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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여름방학이 짧아졌다. 방학을 활용해 교직 전문성을 키우는 교원이 적지 않은 걸 생각하면,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충분하지 않지만, 틈틈이 시간을 알차게 보낼 방법이 고민이라면? 책이 답이다. 수업 개선과 상담, 학생과의 관계 개선에 참고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현직 교사들이 집필해 현장성과 활용성이 특히 돋보인다. ▨교사, 프로젝트학습에서 답을 찾다=프로젝트학습이란 무엇일까. 교사라면 한 번쯤 들어봤거나 수업에 적용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학습의 정식 명칭은 ‘프로젝트기반학습(Project Based Learning)’이다. 영문 명칭을 줄여서 PBL이라고도 쓴다. 학습자에게 실제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이 이뤄지는, 학습자 중심 학습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거꾸로 수업, 융합교육(STEAM), 자유학년제 등에 프로젝트학습을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준환 경기 다산가람초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프로젝트학습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수업의 토대가 되는 이론을 먼저 섭렵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들여 만든 수업이 프로젝트학습의 관점에 부합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교사, 프로젝트학습에서 답을 찾다’ 시리즈는 이론과 설계, 실천 등 총 세 편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출간된 1편은 프로젝트학습의 이론을 ▲프로젝트학습이라 불리는 모형들이 궁금하다 ▲프로젝트학습이 담긴 철학이 무엇일까 ▲프로젝트학습은 진화하고 있다 등 세 부분으로 나눠 풀어낸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PBL 프로그램도 소개한다. 사례를 중심으로 삽화를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상상채널 펴냄, 2만 4000원. ▨가치를 가르칩니다=최근 수업의 트렌드는 ‘융합’이다. 교과 간의 벽을 허물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주제통합수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공동체의식과 공감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료 교사들과 협력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을 바꾸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 입시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고등학교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 책은 경기도중등독서교육연구회 소속 김현민·박시영·이경주·정은경 교사가 실천한 주제통합수업 사례를 담았다. ▲전쟁과 평화 ▲탈핵 수업 ▲인간과 기술,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공동체와 오래된 미래 ▲사회와 개인 ▲갈등과 평과, 그리고 세계시민의식 등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전 교과 주제통합수업의 실제를 보여주는 ‘인간과 기술,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와 주제통합수업과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결합한 ‘공동체와 오래된 미래’는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서해문집 펴냄, 1만 7000원. ▨초등 상담 새로 고침=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살피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적응을 시작한다. 학교에 입학해 생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등학생은 더 많은 시간과 주변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묻는 말에 대답하길 피하고 등교를 거부하고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산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문제 상황을 맞닥뜨린 교사는 고민에 빠진다. 이때 필요한 건 교사의 상담 능력이다. 상담심리교육을 함께 공부한 현직 교사들이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 이론을 접목해 학교 부적응 문제의 해답을 제시한다. 선택적 함구증, 등교 거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학습된 무기력, 집단 따돌림 등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15가지 사례를 구성, 원인과 해법을 곁들였다. 저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대할 때 기다려주고 지지해줄 것”을 강조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성장해 성공한 아이들의 공통점은 아이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해주는 어른이 한 명 이상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교사가 교사에게 들려주는 상담의 지혜다. 맘에드림 펴냄, 1만 6000원. ▨쪽지종례=‘편하게 고여 있지 말고 시도하렴. 실수해도 되니까, 그냥 한번 해보렴. 불안과 두려움에 지지 말자. 나이와 상관없이 독서하고 여행해야 더 깊은 사람이 된단다.’ 하루하루, 그리고 일주일을 치열하게 보낸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학생들은 5분이라도 빨리 종례가 끝나길 바라고, 교사는 주말을 앞두고 당부할 말이 적지 않다. 금요일 오후, 담임의 종례를 지루해하는 학생들을 보고 이경준 교사는 답답했다. 그러다 졸업 앨범에 끼워둔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눈물 흘리는 학생을 보고 알게 된다. 학생들이 싫어하는 건 잔소리이지, 담임의 관심이 아님을. 3월부터 학년 말까지 매주 금요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내렸다. 학업, 진로, 인성, 시험, 교우관계 등 주제는 다양하다. 자칫 잔소리나 훈계로 흐를 수 있는 주제임에도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는 진심 어린 편지가 눈길을 끈다. 자신을 ‘나’로, 학생들을 ‘너’로 지칭한 점도 인상적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아닌 학생 한 명, 한 명을 ‘나’와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한마디를 고민한다면, 이 책이다.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 선정작. 푸른향기 펴냄, 1만 4300원.
아동복지법일률적 10년 교직 퇴출 규정 폐지 종전 규정의 판결 불복 절차 생겨 판결 시 취업제한 여부‧기간 선고 교원지위법교권침해 시 관할청 고발 의무화 특별교육 미이수 학부모에 과태료 가해 학생 학급교체 및 전학조치 학교폭력예방법학폭위 교육지원청으로 상향 이관 경미한 사안 학교장이 자체 종결 가‧피해 재심기구 행정심판 일원화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아동복지법=5만원 벌금형만 받아도 ‘무조건’ 10년 간 학교를 떠나게 하는 독소조항을 개정한 것이 핵심이다. 종전에는 아동학대 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으면 일률적으로 10년 간 취업이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형의 경중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법 개정 이전에 취업제한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이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도 생겼다. 주요 내용은 취업제한 명령 선고, 취업제한 제외 요건 명시, 취업제한 기간 상한선 신설 등이다. 그동안 현장 교원들은 이 조항 때문에 학생지도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왔다. 실제로 줄을 잘 맞추지 못한 학생의 소매를 잡아끌고 꾸짖은 것이 학대로 인정돼 5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교사는 학교를 떠나야 했다. 또 문제행동을 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대들고 나가려는 학생의 팔을 잡아끌다가 학생이 넘어진 것이 아동학대로 인정돼 교단을 떠난 교사도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정서적 학대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되면서 학생지도 차원의 훈육조차 학대로 몰려 고소가 진행되는 일이 증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은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 아동관련 기관에 취업 또는 노무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명령을 사건 판결과 동시에 선고해야 한다.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거나 그밖에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제외된다. 또 취업제한 기간은 1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법 개정 이전에 취업제한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구제하고 이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도 생겼다. 3년 초과의 징역 또는 금고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경우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5년, 3년 이하를 받은 사람은 3년,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1년으로 구분해 제한 기간을 받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저히 부당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취업제한기간의 변경 또는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교원지위법=‘교원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학부모 등의 폭언·폭력 등 교권침해에 대해 교육감의 고발 조치와 관할청의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등을 의무화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교육감 고발조치 의무 부과 △특별교육 미이수 학부모에 과태료 부과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의무화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 조치 세분화(학급교체, 전학 추가) 등이다. 기존 교권보호법은 교권침해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 규정이 미흡해 교권침해 예방과 교권보호에 한계가 있었다. 허술한 법 조항으로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2007년 204건에서 2017년 508건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수업 중 교실에 무단 난입한 전임교 학부모에게 학생 면전에서 폭행을 당한 전북 고창 여교사, 학교에 불만을 품고 100건 이상의 민원과 진정 남발로 학교를 초토화시킨 제주 모 초교 학부모 사건 등이 대표적인 교권침해 현장 사례다. 교권침해 학부모가 특별교육·심리치료를 이수하지 않을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며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 규정을 보완·세분화해 기존 정학과 퇴학 조치 사이에 학급교체, 전학 등을 추가했다. 이밖에 피해교원의 특별휴가 부여, 교권보호위원회 설치 등이 신설됐다. 특히 교권침해에 대해 교육감이 직접 형사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법률지원단 구성과 지원으로 실질적인 교권보호와 교권강화가 실현될 전망이다. 피해교원이 직접 학부모와의 갈등‧소송 등에 휘말려 정신적‧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전학조치 전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제공 의무화 △징계조치 전 가해학생․보호자의 의견진술권 및 재심청구권 부여 △보호조치 비용 가해학생 학부모가 부담, 관할청 부담 후 구상권 청구 가능 등이 포함됐다. ■학교폭력예방법=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종결하는 ‘학교 자체 해결제’ 도입이 골자다.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의 피해 등 4가지 조건을 갖춘 경미한 학교폭력은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심의위원회 개최 요구 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하고 폭력의 경중에 대한 전담기구의 서면 확인과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자체 해결하게 된다. 또 경미한 사안 이상의 사건은 현재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상향 이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처분 받도록 해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교육지원청 심의위 내 학부모 위원 수는 현행 과반수에서 1/3로 축소한다. 이밖에 현재 이원화 돼 운영 중인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재심기구를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으로 일원화 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그동안 학교 현장은 학폭 업무 부담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민원, 심각해지는 청소년 범죄 등 이미 소화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은지 오래였다. 이런 구조적 모순이 가해와 피해 학생·학부모 모두 결과를 만족스럽게 수용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재심은 물론 소송으로 학교에 문제 제기를 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학교와 교원들은 학폭 사건 심의․처리에 매몰되면서 ‘회복적 생활지도’라는 본분이 훼손되고, 과도한 업무와 민원, 불복, 소송에 시달리면서 정상적 교육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해왔다. 실제로 현행 학폭법은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학폭위를 열도록 해 교원의 교육적 지도를 차단, 교권 약화의 원인이 돼 왔다. 다만 경미한 학폭을 어떻게 보느냐 등 현장 안착은 남은 과제다. 교육청으로 이관된 학폭위의 요구자료가 현재 학교단위 학폭위와 다를 바가 없다면 현장에서 학폭 개선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학교급, 지역에 따라 특성이 다른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고 절차 간소화 및 객관적 진행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신목초 3학년 1반 교실. 폭우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교실에 빙 둘러앉은 교사들이 역할극에 한창이다. 초등PDC교육연구회가 주최한 학급긍정훈육법 연수 현장이다. 교사들은 격려와 존중의 학급문화, 학생들의 소속감과 자존감, 문제행동 유형별 대처방법 등 다양하게 진행되는 연수 과정에 진지하게 임했다. 방학 중에도 배움에 대한 교사들의 열기가 뜨겁다. 초등PDC교육연구회가 주최한 이번 연수는 ‘친절하고 단호한 교실, 학급긍정훈육법(PDC, Positive Discipline in the Classroom)’을 주제로 29일부터 3일 동안 서울한산초와 신목초에서 60여 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학급긍정훈육법은 보상과 처벌이 아닌 상호 존중, 배려와 격려로 행복하고 민주적인 교실을 만드는 게 핵심. 강사로 나선 정호중 서울화곡초 교사는 무기력한 아이들을 대할 때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 교사는 “이 아이들은 신뢰를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할 일을 작은 단계로 나눠 성공의 기회를 주고 방법을 알려주며 이끌어 줘야 한다”면서 “무기력으로부터 아이를 깨우는 것은 단순환 변화가 아니라 아이 인생 전체를 바꾸는 변화가 될 수 있는 만큼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동료교사의 추천으로 연수에 참여하게 됐다는 윤혜숙 서울난향초 교사는 “연차가 쌓이면 학생‧학부모들과의 관계도 수월해 질 줄 알았지만 날이 갈수록 어렵고 힘들어 고민이었는데 다른 선생님들도 이런 문제로 어려워 한다는 것을 알고 위로가 됐다”며 “전에는 문제 상황이 생기면 빨리 해결하려고만 했는데 앞으로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첫 발령을 받은 장세진 서울금옥초 교사는 “아이들 마다 특성이 다 다른데 어떻게 접근하고 대처해야 할지 방법적으로 도움을 받고 싶어 연수를 신청했다”면서 “시행착오는 겪겠지만 이번 연수에서 배운 내용으로 학생들과 좀 더 긍정적으로 소통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초등현장교육연구회는도 ‘교실혁신! 성장이 있는 현장연구’를 주제로 같은 기간 동안 직무연수를 개최했다. 현장연구 및 수업개선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에게 각종 연구대회에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이 강사로 나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안내를 도왔다. 올해 연구대회에 참여하고 현재 보고서 작성 단계에 있는 안혜정 서울공진초 교사는 “수상작들을 살펴보면서 통계자료나 결과 도출 등에 궁금증이 많았는데 연수를 통해 연구보고서의 서론, 본론, 결론의 통일성과 일관성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보고서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는 방법도 익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장안초가 1학기 내내 학부모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 측의 정문 폐쇄와 놀이터 이용 제한 등에 관련된 갈등 때문이다. 탁현주 교장은 안전과 학습권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올해 새로 부임한 탁 교장은 3월 학부모들에게 정문 출입이 위험하다고 알렸다. 학교 인근에 성범죄자가 7명이고, 정문으로 차량이 많이 드나드는데 학교보안관은 1명밖에 없어 학생이 많은 후문에 배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잇따른 외부인의 사고로 교육청에서 출입 관리를 요청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가 그동안 정문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차도를 2~3차례 건너야 하는 후문 출입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학생 보호 인력도 학부모 도우미를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갈등 속에서 정문은 결국 4월 18일 폐쇄됐다. 탁 교장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 찬반 의견을 물어 521명 중 60.8%의 찬성을 받아 정당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찬반 조사 시 실명을 적도록 해 학교 측의 폐쇄 방침이 분명한 상황에서 반대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방과후 학교 운동장과 놀이터 사용 제한 조치로 갈등이 이어졌다. 놀이터가 교사(校舍) 가운데에 있어 소음으로 고학년 수업과 방과후 프로그램에 지장이 있어서였다. 탁 교장은 “수업이 힘들 정도여서 협조와 사용 자제를 요청했었다”면서 “학교 내 실내 키즈카페나 도서관 등 대체 시설이 있어 제한했다”고 했다. 그는 조치 이후 교사들이 만족해하는 의견이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이전에는 마음껏 놀아도 문제가 없었다”며 “학교에서 쫓겨난 아이들은 인근 대학 등에서 놀다 위험에 노출된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대신 운동장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탁 교장은 운동장에서 진행하는 수업과 방과후 프로그램이 있어 반대했다. 그는 “다른 학교도 안전 때문에 운동장을 방과후에 개방하지 않는 추세”라고 했다. 정부의 공립유치원 확대 계획에 따라 장안초에 64명 규모의 병설유치원 신설이 진행되면서 또 갈등이 일었다. 학교 측에서 다시 교통사고의 위험을 들어 현재 시설에서는 유치원 설립이 어렵다는 의견을 교육지원청에 전달했다. 학부모들은 설립을 요구하며 “교장이 학부모의 민원이 필요하다며 반대 민원을 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탁 교장은 이를 부인하고 “유치원 설립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여건을 알리고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이후 교육청에 민원도 제기됐으나 교육지원청은 조사 후 교장 측의 반론을 수용했다. 당초 민원을 근거로 ‘갑질’ 근절 관련 서약서를 요청했다가 학교 측의 감사 결과 의견서로 갈음하기로 한 것이다. 탁 교장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며 “허위사실로 제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부모들은 26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지역구 시의원인 전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공론화가 되면서 학부모 측 의견을 중심으로 보도가 이뤄지자 탁 교장은 “허위사실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꾸며 쓴 서명용지로 서명을 받았다”고 분개했다. 서명 용지에는 “교내 놀이터와 운동장 사용이 09:00~17:30 자제 조치되어 수업 외 학생들의 놀이터와 운동장 사용이 어렵습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지만, 점심 시간과 자유놀이 시간에 운동장과 놀이터 사용이 자유로웠다.
은행잎이 바람에 휘날리던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최영우(가명)올림이라는 보낸 사람 이름이 있었다. 이름을 보는 순간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30여 년 전으로 나는 금방 돌아갔고 영우 얼굴이 바로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흥분되고 떨리는 손으로 편지 봉투를 열었다. 편지 내용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속에 성공과 좌절을 맛본 경험들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편지 끝에는 4학년 때 선생님이 담임하면서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고, 이다음에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꼭 선생님에게 연락하거나 말을 하고 죽으라는 생각이 나서 편지를 썼다고 밝히고 있었다. 편지를 읽으며 30여 년 전 아이들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나는 광산촌 태백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같은 강원도 땅이지만 태백은 처음 가보는 고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생활하던 원주나 춘천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마치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과밀 학급에 대다수가 광업에 종사하는 부모 밑에서 집 구조가 똑같은 사택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정 형편이나 환경들이 비슷하여 정이 많이 가는 마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영우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는 일이 생겼다. 사고 이후 나를 만난 영우는 “선생님 우리 아버지 죽었대요.”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나는 영우의 말과 얼굴 표정을 보면서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멍했다. ‘아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영우의 행동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까지 나는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을 잃어본 경험이 없었지만 부모나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되면, 아이들이 받는 충격과 상실감은 아주 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 우리 반 아이 중 서너 명은 영우처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또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죽음과 관련된 사건과 사고에 관한 신문기사를 수집하고 스크랩하면서 죽음에 대한 문제를 탐구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자주 만들었다. 죽음 하면 누구나 꺼리게 되는 말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의외로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았다. 아이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닫게 된 것은 세상 모든 인간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두 가지 존재론적 체험은 탄생과 죽음이다. 그러나 인간은 탄생과 죽음의 순간 그 자체를 스스로 의식하며 경험하지 못한다. 특히 죽음은 절대적 타자로서 경험하고 의식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두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이다. 인간의 삶이 탄생과 성장, 죽음이라는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한 태도는 사람, 시대, 사회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르다. 개인의 가치관, 철학, 삶이 오늘날 복잡한 사회 환경으로 인해 사고사, 돌연사, 등 예견할 수 없는 죽음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어린이들에게 있어서도 그들의 다양한 주변 환경 속에서 죽음에 대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식물의 죽음, 애완동물의 죽음, 부모나 조부모의 죽음, 친구의 죽음, 동화와 TV 주인공의 죽음 등 생활 속에서 많은 죽음의 경험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린이들도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며, 특히 어린이의 부모나 조부모, 심리적으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갑작스럽게 맞게 될 때 혼란과 불안,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죽음에 관한 질문을 할 때, 부모들은 죽음이라는 개념이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주제라고 생각하거나 그들이 느낄 죽음에 대한 공포, 고통, 두려움 등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하려는 이유 때문에 회피하거나 비현실적인 대답을 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인들은 아동들과 죽음을 떼어 놓으면서 아동이 죽음에 대해 인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이는 아동을 미성숙하고 삶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어른들의 왜곡된 생각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아동들은 초등학교 2학년쯤 되면 어른과 거의 동일하게 죽음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한 교육인 죽음 준비교육을 성인이 되어서 하거나 좀 더 죽음에 가까운 노인이 되어서 한다면 한발 늦다는 생각으로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삶을 성숙시킬 수 있는 성찰의 안목을 갖도록 했다. 죽음 준비교육이 단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약화하고 이다음에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교육으로만 여긴다면 죽음이 좀 더 가까운 성인이 되어서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 준비교육은 그것이 아니라 인생을 완성하는 교육인 것이다. 죽음 준비교육은 바로 삶을 성장시키는 교육이며 나를 찾아가는 깨달음의 교육인 것이다. 또한 아동기부터 이루어지는 죽음준비 교육은 죽음에 대한 직접적 경험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삶과 생명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확립하게 한다.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생명, 삶에 대하여 소중한 마음을 갖도록 하며 가족, 친지, 친구들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죽음 준비교육이 이제 절실히 필요하다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시간의 소중함을 알아 좀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가족, 친지,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 더 죽음 교육에 관심과 정성을 들였다. 내가 만난 아이들의 죽음 불안 수준은 상실과 불안감에서 오는 불안부터 아끼던 동·식물의 죽음에서 오는 불안, 가까운 가족이나 친족의 죽음에 대한 불안까지 아동은 죽음에 대한 관심과 불안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었다. 주위의 어른들이 아직 어리다고 죽음의 현실적인 모습에서 아동을 멀리 떼어 둠으로 더 죽음 불안을 강하게 느끼며 잘못된 관념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직 정신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인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대비 교육이 더욱 필요하며, 죽음을 경험한 아동에게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비탄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어린이의 죽음에 직면했을 때, 물론 부모의 죽음에 직면했을 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그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아이들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 대부분의 어른은, 어린이는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어린아이에게 그런 것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단정해 버리지 않을까. 특히 요즘처럼 병이나 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런 경향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어린이도 슬픔의 감정이 있다. 그런데 어른들이 제대로 말해주지 않거나 숨기기만 한다면, 어린이들이 진정으로 슬퍼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하느냐 또는 어떻게 전달해 주느냐에 따라, 설사 여덟 살이나 여섯 살짜리 아이라 해도 형제가 죽었다는 것, 즉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슬픔이나 마음의 고통을 분명히 표현하고 표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신문 방송 속에 나오는 사건 사고와 죽음 이야기와 그림책과 동화 속에서의 죽음과 상실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면서 학교폭력 문제는 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명의 제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멈출 수 있었다. 물론 영우도 그중 한 제자이다. 그간의 세월 속에 영화를 만들어도 몇 편은 족히 만들 수 있을 만큼 별별 사연들이 많다. 가끔은 승진한 동기들을 보면서 나는 남들이 관심 두지 않는 죽음 문제에 미쳐서 수많은 세월을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이들과 함께한 죽음 교육 30년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 큰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 2019 교단수기 공모 동상 수상자 수상 소감 학교는 삶의 가치를 배우고 기르는 곳 세월유수라 하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벅찬 가슴과 희망으로 교직을 시작한 지가 얼마 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삼십 년 세월이 훨씬 지나갔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제자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보고 싶다. 세월이 가면서 늘 되새겨지는 것이 있다. 좀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후회감이다. 삼십 년이 넘어서 이제 아이들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게 된 것 같다. 제자들과 긴 세월 동안 함께 생명을 존중하고 살리는 교육 활동을 통해 나 자신이 더 큰 위안을 받았고 더 깊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점점 험악해져 가는 세상인심 속에서, 자신의 존귀한 생명을 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학교는 삶의 가치를 배우고 기르는 곳이다. 삶의 가치는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자세다.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생명 교육의 소중함을 인정해주신 심사위원님께 큰 감사를 드리면서 글을 맺는다.
사단법인 전국교사힐링상담센터(센터장 이옥영·이하 힐링상담센터)는 지난달 26일 개소식을 가졌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힐링상담센터는 여성가족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정상담아카데미의 지부로, 현장 교원들의 정서적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중등수석교사회 회장을 역임한 이옥영 센터장은 환영사에서 “학생 생활지도 문제로 인한 교사들의 피로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교사가 건강해야 학생이 행복하고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균 충북교총 회장은 “학교폭력이나 학부모 민원 문제를 처리하는 건 교총과 교육청이 돕지만, 사건 이후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줄 센터가 필요했다”며 힐링상담센터의 개소를 축하했다. 힐링상담센터는 ‘만남-치유-성장’을 운영 철학으로 삼는다.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개인·집단상담을 진행하는 ‘레인보우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교직원 연수, 학교 부적응학생 지원 프로그램, 학생 캠프 등 상담을 기초로 한 학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상담 전문가 30여 명이 활동한다. 김상인 한국교원대 교수가 슈퍼바이저로 나서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과 조영종 수석부회장, 한상윤 한국초등교장협의회장, 진병화 한국중등교육협의회장은 29일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방문해 ‘학교장 재산 등록제 추진 중단’을 요청했다. 하 회장은 이날 “학교의 예산과 인사, 교육과정 등에 관한 결정은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학운위에서 심의·결정되고 있다”며 “학운위 운영 과정 전반에 대해서도 교육청 등의 감사를 받기 때문에 교장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교장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기에 부정부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 회장은 현재 모든 학교는 교육지원청과 시·도교육청 등 상급기관의 감사를 받고,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해선 이에 상응한 조치를 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 회장은 특히 “부패와 관련될 수 있는 예산집행 결과는 학교정보공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매년 두 차례 전 직원과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기관장 청렴도 설문 조사를 해 부패비리 점검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 수석부회장도 겸하고 있는 조영종 수석부회장도 “밖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교장의 권한이 많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으며, 한상윤 한국초등교장협의회장은 “2000만 원 이하의 학교운영비 대부분이 경직성 경비이고, 1만 개가 넘는 학교 중 38교(0.38%)의 교장 비리 통계를 근거로 재산등록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주장했다. 진병화 한국중등교육협의회장은 “학교장은 학생생활지도부장·학년부장 등 교사들이 기피 하는 부장직을 맡아달라고 읍소하는 등 인사권도 없는 처지에 오히려 교육과정위원회와 성적처리위원회에 장으로서 책임만 큰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은정 위원장은 “학교장 재산등록 추진과정 초기에 학교장을 잠재적 범죄자로 오해하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고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박 위원장은 또 “이 문제는 학교 현장과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고, 국민적 신뢰 제고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며 이해를 구했다. 한편 국민권익위는 학교장이 위임받은 권한을 견제하고, 학교장에 의한 부패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교장을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려 해 일선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보낸 ‘학교장 공직자 재산등록 관련 의견조회’ 공문에서 “교장이 인사, 예산 등 학교행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권한을 위임받고 있으나 심의·의결기구인 학운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마다하고 조선인 최초로 스웨덴 유학 택해 5개 국어 능통… 간디 등 인도 민족운동가와도 교분 기층 민중 삶 지향하며 헌신하다 28세 나이에 요절 “강인한 민족정신·도전정신에 무게 있는 인격자” 최영숙은 한국 근대사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최영숙은 중국과 스웨덴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스웨덴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조선인 여성이었다.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영어, 독일어, 스웨덴어, 중국어, 일본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했으며 중국,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유학과 체류를 통해 당시로는 매우 드문 국제 감각과 인맥을 가진 인물이었다. 스웨덴 유학에서 돌아와서도 여성과 노동자, 농민에 바탕을 둔 살아 있는 경제학의 실천을 주장하면서 경제운동과 노동운동의 영역에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다가 불행히도 28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최영숙은 1905년 경기도 여주의 중류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인 최창엽은 일찍이 농사를 정리하고 포목상을 차려 상당한 재산을 모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8살 연하라는 사실만 알려지고 있다. 최영숙은 1914년에 고향인 여주에서 공립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부모가 여자가 보통학교나 졸업했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으로 상급학교에 보내기를 주저하자 두 사람의 친구와 함께 백일기도를 시작해 부모의 승낙을 얻어내 서울에 있는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에 진학했다. 1922년 이화여고보를 졸업하고 이천에서 교사 생활을 잠깐 하다가 같은 해 9월 중국의 남경으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 조선과 학제가 달랐기 때문에 중국에서 최영숙은 명덕학교를 거쳐 회문여자중학교에서 다시 중학과정을 거쳐야 했다. 회문여학교 재학 시절 최영숙은 뛰어난 영어, 독일어 능력을 보였고 아울러 성악과 피아노 연주에도 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회문여중에 다니면서 최영숙은 흥사단에서 활동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이 선택하던 일본 유학을 남달리 싫어했던 사실에서 보듯 민족정신이 투철하고 총명한 그녀를 안창호는 남달리 아꼈다. 이 시절에 그녀는 흥사단이 주재한 음악회 행사의 하나로 개최된 ‘국교단절’이라는 연극에서 남자 노비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26년 7월에 그녀는 4년 동안의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에는 낯설었던 스웨덴을 선택한 이유는 엘렌 케이(Ellen Karolina Sofia Key)에 대한 호감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웨덴 출신 엘렌 케이는 1920년대 동아시아에서 연애론과 자유이혼론, 그리고 모성주의 등과 관련한 여권론자의 대명사로서 많은 영향을 미친 사상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스웨덴 유학 무렵 최영숙은 엘렌 케이가 주장한 연애의 자유보다도 사회주의 사상을 배우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사실 스웨덴 유학을 떠나기 전 중국에서부터 그녀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했으며, 1926년 7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가기 위해 상하이에서 다렌을 거쳐 하얼빈으로 가던 중 사회주의 서적을 과다하게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다렌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 그녀는 여성,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노동자의 삶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스웨덴의 전반적인 사회 사정과 조직을 연구하면서 실제 삶의 현장을 경험하고자 한 것이다. 이 시기 그녀는 스웨덴 신문에 글을 싣기도 하고 민중공회당에서 ‘동양여자의 해방운동’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남녀평등이 보장돼 자유롭고 즐거운 가정생활과 사회활동을 구가하는 스웨덴 사회에서 그녀는 많은 것을 배웠다. 1927년 스톡홀름대학에 입학한 후 황태자 도서실에서 동양 사료의 정리 업무를 위한 연구보조원으로 일한 인연을 계기로 1935년 스톡홀름대학 자연과학부 학장 스텐 베르크만 박사가 동식물 표본을 수집하기 위해 조선을 방문했을 때 그녀의 안부를 물었던 사실에서 보듯이 그녀는 유학 중에 스웨덴 지식인과 폭넓은 교유 관계를 형성했다. 최영숙의 국제주의적 인맥은 스웨덴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인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스웨덴에서 공부할 때 그녀는 뱅골지방 브라만 명문가 태생의 시인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정치가로서 인도 국민회의 최초로 여성 의장을 지낸 나이두(Sarojini Naidu)와 잘 알고 지냈고, 이 인연으로 1931년 7월 초순 인도 국민회의 연설 집회에 참석해 간디와 대면하고 교유했다. 향후 귀국해서도 그녀는 “몇 년 전까지도 몹시 우매했던 인도 여성들이 지금은 한갓 국민운동뿐만 아니라 계급 타파 운동을 겸한 국민운동에 전력하고 있다”고 인도의 현황을 피력했다. 1931년 4월 스톡홀름대학에서 경제학사 학위를 받은 최영숙은 곧이어 귀국길에 덴마크, 러시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이집트, 인도, 베트남 등 세계 20여 개국을 여행했다. 평생을 가난에 시달리던 최영숙은 여정의 중간에서 여행 경비가 떨어져서 인도에 일정 기간 체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에 머무는 동안 최영숙은 간디나 나이두 같은 저명한 민족운동가들과 교분을 쌓았다. 아울러 그녀는 인도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최영숙이 스웨덴에서 잘 알고 지냈던 나이두 여사의 생질인 이 청년은 1931년 그녀가 스웨덴을 떠나 유럽 각국을 거쳐 이집트에 이르렀을 때 우연히 같은 배에서 만난 사이였다. 아마 이 청년의 권유도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의 여행 경비도 마땅치 않았던 최영숙은 인도에 일정 시간 머물면서 다음 여정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도에 머무는 동안 이 청년과 가까워져서 현지에서 결혼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미루어 보면 현지에서 아주 정착할 생각이 없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이길 수 없었던 최영숙은 귀국길에 올랐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귀국 당시에 아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전통 가부장제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당시의 사회 실정에서 외국인과의 결혼은 당사자의 부모는 물론이고 일반사회의 관습으로 보더라도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런 점에서 그녀의 결혼은 생전에 알려지지 않다가 그녀의 죽음 이후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신여성이 외국 청년과 연애를 하고 사생아를 출산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선정적 언론의 집중적 주목을 받았으며 의례 그렇듯 무수한 악의적 왜곡과 비방이 뒤따랐다.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의 실천은 그녀의 국제주의적 지향이나 세계에 대한 진정성 어린 탐색과 문화 상대주의의 체현 등으로 평가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신문과 잡지들은 이런 사실에 대한 평가에 무지하거나 인색했다. 아울러 이 사건이 조선 사회에 야기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의 하나로 인도 청년의 아버지가 조선인이라는 이야기가 유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청년의 이름도 애초의 마하드 젠나에서 한국식 이름인 로(盧, Row) 씨로 소개되기도 했다. 최영숙의 절친한 친구 임효정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이야기의 진위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1931년 11월에 귀국한 최영숙은 비록 6개월 정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시기를 살다 갔지만 크게 세 부문의 영역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하나는 일제 강점기에 보편적으로 당면한 민족문제다. 일본 유학을 혐오할 만큼 일본에 대한 반감이 컸으며 흥사단에서의 활동이나 스웨덴 유학 중에도 그녀는 늘 민족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았다. 귀국 이후에도 그녀는 조선 민족의 경제생활을 옹호하고 보장하는 데 기초를 둔 민족적 중심 단체의 조직을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여성 운동 영역에서의 활동이다. 스웨덴에서 귀국하기 이전인 1931년 1월 그녀는 동우회에 가입해 귀국한 후인 1932년 경성 여자 소조에서 활동했는가 하면, 낙원동 여자소비조합을 인수해 교남동에 매장을 개설해 소비자 운동을 전개했다. 나아가서 여성들의 경제 지식과 의복 제도의 개량, 시간 경제 관념을 실천할 것을 주장하는 계몽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앞의 민족운동과 여성 운동의 영역에서 최영숙은 김활란이나 박인덕, 황애시덕과 같은 민족주의 계열 여성들과 주로 교유하면서 교육과 지식 보급, 소비자 운동이나 의복 개량, 시간 준수 등의 합법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계몽운동에 노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주된 관심은 민중에 대한 헌신에 있었다. 중국과 스웨덴 유학 시절 그녀는 사회주의가 지닌 매력에 빠져들었고 스웨덴에서 여성 노동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귀국한 이후 그녀는 “경제 운동과 노동운동에 헌신해 살아 있는 과학인 경제학을 현실에서 실천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녀는 경제학의 정당한 연구는 프롤레타리아 경제학에 있다고 믿었다. 여성 문제와 아울러 노동자와 농민 문제에 특히 관심을 가진 까닭이다. 1930년 4월 2일의 일기장에서 그녀는 “조선의 걸인들을 모아놓고 노동의 신성을 가르치며 크나큰 작업장을 열어 놓고 그들에게 일을 주겠다”면서 나아가 자신이 직접 공장 노동자가 돼 이들과 함께 노동운동을 할 의지를 피력했다. 비록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1980년대 이후 이른바 노학연대에서 학출 노동자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아울러 그녀는 가난한 농민의 교육에 관심을 두고 노동하는 청년 남녀의 몸과 정신을 수양해 삶의 길을 찾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공민학교 설립이나 공민독본, 농민독본의 편찬에 착수했다. 낙원동의 여자소비조합이 경영난 등으로 곤란을 겪게 되자 개인적인 손해를 볼 줄 뻔히 알면서도 돈을 빌려 인수한 다음 교남동에 매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최영숙은 당시로는 매우 드물게 국제적 지향과 비전을 지니고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문화 상대주의에 입각해 자민족 중심주의나 배타적 인종주의를 거부한 열린 세계인이기도 했다. 사회주의 사상에 매료돼 프롤레타리아 경제학을 주창하면서 여성과 노동자, 농민 등 기층 민중과 함께 하는 삶을 지향했다. 6개월에 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을 돌아온 고국에서 보낸 그녀의 삶은 주위의 평판이나 사회적 명망, 자신의 이해는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의 생계조차 돌보지 않는 전폭적인 헌신의 나날이었다. 일상의 굶주림과 결핍, 그로인한 영양부족과 각기병, 완고한 식민지 현실에 대한 절망, 그리고 아이의 출산과 주위로부터의 시선 등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이 아마도 그녀를 때 이른 죽음으로 몰고 갔을 것이다. 예기치 않은 요절로 자신의 꿈과 비전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그녀는 강한 민족정신과 끊임없는 도전정신, 강인한 의지를 통한 인간성 실현의 전범이 됐다. 그녀가 죽은 지 2개월이 지난 1932년 6월 ‘동광’지(제34호)는 “최영숙 여사의 열정과 용단과 자립성은 한 가지 큰 뜻을 위해 통일 조화돼 있다. 재주는 일·중·영·불·서(일본어·중국어·영어·프랑스어·스웨덴어)에 능통하고 연구는 경제학에 깊다. 이 모든 것보다도 그를 여자로서 여자답게 하고 세상으로 하여금 장래의 촉망을 갖게 하던 것은 실로 그의 무게 있는 인격”이라고 평하면서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김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27일 어제 오후 경기상상캠퍼스에서 포레포레가 있었다. 포레포레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축제인데 지난달에는 폭우 예보로 열리지 않았다. 두 달 만에 열리기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이번에도 장마와 국지성 호우 예보다.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예정대로 열린다고 한다. 내가 담당한 상캠포(경기상상캠퍼스 생활문화센터 포크댄스 동호회)에서 시민들과 손잡고 포크댄스 체험기회를 제공한다. 이번엔 축제에 사람들이 얼마나 모일까? 포크댄스를 신청하는 가족은 몇 가족이나 될까? 여기서 몇 차례 포크댄스 체험 기회를 가졌는데 멋지게 성공한 적도 있고 아쉽게도 허탈함을 간직한 적도 있다. 여기서 성공이란 참가자 수가 많고 부모와 자녀가 손잡고 행복 미소를 지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허탈할 때는 준비는 하였으나 참가자가 적어 우리 회원과 운영요원들 위주로 운영할 때다. 교직에서 은퇴 후 인생이모작으로 포크댄스 강사 4년. 현직에 있을 때 학생, 교직원, 학부모를 지도하고 스카우트 지도자로서 대원 지도 경력까지 합하면 포크댄스 강사 실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베테랑 급이라 눈을 감고도 지도할 것 같지만 여러 사람 앞에 서기 전에는 항상 긴장한다. 참가자 수준에 맞추어 미리 내용을 구성하고 스마트폰에 음원, 이동식 앰프, 마이크 성능을 미리 준비했는데도 그렇다. 댄스 강사로서 힘들 때와 행복할 때 각각 세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가장 힘든 것은 사람 모으기. 행사에서 댄스를 지도하려고 현장에 갔는데 사람이 모이지 않거나 인원수가 몇 명 안 되면 맥이 빠진다. 이런 경우에는 홍보 영업맨이 되어 직접 발로 뛴다. 시민 대상 1:1 작업에 들어간다. 포크댄스하며 가족 간 아름다운 추억 만들자고 권유한다. 권유에 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댄스 참가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둘째, 강사의 지도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수강생은 땀 흘리며 열심히 배운다. 그런데 수강생이 표현하는 동작은 강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때는 원인을 분석한다. 수강생에게 문제가 있는지 강사의 종목 선정이나 지도 방법에 문제가 있는지. 그러면서 빨리 대책을 강구한다. 수강생 수준에 맞게 동작을 쉬운 것으로 바꾸든가 파트너 체인지를 생략한다. 이렇게 하면 행사는 무난히 마칠 수 있으나 아쉬움은 남는다. 셋째, 수강생들의 도전 정신이 부족할 때. 강사는 재미있고 신바람나고 신체 협응이 이루어져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되는 종목을 지도하려 한다. 그러므로 강사에게 있어 새로운 종목 발굴은 필수다. 그런데 수강생들 중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있다. 변화를 싫어하고 기존에 배운 것을 반복하면 편하기 때문이다. 강사가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전하는 사람만이 성취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댄스 강사로서 행복할 때는 첫째, 참가 인원수가 많을 때. 나는 때론 포크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강사 인기로 착각을 한다. 이런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수강생의 수준을 높여 잡고 과잉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가 많으면 강사는 눈빛이 반짝인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댄스에 푹 빠지게 할까?’를 생각하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둘째, 수강생 이마의 땀과 행복한 미소를 볼 때. 포크댄스하면 왠지 유치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 몸으로 부딪쳐 보면 동작이 재미있고 운동이 된다. 신중년의 경우, 동심으로 돌아가 청춘을 찾을 수 있고 남녀 파트너가 바뀌어 지루할 틈이 없다. 어려운 동작을 구분동작으로 익히고 연결동작으로 한 후 전체동작을 표현한다. 최종 음악에 맞추면 완성되는 것이다. 하나의 종목을 마스터 했을 때 그 뿌듯함과 희열감은 맛 본 사람만이 안다. 셋째, 수강생의 배움 열기를 보았을 때. 포크댄스를 배우기 위헤 모임 시각에 미리 와 대기하는 수강생. 강습이 종료된 후에도 남아서 자신의 부족한 동작을 보완하려고 강사에게 질문하는 수강생들을 보면 기분이 너무 좋다. 이럴 때는 1:1 개인교수로 손을 잡고 친절하게 다시 지도한다. 강사에게 질문하는 사람은 배움의 열의가 있는 것이다. 배움의 열의가 있는 사람은 삶의 의욕이 강한 사람이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 행복하다.
학창 시절, 필자에게 감화를 주었던 분들은 대부분 국어 선생님들이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무능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면 왜 국어 선생님들이 필자의 기억 속에 이처럼 오래도록 남아 있나 생각해 보면, 우선 국어 선생님들은 다른 선생님들보다 학생들에게 좀 더 인간적으로 대해주셨던 것 같다. 우선 강의의 초점을 휴머니즘에 두셨고, 또 국어 교과서 자체가 인간의 삶을 다루는 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이 가고 재미가 있었단 생각이다. 또 솔직히 말해 국어 과목이 다른 과목들보다 비교적 부담도 적고 수업에 대한 융통성이 많은 것도 국어가 좋았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국어 수업 시간은 다른 과목 수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위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24시간 긴장만 하며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어 수업을 통해 긴장된 마음과 몸을 이완시키며 새로운 활력을 되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기운을 추슬러 어려운 수학이나 물리 같은 딱딱한 과목을 힘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국어 과목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필자는 지금도 가끔 학창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수업 시간에 국어 선생님들께서 들려주시던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말이다. ‘소나기’를 통해서는 순수한 사랑을 배웠고, ‘만다라’를 통해선 구도하는 스님들의 애환을 이해했고, 빅터 프랭클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통해선 생명의 존엄성을 배웠다. 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선 독재 정권의 폐해를 실감하기도 했다. 이렇듯 국어 선생님들의 말씀과 소개해주신 책들을 통해 고교 시절 세상을 보는 안목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국어 수업은 예전과 비교해 볼 때 참으로 많이도 바뀌었다. 예전의 그 재미있던 수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입시를 위한 살벌한 문제 풀이식 수업만이 존재하는 현실이 되고만 것이다. 명문대 입학이란 대명제 앞에선 그 어떤 교육 철학도, 교육 이념도 심지어는 전인 교육도 모두 힘없이 무너져버리고 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말씀으로 감화를 받던 시대도 지났고, 국어 수업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던 재미도 없고, 국어 수업 시간이 너무 빨리지나가 벽시계를 자꾸만 훔쳐보던 아이들도 이젠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요즘의 좋은 수업이란 오직 수능 문제를 잘 풀 수 있게 가르치고 머리에 수능에 필요한 지식만 쏙쏙 암기되도록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최선인양 되어버렸다. 이렇게 재미없는 수업과 학교생활이 늘다보니, 결국 학교가 지겨운 장소로 변했고, 아이들은 자유, 창의, 개성, 용기, 집중, 몰입 등이 거의 박탈된 상태에서 그저 하루하루 학교생활을 버텨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수업을 해서 학교생활도 즐겁게 하고 대학도 보낼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교사들이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이다.
“선생님~ 저 오늘 아침에 머리 감았어요. 샤워도 어제 작은 형이랑 했구요.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나서 아침밥도 못 먹고 왔더니 배가 고파요. 먹고 온 날도 배가 고프긴 한데, 오늘은 더 배가 고픈 것 같아요. 아침에 학교 왔더니 다목적 책상 위에 왕신이가 놀다 간 액괴 자국도 있었고, 어질러져 있어서 제가 다 치웠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아침마다 창문 열어 환기하라고 하셔서 제가 학교 오자마자 창문 열었다가 추워서 방금 닫았어요. 그리고, 금요일 장염 걸려 설사했었는데 주말에 다 나아져서 이제는 밥 먹어도 된대요. 그래서 엄마가 아침에 밥 차려 주셨어요. 반찬으로 계란찜을 해주셨는데, 작은 형이 거의 다 먹어서 저는 조금밖에 먹지 못했구요…” 오늘 아침 출근 후 가방 들고 교실 들어가는 나를 따라오면서 책상에 앉아 오늘 수업할 책을 정리하고, 컴퓨터 부팅할 때까지 내 옆에서 수환이가 5분간 한 말이다. 매일 아침 내 일상이 되어버린 수환이와의 대화? 아니, 일방적인 수환이의 말 들어주기이다. 키와 몸집이 2학년 정도 되어 보이고, 코끝에 걸친 안경 위쪽으로 힐끔힐끔 바라보며 연신 내 표정을 살피면서도 끊임없이 내 앞에서 자신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 우리 반 4학년 수환이의 평소 모습이다. 수환이는 종교적인 신념으로 낯선 나라, 낯선 농촌으로 시집 온 일본인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의 아이다. 형인 병환이도 2년 전 내가 담임을 했었기 때문에 수환이 집안 사정을 대부분 안다고 생각했었다. 병환이의 동생이었던 수환이는 6남매의 다섯째로 어릴 때 대장 수술을 해서 지금도 과식을 하거나 음식이 조금 맞지 않으면 설사를 하고, 배도 자주 아프고, 방귀도 많이 뀌어 우리 학교 아이들이 ‘방귀대장’이라고 부르며 놀리곤 한다. 병환이의 동생 수환이가 아닌, 우리 반 학생 ‘수환이’를 만나고 나서 그동안 내가 알았던 것은 수환이 모습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환이가 어릴 때 아파서 수술했다며 배꼽 위 수술 자국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어릴 때 아파서 그런지 수환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유난히 작았고, 근력이 부족해 윗몸일으키기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한다.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 달리기, 야구 등 운동의 대부분은 전교에서 꼴찌라고 해도 좋을 만큼 느렸다. 전교생이 36명이라 두 팀으로 나눠 피구를 할 때도 제일 늦게 선택을 받고, 단체로 하는 긴 줄넘기에선 첫 번째로 줄에 걸린다. 병환이 담임할 때도 아이에게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느꼈는데, 수환이 몸에서도 비슷한 냄새가 났다. 아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옷을 자주 갈아입지 않고, 잘 씻지를 않아서 여름엔 목에 ‘때’로 보이는 검은 줄?들이 보이기도 했다. 수압이 약해 세탁기로 빨래를 하면 다른 곳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세탁도 자주 하지 못하고, 엄마가 바쁘셔서 수환이와 2학년 동생인 주환이는 스스로 옷을 찾아 입어야 한다고 했다. 아침 사정도 그러했지만, 부모님 모두 농사일, 공장 때문에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집에 오시기 때문에 씻고 자라는 말을 해 줄 어른이 자주 없었다. 추운 날 반바지를 입기도 하고, 한여름 털 옷을 입고, 맨발이 더 자주였던 아이 모습이 이제 조금씩 이해가 갔다. 3월 첫 주 수환이와 국어 수업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받침이 있는 글자와 이중모음이 있는 글자는 읽지 못하는 등 글을 읽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받침이 없는 글자도 더듬거리고, 방금 읽었던 글자인데 못 읽기도 하고, 교과서 속 삽화를 보고, 교과서 본문을 자기 마음대로 꾸며서 읽기도 한다. 책에서 줄 바꿔서 읽을 때 2~3줄을 건너뛰어 읽기도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았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수학 시간이었다. 아직 구구단이 완벽히 외워지지 않아 6단~9단을 자꾸 틀리고, 3×8이 24인 것은 아는데, 8×3은 잘 모르고, 그나마 숫자로 쓰여 있는 문제는 이해하지만 서술형이나 문제가 2~3줄로 길어지면 내용 파악을 잘하지 못했다. 2학년 정도 수준의 읽기, 수학 연산능력인 셈이었다. 수환이에 대한 고민을 옥천학습클리닉 선생님과 상담을 수차례 하며 대전의 한 전문병원에서 무료로 검사해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여름방학 부모님과 함께 검사를 받았는데, 지능이 평균 이하고 소아 우울 소견까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우리 학교 아이들 인원수가 적고 가족 같은 분위기라서 그런지 이런 이유들로 수환이를 왕따시키거나 괴롭히는 아이는 없다. 하지만 수환이와 선뜻 친해지고 싶어 하거나 먼저 다가가는 아이도 없다. 다른 아이들의 무관심 속에서 수환이는 혼자 외로웠고, 달리기도, 책 읽기도 공부도 모두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3학년 때 만났던 담임 선생님은 수환이에게서 잘하는 걸 찾아주셨다. 블록이나 종이로 된 구조물 만들기를 좋아하고, 다른 나라의 건축양식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의 특징을 이해해주셨다. 3월에 만난 수환이는 자기는 건축모형을 만드는 ‘건축모델러’가 꿈이라서 미술 과목을 제일 좋아하고, 국어와 수학은 너무 어려워서 싫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선생님께서는 옷을 자주 빨아 입지 않는 수환이를 위해 맞는 옷들을 구해다 학교에서 갈아 입혀주곤 했었다. 집에 입고 가서 며칠이 지나면 옷 상태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저도 깨끗하게 입고 싶은데, 빨랫감만 잔뜩 있고, 입을 옷이 없어서 아침에 찾다가 그냥 입고 온 거예요.” 수환이의 바지엔 얼룩이 잔뜩 묻어 있었고, 찌든 땀 냄새와 누렇게 바랜 티셔츠에선 퀴퀴한 냄새가 났다. “옷도 깨끗하게 입고 싶고, 책도 잘 읽어서 선생님께 예쁘게 보이고 싶은데… ”제 잘못인 양 수환이의 울먹이는 작은 목소리가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런 수환이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담임 선생님인 내게 잘 보이고 싶고, 의지하면서도 좋아하고, 엄마보다 내가 하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순진한 수환이였다. 1학기 상담 시 낯선 타국에 혼자 시집와서 여섯 아이를 키우고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벅찬 농사일, 공장일, 문화의 차이 때문에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어렵다는 수환이 어머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학교에서만큼은 담임인 내가 1년간 수환에게 두 번째 엄마가 되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3월은 황사와 미세먼지를 핑계로 ‘청결 교육’을 주로 하는 자상하고 따뜻한 엄마로 수환이에게 다가갔다. 건강을 위해 몸을 청결히 해야 하는 이유와 손 씻기만 잘해도 감기 등 몸에 생기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계속해주었다. 이후 계절에 맞는 옷차림과 속옷을 겉옷 속에 넣어서 입는 법을 알려주었다. 빨래를 배우기 이른 감이 있었지만, 간단히 손세탁하는 방법까지 알려주어 세탁기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속옷과 양말 등을 직접 빨아 입을 수 있도록 하였고, 교실엔 여분의 양말을 늘 준비해 두었다. 공부에 대한 기초교육을 위해 이번엔 엄한 엄마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교과서 글자· 문장 따라 쓰기, 동화책 함께 읽기, 구구단 외우기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했다. 또한 2015개정 교육과정 국어 교과에 매 학기 ‘책 한 권 읽기’가 있어서 아이들과 책을 정해서 함께 읽는 활동을 수업시간에 했다. 정해진 책을 집에서 숙제로 5~6장 미리 읽어오고, 매 국어 시간에 10분 정도 직접 책을 읽어주었다. 읽기보다 듣기에 익숙한 수환이도 이 시간을 무척 기다리고, 좋아했다. 어느 날인가 수환이가 내가 읽어주는 책을 눈감고 들으면서 상상이라도 하는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행히 읽기를 불편해하는 수환이에게 편한 시간이 된 듯했다. 책을 읽을 때 줄 바꾸기 쉽게 자를 대거나 연필로 따라가며 읽는 것도 가르쳐준 대로 잘 따라 했다. ‘키다리 아저씨, 노루삼촌,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문제아, 오빠는 사춘기’ 등 벌써 6권이나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내용과 느낌을 서로 나누었다. 스스로 읽고 전체적인 내용파악이 어려운 수환이도 듣기까지 하고 나서는 재미있는 장면을 찾아 말하기도 하고, 책의 느낌도 제법 말한다. 또한 읽기를 위해 자음과 모음을 훈민정음처럼 공부하자며 발음원리를 따라 입모양과 소리의 특징을 연결해서 꾸준히 읽기 연습을 한 결과 이젠 ‘괘, 웨, 블, 찾, 맑...’등 이중모음이나 낯선? 받침이 있는 글자 빼고는 제법 읽는다. 한 글자 한 글자 읽느라 속도가 조금 느리고, 아직 쓸 때는 소리 나는 대로 쓰는 편이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아직 읽기가 미숙해 읽으면서 문제를 이해하는 서술형 문제는 틀리지만, 최근 구구단 거꾸로 외우기를 하며 숫자계산이 필요한 분수·소수의 덧셈과 뺄셈을 술술 해내고 있다. 친구 왕신이는 수환이 덕분에 매일 하는 수학연산 학습지가 이젠 싫지 않다며 제일 싫어했던 수학이 제일 좋아하는 과목으로 바뀌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수환이도 도형과 그래프 그리기는 재미있다며 보충시간에 그렇게 싫어하던 수학 공부를 하자고 한다. 그래도 미술 시간만큼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라며 열심히 그리기와 만드는 등 애정이 남다르다. 교실에 프린트 후 쌓인 이면지가 제법 있는데, 수환이는 이런 이면지를 이용해서 총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고, 이층집도 만들고, 왕관도 만들어 쓰고, 활도 만들어서 놀곤 한다. 이면지 수보다 수환이가 사용하는 종이가 많아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로 만들기 날을 정해 놓았는데, 주말 동안 뭘 만들지 고민했다고 말하는 수환이 얼굴이 월요일 아침 더욱 밝아진다.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부모님 보시기 어설프고 부족해도, 밝은 표정의 수환이 설명을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가 제법 있다.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아이들은 빛이 나나 보다. 농사일과 집안일, 공장일로 바쁜 학부모들을 배려해 학급·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행사 등을 사진으로 찍어 학급통신문인 행복통신을 월 2회 발송한다. 아이들의 활동뿐 아니라, 평소 나의 교육관까지 조심스럽게 전하며 수환이와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알리고 있다. 중학교 가서 머리 안 감고 몸에서 냄새나면 왕따 당한다고 어디서 들었는지 요즘은 잘 씻어서 수환이 머리에서 향긋한 샴푸 냄새가 솔솔~ 난다. ------------------------------------------------------------------- 2019 교단수기 공모 동상 수상자 수상 소감 오늘도 아이들 덕분에 익어간다 매해 아이들을 만나며 기도했다. 나를 만난 아이들이 모두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나를 최고의 선생님으로 기억해주길, 나 때문에 성적이 쑥 오르길… 스스로 좋은 선생님이라고, 수업을 잘하고, 능력이 있다고. 자만했고 욕심이 많았었다. 그런 내게 몇 년 전 사춘기 앓이를 하는 아들의 말은 충격이었다. 엄마 사랑이 부담스럽고 싫다며, 관심을 끊어달라는, 내 사랑과 관심 때문에 많이 힘들었단다. 사랑은 자신이 해 주고 싶은 걸 해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거란다. 그동안 나는 내가 주고 싶은 사랑을 주려고 늘 최선을 다했다. 돌아보니 그건 나를 위한 사랑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좋을 때가 있다.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저절로 공부가 되어가니 말이다. 훨씬 더 마음에 여유가 생겨 이젠 아이들과 공부 한 시간을 위해 줄다리기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더 웃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애써 나를 아이들 기억 속에 남기려고 노력하진 않는다. 기억 속 잊혀지는 서러움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란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 덕분에 익어간다.
제5기 서울해양아카데미가 고려대학교 CJ 법학관 5층에서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사단법인 대한민국해양연맹 주최로 전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우리에게 바다는 땅입니다.'라는 슬로건하에 일본의 교육정책과 교과서 문제, 해양산업의 비전과 정책방향, 해양레저와 미래, 독도 영토주권과 국제법, 4차산업혁명과 해운사업대응 등 해양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넓히는 연수였다. 이 번 연수의 특징은 강의와 더불어 현지 체험연수가 있어 연수도 받고 여행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포마리나에서 요트 체험을 해보고 목포에서는 세월호 견학,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국립해양문화제연구소, 자연사박물관, 목포평화광장 해안길 답사, 목포항 선상 항해 체험 등 1박 2일의 현지연수가 있어 수강생들의 흥미와 동기유발을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해양연맹(총재 김현겸)은 국가해양정책에 부응하여 국민의 진취적 해양사상을 고취하고 해양력 발전을 위한 연구, 홍보, 장학사업 등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2019년에는 해양아카데미, 독도영유권 수호 정책토론회, 청년해양진로탐색, 학부모와 함께하는 해양안전캠프, 해양문화 장학사업의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해양연맹의 권승혁 사무총장은 "전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제6기 해양아카데미 연수에도 많이 참석하여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해양교육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명했다. 한편 한국해양교육연구회(회장 신춘희)가 2009년부터 10년째 운영되고 있으며 초중고 학생들에게 효율적인 해양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역량강화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사서교사들이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공무직 사서 채용에 반대하며 사서교사 증원 배치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8일부터 교육공무직 채용 공고를 시작했다. 채용 규모는 조리원, 유치원 에듀케어 강사 등 15개 직종에 총 491명이다. 이 중에 사서 26명도 포함됐다. 전국사서교사노조는 22일 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사서 교육공무직 채용 철회와 사서교사 증원 배치를 요구했다. 사서교사 배치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필요 인력을 다시 공무직으로 채우면 학교도서관만의 교육적 역할을 위해 양성된 사서교사의 배치 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서교사 배치율은 9%에 불과한데 교육공무직의 채용은 가뜩이나 적은 사서교사 정원 확대를 어렵게 한다”면서 “교육공무직 사서의 공개 채용을 중단하고 사서교사 추가 정원을 교육부에 요구하라”고 했다. 사서교사들이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국 국·공립학교에 배치된 사서교사는 885명으로 법정 정원의 8.8%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기간제를 제외한 정규 교사는 824명(8.2%)이다. 과거에는 사서교사 배치가 의무사항이 아니었지만, 지난해 ‘학교도서관법 시행령’ 개정으로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을 학교에 1명 이상 배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이 ‘전담인력’에는 사서 자격증을 가진 교육공무직 사서와 사서교사 두 직군이 포함되다 보니 교육공무직 사서가 늘어날수록 사서교사 배치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현재 사서 자격증을 가진 법정 정원 확보율은 43.9% 정도다. 사서교사들은 교육공무직 사서가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자리이며 비정규직 감소를 위해서라도 퇴직인원은 자연스럽게 사서교사로 채용해 사서교사 배치율을 늘려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시행령 개정에 따라 사서교사 배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한국교총과 “학교독서교육 질 제고를 위해 사서교사가 확대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교섭·협의에 합의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서울교사노조와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를 우선배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합의하고 결원교에 사서교사 배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이행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필요 인력을 모두 사서교사로 당장 충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서교사는 다른 교과교사나 비교과와 달리 양성 인원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에서는 교육대학원 과정에서 사서교사 자격증 발급을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도 사서교사 교원자격증 발급을 신청하는 교육대학원이 있어야 가능한데, 올해는 신청하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미세먼지는 이제 봄, 가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대기 상황의 악화로 여름철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미세먼지 교육이 강화 되는 지금 개진초등학교(경북 고령) 김락현 교사가 개발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굿바이 미세먼지' 어플리케이션이 교육현장에서 미세먼지 교육 자료로 각광을 받고있다. 미세먼지 관련 이론 및 대응방법, 학생들이 선호하는 게임 형식의 학습자료 등이 탑재되어있어 학생들은 놀이를 통한 미세먼지 예방, 대응교육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개발자 김락현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미세먼지 위험지도를 완성하여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실제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 어플리케이션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굿바이 미세먼지' 어플리케이션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굿바이 미세먼지'로 검색하여 설치가 가능하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역사는 단순히 하나의 지식이 아닌 정신을 담고 있는 거대한 그릇과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며 이러한 정신을 전해주고 싶지만, 현란한 매체 속에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조금이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수업을 채워가고 있지만 여전히 남는 갈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역사 수업으로 끌어들인 논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이야기 해주면, 감정적으로 화를 내면서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막연하게 ‘일본이 나쁘다’, ‘억지를 부린다’정도만 이야기할 뿐 깊이 있게 접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여전히 진행형인 문제이기 때문에 독도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함에도 그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감정에만 호소하기에는 부족함이 컸다. 아이들에게 논리적인 근거를 이해하고,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여러 방법을 생각하던 중 ‘논술’이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 해 전부터 논술을 역사 수업에 활용하며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체계를 갖추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전체의 내용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제시된 내용 이외에도 많은 부분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보며 논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독도와 관련한 논술 문항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하는 힘 자라도록 도와야 아직 중학교 수준에서 논제에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조금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일본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근거로 가상의 인물을 설정했다. 그가 ① 독도의 주인이 없었다, ② 역사적으로 일본이 먼저 점유했다, ③ 식민지 이전에 일본이 확보한 땅으로 전후 반환의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반박하는 글을 쓰도록 했다. 충분한 사전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미리 온라인 수업 형태로 독도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읽어오게 했다. 논제를 확인하고 나름의 생각을 개요로 정리하는 과정을 보며,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천천히 생각을 구조화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의 힘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완벽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완성된 글을 쓰며 아이들은 독도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힘 들인 만큼 자신의 것이 된다’는 점을 역사 논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에 있어 ‘가정’은 참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아이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깊이 있는 생각을 펼쳐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심효숙(31회, 1978년 졸업) 시인이 동시집 ‘지구사용설명서’ 수십 권을 7월 19일 모교인 임곡중학교(교장 김성률)에 기증했다. 심효숙 시인은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고, 1999년 신사임당 전국 주부백일장 장원을 비롯하여 2001년에 아동문예문학상을 받았다. 2003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을 받는 등 시단에서 ‘일상에서 동심의 눈으로 시적 사물을 찾아내는’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6월 24일 출간된 ‘지구사용설명서’는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작품으로 심효숙 시인은 기증의 의미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무늬로서의 문학의 본질을 깨닫고, 환경이나 생태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인의 뜻에 맞추어 7월 19일 오전 9시 여름방학식에 맞추어 학생들에게 ‘지구사용설명서’ 기증식을 실시하며 문학의 참뜻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알찬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기증식은 김성률 교장이 심효숙 시인의 뜻을 대신 전하였으며, 수록작품인 ‘달팽이 박사’를 2학년 나준엽 학생이 낭송하는 뜻깊은 시간으로 마무리했다. 학생회장 설민경 학생은 “국어시간에 여러 작품을 접한 적은 있지만, 선배님의 시집을 직접 함께 낭송하고 선물까지 받게 되니 너무 기쁘고, 우리 선배님이라는 자긍심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환경과 생태에 더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말했다. 김성률 교장은 “인성교육이 중요시되는 요즘, 동시를 통해 학생들이 화합과 배려, 포용 등 작품에 담긴 따스함을 나눌 수 있길 바라며, 모교에 한결같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고 있는 심효숙 시인이 자랑스러운 멘토로서 재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교총을 필두로 한 교육현장의 강한 반발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추진하던 학교장의 공직자 재산 등록이 무산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최근 시·도교육청을 통해 수합한 ‘국·공립 학교장 공직자 재산등록 방안’에 대한 현장 의견을 권익위에 전달했다. 접수된 현장 의견은 대부분 재산 등록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교육부는 국공립학교 교원은 청탁금지법 대상이 되며, 회계감사 등을 받고 있어 청렴을 강화하기 위해 재산등록을 추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관점이다.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여론을 역행해 방안 추진을 강행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관점은 지난달 27일 교총이 밝힌 입장과 대동소이하다. 교총은 "모든 학교는 교육지원청, 시·도교육청 등 상급 기관의 정기·수시 특별감사를 수감하고 있고 예산 집행 결과는 학교 정보 공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학교운영상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를 받고 특별감사의 경우에는 징계 등 인사 조치까지 취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이어 "사업과 예산에 관련된 주요한 사항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되며, 특히 예산 집행 결과는 학교 정보 공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매년 두 차례 전체 교직원과 거래 업체를 대상으로 기관장 청렴도 설문조사를 통해 부패 비리를 점검해 학교장의 부정 가능성을 이중 삼중으로 차단하고 있다"면서 학교장 재산등록 추진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교총은 이같은 의견을 교육부와 권익위 등에 전달하고, 현장의 강한 반발 여론을 전하는 등 대정부 활동을 해왔다. 5일에는 인천시교육청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 40여 명이 모인 감사관 회의에서 이 사안을 논의했다. 대다수 참석자는 교장 직위가 학교 업무 관련 계약을 직접 맡지 않는 데다 이들이 모두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될 경우 관리인력 충원도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권익위는 또 다른 관련 부처인 인사혁신처의 의견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교장들이 소속된 부처인 교육부가 수합한 현장 여론과 교육부의 의견을 참고할 것으로 예상돼 크게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익위는 현재까지 진행된 것은 없으며 각 부처와 현장 의견을 수렴해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총은 방안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는 대정부 활동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이달 내로 박은정 권익위원장을 직접 만나 이 사안을 매듭짓겠다는 각오다.
우리 존재는 세상 속에 던져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험난한 길에서 혼자의 힘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 길에서 삶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마음도 아픈 날이 많다. 상처로 얼룩진 그 길에 친구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책이다. 고독하고 불안한 존재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데 책이 지팡이가 된다. 비록 그것이 간접적으로 얻은 경험이라도 일상을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된다. 지금은 시간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도 수시로 한계가 온다. 사회는 더욱 복잡해지고, 물질만능주의도 극심해진다. 소셜네크워크 사회로 가치관의 혼란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다. 그에 따라 우리 사회는 반목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많이 가진 사람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이념 논쟁에 뛰어든다. 이런 사회에 살아가는 데는 자신만의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자기 생각이다. 인지적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자기만의 생각이 철학이다. 책을 읽으면 사고력이 켜켜이 쌓인다. 그리고 복잡 다양한 사회에 대처하는 문제 해결력이 키워진다. 이것이 고등 사고력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철학이다. 철학이 있는 사람은 자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는다.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고, 주변 사람들과 유연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복잡한 사회일수록 혼란은 가중되고, 사람에 대한 예의와 염치를 잃어버린다. 모두가 제대로 배우지 않고, 스스로 사람됨을 다스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 책임감 있게 참여하고 실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책 속의 문자는 사색의 숲으로 안내하고, 깊고 풍요로운 정신적 힘을 배양한다. 책을 통해 바람직한 삶을 탐구하고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정중한 인격을 형성한다.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영상 시청이 우리의 지평을 넓혀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지식의 구름은 곧 소멸한다. 데카르트의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라는 잠언을 새겨야 한다. 세종대왕은 맏이가 아니어서 왕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성군이 된 것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학습과 독서를 별개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공부를 핑계로 책을 읽지 않는다. 학습 능력은 독서가 바탕이 된다. 실제로 교실에서 보면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언어 능력이 뛰어나고, 이를 기반으로 공부하는 덕에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 책에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정보가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다. 강의를 듣고 배우는 것보다 책을 통해 배우면 새로운 지혜를 얻고 지식을 확장할 수 있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인 중에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지닌 사람이 있다. 이 분이 학력을 극복하고 기업을 훌륭하게 경영한데는 책 읽기가 바탕이 됐다고 한다. 독서는 자기 교육 수단이고, 변혁의 수단이기도 하다. 독서를 통해 자기를 구축하고 진실한 사람됨을 완성한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의 잠재 가능성도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삶에 대한 방향 감각과 목적을 가지게 된다. 결국 독서는 정신 도야를 통한 인성 완성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질 향상을 꿈꾼다. 그것이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 일상에 찌든 삶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책 읽기가 도움이 된다. 책 읽는 것에 몰입하면 마음의 평정을 찾고 짓누르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정약용이 ‘독서는 우리의 본분이다’라고 한 것처럼, 독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독서를 통해서 우리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 기쁨 등을 가장 깊이 있게 누릴 수 있다. 바쁜 일상의 틈에서 책을 펴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카프카의 말을 듣는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을 듯하다.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이야?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고 했다. 이 말은 책 읽기가 인간의 내적 심성을 창조적으로 계발하는 것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비유다. 매일 먹는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으면 건강을 지킬 수 없듯이, 책 읽기도 소홀히 하면 뇌는 퇴화하고 정신 건강을 잃는다. 세상에 왜곡과 조작되지 않는 이념으로 당당하게 맞서고 싶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전략적인 관점을 갖고, 생활의 이치와 지혜 등을 실천하면서 바람직하게 살 수 있다. 비록 가난한 삶일지라도 지속적인 독서 습관을 갖는다면 고된 인생길을 당당히 갈 수 있고, 마침내 거친 세상의 광장에서 행복과 정의의 무지개에 맞닿을 수 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자사고와 외고 등 특수목적고 전면 폐지를 제안해 논란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자사고 근거 조항을 삭제해 일괄 전환하자는 것이다. 평가에 대한 시도별 공정성에 비판이 제기되자 아예 한 발 더 나아가 법 개정을 통한 전면 폐지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설립 취지인 자사고는 지정목적 달성이 어려운 한계에 도달한 학교유형으로 그 ‘정책적 유효기간’이 다 했다”면서 “교육부의 법령 개정 의지가 없다면 국가교육회의에서 자사고‧외고의 제도적 폐지 여부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를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일반고 전성시대 2.0’ 계획을 내놨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들에 교육청과 교육부가 총 20억 원(교육청 5년 간 10억 원, 교육부 3년간 10억 원)을 지원하고 교사 CDA(교육과정‧진로‧진학전문가) 양성, 개방형 선택교육과정 지원, 학교별 특색 교육과정 공유 등이 골자다. 교총 등 교육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교총은 “기존의 일반고 지원방안을 재가공해 발표한 자료로 자사고 폐지를 합리화하고 있다”면서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당연히 준비돼야 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해당 방안이 고교체제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이어 “일반고 교육 문제는 입시체제와 평가, 교원, 시설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어 금번 발표처럼 교육과정 정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면서 “일반고의 박탈감은 사실상 ‘학력저하’에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 교육부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에 따라 전세버스를 이용할 때 국가인증(KC)을 받은 유아보호용장구를 장착 후 좌석 안전띠를 착용하라는 지침을 시·도교육청에 내렸다. 2점식 좌석 안전띠가 부착된 전세버스에 장착 가능한 18㎏ 초과 유아보호용장구는 개발되지 않았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해당 내용을 접한 교육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계획했던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는 유치원이 속출하는 한편, 18㎏을 초과하는 유아용 보호장구의 보급 시기와 현장체험학습 시행 여부를 묻는 학부모의 민원도 현재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의 핵심은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다. 해당 법 제30조에 따르면 영유아가 좌석 안전띠를 매야 할 때는 안전검사기준에 적합한 유아보호용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세버스에 장착할 수 있는 국가인증 유아보호용장구는 18㎏ 이하 유아용밖에 없다. 결국 교육부의 안전지침에 따르면 자체 통학버스를 보유하지 못한 유치원의 경우, 18㎏이 넘는 유아는 현장체험학습을 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혼란을 가중하는 건 관련 법령이 상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고시를 통해 전세버스 내 유아보호용장구 장착을 2021년까지 유예했지만, 경찰청은 단속유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청이 나서 자구책을 마련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유치원 현장체험학습 정상화를 위해 전세버스에 설치 가능한 3점식 18㎏ 초과 유아용 보호장구를 자체적으로 사들였다. 유아보호용장구 탈부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협조를 구하고 3점식 유아보호용장구를 장착한 전세버스 7대를지원하고 있다. 광주교육청도 이달 초부터 직속기관인 유아교육진흥원을 통해 유아보호용장구 대여 시스템을 운영한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아보호용장구를 장착한 전세버스를 빌리기 어려워 현장체험학습 대신 찾아오는 체험학습이나 원내 행사로 변경하는 유치원이 많았다”면서 “올가을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문의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교총도 17일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경찰청에 ‘유아보호용장구 설치 의무화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해 2점식 좌석 안전띠를 사용하는 전세버스에 장착 가능한 18㎏ 초과 유아용 보호장구를 하루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총은 “개발 시기 등을 확정하고 유치원 현장에 알려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나아가 근본적으로 유아보호용장구를 탈·부착하지 않아도 되는 유아 전용 버스 지원을 강화해 유치원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