성을 발휘하여 협력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법 무엇보다 학교폭력의 모든 해결과정은 아동·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교육적 접근이어야 한다. 그러면 학교폭력의 교육적 접근은 무엇인가? 첫째, 성장지향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학생을 ‘통제가 필요한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통제대상으로 여겼다. 더불어 교육의 주된 관심은 ‘미성숙한 학생의 부정적 행동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미성숙함이란 존재론적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생물학적 발달단계로서의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학생에 대한 교육적 관점은, ‘학생들은 발달과 성장의 과정에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열린 존재’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바람직한 교육은 학생들의 성장과 존재를 단정 짓지 않고, 그들의 내적 강점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해법은 잘못을 한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이 타인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각하게 하고, 행동의 책임을 지게 하는 성장지향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둘째,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접근이다. 회복적 정의는 처벌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응보적 접근의 한계를 보완하고, 피해회복에 방점을 둔 접근이다. 회복적 정의는 잘못을 규칙 위반에 한정하지 않고, 존엄과 관계의 침해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문제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에 집중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구체적 실천에 주목한다. 피해회복의 과정에는 개인 당사자와 공동체가 참여해야 한다. 이는 모든 문제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문화적·구조적)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접근은, 침해된 존엄과 관계, 피해와 책임, 공동체와 정의의 회복을 의미한다. 회복적 정의는 대화를 통해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회복적 대화모임(서클)이 있다. 회복적 대화모임과 실천사례 ● 첫째, 회복적 대화모임 회복적 대화모임은 ‘공동체가 겪고 있는 갈등에 대해 서로를 비난·공격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이 아닌, 오히려 갈등을 환영하고 지원하고 직면하여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삼기 위한 것’이다. 회복적 대화모임의 과정은 ‘사전 모임 → 본 모임 → 사후 모임’으로 진행된다. 사전 모임이란 진행자와 당사자 간의 1대1 대화모임이다. 발생한 사실과 갈등의 핵심내용을 확인하면서 당사자의 입장을 충분히 듣는 시간이다. 대화 말미에 본 모임의 참여 동의를 확인한다. 본 모임은 회복적 대화모임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사람들의 대화모임이다. 회복적 질문을 통해 피해로 인한 고통과 책임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대화 말미에 책임과 재발방지 및 예방을 위한 약속을 합의한다. 사후 모임은 본 모임 이후 일정한 모니터링 시간을 가진 뒤에 다시 만나는 것으로 대화모임 이후의 상호복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 둘째, 회복적 대화모임의 실천사례 A(중1. 남)와 B(중2. 남)는 우연히 거리에서 시비가 붙었다. C(고1. 남)가 A와 B의 싸움을 부추기면서 B가 A에게 일방적 폭력을 가했고, 그 일로 A는 코뼈가 부러졌다. A의 부모가 B·C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로 B와 C는 보호처분을 받게 되었다. A는 B·C에게 사과받기를 원했고, 자신을 왜 때렸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법원의 도움을 받아 A는 1대1로 B와 C를 각각 회복적 대화모임에서 만나게 되었다. 대화모임 중에 A는 코뼈가 부러졌던 고통과 후유증, 그리고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B는 지나가던 A가 자신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고,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때렸다고 했다. 그리고 B는 A의 고통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는데, 그 말을 듣기 전에는 억울한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기 행동이 후회스럽고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C와의 대화모임에서 C는 어린 동생들에게 싸우도록 부추긴 자기 행동이 후회스럽고, 그 일로 크게 다친 A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A는 B와 C의 진심어린 사과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회복적 대화모임에 참여해준 B와 C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후 A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학년말에 어려움을 극복한 학생으로 장학증서를 받기까지 했다. 회복적 대화모임이 열리기까지 쉽지 않았다. 부모들과 많은 대화가 있었고, 아이들의 성장과 회복을 위해 사과와 용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모아져서 가능했다. 부모의 이해와 지지 속에서 학생들이 용기를 내기까지 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자책과 후회, 두려움을 안전한 공간에 내놓으면서 사과와 용서의 시간을 가졌고, 아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돌보며 회복해 나갔다. 마무리 앞에서 언급했듯이, 학교폭력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학생 개인과 공동체의 피해회복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는 2012년 학교폭력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학교폭력 조치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게 하는 강력한 엄벌정책을 발표했고, 그로 인해 단기간의 학교폭력감소 효과를 보았지만, 오히려 후유증으로 학교는 법적 쟁송의 장이 되어 버렸다.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교육적 해결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부 교사단체에서 지속적으로 학교폭력문제의 회복적 접근을 주장해왔고, 2019년 교육부는 다소 정책의 변화를 발표했다. 그것이 ‘학교장 자체 해결제’와 ‘관계회복 프로그램’이었고, 이로 인해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후 2022년 학교폭력의 교육적 대응 강화를 위해 시·도교육청별 ‘관계회복 현장지원단’ 구축 정책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학교폭력의 회복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반가운 소식들이다. 하지만 현재 「학교폭력대책법」은 큰 틀에서 기존의 형사사법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가해자 처벌 강화의 여론에 밀려서 교육부는 엄벌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관점의 필요성과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독자: 에세이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자: 에세이는 ‘유혹의 글쓰기’입니다. 독자에게 저자를 궁금하게 하거나 글을 궁금하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쓴다.’ 이것은 글쓰기에서 거의 절대적인 진리가 아닐 까 생각합니다. 여기에도 분명히 팁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구체적으로 쓸 것’입니다. 독자: 어릴 때부터 내 꿈은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저자: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하여 제가 생각한 76가지의 작은 팁들을 제시하였습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술술 넘어가는 글, 매력적인 글은 조금 공을 들여야 합니다. 필자는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한다. 내향적인 성격 탓으로 변변한 잡기(雜技) 하나 없이 놀 줄 모르는 어른이 되었다. 당연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크고 이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지혜를 찾았다. 그중 하나의 수단이자 삶의 애환을 치유하고 지친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미친 듯이 독서에 몰입했다.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말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왜 읽기만 할까? 나도 글을 쓰면 안 될까?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가슴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책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를 읽게 되었다. 이전의 글쓰기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책의 독자가 그런 기본기는 이미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기본기 습득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다만 글을 쓰는 사람이거나,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책의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 즉, 글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마음잡고 앉았는데 글이 써지지 않을 때,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좀 더 매력적인 글을 쓰고 싶을 때 등에 도움이 되는 핵심 사항을 제시한다. 글쓰기 초보자에게는 다소 아쉽지만 이미 에세이를 써본 사람이거나, 자의로 글을 쓰려고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여기에 제시된 76가지의 작은 팁들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그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출판사 편집자들이 발간한 책을 심심찮게 접했다. 다른 작가의 책을 만드는 일을 하다 어느 순간 스스로 작가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낸 사람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다. 글을 많이 다뤘던 이들이라 글이 매력적이다. 편집자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편집자들은 다양한 책을 누구보다 빨리 접하고, 실컷 읽을 수 있기에 책에 대한 내공이 매우 튼튼하다고 생각하였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김은경 작가는 출판사에서 에세이 전문 편집자로 9년간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를 출간하여 군더더기 없이 알짜 내용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편집자로서의 실력도 검증된 전문가의 조언이라 더 믿음이 간다. 편집자가 바라보는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가 아낌없이 들어있다. 작가는 소제목 하나에 두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조언들을 했지만 충분히 공감이 간다. 작가의 눈에는 일상이 모두 글의 재료다. 이따금씩 작가들이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막히는 writer’s block으로 고심하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작가로서 축복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저자는 글을 쓰는 자세로 특별히 언급하기를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는 쓰는 사람'이라는 태도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대단한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매일 조금씩 일정한 시간 동안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인다면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을 거예요. 짧은 글이어도 괜찮아요. 이런 글들이 하나둘 모여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하죠.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일들도 항상 기록하는 게 좋아요. 무심코 적어놨던 글들이 좋은 아이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필자에게 정말 마음이 와 닿았다. 그녀는 또 실패하고 아픈 경험도 글감으로 건져내고, 글을 쓰며 치유가 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손이 근질거렸다. 작가의 말대로 실제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떤 글제라도 가지고 글을 쓰고 싶었다. 저자는 “민들레씨를 불어라”라고 스스로 만들어 낸 작가론을 펼친다. 어떤 일이든 민들레씨를 불듯이 가볍게 시도해보면 생각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될 거라는 뜻이다. 작가는 현재 부천의 한 독립서점에서 에세이 쓰기와 교정·교열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소규모로 진행하는 워크숍은 수강생에게 꽤 인기가 좋다고 한다. 이 책은 부천의 작은 책방 ‘오키로미터’에서 진행한 ‘에세이 쓰기 워크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에는 워크숍 수강생들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고 전해 온 에세이 쓰기에 관한 조언 중 엄선된 76개의 조언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책이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글을 쓰고 싶지만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용기를 심어주고, 어떤 내용을 다뤄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은 성장을 추구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런데 성장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다른 방도가 없다. 자신이 말하고 쓰는 것으로 밖에 확인이 불가능하다. 어제보다 오늘, 생각이 깊어지고 말과 글쓰는 실력이 발전한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는 학교에서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는 공부만 한 까닭이다. 그래서 누구나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제대로 된 한 편의 글을 끝까지 써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글이란 누구나 쓸 수 있고 조금만 써 버릇하면 처음보다 확실히 나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신은 안 쓴 것보다는 나은 지점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글은 쓸수록 어렵지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고독한 과정을 통해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며, 만족스러울 때까지 수정이 계속되면 보다 나은 지점에 가 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세계적인 작가인 헤밍웨이도 처음에 쓴 글은 쓰레기에 불과했다고 고백했다. 그 말에 큰 힘을 얻어 필자는 오늘도 누가 뭐라 해도 자신만의 글을 쓰면서 그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느낀다. 누가 이 행복을 빼앗아 갈 것인가? 본인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평생 읽고 쓰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필자의 인생삼락(人生三樂)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글을 쓴다, 둘째, 또 글을 쓴다, 셋째, 인정을 받는다. 완성된 글에 칭찬을 듣거나 응모용 글이 채택되면 그것으로 보상이 된다. 순수한 아마추어지만 그 맛에 글쓰기를 계속한다. 필자는 오늘도 글을 쓴다. 지금은 만인 저작시대이니까. 그러나 이 책의 작가가 말한 것처럼 괜찮은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소망이 꿈틀거리는 한 인정받고 싶다.
-글 싣는 순서 상 한국어 학습인구 증가 하 월드 브랜드 ‘코리아’ 우뚝 4년 만에 학급 3.5배 늘고 학생 수 3배 가까이 증가 대학 경쟁률은 20~30대1 정규 교원 진입 확대 시급 교육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 전 세계 학생이 몰려드는 파리국제대학촌에서는 한국관이 교육한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중이다. 한국전쟁 때 한국의 교육 발전을 도왔던 유네스코 본부는 반세기 지난 현재 한국의 높은 기여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 살펴본 ‘K에듀’의 현주소를 2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프랑스에서 한국어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프랑스 초·중·고교는 2018년 17곳에서 지난해 60곳으로 3.5배 증가했다. 학생 수도 631명에서 180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도 292명에서 780명으로 확대됐다. 윤강우 주프랑스 한국어교육원장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교육부 관계자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어 채택 학교는 70곳 정도다. 프랑스 내에서 한국어가 일본어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학에서 한국어 관련 전공의 인기 또한 고공비행 중이다. 보통의 경쟁률이 20대1이고, 높은 곳은 30대1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30여 년 동안 힘써온 결과다. 교육부는 1999년부터 해외 한국어교육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때부터 뿌려온 씨앗이 최근 열매를 맺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는 외국어 교육에 있어 언어보다 해당 국가의 역사·문화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정책에 따라 언어와 문화를 함께 가르치는 ‘아틀리에 수업(방과 후 문화·예술 수업)’의 우선 개설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은 프랑스 초·중등학교에 정규 한국어 수업뿐 아니라 아틀리에 수업 개설 및 지원을 통해 한국어교육의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특히 아틀리에 수업 개설 학교 중 향후 정규 과목으로 전환 가능성이 높은 학교에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어 인기 열풍에 ‘K컬처’도 힘을 보탰다. ‘K팝’의 선두 주자인 ‘BTS’와 ‘블랙핑크’,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 ‘오징어게임’,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등 해외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윤 원장은 “한류열풍이 프랑스를 제대로 강타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뿐 아니라 음식까지 인기가 매우 높다”며 “그 열풍이 한국어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한국어 인기에 비해 프랑스의 정책적 지원은 아쉽다. 아직 프랑스 내 정규 교원 임용시험에 한국어 과목이 없다. 대부분 한국어 교사는 시간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공립학교의 경우 새로운 교원을 뽑으려면 그만큼의 교원 수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전공 학생들의 진로 또한 풀어야 할 과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프랑스 내에서 취업 등이 힘든 만큼 한국 유학이나 한국 취업 등으로 이어져야 장기적으로 한국어교육 활성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컬처의 힘… 프랑스 학생 마음에 한글이 ‘쏙쏙’ 클로드모네高 한국어 교육 참관 학생들 한국말로 ‘묻고 답하기’ 일부 ‘한국학’ 전공 이어지기도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죠?”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13구에 위치한 공립 클로드모네 고등학교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학생들이 한국 교육부 관계자와 취재진을 알아보고 먼저 한국말 인사를 건넸다. 프랑스에서 한국어의 인기, 그리고 한국어를 정규과정으로 운영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습득 정도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학교는 총 7개의 제2외국어를 정규 운영 중으로, 전교생 약 1000명 중 5% 정도인 47명이 한국어를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중학교(4년제) 2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제2외국어를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 학교 도서관에 들어서자 다양한 한글책들을 활용한 전시물부터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 문학 페스티벌’ 차원에서 꾸며본 것이란다. K컬처의 인기로 프랑스 학생들에게 한국의 관심은 높은 편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어와 문화를 함께 가르치는 ‘아틀리에 수업’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클로드모네고는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면 주변의 10개 학교 학생들과 연합수업을 갖기도 한다. 교실 문을 열자 한국어를 따라 하는 20여 명의 학생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복궁에 가 봤어요.” “한강에 가본 적 있어요.” 조윤정 한국어 교사의 지도로 ‘경험에 대해 묻고 답하기’ 수업 중이었다. 조 교사는 경복궁과 베르사유 궁전, 남산타워와 에펠탑, 한강과 센강, 부산과 마르세유 등 서로의 연관성이 높은 사진들을 함께 놓고 이해를 도왔다. 조 교사가 학생에게 한국어로 질문하면 답하고, 학생끼리 서로 물어보고 답하는 도중 실제 한국을 다녀왔다는 학생이 나오자 부러움으로 가득한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수업 후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사는 나날이 한국어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 인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는 “첫 학급을 맡은 이후 매년 학생이 2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관심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BTS’, ‘블랙핑크’ 등 ‘K팝’에서 생긴 흥미가 ‘한국어 공부’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3학년생인 리자 타르 양은 중2 때 K팝, 한복 등에 관심이 생겨 제2외국어를 한국어로 정했다. 최근에는 한국 여행도 다녀왔다. 타르 양은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며 “소중한 친구 1명을 얻었는데, 꼭 다시 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만 엔보고 졸업생은 클로드모네고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현재 한국학(파리시테대)을 전공하고 있다. 엔보고 씨는 “한국어를 하고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이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파리(프랑스)=한병규 기자
실업계고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 8명이 찾아왔다. 아내와 딸, 세 식구가 사는 10평짜리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고 싶다고. 아이들과의 생활은 힘들고 고됐지만, 이때의 경험은 그를 진짜 선생님이 돼야겠다고 마음먹게 했다. 이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공동학습장’을 만들었다. 10년 동안 707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Wee 프로젝트 사업의 모델인 ‘금란교실’, Wee 스쿨의 모델인 ‘용연학교’ 등도 만들었다. 201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학교 안전사고 신속대응팀 부르미를 도입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30여 년을 주목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박주정 광주 진남중 교장 이야기다. 박 교장은 “처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실업계고로 첫 발령을 받았는데, 교사가 하는 일이라고는 학생들이 교실에 뱉은 침을 밀걸레로 닦고, 출석을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동료 교사들도 무관심이 최고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넸다. 자괴감에 괴로워하던 박 교장은 사표를 냈지만, 취업의 길이 열리지 않아 다시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또 그만둔 학교로 발령이 났다. Q. 교사 시절부터 학교 부적응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땐 힘들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초년 교직 생활은 월급 받고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8명이 집으로 찾아왔어요. 놀러 왔다고요. 그러곤 여름방학 때까지만 함께 살고 싶다는 거예요. 세 식구가 사는 10평 아파트에서요. 가족의 원망을 들었지만, 함께 살기로 했어요.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기말고사에서 전교생 650명 중에 1등부터 7등이 우리 집에서 나온 거예요. 대학에 가겠다면서 알바로 번 돈으로 학원까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교육하면 변한다는 걸요. 신이 났어요.” Q. 공동학습장을 만들었다고요 “집이 콩나물시루였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할 형편도 못 됐죠. 그렇다고 아이들을 내쫓을 수는 없잖아요. 대출받고 전세금을 보태서 저렴하면서 넓은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어요. 학교에서 10㎞ 떨어진 외곽에 창고를 임대했고, 10년 동안 707명이 살다 갔죠. 무엇보다 고마운 건, 10년간 사고가 없었다는 거예요. 이 아이들은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전문직으로 일할 때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에 나섰는데요 “2004년 장학사로 처음 만든 프로그램이 ‘금란교실’입니다. 전국 최초의 부적응 학생을 위한 단기 위탁 교육프로그램이에요. 일주일 동안 체험학습, 적성교육, 상담, 인성교육 등 활동을 하고 교육 기간이 끝난 후에도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금란교실의 성과는 좋았지만, 단기 과정이라서 중도 탈락을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당시 광주지역 중도 탈락 학생 수는 2000여 명이나 됐다. 그중 중학생은 600~700명 정도였다. 박 교장은 대안학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금란교실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교사 100명과 모금 활동 끝에 폐교를 임대하고 2008년 9월, 학교 부적응 중학생의 학업중단 예방을 위한 장기위탁 학교 ‘용연학교’를 열었다. 2009년에는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고등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돈보스코학교’를 유치했다. Q. 학교 안전사고 신속대응팀 ‘부르미’를 만든 배경은 무엇입니까 “교육청 과장 시절, 장학사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됐습니다. 중학생 두 명이 싸웠고, 한 명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중태에 빠진 상황이었어요. 당장 아이부터 살리는 게 먼저인데, 학교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모습에 ‘아, 이건 아니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달려가서 해결부터 하자고 했어요. ‘24시간 연중무휴, 30분 안에 도착한다’, ‘필요하면 전문단체와 공조해 해결한다’. 전국적으로 ‘부르미’가 도입되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이 마음 놓고 수업만 할 수 있게요.” Q. 학폭 관련 이슈로 연일 떠들썩합니다 “학폭 해결방안을 100명에게 물으면 100명의 생각이 다 달라요. 모두 자기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사법기관에선 법률적인 부분, 피해 학생 학부모는 엄벌주의, 가해 학생 학부모는 선도…. 그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합니다. 원인은 알 수 있어요. 인간미, 배려가 없다는 것, 오직 나밖에 없다는 거예요. 학폭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사회가 함께해야 합니다.” Q. 교사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폭과 교권, 인권은 맞물려있어요. 교사에게 학생을 지도할 권한을 줘야 해요. 조금만 나무라면 소송을 하는데, 어떤 교사가 지도하고 싶겠어요. 학생들은 다시 잘 지내는데, 학부모가 소송을 겁니다. 인식을 바꾸려면 학폭을 교육적으로 해결한 사례를 많이 알려야 해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아니라 회복과 성장에 주목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걸로요. ” Q. 공교육이 인정받고 교사가 스승으로 존경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콩나물 교육’을 강조합니다. 콩을 물에 불려서 따뜻한 곳에 두고 계속 물을 줘야 싹이 틉니다. 그런데 이 싹이 잘 안 나와요.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정성과 사랑을 줘야 합니다. 교육은 기다림이에요. 당장 눈에 안 보인다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에요. 학부모님들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열심히 애쓰고 있다고, 선생님을 믿지 못하면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학교를 믿어달라고요.”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운 봄을 맞이했으나 여전히 마스크를 벗기 꺼려진다. 창밖으로 뿌옇게 펼쳐진 하늘, 아름다운 봄을 시기하듯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에 봄의 불청객 황사까지 덮쳐왔다.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미세먼지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여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돋우는 밥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봄철 밥상의 감초 ‘양배추 파프리카 물김치’ ◇미국 타임지 선정 ‘3대 장수식품’ 양배추=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U가 풍부한 대표적인 항 궤양 식품, 양배추는 사시사철 만나볼 수 있으나 3~6월이 제철이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꼽히는 양배추는 저칼로리, 저지방, 풍부한 섬유질로 높은 포만감을 주고,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예방하며, 해독 작용을 도와 미세먼지에 지친 피부에 도움을 준다. 푸른 잎에 함유된 설포라판은 체내에 쌓인 미세먼지를 흡착하여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비타민K는 중금속으로 인해 약해진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 위장장애가 있다면 생으로 섭취할 경우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살짝 데치거나 익히는 것을 추천한다. 고를 때는 연한 녹색, 동그란 모양, 싱싱한 심을 가진 단단하고 묵직한 것을 고른다. 보관 시 랩으로 감싸 냉장 보관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영양소가 손실되니 빠르게 섭취한다. ◇알록달록 채소의 보물, 파프리카=곧 제철을 맞이하는 파프리카는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며 음식에 맛과 풍미를 더한다. 다양한 색상만큼 영양소도 다양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빨간색과 주황색의 리코펜과 베타카로틴은 뛰어난 항산화 작용을 가지며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햇빛이 강해지기 시작하는 봄부터 섭취하면 피부 미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란색의 플라보노이드는 혈관 질환을 예방, 초록색은 가장 낮은 열량으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색상에 관계 없이 비타민C와 칼슘, 인도 풍부하여 미세먼지에 약해진 피부와 뼈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파프리카를 고를 때에는 약간 통통하고 반듯한 모양에 흠집 없이 색이 선명하고 광택이 나는 것, 단단하고 꼭지가 싱싱한 것을 고른다. 물기가 없게 하여 랩으로 감싸 냉장 보관하고 빠르게 섭취한다. 양배추 파프리카 물김치 △재료 : 양배추 1/2통(500g), 무 1토막(200g), 미나리 40g, 물 4컵(800ml), 소금 2큰술 -양념 재료 : 레드 파프리카 1개(200g), 배 1/2개(150g), 양파 90g(약 1/2개), 마늘 4쪽, 생강 15g, 새우젓 1큰술, 소금 1큰술, 설탕 2.5작은술 -찹쌀풀 재료 : 찹쌀가루 1/2큰술, 물 1컵(200ml) -건 홍고추물 재료 : 건 홍고추 3개, 물 1컵(200ml) Tip : 여름에는 날이 더워 김치가 금방 쉬므로 찹쌀풀을 만들지 않고 물(1컵)만 넣는다. △만드는 방법 1. 양배추와 무는 한입 크기로 잘라 분량의 소금에 30분간 절인다. 2. 미나리는 4cm 길이로 자르고, 건 홍고추는 반으로 갈라 물 1컵에 30분간 불린다. 3. 냄비에 분량의 찹쌀풀 재료를 넣고 약한 불에서 되직하게 끓여 식힌다. 4. 레드 파프리카, 배, 양파를 적당한 크기로 썬다. 5. 믹서기에 레드 파프리카, 배, 양파, 마늘, 생강, 새우젓, 건 홍고추와 고추 불린 물, 찹쌀풀을 넣고 곱게 간다. 6. 물김치를 보관할 통에 양배추와 무, 미나리, 물 4컵, 5번에서 간 재료를 담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해 실온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겨우 내 잠든 입맛을 깨우는 ‘봄나물 토마토 파스타’ ◇향긋한 봄의 전령사, 냉이=겨우 내 땅속의 기운을 품고 자라는 냉이는 연간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3~4월이 제철이다. 겨울이 추울수록 특유의 맛과 향이 짙어지며 잃어버린 입맛을 돋운다. 봄나물 중 으뜸이라 불리며 풍부한 영양소를 자랑하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몸이 산성화된 현대인에게 필요한 식품이다. 높은 단백질 함량과 아연, 칼슘, 인 등 각종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미세먼지로부터 약해진 신체 구성과 체내 대사를 원활하게 하며 기력 회복에 탁월하다. 비타민C,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 다양한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은 면역력을 향상시켜 질병을 예방하고 피로를 해소한다. 체내에 결석이 있다면 높은 칼슘 함량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으니 섭취를 주의한다. 냉이를 고를 때는 크기가 작고 향이 짙은 어린 냉이를 추천한다. 잎과 줄기가 진한 녹색을 띠며, 뿌리는 굵지 않고 색이 희고 촉촉하며 잔털이 적은 것으로 고른다. 냉이 세척 시 물에 충분히 담가서 불린 후 흙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흔들어 씻고, 잘 씻기지 않는다면 줄기와 뿌리 사이를 칼로 손질하여 씻는다. 미량의 독성이 있을 수 있으니 가열 섭취를 추천한다. 국을 끓일 때 불을 끄기 전에 넣으면 봄 내음을 더할 수 있다. ◇바다의 영양이 가득, 갯나물=지금이 제철인 갯나물(세발나물)은 한 때 바닷가의 별미였으나 재배에 성공하며 식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부드럽고 아삭한 식감과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하며, 갯벌의 염분과 미네랄을 먹고 자라 바다의 영양이 가득하다. 칼슘, 칼륨 등 다량의 무기질이 체내 대사를 돕고 신체 균형을 유지하며 비타민C, 베타카로틴, 콜린 등 각종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면역력을 높여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며, 풍부한 섬유질은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준다. 갯나물을 고를 때는 신선한 것을 고르고, 키친타월로 감싸 비닐 백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한 달도 거뜬하다. 섭취 시 물로 살짝 헹궈 먼지를 제거하고, 약간의 짠맛을 가졌으니 양념은 싱겁게 한다. 해산물 요리에 이용하면 비린내를 잡아준다. ◇국물 맛의 일등공신, 바지락=산란을 앞두고 통통하게 살이 올라 감칠맛을 자랑하는 바지락은 2~4월이 맛과 영양을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적기다.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단맛은 물론 글루탐산, 이노신산, 숙신산 등 다양한 맛 성분과 저지방으로 뛰어난 감칠맛과 담백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풍부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 성분으로 봄철 약해진 신체의 구성과 대사를 원활히 하고 면역력을 높이고, 타우린이 간 기능을 강화시켜 해독을 원활히 하고 기력 회복을 돕는다. 바지락은 알이 굵을수록 맛있으며, 입은 다물고 깨지지 않은 것, 껍질의 색이 선명하고 윤기 나는 살아있는 것을 고른다. 해감(아래에서 자세히 소개)하여 조리 섭취하고, 장기 보관 시 비닐봉지에 소분, 밀봉하여 냉동 보관한다. 껍질에도 맛 성분이 풍부하니 껍질째 조리하는 것이 좋으며 물이 끓을 때 넣어야 비린내가 방지된다. 봄나물 토마토 파스타 △재료 : 스파게티면 80g, 시판 스파게티소스 300g, 냉이 30g, 갯나물(세발나물) 30g, 중하새우 2마리, 바지락 15개(100g), 마늘 3쪽, 양파 20g, 페퍼론치노 1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적당량, 화이트와인 1큰술,·후추 약간 가니쉬 -파마산치즈가루 적당양 - 면삶을재료 : 물 1500ml, 천일염 1작은술 - 바지락해감 : 물 1/2컵(350ml), 천일염 10g(2작은술) , 볼, 채반, △만드는 방법 1. 여러 번 비벼서 씻은 바지락을 체에 밭쳐서 소금물을 풀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근 후 뚜껑을 덮어 어둡고 서늘한 곳에서 반나절 이상 바지락을 해감 한다. 2. 새우는 등 쪽 내장을 제거하고 수염과 꼬리 가운데의 물총을 제거한다. 3. 면 삶기-분량의 물에 소금을 넣고 스파게티 면을 8분간 삶아 건진 후 엑스트라 올리브오일에 버무린다. 단, 면수는 3큰술 남겨둔다. 4. 냉이와 세발나물은 1.5cm 길이로 썬다. 마늘은 슬라이스하고, 양파는 다진다. 5.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페퍼론치노, 양파를 넣고 노릇하게 볶다가 새우, 바지락을 넣어 볶다가 화이트와인을 붓고 뚜껑을 덮는다. 6. 바지락 입이 벌어지면 뚜껑을 열고 조금 더 열을 가한다. 새우에 소스를 넣고 끓인 후 냉이, 세발나물, 스파게티면, 면수를 넣고 볶은 후 후추, 파마산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지난 20년 가까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한다’라고 하면 ‘왜 읽어줘야 하나? 책은 스스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나아져서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 교장 선생님, 부모님이 많아졌습니다.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책 읽어주기가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아주 일찍부터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분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언어능력, 청각주의력 등 발달해 책을 읽어줘야 할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책을 읽어주면 ①소리 듣기 능력이 좋아집니다. 청각 주의력(의미 있는 청각 신호, 예를 들어 선생님이 설명하는 말, 친구들과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는 것입니다. ②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언어능력(낱말이나 문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언어능력의 발달은 듣기로 시작해 점점 발달하다가 나중에 읽기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발달한 읽기 능력을 활용해 계속 읽으면서 언어능력이 더욱 발달합니다.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③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합니다. 이야기의 재미를 알아야 책을 좋아하게 됩니다. 책 읽기의 시작은 이야기책으로 시작해서 이야기책으로 이어지다가 이야기책으로 끝납니다. ④함께 보기 능력을 키워줍니다. 부모가 가리키거나, 바라보는 것을 함께 보는 것은 침팬지에게는 없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을 함께 보는 것은 ‘함께 보기 능력’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닮아가게 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책)을 몸소 보여주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⑤책을 능숙하게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책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⑥책 읽기를 시작하는 두려움을 줄여줍니다. ⑦시각 주의력을 길러 줍니다. ⑧책의 영향력과 부모의 영향력을 한꺼번에 전합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다릅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더라도 어려운 낱말과 다양한 뜻이 담긴 문장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걸음마를 할 수 있으면 뛸 수도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입니다. ‘때가 되면 읽는다’라는 것도 큰 오해입니다. 책을 잘 읽을 수 있게 되려면 ‘준비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책 읽어주기입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글자를 친숙하게 여기게 되고, 나아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며, 낱말과 문장을 습득하게 되고, 이야기를 즐길 힘이 길러지면서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책 좋아하게 할 마지막 기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할 마지막 기회는 초등학교 저·중학년 시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입학 후에 글자를 배우는 시간이 덜 걸립니다. 이런 상태에서 책을 3, 4학년까지 계속 읽어주면서 책의 재미를 알게 해주면 독서 흥미가 높아져서 책을 적극적으로 읽으려는 마음 상태(독서 태도)가 커지고, 책을 읽는 횟수가 늘면서 독서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을 거쳐 책을 좋아하고 잘 읽게 되는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0여 년 전에 책 읽어주기를 처음 시작하던 때는 ‘책을 읽어주면 좋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안 읽어주면 큰일 난다’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으면 좋다’가 아니라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라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합니다. ‘얘들아, 함께 읽자!’
최근 모 변호사 아들 사건으로 학교폭력 대책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조명된 것이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탓이다. 정부는 가해자에게 엄벌을, 피해자는 회복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미국과 교육선진국으로 알려진 핀란드에서 실시되는 학교폭력 프로그램이 어떠한지를 고찰해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이러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외국의 정책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외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시행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한 각국의 사례들에서 보편성을 추출하고, 교육학적 본질에 접근한 해결방식을 찾아 나가기 위함이다. 미국과 핀란드의 학교폭력 대응정책 ● 미국 먼저 미국의 학교폭력 대응정책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의하면, 학교폭력을 ‘심각한 상해, 사회적·정서적·학업적 문제를 초래하는 의도적·반복적인 학생-학생 간 권력 남용 혹은 괴롭힘’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괴롭힘은 학교 내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언어·행동·신체적 접촉, 사이버공간에서의 괴롭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은 총기가 허용되는 국가로 학교폭력에 총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미국의 위기대응정책은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학교폭력 대응에도 이와 같은 관점으로 적용된다. 총기가 사용되었을 경우, 대규모의 끔찍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을 방지하고, 발생 시 대처하는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1994년, 미국의 청소년 범죄율이 상승 추세에서 감소 추세로 변화되었다. 이는 청소년 범죄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대처한 결과이다(정재준, 2012; 박영욱, 2013). 청소년 범죄 등과 같은 상황으로 학교 내에서 긴급 상황이나 위기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미국 정부에서는 Guide for Developing High-Quality School Emergency Operations Plans(양질의 학교 비상대책 수립을 위한 지침)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발간한다. 이는 완화(mitigation)와 예방(prevention), 준비(preparedness), 대응(response), 회복(recovery)의 4단계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 교육부는 ‘Readiness and Emergency Management for Schools(REMS: 학교를 위한 준비 및 비상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교폭력 대응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자료를 제공하고 국립정신건강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에서도 학교폭력 대응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실제로 미국은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무관용의 원칙(Zero Tolerance Policy)을 적용하여 엄중히 다스린다. 뉴욕시의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인 ‘Respect for All’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학교 내 괴롭힘과 차별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죄질이 좋지 않을 경우, 청소년이라도 엄격히 처벌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학교폭력 대응에 대한 방안으로 미국의 무관용 원칙을 언급하였다. 미국의 사례에서 기술된 무관용 원칙이란 사소한 위법행위라 할지라도 죄질이 나쁠 경우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사법 원칙으로 관용을 베풀지 않는 원칙 혹은 정책을 의미한다(WIKIPEDIA, 2023). 이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에서 파생된 것으로, 깨진 유리창은 ‘법질서의 부재’를 비유적으로 상징하는 표현이다. 즉 사소한 경범죄부터 관용 없이 법으로 조치해야 사회 전체로 범죄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박영욱, 2013). ● 핀란드 핀란드에서는 교육부·학교·지방자치단체·학부모 등 모든 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실행되며, 학교폭력 대응 프로그램인 키바코울루(KiVaKoulu)를 실시한다. 키바코울루는 ‘학교폭력에 맞서는 학교’라는 의미로 종합학교를 대상으로 한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뿐 아니라 방관자에게까지 초점을 맞춘다. 방관자들의 행동에 따라 타인을 괴롭히고자 하는 동기가 약화될 수 있기에 방관자들의 개입을 촉진하는 전략을 병행하여 운영한다(김병찬, 2012). 이 프로그램은 운영되는 동안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KiVa 프로그램을 시행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증가율이 감소하였으며, 학교폭력예방 및 대응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게 나타났다(Salmivalli, C. etc, 2013). 또한 KiVa 프로그램을 시행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응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되었으며, 학교폭력 경험률이 감소하였다(Whiteley, H. etc, 2022). 이와 더불어 교사와 학부모의 참여를 강화하여 교사는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감지하고,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또한 인권교육을 강화하여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의 향상을 꾀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에서는 무관용 원칙이 대응체계의 일반원칙이다. 가해학생에 대해 규정된 조치가 예외 없이 집행되면서 실제로 학교폭력의 감소 효과를 가져온 결과가 있다(Payne, A. A., Welch, K., 2015).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국처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법적인 강압적 통제는 근본적 원인을 개선하고 방지하는 대책이 아니라는 교육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핀란드는 미국의 사례와는 다소 다른 대응정책임을 알 수 있었다. 키바코울루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이후, 시행되는 가해자에 대한 교화와 처벌의 접근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교사로 조직화된 팀에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전문적 팀은 가해학생과 지속적인 대화를 해나가며 반복적이고 집중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렇게 시행된 키바코울루 프로그램은 실제 초등학교애서 학교폭력을 감소시키는 긍정적 성과를 가져왔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김병찬, 2012). 맺으며 이 글에서는 미국과 핀란드의 학교폭력 대응사례에 대해 살펴보았다. 학교폭력은 여러 나라에서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점차 저연령화되고, 교묘해지는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준다. 특히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이 이루어질 때, 학교폭력사안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피해학생에게 2차 가해 등의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신체적·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적 폭력 또한 정서적 트라우마를 남기고 성인이 되어서의 사회생활과 일상에 후유증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SNS와 같은 온라인상에서 교묘히 벌어지는 폭력도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이다. 법률적 차원의 접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인성교육과 가해 및 피해 학부모에게 필요한 맞춤형교육이다. 교사나 학부모가 학생과 자녀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게 되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맞는 프로그램과 제도의 도입을 통해 학교폭력예방과 대응에 대한 새로운 방안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봄이면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절정의 꽃이 바뀐다. 매화가 피고 나면 목련, 목련이 지고 나면 벚꽃이 만개하는 식이다. 봄꽃들이 차례로 카덴차(연주에서 솔로 악기가 기교적인 음을 화려하게 뽐내는 부분)를 연주하는 것 같다. 4월에 막 접어들면 복사꽃 차례다. 달력이 4월 것으로 바뀔 즈음이면 복사꽃이 지천이다. 주변에 복사꽃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다. 복사꽃(복숭아꽃)은 꽃색이 연분홍색인데다 꽃 안쪽으로 갈수록 붉어지는 것이 요염한 느낌을 주는 꽃이다. 과일꽃 중 가장 섹시한 꽃이 아닐까 싶다. 박완서 작가가 즐겨 쓴 표현으로 하면 ‘화냥기’가 느껴지는 꽃이다.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가 괜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과일꽃 중 가장 섹시한 꽃, 복사꽃 복사꽃이 피면 생각나는 소설이 김동리의 무녀도와 박완서의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다. 먼저 무녀도(1936년 발표)는 샤머니즘과 기독교 사이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김동리는 1978년 이 작품을 장편 을화(乙火)로 개작했다. 무당인 모화는 그림을 그리는 딸 낭이와 경주 성 밖의 퇴락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려서 집을 나간 아들 욱이가 아름다운 청년으로 돌아오면서 모자 사이에 큰 갈등이 생긴다. 욱이가 기독교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각 기도와 주문(呪文)으로 대결하다가 결국 모화가 성경을 태우는 일이 발생한다. 욱이는 이를 저지하다 모화의 칼에 찔려 죽는다. 이후 마을에 예배당이 들어서고, 모화는 예기소에서 죽은 여인의 넋을 건지는 굿판을 벌이다 물속에 잠겨 죽는다. 소설에서 모화의 딸 낭이 역할도 상당히 크다. 우선 소설 제목 무녀도는 낭이가 작중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 댁에 남기고 간 그림이다. 소설에서 낭이는 복숭아를 좋아했다. 모화는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올 때 여름 한철은 언제나 복숭아가 손에 들려 있었다. 모화는 낭이가 수국 용신(龍神)님의 열두 따님 중에서 마지막인 꽃님의 화신(化身)이라 믿고 있다. 모화가 꿈에 용신님을 만나 복숭아 하나를 얻어먹고 꿈꾼 지 이레 만에 낭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꽃님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언니의 신랑감인 새님을 가로챘다가 수국에서 추방당했다. 그리고 봄마다 산기슭에 강가에 붉은 복사꽃으로 피어난다. 하지만 귀를 먹어서 새님이 가지에 와 아무리 재잘거려도 말이 없다. 낭이와 같은 것이다. 소설에 이런 설명이 길게 나오고 모화의 가락에도 ‘봄철이라 이 강변에 복숭아꽃 피그덜랑’ 같은 표현이 나온다. 그래서 작품에서 꽃 하나를 고르라면 복사꽃을 고를 수밖에 없다. 그리움을 위하여는 박완서 작가가 2001년 발표한 그리 길지 않은 글이다. 그런데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현란한 문장,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 그리고 꽃을 양념처럼 살짝 얹는 솜씨 등 박완서 글쓰기의 특징을 골고루 보여주는 글이다. 소설 줄거리는 이렇다. ‘나’는 사촌동생을 ‘파출부처럼’ 쓰고 있다. 사촌동생은 바지런하고 음식·살림솜씨도 좋았고, 얼굴도 예뻤다. 젊어서 어른들이 ‘인물값 할까 봐’ 걱정할 정도였다. 둘 다 남편을 여읜 후, 사촌동생은 남해 사량도라는 섬 민박집에 피서를 갔다가 몇 주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동생은 뒤늦게 전화를 걸어와 그 섬의 점잖은 선주(船主)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사촌동생의 말을 들으며 화자가 느끼는 감정은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명랑하게 조잘대는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내려오는 복사꽃잎을 떠올렸다. 다음날 물메기 말린 걸 한보따리 들고 내 앞에 나타난 동생을 보자 그저 반갑기만 해서 허둥대며 맞아들였다. 석 달 만에 만난 동생은 어찌나 생기가 넘치는지, 첫 근친 온 딸자식이라 해도 그만하면 시집 잘 갔구나 마음을 놓고 말 것 같았다. ‘조잘대는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내려오는 복사꽃잎’이라 했다. 복사꽃을 아는 사람이라면, 화사한 복사꽃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얼마나 보석 같은지 알 것이다. 어떻게 목소리를 복사꽃잎에 비유할 생각을 했을까. 소설에서 사촌동생은 환갑이 넘었지만 ‘볼이 늘 발그레하고 주름살이라곤 없는데 살피듬까지 좋아서 오십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사촌동생을 꽃에 비유한다면 복사꽃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이처럼 박완서는 꽃잎 하나를 선택해도 최적의 꽃잎을 택했다. 작가는 자전적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도 여인의 요요함을 복사꽃에 비유했다. 이 소설에 오빠의 죽은 전처에 대해 ‘그가 여자의 얼굴에 피어난 복사꽃 같은 요요함만 보고, 그 안에 번창하는 고약한 병균에는 눈멀어 열병처럼 사랑하고’라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 복사꽃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이중섭 그림에서 자주 나오는 꽃이다. 제목이 ‘벚꽃 위의 새’인 그림(은은한 푸른빛을 배경으로 하얀 새 한 마리가 가지에 앉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도 사실은 벚꽃이 아니라 복사꽃을 그린 것이다. 이중섭은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쾌유를 비는 의미에서 천도복숭아를 그려 주었다. 그의 그림에서 복사꽃은 무릉도원, 즉 낙원을 상징하는 꽃이다. 담뱃갑에 든 종이 은지화(銀紙)에 그린 ‘도원(낙원의 가족)’에는 복숭아나무가 가득하다. 남자는 큰 복숭아를 누워 있는 여인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중섭이 그림으로나마 아내에게 복숭아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다. 현실에선 꽃과 익은 열매가 동시에 달리지 않겠지만 이중섭은 둘을 같이 그렸다. 복숭아밭만 아니라 산기슭이나 강가에서도 화사한 복사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산복사나무꽃이다. 야생의 복사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야생의 산복사나무를 개량한 것이 과수원에 있는 복사나무다. 진분홍색의 겹꽃이 피는 만첩홍도는 과일이 아니라 꽃을 보기 위해 관상용으로 흔히 심는다. 만첩홍도는 겹으로 피는 홍도라는 뜻이다. 꽃이 홑꽃으로 피는 종이 많지만, 겹으로 피는 것도 있다. 이럴 때 ‘겹’ 또는 ‘만첩’을 붙여 겹꽃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만첩홍도는 4~5월 잎보다 먼저 붉은색 꽃이 다닥다닥 피어 눈에 잘 띌 수밖에 없다. 만첩홍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흰색인 만첩백도도 있다.
애플페이의 등장, 떨고 있는 토종페이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왔다. 애플페이는 전 세계 결제량 2위임에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었다.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는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와 호환이 되는 삼성페이 방식이 아니라 특정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10cm 안팎의 짧은 거리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NFC 방식이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를 쓰려면 신용카드 가맹점에 1대당 20만 원 하는 NFC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게다가 NFC 단말기 보급속도, 뒤늦게 들어오는 교통카드 도입, 아직까지는 특정 카드가 있어야 가입이 가능한 상황 등 여러 악조건이 쌓여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애플페이 보급률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사업의 목적은 플랫폼 강화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국내 토종 페이는 점유율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특정 카드사 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특정 플랫폼의 페이를 자주 사용할수록 고객들은 그 플랫폼 안에 있는 서비스들을 결제할 확률이 높아진다. 쇼핑도 하고, 배달도 하고, 금융생활도 하고, OTT도 즐긴다. 플랫폼과 핀테크 안에서 돈이 머물고 소비된다. 고객이 한 번 정한 플랫폼의 핀테크를 이용하게 되면 다른 핀테크를 이용하지 않게 된다. 반면 고객을 독점한 플랫폼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우리가 의외로 잘 느끼지 못하는 플랫폼과 핀테크로 유명한 곳이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다. 스타벅스는 예치금으로 2조가 넘는 돈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고객들은 그 돈으로 커피와 텀블러를 사는 데 쓴다. 예치금이 많을수록 스타벅스를 자주 방문하게 되고,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비는 늘어난다. 그래서 최근 백화점과 아울렛은 고객이 하루 종일 나가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지역 맛집과 유명카페를 유치하고, 사우나·키즈카페·영화관 같은 엔터시설을 넣어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만든다. 그럼 고객은 머무는 시간만큼 여기에 돈을 쓰고 나간다. 플랫폼의 목적은 결국 핀테크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랫폼은 단순히 인터넷 검색사이트·메신저·SNS가 아니다. 배달어플도 플랫폼이 되고, 영화구독어플도 플랫폼이 되고, 여행어플도 플랫폼이 된다. 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를 담아 고객을 독점할 때까지 투자를 해야 한다. 즉 경쟁이 치열하고 초기에는 돈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객을 독점하고 나면 이제 고객들은 이 플랫폼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럼 플랫폼은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원숭이 꽃신’ 이야기처럼 그제야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자리 잡은 플랫폼들을 보면 핀테크 사업을 플랫폼의 꽃으로 보고 있다. 고객들은 플랫폼이 편리해서 모든 것을 페이로 결제한다. 당장 소비하지 않더라도 상당액의 돈을 페이로 보관한다. 핀테크는 페이로 예치할 경우 약간의 이자와 보상을 해준다. 고객들은 더 많은 돈을 페이로 보관한다. 핀테크는 이렇게 모은 예치금으로 대부업을 한다. 처음에는 플랫폼에 참여한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을 하다가 점차 소비자 대출로 확대한다. 예를 들어 동남아의 G어플은 예치금에 대해서는 연 2% 이자를 주고, 자영업자들에게는 연 24%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나중에는 알면서도 편하기 때문에 고리대를 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페이끼리 치열하게 오랫동안 다투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래야 독점하지 않고 이익을 줄여가며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확정되자 국내 토종페이들이 앞다투어 혜택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경제학에서 가장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한 마디로 마무리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암만 국제공항 출입구를 빠져나오자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쳐왔다. 힘껏 심호흡을 했다. 공항을 나올 때마다 얼굴을 덮쳐오는 낯선 이국의 공기만큼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것이 있을까. 카레와 치즈, 요구르트, 아랍인들의 땀 냄새와 모래 냄새 그리고 온갖 낯선 식물들과 곤충,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형용할 수 없는 냄새는 비로소 여행을 떠나왔다는 사실을 실감케 해준다. 요르단은 지중해 동남쪽 아라비아반도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지역, 서쪽으로는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와 접하고 있다. 국토의 80%가 사막과 불모의 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수많은 유적과 교황청에서 지정한 5개의 성지 덕분에 요르단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항에서 나와 페트라로 가는 길, 버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황량했다. 사막에는 드문드문 커다란 전신주가 서 있었고, 길은 무심한 듯 사막을 가로지르며 나 있었다. 가끔 지평선 가까이에서 모래바람이 일기도 했다. 문득 몇 년 전 이집트로 갈 때가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카이로로 향하는 기내에서 본 영화가 트랜스포머였다. 그 영화에서 피라미드는 거대한 로봇들에게 박살이 나고 있었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육중한 돌덩이들이 공중을 날아다녔다. 카이로에 도착해 피라미드 앞에 서자, 왜 감독이 그 장면을 피라미드에서 찍었는지 단박에 이해가 됐다. 신비한 외계문명과 거대한 로봇을 설명하기에 피라미드만 한 곳이 없었을 듯싶었다. 페트라 역시 트랜스포머에 등장한다. 외계 로봇 종족의 운명을 가를 열쇠가 신전 암벽 뒤에 감춰져 있는데, 이 신전이 바로 고대도시 페트라를 대표하는 건축물 ‘알카즈네(Al Khazneh)’다. 알카즈네는 영화 인디애나 존스-최후의 성전에도 등장했다. 고고학자 인디애나 존스(해리슨 포드)가 예수의 성배를 찾아다니는 시퀀스에 나온다. 인디애나 존스가 말을 타고 협곡 사이를 달리다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만나는 장밋빛 신전이 바로 알카즈네다. 붉은 사암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그 건축물을, 그곳이 페트라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정교한 세트 정도로 여겼다. 페트라 앞에 서자 왜 스티븐 스필버그가 성배를 숨겨놓은 장소로 이곳을 설정했는지, 외계인이 그들의 운명을 건 열쇠를 이곳에 숨겨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세상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많고, 직접 눈으로 봐도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 일투성이이다. 페트라는 ‘바위’라는 뜻을 지닌 고대도시다. 2,000여 년 전 세워졌다. 기원전 6세기경 아라비아반도에 정착한 유목민족인 나바테아인(Nabataeans)이 도시를 세운 주인공이다. 도시는 번성했다. 예멘·메카·팔레스타인을 연결하는 국제 무역의 요충지 역할을 하며 발전했다. 나바테아인은 ‘왕의 대로’(King’s Highway)를 장악하면서 아라비아의 거상으로 부상했고, 페트라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역의 중심지가 됐다. 도시가 발전하자 로마제국이 페트라를 넘보기 시작했고, 결국 106년 로마군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이후 세월이 흘러 로마가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리된 후, 페트라는 동로마가 통치하게 되었다. 이때 동로마는 페트라보다 수도에 더 가까웠던 시리아의 팔미라로 무역의 중심지를 옮겼고, 자연스레 대상들의 활동 무대도 시리아로 이동했다. 페트라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쇠락해가던 페트라에 결정타를 날린 건 지진이었다. 6~7세기에 발생한 대지진은 삽시간에 도시를 집어삼켰고,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전설 속 도시는 1812년 스위스 탐험가 요한 부르크하르트에 의해 발견되면서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당시 요한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카이로로 가는 도중 요르단 남서부 지방을 지나고 있었다. 황무지와 가파른 협곡이 어우러진 도시 와디 무사에 도달한 그는 사막의 유목민 베두인족에게서 와디 무사 인근에 보물이 감춰진 고대도시의 폐허가 있다는 전설을 듣게 된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페트라였다. 페트라에 정착해 살고 있던 베두인족은 자신의 생활터전을 침범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한은 베두인족 가이드를 앞세워 협곡 틈새로 숨어들었고, 마침내 폐허 속에 잔존해 있던 나바테아인의 도시를 발견했다. 페트라 입구에 위치한 마을은 와디 무사. ‘모세의 건천’이라는 뜻이다. 기원전 14세기, 60만 명의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모세는 ‘왕의 대로’를 따라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이동하던 중 페트라를 통과한다. 모세는 이곳에서 불평하는 백성들에게 화를 내며 지팡이를 바위로 두 번 치자 물이 솟아났다고 한다. 페트라 입구에 자리한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알카즈네까지는 ‘시크(Siq)’라고 불리는 협곡을 따라 약 3km를 가야 한다. 좁고 긴 시크를 통과하다 보면 협곡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조금씩 많아진다. 그리고 붉은색 암벽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 드러난다. 바로 알카즈네다. 기원전 100년경 건축된 알카즈네는 6개의 원형기둥이 받치고 있는 2층 형태의 신전건물로 너비는 30m, 높이는 43m에 달한다. 1·2층 정면에는 제우스신의 쌍둥이 아들인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기마상과 풍요의 여신인 알우자 등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페트라에 암벽 조각 건축이 발달한 이유는 페트라를 둘러싼 협곡들의 암석들이 조각하거나 파내기가 쉬운 사암이기 때문. 그리스어로 페트라는 ‘바위’를 뜻하는데 실제 페트라의 대부분 건축물은 쌓아 올리면서 만든 건축물들이 아닌 암벽을 깎아 내려가면서 조각해 만든 건축물들이다. 알카즈네를 지나 협곡을 따라 가면 바위산을 깎아 만든 도시가 나타난다. 절벽을 파내서 만든 33층의 계단 형태 원형극장은 무려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데, 당시 종교의식과 다양한 회의장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원형극장을 지나 절벽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내부에 십자가가 새겨져 있어 수도원으로 추측되는 건물이 나온다. 데이르 수도원인데 입구 높이만 8m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외에도 신전·수도원·목욕탕 등이 남아있는데 모두 탄성을 자아낼 만큼 뛰어난 유적들이다. 페트라는 지금도 발굴작업이 한창이다. 현재까지 발굴된 유적지는 700여 곳.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유적이 99%가 넘는다고 한다. 와디 럼, 붉은 사막을 달리다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 영국 군인이던 그는 연고도 없는 아랍 지역의 독립을 위해 1917년 와디 럼(Wadi Rum) 사막을 가로질렀다. 아랍의 적인 터키군의 요새가 있는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아카바(Aquaba)를 함락하기 위해서였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그의 영웅담을 다룬 영화다. 와디 럼은 암만에서 남쪽으로 320km 떨어져 있다. 면적이 720㎢ 달하는 광활한 사막이다. 언뜻 평지처럼 보이지만 가장 낮은 곳도 해발 1,000m인 고지대다. 달리다 보면 수백 미터씩 솟은 바위산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와디 럼에서 딱히 하는 일은 없다. 그냥 달릴 뿐이다. 울퉁불퉁한 사막을 시속 80km로 달린다. 얼굴에는 모래가 날아와 박힌다. 바위산을 만나면 바위산을 감상하며 잠시 쉰다. 때로는 바위산에 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다. 해 질 무렵이면 사막은 황금빛, 아니 붉은색으로 물들고 베두인들은 메카를 향해 절을 하고 기도를 올린다. 모래사막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마침내 지평선에 닿고 어느 순간 사라질 때쯤이면 텐트로 돌아간다. 밤의 사막. 하늘에는 별이 가득하다. 쌀알을 뿌려놓은 것 같다. 별빛 아래에서 베두인족이 만들어주는 아라빅커피를 마시며 화덕에 양고기를 구워 먹는다. 그리고는 밤새 노래를 부르다가 돌아간다. 그렇게 하룻밤 있어 보았다. 해가 뜨는 아침 무렵, 사막이 점점 장밋빛으로 변해갈 때, 로렌스를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로렌스는 와디 럼이 “신의 모습과도 같다”고 했다. 그가 와디 럼을 가로질렀던 까닭은 아랍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사막에서 신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북도교육청 교육 인권 증진 기본 조례안’(이하 전북교육인권조례)이 도의회 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북교총(회장 이기종)은 6일 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의회는 전북교육인권조례를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북교총은 “전북교육인권조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교직원 대부분이 찬성했다”며 “학생, 교사뿐만 아니라 교직원 및 보호자를 포함하는 ‘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적 기반 마련, 이에 대한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조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교육인권조례 추진 연대가 3~6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172명이 참여해 2155명(99.2%)이 찬성 의견을 보였다. 이기종 회장은 “교육현장은 교육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본연의 교수‧학습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교권침해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및 민원, 학교폭력 등이 날로 늘어가고 그 강도가 세지면서 현장 교원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조례안이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의 든든한 배경이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도의회가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기자회견 후 참석자들은 국주영은 도의회 의장을 면담하고 조례안 통과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전북교육인권조례안은 학생인권을 보호하고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를 지원하는 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인권실태조사(6조), 인권 모니터링(7조), 도교육청 교육인권센터 설치‧운영(9조), 도교육청 인권위원회 설치(13조), 구제신청 및 조치(24조), 조사(25조) 등이 포함됐다. 도교육청은 조례안 제정을 위해 지난 2월 10일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수렴, 공청회, 입법예고 등의 과정을 거쳤으며, 도의회 법사위를 거쳐 심사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