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히 둘이 벌면 수입이 2배가 되고 따라서 지출이나 저축에 훨씬 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는 지출에 긴장하기 보다는 매사에 쉽게 지갑을 열기 쉽고, 자녀들 육아에 대한 지출도 크다. 둘이 벌 때 과감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통념 때문에 억대의 빚을 내서 집도 사고, 위험한 주식투자를 쉽게 결정하기도 한다. 과연 이렇게 쉽게 돈을 써도 되는 것인지 한번 꼼꼼히 따져보자.
교사 부부의 맞벌이 전 vs 후 수도권에 거주하는 김 교사 부부는 둘 다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결혼해 마음이 조급하다. 아이가 어릴 때 하루 빨리 내 집부터 마련해야 할 것 같아 신도시의 38평 아파트를 분양받고, 모자라는 1억 2000만 원은 20년 만기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원리금 상환이 한 달에 80만 원이라 부담은 되지만 현재 육아휴직중인 부인이 복직하면 수입이 늘어나니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둘 다 정년이 보장되는 교사여서 20년 가까이 되는 대출상환기간도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이 부부가 둘이 벌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던 돈 문제가 과연 쉽게 해결될 문제인지 이 가정의 지출내역을 맞벌이 전과 맞벌이 후로 꼼꼼히 따져보자. 부인이 출근하게 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육아비가 발생하고,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려면 부인도 자가용이 필요하다. 양가부모님께 드리던 용돈도 각 10만 원씩 총 20만 원을 올려 드려야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가정은 소득이 늘어나서 십일조 금액도 따라서 늘어났고, 부인의 점심값, 기타 교제비 등으로 최소 20만 원 가량의 용돈은 필요하다. 의류비, 미용비도 어쩔 수 없이 증가된다. 여기에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도 잠시,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관리비가 4만 원 정도 늘어나고 새롭게 대출금 상환지출이 80만 원 생겼고 일 년에 2차례 세금도 내야 한다.
둘이 벌고 둘이 쓴다 이렇게 따져보면 저축 가능 금액이 맞벌이 전보다 후가 오히려 줄어든다. 물론 원금상환을 저축으로 간주하면 약 80만 원 중 50만 원은 저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20년 상환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자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맞벌이를 통해 추가로 저축하는 금액은 월 20만 원 정도라고 보는 것이 맞다. 어린 자녀를 떼어놓고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고, 살림하고, 대출금 갚아가면서 두 부부가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현실치고는 그 보상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맞벌이 부부는 수입이 2배가 됐음에도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는 은행잔고를 보며 허탈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긴장하지 않는 소비생활, 지나치게 과감한 투자, 맞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들 때문에 위의 사례처럼 가계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사실 돈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부의 허탈한 심리상태는 잠재적인 갈등의 씨앗이 된다. 맞벌이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쓰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긴장감 있는 소비생활과 투자에 대한 신중한 의사결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 iamljy@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