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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충북 음성군 금왕읍 쌍봉초등학교 조성연(44·여) 방과후 보육교사가 자연재해 포스터 전국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1일 학교에 따르면 조 교사는 17회 방재의 날을 맞아 소방방재청이 실시한 공모전에서 일반 포스터 부문 우수상(소방방재청장상)에 입상했다. 단국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음성에 정착한 그는 전공을 살려 보육교실 아동 및 저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지도를 하는 방과후 보육교사로, 지난해까지 음성 삼성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올해부터 이 학교로 옮겼다. 조 교사는 지난 2008년에는 우유팩을 이용해 조형물을 만든 재활용작품으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지도한 어린이들 가운데 최근 환경부가 주최한 환경보건문예 전국 공모전에서 포스터 부문 장려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지구사랑 작품공모전, 하나 자연사랑 어린이 포스터대회, 충북예총 청소년 푸른꿈 공모전 등 각종 대회에서 잇달아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6·2 지방선거 대구시교육감 선거 후보들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일 유권자의 막판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다했다. 신평 후보는 이날 대구시내 주요 길목과 공원 등에서 대학생 비보이 공연 및 자전거 홍보단 활동을 펼치고 선거사무원, 지지자들의 전화홍보 릴레이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주변 사람 챙기기에 힘을 쏟았다. 유영웅 후보는 30만표 득표를 당선권으로 판단하고 TV연설광고를 내보냈으며 자원봉사자 그룹을 통해 초·중등 교사와 퇴직 교육계 원로 등 '숨어있는 표'를 발굴하는 등 막판 뒤집기에 나섰다. 김선응 후보는 새벽부터 범어네거리를 출발해 앞산순환도로와 성서지역, 칠성시장 등을 돌며 "현장교육과 행정경험, 사회활동을 바탕으로 대구교육의 새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김용락 후보는 "종이 낭비를 막기 위해 최근 발송한 선거홍보물을 4쪽으로 제한했다. 또 사회적 약자의 알권리를 지키려 장애인 전용 홍보물과 명함을 별도로 제작해 배포했다"고 밝혔다. 우동기 후보는 거리유세에서 "대구교육의 틀을 바꿔 학력신장, 사교육비 경감, 교육비리 해소 등 시급한 3대 과제를 해결하겠다. 소명의식과 열정으로 교육감이 변화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정만진 후보는 "대구권 8개 대학 61명의 대학교수들이 저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결정되는 불평등 교육, 부자만을 위한 교육을 바꾸라는 뜻이다"고 강조했다. 도기호 후보는 "교육감 후보 중 유일한 교사 출신으로 학부모, 교사,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고 일선 교육현장을 가장 잘 안다. 남녀공학, 학군제를 폐지하고 교감보직 선출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박노열 후보는 "대중매체와 인터넷의 혼탁한 프로그램이 비교육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으로 교육감 자문기구인 '교육환경조성위원회'를 구성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윤종건 후보는 "1년 내 청렴도 꼴찌에서 1위로 바꿔놓고 교육건설관리본부를 신설해 건설·시설 관리업무를 통합하겠다. 교육계 의식개혁을 해 관행으로 여겼던 부정과 비리를 뿌리뽑겠다"고 공약했다.
경남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6명의 후보들이 사퇴없이 끝까지 완주하면서 선거운동을 마무리한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1일 6명의 후보 모두 250만 6천여명의 경남 선거인 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모여 있는 창원·마산·진해권과 서부경남의 중심 도시인 김해와 양산시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들은 저마다 "누가 경남교육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지 꼼꼼히 판단해서 교육감을 뽑아달라"고 마지막까지 도민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강인섭 후보는 이날 하루종일 창원과 마산, 진해지역을 누비며 오후 8시 창원시청 광장에서 13일간의 선거운동을 접는다. 고영진 후보는 마산 육호광장 사거리를 시작으로 창원과 진해, 김해시를 찾은 뒤 오후 8시께 창원 상남동 분수대 공원에서 선거운동을 마감한다. 박종훈 후보는 낮동안 고성군과 마산과 창원, 김해시의 전통시장을 찾은데 이어 창원으로 이동해 상남동과 팔룡동 일대에서 자정까지 표밭을 다질 계획이다. 김영철 후보는 도교육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유권자들께서 도와달라"는 기자회견을 한 뒤 창원과 김해를 누볐다. 권정호 후보는 양산과 김해 등 서부권 대도시를 집중공략한 뒤 오후 7시 30분께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선거운동을 끝맺는다. 김길수 후보는 양산에서 마지막날 선거운동을 시작해 김해와 창원, 마산을 거쳐 주소지인 진주 신안동 로터리에서 마감한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강진에 유배됐을 때 쓴 논어 주석서인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전 5권·사암 펴냄)가 완역 출간됐다고 다산학술문화재단이 1일 말했다. 1813년에 완성한 논어고금주는 실학자이자 경학자(經學者)인 정약용의 독창적이면서도 방대한 논어해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저작으로 꼽힌다. 정약용은 이 책에서 고주(古註)인 한나라 때 훈고학적 주석과 금주(今註)에 해당하는 송나라 때의 성리학적 주석은 물론이고, 명나라의 양명학과 청나라의 고증학, 나아가 일본 고학파(古學派)의 해석까지 집대성해 싣고 그 해석에 하나하나 논평·반박하고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제목을 논어고금주라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정약용이 당시 조선에서 지배적이었던 성리학의 관념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실학의 세계를 지향했던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다산학술문화재단의 '다산번역총서'의 하나로 출간된 논어고금주는 '목민심서(牧民心書)'와 '맹자요의(孟子要義)', '매씨서평(梅氏書平)' 등 정약용의 저술을 번역한 이지형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번역했으며, 이해를 돕고자 원문과 해석을 함께 수록했다. 각권 504~636쪽. 전질 2만원.
부산시 교육청(설동근 교육감)은 소속 직원 5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서 정례조례를 개최했다. 부산교육청이 유엔기념공원에서 정례조례를 개최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날 정례조례 이후 교육청 직원들은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에 이어 참전용사의 묘비를 닦고 묘역의 잡초를 제거하는 활동도 함께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부산 교육계에 국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정례조례와 추모행사를 유엔기념공원에서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과서의 디지털화' 경향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단법인 교과서협회가 교과서회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내년부터 사용할 초등학교 교과서 51점 가운데 28점에 대해 전자교과서를 함께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7점은 전자교과서 보급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검토 중인 교과서를 포함하면 전자교과서 사용 비율은 65%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은 전자교과서를 일단 학생용이 아니라 교사가 사용하는 지도용 교과서에 한정해서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사용 중인 초등학교의 교사용 전자교과서는 국어(일본어) 교과서 1점뿐이다. 일본이 이처럼 교사용 전자교과서 보급을 급속히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전자칠판 보급이 급증한 덕분이다. 지난해 3월말 약 1만 3천대에 그친 일본의 공립 초·중학교 전자칠판은 올해에는 약 2만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교사용 전자교과서를 늘리는 반면, 한국은 학생용 전자교과서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2006년부터 일부 초등학교에서 전자교과서를 시범 사용하기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기존 서책형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CD에 옮긴 전자교과서를 초·중·고교에 보급할 예정이다.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 교육청 교육위원회 가 학원의 심야교습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는 조례개정안의 심의를 보류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보류된 개정안은 현 교육위의 임기인 8월 말까지 의결되지 못하면 자동폐기된다는 점에서 학원 교습시간 단축 계획이 표류 끝에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교육위가 학원 교습시간을 10시로 제한하는 조례개정안 심의를 잇따라 보류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각 시·도 교육위의 '학원업계 눈치보기'의 결과로 교육계는 의심한다. 교육위원 대다수가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후보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상태여서 이해당사자가 있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낀 나머지 심의 보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힘이 막강한 각 지역 학원단체와 척을 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력이 만만치 않은 학부모들의 여론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번 선거가 끝나는 대로 각 시·도교육위에 조례개정안 심의·의결을 재촉할 예정이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올해부터 시·도교육청 교육위가 폐지되고 그 역할을 시·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맡게 돼 업무 인수에만도 힘이 부쳐 조례개정은 뒷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시·도 교육위원들이 7월 1일부로 자동퇴직하는 만큼 주요 사안을 처리할 시간이 6월로 한정된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학원 교습시간 단축 계획이 무산되거나 장기간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사교육없는세상 홍인기 운영위원장은 "교육의원 선거에 가장 많은 자금을 대는 것이 학원 업자들이라서 이런 결과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학원 교습시간 규제는 학생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조례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감은 작년 6월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시까지로 단축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10여 년 전 일본 유학 중의 일이다. 일본을 좀 더 경험해보려는 욕심에 한 편의점에서 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일했던 한 일본인 남학생과 심한 논쟁에 휩싸였다. 수학을 전공했던 그 친구는 내가 역사를 전공하고 있으니 독도가 누구의 땅인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했고 나는 내가 아는 온갖 지식과 상식을 동원해 독도가 한국의 땅임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 친구가 여러 사료의 예까지 들어가며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우리는 몰려오는 손님도 잊은 채 논쟁에 논쟁을 거듭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이 친구가 독도에 대해 얻은 지식은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중 ·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수업 덕분이었다. 그 논쟁이 있은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독도 문제는 여전히 양국의 첨예한 역사, 정치, 영토, 외교, 교육 등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시마네현에 속해 있는 다케시마가 한국 정부에 의해 불법 점거되어 있다’고 기술하거나 지도 상에 점이나 경계선으로 독도가 일본 영해에 포함된 섬인 것처럼 묘사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5종에 대해 합격을 통지했다.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의 신청단계에서는 독도 옆에 선이 그어져 있지 않았으나 이 날 심의회에서 ‘국경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 독도가 일본 영역임이 명확하게 선이 그어진 상태에서 심의를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2011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새로 검정을 통과한 이 교과서를 배우게 된다. 일본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지리와 영토에 대해 배우는 시기가 바로 5학년인 만큼 역사 · 지리 인식의 선행지식을 왜곡된 사실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앞서 2008년 7월 중학교 사회교과서 ‘신 학습지도요령해설서’와 2009년 12월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도 독도 영유권을 명기해 한국 국민의 감정을 자극한 바 있다. 다시 10년 전 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편의점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가 배웠던 역사교과서는 지금처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교과서가 아니었다. 즉, 그 학생이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서는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하지 않은 교과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학생은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이야기해주는가. 역사 수업을 이루는 3가지 요소를 들자면 교사, 학생 그리고 역사교과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중 우리가 현안으로서의 독도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역사교과서 문제를 가장 앞세운다. 아마도 일국(一國)의 역사교과서는 그 특징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공적인 증거로서 이슈로 삼기 가장 쉬운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사례는 우리가 독도 문제 표기에 대한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 단순히 역사교과서 수정 요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역사교육에 대한 보다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교육에서 감정적이고, 비본질적인 해결책은 늘 그 지속성이 떨어진다. 이제 우리는 역사수업을 이루는 다른 두 가지 요소, 즉 교사와 학생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 역사수업의 중심을 이루는 역사교사가 교과서 내용을 자신의 시각에서 ‘재구성’하고 학생들이 이해하는 수업의 과정에서 독도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이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미 이런 역사교과서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역사학자, 역사교사 및 시민단체가 앞장서고 있다. 한 예로 한 · 일 양국의 역사교사들이 모여 5년여에 걸친 연구와 모임 끝에 공동부교재를 출간하기도 했다. 역사교사들은 이러한 교재의 도움을 받으며, 한 · 일 간 역사시각의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공동부교재의 출간은 21세기 화해와 평화의 공동체로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역사분쟁을 종식시키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확고한 역사관을 정립시키기 위한 시작이라는 데 의미를 둔다면, 커다란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공동 부교재의 활용방법 연구, 역사교사 및 역사수업의 활발한 교류 등 현실적인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1. 신혼 초에 있었던 일이다. 맞선을 보고 4개월 만에, 서른세 살 늦장가를 간 나는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그날도 저녁 어둠이 내릴 때쯤 퇴근을 했다. 마침 아파트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섰더니, 아차! 우리 집이 아닌 남의 집에 잘못 들어온 것 같다. 부엌 등불 아래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여인이 있기는 한데, 아주 낯이 설다. 내 아내가 아니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미안합니다. 잘못 집을 찾아온 것 같습니다” 하고는 얼른 나왔다. 아무래도 3층인 우리 집을 지나서 한 층 더 올라온 실수를 한 것 같아서 급히 아래층 아파트로 내려갔다. 좀 전 위층에서의 무안함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 나는 무어라 투덜거리며 당당하게 문을 두드렸다. 그랬더니 아내가 아닌 어떤 중년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준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내가 당황스럽게 우물쭈물 하자 그녀는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확인하고서는 얼른 문을 닫아버린다. 그제야 그 집 아파트 호수를 확인하니 202호이다. 우리 집은 302호인데. 아니 그럼 아까 들어갔다 나온 위층 집이 우리 집 맞는데 말이야. 분명 다른 여자가 있었는데…. 나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서 문을 두드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아내가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대뜸 물어보았다. 아니 조금 전 내가 들어 왔을 때, 부엌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여자가 누구냐. 모르는 여자가 있기에 나는 우리 집이 아닌 줄 알고 나갔었지. 아내는 기가 차다는 듯 말한다. 누군 누구에요. 그게 나에요 나! 아내가 우습다는 표정 반, 섭섭하다는 표정 반으로 말한다. 아내의 말을 듣고 의문이 풀렸다. 아내는 오늘 오랜만에 미장원에 가서 퍼머 머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내의 모습이 무언가 다르긴 다른 것 같다. 헤어스타일이 달라진 아내를 다른 사람으로 알고, 남의 집에 들어 온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말이 되지 않는 해프닝인데, 실제로 있었던 일임에는 어찌하랴. 이 일은 결혼 30주년을 바라보는 오늘까지 아내에게 면목 없는 사건으로 부각되는 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2. 비슷한 해프닝이 또 하나 있다. 결혼 전 총각 때의 일이다. 한번은 고향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고속버스터미널에 갔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간단히 요기라도 해야 하겠기에, 표를 끊어 놓고, 분식점에 들어갔다.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놓았는데, 대각선 건너편 식탁에 앉은 어떤 젊은 여성이 나를 피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정면으로 다가오지도 못하며 앉아 있었다. 아니 앉자마자 그렇게 눈이 마주친 것이다. 나도 그 얼굴이 알듯 말듯 했다. 나는 초임시절 약수동에 있는 장충여자중학교에서 근무했다. 선생으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지냈던 시절이다. 아마도 그때의 제자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가깝게 알고 있거나 구체적인 인지를 하지 못할 경우, 이미 오래 된 옛날 제자들인데, 특별히 다가와서 아는 체를 하기도 좀 부자연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는 워낙 좁은 분식가게 안이니, 아주 모른 체 외면하기도 불편한 그런 공간이다. 이전에도 이렇게 어중간하고 서먹하게 옛날 제자를 조우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나는 그런 장면에서도 아주 모른 체하는 것보다는 어설픈 눈인사라도 해주는 제자들이 좋았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그녀와 나는 엉거주춤한 채 떨어져서 눈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어색하고 부끄러운 듯 이마를 조금 숙여 시선은 피하면서 눈인사를 나누었다. 쟤가 누구였더라. 누구였더라. 그러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 짐작으로는 그녀가 대학 3, 4학년쯤 되었을 것 같았다. 차 시간이 되어 그녀보다 먼저 분식점을 나오며, 나는 그녀에게 한 마디 덕담을 건넸다. “공부 열심히 해라!” 버스에 올라 서울을 벗어나면서 차창이 훤해지고 나서야 내 기억의 창도 맑아지는 듯했다. 문득 머리 한 구석에 어떤 장면 하나가 떠오르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무안함을 스스로도 어쩌지 못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터미널 분식점에서 조우했던 그녀의 모습이 점차 확연하게 떠올랐다. 석 달 전인가 어머님 친구의 소개로 맞선을 보았던 아가씨! 바로 그녀였다. 그게 왜 지금 생각난단 말인가. 이런 낭패가 있나. 그녀는 얼마나 불쾌하고 기분이 상했을까. 무어라 욕을 했을까. “별 웃기는 녀석 다 보았네. 원 재수가 없으려니!” 아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내 눈썰미라는 것도 참 어지간히 한심했다. [PAGE BREAK] 3. 나와는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작년에 울산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단다. 평소 눈썰미 좋기로 소문난 울산 남부경찰서 권 아무개 경찰관이 부산지하철 2호선을 타고 퇴근하다가, 지하철 안에서 한 50대 남자를 보며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단다. 곰곰이 생각하다 수배전단이 생각나 남부서 친구 형사에게 전화를 해 전단지를 모바일로 전송받았는데, 전단지를 본 순간, 남의 돈 10억 원을 몰래 훔쳐 달아난 용의자 A씨(56)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눈썰미이다. 실제로 수사관 적성을 테스트하는 데에 눈썰미 요소를 재어 보는 항목들이 있다고 한다. ‘눈썰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한두 번 보고도 곧 그것을 해내거나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재치’로 풀이하고 있다. ‘눈썰미’에 해당하는 한자어로는, 눈이 공교(工巧)하다는 뜻으로 ‘목교(目巧)’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래도 말의 맛으로는 ‘눈썰미’를 따라오지 못한다. 눈썰미는 직관이 뛰어나고 빠른 판단력을 가졌을 때 발휘될 수 있는 오묘한 능력이다. 오묘하다 함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TV 프로그램에 ‘옥의 티 찾기’라는 것이 있다. 드라마 장면 등에서 여간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매우 사소한 촬영상의 실수들을 찾는 내용이다. 출연자들의 눈썰미 능력이 옴짝 없이 부각되는 프로이다. ‘눈썰미’는 인간 보편의 자질인 듯하다. ‘너 눈썰미 있다’를 영어로 표현하면, “You have quick eyes for learning things” 또는 “You pick things up quickly by just watching” 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표현이 있는 것을 보면 서양 사람들도 ‘눈썰미’의 능력을 예찬하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눈썰미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다음 세 가지 속성이 나타난다. 첫째는 말할 것도 없이 대상에 대한 민감성(Sensitivity)이다. 둔감한 사람이 눈썰미 있다는 평을 듣기 어렵다. 그런데 이 민감성이 노력으로 되는 것인지 타고나는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또 민감성이 인지적 범주의 것인지, 정의나 태도의 범주에도 해당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요리 솜씨가 뛰어난 사람, 사진을 잘 찍는 사람치고 눈썰미 없는 사람 없다. 이것이 모두 민감성에 근거하는 눈썰미란 이야기이다. 요즘 창의성 교육을 이야기하는 첫 항목에 ‘민감성’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그냥 흘려 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눈썰미가 사람의 태도와도 관련되는 것이라면, 눈썰미의 두 번째 속성을 ‘사물과 환경을 대하는 적극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눈썰미가 좋은 인성의 바탕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효도의 출발은 눈썰미에 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추운 날 시골의 노부모님 댁을 여러 번 다녀와도 부모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못하는 자식은 눈썰미 있게 살피지 못하는 자식이다. 평생 시장에서 장사 일을 해 온 장사의 달인은 이렇게 말한다. “장사의 반은 목이고, 나머지 반은 눈썰미이다.” 가게의 위치가 좋아야 함은 물론이고, 물건과 고객을 대하는 적극성, 즉 눈썰미를 잘 발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가는 곳에 눈썰미가 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눈썰미의 세 번째 속성은 나쁜 속성이다. 눈썰미가 ‘바깥 사물(外物)에 잘 흔들리는 경박성’으로 인식되는 경우이다. 이는 마음의 적극성이 진지함을 잃고, 지나치게 이익과 손해에 민감할 때 나타난다. 그냥 눈치만 무지무지 빠른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람들의 기피를 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인식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눈썰미 없다’는 평을 듣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4. 인터넷에 어떤 학생의 이야기 하나가 올라와 있다. 학교에 어떤 학부모가 오셨는데, 내가 아는 어떤 성악가와 너무 닮아서, 친구들에게 내가 아는 아무개 성악가를 닮았다고 신나서 이야기하고 다녔단다. 그런데 그 성악가를 아는 내 친구 하나가 “야, 그 성악가 닮은 게 아니라, 바로 그 성악가이라니깐!” 이러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탄을 했다. “나는 눈썰미가 있다고 해야 하나요. 없다고 해야 하나요.” 꼭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나는 앞에서 고백한 대로 눈썰미가 없는 편이다. 학생들을 눈썰미 있게 파악해 주지 못해서 낭패를 겪은 일들이 떠오른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더 그렇다. 이름을 틀리게 기억하거나 이전에 물어본 질문을 만날 때마다 반복한다. 학생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정말 선생님 노릇을 좀 더 잘하려면 정말로 ‘눈썰미 능력’을 길러야 하겠다. IT 첨단 기술 시대에도 사람의 눈썰미는 여전히 위력을 지닌다. 남다른 눈썰미를 가진 사람은 전체의 3% 정도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보석감정사, 조리사, 문화재감정 전문가 등과 같은 전문 직업은 아주 탁월한 눈썰미 능력을 필요로 한다. 교육적 눈썰미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아트 딜러(Art Dealer)라는 전문 직업을 생각하게 된다. 세계의 화단(畵壇)을 누비는 저명한 인물들, 이를테면, 팝아트 장르를 개척한 앤디 워흘이나 추상 표현주의 대가인 잭슨 플록과 같은 인물을 일찍이 무명 시절부터 지켜보면서 이들을 마침내 빛나는 진주로 발굴한 아트 딜러들이야말로, 뛰어난 교육적 눈썰미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기르는 교육자들에게 타산지석의 시사를 던져준다고 하겠다. | 경인교대 교수
작은 학교 장점 살린 개별 맞춤 교육 경북 김천 태화초가 작은 학교의 특성을 살린 개별 맞춤 교육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 변두리의 전교생 31명, 4개 학급의 작은 학교이지만, 얼마 전 열린 제32회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시대회에서 12명이 입상해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기초학력진단평가에서도 김천시 최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태화초가 이런 맞춤 수업을 하게 된 데에는 학교의 작은 덩치(?)가 한몫 했다. 처음에는 4개 학년이 복식학급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교 여건 때문에, 각 학년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없어 고민했지만 학급단위가 아닌 개별 학생에 맞는 수업으로 생각을 바꾸니 해결책이 나왔다. 한 학급 인원이 많게는 9명, 적게는 4명밖에 되지 않으니, 교사가 마음만 먹으면 학생의 생활 전반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가능했던 것이다. 도심의 대규모 학교에서는 쉽게 엄두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맞춤형 교육을 위해 태화초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적성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인 · 적성 검사를 2차례 실시하고 학생 개개인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간단한 메모지 한 장이라도 교육활동과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기록으로 남겨두도록 했다. 이런 세세한 자료 정리가 태화초 교육활동의 원동력이 됐다. “교사는 자기 수업을 자기가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수업안이라도 대부분 큰 학교의 일제수업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작은 학교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곤란합니다.” 조용석 교장은 정형화된 수업방법을 답습만 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스스로 주어진 교육환경에 적합한 수업방법을 개발해야 함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학교 연계 교육과정으로 규모의 한계 극복 소규모 학교여서 유리한 점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어려운 점도 많다. 행 · 재정적 지원이 있다면 좀 여유를 갖고 다양한 교육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태화초처럼 폐교 대상 학교로 지정된 상태에서는 넉넉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는 수학여행도 가지 못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2+3 어울림 교육과정’이다. 2+3 어울림 교육활동이란 2개 면(봉산면, 대항면)의 3개 교(봉계초, 태화초, 대룡초)가 교과협력학습, 학교행사, 방과후학교 등의 교육활동을 함께하는 것을 말한다. 작은 학교를 연계한 교육과정은 조 교장이 2002년경 교감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생각해 온 것으로, 태화초에 부임하고 보니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인근 학교 교장들에게 제안하게 됐다고 한다. 2008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별도의 지원도 없었고 교사들의 반대도 있어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연계활동을 통해 몇 가지 성과가 나타나니 차차 자리가 잡혔고, 2009년부터 경북도교육청이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예산지원도 받게 됐다. ‘2+3 어울림 교육과정’은 교육협의회 교육과정 중 연계활동이 필요한 몇 개 분야를 선정한 후 각 학교에 역할을 분담하고, 각 활동의 중심학교가 해당 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수학여행을 봉계초가 주관했다면, 현장체험학습은 태화초, 수영체험학습은 대룡초가 각각 책임지고 진행하는 식이다. 교과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교과 특성상 여러 학생이 함께하는 것이 더 교육효과가 큰 영어나 예체능 과목을 중심으로 교과협력학습도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수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학교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다 보니 경쟁심이 생겨 수업분위기도 한층 고조된다. 교사들 역시 다른 학교 교사의 수업을 보조하거나 참관하면서 연수 효과를 얻는다. 전담 원어민 교사가 없는 문제도 세 학교 4~6학년 학생이 함께 반을 만들어 김천대 국제어학원에서 영어수업을 듣는 것으로 보완했으며,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공동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해 연수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PAGE BREAK] 아침엔 발명을, 저녁엔 연주를 태화초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주어진 환경과 재원을 최대한 이용해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를 개발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첫 번째는 ‘1학생 1특기 갖기’로 매주 화요일 아침시간과 계발활동시간에는 발명교육을, 목요일 아침시간에는 창의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정에는 텃밭을 만들어 학생들이 수시로 작물을 돌보도록 했고, 정돈되지 않는 나무 몇 그루가 차지하고 있던 화단에는 여러 종류의 꽃을 심어 자연에 대한 흥미와 감수성을 동시에 키우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배려와 교사의 열정적인 지도가 어우러진 결과,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발명대회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뒀다. 두 번째는 방과후 시간에 실시되는 ‘1학생 1악기 다루기’다. 다양한 악기를 접하지는 못해도, 학년별(저학년 장구, 중학년 가야금, 고학년 단소)로 우리 전통악기를 배울 기회를 제공해 태화초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세 가지 악기는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교사 역량이 십분 발휘되는 작은 학교 부임 당시부터 조 교장이 각별한 정성을 기울인 것이 바로 우수한 교사 영입이다. 경력 많고 우수한 교사들은 주로 도심의 대규모 학교에 발령을 받는다. 큰 학교에서 교육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것도 있고, 근무 여건이 좋아 교사 스스로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 교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큰 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많은 탓에 일제식 수업이 주가 될 수밖에 없어 아무리 좋은 교사라 할지라도 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지만, 작은 학교에서는 훌륭한 교사 한두 명이 학교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틈나는 대로 교육청에 경험 많은 유능한 교사를 발령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여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작은 학교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올해 9월이면 임기를 마치고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조 교장은 태화초의 교육과정이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작은 학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교육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인데도, 이런 작은 학교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서비스는 도시의 큰 학교 학생들과 너무 차이가 납니다. 특정 학교를 없애고 살리는 문제를 넘어 모든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는 길어야 2년도 못 채우고 달아나듯 학교를 떠나고 학교 시설은 낙후될 대로 낙후된 상태에서 과연 누가 학교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학생이라고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작은 학교 태화초의 힘찬 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학교에만 오면 영어와 노는 아이들 상계중의 영어 교육 프로그램은 남달라서 학생들이 영어를 즐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결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임춘희 = 학교에 와서부터 집에 갈 때까지 아이들은 늘 영어와 친근하게 학교생활을 합니다. 다른 학교와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아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강점이에요. 또 학부형이나 학생들이 상계중 영어가 특히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은 영어 수업과 다른 활동들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항상 연계성 있게 함께 간다는 것입니다. 이수윤 = 영어를 잘하건 못하건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도 중요한 점이에요. 다른 학교는 우수학생만 주목받는데 저희는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고 도전을 하게 했어요. 팝송대회는 전교생이 다 참여하는 즐거운 행사여서 영어를 못해도 도전할 수 있었고,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은 영어 토론대회라는 도전과제를 줬습니다. 임 선생님 말씀처럼 그 모든 것이 따로따로 행사가 아니라 팝송을 정해 따라 부르는 것 자체가 수업이었고, 팝송 부르기가 수행평가였어요. 또 여기서 잘하는 학생들은 오디션을 봐서 재능을 더욱 펼칠 수 있는 토론대회를 하도록 하는…. 연결되는 활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라고 하면 어려워하기 마련인데 처음에 학생들이 영어와 친해지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한정화 = 누구나 영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의 레벨에 맞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때는 수준별 수업이나, 방과후 학교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주로 실력이 부족한 하(下)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문법 무작정 따라 하기’, ‘생활영어’ 등의 방과후반을 만들어서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 독려했습니다. 이수윤 = 2년 전부터 원어민 선생님이 일주일에 두 번 아침 방송을 했어요. 책, 날씨 등 주제를 정해 아이들과 대화하듯 친절하게 방송을 하죠. 들었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방송 내용을 교실에 게시하고 그날 아이들이 원어민 선생님에게 말을 걸면 사탕을 나눠줬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어느 날은 아이들이 너무 몰려 원어민 선생님이 점심도 거를 정도였어요. 보통 아이들이 원어민 선생님에게 말을 걸고 싶어도 “Hi”하고 인사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데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죠. 방송을 계기로 아이들이 원어민 선생님을 아주 적극적으로 대하게 됐어요. 임춘희 = 영어를 산소처럼 호흡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학교에 오면 영어가 자연스럽게 귀에 들리게 하자’가 목표였죠. 아침 영어로 EBS e 방송을 보고, 게시물을 부착해 복도를 지나가면서도 영어를 볼 수 있게 유도했어요. 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아침 방송은 지난해 더 업그레이드 됐는데 학교 소식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방송했습니다. 학교 행사를 소개하거나 선생님에게 시험정보를 얻고 부모님, 학생을 인터뷰하기도 했죠. 그리고 그날 방송된 내용과 관련된 표현을 공부합니다. 아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오니 생각보다 집중도도 높고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영어는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게 했죠. [PAGE BREAK] “읽기, 쓰기, 말하기가 한 번에 이뤄지는 수업” 학교에서 늘 학생들이 영어를 접하게 하는 게 노하우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수업일 것 같습니다. 한정화 = 기본적으로 저희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을 잘하세요. 그게 다른 선생님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서로 열심히 하게 되죠. 또 하나의 특징은 학습지를 공들여서 잘 만든다는 거예요. 학원에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수업하는 대로 학습지만 잘 풀어도 단어, 문법, 생활영어까지 익힐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학습지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죠. 이수윤 = 읽기, 쓰기, 말하기가 한 번에 이뤄지는 수업을 해요. 저는 영어수업에서 시각화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의 눈은 예민해서 단어만 주고 무조건 외우라고 하기보다 단어에 대한 그림을 주고 연상하게 하면 더 빨리 외우죠. 상(上)반 학생들을 지도할 때 교과서 내용을 담은 그림을 보여주고 기본적인 단어만 제시해 문장을 완성하게 하는 영작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영어로 발표해요. 그런 수업이 익숙해지니 저보다 학생들이 마이크를 더 많이 쓸 정도로 발표를 많이 합니다. 얼마 전 교과서에서 주제를 두 개 정해주고, 원어민 선생님과 30초 동안 말하기를 평가했더니 저도 놀랄 정도로 아이들이 잘하더군요. 이미 수업시간에 배우고 영작한 후 발표한 내용이어서 30초 동안 말하는 6〜문장쯤은 바로 구성하고 유창하게 말할 줄 알게 된 것이죠. 임춘희 = 저는 조별 수업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에요. ‘Station 수업’이라고 하는데 스테이션 조를 만들고 조별로 리더가 한 명씩 있죠. 학습지를 나누어 주면 ‘1 스테이션’은 그날 수업 내용의 새 단어를 영영으로 공부하고, ‘2 스테이션’은 본문을 읽죠. ‘3 스테이션’은 대화 내용의 순서를 잡고, ‘4 스테이션’은 문제를 풀어요. 한 수업 시간에 스테이션을 도는데 각 조의 리더가 아이들을 이끌고 함께 합니다. 재미있고 아이들도 저도 서로 이끌어가는 수업에 자부심이 있어요. 영어 토론대회를 다른 학교보다 먼저 시작해 3년간 해오셨는데 토론대회를 준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수윤 = 영어 토론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아이들도 교사들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영어과 선생님들이 책을 사서 공부하고 중요한 내용을 발췌해 수업자료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토론에 앞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글 쓰는 법을 우선 가르쳤는데 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에세이 쓰기가 익숙해진 후에 토론 대회 오디션을 봤는데 아이들이 몰려와서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들이 자료를 나눠주고, 에세이 쓰기를 한 후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원어민 선생님이 에세이 쓰는 방법에 대해 별도의 수업도 해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함께 맞물려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요. “학교생활-수업-동아리 모두 연계된 영어” 영어 글쓰기 지도는 어렵지 않으셨습니까? 한정화 = 너무 어려워 원어민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죠. 3학년 교과서의 ‘자기 문화 소개하기’를 주제로 글을 쓰기 전에 원어민 선생님이 먼저 자기 문화와 관련된 수업을 했어요. 그런 준비 과정을 거쳐서 아이들에게 글을 쓸 아웃라인(Outline)을 제시해 주고 글을 쓰도록 했죠. 잘 쓴 아이의 글을 게시해서 자극받을 수 있도록 했고요. 이수윤 = 먼저 좋은 글을 제시해줘요. 그런 후에 에세이의 주제는 마음대로 가장 자신 있는 것으로 정하고 글을 쓴 후에 틀린 부분은 수정해주죠. 그리고 에세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진 다섯 컷을 찾아와서 발표하게 했어요. 다른 학생들은 그 영어 설명을 듣고 학습지에 주제와 요지를 정리했고요. 임춘희 = 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말하기와 쓰기를 접목한 ‘Show Tell’ 프로그램이에요. 수업시간에 5〜0분을 할애해서 전교생이 하도록 했는데 발표하면서 말하기, 내용 듣기, 들은 내용을 정리해서 쓰기가 한꺼번에 이루어지죠. 이런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에게 초기에는 짐이 될 수 있는데 해보고 나서는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렇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노력했죠. 저희 학교 영어 활동의 특징이 아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학습지를 통해 ‘이 공부는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구조(Structure)를 짜서 준다는 것이에요. 스탭 바이 스탭으로 가이드를 잘 해주죠. 그런 점들이 아이들이 도전을 받았을 때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다른 학교의 몇 배에 달하는 읽기와 쓰기를 하고 있네요. 이 밖에도 소개해주실 프로그램들이 있다면. 이수윤 = 2007년에는 1〜학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 한 시간을 영어책만 읽는 프로그램도 있었어요. 학교에서 산 영어책을 한 달에 한 권씩 정해서 그 시간엔 읽기만 하는 것이죠. 읽기가 끝나면 학습지 한 장에 오늘 읽은 책의 제목, 책 중에서 세 단어, 마음에 들었던 구문, 대략적인 내용을 간단히 적게 하죠. 그 결과물이 1년 동안 쌓이면 시상을 했어요. 임춘희 = 저희는 ‘Book warm contest’라고 방학 중에 꼭 읽어야 할 영어 도서를 선정해주고, 개학하면 전 학생이 책에 대해 간단한 시험을 봐요. 또 그 책에 대한 감상문 양식을 주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으로 수행평가를 합니다. 영어로 책을 읽고 영어로 쓰는 작업이 아이들의 사고력을 자극하죠. 저희 학교 활동은 사진으로 보이는 거창한 건 없어요. 다 내실 있게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죠. 아이들이 선생님이 학교에서 하라는 것만 잘 따라서 열심히 했더니 영어에 대한 지경(地境)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면서부터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참여도가 아주 높아졌어요. 이렇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임춘희 = 영어전용교실이 없어서 늘 빈 공간을 찾아 헤맵니다. 이렇게 부족한 것을 수업과 프로그램의 질로 극복하려고 노력해요.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9시, 10시에 퇴근하는 일의 연속이죠. 담임과 주요 교과를 동시에 담당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구성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숨어 있는 보석(?)같은 아이들을 발견하는 기쁨, 아이들의 배움이 커가는 보람으로 하루를 살죠. 그게 제 보람이니 힘들어도 열심히 노력합니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PAGE BREAK] 상계중의 톡톡튀는 영어교육프로그램 한정화 교사와 원어민 교사인 로렌 하트(Lauren Hart)의 3학년 7반 5교시 영어 협력 수업 시간. ‘Music Around Us’를 주제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 음악가를 발표하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음악의 장르와 음악가를 맞추기도 하는 수업이다. 수업 시간은 재미있고 자유롭게 진행됐다. 상계 모닝 잉글리시 _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영어에 관심을 갖도록 한 상계중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도입 첫해에는 ‘One by one’ 프로그램으로 원어민 교사가 날씨, 책 등의 주제를 정해 대화를 나누듯이 아침 방송을 한 후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원어민 교사에게 말을 거는 학생에게 사탕을 줘서 원어민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했다. 지난해에는 학교 소식을 영어로 담은 동영상을 제작 · 방송해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Pop Song Festival _ 상계중에서는 매년 5월 영어팝송대회를 개최한다. 우수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학교의 대회와는 달리 상계중 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팝송대회 전 수업시간에 팝송을 정해 다 같이 공부하고 부르며 외우도록 지도하고, 팝송 부르기를 수행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 영어를 못하는 학생도 한글로 영어 독음을 적어서라도 꼭 해내게 하는 기특한 프로그램이다. 학생이 영어로 사회를 본다는 것도 상계중만의 특징이다. Debate Competition _ 지난해까지 3년간 했던 프로그램으로 영어 상위권 학생에게 도전 과제를 주기 위한 영어 토론대회 프로그램이다. 주로 ‘대회’에만 초점을 맞추는 다른 학교와 달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 토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데 초점을 뒀다. 토론대회에 앞서 교과 수업에서 ‘에세이 쓰기’와 ‘Show Tell’ 프로그램으로 글쓰기와 말하기, 듣기를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탄탄한 기초 교육으로 아이들은 영어 토론대회를 어려워하기보다 재미있어 했고 자발적으로 동아리까지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Show Tell’ _ 말하기와 쓰기 접목한 상계중만의 프로그램. 수업시간 중 5〜0분 정도 짬을 내 전교생이 하는데, 영작해온 글을 발표하면 다른 학생들은 선생님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학습지에 들은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쓰는 활동이다. 발표하면서 말하기, 내용 듣기, 들은 내용을 정리해서 쓰기가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Book warm contest _ 영어독서를 위한 프로그램. 전교생이 흥미롭게 읽을 도서 두 권을 정해 방학과제로 읽은 후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개학한 후 책 내용과 관련된 내용 중심의 ‘Book warm contest’를 개최해 시상하고 우수 작품은 전시한다.
정부는 교육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획일적인 연 4회 수업공개실시, 교장공모제 확대 실시, 교원 성과금 차등지급 확대, 교원능력개발평가 실시, 학교 교육력 제고 방안 등을 발표해 그 어느 때보다도 교육계를 성과 위주의 시장경제 논리 속으로 내몰고 있다. 교사, 학생, 학교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교육 주체들 간의 신뢰와 화합을 쌓기보다는 반목과 갈등을 조장해 교육을 경쟁의 구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경쟁의 대상도 아니고 실험의 대상도 아니다. 사랑과 실천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교사 스스로의 노력으로 수업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정책의 추진 방법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교사들이 정책을 신뢰하고 합의한다면 몰라도 정책에 대한 정당성과 타당성,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강행한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르리라는 것은 자명한 결과이다. 정책의 빠른 시행보다 표출된 문제점을 해결하고 교사들이 협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데 이것을 간과하고 있다. 현장의 의견과는 다른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으로 교사들의 수업전문성을 제고하겠다는 교과부의 정책과는 다르게 일선 교사들은 수업전문성을 제고 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과 내실 있는 교육투자의 미흡은 교사들의 신뢰성과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정부에 따라 다르게 학교의 자율성을 규제하는 교육정책은 학생과 교사의 혼란을 불러왔으며 교사들로 하여금 교육정책을 신뢰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잘못된 정책들은 교사의 의지를 오히려 꺾어 버렸다. 특히,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교육정책과 제도(교원 잡무 경감, 학급당 인원 수 감축, 교사의 원활한 수급, 적성과 흥미에 따른 진로교육 미흡, 개인별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식 교육과정 미흡, 농어촌교육환경 개선 등)에는 소홀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교육시설과 환경에만 투자해 내실 있는 교육투자에는 미흡했다.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교사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잡무를 줄이고 내실 있는 교육투자와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운영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둘째, 교사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수업에 대한 전문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어려서부터의 꿈인 교사가 되기 위해 초 · 중 · 고 시절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 온 우등생이었고 모범생이었다.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경쟁률이 높은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에 입학해 4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임용고시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친 후에 비로소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교사들이 수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가? 교사들이 수업전문성이 없다고 한다면 학부모들은 수업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가? 있으면 교사의 수업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수업은 교사의 고유 권한으로서 학생에 대한 책무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교사가 수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서 교육현장에 들어온 교사들의 수업전문성을 믿지 못해 수업공개로 교사들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은 그 전제 자체가 신뢰를 얻어도 부족한 현재의 교육현장과 교사의 신뢰성을 떨어트려 결국은 교육의 불신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교사에 대한 신뢰성과 자율성, 책무성을 강조해 교사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만이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향상시킬 방안이다. 셋째, 의식 변화로 인해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다양한 교육과정을 원하고 있지만 교육과정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6 · 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늘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은 학부모들의 교육 열정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향학열에 맞춰 교사들이 열심히 가르친 결과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가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달리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발생한 핵가족화, 저출산으로 인한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은 가정교육의 부재를 불러왔으며 이로 인해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중심의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게 되었다. 이러한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기존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기는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풍요로움 속에서 기성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력중심의 획일화된 교육과정보다는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인별 맞춤식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이 전제가 되고 교육현장에서 맞아 질 때 교사의 수업전문성은 향상될 것이다. [PAGE BREAK] 왜 연 4회 수업 공개인가? 그럼 다음으로는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에 대해서 세세히 살펴보자.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에서 많은 교사들이 가장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교사의 연 4회 수업공개다. 연 4회 수업을 공개해 학부모들이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교사를 평가하도록 해 이 결과를 교원평가에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교원평가 선도학교를 운영할 때부터 많은 교원들이 지적해왔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있으며, 수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결여되어 있다. 현장에서는 학부모들이 수업을 참관해 교사의 수업 전문성이 향상된다면 굳이 4회로 할 게 아니라 연중 개방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정책이며 이러한 정책은 학교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교사의 기본적인 책무가 수업이다. 수업은 학생과 교사의 교류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필요와 도움을 통해 학생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교과목을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울 때 수업의 효과는 커진다. 수업의 효과는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로 이어지고 학생은 배움을 통해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고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것은 교사의 수업전문성 신장을 위해서는 공개수업을 통한 학부모의 평가보다는 교사와 학생 간의 ‘수업에 대한 신뢰성’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교과부는 이러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주고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평상시 수업 그대로 보여 주면 된다? 교과부는 수업공개에 대해 평상시 하던 수업 그대로 보여주므로 교사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교과부의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업을 공개하는 대상이 학부모와 동료교사, 교장, 교감인 ‘교원능력개발평가위원회 위원’인데 아무런 준비 없이 평상시와 똑같이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가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더구나 교육경력이 적은 젊은 교사들은 더욱더 부담이 되는 일일 것이다. 어떻든 수업공개를 통해 평가를 받는 상황인데 평상시 수업으로 평가를 받으려고 하는 교사는 없다. 교원평가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이전에도 많은 교사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수업공개를 하려면 며칠씩 자료를 준비하고 리허설까지 하는 상황인데 이러한 것을 연 4회 실시하라는 것은 현장의 교사들과 학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다. 교사가 학생의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믿어주며 격려해 줄 때 훨씬 학습효과가 크듯이 교사 또한 자율성과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열심히 하도록 격려해 줄 때 열정과 창의성을 더 발휘하는 법이다. 교육행정 하는 사람들이 규제를 만들어 통제하고 지시하고 억압할 때 교사는 더 타율적이 되며 시키는 것만 잘하고 더 이상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하지 않게 된다. 학부모가 추가로 수업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교과부 발표 자료에는 “학부모 수업공개 요청 시 공개 시기는 학교교육계획이나 교사의 교수 · 학습 계획에 따라 협의 조정”이라는 문구가 있어, 학부모가 추가로 수업공개를 요청하는 특정교사는 다시 수업공개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수업공개 요청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학습권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학부모가 수업공개를 요청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이지만 이에 대해 추론한다면 자녀의 시험문제에 대해 학부모들이 이의가 있거나 특정한 교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불편함을 주기 위한 수업 공개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는 교사의 교권침해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연결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이를 남용하고 오용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전문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수업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수업공개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학부모들이 맞벌이를 해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가정형편상 본인이 참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수업공개 날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하는 것을 보고 중 · 고등학교 학부모에게 왜 많이 참석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수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한다. 초등학교까지는 어느 정도 수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아이들이 어려 학교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또 아이들도 부모가 학교에 오는 것을 좋아해 참석률이 높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 ·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수업내용도 어려울 뿐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가 학교에 오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있어 학교 행사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 초등학교라고 문제가 없을까?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학부모에게 전문성을 검증받는다는 것은 객관성이 없다. 학부모는 교사의 수업 기술이나 전문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자녀를 얼마나 발표시키고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PAGE BREAK] 무엇을 위한 수업공개인가? 수업전문성 제고를 위한다는 연 4회 수업공개는 수업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업 전문성 제고는 수업공개를 통해서가 아니라 수업 만족도에 따른 교사 자신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겠는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생업에 바쁜 학부모들을 불러 모아서 수업을 참관하도록 하고 참관록을 작성 후 인터넷으로 만족도 조사를 하는 것은 일부 학부모를 위해 대다수의 학부모들을 들러리 서게 만들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며 낭비다. 또한 교사들은 수업공개를 준비하고 동료평가를 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부담을 가지게 되고 이것은 업무 증가로 이어져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학부모에게 보여주는 인기 위주의 수업을 하게 됨으로써 결국에는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학교는 스스로 생명력이 있고 그 구성원 전체가 최고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집단이다. 수업전문성 신장과 교원능력개발이 되길 원한다면 단위학교에 자율성과 책무성을 줘서 그 구성원 스스로 노력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또한 결과가 좋은 단위학교에 인센티브를 줘서 학교 구성원들이 성취감을 갖고 가르친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학생에게 행복을, 학부모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지 교사는 평가만 받게 하고 학부모는 감시자만 되게 하는 것은 교육공동체의 신뢰만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수업전문성 제고방안을 학교의 입장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수업공개 운영 학교 자율에 맡기자 수업공개 운영은 단위학교의 현실에 맞게 횟수에 연연하지 말고 실제 수업전문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합리적인 공개방안을 모색하고 공개수업 시기, 방법, 횟수 등은 단위학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제도적인 측면에서 교사 업무경감, 교육과정 내용 축소 및 다양화, 교실수업 개선, 우수교사 확보, 수석교사제, 교과교실제, 교과전담제 등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교육 내실화가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이 외에도 이번 정책이 기존의 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우수한 점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수업전문성 위한 교육예산 확보돼야 첫째, 교사가 교실에서 알찬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과 눈을 맞춰 가면서 학생들의 장 · 단점을 파악해 학생의 부족분을 채워주려면 학급당 인원수가 적정 수준에 맞춰져야 한다. 참고로 2009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5.6명, 중학교 16명, 고등학교 16.2명(OECD 평균 초등학교 16명, 중학교 13.2명, 고등학교 12.5명)이다. 또한 교원 법정정원 확보, 수업시수 감축, 교원업무경감 등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사의 수업전문성 향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부가 교사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둘째, 수업전문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을 할 수 있는 교육예산의 확보가 필요하다. 우수교사 확보, 수석교사제 확대, 교과교실제 운영, 교과전담제 확장 등을 하기 위한 교육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이를 운영할 예산이 없으면 공염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셋째,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이 요구된다. 교사중심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해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수업에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수업에 만족하고 충실할 때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는 저절로 이루어지게 된다. 넷째, 교사의 자율연수를 지원하며 효율적인 수업모델을 개발해 현장에 보급할 수 있는 수업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교사 본연의 임무인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수업 모델과 수업 도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사 개개인이 이를 개발할 수 없으므로 이를 연구할 수 있는 수업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 많은 교사들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현장 수업 전문가 양성하자 다섯째, 수업공개를 통한 교원평가는 공정성, 타당성, 신뢰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수업전문성 신장을 위한 수업공개에서 교사평가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공정성, 타당성, 신뢰성이 확보된다면 어느 교사도 반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에서 어느 누가 공정하다고 말할 것인가? 이런 문제점이 선결되지 않는 한 수업공개를 통한 교사의 수업전문성 신장은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우리의 교육은 희망보다는 실망이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기대할 만큼 발전한 것도 교육의 열망과 교원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어려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교육뿐이라고 여겨진다. 교사의 70%, “과거에 비해 교육여건 나빠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율과 경쟁의 이념 속에서 지속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해 왔으나,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교육 비리로 인해 국민들에게 교육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민 신뢰의 회복과 교육 선진화를 위해 교원의 업무 경감 및 전문성 제고 방안, 지역교육청 기능 · 조직 개편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일부 개선의 의지는 찾을 수 있으나 단위 학교에서 제기되는 수업 부재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지난 4월 13일 한국교총이 교원 및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70% 정도가 과거에 비해 수업시수나 잡무 등 교육여건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교사들이 공문 처리 등 각종 업무로 인해 수업에 직접적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각종 문서의 전산화는 행정 낭비와 업무 부담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업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학교의 업무는 교사들에게 일정 부분 부여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전자문서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교사가 아닌 사람들이 대신해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지 업무를 행정직원이나 보조요원들이 지원해 주거나, 상급기관에서 학교로 보내는 공문 건수를 줄이면 교사의 업무 처리 부담이 일부 줄어들 뿐이지, 교사들이 전적으로 수업에 전념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수업에 전념할 수 없는 잡무 해마다 늘어 각종 기관에서 생산하거나 보고하는 각종 공문들이 학생들의 교육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지 공문을 학교에 내려 보내고 결과를 수집하는 기능이 주된 임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동시에 교사의 주당 수업시수 경감과 교사의 증원이 병행되어야만 수업부재의 근본적인 해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갖는 근무 조건 중에는 교원의 배치기준과 그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주당 수업시수를 들 수 있다. 특히 단위 학교의 지역 여건이나 학급 크기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교원을 배치하고 있는 현행법상의 문제와 교사 정원의 절대 부족현상은 물론, 교사들 간의 수업 시수의 격차로 인한 불만 가중, 복수 과목의 지도 등 많은 문제가 교원 배치기준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교원 정원 규모를 산출하는 과정에는 학교 수, 학급 수, 학생 수, 교사 수, 학급당 학생 수, 교사 1인당 학생 수, 교사 1인당 주당 수업시수, 교과목 수 및 편성 시간, 교과목별 주당 수업시수 등 다양한 자료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것은 곧 교사의 업무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밝혀 주는 근거 자료가 되는 것으로 교원의 직무 수행 기준을 결정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자료이다.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여건 마련이 우선 교원의 주당 수업시수에 관한 국제 비교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교사의 주요 업무인 교육활동은 적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과대한 학급 규모, 교사 1인당 학생 수의 문제, 그리고 잡무 등 복잡한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 본연의 교육 활동을 원활히 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 환경의 열악함을 개선하고 잡무와 같은 교육 외적인 활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 행정적 지원을 해 나가는 한편, 형평성의 원리에 입각한 제도 운영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학교의 공문서 감축을 위해서는 교육행정시스템의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며, 원인을 진단해 근본적으로 교원잡무를 경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제시가 있어야 한다. 인턴교사의 단순한 확대는 인턴교사의 전문성 부족, 잦은 이직 등으로 교무업무를 원활하게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산화를 통한 업무경감 및 통계자료 DB 구축은 당연하고 통계처리전담기관 또한 중요하지만, 조금만 가공하면 되는 데이터를 바로 학교에 공문 조치하거나, 교육과 무관한 공문도 시달되는 것이 현실(예 - 학교반경 내 노래방 개수 조사 등)임을 감안할 때 ‘발표 따로 현실 따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교사로 하여금 수업에만 전념하게 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직사회의 요구는 정부가 1979년 ‘교원 업무 간소화 지침’을 마련한 이래 역대 정부마다 발표해 왔으나 효과적인 교원의 업무경감은 없었다. 따라서 방안 발표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강제력을 갖추고 현장의 파급력을 줄 수 있는 「학교행정업무개선촉진법안」 등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학교행정업무촉진법안」 제정돼야 그리고 학교현장 지원 중심의 지역교육청 기능 · 조직 개편 방안은 그동안 교육청이 감독 기관의 이미지를 벗고, 학교현장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에 지역교육청은 학교자율화 정책의 실효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학교경영 및 수업컨설팅, 교원전문성 개발, 학생 · 학부모 지원 등 현장밀착형 지원 기능이 극대화되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현장의 지원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적 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학교현장의 지원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변화시키더라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거 하급 교육행정기관으로써의 지위는 확고히 해야 한다. 우리 교육의 중심은 ‘단위 학교의 학생 교육’이라는 본질적 측면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하는 교사가 존경받기보다는 승진이 보다 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교직 풍토 속에서는 고경력자의 부담과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교원승진체계가 관리직(교장 · 교감)으로 일원화되어 있고, 승진 시 수업 능력 외에 관리 능력도 요구되기 때문에 일정 경력 이상 교원들은 수업 전문성보다 관리직 승진 요건을 맞추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현재 2급 정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는 데 약 24.3년이 소요되며, 3.73%의 극소수 교사들만 승진을 하고 있는 실정을 보면 에너지의 손실이 너무 크다. 이에 수업에만 전념하는 대다수의 교원은 승진경쟁에서 탈락해 계속 평교사에 머무르게 됨으로써 사기가 저하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교사들의 수업과 학생지도에 대한 열의를 떨어뜨려 수업의 질 저하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수업 잘하는 교사도 인정받는 승진제도 필요 학생 수업활동이 중요시되고,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인정받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 좋은 수업은 좋은 교사에서 비롯된다. 수업을 잘하는 교단 교사가 인정받고 우대받기 위해서는 시범운영 중인 수석교사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명확한 역할 규정과 수업시수 경감 및 연구활동비의 현실화 등 행 · 재정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조속히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사기 진작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학습연구년제는 우수교원뿐만 아니라, 부족한 교원의 재충전 기회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학습연구년제는 교원평가와의 연계보다는 ‘자발적 연수’와 ‘재충전의 기회 부여’라는 의미가 담긴 ‘자율연수휴직’의 개념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원평가와의 연계로 상벌개념을 강조할 경우, 교원을 지나치게 과열경쟁 구도로 몰아 진정한 의미의 전문성 신장과 자기계발에서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직사회는 대부분 열성적인 교원임에 비해 일부 무관심형 교원에 대한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것은 온정주의 문화 속에서 묻혀갈 수도 있지만 학교구성원들 간에 불신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는 교원들이게는 책무성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좋은 교사가 좋은 수업 만들어 학교 교육활동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수업활동이다. 수업은 교사 본연의 임무이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교육수요자들은 항상 좋은 교사와 좋은 수업, 그리고 좋은 학교를 갈망하고 있다. 좋은 수업은 열의에 찬 교사의 전문성에서도 비롯되지만, 좋은 수업을 만들어내기 위한 각종 지원체제도 중요한 요소이다. 수업활동의 지원적 역할은 이제 교감 및 교장, 그리고 교육청의 몫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각종 교육정책도 좋은 수업을 통해 유능한 학생을 육성하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교육의 부재’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고 교육이 제자리에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관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찾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교원정책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윤완 =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원정책 중, 교장공모제 확대실시, 연 4회의 의무적 교원수업 공개방안, 그리고 교원성과상여금 차등 지급비율 확대,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인사연계 움직임, 학교회계시스템 전면실시 등은 학교 현장 및 교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이고 충분한 논의와 토론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급하게 시행함으로써 학교 현장을 상당한 혼란과 갈등에 빠트렸습니다. 이경호 = 교육행정당국은 수요자중심의 교육 및 책무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탁상공론식의 다양한 교원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을 비리집단으로 낙인찍어 일방적으로 개혁을 시도하는 방식, 즉 교사들의 사기를 꺾는 교원정책 집행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식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우수교사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환영받는 교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폭 지원하고 사기를 진작시켜주는 방식으로 교원정책이 집행되기를 바랍니다. 안희정 = 교원의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무슨 정책이든지 순수한 목적과는 다르게 실효성의 관점에서는 의문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교원평가제의 경우 시범학교에서부터 제기가 되었던 문제점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객관성 확보 문제나 수업공개의 실효성 등이 그렇습니다. 송일섭 = 교원정책은 교원 조직의 사기를 앙양하고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교육력을 제고하는 쪽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이런 점이 소홀히 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최근의 교원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론화의 과정이 매우 폐쇄적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교육의 본질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결여된 채 하나의 수단으로만 강조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교원정책이 과연 교육의 본질 구현에 적절한지 의문이 듭니다. “어불성설(語不成說) 교장공모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원정책 중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교원정책과 이유를 말씀해주십시오. 송일섭 = 두말할 것 없이 교장공모제 확대이며, 이에 따른 교장자격증 소지자 양산 문제입니다. 특성화 학교 등 특수목적을 구현하는 학교에 제한적으로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100%, 타 시 · 도는 50%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는 일반학교의 교장공모제는 매우 문제가 많습니다. 젊은 시절 교사로 들어가서 평생 교직생활에 충실해 교장 승진을 앞둔 교원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서바이벌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1명의 교장을 만들기 위해서 9명의 패배자를 양산하는 교원정책은 비교육적이며, 비인간적인 제도입니다. 또한 추천을 받기 위해 벌여야 할 정치적 게임을 상상하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윤완 = 교장공모제 확대 방안은 서울시교육청 전문직 인사비리 및 일부 교장들의 교육비리 척결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공모 교장 선출과정에서 야기되는 학연, 지연, 파벌 등의 정치적 색채와 부정, 정실이 개입될 소지가 충분합니다. 교원 비리척결을 위해서는 오히려 법 · 제도적 측면의 정비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더불어 교직사회의 지속적인 의식개혁운동이 필요하다고 보여 집니다. 교직 특수성을 반영한 정상적 방법에 의한 승진제도 정착으로 모든 교원에게 동등하고 적법한 승진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이 교직 안정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경호 = 교원평가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지만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교사들의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일부 학생들의 감정에 치우친 불공정한 평가에 대한 우려, 학부모들의 교사평가 잣대가 자녀에 대한 관심의 정도일 수 있다는 우려, 과중한 수업 및 업무 부담으로 동료교사들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불식시키기 위해 교원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좀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됩니다. 안희정 = 교원평가 중에서도 연 4회 공개수업, 학부모 평가, 동료교사 평가가 우려됩니다. 특히 특정 학부모가 여러 번 참관수업을 하다 보면 분명 문제가 될 것입니다. 객관적인 참관이 이루어지도록 횟수를 정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개별 교원의 수업이 공개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동료교사의 참관도 본인의 수업부담으로 충실한 평가가 되기 어렵고 동일학교의 동일교과 동료교사이기에 인정주의로 인한 부정확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정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이경호 = 최근의 교원정책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교원들을 개혁과 비판의 대상으로만 보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는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교육 불신을 조장하고 부정적인 교원 상을 심어주고 있으며, 교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지적 · 인성적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는 현장 교사들의 사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교원정책이 현재의 비판과 일방적인 여론몰이식의 부정적(Negative)인 방식이 아닌 그들의 사기를 살려줄 수 있는 긍정적(Positive)인 방식으로 수립되고 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송일섭 = 무슨 제도든 장 ·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 과정을 통해서 단점을 보완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과정은 언제나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현행 교원정책은 그런 과정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또 하나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교원평가만 해도 법제화를 통해 국민과 교원의 공감을 얻어서 실시돼야 함에도 이런 장치들이 마련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교육당국의 행정 행위 등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정부의 방침이나 기조의 변화 등으로 무시되거나, 제한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급작스런 행정 행위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기간의 경과 기간을 두는 것이 상식인데도 곧바로 시행함으로써 기득권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윤완 = 일선 교육현장 교원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이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교원정책의 효과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 교원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고충과 애로, 그리고 다양한 요구 등을 먼저 듣고 충분한 시간 동안 논의과정을 거쳐서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만들어 가장 합리적인 정책을 내 놓아야 합니다. 안희정 = 교원평가의 효과적인 관리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학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평가의 질적인 향상을 기대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설립 목적별, 학교 종류별로 지금 시행되는 교원평가제의 관리나 보완이 필요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잡무” 최근 현장에서 주로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까? 윤완 =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떤 정부에서든지 교원업무경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구호로 그칠 뿐이었습니다. 현재 ‘교원업무경감법’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원업무경감법의 법제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원들이 수업에 충실할 수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전문성 신장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경호 = 최근 학교현장은 교육 비리대책, 특정교육범죄가중처벌법률안, 교장공모제 확대, 온라인 수업공개, 교원평가제 실시 등 다양한 교원정책의 시험장(?)이 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먼저 이러한 교원정책 수립 및 집행과정에서 교사들의 참여 및 의견수렴 과정이 철저히 배제되고 교사들이 정부의 교육개혁정책의 일방적인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에 현장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자긍심에 많은 상처를 입고 있으며 이점이 가장 힘듭니다. 송일섭 = 설익은 교원정책이 쏟아져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교원잡무경감에 대한 실질적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업자 구제책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인턴교사제 또한 학교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직무의 책임 한계가 없는 상황에서 잠시 수업을 맡거나 보조를 하다가 그만두는 식이 되면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교원정원을 확보하고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안희정 = 교원평가제에 따른 부담입니다. 평가기준에 따른 여러 행정적 업무 가중이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교원 사기 올려줄 정책 절실해” 앞으로 교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교원정책은 무엇이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윤완 = 우선, 교단의 안정화가 가장 시급합니다. 교단의 안정화는 교원들의 질적 향상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일관성 있는 교원승진제도의 정착, 교장공모제 폐기, 교원업무경감의 법제화 및 획기적 개선,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원평가로의 전환, 표준수업시수의 법제화, 학교회계시스템의 개선 및 교무행정인력의 확대 배치 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경호 =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각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데 일부 학부모들은 그 원인을 학교, 특히 교사들에게서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교육소비자인 학생 및 학부모들의 마음이 교사들로부터 멀어진다면 우리 교사들의 설 자리는 더욱더 좁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급변하는 교육 및 사회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더욱 세분화 ·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교육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전문성 신장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교사들의 자기계발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교원정책을 먼저 수립 · 집행해야 합니다. 송일섭 = 최근 학생의 인격권은 크게 강조되고 있지만, 교사의 수업권은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습니다. 잘못한 학생이나 문제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교권보호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지만, 교권이 바로 서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많은 예산을 투여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교육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그에 비해 교원의 책무성과 사명감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책마련에는 너무 인색합니다. 오로지 개혁의 대상으로 보면서 ‘교권 흔들기’에 앞장선 결과 과거에 비해 우리 교육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희정 = 교원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원평가제의 내실화와 교원의 승진체계의 다양화가 필요합니다. 승진체계의 다양화를 위해 수석교사제가 조속히 법제화 돼야 합니다. 교육행정과 경영에 자신 있는 교원, 수업에 자신있는 교원 등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승진체계가 마련이 되면 자연스럽게 교원의 사기도 진작되리라 생각합니다. | 정리 = 이상미 smlee24@kfta.or.kr
‘최정상을 향한 레이스’ 첫 번째 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한 델라웨어 주가 제안한 교육개혁 내용은 어떤 것일까? 먼저 델라웨어 주는 1년에 한 번 치르는 시험 대신, 주기적인 학력 평가를 통해 한 해 동안 학생들의 성취도 변화를 본다는 계획이다. 또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비용을 지원하고,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고용해 교사들의 평가 결과 활용을 도울 예정이다. 또한, 목표 연간 학업 성취 향상 수준을 정해 목표치 달성 정도에 따라 교원을 평가하며, 지속적인 향상을 보이는 교사의 경우 연간 최고 5000불(소외지역 학교의 경우 1만 불)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학생들의 성취 수준이 목표치에 지속적으로 미달되는 학교의 경우, 교장을 비롯해 교사의 절반이 해직될 수 있으며, 종신재직권이 있는 교사라도 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주의 결정에 대해 교사들의 우려가 없을 수 없다. 모든 교사와 학교가 학생들의 높은 학업 성취를 경험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전적으로 특정 시험 성적에만 의존해서 평가된다는 데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번 교육개혁안이 자녀의 학업 성취에 대한 학부모의 책무와 가정 및 지역사회의 지원에 대한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러나 델라웨어 주에서는 교원단체들이 일련의 개혁정책 계획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의 정책안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토의 과정에서 타협 및 절충이 불가피했고, 정책 이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이 적지 않음에도 교원단체들이 이같이 적극적으로 임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 향상 및 계층 간의 성취도 차이 감소라는 연방 정부의 교육정책의 방향이 확고한 만큼, 해당 주에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주 정부 및 교원단체가 뜻을 같이했다. 이에 교원단체에서는 정책 입안 및 이행 과정에서 수동적인 정책 대상이 되기보다는 매 단계에 빠짐없이 참여해 자신들의 뜻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번 레이스에서 특히 ‘교육개혁 재정’을 두고 벌어진 치열한 접전 가운데, 델라웨어 주가 예상을 깨고 우승한 것에 대해 최근 워싱턴포스트 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중적인 자세를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심심치 않게 교원조합을 비판하며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일례로 최근 로드아일랜드 주 교육위원회가 학업성취도가 부진한 학교 교사 전원을 해고한 데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때문에 뚜렷한 학업 성취 변화를 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교원조합은 매우 배타적이고 비협조적인 것이 사실인데 이런 상황에도 이번 레이스에서는 그런 교원조합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주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델라웨어 주의 경우, 주의 모든 교원조합원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교원평가에 직접 반영하는 새로운 평가계획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받았으며, 5000만 불을 지원받는 2위 테네시 주의 경우도 93%의 교원조합 지지율을 보였다. 반대로 교육개혁안이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받은 루이지애나 주나 플로리다 주의 경우, 교원조합의 지지율이 낮아 상위 그룹에 랭킹 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교원조합 대표들은 교육 현장에서 직접 실현하는 교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교육개혁 정책이 수립될 때 그 성공 가능성이 높이 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주 교육부가 최근 대대적으로 단행한 교육 지원 정책이 실패한 것은 교원조합과의 원만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교원들에게 적지 않은 수준의 책무와 성과를 요하는 델라웨어의 정책이 실제로는 어떤 양상을 띠며 이행될지 주목해 볼 만하다. 또한 첫 번째 라운드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아 연방정부의 교육재정 지원을 약속받은 델라웨어 주가, 향후 이러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뇌졸중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한다면? 뇌졸중은 뇌혈관에 문제가 발생해 뇌경색이나 뇌출혈에 의해 갑자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병으로 암, 심혈관계 질환과 함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다. 더욱이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심각한 뇌손상을 입혀 신체적 · 정신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크다. 뇌졸중의 증상은 말이 어눌해지거나, 몸의 한쪽으로 힘이 빠지고, 감각이 이상해지는 등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의식장애, 두통, 어지럼증, 실신 등 불명확하게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 심혈관 질환 역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심혈관계 질환 중 급사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관상동맥질환인데, 관상동맥이란 심장 근육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이 관상동맥이 동맥경화 등으로 좁아지면, 평상시에는 증상이 없다가 갑작스러운 운동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심근의 산소 요구량이 늘어날 경우 가슴에 극도의 통증이 오면서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협심증이 발생한다. 보통 막힌 관상동맥은 빠른 시간 내 재관류 치료(다시 혈관에 혈액이 흐르게 해주는 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의 회복에 필수적이므로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환자의 생명은 위험에 처한다. 뇌졸중과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하면 상태가 급속히 나빠질 가능성이 높고 정밀한 진단과 좋은 의료장비가 필요하므로, 집안에 병력이 있다거나 평소 증후가 있었다면 미리 응급의료센터를 숙지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19 같은 응급의료체계를 이용,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야외에서의 사고, 올바른 처치가 중요하다 야외에서의 사고들도 응급실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요즘처럼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야외활동 중 발생하는 대표적은 응급상황은 풀독에 오른다거나 뱀, 벌 등에 물리는 경우이다. 말벌에 쏘이거나 동물에게 물렸을 때는 위험해 질 수 있으므로 바로 응급실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말벌의 경우 벌독 알레르기가 있으면 쇼크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으며, 동물에게 물렸을 때에도 광견병 등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사고들은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우선 산에 오를 때는 곤충을 유인하는 밝은 색의 옷이나 헤어스프레이, 향수 등을 삼가고, 먹다 남은 음식은 땅에 묻거나 꼭 덮어두어야 한다. 또한 벌이나 곤충을 보았을 때 자극하거나 흥분시키지 않아야 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들에게는 각별히 주의를 주어야 한다. 화상 역시 순간의 실수로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정도에 따라 상처가 평생 갈 수도 있으므로 초기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뜨거운 물이나 물건에 데인 경우 식염수로 상처를 소독해주거나 흐르는 찬물에 상처를 식혀주어야 한다. 만약 옷을 입은 채로 심하게 데인 경우는 옷을 억지로 벗기지 말고 가위 같은 것으로 옷을 잘라야 상처부위가 벗겨지지 않는다. 그리고 빨리 병원을 찾아 2차 감염으로 인한 질병을 막아야 한다. 응급실에서의 순서는 온 순서가 아니다 응급실은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찾는 곳이지만 그 병증과 정도는 실로 다양하다. 따라서 응급실에서는 음식점이나 은행과 다르게 오는 순서대로 환자를 볼 수 없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늦게 왔다는 이유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으므로 이를 먼저 치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 응급실에서는 환자 진료 전 환자 분류소를 운영해 심한 경우와 심하지 않은 경우 즉, 즉시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아닌 경우로 환자를 구분한다. 이는 치명적인 부상이나 질병의 환자를 먼저 치료하기 위한 응급의료센터의 필수적인 장치다. 그러므로 응급실에 갔을 때 치료 순서에 대해 무조건 불만을 갖기보다 다른 중증환자가 치료받고 있다고 여기고 참는 배려가 필요하다. 도움말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
교사 부부의 맞벌이 전 vs 후 수도권에 거주하는 김 교사 부부는 둘 다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결혼해 마음이 조급하다. 아이가 어릴 때 하루 빨리 내 집부터 마련해야 할 것 같아 신도시의 38평 아파트를 분양받고, 모자라는 1억 2000만 원은 20년 만기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원리금 상환이 한 달에 80만 원이라 부담은 되지만 현재 육아휴직중인 부인이 복직하면 수입이 늘어나니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둘 다 정년이 보장되는 교사여서 20년 가까이 되는 대출상환기간도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이 부부가 둘이 벌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던 돈 문제가 과연 쉽게 해결될 문제인지 이 가정의 지출내역을 맞벌이 전과 맞벌이 후로 꼼꼼히 따져보자. 부인이 출근하게 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육아비가 발생하고,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려면 부인도 자가용이 필요하다. 양가부모님께 드리던 용돈도 각 10만 원씩 총 20만 원을 올려 드려야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가정은 소득이 늘어나서 십일조 금액도 따라서 늘어났고, 부인의 점심값, 기타 교제비 등으로 최소 20만 원 가량의 용돈은 필요하다. 의류비, 미용비도 어쩔 수 없이 증가된다. 여기에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도 잠시,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관리비가 4만 원 정도 늘어나고 새롭게 대출금 상환지출이 80만 원 생겼고 일 년에 2차례 세금도 내야 한다. 둘이 벌고 둘이 쓴다 이렇게 따져보면 저축 가능 금액이 맞벌이 전보다 후가 오히려 줄어든다. 물론 원금상환을 저축으로 간주하면 약 80만 원 중 50만 원은 저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20년 상환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자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맞벌이를 통해 추가로 저축하는 금액은 월 20만 원 정도라고 보는 것이 맞다. 어린 자녀를 떼어놓고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고, 살림하고, 대출금 갚아가면서 두 부부가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현실치고는 그 보상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맞벌이 부부는 수입이 2배가 됐음에도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는 은행잔고를 보며 허탈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긴장하지 않는 소비생활, 지나치게 과감한 투자, 맞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들 때문에 위의 사례처럼 가계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사실 돈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부의 허탈한 심리상태는 잠재적인 갈등의 씨앗이 된다. 맞벌이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쓰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긴장감 있는 소비생활과 투자에 대한 신중한 의사결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 iamljy@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