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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육부 잘났다. 긴급돌봄교실에 어쩔 수 없이 보내는 부모 심정은 모르는 거냐.’ 지난달 25일 전면 원격수업 결정 후 올라온 어느 글의 요지이다. 코로나19의 위급한 상황과 관련해 교육과 정부 당국에게 교육 제도와 사회 기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래의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선 고3은 사면초가다. 전면 원격수업에도 고3만은 매일 등교하며 기숙사 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한다. 수시 및 수능 등 준비된 일정이 즐비하다. 생명의 문제에도 예외를 둘만큼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라고 위로할 뿐이다. 수험생 추가 지원 방안 유무에 대한 교육부와 대교협 간의 해프닝은 대입 일정 진행에 대한 어려움과 예민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갑작스러운 전면 원격수업 시행처럼 불가피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필요 인력 및 적절한 운영, 갑작스러운 격리 시험 대상자의 출현 등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안전만이 아니라 일정 진행의 적절성과 공정함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 상황의 준비도 어렵지만 돌발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해서 발생과 동시에, 혹은 한 발 빠르게 대처하고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입과 무관한 고3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언급과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안한 말이지만 사회가 무관심해도 교육부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부니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는 더욱 중요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은 임시방편적이거나 단절되어 운영되기 쉽다. 중복된 콘텐츠가 지역이나 모임별로 개발되고 있다. 학습의 책임은 이전보다 더욱 학생의 책임으로 맡겨져 가정 환경 영역으로 더욱 부가되고 학습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방안, 학생 주도학습과 학교의 역량 강화를 위한 통합적 플랫폼 개발과 제공, 가정의 배움 지원을 위한 환경 등을 위한 시스템과 제도가 절실하다. 대입은 교육 결과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후유증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정노조 출신 편향성, 교육감 측근 인사 임명, 원직 복귀 무시 등의 문제가 교육계 비판을 사고 있다. 인천교총은 1일 인천시교육청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제 2학기 결과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특정노조 출신 인사 편향성, 원직 복귀를 무시하고 교육청 간부로 발탁한 사례 등을 비판했다. 인천교총은 “내부형 무자격 공모제 교장은 특정 노조 출신 교사들만을 위한 등용문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내부형 무자격 공모제 교장은 특정 노동조합 출신의 인사들로 선발됐다”며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코드에 맞는 무자격 인사들에게 더 큰 혜택을 부여하는 ‘교육청판 음서제’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교총에 따르면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제 4곳 중 3곳이 특정단체 출신의 인사가 임명됐다. 또한 지난 8월 무자격 교장공모제 임기가 끝난 일부 인사가 교육청 간부로 발탁됐다. 이들은 “내부형 무자격 공모제 교장의 임기를 마친 교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자격도 없는 교장의 직을 수행했다는 이유 하나로 전문직인 장학관 대우의 보직으로 교육청에 입성했다. 내부형 무자격 공모제 교장은 전문직 입성의 통로로 전락했다. 시교육청의 올해 2학기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제에서 그 폐해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가 해밀초 공모교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특혜인사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모과정에서 지원자 서류를 마감한 다음 날 인터넷에 탑재하기로 했던 원칙을 무시하고 5일이나 지연되는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그 의혹은 더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지연 탑재가 이미 지원한 지원자의 이익을 무시하고 새로이 공모절차를 진행할 정도로 절차적 하자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서류 탑재 지연은 모든 지원자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해 특정인에 대한 공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지원자 A씨가 이에 대한 부당성을 시교육청은 물론 교육부, 국민신문고, 국민권익위원회 등 여러 경로로 제기한 사실 또한 밝혀졌다. 이는 지연탑재에 대해 A씨가 자신의 이익에 침해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은 재공고 없이 강행한 것이다. 복수의 지역 교사들은 “임명된 인사는 최교진 교육감 선거 때 휴직해서 도왔다는 말이 나오고, 당선 후에도 사적인 자리에서 동석하는 등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 인사의 내정설은 워낙 유력했다”고 말했다. 최 교육감의 2014년 선거과정에서 해당 인사가 휴직했다는 부분에 대해 시교육청은 “개인정보이므로 동의 과정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김명교 기자]코로나19가 갑작스레 열어젖힌 2020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버텼던 1학기에 이어 2학기가 시작됐지만 달라진 건 없다. 코로나19가 재확산으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교사들의 고충과 피로감은 날로 누적되고 있다. 온라인 출석 점검, 수업 동영상 제작, 등교 학생 발열 체크부터 거리 두기, 급식관리, 위생 점검 등 수시로 변경돼 내려오는 지침과 요구사항들로 혼란스러운 일상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여전히 ‘뒷북 공문’에 신음한다. 뉴스나 ‘맘 카페’를 통해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이 문의를 하면 ‘아직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답변할 수 밖에 없어 불신은 커져만 간다. 교사들은 궁금하다. 현장의 어려움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교육당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돌봄과 방역. 교사들에게는 무한한 책임만 지어질 뿐 울타리가 돼 줄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탈해진다. 이에 본지가 2일 현장 교원 9명을 초청해 교사들의 애환을 나누고 학교현장의 요구사항을 교육당국에 전달하기 위한 ‘긴급 화상 좌담회’를 개최했다.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으로진행했으며 한국교총 유튜브 채널 ‘샘TV’에서 생중계 됐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유치원 교원을 대표해 신영진(경기 파주 천현초병설유치원) 교사가, 초등을 대표해 오준영(전북 설천초)·김민중(대구 서재초)·주우철(인천 원당초) 교사가 참여했다. 중학교에서는 박정현(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정수진(인천 만수북중) 교사가, 고교에서는 윤성호(충북상업정보고)·이민우(경기 안양여상) 교사가 참여했고 보건교사를 대표해 차미향(서울 신남중) 전국보건교사회 회장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다. 돌봄·원격·보육까지 ‘삼중고’ 하윤수=선생님들도 가르치는 교사이면서 동시에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교사이자 학부모로서 지금 상황의 방역, 돌봄, 원격학습 등 정부 대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듯하다. 특히, 초등 선생님들은 돌봄교실, 원격수업, 자녀 보육까지 교사들의 ‘삼중고’라는 말이 나온다. 신영진=현재도 원격수업 기간 동안 돌봄 등교 유아가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원격수업을 위한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열화상 카메라 지원, 원격수업을 위한 기자재 대여 지원, 돌봄을 위한 별도 인력이나 방역 인력 확보 등에서 유치원은 열외였다. 놀이꾸러미 준비나 원격수업 활동 준비를 하느라 집에 가서까지 일을 하고 있다. 교과서 없이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해서 본인 자녀들까지 어린 선생님들의 고초와 마음고생이 너무나 크다. 오준영=초등 1학년 자녀가 있는데 교사의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아 아이 홀로 원격수업 및 과제를 수행하며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절반의 학생을 등교수업, 절반의 학생을 온라인 수업을 하며 일 평균 8~10시간 씩 평상시 두 배의 수업량을 맡고 있으며 7월 방역전문 인력 지원사업의 종료로 교과전담교사 대부분이 방역업무에 배정돼 담임교사의 수업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이다. 김민중=교육청은 일방적으로 지시만 내릴 뿐 현장의 의견 수렴과 소통이 많이 부족하다. 실제로 원격수업을 하면 출석 확인 이후로는 집중이 어렵고 학습이 잘 안 되는 상황인데 가정에서 할 것은 아무런 안내나 협조 없이 학교가 다 책임지고 학력을 올려놓으라고 하니 사실 실현이 어렵다. 교사 자녀 대부분이 가정에서 돌봄 없이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남의 아이 돌보기 위해 정작 내 애는 버려두는 형편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대구는 하루에 학급당 8~9명 정도 오는데 두 반을 한 교사가 관리하고 교대로 재택근무하면 교사도 자녀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스크 수업 호흡곤란·두통 호소 하윤수=오랜 시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하는 데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수업 중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곤란, 가슴 통증까지 호소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천식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세균성호흡기 질환에 노출될 위험성도 커져 있다. 실제 마스크를 착용하고 하루 종일 수업했을 때 심신의 피로도나 체력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박정현=한 마디로 너무 힘들다. 우선,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소리가 나가기 어렵고, 선생님의 표정이 전달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표정을 살피기 어려운데, 수업에서 학생과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된다. 마치 벽에다 대고 수업을 하는 기분이다. 건강에도 많은 문제가 생겨 걱정이다. 정수진=초기 마스크가 품귀를 겪었던 때에 비하면 수급 상황은 원활해진 것 같다. 학교와 교육청에서 80~90장의 마스크를 지급 받기도 했고, 교사들이 자부담으로라도 마스크를 구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빈혈, 저혈압인 경우가 많아 큰 숨을 필요로하는 수업에서 두통, 속 메스꺼움 등의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화장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을 겪는 경우도 많다. 기자재 부족, 고3 혼란 ‘여전’ 하윤수=원격수업 초기 교실에 와이파이도 없고, 비축해둔 태블릿 PC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다 보니, 막상 교사들은 구할 수 없어 자비로 부담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지금은 어떠한가. 상반기에 비해 원격수업 제반 여건은 나아졌는지와 고3 학생들의 상황도 알고 싶다. 주우철=초기에는 마스크 못지않게 원격수업 장비 가격은 폭등하고 교사조차도 원격수업 장비를 구입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학교예산을 탄력적으로 전용해 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교사들이 자부담으로 장비를 구입했다. 현재는 차근차근 구색이 갖춰지고 있지만,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면서 사진이나 영상 등 저작권이 문제가 될 상황이 염려된다. 무료 배포 콘텐츠 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앞으로 사진이나 영상 자료 등의 저작물을 정당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수업 자료의 허브를 구축해 교육청이나 단위학교에서 저작권료를 일괄 정산할 수 있는 선진화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윤성호=기자재가 부족하며 예산을 맞춰서 구매하다 보니 저가의 물품을 구입하게 돼 쉽게 고장 나고 성능에 문제가 있어 활용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전문계고교에서는 소프트웨어의 활용도 많은데 기본적인 것만 지원돼 실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실습수업은 온라인 쌍방향 수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에 나이스를 연동해 출결관리 시스템을 간소화하는 등 중복되는 일을 줄여야 한다. 이민우=취업지도 중 면접지도는 대면 지도가 효율성이 높다. 학생의 표정과 태도의 교육이 필요한데, 이런 지도가 매우 어렵다. 최근 대기업들이 AI 면접을 도입했다. 지도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고 생소하다보니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 고3 학생들은 계속 등교수업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불만이 많으며 학업 능률과 의지가 많이 저하돼 있는 상태다. ‘학력저하’ 체감… 교사역할 중요 하윤수=말씀을 들어보니 많이 안타깝다. 최근 초유의 상황으로 학력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난 모의평가에서도 예년에 비해 성적이 저조하게 나온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학력저하를 느끼고 있는지. 뾰족한 수가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 지금의 부족한 학습량을 보충해야 할지 모르겠다. 주우철=초등에서는 학력저하를 확인할 수 있는 정량화된 데이터가 없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원격수업 진도나 출석률을 체크하고 과제를 점검하지만 학급 당 학생 수가 많고 온라인에서는 소통의 어려움도 크기에 개별화된 피드백을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봐도 과거 재탕, 삼탕 정책들이고, 학습안전망도 앞으로 도입 예정이라는 계획만 발표되었을 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정수진=중학교에서는 학력저하를 체감한다. 정확히는 학력 편차의 쌍봉 분포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갖춘 학생들은 오히려 원격수업을 선호하고 성적이 높아졌다. 반면 중간층의 많은 아이들이 무너졌다. 학력저하는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 능력을 갖추지 않은 학생들에게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면 교육과 학습 조력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2학기에 기초학습부진 학생의 방과 후 등교수업을 추진하는 학교를 보며 이런 노력이 학력저하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본다. 윤성호=수업의 질도 많이 떨어졌지만 보충수업 및 방과 후 교육의 부재 또한 학업능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학습시간 자체가 줄어들게 됐다. 온라인 수업 일지라도 보충수업 및 방과 후 교육 등을 실시해 학습시간 자체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여전히 계속되는 관치행정들 하윤수=학생들이 자택에서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을 입력하고 등교를 하고 있다. 실효성이나 운영상의 문제점은 없는가. 주우철=원칙적으로 모든 학생이 자택에서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을 입력하고 등교해야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매일 정해진 시각에 일일 상황 보고를 해야 한다. 미응답 학부모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등교 시간, 학생 맞이 시간과 겹쳐 수업 준비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고 이후 교육청에서 조치하는 경우는 없다. 이상 응답이 있으면 행정 처리는 결국 교사의 몫이다. 교육청에서 자가진단 시스템을 통해 입력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응답이나 미응답 학생에게 일괄 안내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사가 수업 준비와 등교 학생 안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하윤수=중학교 상황은 어떤가. 업무를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박정현=불필요한 행정업무를 내려보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무색하다. 단적인 예가 교복 만족도 조사다. 1학기 때 신입생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하라는 건데, 실제 교복 입은 날은 일주일이 채 안 되는데, 등교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만족도를 조사하라고 한다. 교육청에 항의했지만, 늘 하던 일이라 해야 한다고 하더라. 관치행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감염병 관리 전문인력배치 필요 하윤수=보건교사들이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 차미향=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긴장감이 느슨해진 점이 힘들다. 혹시라도 건강상태 자가진단에서 구멍이 뚫릴까, 늘 긴장 상태다. 장기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행정업무에 힘을 소모하지 않아야 한다. 가령 마스크 개수를 보고할 때 KF 수치·크기별로, 덴탈, 비말 등을 구분해 보고하는데, 불필요하다고 본다. 방역물품을 지원할 때도 공문으로 학생 수와 교사 수를 묻는다. 정보공시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말이다. 교육지원청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별진료소 확인서가 없으면 병결 처리해야 한다고 안내해 증상이 있어도 속이고 학교에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윤수= 정부의 방역지침이 교육현장의 인력, 행정적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 전문가로서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차미향=지침에 따라 학생에게 선별진료소에 가도록 안내하면, ‘선별진료소에 갔다가 감염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항의하는 학부모도 있다.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학교 전용 콜센터’를 마련하고, ‘학생 전용 안심 선별진료소’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교보건 관련 조직 개선도 필요하다. 감염병이 5년 주기로 발생하는 것을 볼 때,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지역교육청, 교육부에 보건교사나 보건전문직을 포함한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배치가 필요하다. 뒷북 공문·지침에 학교 불신만 커져 하윤수=상반기에 이어 지금까지도 소위 ‘뒷북 공문’이 여전하다고 한다. 각종 지침을 언론이나 학부모들을 통해 먼저 알게 된다는데. 주우철=소식 빠른 학부모나 방송을 통해 먼저 듣고 추후 공문으로 접할 때 교사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상당하다. 학부모의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아직 공문으로 시행되지 않아 결정된 바가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게 된다. 뉴스 보도로 관련 정보를 접하고도 교육청에서 공문을 시행할 때까지 기다리는 소극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박정현=실제로 그렇다. 언론으로 보고 2~3일 지나면 공문으로 시행된다.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다기보다 언론으로 발표된 정책을 전달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긴급돌봄 확대로 각종 민원 증가 하윤수=초등 긴급돌봄 확대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신영진=등교 개학 초기에는 유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잘 지키는 것을 보면서 기특했다. 반면 학부모는 ‘종일 마스크 착용하는 건 아동학대가 아니냐’고 한다. 3분의 1만 등교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을 땐 역차별이 아니냐, 우리 아이도 매일 보내고 싶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출석체크, 놀이꾸러미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가장 어려운 건, 등교도 못 할 바에야 가정 양육하고 양육수당을 받겠다고 아예 유치원을 떠나는 경우다. 민원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김민중=현재 긴급돌봄은 거리두기로 인해 제대로 된 프로그램 구현이 어렵다. 그냥 안전하게 관리하는 수준이다. 공간에 제약이 있고 거리두기 지도도 지속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감염에 취약한 건 사실이다. 코로나19 안전지역은 없다 하윤수=지난 상반기, 대구지역이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하다. 2차 확산을 겪고 있는 수도권 소재 학교에 도움이 될 듯하다. 김민중=당시의 상황은 말 그대로 비상 상태였다. 모두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시민들의 단결력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약속을 잘 지켰다. 책임감으로 손 씻기, 외출자제, 마스크 착용을 철저하게 했다. 그때는 이 어둠이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빌었다. 온 시민이 한마음, 한 뜻이었다. 해가 지면 거리에 아무도 없었다. 학교 방역은 필수 인원만 빼고 학교를 닫아걸었다. 학교를 닫는 것이 제일 안전했다. 그게 최선이었다. 출근하는 날은 매일 교실과 동선을 따라 소독하고 학생들의 책상을 일일이 닦았다. 등교 시작하고 하루 두 번 체온 재고, 쉬는 시간에는 손 씻기를 필수로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하윤수=농촌 소규모학교의 상황은 어떤가. 오준영=전북 무주에서 근무한다. 이곳을 두고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고 표현하더라. 사실 코로나19 안전지역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 청정함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방역하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인근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자가격리 지침을 받은 이후 13일 동안 단 한 명의 접촉자도 없었고,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소에 입소해 지역사회에서 귀감이 됐다. 도내 농어촌 지역 학교 중에 학생 수가 200명이 안 되는 곳은 정상 등교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 수 200명이면 학년 당 학생 수가 30명 내외이고, 학급에 따라 25명 이상의 과밀 학습이 있을 수 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90명이라 등교수업 실시한다. 방역활동에 민원처리, 행정업무까지 동시에 하느라 교사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사다 하윤수=지금과 같은 역경에도 우리 50만 교사는 교육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국가 차원의 표준 플랫폼인 K-클래스와 교사의 교육콘텐츠 제작 지원 등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교보건 안전 시스템도 재정비해야 할 때다. 우리 교육,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신영진=유아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나 교육계 인식은 유아교육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교육 행정적인 측면에서 유·초·중등을 나란히 놓고, 유치원을 학교 시스템 안에서 지원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공·사립 할 것 없이 유치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 오준영=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교사의 역할, 지도 방법 등 모든 게 바뀌고 있다. 학교 안전교육도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김민중=교사에게 원격수업을 요구하기 전에 국가 차원의 플랫폼, 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 교사의 역량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업이 이뤄질 수 있게 K-온라인 학습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한다. 학교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교사, 교직원들의 피, 땀, 눈물이 있기 때문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주우철=현재 원격수업의 혼란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온전하게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교과목과 교육과정이 그대로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K-클래스에 활용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원격수업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 미래 교사의 역량이다. 차미향=코로나19 발생 이후, 등교수업 이후 많은 일을 해왔다.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많다. 학교 현장의 효율적인 감염병 관리를 위해 조직을 개선하고 교육부, 교육청에 보건 전문 인력을 배치해 협업 체제가 구축되길 바란다. 박정현=교육 당국의 고생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다. 탁상행정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고3은 이미 성적 입력이 마감돼 등교가 의미 없다고 말한다. 고2 학생들을 등교하게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도 묵살된다. 이 점이 가장 안타깝다. 정수진=코로나19를 겪는 동안 학생들과 함께 지지고 볶던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기존의 교육 시스템이 가진 장점이 조화를 이뤄 운영될 수 있길 기대한다. 윤성호=배움과 교과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는 지식의 전달보다 학생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새로운 교사상을 정립하고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이민우=주변에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교사들이 편하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학생들이 안 나오는데, 월급을 받느냐면서. 교사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수업과 등교수업 준비, 방역까지 하고 있다. 책임은 더 막중해졌다. 열심히 하는 교사들이 기운 나게 응원 부탁한다. 하윤수=소중한 말씀 감사하다. 교육 당국은 교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학교 현장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건 상상 이상의 고충이다. 한 시간 수업에도 땀과 침으로 젖어 마스크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교사들의 애환을 누가 알아주겠나. 교사들이 수업할 때만이라도 마스크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학교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 악화를 이유로 교수·학습과 교육활동 등에 필요한 예산을 감축하고 학교 교육력이 저하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을 위해 교육재정 확충을 요구하겠다.
매일매일 사력 다해 일하지만 기약 없는 대응에 지쳐만 가 "마스크 수업 너무 힘들어… 불필요한 행정 낭비 줄여야” 하윤수 교총 회장 “교육당국에 전달, 관철시킬 것”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언제까지 뒷북 공문에 허탈감을 느껴야 하나요”, “마스크 쓰고 한 시간만 수업해도 푹 젖고 호흡이 힘듭니다”, “학교와 교사에게는 책임만 있고 보상이 없는 것 같아요” 2학기에는 좀 나아질 줄 알았건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원격수업 장기화로 교사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발열 체크, 거리 두기 급식, 위생 점검에 긴급돌봄까지 종일 사력을 다해 묵묵히 일해보지만 이런 노고를 알아주는 곳은 많지 않다. 교육 당국은 언제까지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교사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할 것인가…. 한국교총은 2일 학교현장의 고충과 애환을 나누는 ‘긴급 화상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은 교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교육당국에 전달하고 코로나19 대응정책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마련했다.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을 통해 진행된 이번 좌담에는 유·초·중·고·보건교사 9명이 참여했다. 교사들은 마스크 수업의 어려움, 원격수업 장비 부족, 학력 격차, 긴급돌봄, 고3 학생들의 당면 문제,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 보건 업무의 과부하, 학부모 민원 등 코로나19를 둘러싼 다양한 학교현장의 문제들에 대해 여과 없는 직언들을 쏟아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2학기 때는 상황이 나아져 면대면 수업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계속되는 상황에 선생님들의 피로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안다”며 “수업과 방역, 생활지도 등 고군분투의 연속이지만 과연 교육부가 선생님들의 심리적·신체적 고통에 대해 얼마나 관심 갖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좌담을 통해 그동안의 문제들을 진단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의견을 모아 교육부에 전달하고자 한다”며 “교육당국이 선생님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솔직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치원을 대표해 참석한 신영진 경기 파주천현초병설유치원 교사는 “열화상 카메라 지원, 원격수업을 위한 기자재 대여, 돌봄이나 방역 인력 확보 등에서 유치원은 예외라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고초와 마음고생이 너무나 크다”며 “유아교육도 학교 체제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오랜 시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호흡곤란, 가슴 통증은 물론 천식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세균성 호흡기 질환에 대한 위험성도 크다.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한 마디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면 소리가 나가기 어렵고 교사의 표정이 전달되지 않아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상호 간의 교류작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벽에다 대고 수업하는 기분”이라며 “건강상에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것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민중 대구 서재초 교사는 “원격수업을 교사 역량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업이 이뤄질 수 있게 K-온라인 학습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학교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교사, 교직원들의 피, 땀, 눈물이 있기 때문임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차미향 보건교사회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긴장감이 느슨해진 점이 힘들고 혹시라도 건강상태 자가진단에 구멍이 뚫릴까 늘 긴장상태”라며 “감염병이 5년 주기로 발생하는 것을 볼 때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보건교사, 보건전문직 인력배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전국 선생님들을 대표해 전해준 소중한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선생님들을 위해 교수·학습 지원, 방역 예산 등 관련 행·재정 지원을 대폭 확충해 달라는 현장의 요구사항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밖에도 오준영 전북 설천초 교사, 주우철 인천원당초 교사, 정수진 인천 만수북중 교사, 윤성호 충북상업정보고 교사, 이민우 경기 안양여상 교사가 참여했다. 좌담은 한국교총 유튜브 채널 ‘샘TV’로 생중계 됐다.
코로나 사피엔스를 읽고, 코로나 이후를 생각한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가 되니 우리는 그냥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살아야 하는 모양이라고 다들 자조해요. 분명한 것은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가기 힘들겠다,라고 다들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그까짓 바이러스 하나에 전 세계 인간이 이리도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동안 참 허세 떨면서 살았어요. 인간 위에 신이 있다면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어떤 신이, 어쩌면 우리 인간을 아주 호되게 혼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발 빠르게 관련 책들도 참 많이 쏟아졌어요. 저는 여기에서 코로나 사피엔스를 소개하려고 해요. 시중에 나온 코로나 관련 책을 대부분 읽었으나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평소 많이 고민했던 자기 분야에 대한 담론이라 두루 읽으면 좋겠다는 사심을 담았어요. 코로나 사피엔스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 기획 방송물 책으로 엮어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석학 6인들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는 애초 책보다 방송으로 먼저 나온 기획물이었어요.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석학 6인들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라는 부제를 달고 방송을 했었어요. 각 분야마다 각각 고유의 주장들이 있었으나 공통분모도 있었지요. 자연에 대한 예의,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자각, 결국은 인간이 교만해진 그 환경 안에 바이러스는 침투했다. 이제는 환경과 경제, 우리들 일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에 차리리 숙연했어요. 때로는 메모도 하면서, 때로는 유튜브에 댓글도 달아가면서 참 진지하게 들었던 방송이었지요.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6인의 석학들의 답변과 시사자키 정관용의 질문으로 이어지는 기획 방송이었어요. 그러다 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았어요. 엄청 반가웠어요. 방송에서 못다 들은 이야기들을 책으로 다시 재편집했을 것이니, 저 책은 소장이 각이다,라는 주문을 하면서 정말 주문했어요. 아, 그런데 세상에, 이 책은 문어체로 재편성된 글이 아니라 방송에서 했던 구어체 말투 그대로 되어 있는 거예요, 책이라서 더 내용이 보충된 것이 아니라 그냥 방송에서 했던 내용을 그대로 편집해 두어서 1초간 실망했어요. 그럼에도 다시 정독했어요. 방송 들으면서 놓쳤던 부분을 다시 정리하는 의미도 있었고, 그렇지, 그렇구나,로 다시 고개 끄덕이는 그런 힘을 문장에서 다시 느꼈어요. 최재천교수는 진짜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이화여대 에코학부 석좌 교수 평생 자연을 관찰해 온 생태학자인 최재천(이화여대 에코학부 석좌 교수) 교수님은역시나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이야기하죠. 바이러스 주기가 5년, 3년으로 짧아지고 있는데 어쩌면 앞으로는 1면 단위로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는 말에 간담이 서늘해졌어요. "생태 백신, 행동 백신이 궁극적인 답이라"라고 강조해요. "코로나 바이러스 원인은 결국 인간"이라고. "진짜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좋다"라고 최재천 교수는 강조해요. 저는 정말 공감 되었어요. 정말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인간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대재앙에 휘둘릴 수는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그 방점을 책에서 다시 또 보게 되었을 때, 차라리 슬펐어요. 장하준 교수, 2008년 금융위기 보다 더 큰 위기 올 수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에게는 경제학자의 교수 면면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로 더 기억하고 있는 장하준(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교수의 경제론은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라고 하는데요, 요즘의 2차 확산을 보면서 2008년 보다 더 한 위기인 것은 사실이겠다 싶어요. 사실 2008년 금융 위기는 미국의 모기지론을 중심으로 한 금융 위기라 저는 그렇게 큰 위험지수를 못 느꼈어거든 요. 그런데 지금의 경제 위기론은 피부에 착착 감기지요. 이러다 정말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 하는 그런 압박감이 와요. 여러 경제적인 담론은 여기 제 글 읽는 분들이 직접 책으로 접하시라고 여백을 남기고요, 실제로 산업 구조가 바뀔 것이다는 것, 정말 또 공감해요. 최근에 100년 비즈니스가 무너질 것이다,라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그만큼 산업이 통째로 위치 이동하고 있다 거죠. 교육, 유통이 제일 크게 바뀌는 산업구조인데 그 덕분에 배달 앱과 집에서 영화 보기 플랫폼이 연일 대박을 치고 있어요. 어느 한 쪽에서는 죽는다, 죽는다 하고. 어느 한 쪽에서는 잘 살고 있거나 더 큰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죠. 이 역시도 무섭게 변하고 있지요. 최재붕 교수, 새로운 문명을 통하여 새로운 일자리 만들어야 성균관대학교 서비스 융합디자인학과 교수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진 최재붕(성균관대학교 서비스 융합디자인학과 교수) 교수도 역시 유통의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새로운 문명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라고 이야기해요. 그 사례로 아마존은 직원을 더 뽑아서 교육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니 4차 산업으로 일자리가 자꾸 없어진다고 하는데"없어지는 일자리를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새로운 문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수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거죠"라고 강조해요. 그렇지요. 언제나 일자리는 또 그 사회 변화에 맞추어서 만들어지기 마련이겠지요. 다만 그 환경의 변화 속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챙겨야 하느냐, 그것이 숙제라고 저도 생각했어요. 홍기빈 소장, 어떤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 칼 폴라니 사회경제 연구소 소장 칼 폴라니 사회경제 연구소 홍기빈 소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가치예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가 미래를 대하는 방식은 '결단'이라" 말해요."어떤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대안적 질서와 체제를 제대로 구현할 기회인지도 모른"라고 해요. 참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지요. 우리가 그동안 너무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이제는 제대로 돌아보고 둘러보아야 할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지요. "무한 경제 성장이 아닌 인간과 자연과 사회 모두가 좋은 삶. 이러한 방향으로 경제를 전환하자는 거"라고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저는 울컥했어요. 제가 이런 삶의 방향이나 가치에 유달리 마음을 담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김누리 교수, 야수 자본주의에 안녕을 고하라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요즘 독일통 교육으로 각광받는 김누리(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교수도 "야수 자본주의에 안녕을 고하라"라고이야기해요. 야수 자본주의, 참 섬찟한 단어예요. "이번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생각하는 게 미국에 대한 생각입니다. 한국에서는 사실상 미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랬지요, 그러나 이 또한 또 바뀌고 있어요. 선진국이든 어디든 부의 편중으로 바이러스가 이름표 달고 다니지 않는다는 반증이지요. 김누리 교수는 "우리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것, 상황은 희망적이라는 요지에는 변함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은 전환적 사고의 계기를 맞았"고, "그만큼 세계관과 사고가 넓고 깊어졌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해요. 희망적인 메시지이지요. 김경일,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힘. BTS와 기생충의 힘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분노가 아니라 불안이다"라고 김경일(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의 감정을 이야기해요. "코로나 때문에 '불안'한 거"라고 이야기해요. 어, 그런데요 교수님, 저는 불안보다는 분노가 요즘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어쩌죠?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우리는 이것도 가져야지, 저것도 가져야지 하면서 끝없는 만족감의 사이클을 돌았어요. 그러다 이번 사태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사람들이 자기만의 라이크가 생긴 거예요"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벌떡 기립 박수를 보낼 뻔했어요. 분명한 것은 혼자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부자가 된 것은 사실이지요. 덕분에 저는 미친 듯이 책만 읽었어요. 덕분에 다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긴 것은 사실이에요. 코로나 사피엔스 6인 석학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책으로 읽으면서 정말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구나를 다시 실감하고 인정해야 하는구나를 느껴요. 그 실감과 인정을 누가 빨리, 누가 건강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들 미래는 또 달라지겠다 생각해요. 사는 것은 언제나 종이 한 장 차이인데 그 차이 안에 자신이 느끼는 체감의 변화를 잘 버티고 뛰어넘느냐가 관건이다는 진부한 논리를 또 쓰게 되네요. 아무리 'with 코로나'라고 해도 이제는 확진자 문자가 그만 오면 좋겠어요. 조금씩 추이가 내려가서 완전한 예전 같은 날들은 아니더라도 숨 쉬고, 호흡할 수 있는 일상 가까이에 가고 싶네요. 모두들 같은 마음 일 것입니다. 저는 이 코로나 정국에 열심히 읽고 메모로 남기려 합니다. 다음에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어떤지 '제이슨 성 커'의 미래예측으로 또 봬요. 글쓴이 / 나우리 읽고, 쓰고, 보는 일로 강의를 만들고, 문화를 만드는 기획자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싫증을 내지 않고, 꾸준히 지속이 행하고 있는 유일한 것은, 책 읽기입니다. 코로나 정국 6개월 동안 180여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읽은 책을 정리하고 요약하면서 미래와 문화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대신 읽었습니다
최근 각 시·도교육청별로 올해 9월 1일자 교장·교육전문직 인사가 단행됐다. 그런데 각 지역에서 인사 비리 의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를 풍미하는 교장 공모제 비리에 대한 논란과 비난이 많다. 차제에 교장 공모제 특히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과감히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 무자격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육청판 음서제’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주류인 실정이다. 이번 인사 비리 의혹은 인천, 세종, 충남을 비롯한 전국 각 시·도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특정노조 출신 인사 편향성, 원직 복귀를 무시하고 교육청 간부로 발탁했고, 교사 경력 15년 평교사가 교육전문성을 인정받는 현직 교장을 따돌렸다. 인사 내정설이 공공연히 떠돌던 인사도 교장으로 임용됐다. 근본 문제는 대부분의 시·도에서 내부형 공모제에 의한 교장 임용자들이 특정노조 경력자들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교육적 전문성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공통성이다.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를 맞아 이른바 무자격 교장 공모제가 특정노조 출신의 교장 진입로로 전락한 것이다. 오죽하면 일선 학교 교원들은 내부형 교장에 임용되려면 특정 노조부터 가입해야 한다는 개탄스런 자조를 보이고 있겠는가. 현행 교장 공모제 인사 제도에는 초빙형, 개방형, 내부형 등 세 유형이 있다. 초빙형은 교장 자격 소지자가 대상이고, 개방형은 3년 이상 해당 관련 기관 종사자로 한정돼 있다. 흔히 무자격 교장 공모제라 일컫는 내부형은 15년 이상 교육경력만 있으면 응모할 수 있다. 이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시범 운영되다가 2012년 법제화된 후 지속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진보 교육감들이 선거 공신들에게 보은인사·코드인사를 남발하여 빈축을 사왔다. 얼마 전 교육부는 내부형 교장 공모 학교 비율을 이전 15%에서 100%까지 확대하려다가 한국교총과 일선 교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결국 현행 50%로 절충된 바 있다. 한국교총과 회원들의 노력으로 특정 노조 출신자들의 교장 독식을 막아낸 것이다. 현재 교육계에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특정노조 간부들의 출세 코스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비도덕적, 비윤리적으로 숭고한 학교의 교장직이 매도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교원의 꽃인 교장직을 오염물로 뒤집어 씌워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지속적으로 진보 교감 재직 교육청에서는 내부형 공모 교장을 임기 후 과장, 장학관, 교육연구관, 교육장 등으로 앉혔다. ‘평교사 출신의 교육전문직 5년 경력 시 일반 교장 임용 가능’ 조항을 악용해 일반 교장으로 발령 내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모름지기 자고로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그 만사가 망사로 전락하고 있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의 취지는 젊은 교원들을 임용해 학교를 혁신하고 교육에 새바람을 불어넣어 교육행정의 공정성,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있다. 교육 혁신의 기제인 교장 공모제가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애당초의 이러한 좋은 취지가 전혀 구실을 못하고 진보 교육감들의 ‘선거 빚 갚기’ 인사 전횡으로 전락했다. 정말로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앞으로도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진보 교육감들의 선거 공신 출세의 길로 오도된다면 과감히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신성한 교직에서 인사 비리가 남발되고 보은인사·코드인사·진영인사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진보 교육감들의 자성과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진보 교육감들의 논공행상 도구로 전락한 현실에서 오히려 이제 ‘내부형 교장 공모제 혁신’이 급선무 과제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내부형 교장 공모 비율 감축, 응모 자격 교감 이상으로 개정하는 내용이 골자인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고려해야 한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교육 혁신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려면 우선임용 과정이 오롯이 명하고 공정하게 바로 서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성원도 받고 정당성을 담보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한편, 친정부 성향의 교사조직을 교육기본법 시행령상의 교원단체로 만들기 위해 교육부, 친노조 교육감, 그리고 관련 교사조직이 야합하고 있는 교원단체 관련 규정 개정도 중단돼야 한다.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우리 교육을 흔들면 안 된다. 적어도 교육을 이념진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미래 교육은 공정과 정의의 초석 아래 함께 가는 포용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지록위마(指鹿爲馬)같은 술수로 교육을 오도하고 꾸민들을 속이려고 해서는 절대 안된다.
생각해보니 그 아이 때문에 내가 지난 1년 동안 힘들었거나 교사로서 아이들 지도에 부담을 느꼈었던 기억은 전혀 없다. 누가 보더라도 그 아이로 인해서 뭔가 힘들었어야 당연할 것인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1년이 지나갔던 것 때문일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그 아이는 물론 그해 우리 반 모든 아이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3월 2일 새 학기가 시작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온 6학년 교실. 2년 전에 지도했던 아이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처음 만나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이 아이들이 4학년 때 나도 4학년 담임이었고 6학년 때 다시 6학년 담임으로 만난 것이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왠지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에게 조금 더 눈길이 갔을 때 나는 그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의자에 앉아 있기는 한데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고 앞으로 쭉 뻗어 있었다. 그런데 다리 길이가 워낙 짧아 의자보다 약간 나와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마치 유치원생이 초등학교 6학년 언니 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예전 4학년을 지도할 때 복도에서 종종 마주친 적은 있지만, 여느 아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반에서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우리 반 3번 김진수.(가명) 진수로 인해 우리 반은 6학년 학급이면서도 5층에 위치하지 않고 2층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3~4일 정도? 진수는 그 의자에 그렇게 앉아 수업을 들었던 것 같다. 한 주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진수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진수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가 끝나갈 즈음 진수 어머니는 진수 의자가 따로 있을 거라고 그 의자를 가져다 앉게 해달라고 하셨다. 다음 날 나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진수 의자 따로 있니?”, “네. 선생님 진수 의자 따로 있어요.” “아니 그럼 선생님한테 얘길 해주지 그랬어?”, “그리고 진수야! 불편하면 선생님한테 먼저 얘길 하지 그랬니?” 나는 진수 의자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에 아이들에게 원망 반 부끄러움 반이 섞인 마음으로 얼른 학생을 보내 진수 의자를 가져오게 했다. 마침 진수가 있던 전 교실에서 빼놓으려고 바깥에 내어놓은 상태였다. 가져온 의자를 보니 정말 진수에게 맞춤식으로 만들어진 의자였다. 의자 다리 부분 반 정도의 높이에 발판을 하나 덧댄 의자였다. 진수에게 의자를 바꾸어 앉게 했더니 혼자 씩씩하게 발판을 밟고 올라가 앉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진수는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교과서를 펴고 공부할 준비를 했다. 또래 아이들 키에서 대략 반 정도 올라오는 키에 걸음걸이도 휘청휘청 걷는 것처럼 신체적인 조건이 분명 정상적이지는 않은 아이. 말을 할 때에도 진수 어머니 말씀대로 구강 구조가 조금 문제가 있어 새는 듯한 발음에 어눌한 느낌마저 줄 수 있는 아이. 하지만 진수는 다른 정상적인 아이와 다를 바 없이축구도 하고 피구도 하고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청소할 때에도 진수가 지나간 자리는 항상 깨끗했다. 읽기 시간에도 자신이 책을 읽을 차례가 되면 또박또박 읽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였다. 무엇보다 학습 태도가 매우 우수했다. 진수는 여느 아이 못지않은 모범생이었다. 친구들과의 사이에도 필요하지 않은 말은 전혀 하는 법이 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과묵했다. 그 나이 친구들보다 분명 성숙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도 진수를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무슨 일을 함께 해야 할 때에도 먼저 진수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장애’라는 단어. 진수는 이미 장애인이 아니었다. 봄빛 가득한 5월의 첫째 날, 우리 학교에서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운동회가 있었는데 5인 1조 달리기에 진수도 참여하게 되었다. 정상적인 다른 아이들조차 서로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여 임하는 이 달리기에 진수의 의사를 물어보니 진수도 흔쾌히 뛸 수 있다고 했다. 운동회 당일, 나는 운동회를 총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회대 앞에 나와 질서를 유지하고 운동장 이곳, 저곳을 살펴보며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느새 진수가 저만치 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는 사람마저도 안쓰럽게 느껴질 만큼 뒤뚱뒤뚱 뛰는 모습. 하지만 멀리서 보더라도 진수의 얼굴에서는 행복한 미소가 피어나고 운동회를 나름대로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맞추어 뛰고 싶다는 듯 열심히 뛰고 있었다. 운동장에 모인 모든 사람 역시 진수에게 연신 환호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었다. 이날 진수는 분명 다른 친구들보다는 늦게 결승점을 통과했지만 불리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도 끝까지 운동장 한 바퀴를 완주한 진수는 그 누구보다도 오늘 달리기 부문에서 1등이었고 운동회의 MVP였다. 이와 같이 크고 작은 일들을 거치며 그렇게 1년의 세월이 지나갈 즈음 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 교사들을 대상으로 졸업 사정회를 실시하였다. 졸업생들에게 주는 상을 정하고 대상자를 선별하는 회의였다. 나는 지체 없이 진수를 지역교육지원청 극기 부문상에 추천하였고 마침 다른 부문에서 적절한 대상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터라 졸업 사정회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지역교육지원청 학생상은 효행, 봉사, 선행, 환경, 극기의 5가지 부문 중 학교당 1명을 선정하여 부문을 정해 추천하게 되어 있다. 이미 여러 해 6학년을 맡아 졸업을 시켜본 경험이 많았던 나는 지역교육지원청 학생상 극기 부문에 진수만큼 우리 학교에서 적합한 학생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추천할 기회가 되면 꼭 추천해서 진수가 그 상을 받게 해주고 싶었다. 비정상적으로 작은 키에 작은 다리마저 활처럼 바깥쪽으로 휘어진 아이. 말하는 것조차 발음이 새는 아이. 자신의 신체 조건을 평생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 1년 동안 진수와 함께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면서 특별한 도움을 제대로 못 준 것 같아 미안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도움을 주어야만 한다는 생각 자체가 비장애인의 편견일 수 있고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스스로 이미 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사람에게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갖고 안쓰럽게 바라본다든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뭔가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 부산함을 떠는 행동 등은 어쩌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을 오히려 불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덧 11월이 되어 중입 배정원서를 쓰는 기간이 다가오자 진수 어머니께서 연락을 주셨다. 집 가까운 데에서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중입 배정원서를 작성할 때에는 진수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학생은 사전에 근거리 배정 신청을 하여 미리 원하는 중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다. 진수의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원하는 중학교가 집 가까이에 있어서 그 학교에 배정받는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한 미리 안전하게 조치를 취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만에 하나 그 학교에 배정이 안 된다면 길 건너편에 있는 이웃 중학교에 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진수가 작은 키와 불편한 다리로 유난히 교통량이 많은 대교 북단 사거리 횡단보도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건너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다행히 진수는 근거리 배정 신청이 바로 접수되어 집 앞에 있는 원하던 중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진수처럼 신체가 정상적인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유난히 작거나 신체의 일부분이 불편한 것만이 장애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맡고 있는 우리 반의 영리한 어느 아이가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것을 배우는 수업 시간에 했던 “안경 쓴 사람들도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어. 너도 될 수 있고 나도 될 수 있어.” 하는 말처럼 생각하기에 따라서 어딘가 불편한 점이 있다면 누구나 장애를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신체가 정상적이어도 생각과 마음이 정상적이지 않고 건강하지 않으면 그 또한 장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가진 신체적인 불편, 정신적인 불편 등을 이미 극복한 사람에게 “저 사람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장애를 극복하고 이미 정상인이 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 필요 없이 생활로써 보여준 진수에게 담임으로써 함께 지낸 1년 동안 너무나 잘 생활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진수를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대하고 잘 지내주었던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수가 앞으로도 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꿋꿋하고 자신 있게 잘 살아나갔으면 한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 등굣길이 또다시 막혔다. 25일 교육부는 고3을 제외한 수도권 모든 학교를 9월 11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키로 했다. 수도권 집단 감염이 시작된 이후 27일기준, 해당 지역 학생 239명, 교직원 6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보면 셧다운 한 학교가 27일 기준 12개 시·도에서 7000여 개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할 경우, 사실상 2학기 등교수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지난 1학기를 겪으며 나타난 학력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6월 실시한 수능 모의평가에서 중위권이 줄고 상위권과 하위권이 늘어나는 등 학력 양극화가 크게 나타났다. 전국 단위 진단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초·중학교의 경우는 아예 깜깜이 상황이 됐다. 자녀의 기초학력 수준이 얼마만큼 도달했는지, 어떤 학습 내용을 더 필요로 하는지 사실상 ‘블랙박스’ 상황에 방치되고 있다. 가뜩이나 빈부차가 학력 격차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그 격차를 더 벌려 놓고 있다.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AI 기반 학습, 교·사대 학생 및 퇴직 교원 학습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근본적이지 못한 건 자명하다.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 간에 학생들의 이해도와 성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사들도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 사태를 겪으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준비되지 못한 원격수업 환경에 역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다시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작위 표본을 통해 학년별 국가성취수준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력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등교 숫자에만 매달리고 있는 사이, 우리 아이의 학력 격차는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커지고 있고, 직접적 피해는 저소득층 아이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교육 당국의 책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무겁다.
온라인 교육 지원 확대 필요 한국판 뉴딜 계획 실현 위해 디지털교과서 사업 연계해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원격교육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저소득층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교육급여를 더 늘리고 디지털교과서 개발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저가 발간한 교육위원회 소관 ‘2019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교육급여가 현재 저소득층의 교육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교육급여는 빈곤층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고 실질적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기초생활 보장제도로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50% 이하인 초·중·고교 학생에게 부교재비, 학용품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이 사업의 2019년도 예산액 1317억 원 중 1243억 원을 집행하고 74억 원을 불용했다. 교육급여 지원 인원은 2016년~2019년 동안 15.7% 감소했으며 지출 규모는 2.7% 증가했다. 또 단가는 46.7% 인상됐으나 연 지원 단가는 2020년 기준 초등학생 20만원, 중학생 29만원, 고등학생 42만원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함 항목이 학용품비 및 부교재비로 한정돼 있는데다 최저교육비에 포함되는 초등 가정학습지, 중학 인터넷강의 교재비, 수련회 등의 보충교육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교육비 지원 사업은 교육급여와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이 있으며 교육급여에는 온라인 교육 관련 지원이 빠져 있다. 교육정보화지원의 경우 시도교육청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을 통해 컴퓨터와 인터넷통신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지원대상 소득 수준이 교육청별로 다르고 서울·경북·경남 등 일부 시·도는 컴퓨터 지원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원격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교육격차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교육급여를 확대해 교육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디지털교과서 개발 또한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학생, 학부모, 교사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서책형교과서를 보완하는 수준의 정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017~2019년 동안 국정교과서 개발에 국고 20억 원이 투입됐으며 검정교과서 개발에는 특별교부금과 시도교육청 자체수입 311억 원이 투입됐다. 또 선도학교 운영을 위해 2018~2020년 동안 143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시도교육청에 교부했다. 그러나 실제 교사의 디지털교과서 활용 경험은 28.2%에 그쳤으며 이 중 지속적인 사용 비율은 14.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주로 환경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거나 내용이 서책형교과서 등 타 자료와 차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초중고교 교육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2022년까지 특수교실을 포함한 전체 교실에 무선망을 구축하고 온라인 교과서 선도학교 1200곳에 교육용 태블릿PC 24만대를 지원하며 다양한 교육콘텐츠·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통합플랫폼’ 구축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보고서는 향후 스마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기존 디지털교과서 개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교육콘텐츠 확충을 효율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제주교총과 제주교육학부모연대 등 10여개교육·학부모·시민단체는 지난달 31일 지역 교원과학부모 등 5300여명의 제주학생인권조례안 반대청원 서명을도의회에 전달한 뒤 기자회견(사진)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조례안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교육 관련 법률에서는 학생의 인권을 이미 보장 ▲학생으로서의 건전한 책임과 의무목록은 배제된 채, 비교육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조차도 학생의 권리로 포함하며 과도한 학생의 인권을 강조 ▲결국, 제주학생인권조례의 가장 큰 피해는 학생과 교사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경기, 광주, 서울, 전북에서 많은 문제점과 많은 피해 사례 발생 등을 꼽았다. 이날 김진선 제주교총 회장은 “학생 보호를 명목으로 과도한 권리를 부여하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어려워지고 교권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역 교육계와 도민들의 반발에도 도의회는 조례안 처리 수순에 돌입한 상황이다. 지난달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뒤 정책 간담회를 열었고, 이달 열리는 임시회에서 조례안을 심사한다는 계획이다.
생명체는 끊임없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의 신경계 구조를 변화시키는 활동을 해나간다. 이를 구조 접속(structural coupling)이라 부른다. 인간은 환경과의 구조 접속이 이루어지면서 자기 생성을 위한 에너지원을 얻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에너지원의 유입을 통해서 생명체로서의 고유한 특성을 생성하게 되고 결국 전반적인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구조 변화는 일생일대의 큰 사건이며 고통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기 때문에 살아 있는 한 계속되는 미완성의 작업이기도 하다. 구조 접속을 통해 자기를 생성하는 과정은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는 마치 산 꼭대기에서 한 양동이의 물을 쏟는다고 가정할 때, 쏟아진 물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흔적을 내며 흘러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왜냐면 물은 장애물이나 땅의 굴곡 상태에 따라 예측 불허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자취를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그가 만나는 인간과 시간과 공간이 남긴 얼룩과 흔적의 합작품이다. 누구와 어디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생각이 만들어지고, 그에 상응하는 개념적 사유가 생기면서 놀라운 각성이 일어난다. 이른바 ‘성장 체험’을 하는 것이다. 성장 체험은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인간이 이전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거듭나는, 방향 전환이 일어나는 각성을 일컫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각성 포인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함으로써 자신만의 신념이 잉태되고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식생태학자인 유영만 한양대 교수는 《책쓰기는 애쓰기다》를 통해서 10가지 성장 체험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기를 탄탄하게 지탱할 수 있는 10가지 구조 접속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 꼭지를 간략하게 요약하여 필자의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생태학적 구조 접속이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인간의 신체 구조는 사시사철 자연환경과의 구조 접속을 통해 그에 적합하게 적용이 된다.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서 농사를 짓고 그리고 한겨울에 산에서 땔감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노동을 통해서 야생에서 몸을 움직이는 체험은 야성과 지성의 관계, 또는 야성 없는 지성의 극단적인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건강한 신체보다 똑똑한 머리를 개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 정신 심리학자 칼 융은 “창의성은 지성에서 비롯되지 않고 놀이 충동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의 언어,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기성세대가 사용하는 언어의 그물에 걸려 틀에 박힌 사유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생태학적 구조 접속의 중요성은 충분히 힘이 있다. 둘째, 이질적 구조 접속이다. 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는 묘책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다양한 시도로 인한 실패는 깨달음이란 체험적 상상력을 창출하여 창조로 연결될 수 있다. 즉, 체험적 상상력은 공상으로 흐르지 않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불굴의 의지와 만나 새로운 창조를 일으킨다. 성공한 작가 조앤 롤링은 하버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진짜 상상력은 비록 자기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어도 타인의 처지에 자신을 놓고 그 사람의 아픔을 가슴으로 이해라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질적인 자신의 경험이 타자의 경험과 만날 때 상상력은 시공간을 넘어 공명하기 시작한다. 셋째, 우발적 구조 접속이다. 이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의 익숙한 생활 속에서 무언가와의 우연한 만남이란 정말로 가슴을 뛰게 한다. 필자는 대학시절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이라는 고시 합격자들의 수기를 읽고 공부에 대한 우발적인 구조 접속이 일어났다. 그 후 필자의 학습 방법에 관한 뇌의 구조가 바뀌었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는 필자의 체험과 《새로운 인생》을 쓴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말이다. 독서 전후를 비교한 명문장으로 다음에 지시하는 니체의 명언과 함께 독서의 위력을 한층 높여준다. “인간에게는 방황하는 밤이 있을 것이다. 그 하룻밤, 그 책 한 권, 그 한 줄로 혁명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읽기는 무의미하지 않다.” 이렇게 책과의 만남은 운명을 바꾸는 만남을 남긴다. 넷째, 정신적 구조 접속이다. 이는 새로운 정신을 잉태한다. 《논어》는 우리에게 남에게 보이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을 버리고 자신의 성장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을 가르친다. 위인지학을 위한 정신적 괴로움은 위기지학을 위한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다. 이른바 공부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여기엔 자기의 한계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자기를 돌보는 자기 배려의 공부가 진정한 기쁨을 주는 공부라는 엄기호의 《공부 공부》의 주요 메시지다. 다섯째, 언어적 구조 접속이다. 이는 문화의 가교가 된다. 필자는 카투사(KATUSA)라는 주한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증원군으로 복무할 때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자기와의 싸움을 했다. 낯선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기도 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영어라는 언어와의 구조 접속은 필자의 뇌력을 길러주었을 뿐만 아니라 영미문학과 철학에 대한 이해를 선물로 가져다 주었다. 여섯째, 실천적 구조 접속이다. 이는 체험적 지혜를 낳는다. 체험이 없는 개념은 관념이다. 관념적 지식의 무력함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책들은 생각보다 생동, 관념보다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중에 신영복 교수의 《강의》에서 “책상에서는 한 가지이지만 실제로 일해 보면 열 가지도 넘는다.... 머리는 하나지만 손가락은 열 개나 되잖아요.”라고 진술하고 있다. 일곱째, 학문적 구조 접속이다. 이는 지식의 지평선을 확대한다.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혜를 버무려 미래의 직장인이 될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공학을 매개로 인문적 통찰력을 더 얻기 위해 다양한 책과 논문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다양한 체험과 풍부한 생각은 학문적 입지를 높여줄 수 없다. 여덟째, 융합적 구조 접속이다. 이는 새로운 지식 창조의 원동력이다. 자신의 전문성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학문적 한계를 인식하고 현장성과 실천성을 높이기 위한 융복합적 접목을 부단히 시도해야 한다. 예컨대 《건반 위의 철학자》를 쓴 프랑수아 누델만은 사르트르와 니체, 그리고 롤랑 바르트를 대상으로 음악과 철학을 피아노 건반 위에서 만나게 함으로써 새로운 사유를 창조하고 독보적 세계관을 소유하게 한 것이다. 아홉째, 한계와의 구조 접속이다. 이는 경계를 뛰어넘게 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나를 바꾸려면 내가 자주 가는 곳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가봐야 하고, 내가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험의 한계는 생각의 사고의 한계를 불러온다.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지금 살아가는 행동반경을 넓히길 시도해야 한다. 열 번째, 개념적 구조 접속이다. 이는 색다른 사유를 잉태한다. T.S. 엘리엇은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에서 “세상에 오리지널은 없다. 모든 창작은 뒤섞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창작은 색다른 체험과 남다른 개념이 만날 때 일어나는 스파크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개념은 또 다른 개념과 우발적으로 접속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개념을 잉태한다. 세상을 사는 지혜는 다양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세상을 백지로 놓고 고민하면 우리의 머리도 백지가 된다. 하지만 백지 위에 흔적이 있으면 그 흔적을 배경으로 다른 흔적을 남기기가 수월하다. 왜냐면 놀라운 연상(Association)작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낯선 생각과의 부단한 접속을 통해 우리의 생각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밝힌 10가지 구조 접속에 의한 성장의 비결이며 우리는 이를 기반으로 풍요롭게 살아가고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미래의 삶을 건강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모두가 되고 이것이 교육의 목표와 가치를 함유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 6월 ‘코로나19가 바꾼 아동행복’을 주제로 개최한 아동복지포럼에서 발표자로 참여한 이운영 조치원대동초 교사 이야기가 마음에 꽂혔다. 개학연기와 온라인 수업으로 교사들이 한가할 것이라는 학부모 편견도 문제지만 더 강도가 높아진 행정업무, 마스크 착용 수업으로 입술에 습진이 생기는 등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닌 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역량 중 무엇이 진정한 본질인지 고민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안목(眼目)이 아닐까.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하루하루 만들어지는 서사에서 다음 장면을 함께 그리는 것이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된다. 눈앞에 마주한 인격체를 향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전인교육의 과제는 교사의 안목이 전제되지 않으면 해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재능있는 저소득 아이 돕는 사업 우리 재단은 인재양성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업·예술·체육 분야에 꿈이 있고 잠재력과 재능이 있지만 사회·경제적인 제약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재능을 제대로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기에서도 교사들의 안목은 빛난다. 숨겨진 옥석들의 사연과 재능이 빼곡히 작성된 추천서가 재단에 전달되면 아이들의 날카로운 재능이 세상을 향해 뚫고 나올 수 있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완성된다. 이 사업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현재까지 총 556명의 아동에게 122억5000여 만 원을 지원했다. ‘아이리더’로 선발된 아동 중에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있다. 2018 아시안게임 태권도 품새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강민성 선수는 중3이던 2013년부터 인재양성사업의 지원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2018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에페 부문 은메달리스트이자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금메달의 주인공인 박상영 선수는 2013년부터 5년간 지원받으면서 실력을 쌓았다. 박 선수는 현재 재단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소질과 재능이 뛰어난 후배들이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업·예술·체육 각 분야에서 많은 ‘아이리더’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10기로 선정된 박경민 군(고2·동일미래과학고)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스쿼시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1년 365일 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며 자신의 꿈을 가다듬고 있다. 격렬한 운동을 견디지 못한 낡은 운동화에 구멍이 나면서 양말이 찢어지고, 발바닥의 살갗이 찢어질 때까지 말 그대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홀로 뒷바라지하는 어머니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 숨겼지만 어머니가 세탁을 하다 피 뭍은 양말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올해 1월 박 군은 발에 딱 맞는 운동화를 선물 받아 꿈을 위한 훈련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박 군을 추천한 분은 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다. 교사 관심·추천 등 도움 필요 지금도 어디선가 어두운 현실 속에서 끈질기게 자신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있다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교사들의 관심과 안목의 도움을 받고 싶다. 재단은 오는 10월 초록우산 아이리더 12기를 모집한다. 총 50명을 선발해 1인당 연간 최대 1000만원을 교육, 교구 구입, 대회참가비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업을 비롯해 예술·체육 등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아동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애쓰시는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이리더’ 프로그램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2015년에 새로운 세계유산 하나가 추가됐다. 바로 ‘백제역사유적지구’로 공주, 부여, 익산의 8개 고고학 유적(공주: 송산리고분군·공산성, 부여: 관북리 유적·부소산성·능산리고분군·부여나성, 익산: 미륵사지·왕궁리 유적)이 여기에 해당한다. 덕분에 사람들은 다시 백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이들 유적에 대한 유명세가 모두 같지는 않아 보인다. 무령왕릉이 포함된 송산리고분군이나 무왕이 지은 미륵사지, 그리고 5층 석탑이 있는 정림사지처럼 유명한 곳도 있지만 조금 덜 알려진 곳도 있다. 관북리 유적이나 부여나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무래도 이들 유적은 무령왕릉처럼 화려한 유물이나 절터의 탑처럼 눈에 띄는 지상의 유적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부여에 답사 온 사람들도 놓치기 쉽다. 그렇지만 역사 유적도 사람을 보는 것과 같아서 모두 중요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잠시 눈을 돌려 관북리 유적과 부여나성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이전과 다른 부여, 그러니까 사비도성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부여 답사를 하기 전에 잠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같은 도읍지인 부여와 경주의 직접 비교는 조금 곤란한 면이 있다는 점이다. 경주의 경우 ‘삼국사기’ 기준으로 992년 동안 신라의 도읍지였던 곳이다. 그에 비해 부여는 123년 동안 백제의 도읍지였으니 그 격차가 크다. 단순하게 기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성기 존재 여부, 도굴과 전쟁으로 인한 피해 등도 고려의 대상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경주의 주요 유적은 대부분 통일 전쟁 이후 전성기로 평가받는 문무왕~혜공왕 때 만들어진 것이다. 또 신라 초기 무덤은 돌무지덧널무덤으로 도굴이 어려워 최근까지 전해지는 유물이 무척 많다. 하지만 굴식돌방무덤 일색인 백제의 고분은 기적처럼 살아남은 무령왕릉을 제외하고 모두 도굴됐다. 무엇보다 경주는 견훤의 침입을 받기는 했지만 외적의 공격과 파괴가 크지 않은 도시라는 점에서 나당연합군, 그리고 신라의 영역으로 포함된 부여의 처지와 사뭇 다르다. ‘삼천궁녀’에만 수렴해선 곤란 무엇보다 부여 답사를 어렵게 하는 것은 ‘선입견’, 조금 더 정확히는 ‘삼천궁녀’다. 이 낱말이 주는 메시지가 워낙 뚜렷한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삼천궁녀’ 관점으로 부여를 보고 백제를 보며 답사를 한다. 낙화암이 있으니 전쟁 중 희생당한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모든 것이 여기에 수렴돼서는 곤란할 것 같다. 역사 속 어느 나라건 멸망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조선의 도읍지, 서울을 보며 태조와 세종 얘기는 빼고 고종과 순종만 얘기하는 실수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처럼 부여 역시 여러 내용을 두루 살펴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부여의 유적은 새로운 시선을 갖고 백제를 보는 데 도움을 준다. 자, 이제 부여를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유적과 연결해 다시 살펴보자. 널리 알려진 것처럼 부여는 백제의 세 번째 도읍지다. 고구려의 공격으로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도읍을 옮긴 백제가 성왕 때 도읍지로 정해 옮겨간 곳으로 당시 이름은 사비(泗沘)였다. 이 역사를 통해 웅진은 급작스럽게 옮겨온 느낌을 받지만 사비는 조금 여유롭게 선택했을 것 같은 분위기다. 실제는 어떠할까.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백제가 사비로 도읍을 옮긴 건 538년이지만 백제 역사 속에 사비가 등장하는 건 훨씬 전이다. 약 50년 전인 490년, 동성왕이 사비원에서 사냥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10년 뒤인 501년, 사비의 동원(東原)과 서원(西原)에서 사냥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러한 사실은 무척 흥미로운데 왕의 사냥은 상당한 정치적 행위임을 고려하면 사비가 그 장소로 이렇게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더구나 10년 사이에 사비 지역을 동서로 구분할 정도가 됐다면 무언가 그 사이에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 근거가 바로 부소산성과 가림성(지금의 성흥산성)이다. 가림성은 501년에 쌓은 것으로 보인다. 동성왕이 501년 8월, 가림성을 쌓고 위사좌평 백가를 보내 지키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을 쌓는 일은 사비를 도읍지로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백가는 결국 그해 11월, 사비로 사냥하러 온 동성왕을 시해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하는데 하나는 웅진에 기반을 둔 백가가 자신의 세력이 약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을 한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좌평이란 고위직에 있는데 지방의 산성으로 보내진 것에 대한 불만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급변하는 과정에서 무령왕이 사비로 내려와 우두성에 자리를 잡는다. 이 성이 지금의 부소산성이니 501년 전에 완성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령왕은 전투 끝에 백가를 가림성에서 잡아 처형한다. 여러 산성 쌓아 3중 방어체계 구축 백제로서는 왕이 시해되는 비극을 겪었지만 이 내용으로 백제는 최고위직인 좌평을 보내 지키게 할 정도로 가림성, 그리고 사비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사비를 도성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왕16년, 538년 사비로 천도는 이러한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성왕은 사비로 도읍을 옮기며 나라 이름을 남부여(南夫餘)로 바꿨다. 그렇다면 수십 년 동안 준비한 것은 무엇일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부여나성과 관북리 유적이다. 나성(羅城)은 도시를 둘러싸는 성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한양도성과 비슷하다. 다만 전쟁이 격심했던, 그리고 도읍지의 함락을 겪었던 백제는 조금 더 방어에 관심을 가졌으니 나성만 만든 것이 아니라 3중 방어체계를 구성했다. 먼저 도성 밖에 여러 개의 산성을 쌓아 외곽의 방어선이 되도록 했다. 앞에서 살펴본 가림성을 비롯해 석성산성, 청마산성 등 수십 개에 이르는 사비 주변의 산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두 번째 방어선이 바로 나성이다. 다만, 사비는 서쪽과 남쪽으로 금강(백강)이 흐르고 있어 나성은 북쪽과 동쪽에만 쌓았다. 확인된 구간은 대략 6.3km 정도다. 그리고 도성의 마지막 방어선은 바로 도성 안쪽을 지키는 것으로 왕궁 뒤에 만든 부소산성이 최후의 보루가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나성은 도성 방어 외에 다른 역할도 했다. 도성의 경계를 명확하게 한 점이다. 한성이나 웅진 시기에는 백제의 도읍지 영역을 명확하게 하기 어려웠는데 사비 시기에는 나성이 그 역할을 한 것이다. 도성의 안과 밖 구분이 명확해지니 몇 가지 흥미로운 점도 발견된다. 조선이 한양에 적용한 원칙 가운데 하나가 산 사람을 위한 도시라는 것이다. 곧 죽은 사람은 왕이라고 하더라도 도성 밖으로 나가야 했으니 조선 왕릉 건설 원칙 가운데 하나가 그 위치를 도성의 10리 밖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런 원칙을 백제도 적용했다. 백제 왕실의 고분인 능산리고분군도 나성 밖에 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공간을 나성으로 나눈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 공간 나눈 ‘나성’ 그런 점에서 나성을 세계유산에 포함했다는 점은 기억할만하다. 나성 자체가 중요해서이기도 하지만 백제의 도읍지를 이루는 요소라는 점에 더 많은 점수를 준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부여를 답사하러 간다면 몇 개의 점으로 대표되는 역사 유적을 보는 것을 넘어 도성으로서 부여를 본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나성과 더불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곳은 바로 왕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유적이 역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관북리 유적이다. 그런데 관북리 유적을 왕궁으로 보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 꾸준한 발굴을 통해 비로소 왕궁이 있던 곳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길이가 35m에 이르는 거대한 건물터나 높은 관청을 뜻하는 수부(首府) 글자가 새겨진 기와, 그리고 부소산성과 넓은 평지 사이에 있는 지리적 위치 등이다. 지금 관북리 유적은 너른 공간에 여러 발굴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나무나 돌로 만든 지하저장시설도 그중 하나인데 참외나 다래, 복숭아, 살구, 오이의 씨앗이 발견되기도 해서 백제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또 동서 방향과 남북 방향으로 만든 길의 흔적도 있으며 수조와 토관을 이용한 수도 시설도 있어 당시 생활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부여, 성왕이 도읍지를 옮길 당시 사비도성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외곽에 수십 개의 성을 쌓아 1차 방어선으로 삼고, 이후 금강과 나성으로 2차 방어선을 만듦과 동시에 사비도성의 윤곽을 만든 뒤 도성 안에는 즐비한 집과 거리, 절이 있고 그 중심에 궁궐이 있으며 부소산성이 3차 방어선이자 최후의 거점이 된다. 그리고 금강을 통해 여러 나라와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사비의 모습을 그려내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한성이다. 한강과 제방을 이용해 도읍지의 윤곽을 만든 뒤 도성 안에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밖으로는 삼성동과 아차산 등에 쌓은 토성과 산성. 어쩌면 백제는 자신들 전성기의 도읍지, 불의의 공격으로 빼앗긴 한성을 그리워하며 그 역할을 대신할 곳으로 사비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사비도성, 곧 부여를 답사하면서도 백제 전체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사비도성의 지금 이름, 부여는 백제의 또 다른 나라 이름이며 백제 왕족의 성씨다. 부여가 백제인 셈이다. 박광일 여행작가·여행이야기
올해 6월 10일부터 8월 15일까지, 67일간 유례없는 최장기간 장마와 역대급 집중호우로 전국적인 수해 재난이 발생했다. 교육연구시설의 재난 발생 사례는 최장기간의 장마와 역대급 집중호우로 650여 건(24일 기준) 접수됐다. 충청권이 170여 건으로 가장 많았고 호남·제주권이 160여 건, 경기·인천권이 150여 건으로 뒤를 이었다. 재난 종별로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피해가 약 82%로 가장 많았고, 낙뢰 피해가 14%, 풍해 피해가 4%로 집계됐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는 이번 집중호우 재난 피해 학교 중 피해가 가벼워 신속한 복구가 가능한 학교시설에 대한 복구비 지급을 완료했다. 피해 규모가 큰 학교시설은 신속한 복구를 위해 가지급 제도를 활용해 긴급복구비를 지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피해 규모로 추정하면 최종 복구비는 1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유형을 보면 붕괴, 침수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옹벽 또는 석축과 경사면 붕괴는 피해 규모가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크고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도심지역의 경우 학교와 주택이 밀집돼 있어 옹벽 또는 석축 붕괴에 따라 인근 주택에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올해 서울 모 초등학교의 경우 옹벽이 갈라진 틈새로 빗물이 많이 나와 인근 주택에 침수피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경우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 만큼 학교에서는 평상시 주기적인 안전점검과 문제점에 대한 신속한 개선 등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 호우로 73개교에 낙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시설물처럼 복구가 오래 걸리지 않고 통신 완제품을 재설치해 원격수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침수 또는 누수 피해나 낙뢰로 전기·통신장비가 고장 나면 원격수업 중단 등 혼선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설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공제회는 4월 시·도교육청을 통해 각급 학교에 원격수업 정상화를 위한 시설관리 방안을 안내하고, 풍수해와 낙뢰 피해를 대비한 안전점검을 했다. 이후 교육연구시설에 대한 낙뢰의 심각성을 각인시켜 학교시설의 피뢰설비 설치 사업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가끔 그런 날이 있어요. 퇴근하면서 왠지 마음이 허전한 날. 뭔가 일을 한 것 같기는 한데, 제대로 한 일이 없이 하루가 그냥 지나간 느낌. 바삐 흘러갔던 날인데,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서 마음이 공허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바쁜 하루였어요.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고 쉴 새 없이 퇴근 시간까지 달렸던 하루이기도 하지요. 그런 날엔 퇴근하기 전 조용히 앉아서 뭘 했는지 노트에 써 보고는 해요. 08:30 ~ 08:40 출근, 컴퓨터 켬 08:40 ~ 08:50 메신저 확인, 수업 준비 08:50 ~ 09:10 학생 발열 체크 09:10 ~ 12:00 수업(블록 수업이라 쉬는 시간은 딱 10분) 12:00 ~ 12:40 급식지도 12:40 ~ 12:50 잔반 처리, 바닥에 떨어진 국물이랑 반찬 치우기 12:50 ~ 13:20 교실 청소 13:20 ~ 14:00 업무(학교폭력 공문 기안, 학생선수 전수조차 후속처리) 14:00 ~ 15:40 회의(교육부 속보 때문에 갑자기 회의, 하지만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해도 회의는 길다.) 15:40 ~ 16:40 업무(공문 발송 준비, 학생 확인서 스캔, 소송 관련 변호사 사무실 통화) 문제점: 일은 열심히 했는데, 결과물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 한 느낌 16:40 ~ 17:00 학급 알림장(온라인 학습 전환 관련 안내, 교과서 배부 관련 안내) 17:00 ~ 17:20 알림장 답글에 댓글 달기, 학부모님 메시지 확인 ‘오늘은 하는 일 없이 그냥 지나갔네….’ 하는 헛헛한 마음에 펴놓은 노트. 노트 위에 빼곡히 적은 하루의 궤적. 그렇게 하루의 일을 상기하고 나니 왠지 뿌듯해져요. ‘오늘도 열심히 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요즘 우리는 뿌듯한 마음을 충전하면서 살아야 해요. 코로나19 상황으로 바삐 돌아가는 학교.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이것저것 다른 업무도 추가되는 현실. 또 하나, 감염병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우울감도 무시하지는 못하니까요. 마음 하나 잘 챙기면서 사는 것도 능력인 시대가 되었어요. 그래서 하루의 일을 노트에 적으며 작은 성취를 맛보는 일도 중요해요. 작은 성취의 순간들이 모여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아효능감을 키워주기 때문이지요.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 작가는 『자존감 수업』을 통해 자존감을 위해서는 3대 기본 축이 있다고 역설했어요. 자신을 쓸모 있게 느끼는 자기 효능감,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어 하는 마음인 자기 조절감,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능력인 자기 안전감. 이렇게 3개의 기본 축이 모여 자존감을 이룬다고 했지요.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노트에 정리하는 하루의 일과는 우리의 자존감까지 챙겨줘요. 정말 가성비가 넘치는 시간이지요. 뿌듯한 기분으로 퇴근하는 하루하루가 쌓이면 우리의 마음도 더욱 당당해질 거예요. 열심히 일했는데, 찝찝한 기분이 드는 하루. 그런 하루는 헛되게 흘려보낸 하루가 아니에요. 그런 날엔 퇴근 전에 노트를 펴 놓고 하루를 정리해 보세요. 집에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실 테니까요. 힘들고 바쁜 요즘, 마음을 잘 챙기시면서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여가부 일부 초등학교에 배포 노골적 표현·조기성애화 우려 논란 커지자 결국 회수하기로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여가부가 일선 초등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서적이 동성애를 미화하고 성관계를 선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제기된 후 현장의 논란이 커지자 결국 회수 결정이 내려졌다.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가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나다움 어린이책 교육문화사업’으로 배포된 책중 일부가 동성애를 미화·조장하고 남녀 간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엄마 인권선언’, ‘아빠 인권선언’이라는 책에서 각각 아빠와 엄마에게는 ‘원하는 대로 사랑할 수 있는 권리’, ‘원할 때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여성 간, 남성 간에 가족을 구성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이라는 책에서는 ‘아주 비슷한 사람들이 사랑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남자 둘이나 여자 둘’이라고 서술하는 등 동성애 자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인터넷 서적 사이트에 동성애자로 검색하면 이 책이 나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라는 책에 대해서는 조기성애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성교 자체를 재미있는 일, 신나고 멋진 일 등으로 표현하고 그림을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성관계를 자세하게 묘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책은 부모의 성관계를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 수위가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는 주장이다. 성기 삽입 과정을 보여주며 ‘두 사람은 고추를 질에 넣고 싶어져. 재미있거든’, ‘아빠는 엄마의 질에 고추를 넣어. 그러고는 몸을 위아래로 흔들지. 이 과정을 성교라고 해. 신나고 멋진 일이야’라고 서술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런 책을 초등학교에 보급했다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존중과는 별개로 동성애, 동성혼을 미화하거나 조장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묘사하고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표현하는 도서를 배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교육부가 실태를 조속히 파악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해당 책들은 학생들이 항시 볼 수 있도록 비치가 돼 있는 것이 아니고 교사나 사서가 별도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며 “학교와 책의 비치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해보고 필요한 부분은 신속히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제로는 5개 학교에 배포됐고 외국에서는 상을 받고 추천 받을 정도로 내용에 대해서는 평이 좋은 책들”이라며 “성교육 설명에 보조 자료적인 요소로 보고 교사나 학부모 판단 속에 교육하면 되는 것이지 너무 과장되게 받아들이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결국 성평등책 7종을 배포했던 학교에서 회수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26일 “일부 도서의 문화적 수용성 관련 논란이 일고 있음에 따라 해당 기업과 협의해 도서들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다움 어린이책 교육문화사업’은 아이들이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성인지감수성 등을 다룬 책을 선정해 전국 초등학교와 도서관에 배포하는 사업이다.
요즘 트렌드는 ‘B급 감성’이다. 어설프지만, 유쾌하고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어서 젊은 세대가 특히 열광한다. 한국교총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샘TV’에서도 선생님들이 직접 만든 ‘B급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박지웅 전북 안천초 교사와 오준영 전북 설천초 교사가 만드는 ‘OST(ojy school tv)’다. ‘오지(奧地) 학교 TV’라는 뜻을 담았다. 이들의 영상은 카메라를 앞에 두고 두 교사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자막과 편집도 단순하다. 시골 학교의 추억 만들기, 시골 학교의 온라인수업, 학급 캠프, 행정 업무 등 시골 학교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선생님들의 수다’에 가깝지만, 시골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에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도시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시골 학교 이야기를 접할 기회를 준다. 박 교사는 “시골 학교가 도시 학교와 다른 점, 시골 학교에 대한 오해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다”면서 “학교에서의 모든 일상이 콘텐츠의 소재가 된다”고 설명했다. 첫 회는 ‘시골 학교의 추억 만들기’였다. 오 교사는 한 지상파 방송에 학생들과 출연했던 경험을 꺼내 놓았다. 전교생이 5명인 학교에서 아이들과 밴드를 꾸려 연습하고 노래자랑 프로그램까지 나갔다. 당시 TV에 방송됐던 영상까지 곁들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오 교사는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추억 만들기”라며 “인기상도 받았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제자들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열었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처음 다뤄보는 악기를 배우고 석 달 동안 연습해 공연을 선보인 것. 선생님들이 준비한 깜짝 공연에 신난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대로 나와 춤을 췄다. 박 교사는 ‘학급 캠프’ 편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교실에 텐트를 치고 다 같이 고기도 구워 먹으면서 하룻밤을 보내는 활동이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선 쉽게 시도할 수 없지만, 작은 학교에서는 가능하다. 박 교사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연계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학교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면서 어려운 점도 있다고 했다. 서로 4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근무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촬영하는 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오 교사는 “시골 지역이라 10년간 신규 임용자가 전무하다”며 “다양한 출연자를 섭외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전했다. 박 교사는 편집을 꼽았다. 시나리오를 짜서 콘티에 따라 촬영하지 않고, ‘원 테이크(one take·한 번의 컷으로 촬영하는 것)’진행하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지금은 충분하지만, 아이디어가 고갈될까 봐 걱정”이라며 “여러 선생님의 사연과 이야기를 받아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도시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정말이냐’고 물었어요. 학생 수가 적으면 보통 가르치기 쉽고 업무도 수월할 거로 생각하니까요. 학생 관련 업무와 관리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에요. 하지만 학생의 수가 적은 만큼 교사의 수도 적어서 한 교사가 여러 업무를 맡아야 하기도 합니다. 특히 학생 전체가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고요. 시골 학교에 대한 오해도 풀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관심과 응원 부탁합니다.”
과밀학급 학습 여건·방역 불이익 장기화할수록 학습격차 벌어져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교육부가 수도권 지역 학교의 전면 원격수업 전환을 발표한 가운데 교총이 26일 정부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통해 학교 방역과 교육격차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본격적인 학급당 학생수 감축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총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철저한 교실 방역, 효율적인 원격수업, 대면 수업 거리 두기, 취약 학생 학습 지원 및 교육격차 해소 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 있다”며 “지속적인 감염병 대응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2학기에도 원격수업을 이어가야 할 전국의 교사들에게 과밀학급은 큰 부담이다. 쌍방향 수업은 물론 학습상황 점검과 피드백에 어려움이 커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과밀학급은 대면 수업 때도 교실 내 거리 두기나 방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침에 따라 3분의1, 3분의2로 밀집도를 완화할 수 있지만 정작 교실은 분반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교총은 “특히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학습지도와 상담을 해주고 맞춤형 교육이라는 미래 교실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수만 개에 달하는 30명 이상 과밀학급을 획기적인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더이상 저출산, 경제논리만 내세우지 말고 국가 차원에서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 보호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지적은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나왔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고비를 넘기면 학력 편차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1학기 개학 후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못 받았지만 확인 결과 서울·경기지역 과학고들은 5월 말 개학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등교수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들 학교가 등교수업이 가능했던 것은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 15명 수준이었기 때문. 교실 면적이 20평일 경우 15명이면 한 명당 1.3평이지만 30명 이상 과밀학급일 경우 0.6평 수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즉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을수록 학습 여건, 방역에서 불이익을 받는 데다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는 등교일수와 연결돼 학력 격차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정부에서 추진하는 그린스마트 사업이나 쌍방향 온라인 수업 모두 학급당 학생 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부가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같은 당 정찬민 의원도 “학급당 학생 수가 31명에 달하는 과밀학급이 많은데 이를 15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지적했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감하고 점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재부가 학생수 감소에 따라 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교육부는 이런 논리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인 만큼 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단기적, 중장기적 대응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위원들의 질의가 끝나갈 무렵 유기홍 교육위원장도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필요성에 공감하며 교육부 차원의 대책을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지나치게 OECD를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평균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며 “농산어촌은 학생 수가 굉장히 적고 신도시들은 학생 밀집도가 높은데 전국 평균을 내면 오히려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위원들이 질의한 문제인 만큼 중장기 계획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신속하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육부는 특별히 유념해서 빠른 해답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원 곡정초등학교(교장 김혜숙)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꾸준히 살피고 건강한 정서발달을 지원하고자 학생상담 활동을 진행하였다. 코로나19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특히 맞벌이 등 가정 내 돌봄 결여 및 사각지대 학생, 사회성 향상이 필요한 학생, 기타 자발적으로 복지실에 찾아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제별 맞춤형 상담을 실시하였으며, 공통적으로 감정 탐색하기, 감정 다루기, 자기 격려하기 활동을 통하여 스스로의 마음을 보살피고 격려하는 훈련을 진행하였다. 상담에 참여한 4학년 유00 학생은 “언제나 상담 시간이 기대돼요. 교실에서는 여러 친구들이 있어서 말하기 어려웠던 마음을 상담 시간에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말하였고, 5학년 김00 학생은 “선생님과 심리검사를 통해 나의 성격유형을 알 수 있어서 유익했어요.” 말하였다. 이외 담임교사와의 협력관계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즉각적인 상담과 위기 개입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문제 예방에 힘쓰고 있으며, 필요 시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위기 개입, 심리지원 서비스 제공 등 전문적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 강사들의 처우와 복지 개선을 취지로 한 일명 대학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령)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사립 대학 강사 처우 개선과 고용 유지를 위해 21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 집행 금액은 그 절반도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사 인건비 집행률이 겨우 44.6%에 그쳤다. 다른 예산은 늘 부족한 대학 예산의 잉여금이 된 강사 인건비의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대두된 것이다. 교육부의 강사 인건비 예산 자체의 효과를 높일 필요도 과제로 나타났다. 사실 7년 여의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지난 2019년 8월 일명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령)을 시행하면서 대학 강사 처우 개선과 고용 유지를 위해 21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 예산 집행 금액은 절반도 안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대학들이 강사료 외의 퇴직금, 고용보험료 둥 비용 부담을 이유로 강사 고용을 줄여 지원할 대상이 감소해서다. 정부가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강사법을 개정했지만 결국 일자리를 뺏기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역설적으로 강사 처우와 복지를 위한 강사법이 강사의 일자리를 잃게 한 원인이 된 것이다. 실제 2018년 2학기 전국 대학·전문대학 51만 4천명이었으나, 2019년 1학기에 49만 2천명으로 줄었고, 2학기에는 다시 35만 6천명으로 감소했다. 1년 사이에 15만 8천명 약 30%의 강사가 실직한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 회계연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강사 처우개선 사업 예산 217억3300만원 중 97억원이 집행됐다고 나타나 집행률 44.6%에 그쳤다. 이 예산은 사립대 강사 고용이 축소되지 않도록 방학 중에도 임금의 2주치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회계 예산 152억원과 사학진흥기금 융자 65억원으로 마련됐다. 이 중 일반회계 예산은 97억원이 집행됐지만 강사 처우개선 융자(고정금리 연 1.5%)는 단 한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물론 2019년 강사 인건비가 2018년 기준 추정 강사 인건비를 기준으로 예산을 책정하다보니 실제 강사 수 대비 많이 책정됐고, 융자 금리도 1년 전 기준으로 적용하다보니 저금리 기조에서 실질적으로 집행률이 저조한 것은 일면 이해되난 근본적 개선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전체적인 추이는 강사수를 줄이고 고등교육의 질을 저한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예산 집행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대학들이 강사 고용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학 강사법은 대학이 강사에게 1년+2년(1년 기본에 2년 임기 연장) 등 3년 이상 전임교원 자격을 보장해주고,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등 4대 보험과 퇴직금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은 대학이 떠안아야 하다 보니 오히려 강사 고용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대처 방안으로 대학들은 강사법 적용 대상이 아닌 초빙·겸임·석좌 교수 등 예산이 필요 없는 교원들을 늘리는 있는 추세다. 게다가 ‘교양 교과목’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강좌를 설강해 강의를 강연으로 왜곡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대학들이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강사수 더욱 구조 조정해 일자리를 잃게 할 우려가 있다. 이에 교육부는 방학 중 예산 집행 시 강사 고용 변동 및 강사 비중 등을 반영해 대학별로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강사들의 고용 안정에는 거의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박사학위를 받고 강의 경력과 연구경력을 얻기 위해 강사직을 얻는 소위 신진학자들의 장래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우려되고 있다. 전국 대학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인문교양 강좌를 중심으로 온라인·원격강의를 확대하면서 강사들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해 작년 강사법 시행 전후로 부담을 느낀 대학들이 강사 고용을 줄였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이 증액하면서 올해는 예산 428억원의 예산 집행률을 제고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이후는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지난 해 시간강사가 '강사'로 대학 교원으로 인정되면서 이들의 지위, 처우, 복지 등의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퇴직금, 4대 보험료 등 다른 비용 때문에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행정의 틈새를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강사가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교육부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강의 비율 4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강사들의 고용 안정과 처우, 복지 개선에 각별히 관심을 갖고 대처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