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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위상, 모호한 역할, 무력한 인사 교육지원청 3중고

2021년 한국의 지방교육자치가 30년을 맞는다. 지방교육자치는 1991년을 기점으로 실질적 교육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지방교육자치는 ‘교육행정의 지방 분권과 일반행정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원칙으로 하여, 교육자치구 내의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무에 대해 주민의 참여를 보장·확대하고 주민이 선정한 자체의 전문적 기관에 의해 해당 사무를 집행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제도’라 할 수있다.

 

이번 호에서는 지방교육자치 30년을 맞아 우리나라 교육자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바람직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먼저 교육자치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은 교육감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찾아본다. 막강한 권력으로 ‘교육소통령’으로 불리우는 교육감들이 교육자치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알아본다. 특히 갈수록 권한이 막강해지는 교육감의 영향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고민해 본다.

 

아울러 지방교육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관련, 교육지원청 문제도 짚어본다. 시·도교육청의 조직적 방대함이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는 지금, 학교교육에 대한 지원보다 통제 기능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교육지원청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교육현장의 시각을 담았다.

 

교육자치는 결국 학교자치로 귀결된다. 단위학교의 자율적이고 민주적 운영이 교육자치의 핵심인 것이다. 그러나 학교자치는 조직·인사·재정 자치권에 있어서 한계가 있고, 지방교육자치법 등에서규정되는 법정용어도 아니라는 점에서 완전한 자치일 수 없으며, 불완전한 개념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자치 30년, 학교자치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끝으로 한국교육자치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지난 30년 교육자치를 관통한 철학은 무엇이었는지, 그 철학에 얼마나 부응했는지 생각해보고 앞으로 교육자치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성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은 교육부, 17개의 시·도교육청, 176개의 교육지원청이다. 그중 교육지원청은 1~3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를 관할구역으로 하는 지방교육행정기관이다. 교육지원청은 교육장의 감독 아래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일부 분장한다. 1952년 ‘지역 교육구청’으로 출범하였고, 1964년 이후에는 ‘교육청’의 명칭을 사용하였으며, 2010년 9월 1일부터 ‘교육지원청’으로 명칭이 바뀌고 일부 기능도 변경되었다.

 

종전 교육지원청은 실상 매우 권위적인 교육기관으로, 학교현장을 돕고 지원하기보다는 학교에 각종 정책과 업무를 부여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단위학교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현장교사 특히 학교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보직교사들도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학교 교육에 도움 되는 교육지원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교육지원청이 감당해야 할 학교와 학생 수 규모의 적정화를 제안한다.

다음은 2019년 기준 교육청별 교육지원청 수와 학령기 학생수를 나타낸 표이다.

 

 

교육청별로 교육지원청수는 세종의 0개에서부터 경기의 25개까지 편차가 크다. 또 유·초·중·고의 학령기 학생수도 적게는 약 5만 명에서 많게는 167만 명까지 차이가 난다. 문제는 이를 1개 교육지원청당 학생수로 계산했을 때이다. 이 경우 1개의 교육지원청이 적게는 약 1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까지 관리하게 되어 큰 격차를 보인다. 규모가 작은 군지역 교육지원청의 경우 주민수 2~5만 명에 유·초·중·고 학생수 모두 3~5천여 명이다. 그런데 교육지원청에는 50~6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예산과 인력낭비가 아닐 수 없다. 반면 1개의 교육지원청이 감당해야 할 학생수가 많다는 것은 학교수, 학부모들의 요구, 시설·설비와 관련된 다양한 요구도 많아진다는 뜻이다.

 

물론 농·산·어촌이나 섬과 같은 지역은 도시와 달리 학생 분포가 넓게 퍼져있다는 특징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교육지원청이 감당해야 하는 학교와 학생수 등에 있어 규모를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즉, 학생수가 많은 곳의 교육지원청은 좀 더 분화시켜야 하고, 그렇지 않은 곳의 교육지원청은 일정 부분 통폐합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홍후조 전 고려대 교수는 앞으로의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은 농업사회나 산업사회가 아니라 교통·통신 등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지능정보화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지역을 권역별로 묶고 규모를 더 크게 하면 규모의 경제도 생겨나고, 깨알 같은 간섭은 줄어들며, 경쟁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한때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방교육자치를 연구하면서 중단위 교육지원청을 70~80군데로 통합하자고 한 제안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학생수가 많은 대도시는 학생수 10만 명, 농·산·어촌 지역은 5만 명을 기준으로 해 교육지원청을 줄이는 것이 그 방안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경우 현재는 17개 교육지원청이 있으나 학생수가 17만여 명인 것을 고려해 3개의 교육지원청으로 통폐합하며 생활권을 중심으로 춘천권·원주권·강릉권의 세 개 교육지원청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이를 통해 교육에 대한 통제도 줄일 수 있고, 지역별 특성도 더 잘 반영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학교 교육의 자율화·다양화도 촉진될 수 있다고 보았다.

 

둘째, 교육부-교육청-교육지원청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육부가 국가의 주요 교육정책을 수립·집행하고, 각 시·도교육청이 지역 수준에 알맞은 교육정책을 개발하여 학교가 이를 실행하도록 돕는다면, 교육지원청은 무엇보다 단위학교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그 본령에 충실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제안하는 그 업무를 잘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단위학교 입장에서 보면 교육부-교육청-교육지원청의 층층시하에 놓여 관리받고 통제받고 있다고 여길수 밖에 없다. 이는 각 교육지원청에서 추진하는 핵심사업·특색사업 등과 관련된다.

 

단위기관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야 하고 실적을 내야 한다. 즉, 교육지원청이 독립적으로 유지되려면 기관평가를 받아야 하고, 이는 결국 단위학교에서 만들어내는 실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교육지원청의 역할은 학교 지원이 아닌 학교에 업무를 부과하는 입장이 되고 만다. 따라서 교육지원청은 새로운 업무를 개발하기보다 학교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활동인 교수·학습과 생활지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사실 학교현장에서는 교사들 스스로 외부의 간섭이나 강제 없이 수행하는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육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성실히 하는 편이다. 이와 같은 학습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도록 교육지원청 업무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단위학교의 기본적인 교육활동을 충실히 지원하는 데 있어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교육지원청이 전담할 필요가 있다.

오재길 외(2015)의 연구에서는 교육지원청에 대한 현장 교원의 구체적 요구사항을 제시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폭력 등 각종 민원처리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학교민원 담당(50.6%) ▲교육과정과 수업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있어 컨설팅이나 지시가 아닌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38.2%) ▲교직원의 고충을 들어주는 부서 신설(32.7%) ▲국감·행감의 요구자료 분석 및 응답(25.5) ▲행정실과 교무실의 업무 갈등 조정(25.0) ▲강사인력풀(기간제) 관리 및 지원(23.8%) 순으로 나타났다.

 

근래 학교현장을 보면 ‘교육’을 넘어 ‘보육’, ‘상담’을 넘어 학생과 학생, 혹은 학부모와 학부모 간 갈등 발생시 ‘샌드백’ 역할까지 해야 하는 등 ‘극한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교는 교육공무직과 돌봄교사 등의 학교 비정규직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반면 교원은 학생 간, 학부모 간 갈등상황이 발생할 때 이를 중재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이해하고 결과를 수용하는 학부모들은 드물다. 게다가 교원은 그러한 사안을 다루는 전문가도 아니기에 학교에서 이 일을 감당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다. 또한 학생인권은 강조되지만,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곳도 학교현장이다. 다행히 2020년도부터 학교폭력과 관련된 많은 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어 학교에서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또 각 교육지원청에 ‘학교통합지원센터’를 만들어 학교를 지원하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교육’ 밖의 부가적인 일들은 교육지원청에서 전담하는 행정 시스템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넷째, 교육지원청의 역할 중 일정 부분은 학교에 이관할 필요가 있다.

본청은 교육청에, 교육지원청은 단위학교에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율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예산과 인사, 통제 권한은 여전히 상위기관에 제한되어 있는 편이다. 단위학교가 자율성을 발휘하게 하려면 이와 관련된 권한 중 일부를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많이 떨어져 이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 그중 학습부진학생에 대한 향상도 평가가 연 3회 계획되어 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등교조차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상도 평가 3회를 모두 시행하도록 되어 있어 사실 학교에서는 이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예산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학교예산은 국민이 낸 세금이므로 엄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2학기 말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돈을 특정 항목에 사용하라고 단위학교에 내려보내는 경우 학교의 업무 담당자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학년 초나 학기 초에 연간 학교운영계획에 따라 내려보낸 예산이 아니라면 그 사용처는 학교에서 좀 더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행정업무 및 예산과 관련된 자율성은 궁극적으로 그에 대한 단위학교의 책무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교육지원청 내부의 인사 문제다.

교육장은 물론이거니와 장학관이나 장학사의 근무기간을 일정기간 이상 보장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경우 장학사는 1~2년 기준으로 자리를 옮기며 업무를 두루 익히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전문성과 노하우가 축적되기 어렵다. 업무숙련도가 높아질 즈음에 다른 업무를 맡거나 본청 등으로 이동을 하다 보니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기르는 것이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교육지원청 수장인 교육장의 경우 임기가 짧게는 6개월에서 길어도 2년을 채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이클 풀란(M. Fullan, 1993)에 따르면 작은 교육혁신은 3~5년, 기관이나 제도의 개혁은 5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단위학교의 경우도 학교장의 임기를 4년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제 교육지원청도 기관의 개혁을 추진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를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근무연한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의 관리자들이 지역교육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질 높은 업무수행력을 보일 때 단위학교의 교육활동도 고품질의 높은 수행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을 고려한 정책 수립·프로그램 개발·예산 활용 등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코로나로 인해 교육계에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학교는 그 최전선에서 학생과 함께 변화의 파고를 맞고 있다. 문제는 학교가 그 일을 잘 감당하려면 뒤를 받쳐주는 교육지원청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교육지원청이 할 일은 학교가 그 본연의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각 교육지원청은 적정한 학령기 학생수를 감당하도록 규모의 적정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단위학교에 업무를 부과하는 역할이 아니라 지원하는 역할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또 더 나아가 교육 ‘밖’의 다양한 갈등상황에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담기구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부 업무나 예산 활용에 대해서는 단위학교에 자율성을 주어 학교가 책임지고 그 일들을 수행해나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교육지원청 인사들의 적정한 근무기간을 보장하고 이들이 책무성을 가지고 소신껏 노력을 기울일 때 학교도 교육청도 모두 윈윈하며 상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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