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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2001년 국내 공연 시장에 뮤지컬의 시대를 열어젖힌 오페라의 유령이 소개된 이후 뮤지컬 시장은 급격한 매출 확대를 기록하며 공연 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에는 전체 공연 시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며 위세를 떨치더니 현재는 전성기를 넘어 ‘독점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연계의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뮤지컬도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불황과 경기침체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2001년 800억 원대 시장을 형성하던 뮤지컬은 매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30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했지만 처음으로 전년 대비 정체를 보였다. 올 한해도 계속되는 그 여파는 물론 신종플루로 인한 위협까지 겹쳐 공연계 종사자들의 얼굴에 좀처럼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도 연말을 맞아 많은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12월은 연중 최대 성수기로서 예나 다름없이 이 기간 중에 전국적으로 무려 150편의 크고 작은 뮤지컬이 소개될 전망이다. 이는 뮤지컬이 연중무휴로 상연되는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와 직접 비교해 보아도 오히려 더 많은 숫자이며 각 제작사마다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일제히 회심작을 발표해 총력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레퍼토리의 면면을 보면 미국, 영국, 체코 등 해외 작품들은 물론이고 우리 창작뮤지컬도 다수 소개될 예정이어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르 면에서도 역사극부터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있다. 경쟁에 돌입하는 제작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겠지만 뮤지컬 애호가들은 작품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지경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먼저 메뉴판을 펼쳐보자. 노래하는 안중근 영웅 지난 10월 26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영웅은 도마 안중근(1879~1910)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암살한 의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역사극이다.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출신의 독립운동가로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항거하며 한국인의 기개를 만방에 떨친 영웅 안중근 의사를 만날수 있다. 이 작품은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한 ㈜에이콤인터내셔날이 2004년부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제 제작기간도 3년이 걸린 뮤지컬로 대형 뮤지컬의 단골 메뉴인 역사성과 스펙터클한 무대를 갖추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영웅은 역사적 현실(Fact)에 가상 이야기(Fiction)를 결합한 이른바 ‘팩션’(Faction)을 표방하고 있다. 명성황후가 낭인들의 손에 죽어간 참상을 목격한 유일한 궁녀로서 빼앗긴 조국을 되찾으려는 일념으로 일본에 제국익문사의 요원으로 건너갔다가 이토의 총애를 받는 여인으로 그려지는 설희가 바로 그렇게 창조된 여주인공 격인 인물이다. 안중근과 독립군을 돕는 중국인 동료 왕웨이와 그의 여동생 링링 역시 국경을 초월해 평화 사상의 전도자인 안중근의 캐릭터를 지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조역들이다. 요즘 흔한 연예인 캐스팅이 없고 노래 잘하는 전문 뮤지컬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주인공 안중근 의사 역은 류정한과 정성화가, 이토 히로부미는 이희정과 조승룡이 연기한다. 설희 역은 김선영과 이상은이 맡고 있으며 링링 역에는 소냐와 전미도가 캐스팅됐다. 초호화 캐스팅 살인마 잭 11월 13일부터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체코 뮤지컬 살인마 잭은 19세기 말 빅토리아 여왕 시대 런던의 윤락가 화이트채플 지역에서 매춘부 다섯 명이 처참하게 살해됐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졌던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올해 충무아트홀 대극장에 올려져 큰 인기를 끌었던 삼총사의 제작진이 그대로 참가하고 배우 구성도 유사하다는 점이다. 체코 원작 삼총사는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게 많은 수정을 거쳐 발표돼 인기를 끌었는데 살인마 잭 역시 체코에서 공연된 원작 스토리를 원작자의 동의하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어 ‘전신성형’을 감행한 작품이다. 삼총사에서 그랬듯이 주인공보다 조연들의 비중을 높여서 남자들의 쫓고 쫓기는 블랙 코미디로 포장했으며 작곡가(체코의 국민 가수 겸 작곡가 바소 파테이들)의 다른 곡들도 이 작품을 위해 특별히 사용을 허가받았다. 삼총사는 뮤지컬 기본 관객인 20~30대 여성 관객의 지지가 높았는데 그 핵심은 인기 있는 남자 배우들로 짜인 캐스팅이었다. 이 작품 역시 티켓파워 높은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의대생 다니엘 역에 엄기준과 김무열이, 타락한 수사관 앤더슨 역에는 유준상과 신성우가, 살인마 잭 역에는 김원준과 최민철이, 특종에 눈이 먼 기자 역에 김법래와 남문철이 출연한다. 앤더슨의 옛 연인인 매춘부 폴리 역에는 양소민과 백민정이 각각 더블캐스팅으로 경쟁을 벌인다. [PAGE BREAK] 복고풍 사랑 이야기 웨딩싱어 연말에 새롭게 소개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는 웨딩싱어가 있다. 결혼식 파티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웨딩싱어 로비 하트와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웨이트리스 줄리아 설리번이 만나 결국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1998년 아담 샌들러와 드류 배리모어가 출연해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각색한 ‘무비컬’이다. 주인공이 가수라는 설정, 로맨틱 코미디 등 여러 면에서 무대화하기에 적합한 소재를 가진 웨딩싱어는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초연됐다. 줄거리는 영화와 동일하지만 뮤지컬 각색 과정에서 작은 변화가 있다. 영화에서 로비와 줄리아의 비중이 엇비슷했다면 뮤지컬에서는 로비가 중심이다. 또한 영화에서 로비의 옆집 할머니였던 캐릭터가 친할머니로 바뀌고, 줄리아의 친구이자 로비와 줄리아의 사랑이 이루어지는데 도움을 주는 홀리는 감초 캐릭터로서 격렬한 안무를 보여주는 등 영화보다 캐릭터의 비중이 커졌다. 또한 당시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이 ‘컬쳐 클럽’, ‘빌리 아이돌’, ‘탐슨 트윈스’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히트곡들을 담아 큰 인기를 끌었다면, 뮤지컬은 1980년대 스타일로 새롭게 작곡했다. 로비 역에는 전혀 다른 느낌의 두 배우 황정민과 박건형이 나란히 캐스팅됐다. 줄리아는 마이 스케어리 걸의 방진의가, 줄리아의 친구 홀리 역은 윤공주와 김소향이 나눠 맡는다. 편견을 타파하라! 금발이 너무해 위더 리즈스푼 주연의 원작 영화로 유명한 따끈따끈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원제 : Legally Blonde)도 연말 무대를 달굴 기대작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금발 미녀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서 사랑까지도 쟁취해내는 하버드 법대생 엘 우즈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의 한국판 공연은 엘에게 거의 모든 초점을 맞춘 화려한 쇼 중심의 브로드웨이 원작 공연에 비해 조연 캐릭터를 부각시켜 엘의 성장기를 보다 드라마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이 작품은 이미 연예인 캐스팅으로 매체를 뜨겁게 달군 바 있다. 엘 우즈 역에는 이하늬, 김지우, 제시카(소녀시대)가 나란히 캐스팅됐다. 또한 상대역인 에밋에는 김동욱과 김도현, 엘의 친구이자 미용사 겸 네일 아티스트 폴렛 역에는 전수경, 엘의 전 남자친구 워너 역에는 고영빈, 캘러한 교수 역에는 가수 김종진이 나온다. 도시 젊은이들의 사랑과 인생 달콤한 나의 도시 서른한 살의 미혼여성 오은수를 중심으로 현대 도시인의 일과 사랑, 가족과 우정 등 도시의 젊은이가 겪어야 하는 삶의 단편들을 솔직하게 담아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정이현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가 TV 드라마에 이어 동명의 뮤지컬로도 만들어진다. 뮤지컬은 중극장 규모로 같은 이야기 구조를 가지지만 무대 특유의 장점을 살리면서, 은수의 내면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그녀의 속마음을 대변하며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새로 투입된 나레이터 역(김우형)을 지켜보는 재미를 기대할 수 있다. 아트, 클로저 댄 에버, 나쁜 녀석들 등으로 업계의 촉망받는 젊은 연출가 황재헌이 각색, 작사, 연출을 맡았고 드라마 파리의 연인, 온 에어 등에서 음악을 담당한 박세준이 작곡을 맡았다. 오은수 역은 박혜나와 이정미가 캐스팅됐다. 그 밖에도 컴퓨터에 익숙한 88만원 세대를 다룬 김영하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창작뮤지컬 퀴즈쇼도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방송인 박경림이 주인공 트레이시 역을 맡은 헤어스프레이도 연말 화제작 목록에 올라있다. 지난 9월에 개막해 이미 12월 티켓이 대부분 매진된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 파격적인 무대 연출이 돋보이며 내년 초까지 공연하는 스프링 어웨이크닝, 지난 7월 작품을 통해 부부의 연까지 맺은 임태경과 박소연이 동반 출연하는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재공연도 열린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애창곡을 선사한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도 가족단위의 관객들을 찾아간다. 도로시 역은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임혜영이 맡았다. 또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에 캐스팅된 로커 윤도현의 변신도 기대된다.
여기 예쁘고 귀여운 두 소녀가 있다. 언니는 야무지고 동생은 아직 철이 없지만 언니를 잘 따른다. 그런데 이 사랑스러운 자매에게 보호자가 없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친척 집을 전전하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어린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나무없는 산. 내용만 봐서는 어릴 적 눈물샘을 적셨던 엄마 없는 하늘아래가 연상되지만 이 영화, 무책임한 동정심을 부추기는 신파 드라마가 아니다. 투박하고 사실적인 영화 나무없는 산은 정직하고 용기 있는 감독의 연출이 가슴을 움직이는 그런 작품이다. 버려진 아이들 일곱 살 여자아이 진(김희연)의 방과 후 일상은 옆집에 맡긴 동생 빈(김성희)을 데리러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하러 간 엄마(이수아)가 돌아올 때까지 동생을 잘 보살펴야 하는 진. 때때로 엄마에게 꾸중을 듣지만 그래도 엄마가 있어서 행복하다. 그런데 아빠 없이 근근이 꾸려가던 살림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된 엄마는 자매를 지방 소도시에 사는 고모의 집에 맡기고 아빠를 찾아 떠난다. 예기치 않게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된 진과 빈. 영문도 모른 채 엄마가 떠나간 대문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어린 눈망울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아직은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이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보호막이 없는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설명되지는 않지만 혼자 살며 늘 술병을 끼고 사는 고모. 벌이가 시원찮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그녀에게 남동생 부부가 남기고 간 아이들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어른들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자매는 고모의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서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간다. 배가 고프면 고모에게 밥을 달라고 하고,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며 놀다보면 어느 새 해는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도 삶에 드리운 그늘을 비껴갈 순 없다. 엄마와 함께 살던 도시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진은 고모네 동네에서는 더 이상 학생의 신분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근처 학교의 교문 앞을 맴돌며 책가방을 메고 오가는 또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뿐이다. 처음에는 불쌍한 자매를 어떻게든 돌봐주려고 애쓰던 고모도 하루하루 고된 삶의 무게에 눌려 차츰 아이들에게 소홀해진다.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고모 옆에서 밥을 못 먹어 배고픈 아이들은 그저 막막한 따름이다. 김소영 감독은 이 어린 자매의 일상을 그리는데 있어 냉정할 정도로 사실적이며 담담한 시선을 유지한다. 배가 고픈 아이들이 호빵 하나를 나눠먹고, 맛난 과자가 먹고 싶어서 낯선 동네 아이의 집으로 가서 간식을 얻어먹으며, 놀다가 옷에 흙을 묻혀온 빈이 고모에게 혼난 후 진이 동생의 옷을 맨손으로 주물러 빨 때, 찬바람에 거칠어진 아이들의 뺨을 보는 관객의 맘이 편할 리가 없다. [PAGE BREAK] 담담하지만 경이로운 시선 돼지 저금통을 가득 채우면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 두 자매. 진은 메뚜기를 잡아 구워서 동네 아이들에게 팔고 받은 동전으로 돼지 배를 채우기 시작한다. 호빵 하나 사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천 원짜리 지폐를 십 원짜리 동전으로 바꿔가며 저금통을 하루라도 더 빨리 채우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숯검정이 묻어 손이 새까매지고 돼지 저금통의 배가 가득 차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저금통을 두 손에 고이 안은 채 버스정류장에서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지쳐간다. 자매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해는 빨리도 기울고, 행여나 엄마의 모습을 놓칠까봐 목을 길게 빼고는 흙먼지 날리는 길에 외로이 서 있는 자매의 모습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캐릭터를 만든 이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 아이들의 일상에 개입하지 않고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지만 카메라는 유독 아이들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하는데 그때마다 감독의 근심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정직하게 그들의 일상을 쫓는 카메라의 뒤에서, 이 어린 자매가 다칠까, 행여나 상처입을까봐 걱정하며 지켜보는 감독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렇게 말없이 지켜보는 동안 화면에 담기는 것은 겁에 질린 아이들의 눈동자와 앙다물어진 작은 입술이다. 대사 없이도 많은 것을 전달하는 두 소녀의 무구한 표정을 클로즈업할 때면 마음이 하릴없이 무너진다. 어른들의 무정한 말과 행동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올 때, 소녀들은 눈을 깜빡거리고 작은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거나 어딘가를 쳐다본다. 언니답게 의젓하지만 밤이면 이불에 오줌을 싸는 진은 동생을 잘 보살피다가도 어느 순간 투정을 부리고 눈물을 쏟아낸다. 하지만 프레임 밖으로 빠져나가 주저앉은 채 복받친 울음을 터뜨린, 그 서러운 울음 이후로 진이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세상이 그들 앞에 펼쳐지지만 두 소녀의 맑은 영혼은 그리 쉽게 시들지 않는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 해맑은 미소, 그리고 어린 나이로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그늘까지 섬세하게 잡아내는 감독의 손길에서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는 진심이 느껴진다. 잠깐 보여주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앉아서 기다리는 그 무료한 시간 속에서, 아이들의 표정은 미세하게 변화하고 그들의 망설임과 떨림은 온 몸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 긴 인내심의 보상은 이 어린 자매가 선보이는, 정말로 놀라운 연기다. 전문 배우가 아닌 두 소녀는 카메라 앞에서 실제 자신들의 생활인양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별한 사건도,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에서 아이들은 그 자체로 보석 같은 존재다. 암담하고 서글픈 현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은 햇살처럼 환하고, 또르르 흐르는 눈물은 어른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보석처럼 빛나는 어린 영혼 결국,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엄마의 편지 한통에 진과 빈은 고모의 손에 이끌려 더 외진 농촌 마을 외가에 맡겨진다. 지금껏 씩씩하게 버터오던 자매도 아이들을 맡을 수 없다며 고모와 언쟁을 벌이는 외할아버지의 호통에 절로 움츠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얼굴도, 손등도 쭈글쭈글한 외할머니가 군고구마를 호호 불며 쥐어줄 때, 아이들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린다. 여전히 빈은 새신발이 갖고 싶다며 할머니를 조를 만큼 어리지만, 자매는 외할머니의 헤진 고무신을 보고는 돼지저금통을 털어 새 고무신을 사다 드릴 만큼 속이 여물어간다. 생전 처음 겪는 낯선 경험과 만남들을 통과하며 가여운 두 자매의 일상은 또다시 반복되지만, 외가 근처에서 땅을 파고 있는 공사현장을 비춰주는 장면에서 이곳에서의 작은 평화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아이들의 얼굴을 벗어나 그들을 둘러싼 자연을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은 경이롭다. 시시각각 바뀌는 태양 빛과 구름을 따라 변하는 하늘의 빛깔은 현실의 존재가 아닌 양 아름답기조차 하다. 무심한 듯 변화무쌍한 하늘 아래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은 세상을 조금씩 배워간다. 영화는 삶이 무수한 좌절과 거절로 이뤄진다는 냉혹한 깨달음을 안겨주지만, 엄마의 품처럼 아늑한 대지위에 뿌리내린 자연의 섭리는 연약한 희망 한 조각을 선사한다. 아이들이 결코 뿌리내리지 못할 것 같은 마른 나뭇가지를 손에 쥔 채 산에 오를 때, 흙에다 심고 물을 주면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그 맑은 영혼을 볼 때, 비정한 현실은 더 선명하게 부각된다. 그러나 버려지고 방치된 그 시간들을 오롯이 견디며 한 뼘씩 자라나는 아이들은 죄 많은 어른들을 위로하며 부끄럽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진과 빈이 동네 뒷산에 오르며 부르는 노래. “산 위로 올라가고 싶어, 산 뒤로 내려오고 싶어. 강에서 헤엄치고 햇볕 쬐고 모두에게 잘하고 싶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음악이 등장하는 이 장면은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이 귀엽다가도 이내 갑절의 절망과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이 여린 아이들은 단지 친구를 사귀고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아무 근심 없이 노래를 부르고 싶을 뿐인데, 무심하고 나약한 어른들은 왜 이 작은 꿈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걸까. 어느 순간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황량한 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게 된다. “부디 이 아이들이 무사히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엄마를 꼭 만나게 되기를….”
두뇌의 기억, 몸의 기억 마음이나 생각 속에 어떤 모습, 사실, 지식, 경험 따위가 잊히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을 기억이라고 한다. 누구나 꼭꼭 여며서 간직해두고 싶은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서는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지거나, 잊고자 몸부림쳐도 잊히기는커녕 점점 더 또렷해지는 기억 때문에 괴로워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에 속한 능력이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기억은 운명의 엇갈림을 초래한다. 현대에 들어와 뇌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기억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졌다. 그러나 기억은 두뇌뿐 아니라 몸 전체로 하는 것이다. 어릴 적에 스케이트를 탈 줄 알았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어도 금방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데, 이런 것은 근육의 기억이라 할 만하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저 유명한 마들렌 과자의 장면에서도 근육(혀)의 기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기억을 두뇌작용으로 여기는 상식과는 달리, 기억을 담당하는 것은 두뇌라기보다 몸이다. 몸 전체가 기억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몸으로 기억하는 행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과 효과를 지닌다. 설령 똑같은 시공간 속에서 똑같은 체험을 했다 해도 기억의 내용은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기억하는 주체가 다른 몸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일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똑같은 기억이란 없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1950)이나 맥 라이언과 덴젤 워싱턴이 열연한 커리지 언더 파이어(1996)에 나오는 것처럼, 동일한 사건을 놓고서도 당사자에 따라 기억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태는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처한 처지에서 아전인수 격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증언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억이 제각각이라는 점은 동일한 주체, 즉 한 사람일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기억하는 주체가 같은 몸이라도 그 사람이 놓여 있는 시공간은 한 순간도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려서 어머니를 여읜 사람이라도 유년기 때 기억하는 어머니와 사춘기 때 기억하는 어머니는 모습도 다를 뿐 아니라 기억나는 내용도 다를 것이다. 또한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억하는 어머니와 혼자 있을 때처럼 기억하는 어머니처럼 기억의 장소와 기회에 따라서도 그 내용은 필시 달라진다. 한편, 첫 해외여행에서 경험한 즐거운 일을 기억하는 것과 1443년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같을 수는 없다. 나아가 9.11테러 같은 엄청난 참사를 직접 몸으로 기억하는 일과 미디어나 책을 통해 기억하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몸의 기억, 즉 체험을 통한 기억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새로운 해석을 곁들여 재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PAGE BREAK] 기억의 재구성 기억의 재구성이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첫 해외여행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거기에는 여행을 떠난 계절, 동행했던 사람, 여정에서 마주친 사람과 풍경 등 엄청난 수의 상황과 조건이 마치 세포가 번식하듯이 들러붙는다. 기억을 할 때마다 기억을 재구성하는 요소가 무한하게 가지를 치는 것이다. 요컨대 지식이나 정보로 기억하는 내용은 반드시 재구성을 요하지 않지만, 자기 몸을 통한 기억에는 재구성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자폐증 환자 가운데는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가 있다. 영화 말아톤(2005)이나 레인맨 (1988)의 주인공들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스펀지처럼 통째로 흡수해버린다. 가히 컴퓨터 같은 기계에 비견할 만한데, 그도 그럴 것이 그러한 기억 행위에는 감정의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억은 몸을 통해 행해지고 재구성되지만, 그와 동시에 몸 또한 기억을 통해 변화를 겪는다. 즐거운 일을 기억할 때는 미소가 떠오르지만 억울한 일을 기억할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혈압이 올라간다. 그러나 정보나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기억에는 이러한 몸의 변화가 그다지 일어나지 않는다. 즉, 몸이 관여하는 기억과 그렇지 않은 기억은 차원이 매우 다르다. 기억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제는 일본 한류(韓流)의 영웅이 된 배우 배용준이 KBS 드라마 겨울연가(2002)에서 맡은 역할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젊은이였다. 지워진 기억 때문에 과거의 자신이 누구였으며 그 때문에 현재의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나는 누구입니까?” 기억을 잃으면 정체성도 없어져버린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일종의 공포다. 본 아이덴티티(2002), 토탈리콜(1989), 블레이드러너(1982) 같은 영화는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과 불안이 얼마나 막대한지 묘사한다. 기억의 상실이나 혼란, 즉 기억을 재구성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자아동일성을 확보할 수 없다. 자기가 누군지 모르면 현실 위에 발을 딛고 설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기억의 행위, 즉 기억의 재구성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안의 이야기 본능’(서사 : 소설, 새교육 9월호)에서 서술했듯이, 인간은 기억의 서사를 매끄럽게 구성하지 못하는 경우 정체성 혼란으로 고통을 겪는다. ‘살인의 추억’이 내뿜는 역설 그렇다면 기억에 비해 추억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사전풀이에 따르면 추억이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표준국어대사전)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추억이란 기억하고 있는 것 가운데 즐겁고 그리우며 반가운 것만을 가리킨다. 이렇듯 기억에 비해 추억은 한정된 의미를 지니기에 기억의 부분집합에 해당한다. 추억의 명화, 추억의 가요 등 추억에는 오로지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과거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향수가 담겨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무의식의 차원에서 작동해 선택의 의지에 좌우되지 않는 기억과는 달리, 추억은 처음부터 아름답게 남기고 싶은 것만 자신의 의지대로 뽑아 올린 과거다.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자기와 관계 깊은 사실이나 어떤 시기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는 병을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기억 행위는 능력의 일종이기 때문에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반면, 추억은 능력이 아니므로 기억력에 상응하는 추억력이란 없다. 추억은 어디까지나 과거를 기억하여 남기는 것이므로 이야기로서의 추억담만이 존재한다. 추억에는 상실이라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추억을 잊는 일은 자연스러운 망각이어서 상실의 고통을 안겨주지 않는다. 이미 상실한 기억은 추억이 될 수 없는 까닭이다. 이렇게 보면 ‘살인의 추억’이라는 표현이 풍기는 역설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살인의 행위는 추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정적인 일임에도, 일부러 그것을 추억으로 전환시킴으로써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의 복합적인 함축을 드러내고 있다. 기억을 지우면 ‘나’도 지워진다 ‘살인의 추억’이 던지는 기묘한 인상은 결코 살인을 추억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피해자와 연관된다. 살인을 당한 쪽에서 보면 그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폭력의 기억으로서 몸과 마음에 새겨졌을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처지를 도외시하고 살인을 추억으로 포장하려는 자가 있다면, 그의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추궁해야 할 것이다. 역사에서는 추억할 수 없는 것을 추억으로 몰아가려는 망각의 정치가 늘 작동해왔다. 기억을 들여다보거나 원하는 대로 기억을 삭제한다는 설정은 신화와 SF장르에서 익숙한 제재다. 최근에는 고통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주는 약물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픈 기억을 마음대로 도려낸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에서 주인공들은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아픈 기억만 지워준다는 회사를 찾아가 사랑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그러나 아픔의 시간을 잘라버린 그들에게 찾아온 것은 묘한 공허와 허탈의 느낌이었다. 불행한 기억을 지워버린 자리에는 자기 자신마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기억은 정체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어떤 것을 기억할 것인가는 곧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기억의 소거는 곧바로 자기 부정으로 이어진다. 즉, 기억을 지우면 자기 자신도 지워진다.
미꾸라지와 메기 이야기 학교 경영에서 연구학교 운영은 매우 흥미 있는 과업의 하나였다. 거의 정형화(定形化)화되어 있는 학교 경영의 일상적인 틀로부터 변화를 가져오게 될 뿐만 아니라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문헌이나 선행 연구를 탐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학설을 접하게 됨으로써 교사나 교장 모두가 지적인 성장을 도모하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연구결과의 성공 여부를 불문하고 부가 점수까지 받게 되니까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된다. 그런데 요즘엔 한 번 연구학교를 운영하고자 해도 50% 이상의 교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하니까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된다. 만사를 편하고 쉽게 가자고 한다면 학교 여건상 꼭 필요한 경우에도 연구 활동을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몇몇 교사들은 아직도 좌정관천(坐井觀天)의 늪에서 안일무사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이와 같은 세태를 빗대어 만든 이야기 중에 ‘미꾸라지와 메기’가 있다. 메기가 없는 논의 미꾸라지는 피둥피둥 살만 쪄서 매일 잠만 자는데 메기와 함께 사는 미꾸라지는 몸체도 날씬하고 행동이 민첩해 재빠르게 움직인다고 한다. 천적(天敵)이 없는 생물이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자생력이 없어서 결국은 도태되고 만다는 현상을 은유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기업사회에서는 경영학의 개념으로 ‘성공의 텃’(Success of trap)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를테면 펩시콜라가 있었기 때문에 코카콜라가 발전할 수 있었고 바이엘 아스피린이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에 타이레놀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로마의 강력한 경쟁국이었던 카르타고가 몰락하면서 오만과 나태에 빠진 로마가 몰락하게 됐다고 보는 역사학자도 있다. 경쟁은 환골탈태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거듭 낳는 고난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직역(職域) 중에서 유난히 교단은 ‘메기’를 기피하는 증상이 강한 것이 아닌가 싶다. [PAGE BREAK] 미완(未完)의 실험연구학교 D 초등학교 재직 중에 나는 실험적인 연구학교를 운영해본 일이 있었다. 상급 기관에서 지정한 것도 아니니까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었고 결과의 성패에 연연할 필요도 없어서 유유자적하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지나고 보니까 나름대로 기발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을 연구의 논리적인 절차(필요성, 실태분석, 가설설정, 실행, 검증 등)에 따라 정리를 다하지 못하고 퇴임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연구 주제는 ‘성명을 이용한 한자(漢字) 학습의 효과에 관한 진단’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자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몇몇 학급에서만 칠판에 아침 자습이라는 이름으로 몇 개의 한자(漢字)를 써놓고 거기에 훈과 음을 달아 쓰도록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한자 학습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몇 번씩 필사(筆寫)하는 것만으로 다소의 학습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학습의 흥미 유발과 성과에는 미흡했고, 잘못하면 학습이 한낱 노역(勞役)으로 전락하고 말게 될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교장을 포함해 전교생(약 1200명)의 성명(姓名)을 통한 한자 학습이었다. 비록 훈(訓)은 모를지라도 전교생이 이름표를 달고 다니는 동안에 서로 보고 부르며 음(音)만이라도 쉽게 익히게 하자는 의도였다. 먼저 명함 크기의 이름표를 만들어 가슴에 달았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홍길동’ 중에서 처음 1개월은 ‘洪길동’만 써서 달고, 2개월 후부터는 ‘홍吉동’으로, 3개월째에는 ‘홍길童’으로, 4개월째는 ‘洪吉童’으로 했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은 전교생이 조회(애국조회)를 하는 운동장에서 다음과 같은 집단 놀이학습을 전개했다. ▲성씨별로 모둠 만들기(할머니, 어머니 성씨 별), ▲가운데 글자가 같은 사람끼리 모둠 만들기, ▲끝 글자가 같은 사람끼리 모이기 등이다. 이와 같이 역동적인 이합집산(離合集散) 활동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동류성(同類性)과 연관성을 바탕으로 집단별 장기자랑과 릴레이 경주 등을 실시해 놀고 즐기는 동안에 학습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훈습(薰習) 환경을 조성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아버지 어머니 성함(姓銜)을 이용했고 다음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어서 형제자매나 친인척, 친구의 성명까지 이용했다. 그런 과정 중에 운동회가 있었다. 그날에는 만국기 대신 학생 자신이 직접 쓰거나 그린 이름표를 달았다. 형형색색의 이름표와 자기 모습이 휘날리는 운동장은 매우 이채로웠다.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모두 자기 자녀의 이름과 작품을 찾아보느라고 야단이었다. 흥미를 유도하는 데는 아주 기발했다. 그러나 그것은 교장이 주도하는 과업이었으므로 고군분투(孤軍奮鬪)를 면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시행해오던 대로 만국기를 달면 될 것을 왜 전례도 없는 이름표를 다는가?” “교사가 줄에다 60명이 넘는 아이들의 이름표를 일일이 단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르나?” “이것의 교육적 효과를 검증한 자료가 있나?” “교장 개인의 연구 의욕에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닌가?” “아이들을 교육연구의 실험 도구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교사들의 반대에 봉착해 밤늦도록 갑론을박(甲論乙駁)하면서 그들을 설득하느라고 장기간 소모전을 감수해야만 했다. 교직원과의 불협화음 속에서도 교장이라는 직권과 늙은이의 옹고집(壅固執)으로 지속할 수 있었지만 결국은 그 연구의 성과를 검증하지 못한 채 2000년 3월, 나는 62세의 정년 제1기생으로 자리에서 황급히 물러났다. 내가 떠나는 날 교사들은 오래도록 환호를 하면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제 와 생각하니까 교장이라는 신분적 권리만을 이용해 다수의 의견을 제압했던 것이 자랑스럽지 못했고 특히 한자 학습의 기본과 지도 방법을 도외시하고 단순히 감각적인 생각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이 무모했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PAGE BREAK] 하나를 주려면 열을 알아야만 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한자(漢字)교육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오체(五體), 육서(六書)와 부수(部首)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무면허 운전을 한 셈이다. 오체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를 말한다. 문헌에 따르면 전서(篆書)는 중국이 통일 이전에 진(秦)나라에서 쓰던 서체로 이것을 대전(大篆)이라 했고 이후에,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여러 나라의 문자를 집대성해 소전(小篆)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서(篆書)가 점차로 발전해 예서(隸書)가 되었고 한대(漢代)에 이르러 필획(筆劃)이 더욱 간략화되면서 굽은 필획이 곧게 되고 혹은 네모지게 바뀐 것들이 많아졌다. 글자체가 도화(圖畵)에서 부호(符號)로 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에 초서(草書)가 등장하고 이후에 해서(楷書)가 나오고 한말(漢末)에 행서가 등장한 다음, 당(唐)나라 이후부터 그것을 진서(眞書)라 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통상적인 글자체로 쓰여 왔다고 한다. 이후 현대에 들어서면서는 1956년에 해서체(楷書體)가 변해 현재 중국의 공용 문자로 사용하고 있는 간자체(簡字體)가 등장하게 된다. 육서(六書)는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를 말하는데 이것은 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알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문자 학자가 아니니까 이것을 깊이 연구할 필요는 없었지만 적어도 한자를 능률적으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이론적 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육서(六書)를 알면 한자(漢字)가 보인다 •상형(象形)은 사물의 형태가 있는 것들의 모양을 그려서 그것으로 글자를 만든 것이다. 한자를 상형문자라고 하는 의미도 문자가 회화적(繪畵的)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日, 月, 山, 川, 鳥, 魚 등은 사물을 본뜬 것이고 이것들이 결합해 추상적인 언어도 만든 것을 볼 수 있다. •지사(指事)는 위, 아래, 중간 또는 어떤 기준 등을 나타내기 위해 임의의 기준선이나 부호를 사용해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만든 한자이다. 이를테면 ‘一’(일)을 이용해 그 위에•(점)을 찍어서 上, 下를 만들었고, 다시 그 개수를 이용해 一, 二, 三을 만들고, 그 위치를 이용해 中, 本 등과 같은 글자를 만든 것이다. •육서 중에서도 회의(會意)는 아주 재미있다. 두 글자 이상의 한자끼리 결합하되 뜻과 뜻을 합해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한자를 말한다. 뜻을 모은다는 것은(會意) 결국 글자를 모으는 일이다. 이미 이루어진 두세 글자를 모아 다른 뜻을 나타내는 글자를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모아지는 글자는 앞서 말한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중 어느 글자라도 좋다. 나무(木)와 나무(木)가 합해 ‘숲을 나타내는’ 林 자를 만들고 ‘여자(女)가 아들(子)을 안고 있는 모습을 따서’ 好 자를 만드는 것이다. 武 자도 본래는 戈와 止를 모아서 ‘干戈를 中止하여 천하를 태평으로 이끈다’는 뜻으로 만든 것이고, 信도 人과 言을 합쳐서 ‘사람의 말은 서로 믿음을 의지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서 생성된 글자이다. 이와 같은 원리를 알면 교사가 한자를 지도하거나 어린이가 학습하는데 흥미를 유발해 학습에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게 될 것이다. 회의문자(會意文字)의 원리를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몇 가지 결합 법칙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森, 姦, 轟과 같이 여러 개의 똑같은 글자가 결합해 만든 글자도 있는데 이와 같은 것을 동체회의(同體會意)라 했고 位, 看, 好 등과 같이 서로 다른 두 개의 글자들로 이루어진 것을 이체회의(異體會意)라고 했다. 이외에도 老(늙은 노)와 子(아들 자)의 결합으로 孝(효도 효)를 만들었고 寢(잠잘 침)과 末(끝 말)을 합쳐서 寐(잠잘 매)를 만든 것과 같이 때로는 구성 요소들의 자획(字劃)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이것을 변체회의(變體會意) 또는 생체회의(省體會意)라 한다. •형성문자(形聲文字)는 두 글자 이상의 한자(漢字)끼리 결합한 것으로써 한쪽 부분은 뜻(훈)을 나타내고 다른 쪽 부분은 음(성)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형성은 한자 구성법 중에서 가장 흔히 쓰는 방법으로 문자 총수의 90% 이상이 이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와 같은 원리를 알게 되면 난해(難解)한 글자라도 결합되어 있는 구조 중에서 어느 한 글자의 음을 읽으면 글자의 독음(讀音)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음을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면, 水(뜻)+靑(음)=淸(맑을 청), 工(음)+力(힘)=功(공로 공)이 있고 음(音) 부분이 변해 결합된 水(뜻)+工(음)=江(강 강)이 된 것도 있다. 그 외에도 洞, 河와 같이 왼쪽은 ‘형태’를, 오른쪽은 ‘음’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좌형우성(左形右聲)이라 한다. 그런가 하면 鳩(비둘기 구),鴨(오리 압)과 같이 우형좌성(右形左聲)의 글자도 있고 草(풀 초), 藻(말 조)와 같이 상형하성(上形下聲)의 글자도 있다. 글자를 논리적 구조적 분석적으로 살펴보면 婆(할미 파)와 같은 것은 상성하형(上聲下形)이고, 圃(밭 포), 國(나라 국)과 같은 것은 외형내성(外形內聲)이고 問(묻다 문), 聞(듣다 문)과 같은 것은 외성내형(外聲內形)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자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같은 형부(形部)는 대개 공통으로 관련된 의미를 나타내며 같은 성부(聲部)는 대체로 비슷한 음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테면 松(소나무송),栢(잣나무 백), 梨(배나무 이)와 같이 목부(木部)에 수록된 글자는 대개 나무와 관련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江(강 강), 紅(붉을 홍), 空(빌 공)과 같이 工을 성부(聲部)로 하는 글자는 그 음이 工과 같거나 비슷한 것이 많다는 점이다. •전주(轉注)는 이미 만들어진 글자를 바꾸어 여러 가지 음과 뜻을 나타내는 글자를 말한다. 예를 들면 樂이 ‘즐거울 락’, ‘좋아할 요’로 바뀌거나 說이 ‘말씀 설’, ‘기쁠 열’, ‘달랠 세’로 바뀌어 쓰이는 경우이다. •다음으로 가차(假借)가 있다. 이것은 글자의 뜻과 관계없이 음이나 모양을 빌려 쓰는 원리이다. 이를테면 코카콜라를 可口可樂으로, 펩시콜라를 百事可樂으로, 아시아를 亞細亞로, 아메리카를 美國으로, 도이취를 德而志로, 이태리를 伊太利로 쓰는 경우이다. 가차를 살펴보면서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우리 한글이 얼마나 훌륭한 문자인 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학습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글자 중에는 세 개가 중첩(重疊)되어 만들어진 글자도 있다. 예를 들면 犇(달아날 분), 磊(돌무더기 뢰), 轟(수레소리울릴 굉), 聶(소곤거릴 섭), 鱻(생선 선), 皛(희다 효), 雥(새떼모일 잡) 같은 글자는 어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구조를 파악하면 쉽게 익힐 수가 있다. [PAGE BREAK] 그릇된 선입견 나는 한자 교육의 기본은 ‘千字文’이며 그 학습 방법은 옛날 서당식으로 훈장(訓長) 앞에 앉아서 눈을 감고 좌우로 어깨를 흔들며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루 황~!” 식으로 암송하는 학습인 줄로만 알았다. 그건 엄청난 시대착오였다. 천자문은 중국 남북조 시대 양(梁)나라의 문인 주흥사(周興嗣)가 하룻밤 사이에 각기 다른 글자를 가지고 사자일구(四字一句)로 250구가 되게 만든 것이며 여기에는 중국의 역사를 비롯해서 천문, 지리, 인물, 학문, 가축, 농사, 제사, 송덕(頌德), 처세(處世), 지혜, 도덕과 자연현상에다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는 제왕(帝王)의 길과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 행정가의 올바른 몸가짐, 그리고 바람직한 인간형인 군자(君子)의 길에서 자기 가족과 이웃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범절과 도리(道理)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망라한 고전적인 요소가 담겨 있었다. 지금도 세간에서는 천자문을 한자 학습의 초보 자료라 여겨, 조금 경시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잘못된 인식인 것 같다. 한자교육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나 자신이 선무당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oram209@yahoo.co.kr
한창훈의 ‘소설보다 흥미로운’ 문학적 산문집 근래에 남성 작가의 산문집으로는 처음 읽게 된 『한창훈의 향연』이 책에 실린 글들은 조각조각 떨어진 단문이지만 통째로 읽어도 괜찮을 완결성 갖춘 한편의 산문이다. 특히 몇 편의 글은 탁월한 창작물이라 산문으로 도달할 수 있는 높은 경지를 보여준다. 마치 장편소설 한 권 읽는 것 같은 무게감 있는 이야기책이라 해도 되겠다. 1부 ‘닻 놓았던 자리’에는 거문도와 여수 등 작가의 고향이자 삶의 고향인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소설에서는 차마 말 못했던 이야기들을, 2부 ‘애염명왕의 초대장’에는 섬을 떠나 내륙에서 작가의 길을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경험했던 이문구, 송기원, 유용주 등 문인들과의 만남과 그 인간 군상들에 대한 일화들, 3부 ‘돌아보지 마라, 앞에 있다’에는 바다와 섬의 작가 한창훈의 작품 세계의 원형질이라고 할 근원적 삶의 이야기나 체험들을 거침없고 걸쭉한 입담과 내성적인 언어로 담아 모두 3부로 엮어 차려 놓았다. 실천과 경험으로 낳은 언어, 해풍과 파도로 빚은 산문 글쓰기 시작한 지 근 20년 만에 처음 내놓는 소설가 한창훈(『홍합』으로 제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의 첫 산문집. 섬과 항구, 그리고 내륙에서 글쓰기와 노동을 함께 해온 그의 글은 서재나 작업실 안에서만 씌어진 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책을 읽다보면 상대적으로 덜 자주 변하는 변방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마치 변함없는 바다처럼 생생해 도시에서만 나고 자란 사람도 공감할 것이라는 출판사 서평에 동의하게 된다. 정말 누구에게나 잠복되어 있는 ‘바다형 유전자’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인가? 한창훈의 산문은 남성적인 감흥과 남도지방 특유의 글맛을 느끼게 해주므로 ‘천연기념물 격으로 귀한 작품’이란 추천인의 과장된 표현에 솔깃해진다. 얼마 전 인기 여성작가의 산문읽기와는 또 다른 나의 독서경험이었다. 섬 출신 작가의 삶과 고향 이야기 실제로 태어나 자랐고, 떠나서 그리워하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마는 고향 섬에서 그의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섬을 떠나 항구를 떠돌며 숱한 인생들을 만나고 헤어지거나 영영 못 만난 사연, 생계형 작가가 되고 나서 사귄 문단의 어떤 부류들과 뒹굴었던 서늘한 사연들이 겉으로 드러난 이 산문집의 이야기들이다. 나의 애창곡 ‘그 겨울의 찻집’(조용필 노래) 가사처럼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이야기들을 마음의 혀로 씹다보면 세상살이 외롭고 힘들지만 그런 감정을 뛰어넘는 해일 같은 삶의 파도가 있다. 이모와 함께 지냈던 추억이나 작가의 어린 딸과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지혜와 삶의 태도와 생존 본능적인 반응들을 헤아려보면 삶이 그리 고달프기만 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게 된다. 관찰력이 돋보이는 생소하거나 예리하고 재미있는 문장들 ‘둘째딸 산수 백점기념 수박 오십 프로 세일…’, 함께 하던 면병수행(面甁修行), 사내 셋과 키스가 가능할 입술…, 원거리 흠모형, 근거리 살림형… 어떤 시인의 팬 분류, 여성스런 남자를 ‘달린 여자’로 빗댄 말, 평생 술과 오입질한 사내의 지옥 풍경에서 “저 술병과 여자에게는 **이 없습니다.”라는 구절, 땟국이 코팅을 한 얼굴의 거지라기엔 직업의식 희박한 친구 황OO가 사모하고 점찍은 여성이 바로 자신의 여동생이라 잠이 확 깼다던 이야기, 여섯 살짜리와의 끝말잇기에서 군인을 ‘구닌’이라고 주장하는 딸의 설득 장면 등이 너무 재미있다. 나 자신이 경상도에서만 살다보니 처음 듣는 유리미(해수욕장 이름), 직박구리, 동박새, 해장죽숲, 쨋밤, 귀보시탕, 항각구국…, 바닷가에나 가야 들어봄직한 ‘가마우지, 물질, 갯것, 작것, 기 개리고, 좆피리, 갈래끼, 똥깡구, 노좆, 팔저리, 헝설이, 빠치망’ 같은 단어들은 바다사나이 한창훈 작가가 막 잡아 올린 활어처럼 싱싱함을 느끼게 한다. 작가 한창훈 특유의 그리움과 희망의 성찬 그의 문장 군데군데 절묘하거나 신통한 부분을 볼 때마다 난 열심히 줄을 긋거나 동그라미 표시를 해가며 읽었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한창훈의 향연』이 책은 사람들과, 매순간 명멸하던 감상의 향연이며 성찬이다. 산문집 곳곳에서 등장하는 작가가 인연 맺은 사람들과 항구와 섬과 바닷물고기들과 숲과 바람과 몸과 마음과 영혼의 살을 섞으며 교감했던 시간과 추억들을 실감나게, 혹은 조심스레 고스란히 한 상 가득 차린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아름다운 향연. 그래서 독자들은 작가로부터 수평선을 향하여 또다시 새로운 비행을 꿈꾸는 희망의 전언을 듣는다.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뿐이다.”라는. 한창훈 지음, 한창훈의 향연, 중앙북스(주)www.joongangbooks.co.kr 초판인쇄 2009. 9. 22.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올해는 학교 숲 운동을 시작한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우리나라의 초ㆍ중ㆍ고는 대부분 학교 건물 앞에 향나무를 비롯한 관상수를 심어 화단을 만들고 운동장 둘레에 플라타너스나 은행나무 느티나무를 심었고 생 울타리를 만든 학교는 그런대로 숲은 아니라도 나무를 볼 수 있는 학교였다. 본교는 2006년 ~ 2008년 학교 숲 시범학교로 지정을 받아 동문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동문의 동산과 함께 아름다운 학교 숲을 조성한 학교이다. 일부학교이지만 시멘트 건물과 모래가 바람에 날리는 삭막한 운동장에 잔디운동장이 조성되고 생명의 숲에서 시범학교로 지정받은 학교는 학교 숲이 조성되어 친환경적인 아름다운학교로 변모해 가고 있다. 10년 전부터 생명의 숲, 산림청, 유한 킴벌리가 공동으로 벌여온 학교 숲 운동이 1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8일 “기후변화시대 새로운 학교 숲을 꿈꾼다.”라는 주제로 『문학의 집 서울』에서 심포지엄을 가졌다. ENSI 회장인 Willy Sleurs의 “환경교육 및 지속가능발전교육 맥락에서 학교 숲의 중요성”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이 있었고 신구대학 환경조경학과 김인호 교수의 “학교 숲 운동 10년의 성과와 가치 앞으로 10년의 비전”이란 주제 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한국교육개발원 조진일 연구위원이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하는 제로에너지생태학교 조성 방안” 이란 주제로 발표가 있어 숲과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였다. 휴식을 가진 후 지정토론으로 5명의 전문가로부터 학교 숲 운동의 성과와 인성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생태교육에 대한 토론으로 심포지엄을 마쳤다. 학교 숲 운동 10년의 성과를 살펴보면 숲 면적이 증가하여 탄소 흡수원이 확대되었고, 학교구성원간의 참여와 파트너십형성으로 전문성과 조직력을 가진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는 것이다. 학교 숲 교사연수와 한국학교 숲 교육연합이 탄생하였고, 학교 숲의 연구와 홍보로 사회적 의제 화를 통한 정부사업을 확대하면서 예산이 증가하여 이 운동이 더욱 활발해 졌다는 것이다. 전국에 시범학교가 약 700여개학교로 늘어났고 학교 숲 조성 면적만하더라도 663,214㎡로 여의도 공원의 약 3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교육청이나 지자체 민간단체에서 지원한 학교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약 3,000여개 학교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학교 숲 운동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데 사회적인 성과도 크다고 한다. 학교 숲 운동에 지난 2007년까지 9년 동안 약 2,000억이 들어갔는데 이를 환경, 생태, 교육, 사회, 문화적 가치를 포함한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30배에 해당하는 약61,200억 원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학교 숲 운동의 10년 동안 질적 측면의 가치는 학교환경교육이 활성화 되었다고 한다. 학교운동장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였으며, 학생들의 인성교육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정부정책화를 유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학교 숲 10년의 목표는 100만 청소년이 학교 숲 마니아로 관계 맺기, 학교운동장 50% 학교 숲 탄소저장탱크로 조성하기, 전국 100개 학교 모델학교 숲 완성하기, 마을 주민 10% 학교 숲 주인 만들기, 100년 학교 숲을 위해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하기 라고 한다. 학교 숲을 도시에 조성하면 허파역할을 한다. 학교 숲은 학생들에게 맑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여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생태공간을 조성하여 자연의 섭리를 배울 수 있기에 교육과정과 연관하여 지도할 수 있다. 생명의 존귀함을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 저절로 인성교육이 되는 아주 유익한 공간이 학교 숲이다. 학교의 질을 한 차원 높여주는 학교 숲 운동에 더 많은 학교가 참여하도록 국민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원평초, 아나바다 알뜰 장터 개장 - 겨울 추위로 온몸이 움츠려지는 해마다 이맘때면 원평초등학교(교장 나경찬) 체육관에는 사랑의 열기가 피어난다. 지난 27일, 250여 명의 학교교육공동체가 쓰지 않는 물품 1000여 점을 모아 아나바다 알뜰 장터를 열어 수익금 576000원을 모았다. 원평초등학교는 5년 전부터 전체 학부모 및 학교운영위원, 녹색어머니회, 전교생 등 교육가족 전원이 참여 하는 아나바다 장터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매회 60여 만 원씩의 수익금을 조성하여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한 바 있으며 금년에도 해당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한다. 학생들에게는 좋은 상품 선별의 구매 행위, 직접 판매 체험을 통한 상업에 대한 체험, 아나바다의 참된 의미 등 경제교육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으며, 십시일반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참여와 봉사정신 및 사랑나눔을 내면화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한다. 5학년 한 학생은 “제게 필요한 물건들이 참 많아요. 가게에서 사려면 5000원도 더 줘야 하는데 단돈 500원이래요. 필요한 것 많이 살 거예요. 모은 돈은 모두 곤란한 친구들 돕는다니 이런 것을 두고 일석이조라고 하는 거예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자신감 넘치게 또 다른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당나귀는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다. 당나귀에 관한 이야기도 몇 개쯤은 알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나귀의 이야기가 '남의 말만 따르거나 잔꾀를 부리지 말라'는 가르침을 준다. 당나귀를 팔러 시장에 가던 어리석은 부자(父子)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결국은 당나귀를 강물에 빠트려 죽인다. 무거운 소금을 잔뜩 싣고 가다 강물에 빠졌을 때 무게가 줄어든 것을 눈치 챈 당나귀가 가벼운 솜을 싣고 가는데도 일부러 강물에 빠졌다가 고생한다. 영월에 당나귀를 이용한 이색체험거리가 있다. 청령포, 장릉, 선돌을 구경하고 한반도 지형의 선암마을로 가다 북쌍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연당교를 건너면 길가에서 당나귀들을 여러 마리 만난다. 강변에 위치한 이곳 남면의 연당리는 '당나귀 타는 원시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을 당나귀와 함께 하는 모습이 TV에 소개되었던 이세호 원시마을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당나귀를 키워왔다. 당나귀들의 수가 늘어나자 2년 전부터는 당나귀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당나귀를 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떠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데 산길의 경사로를 돌다보면 스릴을 느끼는 것만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영리하고 훈련이 잘된 당나귀들이라 낯선 사람을 등에 태우고 산길을 걸어도 위험하지 않다. 당나귀 타고 장에 가듯 이곳에서 이색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즐거운 비명소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영월로 나들이 갔던 우리 일행들이 당나귀 타며 즐거워하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신종인플루엔자(이하 신종플루)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충남 서산 서령고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11월30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이날 예방 접종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전격 시행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도착한 서산보건소 접종팀은 학생 개인별로 일일이 문진표를 작성하게 한 뒤 다시 한번 발열체크를 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신종플루 예방 접종 부작용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3학년부터 실시한 이날 예방 접종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오후 늦게 서야 끝이 났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휴식과 안정을 취하도록 방과후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잠시 중단하고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켰다. 충남 서산 서령고 2학년 학생이 신종플루 예방 주사를 맞으며 아파하고 있다. 이날 예방 접종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실시됐다. 사전에 철저한 점검 후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접종 주사를 맞기 전, 다시 한번 발열체크를 받는 학생들의 모습.
올해 대학 입시에서 대폭 확대된 입학사정관 전형이 현재 고교 2학년생이 시험을 치르는 내년에는 더욱 늘어 신입생 10명 중 1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 수시모집 인원 역시 꾸준히 증가해 내년 선발 예정 비율이 처음 60%를 넘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는 이 같은 내용으로 된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2011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2011학년도 선발하는 신입생 수는 총 37만9천215명으로 올해(37만8천141명)보다 1천74명 증가했다. 이 중 수시에서 뽑는 인원이 23만1천35명, 정시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14만8천180명으로 수시모집 비율이 전체의 60.9%(올해 57.9%)를 차지한다. 수시와 정시를 통틀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과 선발인원은 총 118개 대학, 3만7천6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모집인원의 9.9%에 해당하는 수치이자 올해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97개 대학, 2만4천622명, 6.5%)보다도 1만3천6명이 늘어난 것이다. 전형종류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일반전형 및 특별전형으로 구분되는데, 특별전형 선발인원이 11만9천123명(51.6%)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별전형 중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전형, 지역균형선발, 잠재능력 우수자, 추천자 전형 등의 모집 규모가 확대됐고, 건국대와 중앙대 등은 전문계고 졸업생 가운데 기업체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을 정원 외로 신설했다. 전형요소는 학교생활기록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논술고사, 면접ㆍ구술고사 등이다. 이 중 수시 인문사회계열에서 학생부를 100% 반영하는 대학이 82곳으로 올해보다 12곳 늘어났고, 정시에서는 학생부 및 수능 반영비율이 올해와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술고사 실시 대학은 수시 33곳, 정시 7곳으로 수시에서 4곳 줄어든 반면 면접ㆍ구술고사 시행 대학은 수시 122곳, 정시 105곳으로 올해보다 모두 늘어났다. 대교협은 이날 발표한 2011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책자로 제작해 전국 고등학교 및 시도 교육청 등 관련 기관에 배포하고 대교협 대학진학정보센터 홈페이지(http://univ.kcue.or.kr)에도 올릴 예정이다. 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이 만든 `대입정보 119'와 전형계획을 요약한 `주요사항 일람표'도 각 학교에 배포하기로 했다. 2011학년도 대학입시에 대해 직접 상담을 원하는 학생, 학부모들은 대교협 대입상담 콜센터(☎1600-1615)로 문의하면 된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들이 치르게 될 2011학년도 대학입시의 기본 틀은 올해와 대체로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대폭 확대되고 수시와 특별전형 선발 인원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전형요소 중에서는 논술고사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구술ㆍ면접고사 비중이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 수시모집, 전체의 61% =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30일 발표한 2011학년도 대입전형 시행 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총 모집인원은 37만9천215명으로 올해(37만8천141명)보다 1천74명 증가했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덕성여대, 인천대는 각종 집계에서 빠졌다. 이중 수시에서 뽑는 인원이 23만1천35명으로 전체의 60.9%에 달한다. 수시모집 비중은 2006학년도까지만 해도 전체의 48.3%에 불과했으나 2007학년도에 51.5%로 정시모집 인원을 처음 추월한 이후 2008학년도 53.1%, 2009학년도 56.7%, 2010학년도 57.9% 등 매년 높아져 올해 처음 60%를 넘겼다. 연세대의 경우 2011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정원내 모집인원의 무려 80%(2천721명)를 수시모집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조기에 선점하기 위해 수시 모집 인원을 해마다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은 수시에서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미충원 인원은 정시로 이월된다. ◇ 입학사정관제 대폭 확대 = 올해 대폭 확대된 입학사정관 전형은 내년에는 더욱 늘어 총 118개 대학에서 3만7천628명을 뽑는다. 올해보다 실시 대학 수는 21곳, 선발인원은 1만3천6명 늘어난 것이다. 총 모집인원 대비 입학사정관제 선발 비율도 9.9%로 올해(6.5%)보다 높아졌다. 특히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하는 대학과 선발인원이 117개 대학, 3만4천629명으로 올해(87개 대학, 2만2천787명)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정시모집에서도 올해(20개 대학, 1천835명)보다 10곳이 늘어난 30개 대학이 2천999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성적뿐 아니라 잠재력, 미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발하는 전형으로 정부가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현행 성적 중심의 대입제도를 개선하려는 취지로 적극 권장하고 있어 이 같은 확대 추세는 앞으로 매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특별전형 다양화 = 학생들의 다양한 특기를 고려해 선발하는 특별전형 역시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내년에는 수시모집에서 특별전형 선발인원이 11만9천123명(51.6%)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중앙대 등 일부 대학은 기회균등 전형에 전문계고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계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을 정원 외로 신설했다. 정원 내 특별전형 가운데 수시에서는 체육, 미술, 어학, 정보화 등 특기자 전형으로 117개교에서 7천298명을 뽑고 학교장(교사) 추천, 교과성적우수자, 지역고교 출신자, 국가유공자 등 대학 독자적 기준 전형으로 183개교에서 8만1천919명을 모집한다. 서울대, 건국대(서울), 광주교대 등 40개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특별전형만 실시한다. ◇ 논술 줄고 면접ㆍ구술 확대 = 논술고사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인문사회계열 기준으로 수시모집에서 논술을 보는 대학은 서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33개교로 올해보다 4곳이 줄었으며 정시모집에서는 올해와 동일하게 7개교(서울대, 대전가톨릭대, 영산선학대, 선문대, 수원가톨릭대, 인천가톨릭대, 서울교대)만이 논술을 치른다. 반면 면접ㆍ구술고사는 수시 및 정시모집에서 반영 대학 수, 비중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모집에서 면접ㆍ구술고사를 활용하는 대학은 122개교로 올해보다 4곳 늘고 반영비중도 20% 이상 반영 대학이 98개교로 6곳 증가했다. 정시에서 면접ㆍ구술고사를 보는 대학은 105개교로 올해보다 2곳, 20% 이상 반영하는 대학도 33개교로 2곳 늘었다. 학생부의 경우 수시모집에서 100%를 반영하는 대학 수가 올해 70개교에서 내년 82개교로 12곳 증가했다. 정시모집에서는 학생부 100% 반영 대학이 5개교, 80% 이상 100% 미만 3개교, 60% 이상 80% 미만 6개교 등이며 수능은 100% 반영 대학이 82개교, 80% 이상 100% 미만 81개교, 60% 이상 80% 미만 89개교 등으로 올해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 유의사항은 = 수시모집에서 2개 이상의 대학에 합격하면 등록기간 내에 1개의 대학에만 등록해야 한다. 예치금 등록도 정식 등록으로 처리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수시모집에서는 전형기간이 같아도 대학 간 복수지원이 가능하며 정시모집에서는 모집기간 군이 다른 대학 간, 그리고 동일 대학이라도 모집기간 군이 다른 모집단위 간 복수지원을 할 수 있다.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나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고, 정시모집에 합격해 등록하면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단, 추가모집 기간 전에 정시모집 등록을 포기하면 추가모집에 응할 수 있다.
2011학년도 대학입시는 올해보다 특별전형이 주류인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 전형의 선발인원이 증가한 것이 특징으로, 수험생 스스로 입시전략을 세우는 것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비중이 더욱 증가하고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100%를 반영하는 대학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능과 학생부 성적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입시전문가들은 30일 조언했다. 면접.구술고사 비중도 늘어나고 주요 대학이 수시에서 논술을 실시하는 만큼 학생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맞춤형' 입시전략 세워야 = 2011학년도 입시전형은 올해보다 더욱 복잡해지는 만큼 각 대학의 입시전형 특징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해 자신만의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 2011학년도 수시모집 인원은 총 모집인원의 60.9%인 23만1천35명으로 올해보다 더욱 늘어난다. 고교 학생부 성적과 수능 모의고사 성적, 공인 외국어 성적, 수상 경력 등 각종 비교과 영역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자신의 `스펙'이 어느 대학의 어떤 전형에 가장 유리한지를 지금부터 철저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청솔학원은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뿐 아니라 논술, 면접, 적성검사 등 대학별 고사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학이 요구하는 부분을 지금부터 충실히 준비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도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더욱 확대된다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입학사정관 전형 실시대학 및 선발인원은 118개 대학 3만7천628명으로 올해 전체 모집인원의 6.5%에서 9.9%로 확대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대부분의 주요대가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한다. 따라서 학생부 교과성적과 함께 각종 수상실적, 비교과 성적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지 3년째 접어드는 해여서 "다양한 능력과 잠재력, 자질 등을 고려한" 학생선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수험생은 지금부터 자신의 소질과 적성 등을 정확히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 수능은 내년에도 `절대적 변수' = 수능성적 반영비율은 표면적으로 볼 때 올해와 비슷하다. 그러나 수시보다 정시에 비중을 둬 선발하는 대학도 있고,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에서 채우는 만큼 수능 비중은 절대 줄어들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2010학년도 입시를 치르는 올해도 다른 전형요소 없이 수능만 100% 반영해 선발하는 대학이 일반전형 인문사회 계열의 경우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81개교로 작년보다 10곳 늘었다. 따라서 내년에도 수능성적이 입시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인 만큼 수험생들은 평소 수능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부 위주의 수시모집에서도 수능 9등급을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웨이중앙교육은 "수시모집 인원이 늘었다고 무조건 수시 위주로 공부하기보다는 최우선은 수능에 두고 수시를 함께 준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올해 수능시험이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는 하지만 매년 수능 난이도는 기복이 있으므로 수능이 다소 어렵게 출제된다는 가정하에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학생부 관리도 철저히 해야 = 올해도 많은 대학이 학생부를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하고 있는데 2011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그 비중이 더욱 커진다. 특히 학생부 100% 반영 대학수가 인문사회 계열은 올해 70개교에서 내년 82개교로, 자연과학계열은 올해 71개교에서 내년 82개교로 증가한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학생부 반영 교과와 학년별 반영비율을 정확히 파악해두는 자세가 요구된다. 면접ㆍ구술고사 비중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는 더욱 커져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성적과 함께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되는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논술을 보는 대학은 33개교로 올해 37개교보다 다소 줄었다. 그러나 서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서울소재 주요 대학이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대부분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만큼 상위권 학생은 이에도 대비해야 한다. 다른 전형요소 성적이 비슷하다면 당락을 가르는 최대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은 공교육 신뢰도를 높이고 사교육비를 덜어주는 차원에서 내달부터 `2010 대입 정시 진학지도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고 30일 밝혔다. 교육연구정보원은 12월14∼21일 북부교육청, 대명중, 아현중, 당산서중, 교육연구정보원 등 서울시내 5개 지역에서 `정시 수험생 진학 컨설팅'을 실시한다. 상담장에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소속 교사들이 나와 각 대학이 제공한 전년도 합격ㆍ불합격자 자료와 일선 고교가 제공한 수험생 성적정보 등이 담긴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해 상담을 해줄 예정이다. 교육연구정보원은 "프로그램에는 수험생이 지원할 정시 가, 나, 다군의 대학별, 학과별 분석 및 지원자료도 탑재돼 있다"며 "조만간 일선 학교에도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을 받고 싶은 수험생과 학부모는 내달 10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오후 2시까지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교육연구정보원은 또 내달 3∼4일 신일고, 숙명여고, 동성고, 명덕여고, 금천구청, 경복비즈니스고, 이화미디어고 등 7곳에서 `찾아가는 학부모 설명회'도 연다. 이 밖에도 대학진학지도지원단이 개발한 정시전형 대비 진학자료 4종, 학부모용 `2010 대입 정시모집 전형의 이해와 지원전략' 책자를 일선 교사들에게 보급하고 수험생들에게는 `2010 대입 정시전형 요강 일람표'도 제공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수요자 중심의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사업이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사설학원 배치표에 의존해온 기존 입시 풍속도를 크게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