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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나의 자아실현” 3월부터 학교장 특강으로 방과후 학교의 ‘수학 원리 탐구반’ 수업을 해오셨습니다. 수업을 시작하신 이유가 있나요? “교감으로 승진한 후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고 슬펐던 일이 아이들과 더 이상 수업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들, 지도하는 대로 아이들이 커 나가고 잘해내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제 성취이고 보람이어서 평교사 시절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 해왔는데 바로 그런 교사로서의 보람을 잃는 것이었죠. 그래서 행여 수업 결손이라도 생기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웃음) 교감 시절 교장이 된다면 꼭 다시 수업을 하겠다고 다짐해왔고, 교장 발령을 받자 마자부터 방과후 수업이나마 다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장선생님의 수업을 ‘재치 있다, 재미있다’고 평가한다고 들었습니다. 왜 수학 원리 탐구반 수업을 계획하셨고, 어떤 내용을 수업하십니까? “전공은 아니지만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수학이 늘 재미있어서 교사 때부터 영재반 지도를 도맡아 왔습니다. 그런 경험을 살려 수학이 어렵고 자신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딱딱한 교과서 내용에서 벗어나 수학적인 호기심을 유발하고 원리를 이해하도록 하고 싶었어요. 수학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재치 있는 질문과 비유, 이야기로 수학 원리를 풀어내고 있죠.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예쁜 사람 모여라 하고 말했더니 다섯 명이 모였는데 다섯 명은 멍청한 사람일까요? 똑똑한 사람일까요?’하고 질문을 해요. 수학의 기준을 설명하기 위한 것인데 ‘~ 보다 예쁜 사람 모여라’ 해야 움직여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아이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아서 개설 당시에 50여 명이 지원했는데 반을 나눌 수 없어 3학년 이상이면 누구든 와서 들을 수 있는 열린 학급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전과 과학이 어우러지는 이야기 탐구학습부’라는 특이한 이름의 특별활동반도 맡고 계신데 고전과 과학, 이야기는 서로 어울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힘을 믿습니다. 요즘 책 읽어주기 연구학교가 화제인데 저는 책을 그냥 읽어주는 것보다는 교사가 그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소화한 후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훨씬 더 교육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책을 읽어 주는 것 이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알고 있어야 하니 교사가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은 있죠. ‘고전과 과학이 어우러지는 이야기 탐구 학습부’ 특별활동반은 역사, 고전, 과학 전반에 걸친 내용들을 이야기로 풀어가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야사(野史), 정사(正史), 수학, 과학, 상식 등 제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아이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강한 경험을 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스토리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잊지 않도록 해줍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제가 제 이야기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죠.” 항상 열려 있는 교장실, 학교장 칭찬제 교장실 문 앞에 ‘문턱 없는 교장실, 여러분의 방문을 기다립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띕니다. 인터뷰 중에도 아이들이 끊임없이 교장실을 찾아오네요. 쉴 틈이 없으시겠어요. “학교장 칭찬제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인성교육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격려해주고, 최선을 다 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이죠. 담임선생님의 칭찬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교장실에 와서 직접 칭찬받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 될 것 같았어요. 하루 평균 20~30명, 많은 날은 100여 명이 교장실을 찾습니다. 공부 잘한 아이는 물론이고, 수업태도가 좋은 학생, 봉사를 잘한 학생, 연극을 잘한 학생, 신문일기를 잘 쓴 학생, 친구를 잘 도와준 학생 등 누구나 잘하는 일이 있다면 칭찬받을 수 있어요. 학생들이 추천해 선정하고, 담임교사가 간략히 이유를 적어 교장실로 보내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칭찬합니다’라는 도장을 찍어주며 축하해주죠. 학기별로 평가선정위원회를 열어 시상도 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한테 칭찬받으니 자부심이 커집니다. 이런 사소한 노력이 한 명의 아이에게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보람이 있는 일이죠.” “성취율 10% 달성하면 무조건 표창” 독립문초 수학경시대회는 다른 곳과 다른 상의 기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답만 맞추는 교육을 하고 싶지 않아요. 수학경시대회에서 성적 우수 학생만 상을 받는다면 공부가 어려운 학생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상을 받을 수 없죠. 모두가 100점을 맞을 수는 없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면 그 노력하는 과정은 너무 훌륭합니다. 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 모두가 소중해요. 그래서 저희 학교 수학경시대회에서는 누구나 성취율 10%를 달성하면 그것을 칭찬하기 위해 표창합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공부” 교장 선생님이 선생님들께 강조하시는 교육법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과정이 굉장히 중요해요. 사교육 문제라기보다 공부를 남에게 의존해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자기 스스로 공부를 하는 사람은 그 공부를 계획하고 해내는 과정 자체가 공부이고, 그것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에서 남들과는 다른 창의력과 사고력이 길러집니다. 반면에 학원, 가정교사 등에게 의존하는 학생들은 공부의 과정 자체를 학원, 가정교사 선생님이 계획하고 진행하죠. 당장 지식은 습득될 수 있지만 절대로 창의력과 사고력, 자기주도 학습력은 길러지지 않아요. 정답이 맞고 틀리는 것은 당장은 눈에 보일지 몰라도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원리를 본인 스스로 탐구해서 발견하고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진짜 학습법이죠. 저희 학교 교사들에게도 절대로 교사 중심의 수업은 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늘 교사는 최소한의 제시만 해주고 학생이 더 열심히 주도하고 말하며 참여하는 수업이 되도록 하라고 하죠.” 초임교사 시절 학생들을 다시 부른 이유 37년간 교직생활을 해오셨는데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제가 처음 담임을 맡았던 충북 진천 학성초 27회(1975년 졸업) 졸업생 40명에게 최근 인증서를 줬어요. 지금 마흔이 넘은 제자들의 초등학교 시절 면면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는 어엿하게 한 가정의 가장(家長)이 된 그 아이들의 어린 시절 장점을 알려주고 싶었죠. 제자들의 자녀, 배우자들은 그 시절 제자의 모습을 알 길이 없잖아요. 한 명 한 명 초등학교 시절 각자 뛰어났던 점들을 기록해서 인증해줬더니 본인들도 기억 못 하는 일을 기억하신다면서 다들 놀라더군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37년의 교직생활이 생생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보람 때문에 교직생활이 참 즐겁습니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매주 월요일은 토론식 연수하는 날 충남 서산대진초 교사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가 되면 책 한 권을 들고 한자리에 모인다. 교사들이 손에 든 책의 제목은 효율적 교수전략으로, 이 학교 임석빈 교장이 젊은 교사들의 수업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직접 쓴 장학자료다. 교사들이 이 책을 들고 한 데 모여 하는 것은 토론식 연수. 임 교장이 직접 연수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직접 시범 수업을 보이기도 한다. 서산대진초가 이렇게 매주 연수를 진행하는 이유는 교사 대부분이 4년 이하의 저 경력 교사로 평균 경력이 6.7년밖에 되지 않고, 학급 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학년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 하에서 수업결손을 막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의 수업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 온 것이다. 이를 위해 토론식 연수뿐 아니라 동학년 교사들 간의 자율 장학활동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공동으로 교재를 연구한 다음 장학담당자의 지도를 받아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 후에는 수업을 참관한 교사와 함께 수업에 대한 협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지난해에는 이런 수업공개를 교사 당 5차례 실시했다. 교과서를 탈피하라 임 교장은 항상 교사들에게 교과서를 탈피할 것을 강조한다. 과학교과의 개구리 관찰을 예로 들면, 학생들에게 개구리 알을 가져오도록 해 교과서에 나온 사진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의 수업으로는 학생들에게 산 지식을 전달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개구리 알을 가져오도록 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개구리 서식지를 찾아가면 개구리의 성장과정 뿐 아니라 개구리의 종류와 서식환경, 생태계까지 종합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사들에게 “교과서를 보지 말고 교육과정을 파악해 교과의 성격에 맞게 가르쳐라”라고 말한다. 학교 곳곳에 아이디어가 가득 서산대진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푸른 교실’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학생들의 자연체험을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아담한 크기의 인공습지가 조성돼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각종 수생 동식물이 서식해 자연에 대한 학생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인공습지를 조성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겨우 120만 원. 보기만 좋은 연못을 만들었다면 몇 배의 비용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 좋은 관찰학습의 기회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인공 습지 바로 옆에는 제법 큼직한 토끼 사육장을 조성, 학생들이 직접 먹이 주고 배설물도 치우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도록 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배설물은 텃밭과 실습장 등에 비료로 활용한다. 또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아닌 천연잔디를 심어 학생들이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했으며, 학교 옆 산으로 이어지는 곳에 통로를 만들고 등산로를 정비해 학생들이 산의 생태계를 관찰하며, 심신도 단련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뒤편에는 다목적 구장이 있는데, 바닥을 탄성우레탄으로 만들어 비가 온 뒤에도 운동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다목적 구장 옆에는 실습지가 조성돼 있는데 그 모양이 특이하다. 인근 공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특수 차량 폐타이어에 흙을 채워 하나의 거대한 화분을 만들고, 이를 학생들의 실습지로 활용하게 한 것이다. 이 밖에 건물 3층 복도에 도서관 책상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과학 부스와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복층구조에 1만 3000여 권의 장서가 비치돼 있는 도서관도 눈에 띄는 장소다. 학교의 이모저모를 활용한 틈새교육 이렇게 잘 조성돼 있는 학교환경뿐 아니라 실천 지식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한 틈새교육도 서산대진초의 눈여겨볼 부분이다. 먼저 동아리 활동을 살펴보면,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서부, 신문방송부, 보건체육부, 생활안전부, 사육재배부, 청소미화부, 환경봉사부 등 7개 부서로 조직돼 있는데, 형식적인 모양만 갖춘 것이 아니라 학교 문제에 학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토끼 사육장 관리를 담당하는 사육재배부 학생들은 아침, 저녁으로 배설물을 치우고 먹이를 관리할 뿐 아니라, 토끼가 새끼를 낳으면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권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문방송부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의견 등을 적어 게시해 놓고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하는 등 각 부서별로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학교 일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곳곳에 붙어 있는 작은 안내문 하나에도 교육을 위한 세심한 고민의 흔적이 들어가 있다. 한 예로, 장기나 바둑을 두며 쉴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휴게 공간에는 알까기로 장기알과 바둑알이 분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내문을 붙여 놓았는데, 무작정 알까기를 금지하지 않고 ‘왜 알까기를 하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 밑에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달도록 했다. 이렇게 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의 이유를 생각해 근본적인 생각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임 교장은 “요즘 교육이 너무 성적만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힘든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 그 자체를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생활에 보람을 느끼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자극해 능동적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학생들이 잠재된 능력과 힘을 기르고 활력 있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신문방송반 아이들이 참관해도 될까요?” 교장실에서 학교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 교장이 갑작스런 제안을 하나 했다. “학교에 신문방송반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실제로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좀 와서 보게 해도 되겠습니까?” 기자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고, 잠시 후 10여 명의 학생들이 들어와 인터뷰 내내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가며 참관했다. 학생들에게 실전적인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임 교장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연평균 40% 이상 증가하는 국제결혼가정 학생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2만 4745명. 이는 2008년에 비해 31.8%가 증가한 수치다. 이들의 거주 지역을 보면 21.6%가 경기도에 거주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서울(11.9%), 전남(10.1%), 전북(7.6%)이 뒤를 이었다. 부모 중 외국인은 모(母)인 경우가 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적별 분포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일본이 40.6%로 중국(26.2%), 필리핀(17%)을 제치고 가장 많았는데, 이는 일본인과 결혼한 가정이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고, 문화적으로도 일본인이 출산에 대한 거부감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2만 632명으로 80% 이상을 차지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각각 2987명과 1126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간의 추세를 보면 연도별로 기복은 있지만 2006년부터 연평균 42.5% 증가세를 보이며, 4년 만에 3배가 넘게 늘었다. 전체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59%가 아직 미취학 아동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초 내놓은 자료에서, 2050년이면 결혼이민가정 자녀가 우리나라 영아의 33.2%, 3~5세 유아의 19.2%, 초등학생 15.3%, 중학생 12%, 고등학생 10.1%, 대학생 7.9%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우리나라 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근로자 자녀는 2008년에 비해 9.4% 감소한 1270명으로 조사됐는데, 체류 문제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인원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 자녀가 국내에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협약에 따라 반드시 입학을 허가해야 하는 초등학교와 달리 중 · 고등학교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입학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학령인구는 더욱 많다고 봐야 한다. 이 밖에 북한 이탈 학생의 경우도 전체 숫자는 많지 않으나 그 문화적 · 상황적 특수성으로 인해 별도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점차 다양화되는 다문화교육 이런 상황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2007년 ‘다문화가정학생 지원사업 계획’을 수립, 각 시 · 도교육청 별로 다문화교육 사업을 전개하도록 했으며, 2009학년도를 기준으로 총 159억 원의 예산을 다문화교육에 투입했다. 시 · 도교육청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현재 다문화교육은 주로 다문화가정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초등학교를 거점학교나 연구학교로 지정해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 내용은 주로 다문화가정 학생의 언어교육 등 한국사회 적응 교육에 맞춰져 있었는데, 점차 일반학생에 대한 국제이해교육과 공동체교육, 정체성 정립을 위한 교육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각 시 · 도교육청에서는 복합적인 지원활동을 담당하는 다문화교육센터를 설치하고 다문화캠프를 개최해 교사 및 다문화가정과 일반가정의 학생, 학부모가 함께 어울리며 이해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고 있는데, 경기도교육청의 ‘오색다문화공동체’와 대전시교육청의 ‘2+2+2 행복문화만들기’ 프로그램은 다양한 체험과 지속적인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어 우수사례로 꼽힌다. 일거삼득 기대하게 하는 이중언어 교육 다문화교육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중언어 교육이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가정에서 쓰는 언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의 교육기회 평등, 다중언어 능력 함양, 학교 공동체 구축의 세 가지 효과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경기도 가평의 미원초다. 통일교인의 유입이 많아 전체 학생의 절반 정도가 다문화가정인 이 학교는 2006년부터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 그 결과가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 학부모를 십분 활용해 주로 방과후수업 시간에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중심으로 이중언어 수업을 실시하고, 이중언어 역할극, 책 만들기, 영화만들기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다문화가정과 일반가정 학생의 융합과 잠재력 개발에 소기의 성과를 거둔 사례다. 한편,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청은 외국 출신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중언어 강사 80여 명을 선발, 관내 70여 개 학교에 배치했다. 이중언어 강사가 수행하는 역할을 각 학교 여건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나, 주로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언어보충수업과 일반학생들에 대한 국제이해교육 등을 담당한다. 언어문제 등으로 학교 일에 참여하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다문화가정 학부모에 대한 멘토링도 이중언어 강사의 몫이다. 교육복지연구회 소속 현직 교장 25명과 함께 이중언어 강사 멘토링을 하고 있는 서울인헌초 최병환 교장은 “사회과의 외국 문화 이해 부분 등을 외국인 강사가 지도하니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꼭 해당 국가 출신이 아니더라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업 분위기가 조성이 된다”고 이중언어 강사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이중언어 강사로 활동 중인 일본 출신 나리따 마미 씨는 “외국에서 왔기 때문에 한국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또 외국인을 직접 만나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주니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해소하는 기회도 되는 것 같다”며 자신의 역할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료 부족, 중등과정 부재 해결해야 다문화교육을 위한 여러 시도와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첫 번째로 꼽히는 과제는 바로 자료 부족이다. 교육청 별로 한글지도교재, 이중언어 교재, 교사연수 자료집 등을 제작하고는 있지만, 교육현장의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질적 ·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중언어 강사 나리따 마미 씨 역시 “지금 나와 있는 자료들을 보면 1주일에 한 번 정도 간단한 다문화교육을 할 수 있는 수준의 것밖에 없다. 더구나 반편견교육이나 비교문화교육을 위한 교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수업 자료를 일일이 직접 만드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다문화교육이 초등에만 집중돼, 중등이나 유치원에서는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중등교원에 대한 연수가 미미하고, 교원양성 대학의 커리큘럼에도 다문화교육 관련 강좌가 전혀 없는 곳이 대부분인데, 그나마 올해 몇 대학에 새로 강좌가 개설됐다. 다문화학급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의 한 교사는 “초등 과정에는 여러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중학교부터는 다문화관련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 진학한 학생들이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청에서 내놓은 다문화교육 자료집을 봐도 대부분이 초등에 편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 다문화교육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대다수 학생이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자료부족과 초등에의 편중 같은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다문화화와 수년 내 중학교로 진학하게 될 많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생각할 때 이에 대한 대비도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우선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은 2008년 4월에 설립된 다문화교육 연구기관으로, 초등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동안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의 연수 사업과 다문화가정교육을 위한 이중언어 교수요원 양성 및 다문화 사회통합 ABT(Active Brain Tower)대학 사업 연구 등 정부기관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 연구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또한 2008년 전국 최초로 대학원에 다문화가정교육전공 석사 과정을 개설했으며, 지난해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초등교원 양성 대학 다문화교육지원 사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관계 8부처가 서울교대에서 다문화 사업계획을 발표 · 조율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10년 후 초등학생 30%가 다문화가정 출신 다문화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다문화교육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십시오.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는 약 11만 명입니다. 현재 40%가량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데, 그 중 80% 이상이 초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교육현장이 다문화사회로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직 전체 외국인 자녀의 60%가량이 아직 미취학 아동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교육현장의 다문화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다문화가정 학생은 매년 40%가량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초등학생의 1/3정도가 다문화가정 학생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청 자료 등을 보면 방금 말씀하신대로 초등과 관련한 것들은 비교적 눈에 띄는 데 반해 다른 학교급의 준비는 조금 소홀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아직 대다수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초등이하의 연령이기 때문에 중등에서는 다문화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범대의 상당수가 아직 다문화교육관련 강좌를 개설조차 하지 않은 것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개설된 강좌도 올해 처음 시작하는 것들입니다. 초등 역시 아직 많은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이중언어 강사를 배출한 후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실사를 돌았는데, 다문화교육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중언어 강사를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잠깐 이중언어 강사가 무엇인지 짚고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중언어 강사는 초등학교에서 일반 학생 대상 국제이해교육과 다문화가정 자녀 보충수업 및 학부모 상담, 가정통신문 안내를 담당하는 강사로,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합법적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어에 능통하고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외국인을 대상으로 선발됐습니다. 중국, 일본 등 13개국 출신자 중에서 선발, 900시간의 교육을 실시하고 지난해 8월 70명의 이중언어 강사를 배출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이 서울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풀타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가정방문까지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과도기적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교육현장에서 냉소적인 반응 보이기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교육현장의 냉소적인 반응에 대해 이야기해주십시오. “아무래도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단일민족주의 때문이겠지요. 대한민국에 살겠다고 왔으면, 온 사람들이 알아서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첨예한 일본인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비단 교육현장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볼 때, 지금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다문화교육은 지나치게 다문화가정 학생이 밀집해 있는 학교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다문화교육의 인프라를 구성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문화가정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교육 이상으로 다수자인 일반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학생의 인성이나 대인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반 학부모들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원에서는 ‘오색 다문화공동체’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오색이란 교사와 다문화가정 학생, 다문화가정 학부모, 일반 학생, 일반 학부모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사업은 교사를 중심으로 같이 어울리면서 서로를 이해하도록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한 예로 서울 인헌초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열의와 이중언어 강사의 노력으로 다문화가정 학부모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학교를 매개로 소통의 채널이 형성되는 등 바람직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여러 정책과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워낙 여러 나라, 여러 입장의 사람들이 있어 다문화교육의 방향을 정하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국제결혼가정의 경우는 어느 정도 틀이 만들어진 면이 있어 그래도 좀 상황이 낫지만, 북한이탈주민이나 외국인근로자와 관련해서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수인데다가, 같은 민족임에도 문화적 차이도 많고 교육수준에 비해 나이가 많기 때문에 일반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이어나가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외국인근로자 자녀의 경우도 초등은 국제협약에 의해 수학이 가능하지만 중학교부터는 학교장 재량으로 입학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학업을 이어나가기가 어렵습니다. 해외입국자녀 역시 일부 학교에서 특별 학급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교육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가 간의 관계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치 · 역사적인 배경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에서 온 학부모들은 우리나라에서 독도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자녀들의 안전에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따돌림을 받는 경우도 있고요. 사회 · 역사과목을 비롯한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보면 민족주의적 개념이 많이 들어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아단계부터 다문화교육 실시해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말씀드린 대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수자인 다문화가정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만 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야 하는 교사에 대한 연수는 물론 교대 · 사범대의 교육과정에 다문화교육 관련 부분을 강화해야 합니다. 아까 언급한 공동체 사업과 같은 학부모 대상 교육도 중요하겠지요. 학생 교육과 관련해 이야기하자면, 지금까지 다문화교육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아교육과정의 다문화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마음이 열려 있는 유아 단계의 어린이들은 인종이나 문화에 대한 선입견 없이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어린 아이들이 다문화 감수성을 느끼도록 교육하면 초 · 중등학교에서의 부담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등학교 이중언어 강사를 양성했던 것처럼 올해는 유아교육과정을 위한 이중언어 강사를 모집할 계획입니다. 현재 유아교육과 커리큘럼을 보면 일부 과목에 다문화교육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 강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할 것입니다.” 교육 관계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향후 계획이 있다면? “아직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교육은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더 연구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학교급 간, 학문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는데, 최근 이러한 경계를 넘어 범학문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다문화교육연구학회를 창립하는 등 점차 활기를 띠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에서도 기존 연구 · 교육활동에 더해 실질적으로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교육이 성공적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특히 교육자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다문화교육과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원래 배우고 가르치는 것 자체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이주민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면서 단순히 법제만 바뀌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 때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된 여러 문제만 보더라도 UN헌장 등 여러 국제규약이 존재함에도 사람들이 이를 중요하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교과부를 비롯해, 법무부, 노동부 등 여러 기관의 연수를 맡아 진행하면서 앞으로는 교육의 영역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 보충교육은 다문화교육 아니다 다문화 관련 여러 강좌를 진행하셨는데, 다문화교육에 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문화교육에는 3가지 핵심 사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 ‘관계성’, ‘창조성’이 바로 그것인데요. 우리나라는 아직 다양성도 해결하지 못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교육현장을 보면 다문화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언어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는 보충교육으로 봐야지 다문화교육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국제결혼자녀를 중심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한국 사회 적응교육은 내용적으로 봤을 때, 획일적인 동화주의(同化主義) 교육으로 다문화교육이 지향해야 할 다양성과는 오히려 대척점에 있습니다. ‘관계성’은 인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데서 차이에 대한 가치를 찾는 것을 말합니다. 다문화가정 이외의 사람들이 다문화사회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다문화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이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다문화운동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직접 경험하는 일반 대중의 의견이 정책 결정자에게 전달 · 반영되는 상향식 의견전달이 이뤄져야 하는데, 상명하달식으로 정책이 이뤄지다보니 현실과 괴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교육현장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아직 현장 교사들은 다문화교육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상층부에서 일방적으로 다문화교육을 실시하라고 하니 올바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고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적응교육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의 충돌은 큰 발전 가능성 내포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문화교육의 지향점을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다문화와 관련한 교육의 종류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단일민족중심교육인데 이것은 문화적 예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가장 폐쇄적인 교육을 말합니다. 두 번째로 동화주의 교육은 차이는 인정하되 기존의 사회 · 문화체계에 동화시키기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다문화교육을 동화주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다문화 공생주의로 차이를 인정함은 물론 이를 존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방관할 뿐 서로 융합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적인 형태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문화 창조주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화를 통해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가 서로 충돌하며 새로운 형태로 나아가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화로 인해 우리의 고유성이 침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이러한 충돌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용한다면 우리 문화의 진면목을 발견해 오히려 고유성을 강화하고 다문화 사회의 중심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네 가지 다문화교육 방향을 말씀하셨는데, 이들의 관계를 단계적(순차적)인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동화주의 교육을 했다가 다문화 공생주의를 거쳐 점차적으로 다문화 창조주의로 나아가는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아 창조주의적인 시각으로 다문화교육을 해야 합니다.”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한국인일 것 강요 말아야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문화교육에 대해 비판하셨는데, 그렇다면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요?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문화적, 언어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이런 교육도 필요하지만, 이는 보충수업으로 봐야 합니다. 다문화교육의 차원으로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룰 것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하는 돕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계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일컫는 코시안(Korea+ Asian)이라는 단어가 차별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리는 상대를 한국인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잠재적인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피부색, 가정환경, 혈통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모두 갖추지 않는 한, 사실 동등한 한국인으로서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한국인이기를 강요하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절반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두 가지 혈통 모두에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의 오바마와 타이거 우즈가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문화적인 시각이 필요해 다문화교육의 개념 정립을 누차 강조하셨는데, 어떤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지 추가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다문화를 명사가 아닌 동사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문화라는 것은 하나의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다문화교육을 국제이해교육과 구분해서 바라봐야 합니다. 실생활에서의 부딪힘 없는 다른 나라에 대해 가르치는 국제이해교육은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생활에서 느낄 수 있냐는 것이지요. 글로벌리더교육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 용어는 지나치게 경쟁주의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경쟁력과 상관없이 보존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무형문화재 같은 것들은 경쟁의 측면에서 보자면 당장이라도 폐기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를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은 그 자체가 갖는 문화적 가치가 갖는 의미를 인정하기 때문이지요. 문화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문화적 시각’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역사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1990년대에 중국 만주에 황하문명보다 1000년이나 앞선 흥산문화가 발견됐는데, 이것은 중국문화가 아닌 한반도의 것과 유사한 형태를 보입니다. 또 산둥반도에 백제의 영토 즉, 외백제가 존재했음을 추측하게 하는 유물도 발견됐습니다. 이런 사실을 민족중심적인 사고로 보면 원래 중국도 우리 땅이었다는 식의 생각으로 자부심이 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발전적인 사고는 아닙니다. 하지만 민족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문화적으로 바라보면 우리 역사의 콘텐츠가 상당히 풍부해집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임란 때 포르투갈에서 온 흑인병사가 참전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이런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바라보면 훌륭한 문화 콘텐츠가 탄생하는 것이지요.” 다문화교육이 교육현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활동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다문화교육 자체에 관심이 없는 교사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체감을 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때는 교사들이 너무 여유가 없는 탓이 크지 않나 합니다. 요즘 너무 바빠진 교사들에게 다문화교육은 업무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업무로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다문화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올바른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좀 여유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얼마 전 한 지역에서 열린 다문화포럼에 초청받아 참석한 적이 있는데, 다문화를 예산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로 여기는 모습이 보여 아쉬움이 컸습니다. 다문화교육은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치 · 신념 · 철학이 돼야지 정책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 사회는 다문화에 매우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방향설정을 잘해야 합니다. 무조건 섞기만 하면 문화적 난장이 만들어질 뿐입니다. 교육학에만 연연하지 말고 범학문적으로 접근해 올바른 다문화교육의 철학을 만드는 데 많은 분들이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중국의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난 5월 양청완바오[羊城晩報]의 한 기자가 인터넷에서 ‘학생의 교사 폭행’이라는 주제어로 검색한 결과 약 803만 건의 관련 뉴스 기사가 검색됐고 ‘교사의 학생 폭행’ 역시 407만 건이 검색됐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 악화가 심각함을 방증하는 이러한 결과는 교사를 존경하는 전통을 가진 중국인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는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중국 교육계에서는 교육에 대한 시장논리의 적용, 도덕교육의 부족, 입시위주의 교육 등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첫째, 교육의 시장화로 인해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관계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개혁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 정부는 교육개혁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 교육이 급격히 시장화의 논리를 따르게 되면서 전통의 사제관계에 변화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전통적으로 사제 간에는 윤리적인 관계가 강조됐으나 시장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에도 경제의 논리가 적용되게 되었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이 학비를 내고 수업을 듣는다는 생각에 교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일체 없는 상태이고, 일부 교사들은 교사직을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탓에 교직에 대한 사명의식이 점차 희박해져 가고 있다. 둘째, 학교에서의 도덕교육 부재 때문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학교는 지식을 전수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곳으로서의 기능만 부각되고 있다. 때문에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의 도덕교육이 형식적이고, 암기식으로 흐르게 되는 등 소홀히 다루어지게 됐다. 이러한 도덕교육의 결핍 상태에서 학교 및 교사들은 더 이상 학생들에게 존중과 존경을 받는 대상이 아닌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교사와 학생 간의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 농촌과 도시의 경계지역에 설립된 사립학교라는 통계에서 나타나듯이 교사의 지위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대우가 낮은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단지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쳐 상급학교로의 진학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일부 지역의 교사들에 의해 도덕교육을 소홀히 함으로써 학생들의 교사 무시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해 중국의 교사들은 이제 더 이상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약자가 되었다고 하소연한다. 교사들에게 중요한 것이 교사로서의 권위인데,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교사의 권위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특히 교육개혁 과정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률적인 조치들이 늘어나는 데 비해 교사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들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교사들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 교사들의 주장이다. 중국 교육전문가들은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이 확산되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규범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교사의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고, 교사들에 대해서는 교육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학생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징벌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교사들도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현재 학생들의 능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학생들을 장악할 수 있으려면 학생들을 설복시킬 수 있는 교사들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학생들의 마음에 교사의 권위를 세울 수 있고 결국에는 학생들의 존경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성추행 파문은 가톨릭계 기관뿐만 아니라 개신교계, 옛 동독의 고아원, 청소년 교화시설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모범적 대안학교로 알려진 오덴발트학교의 성추행 사건 등 잇따라 세상에 드러나는 실상은 일반인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오덴발트학교는 유명 작가, 정치인을 배출하기도 했고, 전 독일 대통령 바이체커의 자제가 재학했던 곳이기도 하며 1963년에 유네스코 모범학교로 지정된 바 있다. 문제의 성추행 사건은 1970년에서 1985년 사이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의 증언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성추행을 당했던 학생들은 거의 100여 명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으로 알려진 사건은 24건이다. 당시 가해자로 알려졌던 교장은 1998년에 몇몇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자 퇴직했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다. 지난해 초 피해자들이 오덴발트 학교교장과의 면담에서 처음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자 “우리 인내도 이제 한계에 달했다. 학교에게는 명성이 더 중요한 가 보다”라는 내용의 편지로 압력을 넣었고 이에 학교 측이 이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오덴발트 기숙학교 교장 마가리타 카우프만은 3월 초, 700명의 졸업생에게 공개 사과 편지를 보내고, “우리는 침묵을 깨려고 한다. 우리의 사죄로 피해자의 아픔을 모두 덜어낼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그것이 고통이라는 것을 안다”라는 내용으로 유력 언론들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 성추행 사건으로 현재 모든 이사들이 사퇴하는 등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아동 성추행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가해자들에겐 법적 대응을 할 수 없자 공소시효에 대한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교육문화부 장관 아네테 샤반은 “성추행은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밝혀지고 공소시효도 짧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다뤄진다”면서 아동 성추행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했다. 반대로 이런 장관의 주장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공소시효폐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독일교사연합도 교육문화부 장관의 공소시효폐지에 대해 “실효성 없는 행동주의”라고 비난했다. 독일 교사연합 의장 요세프 크라우스는 “독일 교육부 장관은 학교에 대해 법적이고 실질적 권력은 가질 수 없다. 그 대신 헌법이 부여한 의무는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추행, 학대를 곧 밝혀내고 법적 기관에 넘기는 것이 당신들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독일 니더작센 주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교사들에게 더욱 강화된 경찰 신원증명서를 요구할 방침이다. 강화된 경찰 신원증명서에 따르면 양육의 의무 거부, 노출증 환자, 아동 포르노물 소지 여부 등의 범법 내용까지 자세하게 기록된다. 이 신원 증명서는 직업적으로나 자원봉사로 유치원, 청소년 복지기관에서 어린이, 청소년을 돌보는 일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은 거세다. 니더작센 인문계 학교 교사노조 필로로기연합 의장 롤란트 네슬러는 “교사라는 직업을 성추행범과 연결 짓게 되었다. 강화된 신원증명서 규정은 교사의 명망을 땅에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독일교사노조 의장 크라우스는 “이러한 조처는 눈에 보이기 위한 성과주의와 대중영합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경찰 신원증명서를 강화할 게 아니라 형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 아동포르노가 유포되지 않도록 그에 알맞은 강력한 형법 등을 갖추면 보통 신원증명서로도 충분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니더작센의 교육부 장관 엘리자베스 하이스터노이만은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성추행을 예방하는 것이지 교사들을 성추행 범법자로 의심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이 근무지를 바꿀 경우에도 신원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다른 지방의 협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백이 쓴 몽천모음류별(夢天姥吟留別)라는 싯구중에 “裂缺霹靂(열결벽력), 丘巒崩?(구만붕최). 洞天石扇(동천석선), 訇然中開(굉연중개). 靑冥浩蕩不見底(청명호탕부견저), 日月照耀金銀臺(일월조요금은태)(번개 불과 우뢰가 번쩍 찢어지고, 언덕과 산이 무너지고 꺾이네. 신선 사는 곳의 돌문이 꽝하고 가운데서 열리네. 푸른 하늘 넓어 밑이 안보이고 해와 달은 금은대를 비추네)가 있습니다. 번개, 우뢰에 놀라고 늘어선 산들이 진동하여 신부가 열리니 그 안에 한조각의 금광이 찬란하게 빛나고 구름으로 덮인 산의 운무가 걷혀서 확연이 보입니다. 이번 호에 소개해드릴 열결혈의 작용이 이와 같습니다. 위에서 부터 아래까지 다 통하는 작용을 합니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열결 열결(列缺)은 사총혈의 하나로 그 작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사총혈가”에서 “머리끝에서 열결을 찾는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열결혈의 주요작용은 머리부의 질병을 치료합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현기증이 날 때 열결혈을 자극하면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천둥번개가 쳐서 하늘과 땅을 모두 쓸어 없애 흙먼지로 뿌연 하늘을 다시 청명하게 맑게 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열결혈을 ‘천둥번개의 신’이라고도 부릅니다. 열결은 고대에는 번개였습니다. 열은 나눈다는, 결은 터져 갈라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번개의 형상이 하나가 나뉘어서 둘이 되고, 중간에는 마치 봉제선이 갈라지는 것과 같다고 해서 ‘열결’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열결혈의 위치는 손목에서 양쪽 근육사이의 중간에 있어 있습니다. 열결은 폐의 낙혈이자 여기서 다시 대장경 가는 시작점입니다. 하나가 둘로 나뉘고, 두개의 경락이 지나가는 사이에서 딱 호응해서 열결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열결은 하늘과 땅을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그래서 머리 쪽의 질병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중간과 아래 부분의 문제들 즉 예를 들면 소변을 시원하게 배출하지 못하는 분이나 또는 어린아이들의 야뇨증에도 좋습니다. 고수 검객이 한번 손을 써서 요괴와 악마를 칼로 쳐서 순식간에 그림자도 없이 사라져버리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폐를 도와주는 혈로 금연, 분필가루에도 좋아 현대인들에게는 열결이 금연에 아주 좋은 혈자리이기도 합니다. 담배를 피다보면 무의식중에 골초가 되기 쉽습니다. 금연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 혈자리에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 매일 엄지나 안마봉으로 이 혈자리를 자극하면 흡연욕구가 억제됩니다. 흡연은 폐암 등을 비롯해서 폐를 직접 상하게 합니다. 열결은 폐경상의 혈이어서 당연히 폐의 조절작용을 돕습니다. 그래서 폐를 상하게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 특히 교육일선에서 분필을 들이마셔야 하는 선생님은 자주 열결혈을 안마해 주시면 좋습니다. 폐는 흉강에 있으며 가슴은 하늘이고 하늘의 기는 언제나 청명하고 깨끗합니다. 정신이 몽롱해서 우리의 마음이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면 우리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번민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담배를 많이 피면 피울수록 문제는 더욱더 꼬여가고 복잡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열결혈은 이런 악순환을 단칼에 끊어주는 지름길입니다. 열결혈자리는 사진처럼 손을 꼈을 때 검지 끝에 있습니다. 휴식시간에 틈날 때 마다 이 부분을 안마해 주시면 됩니다.
소청심사제와 고충심사제는 교원이 근무 중 부당하거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이의 해결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두 심사 모두 교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지만, 그 대상과 처리 기관 등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소청심사는 징계처분 및 그 밖에 교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을 받고 이에 대한 취소나 변경 등을 구하고자 할 때 이용되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그 밖에 교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이란 재임용거부, 직권면직, 직위해제, 휴직, 강임, 기타 전보처분, 학과이동처분, 보수감액처분, 수업금지처분, 의원면직처분 등을 말하는데,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해 상당기간 이내에 처분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도 소청심사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 불문 경고는 청구의 대상이 되지만, 주의 · 경고는 교원의 신분상 불이익을 초래하는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국 · 공 · 사립을 불문하고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유아교육법」 제20조, 「초 · 중등교육법」 제19조, 「고등교육법」 제14조에 명시된 교원이면 누구나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데, 그 절차는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소청심사는 소청심사위원회 위원 재적 수 2/3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과반수의 합의에 의해 결정됩니다. 청구인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의견이 나뉠 경우 과반수에 이를 때까지 소청인의 가장 불리한 의견에 차례로 유리한 의견을 더해 그 중 가장 유리한 의견으로 결정하며, 원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소청심사에 불복할 경우 당사자는 결정서를 송달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가공무원인 공립학교 교원은 「국가공무원법」 제16조에 따라 소청심사위원회의 심사 · 결정을 거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고충심사제도는 소청심사의 대상이 되지는 않으나 근무에 어려움을 주는 여러 문제점들을 살피고, 이를 해소함으로써 공무원의 권익을 보다 확실히 보장하고 직무의 능률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둔 제도입니다. 따라서 교원은 인사 · 조직 · 처우 등 각종 근무여건과 신상문제와 관련한 고충이 있는 경우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징계처분 및 그 밖에 교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이 있어야 하는 소청심사와는 달리 보수, 근무시간, 휴가, 업무량, 상훈, 성차별을 비롯해 개인의 장애로 인해 발생되는 직무와 관련된 사항까지 광범위한 것들이 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구제나 쟁송 절차가 다른 법률에 명시되어 있거나, 공무원 보수표와 같은 국가사무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 다른 사람의 고충을 대신해서 청구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정한 청구서 양식은 없으나 청구인의 주소, 성명, 생년월일, 소속기관명 및 직급, 청구의 취지 및 이유 등을 기재해 교감 이하 교원은 보통고충심사위원회(교육감)에, 교장과 보통고충심사위원회에서 불인용되거나 기각된 경우는 중앙고충심사위원회(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 제출하면 됩니다. 청구서를 우편으로 제출할 때에는 등기우편을 이용하면 우편사고로 인한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심사결과에 불복할 경우에는 통보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교과부장관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재심에서도 고충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에는 재심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을 지도 위에 나타낸다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동양과 서양이 무슨 뜻인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대답을 해낼 것이다. 그렇다면 동양과 서양이 각각 어디를 일컫는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색칠을 하게 해보면 어떨까? 동양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 서양은 유럽과 아메리카 지역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막상 거기에 걸맞은 지도를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그리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과연 어디를 동양이라 하고 어디를 서양이라 확정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대륙은 동양인가 서양인가? 호주는 또 어떤가? 동양과 서양은 인류가 품어온 강력한 지리적 심상 중 하나임에 틀림없지만, 이런 반론에 부딪히는 순간 동양과 서양이라는 상식적 개념은 매우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오늘날의 지도와는 사뭇 다른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요상한 중세의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적 인식과 감각은 그 사회의 세계관과 우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란 머릿속에 그려놓은 지리적인 이미지를 단지 종이 위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인해 거리의 측량 방법과 지도 작법이 끊임없이 개선을 거듭하고 있고, 이른바 ‘정확한’ 지도에 대한 추구도 더욱 치열해졌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대한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지도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서쪽이 중심이 되어버린 세계 동양과 서양은 양(洋), 즉 바다를 기준으로 세계를 동서로 나눈 것인데, 힘센 서양이 동양으로 진출함에 따라 서양 중심적인 세계질서가 형성되었다. 제국주의 시대에 서양은 ‘보는 자’, ‘행하는 자’처럼 주체가 되었지만, 동양은 서양의 시선에 노출되거나 그 행위의 작용을 받는 대상이라는 위계가 성립해버린 것이다. 동구와 서구라는 말에서 서쪽이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동구라파와 서구라파, 즉 유럽을 한자로 표기한 구라파(歐羅巴)에 동(東)과 서(西)를 붙여 만든 말이지만, 이 가운데 서구는 서양을 이루는 유럽과 북아메리카를 아우르는 뜻으로 진화함으로써 서유럽과 미국이 대표적인 선진국이자 서구 세계의 중심임을 나타내게 되었다. 이로써 서구식 생활, 서구적 가치, 서구화, 서구중심주의 등등 서구라는 낱말은 특정한 지역을 뛰어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개념으로 우뚝 올라서게 되었다. 동구는 감히 서구의 위세를 넘볼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따라서 서구(서양이나 서방이 아니다) 중심적인 가치관에 입각해 동양과 서양의 구분에 임할 때, 중심=서양, 주변=동양이라는 등식이 언제나 전제로 깔려 있다. 한마디로 동양은 “세계에서 서양이 아닌 지역”(연세한국어사전), 즉 ‘서양을 뺀 나머지’를 차지하는 것이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동양과 서양의 어색한 만남 동과 서는 예부터 서로 만나고 충돌하는 문명을 대표해왔다. 한편으로는 서로를 낯설고 어울릴 수 없는 타자 혹은 이방인으로 규정해 적대감을 드높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상생(相生)을 도모해야 할 이웃이자 동반자로서 우애와 교류를 강조해왔다. 이러한 양가적인 감정은 오랜 역사 속에 뿌리 내리고 있을 테지만, 역사적 위기에 맞닥뜨릴 때 더욱 강렬하게 나타나곤 한다. 특히 근대 이후의 세계사는 ‘문명’의 이름으로 ‘서구화’라는 폭력을 휘두른 서양의 제국주의적 침탈로 얼룩짐으로써, 동서양의 문명충돌에서 서양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힘의 우열을 바탕으로 강자와 약자, 승자와 패자 등으로 양분되는 관계 속에서 양측의 화기애애한 만남이 가능할 리 없다. 동양에서 서양 붐이 그다지 일어나지 않았던 데 비해, 서양에서는 종종 동양의 매혹에 깊이 빠지곤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서양에서 동양을 찬양하고 우러르면서 동경의 대상으로 미화하고 동양을 이상향으로 떠받들면서 모방에 열을 올리던 시기야말로 바로 서양의 군사적, 경제적 권력이 급속하게 뻗어나간 때였다는 사실이다. 동양을 마치 통찰과 영감을 주는 근원의 땅, 신비로움과 정신성으로 가득 찬 세계, 시간이 멈춘 꿈의 나라, 숭고하며 초월적인 장소 등등…. 낭만적인 메타포로써 동양의 이미지에 대해 환상을 부풀리면 부풀릴수록, 동양에 대한 식민지적 착취라는 추악한 현실은 역설적인 정당성을 획득했던 것이다. 동양은 여성, 서양은 남성? 동양과 서양의 역관계를 상기할 때, 서로를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합치할 수 없는 이원성으로 바라보면서 ‘동양과 서양의 결혼’이라는 낭만적 메시지를 내걸었던 옛 사상가들이 허무맹랑하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동양과 서양의 충돌과 대립 속에서 동양은 서양에 의해 여성이라는 젠더를 획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동서양이 결혼을 한다면 어느 쪽이 신랑이고 어느 쪽이 신부가 될 것인가. 서양이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능동적인 남성으로 표상함에 따라 그 상대라는 위치에서 동양은 비이성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의 자리에 놓인다. 더구나 제국주의 시대에 들어와 동양은 서양의 억압과 강요에 못 이겨 ‘서구’라는 이질적인 세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 존재, 문명의 세례를 받아야 하는 미개와 야만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쓰게 된다. 이리하여 세계의 리더인 서양 앞에서 동양은 뛰어난 서양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열등하고 유약한 배우자의 역할을 떠맡는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은 이러한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여성과 남성의 그것으로 환치해 형상화해낸 전형적인 작품 중 하나다. 이 작품에서 남성(=서양)을 온전히 사랑하며 처절하게 기다리는 여성(=동양)은 순정과 절개를 지닌 매혹적인 인물이지만, 결국에는 남성에게 버림받는 무기력한 여성일 뿐인데, 이들 남녀의 형상이야말로 동양과 서양의 관계를 연상할 때 작용하는 전형적인 고정관념이다. 보편이고자 하는 동서양의 욕망 서양이 스스로 세계의 중심이자 지도자로 등극하면서 문명, 과학, 근대, 진화 같은 서구적 가치관이야말로 누구나 추구해야 할 유일한 가치처럼 여겨지기 시작한다. 즉, 서양은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인류 전체를 대표하면서 ‘보편’을 표상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서양은 보편주의라는 미명 아래 유럽이 생산해낸 가치를 강제함으로써 지역적 특수성을 말살해버렸다고 할 수 있다. 식민지화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근대적인 물질문명은 기나긴 역사 속에서 하나의 특수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것이 마치 온 인류의 보편적인 심성인 것처럼 확대 규정해 누구에게나 강제하는 것이 바로 근대화론의 논리 구조라 할 것이다. 오늘날 서구적 근대화가 초래한 비극과 문제점은 보편의 이름으로 자행된 독선과 횡포로 인해 나타난 것이다.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를 인류의 보편적인 심성(자유와 평등)에 따른 인간 본원의 정치체제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서구 중심적인 사고인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민주주의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수많은 이라크 시민이 무고하게 죽어갔던 것이다. 서양이 보편의 자리를 독점하려는 데 대해 대항한 세력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이었다. 19세기 말 아시아의 여러 나라보다 앞서 근대화를 추진했던 메이지유신 때, 스스로 아시아가 아니라고 극구 부정했던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일으킬 즈음에는 보편으로 상정되어온 서양에 대항하기 위해 동양이 새로운 보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말할 것도 없이 그 동양의 선두 자리는 일본 차지였다. 돌고 도는 동양과 서양 앞에서 동양과 서양을 지도상에 표시하는 일이 곤혹스럽다는 사실은 동양과 서양이 때에 따라 매우 다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를테면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수행하면서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외쳤을 때 일본은 스스로를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과 동일시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줄곧 일본=유럽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그래서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일본이 아시아의 일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강의 기적’으로 놀라운 산업화와 근대화의 결실을 맺은 한국 역시 스스로를 서구, 서양, 유럽으로 여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선진국 대열에 들기 위해 매진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서양과 동일시하며, 또는 한국보다 저발전 수준에 있는 나라 혹은 그 나라 사람들에게 마치 서양의 위치에 서 있는 듯이 행동하는 모습 등이 그러하다. 아시아에 위치한다고 해서 동양이라고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때그때 정세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를 동양으로도 서양으로도 표상하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은 결코 지도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 마음의 지도 위에만 있을 뿐이다.
20년 전 일본만화에 비친 학교의 어두운 그림자 제가 처음 일본 문화를 처음 접했던 것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학교 앞 문방구에서 불법 유통되던 일본 만화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영어 단어장 크기, 과도한 의역, 좌우가 바뀐 인쇄, 청소년들이 보기 부적당한 곳을 가리기 위한 땜질 자국 등 참 조악한 책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주제는 대부분 폭력, 연애, 스포츠였지만, SF물을 빼고는 대부분 학교가 배경이었는데, 그중에는 교사가 주인공인 것도 있어서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일본 만화가 우리 만화계를 삽시간에 잠식했던 것은, 인프라나 기술적 요인도 있었겠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사실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만화에서 다루는 학교 이야기는 억눌린 학생들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었죠. 이런 만화에서 비춰지는 대부분의 교사는 고리타분하고 엄격한 존재였습니다.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교사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언제나 기존 교사에게는 경계의 대상일 뿐이죠. 물론 이런 설정은 모두 가상이었지만,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특별히 성적이 우수한 경우가 아니면 수시로 체벌을 받아야 했던 당시 학생들에게는 비현실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름다운 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일본 나오키 상에 빛나는 이시다 이라가 쓴 소설 5학년 3반 료타 선생님은 식상한 듯하면서도, 우리 학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은 노란 머리에 목걸이를 하고 다니며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주인공 료타교사, 늘 반듯한 젊은 모범교사 소메야, 그리고 주인공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중견 교사와 언제나 인자한 교장 등 학원물 만화의 전형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쯤 되니, 폭력사건 등 큰 사건이 몇 번 터지고 주인공이 수차례 심각한 해고 위기를 넘기는 액션물에 가까운 이야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토리는 비교적 차분히 이어집니다. 이 책에서 문제 해결의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교사의 노력’입니다. 여기서 노력이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상 바쁜 선생님들에게 그 이상의 수고가 요구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상대를 이해할 여유를 주기 위한 노력을 말합니다. 요즘 학교현장을 보면 정규수업은 물론 그것보다 더 긴 시간 이어지는 방과후학교에 심지어는 야간과 주말의 보육활동까지 하는 학교가 늘어가고, 언론을 통해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학생의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살피고 보살필 것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우리의 현실을 놓고 볼 때 이 책의 한 구절은 색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교사의 어떤 노력도 아이들 스스로의 생명력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교사의 임무는 그 나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자라도록 받쳐주는 버팀목이면 된다. 실제로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그 나무인 아이들이다. (379 쪽) 이 책의 저자는 작가의 글을 통해 언제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취급되는 학생과 교사들에게 응원가를 보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작가의 눈에도 요즘 교육현장의 모습이 무척이나 팍팍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지간해선 보람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조금 먼 곳에서 조용히 응원을 보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조금은 개운한 마음으로 즐거운 여름방학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PART VIEW] 스눕 (샘 고슬링 저. 한국경제신문사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특정 개인과 관련된 단서를 통해 사람의 성향과 이미지를 파악하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EBS 다큐프라임을 통해 집중 조명되기도 한 이 책은 단순히 상대를 꿰뚫어본다는 호기심을 넘어, 학교현장에서 여러 학생들의 행동을 살피고 돌봐야 할 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성격의 기본 유형에 대한 설명부터 단서를 찾아 구체화하는 법과 올바른 통찰을 방해하는 함정 그리고 통찰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토니 부잔의 마인드 맵 북 (토니 부잔 등 저. 비즈니스 맵) 요즘 학교현장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마이드 맵의 창시자인 토니 부잔이 형인 배리 부잔과 함께 15년에 걸쳐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마인드 맵의 바이블이다. 두뇌의 기능을 파악해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인간의 두뇌와 그 디자인, 구조, 기능에 관한 최신 정보를 소개하고, 마인드맵의 토대, 구조, 적용과 활용 방법 등을 소상히 정리해 짚어준다. 최고의 수업 (배광호 저. 다산에듀) 경북여고에 재직하고 있는 현직 교사가 쓴 수업 매뉴얼. “행복한 교사만이 행복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저자는 자신이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행복한 수업을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창의력과 사고력 계발에 초점을 둔 수업을 하다가 있었던 일이나, 인터넷 오픈 사전인 위키디피아의 운영방식을 활동지에 적용해 활용한 사례 등 현장의 생생한 경험이 실려 있다. 수업시작 5분을 잡아라 (허승환 저. 즐거운학교) 초등교사들에게 잘 알려진 교육자료 공유사이트 ‘예은이네’의 운영자이자 각종 자격 및 직무연수 강사로 활약하며, 2000년 교육부문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한 허승환 교사가 주의집중 노하우를 담았다. 이론서가 아닌 매일 기록한 수업일기를 바탕으로 한 실천서로서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동기유발에 관한 기본이론을 소개하고 실제로 실습해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