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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임무를 척척 해결해 온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에단 헌트 요원은 다시 한번 인류를 구해야 한다. 이번 빌런은 디지털상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NTT이다! 지난 5월 17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설정이다. 조직의 배신자가 빌런이었던 1편에서 시작해 8편에 와서는 인공지능이 빌런이 될 정도로 스토리텔링은 정교해졌고, 액션씬은 더 스펙터클해졌다. 놀라운 사실은 1편이 나온 1996년부터 올해까지 30년을 지나는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 요원 역은, 12회 내한의 기록을 자랑하는 슈퍼스타이자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는 톰 크루즈가 홀로 맡았다는 점이다. 1962년 숀 코너리로 시작해 2021년 대니엘 크레이그로 6명의 각기 다른 제임스 본드를 선보인 007 시리즈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톰 크루즈는 1편부터 주연 배우를 맡으면서 제작에도 참여했고, 현재는 기획을 총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오롯이 ‘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30년 세월의 강을 넘어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아, 물론 여기에 소개하는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 원작은 미국 드라마 제5전선 30년간 전 세계 영화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바로 미국 드라마 Mission: Impossible(ABC)이 그 원작이다. 1966년부터 1973년까지 ‘시즌 1’이,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시즌 2’가 방영됐다. 우리나라도 수입해 TV로 방송했는데, 좀 뜬금없는 제5전선이라는 제목을 달았다(시즌 2는 돌아온 제5전선). ‘딴딴 따다 딴딴 따다 따라라 따라라 따라라 따라~~’ 미션 임파서블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오프닝 사운드트랙 역시 원작 드라마에서 고스란히 가져왔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불붙는 성냥은 물론, 에단 헌트가 완벽한 미션 해결을 위해 애용하는 얼굴 가면 역시 원작 드라마의 설정을 가져온 것. 여기에 테이프로 전달되는 미션 내용과 ‘이 메시지는 5초 후 자동 폭파됩니다’라는 설정도 원작 드라마에서 차용했다. 단순히 외형적 설정만 가져온 건 아니다. 드라마에서 메인캐릭터로 나온 ‘짐 펠프스’ 캐릭터를 영화 1편으로 가져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원작 드라마 팬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드라마 제5전선이 짐 펠프스를 중심으로 구축된 팀이 팀원들과의 끈끈한 협력을 바탕으로 불가능한 임무를 해결하는 구조였다면, 영화로 옮겨오면서 초반에 팀원들을 모두 사망하게 만드는 뒷배경이자 빌런으로 짐 펠프스 캐릭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팀원 간의 의리와 케미를 보는 재미가 있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톰 크루즈 1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액션 영화라는 평가도 있다. 전 세계 로케이션, 스펙터클 액션신으로 승부! 배우 1명의 액션에 의존한들 어떠하리.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액션씬은 두고두고 이슈가 됐다. 첩보 스릴러의 대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을 맡은 1편의 기차씬은 당시에는 물론 그 장면을 기억하는 관객들 사이에 역대급 액션씬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위에 언급한 짐 펠프스가 비정하게 아내마저 죽이고 헬기를 탄 채 기차 위에 매달린 이단 헌트 요원을 죽이려 터널까지 쫓아 들어온 장면에서 관객들은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영웅본색(1987)의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편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비둘기가 왠 말이냐’는 악평을 받긴 했지만, 광활한 사막에서 높은 암벽에 두 팔로 매달려 썬글라스로 미션을 전달받고 던져버리는 오프닝 시퀀스가 다한 영화. 수많은 서부영화의 배경이 된 미국 서부의 모뉴먼트 밸리부터 호주의 명소 오페라하우스 등이 눈을 즐겁게 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처럼 도대체 그놈의 ‘래빗풋’이 뭔지 영화가 끝나고도 궁금했던 3편에서 이단 헌트는 모터보트를 타고 로마의 티거강을 질주하고, 바티칸 성벽에서 몸을 날린다.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상하이에서는 동방명주 옆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4편에서는 인간이 세운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 부르즈칼리파를 맨손으로 올라 그야말로 극장을 숨 죽이게 만들었다. 두바이의 황량한 사막에서 모래 폭풍이 밀려오는 장면 역시 압권. 5편은 오프닝 시퀀스로 그냥 끝이다. 이륙하는 비행기 날개로 뛰어올라가 벤지(사이먼 페그)에게 해킹으로 비행기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며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른 액션씬은 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모로코·영국·쿠바를 오가며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극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저격 액션씬도 백미다. 베를린에서 탈취당한 핵탄두를 제거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6편에서는 파리·런던을 거쳐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를 배경으로 액션씬이 펼쳐진다. DC에서 슈퍼맨으로 활약했던 헨리 카빌이 빌런으로 나와 톰 크루즈와 놀라운 헬기 격투씬을 완성해냈다. 서사가 이어지는 7·8편의 주 배경은 태평양 북구 배링해의 심해, 예맨 룹알할리 사막, 암스테르담, 아랍에미리트, 알프스산맥, 로마, 런던 등 그야말로 전 세계를 배경으로 톰 크루즈가 대역을 사용하지 않는 ‘찐’ 액션을 선보인다. 7편에는 오토바이로 산꼭대기까지 질주한 후 점프해 기차에 안착하는 장면이, 8편에서는 심해의 잠수함에서 펼쳐지는 수중 액션씬과 더불어 80년 된 경비행기로 협곡을 비행하며 펼치는 액션씬이 손에 땀을 나게 한다. 알쏭달쏭한 제목의 의미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제목은 문자 그대로 ‘불가능한 임무’로 매우 직관적이다. 3편까지는 제목 뒤에 숫자를 붙여 시리즈의 연속성을 부여했는데, 4편부터는 영화의 내용을 암시하는 부제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부제들은 관객들을 아리송하게 했으니…. 한 편씩 차근차근 그 의미를 알아보자. 먼저 4편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Ghost Protocol)(2011)에서 고스트는 ‘유령’, 프로토콜은 ‘의전, 외교의례’라는 뜻이다. 둘을 합치면 ‘유령 외교의례’가 되는데 ‘타인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외교 의전’을 의미하며, 영화에서는 크렘린궁 폭발로 IMF가 해체 위기에 처하고, 에단 헌트의 팀이 마치 유령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칭한다. 5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Rogue Nation)(2015)에서 로그네이션은 ‘불량국가’라는 뜻이다. 영화에서는 사상 최대의 비밀 테러 조직으로 나오는 신디케이트를 의미하는데, 단순한 불량국가를 넘어 ‘테러지원국’으로까지 의미가 확장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각인된다. 6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Fallout)(2018)에서 부제 폴아웃은 첫째로 핵폭탄 실험과 원자로 사고 등으로 공중에 발생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서서히 지표로 떨어진 ‘방사성 낙하물’을 의미하는 화학 용어이고, 둘째로 ‘좋지 못한 결과’를 뜻한다. 영화에서는 핵 관련 물질을 두고 빌런들과 대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단 헌트의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해 점점 악화하는 상황을 빗대기도 한다. 직전 편인 7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Dead Reckoning)(2023)과 8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Final Reckoning)(2025)은 서사가 연결된 한 편의 영화로, 둘의 러닝타임을 합치면 332분, 무려 6시간 32분이다! 데드 레코닝은 ‘추측 항법’이라는 항해·항공 용어다. 항해·항공에서는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를 바탕으로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데, 영화에서는 이단 헌트가 전편들의 사건들과 마주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의미한다. 그래서 8편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마지막 서사라고 추측하는 관객들이 많다. 파이널 레코닝은 ‘최후의 심판’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본드걸’ 아닌 ‘미션걸’ 계보는 누구? 모든 첩보물의 스파이들에게 그렇듯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 곁에도 여자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해결 불가능한 임무의 조력자로, 때로는 빌런으로 또 때로는 에단 헌트와 사랑에 빠지는 ‘미션걸’의 계보를 살펴보자. 1편에서는 우아하고 관능적이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프랑스 대표배우 ‘엠마뉴엘 베아르’가 출연해 팀원을 잃은 에단 헌트가 위기에 처할 때 도움을 줬다. 2편에서는 냉철한 판단력의 에단 헌트를 무방비 상태로 해제시킨 ‘탠디 뉴튼’이 출연했다. 캠브리지대 출신으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탠디 뉴튼은 영화에서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자신의 몸에 주입해 에단 헌트의 미션 해결에 중요한 도움을 줬다. 에단 헌트가 부인의 존재로 위험에 빠지는 3편에서는 홍콩 모델 출신 매기 큐가 화려한 의상으로 건강미를 과시하며 화끈한 드라이빙 액션을 선보였다. 4편에서는 폴라 패튼이 에단 헌트를 도와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와 고층 건물에서 자비 없는 액션씬을 소화했다. 5편부터 7편까지는 스웨덴 출신 배우 레베카 퍼거슨이 ‘일사 파우스트’ 역으로 미션걸을 수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적으로 만났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에단 헌트에게 도움을 주는 묘령의 캐릭터였지만, 결국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전체의 서사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미션걸’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레베카 퍼거슨의 뒤를 이은 8편에서의 미션걸은 ‘캡틴 아메리카’가 평생을 잊지 못해 결국 방패를 내려놓고 과거로 찾아가게 만든 여인 헤일리 앳웰이 맡았다. ‘시리즈 마지막이냐’는 질문에 톰 크루즈의 대답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30년을 이끈 톰 크루즈는 1962년생으로 이미 환갑을 넘겼다. 1981년 영화 생도의 분노(감독 헤롤드 베커)로 데뷔해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할리우드 간판 배우이자 마지막 ‘무비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제작을 총괄하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찾고, 스턴트를 위해 트레이닝이 생활화돼 있다. 볼거리에 더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톰 크루즈는 역사상 최고의 반전 영화로 손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을 영입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부터 지금 9년 째 함께하고 있다. 든든한 컴퓨터 능력자 루터 역의 빙 라메스는 시리즈 1편부터 8편까지 ‘개근’ 중이다. 20년 동안 벤지 역을 맡은 사이먼 페그 역시 단순했던 캐릭터를 성장시켜 8편에서는 역대급 활약을 펼친다. 톰 크루즈는 지난 5월 8일 내한 기자 컨퍼런스에서 시리즈의 30년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양한 사람과 공동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운 좋게도 미션 임파서블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협업했다. 촬영장과 편집실에서 일생을 보낸 사람들이 모여 계속해서 스킬을 발전시키고 스토리텔링을 더 잘 만들도록 노력했다. 어떤 문제가 있을지 미리 예측하고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잘 대응해나갔다. ‘부담을 느끼는 것은 특권’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저는 부담감을 즐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번 영화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에 톰 크루즈는 “이 영화는 지난 30년 동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정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상은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 관객이 가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그런데 나는 영화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건 특권이자,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내게 좋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걸 즐긴다”라고 대답했다. 부디 2030년 즈음에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9편을 극장에서 볼 수 있길!(사진제공 =네이버 영화)
교사를 위한 학급운영 마인드셋 (트레버 뮤어·존 스펜서 지음, 허성심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36쪽, 1만 8,000원) 교사들이 학급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며 안정적인 교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침을 제공한다. 학급 관리와 문제행동 지도, 자율적인 학급을 위한 의례, 교실 공간 구성, 시스템화된 교실 운영 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 실무 팁과 다양한 교수법을 담았다. 교사의 번 아웃과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감정 관리법, 에너지 분배법 등 ‘자기 돌봄’ 기술도 수록했다. 수업에 바로 써먹는 AI시대 문해력 도구 30 (전보라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80쪽, 2만 1,000원)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학생들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법을 소개한다. 실제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AI 문해력을 차근차근 높이며,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주얼 리터러시 등으로 확장하는 수업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30가지 문해력 도구와 수업 예시를 제공하며, 수업 유의사항과 활동지 양식, 참고 자료를 수록해 교사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부의 재발견 (박주용 지음, 사회평론 펴냄, 264쪽, 1만 7,800원) 인지심리학 전문가가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쓴 공부법 지침서. 강의 형식을 빌려 공부법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파헤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소개한다. 필자는 ‘공부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며, 실제로 진행한 글쓰기 강의 내용과 실험적으로 도입한 과제 평가방식 등 13년간 서울대 학생들을 가르쳐온 수업 노하우를 알려준다. 우린 좋은 어른이 될 거야 (점프 엮음, 강승민 인터뷰, 옐로브릭 펴냄, 224쪽, 1만 8,000원) 기회 격차와 교육 불평등 문제에 맞서 학교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셜벤처 점프의 여정을 담았다. 청소년과 청년, 멘토들의 목소리를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를 돌볼 차례가 되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 불평등의 현실과 소외된 아이들, 그리고 성장과정에서의 고민과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다. 이런 캠퍼스 투어는 처음이야! (최재희 지음, 북트리거 펴냄, 300쪽, 1만 8,000원) 서울 소재 대학 캠퍼스의 자연조건과 문화적 배경을 알려주는 탐방 가이드. 캠퍼스의 지리적 특징과 역사성을 짜임새 있게 알려준다. 번화가와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 건대·연대·경희대, 서울의 도시화 과정과 깊게 연결된 서울교대·한국체대 이야기 등 단순한 대학 탐방을 넘어 도시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도 넓혀준다. 해외 유명 대학 8곳도 부록으로 실었다. 여기 다 큰 교사가 울고 있어요 (홍지이 지음, 다반 펴냄, 264쪽, 1만 7,500원) 기간제교사, 공립과 사립 그리고 정교사. 10여 년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쓴 퇴직교사의 학교 에세이다. 선생님이 된 제자가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솔직한 이야기와 조언을 담았다. 학교를 나와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된 학교에서의 기억을 편지처럼 풀어냈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모두 담담하고 솔직하게 표현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년병과 들국화 (남미영 글, 이형진 그림, 예림당 펴냄, 72쪽, 1만 3,000원) 고 신세호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적 동질감을 그렸다.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을 경계로 인민군과 대치하고 있던 어느 날, 남아 있던 단 한 발의 총알을 장전하고 정찰에 나선 소년병이 인민군 병사와 맞닥뜨리는 사건을 통해 전쟁의 속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반전 있는 조선 역사 (문부일 글, 신병근 그림, 마음이음 펴냄, 156쪽, 1만 5,000원) 조선 시대 역사 이면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바라보도록 안내한다.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던 이순신 장군, 수라간에서 일했던 남자 주방장, 귀걸이를 한 조선 시대 남성 등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게 된 사연, 성균관의 학교폭력, 과거 급제에 대한 집착 등 오늘날과 비슷한 사회 모습도 보여준다.
들어가는 말 최근 많은 학교장을 만나보면, 다수의 학교장이 학교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현재와 같이 구성원 간의 각기 다른 요구와 욕망이 충돌하는 패러독스 상황에서는, 조금은 떨어져 긴 호흡으로 멀리 보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하는 학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은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다. 이를 위해 학교장은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비전 실현을 위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 학교교육’이 크게 변화했음을 체감하게 해야만 한다. ‘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남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어느 유목민의 속담이 있다.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군대의 병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돌격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꿈을 향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나아가는 조직’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학교장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 모두가 같은 꿈을 공유하고, 그 꿈을 향해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전의 의의와 우수 비전의 조건 ● 비전의 의의 1) 협의의 비전 비전(vision)은 외래어로서 우리말에 딱 들어맞는 단어가 없어 대부분 원어 그대로 사용한다. 또한 비전은 개념적 속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비전은 조직이 지향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뜻한다. 학교 비전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도달하고자 하는 학교의 위상을 미리 정해 놓은 것이다. 즉 학교 비전이란 ‘학교교육을 통해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오늘의 모습에서 벗어나, 미래의 어떤 시점에 교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2) 비전과 미션 비전은 일반적으로 미션(mission)과 구분 없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는 두 개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미션은 조직의 존재 이유로서 변하지 않는 목적이다. 반면 비전은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의미하며, 비교적 오랜 기간 유지되나 정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개념이다. 3) 비전 실현을 위한 전략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교육목표와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영역별 추진과제 등이 필요하다. 전략은 비전과 현재 모습 사이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실행 방안이며, 이러한 전략이 잘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이다. 이들은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만일 당신이 ‘학생 식당을 짓겠다.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하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비전이라기보다는 목표에 해당한다. 목표를 이루게 되면, 비전을 향해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워 도전해야 한다. 비전은 학교장이 재임하는 4년여 동안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 우수 비전의 조건 모든 학교에는 비전이 있다. 그러나 보통은 비전이 액자 속이나 교육과정 속에만 존재하여 학교교육의 방향이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죽은 비전’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비전’이 있는 학교는 성장하고 발전한다. 이렇게 살아 있는 우수한 비전을 지닌 학교의 교육은 성공한다. 고로 학교교육에서 살아 있는 비전, 우수한 비전은 매우 중요하다. 우수 비전의 특성을 몇 가지만 살펴보면, (1)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명료하게 표현되며, (2)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 관리 인자(Value Driver)가 가시화되어 있고, (3) 실제 학교역량이 집중되어야 하는 과제와 연계되어 있으며, (4) 비전에 미래 목표치를 내재화하고 있고, (5) 비전과 경영계획이 연계되어 있으며, (6) 비전 달성을 위한 역량과 긴밀하게 연계가 되어 있다. 지면 관계상 본 고에서는 첫 번째 특성만 살펴보고자 한다. 즉 비전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명료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비전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단어로 표현되면 그 비전의 내용과 의미를 구성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공유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용어로 간단명료하게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비전은 ‘A computer on every desk and in every home(모든 책상과 집에 컴퓨터를)’으로 매우 쉽고 명쾌하다. 학교 비전 수립의 전략 ● 구성원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하게 하자 비전을 공유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학교의 비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비전 공유의 출발점은 수립 과정에서부터 집단 지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부장과 교육과정부장 등 소수의 사람이 비전 수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가능하면 모든 부장이 비전 수립 초기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야 한다. 종종 연구부장·교육과정부장이 비전을 수립하고 다른 부장들은 그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런 경우 구성원들이 비전에 공감하고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 학생 교육을 최우선 가치로 두되, 교직원의 욕망도 고려하자 비전에는 교육목표와 함께 교직원들의 직장 내 목표도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교직원들에게 직장목표는 매우 중요하므로 복지·근무환경·사기진작 방안 등을 담은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학교 비전을 수립할 때 일반적으로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를 학생 교육에만 국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경우 학교 비전에 대해 교직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또한 비전의 구현을 위한 교직원들의 노력은 필수이자 전제 조건이나,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도 어렵다. 고로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학교경영의 출발은 내부 교직원의 만족감 증진과 행복감 증진이 되어야 한다. 학교 비전 수립의 방법 ● 사전 준비 회의 등을 통해 자료를 치밀하게 준비하자. 학교 비전을 수립하는 일은 개인의 입장으로 보면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과 같다. 따라서 학교 비전을 수립하는 일은 학교교육의 방향과 운영의 원칙을 세우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즉 학교 비전을 수립하는 것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문화·교육과정·수업을 변화시키는 기준점이자, 출발점이며, 이러한 작업은 필수적으로 기존 학교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일의 추진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 확보와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이다. 그 절차와 내용 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25년 교육과정 평가회를 각 부서별(학년부 포함)로 먼저 실시하여야 한다. 11월경부터 각 부서별로 특수부장·학년부장을 중심으로 올해 한 일, 개선해야 할 점, 잘된 점, 2026년에 새로 추가해야 할 점 등을 토의하고, 그 결과를 간단한 문서로 작성한다. 특히 학교장이 새로 부임한 경우, 학교 비전 수립을 위한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 학교의 핵심 교육, 핵심 사업, 미래 교육은 무엇인가?’, ‘2026년까지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 요인들은 무엇인지?’, ‘2026년 교육의 핵심 내용은 어떻게 펼쳐지게 될 것인가? 등의 질문이 포함될 수 있다. 둘째, 각 부서별로 논의되고, 토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기획(부장)회의에서 여러 주에 걸쳐 2026년 학교교육 방향을 충분히 논의한다. 특히 신규 교장의 경우에는 학교 비전을 수립할 때 다음 사항의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학부모상, 학생들이 바라는 교사상, 우리가 바라는 학생상, 모두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 학교교육 목표, 학교장 경영관 등’. 셋째, 2025년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학생·학부모·교직원을 대상으로 비교적 상세한 내용으로 설문을 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 비전 관련 사항도 포함하도록 한다. 넷째,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부장) 회의에서 비전 수립, 2026년 학교교육과정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한다. 다섯째, 학교 비전 수립 시 꼭 해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래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2026년 교육정책 방향, 2026년 ○○교육청의 시책 방향, 2026년 교육지원청의 장학 방향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작업은 조직 전체의 시선을 미래로 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효과를 발휘한다. 다른 하나는, 2026년 예산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행정실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2026년 예산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 학교 비전 수립을 위한 워크숍 진행 화법은 ‘Yes And’ 화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라는 케이(Alan Kay)의 말처럼,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미래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은 구성원들과 함께 공통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그리는 미래 비전은 교육목표만이 아닌,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그 성장을 어떻게 함께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포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1박 2일로 진행되는 학교 비전 수립 워크숍은 단순한 회의를 넘어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회의 원칙 중 하나는 참석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픽사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에드 캣멀은 픽사의 창의성은 회사의 독특한 문화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가 쓴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에는 그가 어떻게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해 왔는지 담겨있다. 지면 관계상 그중 한 가지만 소개하면 ‘플러싱(plusing) 피드백’이다. 회의 중 발언할 때는 누가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다른 구성원의 의견을 비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 but, ……”이 아닌 “Yes And, ……” 화법으로 하는 것이다. 나가는 말 _ 오늘은 교감에게 위임하고 학교장은 미래를 고민하자 학교장은 교직원들에게 행복을 직접 선물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겨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교직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최소한 1년 앞을 내다보는 학교경영을 해야 한다. 학교장은 기획(부장)회의에서 현재의 문제보다 최소한 1개월 앞, 6개월 앞, 1년 앞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중장기적 문제에 대한 화두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의 문제는 과감하게 교감에게 위임하고, 학교장은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최소한 1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의 교육방향을 미리 고민하고 대비하는 미래 경영이 필요하다.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의 탄생 배경 아동학대에 대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은 「아동복지법」이다. 「아동복지법」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아동학대라고 정의한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또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신체적 학대행위,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 역시 두고 있다(「아동복지법」 제17조 및 제71조). 2013년 흔히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있었다. 8세였던 의붓딸을 장기간 학대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비슷한 시기 ‘울산 계모 살인사건’도 있었다. 소풍을 보내달라는 아이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이 역시 장기간의 학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들에 대하여 국민적 관심과 공분이 쏟아졌고, 결국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고 한다)이 2014년 제정되었다. 「아동복지법」이 존재함에도 별도로 「아동학대처벌법」을 제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상향하는 것, 그리고 학교를 포함하여 아동복지시설 등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 보호자의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 이를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학교나 아동복지시설 등 관련 시설에서 종사하는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한 경우에는 이를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도 두었다. 아동을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아동학대를 했다면 이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교원의 학생 아동학대 문제 이렇게 신고의무가 생겨난 배경은 기존에 발생했던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보호자의 장기간 학대에서 비롯되었고, 피해아동의 입장에서 직접 보호자를 신고하기는 어려운 일이므로 아동의 보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학대 징후를 발견하여 대신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따라서 그 취지에 맞게 「아동학대처벌법」에서의 신고의무도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범위가 제한된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신고의무에 관하여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라고 하고, ‘아동학대범죄’란 일반 아동학대와 달리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한정된다(「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및 제2조 제4호). 그렇기에 예를 들어 A의 부모가 피해아동 B에게 다가가 폭언을 가하는 행동을 하고, 이를 학교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B의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는 아니므로 학교의 신고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보호자’에 교사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보호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에 따르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보호자란 친권자·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2호, 「아동복지법」 제3조 제 3호). 즉 교원의 학생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학대가 문제 되었다면 이는 아동학대범죄가 되고, 학교의 다른 교원이나 관리자가 이를 알게 되었다면 그들에게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결국 학교가 발 벗고 나서서 학교에 소속된 동료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 법제를 찾을 수 없는 신고의무 규정의 특이성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신고의무의 발생 시점을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의심만으로 신고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은 신고의무에 관한 유사 법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가정폭력에 관해 규정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서는 ‘가정폭력범죄를 알게 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4에서는 ‘장애인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알게 된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4조에서는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즉 의심만으로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동학대범죄가 유일하다. 아동학대범죄가 주로 가정에서 일어나기에 발견이 어렵고, 지속적이거나 재발된다는 특성,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아동에 대한 고려 등 필요성에 따라 주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취지로 보인다. 문제는 막상 이런 규정에 대한 유탄을 교원들과 학교가 맞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학부모가 담임교사의 자녀에 대한 거친 언행에 불만이 있어서 학교를 찾아와 교장과 상담하게 되었다고 해보자. 문제 된 언행의 수위도 낮고 그런 언행을 하게 된 주요한 이유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면 어떨까. 해당 학부모가 과거부터 담임교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사람이었다면, 나아가 본인은 무고죄가 될 수 있으니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는 않겠지만, 학교는 신고의무가 있으니 아동학대로 신고하라고 요구한다면 타당한 것일까. 거친 언행은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는 행동이고, 교사는 보호자의 범위에 속한다. 부모의 진술로 교원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의심이 생긴 것이니 규정의 해석상으로는 신고를 안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신고의무 미이행에 대한 불이익 신고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하지 않은 사람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아동학대처벌법」 제63조).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아동학대 여부 판단이 모호하거나, 피해아동과 보호자의 신고를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에 대한 존중이 포함될 여지가 있겠지만, 그것이 실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태료는 행정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사람에게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금전적 제재이다. 신고의무를 위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형사적 처리 절차인 경찰 수사 등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벌금처럼 전과로 남지 않는다. 과태료의 액수는 「아동학대처벌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위반의 경우 300만 원, 2차 위반 500만 원, 3차 위반 1,000만 원의 기준을 두고 있다(「아동학대처벌법」 시행령 제8조). 신호위반이나 과속에 대한 과태료처럼 신고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 교원의 신분에 특별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태료와 별개로 국가공무원인 교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법령을 준수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성실의무가 있고,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성실의무 위반이 되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비록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일지라도 징계 대상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의심만으로도 신고하도록 한 규정, 신고를 하지 않은 불이익은 결국 ‘애매하면 신고’, ‘기계적 신고’로 귀결된다. 한편 이런 신고를 당한 교원은 아동학대가 아니더라도 교육청(교육감 의견서 작성 과정), 경찰(수사 과정), 검찰(아동학대 사건의 의무적 검찰 송치)의 과정을 거치며 장기간 고통을 받아야 한다. 관련 사례에 대한 검토 학부모의 민원으로 학교 소속 교사 A의 아동학대(언어폭력)를 학교장이 인지하게 되었다. 학교장은 이를 즉시 신고하지 않았고, 다음날 교육지원청의 신고 권고를 받고 신고하였다. 이후 학교 소속 교사 B가 아동학대(체벌)를 하였는데, 학교장은 학부모가 문제 삼지 않기로 하여 신고하지 않았다. 이런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 미이행 등을 이유로 학교장이 견책의 징계를 받게 된 사례이다. 해당 사례에서 학교장은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고, 그 과정에서 위 교사 A를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위 교사 B를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되었고, 견책 징계가 유지되었다. 학교장은 이에 대해서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광주지방법원 2017. 9. 28. 선고 2017구합11435 판결 참조). 문제 된 교사 B의 행동은 학생의 목덜미를 때려 체벌하였다는 것이었다. 법원에서는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체벌의 정도와 경위에 비추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그밖에 B가 아동학대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현저히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가 B의 위와 같은 행위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결과 원고의 신고의무 불이행을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 이를 해석해 보자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만으로 신고의무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실제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신고의무자가 검토해 볼 여지가 있고, 신고에 대한 피해아동 측의 입장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만약 이렇게 학교가 신고하지 않았는데, 학부모나 제삼자가 교원을 신고해서 아동학대가 인정되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신고하지 않은 게 잘못인 것이 명백하게 되니 신고의무 위반이 아닐까. 법원은 이에 대해서 ‘사후에 감독기관 등이 위법한 체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를 신고의무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했다. 교원의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의무가 ‘애매하면 신고’, ‘기계적 신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숨통을 열어주는 판례이며 참고가 될 만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며, 유사한 사례라고 무조건 같게 판단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학교공동체 파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나 ‘동료를 고통 속으로 빠뜨려야 네가 살 수 있다’라는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는 너무 지나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가 보호자의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가 곤란한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왜 멀쩡히 해당 아동의 보호자가 직접 신고하여도 될 사안도 교사가 대행해 줘야 하는 걸까. 다수의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생활하는 열린 공간인 학교에서의 아동학대는 은폐된 가정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아동학대와 그 성격이 다르다. 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걸까. 학교공동체를 파괴하는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의미다. 물은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되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낮은 곳으로 흐르며, 다툼 없이 평온하게 세상을 적신다. 이러한 물의 덕목은 오늘날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평생 성장할 수 있는 기본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움, 경쟁보다는 공존, 억지보다는 유연함이 더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노자는 물의 일곱 가지 덕(德)인 겸손, 지혜, 포용력, 융통성, 인내, 용기, 대의(大義)를 ‘수유칠덕’이라 불렀다. 그중에서 특히 ‘인내-끊임없이, 부드럽게 흘러가면서도 결국 단단한 바위를 뚫는 힘’은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가치다. 현대 사회는 빠른 결과와 즉각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과 내공은 오랜 시간, 꾸준한 습관을 통해 형성된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한 번의 힘이 아니라 반복되는 부드러운 흐름 때문이다. 학습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 10분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학습한다면, 뇌는 ‘이 시간엔 공부한다’고 인식하게 된다. 좋은 습관은 단발적인 집중력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니며, 결국 삶 전체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선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단어 20개 외우기’, ‘수학 문제 3쪽 풀기’처럼 명확한 목표는 반복을 가능케 하고, 뇌를 훈련시킨다. 여기에 복습까지 더하면 학습효과는 커진다. 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의지도 무의미하다. 스마트폰 등의 방해 요소를 차단하고, 학습 전용 공간에서 규칙적으로 공부하면 짧은 시간에도 강한 집중을 경험할 수 있다. 동기부여는 불쏘시개일 뿐, 중요한 것은 꺼지지 않는 불꽃, 즉 꾸준함이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인성과 삶의 태도를 길러주는 곳이 돼야 한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성품과 습관은 평생을 좌우한다. 겸손하고 유연하며, 끈기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 그것이 오늘날 교육의 본질이어야 한다. 반복된 습관 길러줘야 위대한 교육은 ‘상선약수’의 철학처럼, 부드러움 속에 굳건한 힘을 담는 인재를 키운다. 높은 곳에 머물지 않고 낮은 곳에서 사람을 품어내는 성품으로, 답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으로, 하루 10분 반복 학습은 평생의 자원이 되는 성장의 힘이 될 것이다. 물은 스스로 내세우지 않지만, 결국 강을 이루고 바다로 나아간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흐르는 학습의 흐름을 만드는 작용이 필요하다. 물처럼 조용하지만 강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는 교육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우리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진짜 교육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 도구를 캠퍼스 생활 전반에 통합함으로써 대학 교육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가 입학부터 졸업, 취업 지원 등 교육의 전 과정에 AI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AI-네이티브 대학’(AI-native universities)이라고 명명된 이 계획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AI 조교의 도움을 받아 학습과 진로 설계를 하고, 교수들은 수업별 맞춤형 AI 봇을 제공한다. 또 취업 지원센터는 면접 연습용 AI 채팅봇을 운영하고, 학생들은 시험 전 AI 음성 모드를 켜고 구술 퀴즈를 받을 수도 있다. 오픈AI의 교육 부문 부사장 레아 벨스키는 "과거 대학이 이메일 계정을 제공했듯이 미래에는 모든 학생이 개인 AI 계정을 갖게 될 것"이라며 "AI가 고등교육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AI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을 대상으로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기능과 맞춤형 챗봇 생성 기능이 포함된 ‘챗GPT 에듀’를 지난해부터 유료 판매 중이다. 챗GPT를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학생들을 겨냥해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직접적인 마케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초기에는 챗봇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최근에는 연구·작문·코딩 등 학습 전반에 AI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미 듀크대, 캘리포니아 주립대 등은 전교생에게 챗GPT 이용 권한을 제공하는 등 대학의 AI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오픈AI는 챗GPT가 대학 교육의 새로운 표준이 되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오픈AI는 졸업 후에도 학교에서 쓰던 AI 계정을 직장까지 가져가 평생 사용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용자의 대화 기록을 학습에 활용하는 ‘기억’ 기능을 통해 AI가 평생의 학습 및 경력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분야와 관련해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기술 대기업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미래 고객인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무료 프리미엄 AI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NYT는 이런 ‘대학의 AI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연구 및 작문 과제를 AI에 의존하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AI가 생성하는 거짓 정보(환각)가 학습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최근에는 로스쿨 교재를 학습한 AI 챗봇이 특허법 관련 질문에 중대한 법적 오류를 일으켰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구소련 국가이자 북유럽 발트해 연안에 자리한 인구 140만 명의 소국 에스토니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여러 분야의 1위 자리를 차지하며 교육 최강국으로 떠오르자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에스토니아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한 교육 정책을 통해 이룬 성과를 주목했다. 2022년 PISA에서 에스토니아는 수학과 과학, 창의적 사고 분야에서 유럽 1위를 기록했으며, 독해 분야에서는 아일랜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인구와 예산이 훨씬 많은 다른 선진국들을 제치고 이룬 성과의 배경으로는 에스토니아 교육 당국이 수십 년 동안 적극 펼친 디지털 포용 정책이 꼽힌다. 특히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반면, 에스토니아는 스마트폰을 학습 도구로 쓸 것을 적극 장려하며 각 학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12~13세 미만의 어린 학생들에 대해서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교육 포럼에 참석한 크리스티나 칼라스 에스토니아 교육연구부 장관은 "대부분의 학교는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수업 중에는 교사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과제나 활동을 수행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라스 장관은 "이러한 스마트폰 활용과 관련해 아직 어떠한 문제도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에스토니아 사회는 디지털 도구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에 훨씬 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에스토니아는 이전부터 교육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개방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때부터 전국의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반 시설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열풍에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학생들이 AI를 활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에스토니아 당국은 AI 학습 관련 가이드라인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스토니아 당국은 오는 9월 16∼17세 학생들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학생 5만8000명과 교사 5000여 명에게 AI 도구 접근권한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이와 관련한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성리학의 영향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뿌리내린 우리나라에서는 쉽사리 여학교를 설립하기 어려워 기독교 선교사들이 먼저 이 땅의 여성 교육을 시작했다. 1885년에 미국인 스크랜턴 여사가 의사이자 선교사에 임명된 아들 윌리엄 스크랜턴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 그녀는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는 “일본에서의 생활은 즐거우며 선교사들의 생활 조건도 훌륭하나, 나는 내 민족(한국인)에게 가서 그들 속에서 살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 그녀는 한국인 교육에 관심을 갖고 최초로 여성들에게 학교 교육을 시작했다. 1885년 학교를 설립하려 했으나 여성 교육을 기피하는 전통적인 관념과 서양인에 대한 배타성 때문에 학생 확보가 어려웠다. 1886년 5월 31일, 단 한 명의 여성이 첫 학생으로 입학했다. 한 명의 학생으로 시작하였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의 영문 교명에서 여성을 복수형이 아닌 단수형 Womans university를 사용하고 있다. 이후 학부모들의 관심과 스크랜턴 여사의 노력으로 이듬해 학생 수가 일곱 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명성황후가 ‘배꽃같이 순결하며 아름답고 향기로운 열매를 맺으라’는 뜻의 ‘이화학당(梨花學堂)’이라는 교명을 내려 오늘날의 이화학교가 됐다. 이때부터 서서히 여성 교육 기관이 생겨났는데, 순헌황귀비(영친왕의 어머니인 엄귀비)가 세운 진명학교와 숙명학교, 미국 선교사 애니 앨러스(Annie J. Ellers)가 세운 정신여학교, 미국 여성 선교사 조세핀 필 캠벨(Josephine Eaton Peel Campbell) 여사가 세운 배화학교가 대표적이다. 이때도 남자와 여자는 엄격히 분리되어 남녀 공학은 한 곳도 없었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여성교육 우리나라 여성은 신분과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유교 사상에 의해 피해를 받아 매우 차별적 교육을 받았다. 모든 결정이 남성에 의해 이루어져 여성은 부지런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며 남편과 아이들을 잘 봉양하면 됐고 삼종지도(三從之道)를 강요한 까닭에 여성 교육은 늘 뒷전이었다. 처음으로 여성 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학교를 세웠지만,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스크랜튼 여사. 그녀의 끈임없는 노력으로 여학생이 늘어나긴 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하여 남녀의 구별을 엄격히 하던 시절로 남자 선생님이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한문과 체육이 문제였다. 교실에 칸막이를 하거나 휘장을 치고 가르쳤다. 또, 기침과 같은 신호에 의해 학생들이 움직였다. 예를 들면 교실에 들어오기 전 ‘교실에 들어간다’는 신호로 기침을 하면 학생들이 얼굴을 책상이나 운동장 쪽을 바라보게 하고,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를 한다’는 신호로 기침을 하면 학생들은 칠판을 바라보며 수업을 받았다. 다시 한번 선생님이 기침을 하면 학생들이 얼굴을 돌렸고 선생님은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갔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 대면(對面)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교감이 없었다. 한국을 사랑한 스크랜턴 여사 스크랜턴 여사는 1905년 이후 이화학당 교장직을 후배인 룰프 푸라이 단장에게 물려준 후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권유에도 “조선 땅에서 죽겠다”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미국으로 가지 않고 평생 지방을 돌아다니며 선교를 했고 수원의 삼일소학당(현재의 매향중‧고)을 설립하는 등의 교육 활동을 펼쳤다. 1909년 10월 8일, 스크렌턴 여사는 25년 가까이 몸 바친 한국 땅에서 눈을 감았다. 평소 그녀가 입버릇처럼 ‘한국에 묻히고 싶다’고 했던 말에 따라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묻혔다.
저는 중1 딸을 둔 40대 중반의 중학교 교사입니다. 교사로서 점점 교육하기 힘들어지는 학생들을 보며 ‘내 아이는 바르게 잘 키워야지’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제 딸이 어릴 땐 제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 왔습니다. 학교에서도 늘 선생님들께 좋은 평가를 받았고 저 역시 교사로서 교사 마음을 잘 알기에 되도록 선생님께 무리한 연락을 하거나 부담드리지 않으려 신경도 많이 썼습니다. 남편은 일반 회사를 다니며 아이랑 놀아주거나 다른 걸 함께 해주고 교육은 주로 제가 맡아서 했어요. 저는 딸에게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거나 완벽해야 한다고 요구한 건 아니지만 제가 학교에서 늘 학생들을 접하다 보니 적어도 평균적인 중학생들 수준만큼은 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긴 합니다. 또는 적어도 저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 정도지요. 그래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늘 미리 행동거지를 고쳐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사춘기가 됐는지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아이와 갈등이 심해졌어요. 얼마 전엔 저보고 “엄마는 내가 그렇게 다 맘에 안드냐?”라고 소리를 질러서 정말 놀랐어요. 제 눈에야 예쁘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서 혹여라도 흠잡히는 일이 없도록 미리 주의를 준 것 뿐인데 말이죠. 어릴 때는 공부도 시키는 대로 잘 따라오더니 중학생이 되고는 제가 공부 이야기 밖에 안 한다고 불만을 쏟아내는데 저는 그저 기본만 잘 하라고 강조했던터라 답답합니다. 이러다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될까 걱정입니다. (사연자: 박선정(가명) 교사) 선생님의 사연을 읽으며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도 자녀를 잘 키우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해오신 선생님 입장에서는 정작 자녀가 중학생이 되니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 많이 당황스럽고 속도 상하실 것 같습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반적인 부모님들께서 자녀를 양육하실 때 막연한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자녀에게 잘할 것을 기대한다면, 교사인 부모님들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실 속 아이들의 ‘평균적인’ 수행 수준을 알고 계시다 보니 내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의 사연에서도 보면 특별히 높은 기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지만 ‘기본만큼은 해야한다’, ‘적어도 저런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말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자녀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거나 통제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엄마는 내가 그렇게 다 맘에 안드냐?”는 말은 단순한 사춘기의 짜증이라기 보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쌓아온 의문일 수 있습니다. ‘나는 엄마에게 늘 부족한 사람인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 말이죠. 아이가 어릴 때부터 미리 행동거지를 고쳐주려고 하셨다는 말씀과 밖에 나가서 혹여라도 흠 잡히는 일이 없도록 미리 주의를 주었다는 말씀 속에서 아이는 엄마에게서 인정받는 말보다는 늘 무언가를 더 고쳐야 한다거나 지금의 상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수 있습니다. 아동기는 관계지향적 시기 아이가 어릴 때 부모님을 잘 따랐던 이유는 자신의 주 양육자이자 태어나서 처음 만난 존재인 엄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본능적인 욕구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동기의 뇌는 기본적으로 관계지향적입니다. 진화적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했고 특히 아동기는 주 양육자와의 애착(attachment) 관계 안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이 시기 부모의 표정, 말투, 반응을 민감하게 읽고 이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조정합니다. 즉, 부모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내 행동에 어떤 피드백을 주는지가 아이의 신경망과 정서조절 체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관계적 피드백은 단순히 성격형성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발달과도 밀접하게 연결이 됩니다. 충동조절, 인지적 유연성, 감정조절, 자기통제력을 담당하는 뇌의 핵심 영역인 전전두엽은 안정된 관계 속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할 때 발달이 촉진되지만, 지속적으로 긴장, 통제, 평가 속에 놓이면 불안, 회피, 혹은 반항을 보일 수 있습니다. 즉, 아이가 어릴 때 선생님의 지시와 요구를 잘 따랐던 것은 본능적으로 ‘안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나서 처음 만난 엄마를 만족시키고 엄마에게서 인정을 받는 것은 아이에게 중요한 일이니까요. 감정표현이 폭발하는 사춘기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들의 뇌는 두 번째 폭발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뇌는 전전두엽 피질과 변연계(limbic system)간의 재조정이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특히 정서와 충동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성숙하는 속도가 전전두엽 피질보다 앞서기 때문에 이 시기 아이들은 감정적인 반응을 크게 보이고, 충동적이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게 됩니다. 동시에 정체성 탐색과 심리적 독립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부모와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게 됩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의 이런 변화가 지시에 대한 반항이나 이전과 다른 낯선 모습으로 여겨져 걱정도 되고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오히려 건강한 것으로 봅니다. 잘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사연을 보면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오셨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때로 관계란 불편함과 갈등을 경험하고 실수를 하며 그 과정을 잘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개인을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짧은 사연글에 다 담지 못한 선생님의 노력과 일상 속 경험들이 훨씬 많겠지만 그래도 조심스레 조언을 드려봅니다. ‘어떻게 하면 아무런 흠결없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것인가?’가 아닌 ‘우리 아이가 나와 건강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잘 살아나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인가?’라는 목표를 세워보시면 어떨까요?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봐야 높은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지만, 학교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만나면서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혹은 보였으면 좋은 행동,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 등과 같은 무의식적인 기준점 때문에 어쩌면 스스로도 모르게 모든 면에서 부족함 없는 아이로 키우려고 많은 것을 요구했을 수 있습니다. 공부나 성적, 친구 관계와 같은 주제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질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그동안 어떤 방식의 칭찬과 피드백을 줬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행동 수정을 위한 조건형 칭찬이 주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잘했어, 그런데 다음엔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 내지는 잘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이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한 피드백만 주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평가와 조건이 없는 인정, 존재 자체에 대한 칭찬과 피드백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는 너가 그냥 좋아”와 같은 말들 말이죠. 어쩌면 그동안 사랑을 많이 표현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붙는 말들과 사랑을 표현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그 조건을 충족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쏟으신 관심과 애정을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달해 보면 어떨까요? 중학교에서 많은 제자를 만나오면서 선생님 마음 안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을 잠시 내려놓고, 중요한 발달 시기에 놓인 아이와 새로운 관계 맺기를 해보실 때입니다. 자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되, 자녀의 실수를 미리 고쳐주기보다는 실수한 자녀가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옆에서 함께 있어 주는 그런 엄마 말이죠.
또 다시 못다 핀 꽃봉오리들이 싹둑 잘려 나갔다. 외면적으로는 스스로 꽃망울을 떨군 모양새지만 이는 그 꽃들을 관리하고 키워야 할 사회가 무참하게 조장한 것이다. 우리는 이를 ‘사회적 타살’이라 부르기도 한다. 안타깝고 불명예스럽게도 지금까지 우리는 거의 10여 년째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들이 꽃을 피우지도 못 한 채 떨구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그렇게 사라져 가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발만 동동 구르며 방관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저 너머 영원한 안식처에서는 고통 없이 행복하게 살아달라고 읍소해 왔다. “청소년 자살, 더 이상은 안 된다.” 아무리 외쳐도 새 날이 밝아오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소년의 죽음의 소식이 또 전해진다. 그런데 그 죽음의 배경에는 거의 비슷한 이유가 존재한다. 최근 부산에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고생 3명이 함께 숨진 이유 역시 학업 스트레스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입시와 학업 부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확실한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큰 압박감에 시달렸을 지를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5월 발표한 ‘2025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2023년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11.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위인 안전사고로 인한 청소년 사망자 수(3.2명)의 4배에 달해 2011년 이후 13년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매년 5만 명 안팎의 학교 밖 청소년들의 배출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청소년들은 학교를 떠나고 죽음을 선택하는 등의 극단적인 수단을 서슴지 않을까? 우리는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이 현행 교육 제도와 깊은 관계가 있으며 이는 과도한 경쟁 위주의 교육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는이번 사건을 청소년들이 처한 삶의 조건과, 학교·사회·국가가 함께 만들어 낸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굳이 전문적인 진단을 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우리 아이들과 그 친구들의 참담한 현실을 매일 눈으로 보고 있다. 학교 등교 시부터 우울한 표정은 거의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의 고민과 깊숙이 연계되어 있다. 늘 그렇듯이 결론은 한 마디다. 청소년 자살은 우리 교육의 치명적인 인과응보다. 더 이상 우리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사실 문제는 교육제도와 학교 현장의 모순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 전반의 문제이기에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정책으로 온전히 해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극도의 입시 경쟁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교육 제도와 학교 현장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사람의 목숨만큼 더 소중한 것이 또 있으랴? 그 소중함을 우리의 아이들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차라리 온갖 고통을 잊고자 하는 그들의 심정을 우리는 얼마나 역지사지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학교 현장은 ‘정서 위기의 아이들’이 구해달라고 모든 손짓, 발짓을 하며 SOS를 긴급하게 띄우고 있을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는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주변에 자신들의 정서적 상태를 호소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를 소위 생명의 ‘하인리히 법칙’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이 없을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진심어린 관심과 건강을 돌보는 시스템과 안전망의 강화를 취하고 있는가? 각 학교에서는 ‘위기 학생 관리 위원회’를 얼마나 진지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돌아보아야 한다. 이제는 근본적인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경쟁으로 한 줄 세우고, 성적으로 아이들을 차별하여 아직도 소위 ‘우수반’이란 명목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며, 학업 스트레스로 몰아 잠 못 이루는 아이들을 양산하며, 친구도 모두가 극복해야 할 경쟁자로 만드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완전 개혁하지 않으면 청소년의 죽음은 끊임없이 전해져 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매번 우리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반복하며 그저 가슴만을 쓸어내리기를 지속할 것인가? “사람이 우선이다.” 이는 지난 진보 정부가 내세웠던 구호다. 또 다시 사이클을 이루어 새 진보 정부가 들어섰다. 아무리 말로는 ‘꽃보다 아름답다’고 인간을 미화해도 그 꽃이 일찌감치 시들어버리는 현실에서 우리는 꽃의 존재마저 무시하고 무관심으로 방관할 수는 없다. 우리는 당장 경쟁을 협력과 연대로 바꾸어 모두가 성장하고 성공하는 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경쟁만을 신봉하는 이 사회의 기득권자들에게 더 이상 살인을 용인할 수 없다. 경쟁 없이도 잘 살고 강대국을 유지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많다. 가장 공정하다는 허울 좋은 경쟁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온갖 고민과 불행 나아가 자살의 단초를 제공하는 교육제도와 경쟁시스템을 혁명적으로 개혁할 때임을 하루라도 빨리 인식하여 궤도 수정을 할 수 있기를 고대할 뿐이다.
올해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려면 학교와 교사를 지원하는 제도적 보완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교육개혁을 위한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적성을 살리는 맞춤형 교육이라는 도입 취지대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를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부담이 대부분 학교에 전가돼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학교 밖 교육, 공동 교육과정, 온라인 교육과정 등 다양한 학습 형태를 인정하지만, 각기 다른 운영 주체, 시기, 평가 방식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학교는 행정적인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짚었다. 공동 교육과정의 경우, 인근 학교와의 협력과 자원 공유가 필수지만, 학교 간 여건이 달라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교육과정 또한 시스템 관리, 학습 관리, 평가의 공정성 확보 등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 부소장은 “새로운 평가 시스템, 복잡한 교육과정 운영 방식, 소외 학생 지원, 지역 사회 연계 등 모든 과제가 학교 현장의 몫으로만 주어지면서 학교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의 소진과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승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도 “지금의 교육 현장은 새로운 제도를 실행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이를 감당하느라 벅찬 상황에 놓여 있다”며 교원 수 부족으로 인한 수업 부담과 행정 지원 시스템 미비, 시간표 편성과 ‘최소 성취 수준 보장제도’의 한계 등을 예로 들었다. 장 위원장은 “교사의 헌신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할 것이 아니라 교사의 역량과 의지가 제도로 보장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학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교육부, 교육청 차원의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체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부족한 교원 수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학생 맞춤형 선택 교육과정 운영은 단위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 개설과 이동수업이 가능해야 하는데, 기존 정규 수업 시간표 중심의 교사 배치 방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며 “기존의 교원 수급 모델을 전면 재검토하고 학점제 운영 구조에 부합하는 교과별·학교 규모별·지역별 맞춤형 교원 배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부는 수행평가의 원래 취지에 맞는 운영, 학생 학습 부담 해소 차원에서 2학기부터 ‘과제형’·‘암기식’ 수행평가를 금지한다고 2일 밝혔다. 수행평가는 암기 위주 지필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고차원적 사고 능력의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1999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지나치게 많은 시행 횟수,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는 우선 모든 수행평가를 수업시간 내에 시행되도록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부모의 도움 등 외부 요인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과제형 수행평가’와 ‘과도한 준비가 필요한 암기식 수행평가’ 등 원칙에 벗어난 평가가 운영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7~8월 중 시·도교육청별로 학교 관리자와 평가 담당자를 대상으로 수행평가의 도입 취지, 평가 운영 관련 규정과 유의 사항 등도안내할 예정이다. 또한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수행평가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과 개선 요구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지침까지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천홍 책임교육정책관은 “수행평가는 단순한 시험을 넘어서 학생의 성장과 변화를 지원하는 교육의 중요한 과정”이라며 “학교가 수업과 평가의 본래 목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제도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의 방학친구 'EBS 초등 여름방학생활(이하 방학생활)'이 돌아왔다. 흥미로운 만화와 즐거운 체험활동, 그리고 필수 교과 문제가 즐겁고도 알찬 방학으로 안내한다. 교육과정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 방학생활은 30년 가까이 교육 현장에서 사랑받아 온 대표적인 방학 교육 콘텐츠다. 교재 누적 판매량이 약 1600만 부에 이르고, 매년 수십만 명의 초등학생이 방송을 시청한다. 지난해부터는 학년 수준을 고려해 1~4학년까지만 발행하고, 고학년이나 주제별 심화 탐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을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과거에는 주로 방학 숙제로 쓰였는데, 최근에는 늘봄(돌봄), 방과 후 프로그램과 지역 아동센터 등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방학생활은 현직 교사들이 직접 고른 필수 지식을 만화로 소개하고, 실험, 만들기,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체득하는 구성이다. 또한 강의마다 교과 연계 문제를 수록해 꼭 기억해야 할 1학기 필수 교과 지식을 점검하도록 했다. 만화로 소개한 내용을 문제에 적용해 퀴즈를 풀듯이 재미있게 교과 내용을 복습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강의는 1~4학년별 10강으로 이뤄져 있다. 1~2학년은 주로 무더운 여름을 나는 지혜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용품, 대중교통 등 생활상식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전면 개정된 3~4학년은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기가 작동하는 과학 원리와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 등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특히 4학년에서는 요즘 관심이 높은 인공지능과 경제에 대한 기초 지식을 소개한다. 영상 강의는 EBS 2TV(7. 17.~8. 15. 매주 목, 금)와 EBS 플러스2(7. 14.~8. 12. 매주 월, 화)에서 각각 주2회, 5주간 방영된다. 모든 강의는 EBS 초등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주제별 심화 탐구에 초점을 맞춘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 시리즈(전 12권) 영상 강의도 여름방학 동안 EBS 2TV와 EBS 플러스2에서 방영된다.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하는 이선희 교사의 재치 있는 진행을 따라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 융합 교육형 콘텐츠다. 기초적인 내용부터 차근차근 쉽게 설명하므로 저학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경기 능원초(교장 김은희)는 최근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큐비코 놀이 코딩 수업'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미래 핵심 역량을 기르는 데 앞장섰다. 김아영 담당교사가주도한 이번 수업은 경기도교육청 지정 체험학습장인 늘봄초 미래체험학습장과 연계하여 놀이형 코딩 도구인 ‘큐비코’를 활용해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프로그래밍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 수업은 학생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이라는 학교의 특색 활동 일환으로, 학생들이 직접 코딩 큐브를조작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창의력과 협업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은 학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으며, "재미있게 놀면서 코딩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에도 꼭 하고 싶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김아영 담당교사는 “아이들이 코딩을 어렵게 느끼지 않고 놀이처럼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직접 움직이고 생각하며 체득하는 학습이야말로 진짜 배움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창의적인 AI·코딩 교육을 이어가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참여한 3학년학생은 “큐비코를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코딩을 통해 캐릭터를움직이며 미션을 해결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내가 만든 명령대로 캐릭터가움직일 때 정말 뿌듯했어요!”라며 코딩 수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은희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미래 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 디지털 소양이 필수"라며, "앞으로도 코딩 및 인공지능(AI) 활용 수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능원초는 앞으로도 학생 중심의 체험형 미래교육을 강화하여, 학교만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중등간호교육학회는 “최근 일부 시·도교육청이 직업계고 간호과 학생들의 의료기관 현장실습에 대한 예산 집행을 제한하고 있어 학교 현장에 큰 혼란과 교육적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의적 해석을 즉각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간호과 의료기관 실습이 ‘직업계고 현장실습’의 정당한 범주임에도 일부 시·도의 잘못된 해석으로 학생 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따라 모든 학년에 걸쳐 운영되는 간호과 실습에 대해 공정하게 운영비를 배정하고, 건강검진비·예방접종비·상해보험비 등 학생 안전과 직접 관련된 항목도 반드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2025년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공통 매뉴얼’에 따르면 연계교육형 현장실습은 교육기관 및 의료기관 등에서 전공 관련 실무를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다. 간호조무사 국가자격 취득을 위한 임상실습이 그 정의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일부 시·도가 산업체 채용형 실습만을 ‘현장실습’으로 간주하고 1·2학년 의료기관 실습에 예산 집행을 제한하는 것은 매뉴얼의 취지에 반하는 자의적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의료기관 실습 시 요구되는 건강검진비, 예방접종비, 상해보험비 등이 공통 매뉴얼에서도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됐음에도 제한되고 있는 항목으로 꼽았다. 이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예방과 실습생 안전 확보 차원에서 만들어진 보건안전 예산이다. 학회는 “예산의 차별적 집행은 학생 건강권과 교육권을 침해한다”면서 “더 나아가 간호교육의 질적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의료기관 실습이 직업계고 현장실습에 해당함을 명확히 공표해야 한다”며 “일부 실습이 현장실습의 범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체적 예산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간호과는 보건복지부 타법 적용에 따라 자격 취득 이후에야 취업이 가능한 구조이기에 단기 취업률 중심의 예산 차별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간호인력 양성 정상화를 위해 예산 차별에 대한 공정 집행과 제도 개선과 공정 집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국 초·중·고 건축물 10개 중 4개 이상이 건립 30년 이상 지난 노후 건축물로 확인됐다고 최근 밝혔다. 김 의원은 사실상 절반 가까이 되는 노후 건축물 관리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밀한 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초·중·고 학교 건축물 현황’(2025년 2월 기준)에 따르면 30년 이상 지난 노후 건축물이 5만9994개 중 2만6076개로 43.5%에 달한다. 시·도별 비율은 서울이 56%(3271동)로 가장 높고 세종이 6%(50동)으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세종의 경우 지난 2012년 출범해 대부분 신축 건물이라는 점에서 타 시·도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실제 이를 제외한 최저 지역은 19%(475동)인 대전으로 세종과 차이가 크다. 문제는 이 결과가 거의 외주를 거쳐 점검 결과만 받은 수치라는 것이다. 조사 결과 서울을 제외한 다수의 시도교육청은 점검 결과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점검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 데이터는 거의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교육시설법) 제13조는 학교시설에 대해 연 2회 이상 안전점검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는 주요 구조물과 전기·냉난방·환기 등 핵심 설비의 점검 업무 대부분이 외주 의존으로 이뤄지고 있다. IoT, AI 등으로의 체계 전환을 통해 더욱 정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제는 IoT 기술과 AI 분석을 통해 점검 과정의 중간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더욱 정밀하게 배분해 시설 교체의 우선순위까지 과학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시대”라며 “교육부는 IoT 기반 학교시설 관리 방식의 효과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전국적 도입·확산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해 교육 불평등 해소, 지역 대학 수준 상향, 사교육비 경감 등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30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처음 출근하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해당 공약은 수도권 중심의 교육 불균형 해소, 지역 대학에서 서울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단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후보자는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이 공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거점국립대 총장을 지낸 만큼 국공립대 위주의 투자를 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거점국립대뿐만 아니라 국가중심대학이나 지역에 있는 사립대와 동반 성장하겠다는 구조로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며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방법론을 세우고 만들어가야 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사교육 경감 문제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공교육의 신뢰도 향상,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을 통해 입시경쟁을 약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초대 교육수장 후보자로의 지명에 대해서는 “교육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 실현의 뜻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었던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해서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AIDT의 교육적·정책적 효과라는 게 있는 만큼 이런 것들을 높일 방안을 놓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 등록금 인상, 의대교육 정상화 등과 관련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고등교육 분야에서 줄곧 몸담아온 만큼 유·초·중등 분야는 물론 교육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해당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듣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총 관계자는 “정부와 유·초·중등 현장과의 괴리가 우려되고 있다”며 “교육 현장은 물론 교원단체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의견을 적극수렴한 후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26일제39회 세계마약퇴치의 날. 이날은 국제연합(UN)이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오남용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87년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지정한 날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기념식을 개최했고, 2017년 법정기념일로 승격됐다. 대부분의 국민이 무관심으로 보낸 이날, 경기교육에 몸담았던 전직 교원이 모란역(8호선 수인분당선) 5번 출구에 모여 마약과의 전쟁 캠페인을 벌이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기교육의 문제와 이에 따른 해결방안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경기도 초·중·고 교장에게 직접 호소했다. 모임 주관자는 퇴직교원인 경기교육삼락회(회장 김유성전 죽전고 교장), 마약중독예방교육연구회(회장 강인수 전 수원대 부총장) 소속 회원이다. 이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 모란역 일대와 시장에서 마약중독예방 현수막을 펼쳐들고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거리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이날은 한걸음 더 나아가 현 경기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파헤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이 바라보는 긴급 경기교육의 큰 문제는 4가지다. 최근 많이 발생하는 학교폭력, 스승폭행, 도로교통법 8조 우측통행 준법정신, 10대까지 퍼진 마약 사건. 지난 5월 30일 경기도 모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체육 수업중 교사를 야구방망이로 여러 차례 폭행 갈비뼈가 부러졌고, 머리를 가격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서둘러 보완책 만들겠다”며 “앞으로의 장학은 교육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를 접한 경기교육삼락회와 마약중독예방교육연구회원은 전직교원으로서 안타까운 마음과 책임감을 가지고 비서실과 학교교육정책과를 통해 교육감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학교폭력, 스승폭력, 마약 중독, 우측통행 준법정신 교육 등 경기교육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전달하고자 하였으나 면담이 불발되어 관련 자료만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두 단체는 현행 경기교육 현안과제로 부상한 4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침 10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장에게 직접 전달하고 실천을 호소하고자 오늘 모임을 갖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5∼6월 경기도 산하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은 교육자들에게는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이다. 예컨대 5월 30일 수원 ○○중학교에서 학생의 체육 수업중 교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사건, 5월 27일 의왕시 A초교 3학년 B군이 수업 도중 담임 C씨를 무릎과 손, 발목, 주먹과 발로 때리고 이를 제지하자 손을 꼬집고 할퀴는 등 폭력 사건, 수원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초등학생들의 1000만 원(3개월간 수십 회) 가량절도 사건 등. 더욱이 초등학생들이 아동혁신당을 만들어 교사 몰아내기 방법으로 교사 화 돋우기, 증거자료로 교사 말 녹음하기, 해당 교사 내쫒기 역할 분담을 하는 조직적 모임이 발각되기도 하였다. 최근 6년간 학생·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1249건에 달한다는 통계치가 있다. 이런 '교권 침해 및 과도한 민원'으로 이직, 사직 고민하는 교사가 증가하고 있고 의정부 2명의 초등교사 자살 사건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들이 학교장에게 알리려는 개선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학교에서의 지속적이고 실천적인 학생 , 학부모, 교직원 예방교육. 둘째, 담임교사의 아침 10분 훈화교육과 교훈, 급훈 실천, 우수사례 발굴 실천 홍보. 셋째, 4대과제 학생 봉사활동, 글짓기, 웅변, 현수막, 그리기 등 대회 개최. 넷째, 국민정신 9대덕목, 인성교육 8대 덕목 생활 속 실천 교육. 다섯째, 학생 학부모 교직원 인성교육 공동 실천 의지 활동 등을 제시했다. 오늘 모임을 이끈 전근배(전 경기도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회원은 경기교육의 4대과제 해결방안으로 ‘아침 10분 인성교육 프로그램 실천’을 제안했다. 즉, 학교 실정에 맞게 등교시간을 조정해 아침 10분 인성교육 시간을 확보하자는 것. 1차로 (학년)담임교사가 사건 사고 중심의 현실적인 교육자료를 개발하여 전직원 대상으로 연수를 하고 2차로 그 자료를 바탕으로 담임교사가 매일 지속적으로 학생교육을 하자고 제안한다. 4대 과제 사건 사고의 기사자료를 6하 원칙으로 분석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사항을 교육하자고 강조한다. 교육을 통한 해결방안 제시다. 전근배 회원은 “교장은 4대과제의 사건 사고 예방교육을 교직원, 학부모, 학생 대상으로 하되 사건 결과처리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4대 과제 관련 사건 사고 기사가 나오면 즉시 교육자료를 만들어 교육하고 홈페이지 가정통신문, 현수막 설치와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육청에서는 4대 과제별 발생 건수, 요인을 분석하여 예방책으로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매년 학기별 사건 사고 현황을 조사하여 모범적인 학교와 지원 대상교 정보를 공개해 사고 발생 0%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모범교의 우수사례를 발굴 표창해 우수사례가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이 활동하는 마약중독예방교육연구회는 경기도교육삼락회와 연대해 함께 행동하고 있다. 2022년 10월 21일 정부에서 마약과의 전쟁 선포 후 이듬해 2월부터 마약과의 전쟁 전투병 교관으로 전투무기(교육자료) 개발팀, 전투병 교관 강사팀을 조직하여 마약 전투무기를 개발하여 자율 연수와 개발된 교육자료를 가족, 지인, 인근 학교장, 교육장, 연수원장에게 제공했다. 성남 모란역, 안양 범계역, 수원역과 인근 시장을 돌며 캠페인을 전개해온퇴직대학 부총장, 부교육감, 교육장, 교장들로 구성된 국민스승 운동 추진 단체다. 이 단체는 마약전쟁 전투무기(교육자료) PPT 자료(230여 컷)와 교육자료(73페이지) 책자를 개발하여 경로당, 노인대학, 교회, 교육청을 다니며 강의와 함께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 교장은 교무 총괄과 민원처리 책임, 교직원 지도 감독과 학생 교육의 업무를 담당한다.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는 것으로 임무가 구분된다. 일반인들이 인지하고 있는 교직원은 위 세 부류다. 그러나 같은 법 제19조에 ‘수석교사’의 명칭이 명백하게 있다. 제20조에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업 변화는 시스템이 중심 현재 학교 현장은 다양한 교육 내외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창의력, 협업, 소통, 자기관리 등), 개별 맞춤형 교육(AI 기반 학습, 학습자 중심 수업), 디지털 전환 가속화(스마트기기, 온라인 콘텐츠의 일상화)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교육청과 연구학교에서 성공 사례를 발표하지만, 지침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이 대부분이다.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살펴보면 전문학습 공동체 중심 활동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업무 담당자의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다수다. 개인 능력을 발휘한 결과물과 시스템에 기반을 둔 변화는 양적, 질적 차원에서 효과가 다르다. 학교에는 민원을 담당하고 교원 인사와 각종 교무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현상 유지에 필요한 조직이며 미래 교육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즉, 수업 혁신 실천, 신규 교사와 중견 교사의 전문성 개발, 교육과정 및 평가의 혁신 주도, 디지털 기반 교수 전략 연구·확산을 통한 미래 역량 중심의 교육환경을 설계할 수 있는 멘토 교사가 학교 현장에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현재 전국의 수석교사는 918명(초등 491명, 중등 427명)으로 학교 대비 4.4%다. 교원 기준 수석교사는 0.27%에 불과하고 중등학교 교원 기준 비율은 0.3%다. 게다가 신규 임용 수석교사는 급감하고 있다. 미래 교육을 준비할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수석교사의 현실이다. 일부는 학생 감소에 따라 교원을 지속적으로 감축해야 하는데 수석교사제도가 활성화되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2013년 이전 수석교사 배치기준에 따르면 약 9000명의 수석교사가 필요하다. 물론 한꺼번에 수석교사 정원이 확대되면 좋겠지만 서서히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다면 예산에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수석교사는 동료 교원 평균 50% 수업을 해야만 한다. 실제 예산 부담은 더 감소한다. 미래교육 위한 멘토 절실해 예산의 우려와 함께 수석교사제가 활성화되면 또 다른 관리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수석교사는 현재 교장, 교감과 같은 승진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매년 실시되는 업적 평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4년마다 재임용 절차를 걸쳐야만 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재임용을 받지 못하는 수석교사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자동 승진 시스템이 절대 아니다. 수석교사가 절대 또 다른 관료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실제 교실 현장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래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에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석교사제도의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교원 연구대회는 학교 현장의 실천적 지혜를 나누고,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는 교사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나누는 교직 전문성 발휘의 장이다. 수상 여부를 떠나, 연구 과정에서의 성찰과 동료 교사들과의 소통은 그 자체로 값진 경험이자 전문성의 성장을 가져온다. 연구자 스스로 윤리의식 갖춰야 그러나 최근 안타깝게도 일부 작품에서 표절, 무단 인용, 연구윤리 미준수 등의 문제가 지적되며 연구대회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 한 지역에서 수십 건의 교원 연구대회 표절 사례가 확인돼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교육청에서는 표절 검사 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행 중이다. 실제 세종교육청은 2024년부터 모든 교직원에게 전용 표절검사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해 자가 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연구정보원도 2025년 ‘교원 연구윤리 길라잡이’에서 제출보고서의 표절 검사 절차를 명문화하기도 했다. 연구대회는 성장의 장이기도 하지만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수상 실적이 인사 자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이익을 얻기도 한다. 따라서 타인의 연구를 모방해서 연구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타인의 지식을 도용해서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는 범죄와 다름없다. 최근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지식재산권의 경우, 이를 침해했을 시 민·형사상 처벌 및 행정제재를 받기도 하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법률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사들이 올바른 연구 윤리의식을 갖추도록 돕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연구란 단지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한 성찰과 성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원 연수, 연구대회 안내, 사전 설명회 등에서 연구윤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과 사례 중심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주관처의 철저한 심사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 단순히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선정하는 것을 넘어, 제출된 연구가 독창성과 진정성을 갖추었는지, 표절 여부는 없는지에 대한 다층적 검토가 필수다. 이를 위해 표절 검증 시스템의 고도화, 외부 전문가의 참여 확대, 심사 기준의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연구자가 노력한 만큼, 심사 역시 공정하고 엄정해야만 한다. 주관처는 이를 간과하면 자칫 교원 연구대회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꼼꼼하게 심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철저한 심사 시스템 구축 필요 교원 연구대회는 교사 개인의 성장을 넘어, 교육 공동체 전체의 역량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윤리'가 기본이어야 한다.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정직과 성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우리 스스로 그 기준에 부합하는 연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연구대회, 그리고 신뢰받는 교사상을 위해 지금이 윤리의식 고취를 위한 전환점이 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