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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19일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기반한 교육정책 개선 방안 탐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교육관련 전문가 및 실무자들이 참석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및 TIMSS) 결과를 기반으로 국제적 수준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세미나에서는 차성현 한국교육개발원 박사가 ‘수월성 교육의 세계적 동향과 한국 교육의 과제’를 주제발표했고, 임효진 고려대 박사가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과에 대한 흥미, 자신감, 가치분석’에 대해 발제했다.
변창률 사립학교교직원연급공단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실시한 ‘ARS서비스 이행실태 점검 및 평가’에서 ‘매우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10월17일부터 12월5일까지 콜센터를 운영하는 행정기관,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 305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지난 19일, 후보자 매수죄로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의 유죄판결을 받고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출감, 직무에 복귀했다. 곽 교육감은 직무복귀 첫날 "차분하고 꿋꿋한 마음으로 교육감 업무에 복귀합니다"라고 밝히고, 인터넷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등장해 “절대 쫄지 않고 반드시 이기겠습니다”라고 공언했다. 그토록 본인과 변호인들이 입을 모아 공판중심주의의 전형을 보였다며 1심 재판과정을 칭송했던 것도 부정한 채 무죄 주장을 되뇌고 있다.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정신을 존중하더라도 도덕성과 권위를 상실한 교육감의 당당함이 오히려 교육현장을 황당케 한다. 1심 재판부는 일반인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인 2억원을 선의(善意)로 후보 단일화 대상에게 전달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는 2억을 전달받은 박 모 교수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을 선고한 것에 비해 형량상 형평성을 상실하고, 대다수 국민의 법 감정을 외면한 판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비판은 이번 판결로 추후 공직선거에서 사전·사후 후보매수의 악용사례가 될 수 있고, 우리 사회와 교육현장에 근절되어야 부정부패가 선의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용인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여하간 곽 교육감은 교육감직 상실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로 교육수장으로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도덕성’과 ‘권위’를 상실했다. 교원과 국가공무원은 품위 유지와 청렴, 성실의 의무를 지닌다. 어느 분야보다 교직이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이유는 바로 학생교육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도 후보시절 “교육계의 부패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고, 교육감 취임 이후 교육 비리에 대해 선의든 악의든 단호한 잣대를 들이대 징계처분을 한 사실을 비추어볼 때, 직무복귀는 스스로 모순의 짐을 떠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곽 교육감은 교육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심하고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학생인권조례의 재의를 철회하고 공포한 것은 몽니라 아니할 수 없다. 교총의 헌법소원 추진과 교과부의 대법원 제소로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겠지만, 서울교육을 대화와 타협이 아닌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간 것은 두고두고 교육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열린 교사임용방식에 대한 공청회 이후 임용제도 방식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임용고사제도에서는 1차 시험으로 객관식 교육학을 치르고 있는데, 그 문제점이 크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고 교직과목을 상대평가해 이수기준을 강화하고 3차 시험인 심층면접에서 교육학을 다루자는 것이 대체적인 내용이다. 현행, 객관식 교육학 시험제도의 문제점은 교직 선호현상으로 인한 높은 임용고사 경쟁률이라는 맥락에서 심화되고 있다. 과열된 임용고사 경쟁으로 말미암아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으로 내몰림으로써 교직과목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게 되고, 교직담당 교원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객관식 시험 대비를 위한 강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교직과정 운영의 왜곡과 더불어, 객관식 시험 대비를 위한 암기식·반복식 시험 준비는 과연 교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가라는 시험의 타당성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니다. 즉 암기 위주 시험을 통한 인재 선발 문제는 옛날부터 있어왔다. 이른바 과거시험과 관련한 위인지학과 위기지학의 논쟁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옛 선조들도 시험 대비를 위한 공부의 폐단을 막고자 시험방식의 개선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임용시험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인재선발의 경우에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현행 교육학 객관식 시험은 교직에 대한 높은 선호와 경쟁 속에서 객관성과 신뢰성은 높여주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타당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교직과정 이수기준 강화와 심층면접을 통해 타당성 있는 교원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방향으로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타당성을 높이고 신뢰성까지 높인다는 점에서 최상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드러난 결과를 고려한다면 교직이수가 자질 있는 교원을 담보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풍선효과에 의해 교원선발 기준이 객관식 시험에서 교직이수 강화로 이동할 경우, 교직이수를 위한 과열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자칫 최상책을 도모하려다 객관성과 신뢰성까지 잃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임용고사 제도를 둘러싼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되려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 즉, 선발인원은 적다는 점이다. 많은 수요는 과열경쟁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배점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학 점수가 중요해진 것이다. 그동안 교육학 출제기준의 하나는 정상적으로 교직과정을 이수하면 합격가능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합격을 위해서는 그 이상의 점수를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학원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정정원수를 확보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아울러, 교원양성기관 평가를 통해 교원자격증 수를 단계적으로 줄여서 수요를 줄여 나가는 한편, 교원양성기관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줄이고 교원양성과정의 질을 제고해야만 교원양성과정과 임용과정이 제대로 연계되는 바람직한 교원임용시험제도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왜곡된 시험 준비의 폐단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일정한 최소기준을 충족하면 합격하는 패스 페일(pass/fail) 방식으로 전환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교직과정 이수만으로도 합격이 가능해 시험에 대한 수험자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고 교직과목 운영의 정상화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방학 중이지만 학교는 신입생 맞이 준비에 바쁘다. 교문에 환영 현수막도 걸어야 한다. 작년까지 쓰던 현수막을 보았다. 현수막 좌우에 '환영' 글자가 있고 내용은 '율전중학교 배정을 축하합니다'이다. '이것을 그냥 재활용해?' 펼쳐보니 '아니다'다. 우선 글자체가 유치하고 디자인에서 수준이 떨어진다. 게다가 두 곳에 곰팡이까지 피어났다. 이번 기회에 바꾸자. 어떻게? 구태의연하게 다른 학교에서 늘 쓰는 '본교 배정을 환영합니다'가 아니다. 맨 위에는 학교 교육지표 '변화와 창의를 선도하는 학교 입학!'을 넣고 본문은 "이제, 율전중학교는 모교입니다"다. 그럼 게시자는 누구? 학교 교육공동체다. 바로 교직원, 재학생, 학부모, 졸업생이다. 오전, 제작업체에 문구를 알려주고 디자인 의뢰를 하니 오후에 4종이 나왔다. 그 중 하나를 택일하고 글자 색깔, 글자 포인트를 조절을 부탁한다. 이렇게 해서 교문에 신입생 배정 환영 현수막이 게시되는 것이다. 현수막이 게시되는 교문을 확인하니교문 기둥, 배수로, 낙서 등보수할 것이 보인다.행정실장과 주무관이 보수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실행을 당부한다. 현장 확인이 이래서 중요한 것이다. 내일 등교하는 312명의 예비신입생들! 우리 학교에 배정받은 것을 환영한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모교 의식이다.출발하면서부터 '우리'라는 모교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이 세상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교육계와 교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강행함에 따라 한국교총이 즉각 헌법소원에 나서기로 했다. 교총은 26일 “유죄판결을 통해 도덕성과 권위를 상실한 곽노현 교육감이 교육계 안팎으로 찬반 논쟁이 심하고, 학생·학부모·교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것은 서울교육을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총은 “서울·경기·광주지역을 대상으로 ‘학생인권조례 헌법소원 청구인’을 공개 모집해 헌법소원 절차에 즉각 착수하고, 학부모·시민단체와 함께 서울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따른 서울 시내 학교의 학칙 제·개정 반대운동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통해 학생인권조례의 부당성을 판단 받고 정부, 교육감, 학교의 권한과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조례 제정 때부터 찬반논란이 뜨거웠던 서울학생인권조례는 공포와 시행을 두고 시교육청과 교과부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이고 있다. 후보 매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직무가 정지됐던 곽 교육감은 1심판결에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아 직무에 복귀한 첫날인 20일 이대영 부교육감이 권한대행 자격으로 서울시의회에 요청한 학생인권조례 재의(再議)요구를 철회했다. 이어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보(제3090호)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조례 공포를 강행했다. 공포 효력을 갖는 관보에 실림으로써 학생인권조례는 이날부터 즉시 효력이 생겼다. 시교육청은 “3월 새 학기에 인권조례를 시행하되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제도 정비를 통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일선 학교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행규칙, 설명자료, 매뉴얼 등을 제작해 학교에 보급하고 인권 친화적 학생생활지도 방안을 담은 ‘학교생활교육 혁신추진계획’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의 조례 공포 강행에 인권조례를 반대해온 교과부는 26일 오전 대법원에 ‘조례 무효 확인소송’을 청구하는 동시에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조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하는 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사상 초유의 이번 소송 청구는 곽 교육감이 재의요구를 철회한 20일 교과부가 다시 재의 요구를 하도록 요청했음에도 시교육청이 이를 준수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교과부는 “곽 교육감이 교과부의 재의요구 요청을 거부하고 조례를 공포한 것은 법률에서 부여한 교과부 장관의 재의요구 요청권을 침탈하는 것”이라며 “향후에도 이러한 행위를 통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자치단체장이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생인권조례는 학교규칙을 일률적으로 규제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보장하는 학교의 자율성 및 학교 구성원의 학칙제정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조례로 제정돼 교원들의 교육활동에 혼선을 초래하고 현저히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교과부는 향후 곽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발하거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추가적인 법률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양측의 공방은 더욱더 가열될 전망이다.
19일 서울 우면동 교총회관 다산홀에서 열린 ‘학교폭력 극복 사례 및 대안 모색 현장토론회’(주최 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참석자들은 “정부당국의 탁상공론식 대책이 학교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강화하고 학교상담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쏟아진 말들을 정리했다. “강제 전학시켜면 다른 학교는 어쩌란 말이냐 교사가 끝까지 끌어안을 수 있도록 권한 달라” “Wee클래스 만들라고 돈은 주고 상담교사는 돈 없다 배정 안하고” • 유병렬 서울교대 교육대학원장(사회자)=교사와 학생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학교에 CCTV를 설치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많이 서글펐는데, 오늘 이 자리는 선생님들이 중심이 되는 자리라 큰 기대를 갖고 참석했다. • 구교정 교사=여교사에게 욕설을 하는 중학교 여학생이 있었다. 교사가 할 수 있는 징계라고는 봉사활동 밖에 없으니 학생이 겁내지 않고 계속 욕을 하더라. • 남정권 교사=교과부에서 또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우편료만 20억 원이 들어간다는데 실효성 없는 조사에 자꾸 예산 낭비하지 말고 학부모교육이나 교사 충원에 투자해야 한다. • 문도근 교사=강제전학하면 다른 학교는 어쩌란 말이냐. 실효성이 낮고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다. 아무리 문제가 많은 학생이더라도 교사가 사명감으로 끝까지 끌어안고 가야 한다. • 심금순 교감=학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보호해야 한다. • 이한배 교사=학교폭력 사건이 터져 학부모를 만날 때는 반드시 정장을 갖춰 입고, 변호사와 의사의 소견이 담긴 자료를 제시해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렇게 하면 학부모들의 태도가 협조적으로 바뀌더라. • 전상훈 교사=미국은 체벌을 하지 않지만 대신 규칙을 어기면 바로 규제가 들어가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다. 우리도 전국단위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 • 홍대우 한국전문상담교사회장=교과부에서 전문상담사를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단기 교육으로 양산돼 계약직으로 배치된 상담사들이 심도 있는 상담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 김용준 교사=도덕·윤리과목은 집중이수에서 제외해 매학기 배우도록 하고, 학부모와 교사, 유관기관의 지원을 받는 건전한 학생모임을 만들어 불량 학생을 견제하자. • 성나경 전문상담교사=가해·피해학생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종합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 • 문경구 교사=얼마 전 위클래스 구축 명목으로 지원금 2000만원이 나와 교실을 만들었는데 상담교사는 배정해주지 않아 빈교실로 남아 있다. • 신동영 전국초등학교스포츠강사연합회장=일부 초등학교의 경우 1년 내내 거의 운동장에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몰매 맞을지 모르지만 남교사 할당제 필요하다. • 김갑철 한국교총 초등교사회장=최근 자주 거론되는 가해자 신고중심 대책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 그보다는 심도 있는 생활지도가 이뤄지도록 학급당 인원을 줄이고 교사의 생활 지도권을 강화해야 한다. •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학교폭력 문제의 1차적 관계자는 교사와 학생인데 멀리 떨어져 있는 행정기관들이 해결사인양 나서고 있다.
20일 밤 8시50분부터 12시까지 진행된 EBS 특별생방송 '학교폭력 비상대책 대토론'에서는 이상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비롯해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문용린 서울대 교수,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소장,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이 출연해 학교폭력의 원인을 짚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들을 내놓았다. 패널들은 학교폭력이 학교 내에서 은폐되거나 축소되는 경향에 대해 공감하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전담기구 등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보완에 힘써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근본 원인에 대한 생각이 다른 만큼 대책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쟁점 사항을 정리했다. 표 참조 ▷ 전문상담교사 확충=임해규 의원은 “전국 1만2천여 학교 중에 전문상담교사 혹은 상담사가 배치돼 있는 학교는 불과 2500곳에 불과하고 상당수의 상담사는 계약직 형태로 불안정하게 근무하고 있다”며 “전문상담사의 확고한 지위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춘진 의원은 “상담교사를 확대하되 지역별, 학급별, 특성별 성격에따라 맞춤형 상담교사를 배치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현실을 들여다보면 상담교사들이 진로상담이나 성격검사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고 공문처리 등 잡무들이 산적해 제대로 된 상담이 어려운 환경”이라며 “잡무경감이 전제되어야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용린 교수는 “피해학생 뿐 아니라 방관하는 학생들의 의식 개선이 절실하다”며 “아이들의 교육과 상담활동이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전문성 있는 민간단체의 상시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가해학생 처벌=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장은 “학부모의 눈먼 사랑과 교사들의 온정주의식 처벌이 가해학생의 폭력행위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가해학생 처벌 수위 강화와 학부모 연대책임은 물론 교사들도 적법한 처벌을 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소장은 “신고, 처벌 위주로 가해자에 초점을 맞춘 접근방식은 결코 학교폭력 피해를 줄일 수 없다”며 “실제 폭력사례가 줄어든 노르웨이, 스웨덴의 예를 들며 피해자, 방관자에게 초점을 맞춰 보살핌 기능을 우선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학교폭력은 학교 내부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잘라 말하며 “형사처벌 등 제도개선 논의에 앞서 학생 간의 폭력 양상을 가장 잘 아는 학교와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개발원과 중앙일보는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학교폭력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교육포럼을 개최했다. 학교폭력 근절의 실질적 대안 모색을 위해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국어·도덕·사회 등 교과에 학교폭력 관련 프로젝트 수업을 포함시키고 중학교 체육시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지덕체(智德體)'의 균형을 되찾아 2차 성징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건강한 발산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올 한해는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학칙을 제정하고 지키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며 “1학기는 합의된 꼼꼼한 규칙을 정하고 2학기엔 서약을 통해 학칙을 지키는 학교풍토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학교 메커니즘에 대한 몰이해의 대표적 사례인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과 학교폭력의 대표적 원인”이라며 “담임‧부담임제 연계를 통해 교원의 권한과 책무성을 높여 생활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폭력예방교육 강의식 집합연수 효과 없어 사례 중심 자료보급, 강사 역량 차 줄여야 김태완=학교폭력이 초등까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여학생 폭력도 늘었다. 사이버폭력, 심부름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예방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유진영=우리 학교는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언어폭력, 갈취 등이 많다. 인성교육 부재가 원인인 것 같다. 예방교육 하지만 강의 위주다. 정말 들어야 할 친구들은 장난만 친다. 집합교육은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방명환=실효성 있는 예방 연수가 안 된다. 강사의 역량도 차이가 크다. 시간도 많아야 2시간이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심각성을 모른다. 모르니까 장난인지 판단도 안 된다. 장난이니까 부추기기도 한다. 신미현=말씀하신 대로다. 사례 중심의 PPT자료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주호=신 소장님 자료를 공유해 연수 수준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 교총도 협력해 달라. 안양옥=치료와 예방적 접근 포함한 교육해야 한다. ‘내 탓이오’ 운동도 필요하다. 대통령도, 정치권도, 교육감도 반성적 접근해야한다.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담당자가 없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모두 다 자성해야 한다. 교총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 교과 특성 살린 폭력관련 프로젝트수업 중학교 체육수업 주 4시간으로 늘릴 것 이주호=‘지덕체’ 균형이 깨진 게 문제다. 교과 지도에 비해 인성교육이 미흡하다. 또 육체적으로는 성숙한 학생들이 이를 발산할 공간이 없다. 국어에선 언어 순화를 가르치고, 사회와 도덕에서도 관련 프로젝트 수업을 하겠다. 동시에 스포츠를 통해 또래와 어울리는 문화를 장려하겠다. 중학교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만큼 체육 활동을 강화하고, 모든 학생이 한 가지 체육 동아리에 들게 하겠다. 학교, 시·군·구, 전국 단위 리그전도 열 방침이다. 현재 체육시간은 1학년 3시간, 2학년 3시간, 3학년 2시간인 중학교 체육 수업 시간을 3월 신학기부터 1·2·3학년 모두 주당 4시간으로 늘릴 방침이다. 유진영=지금도 국어 과목엔 생활국어가 있고 그 시간엔 언어 순화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수업 거의 하지 않고 시험 때만 공부한다. 사회 과목도 공동체에 대해선 중3이 돼서야 배운다. 중1 때부터 배웠으면 좋겠다. 안양옥=방향성을 잘 잡아주셨다. 올해 7800건 중 5300건이 중학교에 집중되어있다. 폭력성, 공격성은 누구나 내재되어 있다. 분출구가 필요하다. 방과후학교가 실패한 것은 국영수를 반복한 것에 있다. 예술‧스포츠 활동을 하게 되면 폭력이 견제된다. 학교 내 일진에 대항하는 순기능이 가능하다고 본다. 방과후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대책과 함께 대부분 스포츠 동아리들이 남성적이다. 여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야한다. 이주호=일본에서 이지메가 성행할 때 동아리 리그전이 많은 도움이 됐다. 토요 스포츠 리그전도 활성화 하겠다. 스포츠는 규칙, 협동 인성을 키울 수 있다. 배려하는 습관은 누리과정부터 실시하려한다. 국가공통과정에서부터 실시해 차례 지키기, 줄서기, 나눠 쓰기 등 지식이 아닌 실천하는 습관 기르도록 하겠다. 방명환=맞는 말이다. 기술‧가정 과목에서도, 체육과목에서도 폭력 관련 수업은 할 수 있다. 인성교육이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 마련이 중요하다. • 조-종례, 생활지도 담임 수업시수 포함 부담임 역할 확대, 임용고사 면접 강화 신미현=인성교육과 학교폭력 예방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선 교사에게 과중한 짐이 된다. 담임이 초기 대응을 잘 못해 악화된 사례가 많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평일, 오후3시에 급하게 잡혀 전문가는 참석 못하고 피해 학부모와 교사만 모이는 경우도 많다. 교대나 사대 양성과정에서 생활지도 부분만 한 학기 정도 실습했으면 좋겠다. 안양옥=담임교사하기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담임제도 활성화해 수당 줘야 한다. 전 교사가 담임 기피가 아니라 학급을 맡으려는 쪽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담임을 신규교사에게 떠밀지 않아야 한다. 수석교사처럼 담임도 경험이 중요하다. 멘토-멘티를 통해 경력이 어느 정도 되면 담임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교대는 2학년부터 실습을 나간다. 교과지도와 생활지도로 나눠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대는 교대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과와 생활지도 비중이 5:5는 되어야 한다.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이주호=담임이 학교폭력 예방과 대처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노력하겠다. 우선 담임의 수업 시수를 줄이겠다.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생활지도 시간, 조례·종례나 창의 수업 참여를 담임의 수업 시수에 포함시키겠다. 명목에 그치고 있는 현행 부담임제도 강화해 담임을 돕도록 하겠다. 부담임 수당도 고려하겠다. 임용고시 체제 전환안을 마련 중이다. 대책에 담겠다. 임용고사 면접에서도 강화하겠다. 자치회 시간을 학운위처럼 방과후로 하는 것도 검토하겠다. • 학교별 규정 합의해 마련, 서약 의무화 전학은 떠넘기기…학부모도 함께 교육 방명환=학교마다 ‘학교규정집’이 있다. 하지만 학생도 부모도 잘 모른다. 너무 세세하고 구체적이라 '제대로 적용하면 안 걸릴 학생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부모의 학교 방문을 의무화하자. 문제 학생의 부모들은 거듭 요청해도 학교에 안 온다. 유진영=우리 반 교실 벽에도 '괴롭힘을 막고, 괴롭힘 받는 친구를 돕자'고 붙어 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주호=학생 생활 규칙을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만들게 하려 한다. 올 1학기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생활규칙을 만들고, 2학기엔 학부모의 서약서를 받아 서로 지키게 하려 한다. 학교장이 신속하게 가해학생을 분리할 수 있게 법적 검토도 하고 있다. 가해학생 학부모에 대해서도 학교폭력 특별교육을 자녀와 함께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태완=노르웨이식 '멈춰' 교육을 적극 도입하자. 유치원 단계부터, 가능한 한 일찍 가르쳐야 한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뿐 아니라 방관하고 있는 학생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장난은 하는 나도 당하는 너도 즐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괴롭힘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신미현=상담해 보면 방관하는 학생도 고통스러워한다. 아무것도 못했다는 사실, 돕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방관하는 학생들을 '너희가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상황이 되면 곤란하다. 소수 (가해) 학생들에게 다수 학생이 눌려 있는 상태인 것도 감안하자. 안양옥=가해학생을 일반 학교로 전학시키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일본은 '이지메'가 극성을 부리자 교육법을 개정했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도 함께 책임이 있다. 규칙은 학교 급별로 세세한 부분까지 만들어야 한다. 교총이 역할 하겠다. 이주호=올해는 창의‧인성교육 중 인성교육에 더 노력하겠다. 학교폭력 근절 원년이 될 수 있도록 기대에 부응하겠다.
지난 16일, 교과부가 민노당 불법 후원금으로 기소돼 1심에서 2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교사를 공모교장으로 정식발령을 냈다. 교과부는 지난해 내부형 교장공모 심사과정에서 불공정성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교장임용제청을 거부한 바 있다. 이후 재공모 절차를 통해 다시 동일인이 교장후보자로 결정됐으나 민노당 후원금 사건으로 기소됐다는 이유로 임용제청을 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교장임용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과부의 이번 결정은 교장임용 제청과 관련한 법률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형평성을 잃은 결정으로써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특정 정당에 불법후원금을 내 실형에 해당하는 벌금형 20만원을 선고받은 자가 학교장이 되었을 경우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 둘째, 승진 및 재임용교장 중에 이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여타 비리로 벌금형을 받은 자를 교장으로 임용한 전례를 찾기 어려워 형평성에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셋째 학교장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것은 교육의 중요성을 상징할 뿐 아니라 학교장이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하며 학교를 경영하도록 하는 취지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누가 되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3(공모에 따른 교장임용 등) 제4항에 ‘임용제청권자는 임용 요청된 사람을 해당 학교의 교장으로 임용하여 줄 것을 임용권자에게 제청한다. 다만, 교장임용관계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임용제청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용제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교과부는 정치후원금 사건으로 벌금형 20만원을 받은 것이 '특별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고, 교장임용결격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지난 2010년 교육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엄격한 잣대로 징계처분을 내리고, 2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유로 연루된 교장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던 것과는 너무 딴 판이다. 분명 형평성에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향후 논란이 많을 공모교장의 교장임용 관계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더 이상의 논란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이제 두 달 반만 지나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실시된다. 선거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민주공동체에서 중차대한 행사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분명 시민이 정치공동체의 주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가장 뚜렷하고 엄숙하게 드러나는 이벤트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선거에는 다른 측면도 있다. 선거란 운동경기와 비슷한 치열한 경쟁의 장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다른 두 편으로 나뉘거나 혹은 세 편, 네 편으로 나뉘어져 격렬하게 다투는 경기이며, 바로 이 다툼의 과정을 거쳐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이처럼 승패가 뚜렷하게 갈리기 때문에 선거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너와 내가 함께 승자가 되는 ‘윈윈 게임’이 아니라 너의 불행이 내게 행복이 되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기에 온갖 쟁점들을 놓고 무한대로 격돌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치열하게 다툴만한 쟁점들이 수두룩하다. 이념적으로도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가 극렬하게 다투고 있는가하면 지리적으로도 수도권과 지방, 혹은 영남권과 호남권의 균열이 있으며, 세대별로 보아도 자녀세대와 부모세대가 사사건건 맞서고 있다. 전 방위 다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경합과 분열, 대치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더 격렬해지고 이제는 SNS시대라고 하여 그 역동성 까지 더해지면 검투사의 경기와 같은 살벌한 경기가 벌어질 가능성조차 농후하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계는 어떤 태도로 선거에 임해야 하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어떤 정신을 가져야하나. 교육계는 선거에 있어 어느 편이 이기느냐, 어느 편이 지느냐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공정성과 공익성 혹은 절제와 같은 시민정신이 선거의 상황에서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 교육계도 어느덧 정치적으로 오염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념적인 투쟁에 한 축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교실에서 특정 교사가 이념적으로 좋아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소리 높여 칭송하고 싫어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서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으며 험담을 해대는 일이 일상화됐다. 이런 경향이 하도 심하니 참지 못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 교사들은 자신의 비교육적인 언행을 마음속으로 깊이 반성하기 보다는 격분해 동영상을 찍은 학생을 찾아내려 혈안이 되기도 하고 그래도 역부족일 경우에는 수업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했다고 둘러대기 일쑤다. 하지만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편향성을 절제하지 못한, 교육자로서의 초라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선거의 계절이니 노골적으로 정치와 이념의 편향성을 띤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래서 교실 자체가 이념과 정치의 선전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자는 순진무구한 우리 학생들일 수밖에 없다. 판단력이 부족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을 놓고 이념과 정치, 정당 편향적인 수업을 하는 것처럼 비겁한 일도 없다. 그것이야 말로 학생들을 올바로 인도해야 할 교육자가 천직과 같은 자신의 직무를 포기한 체 ‘나교사’가 되기보다는 ‘나꼼수’가 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처사가 아니겠는가. 정말로 자신의 이념적․정치적 소신이 당당하다면, 교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떳떳하게 이야기를 하고 성인들의 평가를 받아야지 선생님 앞에서 주눅이 들어 대답조차 못하는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해대는 것은 '안방에서 활개 치는 행위'를 방불케 할지언정 부끄러울 게 없는 지성과 교육의 행위는 아니다. 우리의 학교와 교실은 정치나 이념으로 오염되기에는 너무나 신성한 곳이 아닌가.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이때다' 싶어 교실에서 이념적이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업을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교육이란 정치와 이념을 넘어 학생의 인성과 지성을 바르게 인도하는 엄숙한 일임을 새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신문, 방송 등 언론도 앞 다퉈 학교폭력 관련 특집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사실 학교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30여 년 전 필자가 다니던 학교도 지금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힘 있는 학생이 여린 학생을 폭행하고 갈취하는 일은 그 당시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성숙해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모두 합심해 이러한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다만, 행여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그렇듯이 단기간에 부글부글 끓다가 금방 식어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학교폭력은 따돌림이나 폭행, 갈취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만 교사나 성인들이 감지할 수 없는 장소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대처방법을 교육하고 상담·예방하는 교육적 접근과 함께 환경적 접근도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심각해지는 학교관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CCTV 설치, 어린이 등하교 SMS알림 서비스, 배움터 지킴이 배치, 학교폭력 SOS지원단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는 사건에 대응하는 성격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 학교건축물의 계획단계부터 범죄·폭력 예방을 위한 배려가 있을 때 근본적인 학교 폭력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증가하는 사회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1900년대부터 범죄예방 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를 적용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범죄 및 불안감 저감 효과를 얻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CPTED 전략을 강력히 추진해온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범죄발생이 꾸준히 감소했다. 학자들은 CPTED기법을 중심으로 하는 문제해결식 범죄감소전략(Problem-Solving Projects)이 이러한 성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교 건축의 사례로는 미국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Brodward County)의 경우를 들 수있다. 카운티당국은 1976년 전년대비 77%가 증가한 3092건의 학교 범죄를 줄이기 위해 4개의 시범학교를 선정하고 공간 계획적에 약 200만 달러, 물리적 요소에 20만 달러, 관리적 요소에 24만달러의 비율로 CPTED 관련 시설 투자를 했다. 이러한 투자의 효과로 시행 후 불과 1년만에 각종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에서의 흡연학생 수 또한 거의 절반 정도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호주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주는 1999년부터 보안 위험 관리 프로그램(Security Risk Management Programme)을 통해 시설개선사업에 투자한 결과 대부분 학교에서 폭력 및 범죄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408건의 범죄가 발생, 보안대책 이전의 508건에서 19.69%가 감소했다. 선진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 시설환경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문제는 어느 곳의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많은 CCTV를 설치하고(미국 시카고의 한 중학교는 무려 한 건물에 무려 99대의 CCTV가 설치된 곳도 있음) 규칙을 만들어 벌주는 것으로는 학교폭력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폭력 학생들이 그 장소를 학교 밖으로 옮겨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전이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선 학교의 환경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집보다 더 고급스럽고 대우 받는 환경을 조성해서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선생님들의 친절한 관심과 더불어 개성과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은 학생들이 남을 배려하는 인성 기르는 데 중요한 기본적인 토양이 될 것이다. 미국 학교 사례
학교는 사람들에게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교육공동체의 노력으로 아주 우수한 성과나 미담사례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 학교는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요즘처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화 되면 마치 일진회가 모든 학교의 교실을 장악해 학생들이 항상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고 교육적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것처럼 불신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무기력하고 비겁한 방관자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학생, 학부모가 개별적으로 갖는 학교에 대한 생각도 천차만별이다. 교사들의 따뜻한 격려와 보살핌을 받고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공부하는 학생에게 학교는 가고 싶은 좋은 곳일 것이고, 그와 반대인 경우는 불만을 넘어 증오와 멸시의 대상이기 십상이다. 생각하기도 싫을 수 있다. 학교에 대한 불만은 대체적으로 학교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의 요구와 기대에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국민 대다수가 각별한 교육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학교와 교육당국에 대해 불만과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 변화에 따라 어려움은 더욱 증폭되고 있으며, 불만의 내용이 너무 이기적이거나 모순되는 경우도 점차 많아진다. 그래도 학교는 감당할 수 있는 한 수요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만 공적인 기관에서 학교와 교사들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내용과 수준은 개인들이 기대하는 것과 사뭇 달라야 한다. 학교에서는 공공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책임과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와 내용 간에 모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즉, 교육을 통해 추구하는 인간상과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내용 및 방법이 상호 합치되고 일관돼야 한다. 많은 학교에서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인간을 육성한다는 교육목표를 설정해놓고도 실제로는 상급학교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교별로 교육목표, 교육과정, 지원체제 간에 체계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상급학교 입시가 그 학교와 교실, 구성원의 인식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면, 아예 목표를 바꾸거나 아니면 내용을 바꾸는 것이 옳은 처사다. 교육청에서도 교육지표 등을 통해 겉으로만 민주시민교육과 인성교육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관내 학교가 과도한 학력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하면 학교에서는 학급 간, 교사 간에 무리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도가 된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부담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넘어간다. 교육청이 인성 교육을 부르짖으면서도 학업성취도 위주의 획일적인 잣대로 학교나 교원을 평가하는 모순된 정책을 추진한다면 혼란과 부작용이 생긴다. 모순되고 비정상적인 일이 개선되지 않고 지속되면 불신과 무기력증이 커져 결국 교육공동체 모두가 피해가 될 것이다. 교육의 목표와 실천 내용이 괴리될 경우 기능부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 교육과정을 통해 ‘지(智)·덕(德)·체(體)의 조화로운 교육,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이라는 큰 과제를 국민과 학교에 제시했다면, 이렇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목표가 학교현장에서 왜, 어떻게 왜곡되고 변질되고 있는지 현상과 근본 원인을 심도 있게 파악해야 한다. 국가의 목표대로 지·덕·체를 조화롭게 성장시킬 수 있도록 근원적인 문제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장애 요소와 문제점을 제거해 균형감 있고 건강한 교육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풍토도 필요하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관련 해법 마련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노력이 절실하다. 학생들과 직접 대면해 교육하는 교사들도 교실에서 목표와 내용을 일치시켜 나가야한다.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존중과 배려, 소통과 나눔이 진정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또한, 창의성과 인성 함양이 교실 밖에서의 개념적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되며, 학생들의 삶속에서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 이때,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은 상호협력과 정보 교류를 통해 공동으로 해결해나가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한다. 즉,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이 절실하다. 필자가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주관한 학교컨설팅에 참여해 몇 군데 학교를 다녀보면서 절실하게 느낀 소감이자 필자 자신의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이다.
학생 문제가 불거지면 으레 입시교육에 따른 경쟁심 조장의 산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몰라 말하는 소치이다. 학생 문제는 현장에 있는 선생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의 용의주도한 비행을 단지 공부만 시켜온 교육제도의 허점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문제 학생 앞에서 우리는 현재의 퇴폐적 문화, 그리고 문제 부모와 교육 관료의 안일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도 학생들의 탈선은 있어 왔다. 음주, 흡연, 폭력, 절도, 강도, 강간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범죄를 우리의 학생들도 저질러 왔다는 것, 그 통계를 공식적으로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분명 있어왔다. 학교 화장실에서부터 으슥한 공원, 상가 후미진 곳 등 다양한 공간에서 아이들의 일탈이 있어왔다. 최근 들어 그것이 불거져 표면화 되고 있을 뿐, 지금까지는 그러한 사건을 학교의 불명예라 여겨 책임자가 상급기관에 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해 학생들을 어리다고 해서 두둔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 근무하는 상담교사의 사례들을 들어보면 어린 아이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죄질이 나쁜 사례들을 접할 수 있다. 담임도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들, 그래서 담임은 상담실로 아이를 올려 보내고 상담교사는 아이를 대충 데리고 있다가 다시 돌려보낸다. 실로 희생적인 담임 또는 상담교사의 역할이 눈물겹게 요구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저녁시간, 학교 담장 후미진 곳을 돌아본 적이 있는가. 가로등 침침한 공원 한편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불량스레 보이는 아이들이 침을 뱉으며 흡연을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대화의 절반이 욕설인 그들의 말투. 시내 유흥가를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사복을 입고, 또는 버젓이 교복을 입은 채 삼삼오오 모여 침을 뱉으며 길 가는 사람들을 노려보는 아이들. 노래방이나 술집에서 청소년들에게 술 담배를 팔아서는 안 된다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은 없다. 청소년에게 술을 파는 걸 신고해도 경찰이 먼저 그 사실을 업주에게 알려주는 게 현실이다. 일선학교에서도 학생부 선생들이 순번을 짜서 교외지도를 한다고 하지만 형식적이다. 곧이곧대로 순찰하는 선생은 없다. 그저 교외지도 일지에 사인만 하고 초과근무 수당을 받으면 끝이다. 실질적으로 지도단속을 한다고 해도 선생들이 유해 업소를 일일이 다니면서 지도할 사법적 권한도 없는 상황에서 그게 가당한 일일까. 업주에게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그리하여 야행성 동물들이 눈을 뜨는 저녁이 되면 도시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우리 청소년들은 말초적 감각에 이끌려 어둠의 경계를 서성이는 것이다. 전염병처럼 왜 이렇듯 급속도로 탈선하는 아이들이 늘어 가는가. 나는 그것이 쾌락적 자본주의에 기인한다고 믿는다. 고매한 정신이 세상을 움직여야 함에도 자본주의적 욕망이 세상의 수레바퀴를 굴리다 보니 돈이 최우선 목표가 됐다. 그래서 정치인도 돈에 중독되고, 건강하게 살아야 할 서민들도 한탕주의 로또에 미쳐있다. 환각처럼 돈에 미쳐 혈연간에도 의절하고 부부지간도 평안할 날이 없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남을 속여 이익만 남기려 한다. 학생들의 꿈도 돈 많이 버는 학과에 맞춰져 있고 대학마저 직업훈련원으로 전락해버렸다. 최소한의 도덕이라든가, 정의, 순수 이성이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시대, 총체적인 정신 파탄의 공화국. 여기에 우리의 부모도 자식 교육보다 돈이 우선순위가 되었다. 맞벌이 한다고 하여 자식은 뒷전에 놔두고 밤늦게 귀가한다. 게다가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 하며 부모는 나름의 인생을 즐긴다. 부부 싸움을 하거나, 급기야 이혼하여 가정결손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아이를 낳았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사 자격증을 얻었다고 다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진정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위한다면 아, 이 땅에 사는 부모가 먼저 착한 부모로서 거듭나고 우리 교사들도 신념과 소명감으로 거듭나야 한다. 새롭게 우리 모두가 도덕적으로 재무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쾌락주의와 물질주의가 우리 아이들에게 악순환 되지 않게끔 ‘인권’에 앞서 ‘인간적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 그게 교육이다. 경기 효명고 교사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말 그대로 설국(雪國)이다. 수북이 눈 덮인 간이역, 여전히 눈보라는 날리고 그 쌓인 눈을 헤치며 기차는 달릴 것이다. 그 열차를 타고 한정 없이 가다보면 차창엔 그리운 이들의 모습이 어른거릴 테고, 그러다 새벽쯤이면 겨울 끝자락에 다다라 있을 것이다. 대관령을 지나 횡계에 가 보았는가. 험준한 산 하나를 넘으면 매서운 바람이 퍼덕이며 달겨드는 곳. 능선에 늘어선 나뭇가지들에 갈라지고 찢겨진 바람, 그 칼바람을 맞아 보았는가. 언젠가 횡계를 찾은 적이 있다. 영하 19도의 혹한 속에 제단 같은 덕장을 보았다. 짙푸른 동해 바다에서 올라온 명태를 선창에 하역하면 겨울이 시작되고, 아낙들의 손도 분주해진다. 명태의 배를 갈라 알을 꺼내고, 내장을 제거하여 민물에 씻는다. 그리고 덕장으로 싣고 가 즐비하게 내건다. 푸르른 하늘과 하얀 눈, 밤이면 차가운 별빛과 어둠이 전부인 고산지대. 덕장에 매달린 명태는 겨울 한철 그렇게 칼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다가 마침내 누런 황태가 되는 것이다. 아, 얼마나 오묘한 깨달음인가. 자신의 모든 알과 내장을 다 내어주고 시린 덕장에 올라 은빛 다비식을 치르는 명태. 아무나 황태가 되는 게 아니다. 철저히 자신을 헌신하고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만 황태가 되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선생도 이제는 동안거에 든 스님처럼 지극히 겸손하고 낮은 모습으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그랬고,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이 그랬듯이, 우리는 좀 더 가난해 질 필요가 있다. 내면 깊숙이 도사린 욕망을 버리고, 뜨거운 심장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나눠주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선생은 비로소 국화빛 노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선생은 스스로를 비워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선생들이 필론의 돼지도, 배부른 돼지도 아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절망에 빠져 방황하는 아이에겐 듬직한 언덕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심의 골목을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안아주는 착한 선생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친구들을 괴롭히는 악동들을 개과천선시킬 수 있는 선생들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정말 새해에는 아이들이 인의예지를 바탕으로 성실히 학문을 탐구하길 소망한다. 자신의 적성을 살려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며 부푼 꿈에 설레는 아이들이길 소망한다. 화장하고 염색하고 피어싱하며 치마를 줄여 입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 아니란 것을 알기를 소망하고, 스승을 존경하며 감사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길 소망한다. 거짓말 하지 않고 정의롭게 행동하는 아이들이길 소망하며, 나아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하는 심정으로 친구를 아끼고 진정 사랑하는 아이들이길 소망한다. 그리하여 절망의 난간에서 눈물 흘리는 아이가 두 번 다시없기를 소망한다. 이제 학교는 서서히 신학기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부장 보직을 정하고 담임을 배정하는 작업을 한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부장 자리를 욕심내는 선생이 있고 부장 일이라면 힘들어서 안 하려 하는 선생도 있다. 담임에 대한 보람도 예전 같지 않아 담임을 피하려는 선생도 늘고 있다. 또한 성과급과 초과 수당에 미련을 두는 선생도 있다. 따라서 매년 신학기 때가 되면 인사 담당자들이 겪는 난감한 일이 믿음직한 ‘알곡’이 적다는 것, 그게 고민이다. 이제, 선생들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학급 운영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짜고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구상해야 한다. 온 천지에 내린 하얀 눈이 세상의 아픔을 감싸듯, 아이들을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그리고 연수다 보충 수업이다 하여 바쁠지라도 시간을 내어 대관령을 넘어 횡계에 가 보아야 할 것이다. 폭설 속에서도 하얀 눈을 입에 물고 명상에 잠긴 황태를 만나야 한다.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 아래 황태와 선문답을 주고받아야 한다. 남들은 말한다. 교사는 방학이 있어 편할 거라고. 그러나 진정한 교사는 슬퍼할 겨를도 없다. 교과 수업을 위한 자료를 수집해야 하고, 학급운영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하며, 아이들의 신상정보도 파악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얼마나 운명적인가! 마르틴 부버가 말한 ‘나와 너’의 진정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새해에는 ‘내가 죽어 네가 살 수 있다면’을 되뇌며 맛나게 먹히는 황태가 되길 바란다. 경기 효명고 교사
상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춰 전문상담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현직 교사가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과부가 최근 초ㆍ중등 공립학교의 교과 교사 중 `전문상담교사' 자격을 갖춘 교사 현황과 전문상담교사 전환 희망자를 파악한 결과 자격증 소지자의 25∼30%가 전문상담교사로 전환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전문상담교사 자격은 현직 교사들이 대학원 등을 다니면서 상담 과정을 이수해야 취득할 수 있다. 교과부는 최근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자 상담교사 충원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 중순 16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전문상담교사 자격증 소지자와 전환 희망자 규모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16개 시도 공립학교의 교과 담당 교사 34만4000여명 중에서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4%인 1만3800여명이었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는 883명으로 공립(711명)이 대부분이고 사립학교는 172명에 불과하다. 서울지역의 경우 공립 초중고교에서 전문상담교사 자격을 갖춘 교사는 초등학교 388명, 중학교 357명, 고등학교 169명 등 총 914명이었고, 이 가운데 40.8%인 373명이 전문상담교사 전환을 희망했다. 담임교사가 학급에 상주하는 초등학교에선 47명이 전문상담교사로의 전환을 희망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목되는 중학교의 경우 자격증 소지자의 64.1%인 229명, 고교는 57.3%인 97명이 전문상담교사로의 전환을 원했다. 이처럼 교과 교사 대신 비교과 교사인 전문상담교사가 되려는 희망자가 많은 것은 교사들이 그만큼 학생 인성교육과 학교 폭력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있다. 또 경력이 긴 교사들은 새로운 영역인 상담 업무에 도전하려는 경우도 꽤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교과 수업과 함께 담임, 학생 생활지도까지 맡아야 하는 `교과 교사'의 과중한 업무를 회피하기 위해 정규직 신분으로 상담 업무만 맡는 `전문상담교사'를 희망한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문의 전화가 폭주해 희망자가 많을 줄은 알았지만 실제 조사결과는 예상보다 더 많았다"며 "어떤 교과, 어떤 연령대의 교사가 많이 신청했고 어떤 이유로 신청했는지는 조사하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곧 발표할 학교폭력 종합대책에 교과 교사의 전문상담교사로의 전환 규모도 포함할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우선 전문상담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몇 명인지 현황부터 파악해 볼 필요가 있어 조사한 것"이라며 "희망자 중 실제 몇 명을 전문상담교사로 전환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각보다 많은 비율이 전문상담교사로의 전환을 희망했지만 희망자를 모두 전문상담교사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의 교과과목 운영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상담교사로 전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3월1일자로 신규 임용될 2012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최종합격자 총 367명(25개 과목)을 27일 오전 10시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고 26일 밝혔다. 최종합격자는 작년 10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1차 객관식 필기시험, 2차 논술시험, 3차 수업 실연ㆍ심층면접 등을 거쳐 선발됐으며 지난해 최종 합격자 265명 대비 약 39% 증가한 인원이다. 합격자는 남자 80명(21.8%), 여자 287명(78.2%)으로 여자 수험생이 강세였고 장애인은 전체 합격자의 6%에 해당하는 22명이 합격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정한 의무 신규채용 비율 6%를 달성했다고 서울교육청이 밝혔다. 장애인 합격자 중에는 시각장애 1급, 상지지체장애 3급 장애인도 포함됐다. 합격자들은 합격자 임용서류를 갖춰 1월30~31일 이내에 등록을 마쳐야 하며, 교육현장 적응을 위한 임용 전 직무연수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다음 달 8~15일에 받아야한다.
경기지역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남교사 비율이 전년보다 7% 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교사 비율이 80%에 육박하는 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은 2012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19개 교과에 702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26일 밝혔다. 합격자 중 남교사는 144명(21%), 여교사는 558명(79%)으로 나타났다. 2011학년도 합격자 405명 중 남교사 비율 14%(57명)에 비하면 7% 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시험은 1차 객관식 필기, 2차 전공 논술, 3차 교직적성 심층면접ㆍ수업능력평가 등 세 단계로 치러졌다. 특히 시험전형이 일부 개선돼 수업능력평가 시간이 10분에서 20분으로 늘었고 최종 합격자 결정에 1차 성적이 제외됐다. 최종 합격자는 다음달 6일부터 한국교원대 등 4개 기관에서 직무연수를 받는다. 합격자 명단은 27일부터 도교육청 홈페이지(http://www.goe.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급박하게 떠난주말겨울산행, 지금도 소백산 정상 비로봉 아래 펼쳐진 장관이 눈에 아른 거린다. 비로봉 정상의 난간, 난간을 연결하는 줄, 안내표지판, 돌탑, 소나무, 철쭉 등에 붙은 상고대는 자연이 만든 신비의 세계다. 얼마 전 토요일, 아내와 함께소백산 여행을 떠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오후 12시 30분서수원 터미널에서 제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제천에서는 환승 시간 여유가 있어 아이젠을 구입하였다. 눈길 산행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최신 제품을 보니 체인젠이다. 아이젠의 경우 미끄럼 방지 바닥 날이 두 개 정도지만 체인젠은 무려 10개다. 그 만치 저항이 강해 미끄럼이 방지되는 것이다. 가격이 35,000원이라 한 개 구입으로 아내와 같이 쓰기로 했다. 이어 영주행 버스, 단양을 거쳐서 가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주에 도착하여 내일 산행 계획을 세워본다. 여행 경험상 버스 기사들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알아보니완만한 등산 코스를 알려 준다. 비로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라는 것. 버스 출발 시간을 메모하였다. 이제 저녁 시간, 무엇을 어디에서 먹을까? 영주의 대표음식을 먹고 싶다. 지나가는 40-50대 중반의 아줌마들에게 정보를 얻으니 ○○숯불갈비를 추천해 준다. 번화가 불빛 분수대를 지나니 갈비집 거리가 나온다. 한우갈비살 1인분에 2만원이다. 개업한지 15년 되었다고 하는데 고기가 부드럽고 음식맛이깔끔하다. 모텔에서의 하룻밤. 숙박비는 4만원. 얼마나 난방을 하는지 방바닥, 침대가 뜨끈뜨끈하다. 방에서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그만치 에너지 낭비가 심한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튿날,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출발을 서두른다. 6시 10분에는 삼가동 가는 첫차를 타야 한다. 김밥 대용식을 준비하였다.일출 전이라 아직 날이 어둡다. 06:30신작로를 걷는다. 비로사에 도착하니 시장기가 돈다. 경내를 돌아본 후본격적인 산행이다.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비로봉까지 오르는데 하산하는 사람을 몇 명 만나지 못하였다. B등급(경험자 코스)인 이코스로 오르는 사람도 많지 않다. 8부 능선 정도 오르니눈길 빙판길이 나타난다. 체인젠을 착용한다.정상 가까이에는 철쭉군락이 보인다. 드디어 정상,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등산길 밋밋한 풍광은 사라지고 눈 세상이다. 특히 각종 나무에 한쪽 방향으로만 매달린상고대가 심비롭다. 칼바람과 영하의 기온이 만든 것이다. 정상에 세워진 이정표 표지판에도, 돌탑에도 상고대가 섰다. 정상 부근에서 만난 구미시에서 왔다는 2명의 남성 등산객은 따끈한 커피 한 잔을 건네 준다. 영하의 정상에서마시는 뜨거운 커피맛, 일품이다. 그런데 우리는 준비가 부족하여 건넬 것이 없다. 그들은 국망봉을 거쳐 초암사로 간다고 알려준다. 비로봉(1439m) 정상 비석을 배경으로 인증샷도 찍고 상고대의 신비를 카메라에 담는다. 아내는 눈위에 누워 포즈를 취한다.정상을 향해 계단을 오르는 등산객들을 보니여기가 마치 히말라야 산맥 일부분 같다.수원에서의 모임이 촉박하여 연화봉, 희방사로 가지 못하고 아쉽지만 천동을 향해 하산을 서두른다. 단양으로 가는 길은 북향이라 그런지눈이 녹지 않았다. 주목 군락도 보이고 중간 쯤에는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고사목도 보인다. 계속 눈길이 이어지니 지루함마저 든다. 줄지어 산을 오르는 단체 등산객들과 마주친다.천동주차장에 도착하니 무려 대형버스가 20여대가 있다. 단양에서 동서울터미널을 거쳐 강변역에서 수도권 전철을 이용해오후 7시에수원에 도착하였다. 지금도 비로봉의 바람소리, 설경, 상고대, 구름이 내려다보이는 정상에서의 장관이 눈에 어른거린다. 겨울산행의 묘미를 만끽한 산행이었다.
사람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가족이나 이웃, 때로는 멀리 있는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학교는 인간사회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활동의 장 가운데에 하나입니다. 교육은 이러한 사람살이를 지혜롭게 살아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이끄는 기능을 해 왔습니다. 어떤 일은 가정에서, 어떤 일은 마을에서, 또 어떤 일은 또래나 선후배들과 어울리면서 배우게 됩니다. 그리하여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에 적절한 언행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방식을 익혀서 나이 들면 어른 노릇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교육을 통해서 공동체와 평화와 정의가 숨쉬는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새벽에 또 눈이 와서 동0고 교정의 숲은 새 눈에 쌓여 있습니다. 쌓인 눈 위에 또 눈이 쌓여 추위는 안으로 깊이 익어 갑니다. 바람이 숲을 흔들고 지나가면서 썰물이 빠질 때 처럼 백색 소음이 일고, 다시 먼 숲에서 다가오는 바람이 밀물의 소리를 몰아 옵니다. 나에겐 아들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동0고 2학년, 하나는 각화중 2학년입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큰아들 별명은 빅피그선, 작은 아들은 리틀피그선, 우리 말로는 큰 돼지, 작은 돼지네요. 막 태어나서 내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을 정도로 작은 몸집이, 점점 재롱을 부리더니 뒤뚱거리다가 방바닥에 쿠웅 하고 떨어져 우왕하고 울던 때며, 한 살 돌치레로 뜨거운 커피 물을 얼굴에 쏟아 한달간 화상입원 치료를 하던 때며,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복도를 지나다가 옆반 교실에서 쏟아지는 출입문에 맞아 얼굴이 찢어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년이면 고3이라니 정말 늘어나는 내 흰머리처럼 순식간 창졸지간이라고 봐야하나요. 세월 참 빠르네요. 학부모서비스로 열어본 알량한 아들내미 성적과 생활기록부에 찍힌 나와 집사람 이름 석자를 볼 때는 감회가 새롭답니다. 초등학교 때 막강한 상대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전교회장으로 당선되어 학부모로서 뿌듯하던 그 기분을 잊지 못합니다. 까까머리 내 어렸을적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이 떠 오릅니다. 시골에서 말단 공무원을 하시던 선친과 한복을 지으시며 3남 1녀를 뒷바라지 하시던 어머니가 순천시에서 자취를 하는 형제들을 보러 오시면서 김치며 반찬거리며 옷가지를 머리에 이고, 양손에 늘어지게 들고 바리바리 챙겨 오시던 때 말입니다. 당시에는 자취방 주인집 냉장고 한켠에 김치 상자를 넣어 두거나 우물속에 김치통을 던져 두고 시는 것을 막고, 밥이며 국을 양은 냄비에 손수 끓여먹고 빨래도 우리 손으로 직접 빨아 널면서 공부했습니다. 시골 집 급한 전화도 주인집 마루에 놓인 전화기로 실례를 하곤 했지요. 부모님의 은덕으로 요행히 형은 미국에서 재무관리 교수로 자리를 잡았고, 남동생은 포항에서 엔지니어링 회사 CEO 로 형제가 다들 먹고사는 정도로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이제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 선친은 20여년 전에 벌써 작고하시고, 늙고 병든 어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투병중이십니다. 큰아이가 다니는 전망좋은 동0고 교정에 가끔 가 보곤 합니다. 큰아이를 기숙사에 내려 주어도 매번 아버지 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지켜 보지도 않고 휙 들어가 버립니다. 역시 딸이 아니라서 그런지 잔정이 부족합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아버지 세대에 비해 정말 방대한 양의 지식을 전달받고 많은 시간을 공부합니다. 우리 때는 이렇게 까지 않해도 다들 밥벌이는 한 것 같은데 말이죠. 공부하는 기계같은 느낌이랄까요. 상당히 안쓰럽습니다. 물론 공부에 뜻을 두지 않은 친구도 많이 봤습니다. 학교 복도에 올라가보니, 남학생들이라서인지 어른을 봐도 인사를 잘하지 않더군요. 나는 누구에게나 ‘인사를 많이 하면, 나중에 그만큼 다른 이에게 인사를 많이 받는다’ 라고 얘기해 줍니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겠지요. 동0고등학교는 사립 명문으로 광주에서도 급부상한다고 들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진로 비젼의 꿈이 다른 학생에 비해 커서 벌써 세상을 다 쥔 듯,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만심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지금은 뭐든 다 이룰 수 있는 꿈을 가진 시기입니다. 하지만 자기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혹, 학생 여러분 중 여러분의 부모님께도 ‘지금은 공부에만 몰두할테니, 효도는 성공한 뒤에 다 갚을께요.’ 행여 이렇게 생각하고 말한 친구는 없나요?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효도는 지금 하는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 보십시요! 혹 내가 지치고 힘든 부모님께 도리를 못한 적이 없는가, 주위를 살펴보며 올바로 성장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동0고 학생여러분~. 지금 주변을 둘러 보십시요! 혹시 사람의 도리를 잘 못하는 부분은 없는지, 인사성이 좀 부족한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룬 적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학교에서는 전인적인 인성 교육이 목표이지, 좋은 대학 가는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동료 한 분은 내가 가끔 아픈 노모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것을 무척 부러워 합니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병고에 시달리다 모두 돌아 가셨지만, 살아생전 병원에 모시고 다닐 때가 그립다고 합니다. 차라리 아파도 살아 계신게 더 좋았다고 말이죠. 학생 여러분도 부모님께 지금 효도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학업을 열심히 하는 것도 훌륭한 효도중에 하나이겠지요.. 생활에 지치고 힘든 어머님께 이거 달라 저거 해달라 심하게 투정은 부리지 않았는지, 멀리 떨어져 가족을 부양하느라 고생하시는 아버지께 또는 할머니께 전화한통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지 살펴봐 주세요. “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지금 잔정을 좀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큰 거 바라지 않는답니다. 지금까지 두서없이 몇 자 적었는데요. 동0고 학생 여러분~. 새로운 해, 임진년, 특히 3학년 수능예비생 여러분은 목표대로 계획을 잘 세워 좋은 성취가 있기를 학부형의 한 사람으로 빌어 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