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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시하였다. 0세에서 5세는 무상보육, 초등학생은 온종일 돌봄학교, 고등학교는 무상교육, 대학생들에게는 반값등록금, 중장년에게는 가계부채 줄이기 그리고 노인은 국민행복연금을 제시하였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에 매년 27조 원 소요 이러한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은 과연 얼마일까? 우선 0세에서 5세 무상보육은 당장 올해 3월부터 구체화된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보육시설에 보낼 경우 월 22만 원에서 39만4000원을, 가정에서 키우면 월 10만 원부터 20만 원까지 양육수당을 받는다. 초등학교는 오후 5시까지 학교가 책임지고 돌보는 온종일 돌봄학교를 추진하고, 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을 추진한다. 노인의 66%에게 월 9만 원 정도 지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은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국민행복연금으로 재편한다. 박 당선인은 이 같은 공약 실현을 위해 매년 27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증세 없이 60%는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예산을 절약해서 충당하고, 40%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간접증세로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것을 교육복지 분야로 축소해서 공약의 주요 내용, 현 실태와 문제점 등을 짚어 보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교육복지 부분에 대해서 발표한 공약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학교 운영, 둘째, 고교 무상교육, 셋째, 대학 반값등록금으로 압축된다. 온종일 돌봄학교, 1조7000억 원 예산 16만 명 혜택 ‘온종일 돌봄학교 운영’ 공약은 희망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가 오후 5시까지 책임지고 돌보는 체제를 도입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교육내용은 학생 희망에 기반한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과 놀이·체험활동을 위주로 한다. 온종일 돌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급식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된다. 또한 맞벌이 가정 등 5시 이후에도 추가적인 돌봄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오후 10시까지 온종일 돌봄교실을 연장·운영한다. 이를 위해 부족한 공급을 분담할 수 있도록 지역아동센터와 연계를 강화하고, 공립형 온종일 돌봄학교를 설치하며 중·고생 전용시설은 별도로 설치한다. 구체적인 운영 방법으로 2014년에는 1·2학년, 2015년에는 3·4학년, 2016년에는 5·6학년까지 연차적으로 시행하며, 방과후학교 무상지원 예산 및 돌봄교실 무상지원 예산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약 16만 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1조7000억 원(이미 투입된 ‘방과후학교’ 바우처 4000여억 원 포함)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관련 예산을 확보해 놓았는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집행하는 데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교실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41조282억여 원을, 보건복지부 소관의 ‘방과후 돌봄서비스’ 예산도 1234억여 원을 책정했다. 새해 예산이 책정되었으니 정책추진에 소요되는 재원은 마련된 셈이다. 다만 예상되는 문제점은 온종일 돌봄학교 운영에 필요한 양질의 강사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가이다. [PART VIEW]당초 공약과는 달리 인수위의 발표대로 당장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해도 작년 기준 전국의 초등학교 숫자가 5895개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한 학교당 1개 반씩 2명의 돌봄교사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대략 1만2000여 명의 교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즉, 재원이 마련된다고 할지라도 그에 따른 양질의 교사와 강사를 확보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등학교 의무교육에 약 2조4000억 원 필요 둘째,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는 고등학교 진학률이 99.7%로 보편화되어 있고,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해 왔다는 전제에서 마련된 공약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자신의 집권 기간 동안에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하여 수업료·입학금·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 대금을 무상지원하되, 사립 자율고와 특목고의 무상교육 포함 여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보면, 2014년부터 매년 25%씩 확대하여 2017년에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며, 이를 위해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관련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한다. 고등학교 의무교육을 위해서 소요되는 재원은 약 2조4000억 원이 필요한데, 이미 저소득층, 국가유공자, 특수교육, 농어업인 학자금 지원 등으로 1조3000억 원이 쓰이고 있다. 따라서 1조1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면 고등학교까지 무상의무교육을 하는 나라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고등학교 의무교육 공약은 박 당선인뿐만 아니라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역시 교육분야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할 만큼 대통령 후보자들의 주요 관심 사안이었던 만큼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실현되기를 소망해 본다. 반값등록금, 소득분위별 차등화 정책으로 실현해야 셋째, 반값등록금에 대한 박 당선인의 생각은 소득에 연계한 장학금을 지원함으로써 대학등록금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소득하위 80%까지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하여 대학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경감하고, 소득 2분위까지 등록금 전액을, 소득 3~4분위 학생에게는 75%를, 소득 5~6분위 학생에게는 절반을, 소득 7~8분위 학생에게는 등록금의 25%를, 소득 9~10분위 학생에게도 든든학자금(ICL) 대출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2014년에 대학 등록금의 실질적 반값 정책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가장학금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고, 든든학자금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반값등록금과 아울러, 실질적으로 학자금 대출이자 제로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하였다. 문제는 학자금 대출 이자율이 현재 3.9%까지 인하됐지만 대학생들의 상환 부담이 여전히 높은 만큼 학자금 대출금리를 추가 인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제가 되었던 군 복무기간 중 대출이자를 면제하고, 학자금 대출이자 경감 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며,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학생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학 기숙사를 확충하고, 기숙사 비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학생 기숙사 수용률은 18.3% 수준에 불과하여 지역 출신 대학생 및 저소득층 학생들이 주거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국립대학의 임대형 민자사업(BTL), 사립대학의 융자지원, 국토부(LH)·서울시의 임대주택 지원 방식 등을 통해 기숙사 수용률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규 설립 기숙사의 경우 건설비의 일부를 지원한다든지 사학진흥기금 등 대학 기숙사 건립 관련 예산 확대 등 저리 융자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이를 기숙사 비용이 비싼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실시하면서 단계적으로 전국에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교원의 사기진작책으로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업무부담 경감, 담임수당 등의 인상을 통한 처우개선 등이 주로 제시되었다. 교권확보라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교사들에게는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가 근심 걱정을 모두 잊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이런 분위기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수업에 들어가는 교사들의 모습이 마치 결과가 뻔한 경기에 어쩔 수 없이 출전하는 초라한 선수들의 모습으로 변했다. 수업을 들어가도 전혀 즐겁지 않고 신나는 수업을 하기는커녕 잔뜩 스트레스만 받고 나오는 좋은 수업과는 거리가 있는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무너진 교실, 무너진 사기 이렇듯 교실에서 수업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을 가져온 원인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급속한 변화를 유도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앞세운 무분별한 인권중심의 정책 추진으로 인한 교권의 추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학생, 교사 모두 인권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조례의 위력에 당황해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엉뚱하게도 교권 부재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교원들은 무너진 교권을 바로 잡아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도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더구나 서로 비슷한 평가이면서도 기준이 다른 별도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결국 교사들이 원하는 것들이 최근 들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이런 변화에 맞춰 교원정책을 추진해야 하기에 차기 정부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어떤 것을 원하나 교원들이 원하는 교원정책의 근간은 교원만을 위한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수당의 인상으로 사기를 높여야 한다는 등의 교원정책 요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교원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가령 학교에서의 폭력근절이나 냉·난방의 충분한 공급으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때 교원의 사기도 진작되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교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객관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정책의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교원들을 위한 교원정책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동안 대선공약이나 총선공약 등으로 등장했던 교원정책들만 잘 실현해나가도 교원의 사기진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가령 교원증원을 통한 수업부담경감,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관련이 적은 행정업무경감, 학급당 인원감축 등의 실현만으로도 질 높은 학교교육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간단한 교원정책이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면 변한 것을 찾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그만큼 공약으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이렇듯 단골메뉴가 된 교원 사기진작을 위한 정책들을 긍정하거나 기대하는 교원들은 많지 않다. 피부로 느끼는 정책들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반증이다. 교원들이 원하는 정책은 생각보다 거대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 아니다. 최근의 분위기와 맞물려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가장 크게 원하고 있으며, 굳이 교권확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최근의 분위기는 교원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평가통합, 기본부터 검토해야 교사가 아무리 수업에 최선을 다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 현재의 학교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됨에도 교원능력개발평가는 매년 다가오고 훌륭한 수업을 위해 많은 자료를 준비하여 의욕적으로 교단에 서지만 의욕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잠깐의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다. ‘평가는 받아야 하고 수업은 제대로 되지 않고’ 대부분의 교원들이 갖는 공통적인 마음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통해 교원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로 인해 도리어 교원능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기 때문이다. [PART VIEW]수업을 통해 평가를 받는 자체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고,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평가문항을 정하여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평가문항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해도 객관성 없는 평가기준은 교원들에게 평가에 대한 회의를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무성적평정, 성과상여금평가 등의 기준이 서로 상이한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펼칠 논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나마 이들 평가를 통합한다는 것이 이번 대선의 공약이었고 앞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평가를 통합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평가라는 것은 평가를 하는 쪽이나 평가를 받는 쪽 모두 수긍이 되어야 한다. 즉 보편·타당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평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평가 통합은 도리어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교원업무경감, 특단의 대책 필요 교원의 업무경감을 위한 방안마련은 오래된 숙제이자 숙원정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업무들이 바로 잡무에 해당된다. 각종 공문서처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따라서 각종 행정업무에서 교원들을 해방시켜야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고, 결국은 교육경쟁력을 길러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행정업무를 감소시켜 수업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교무행정지원인력 확충은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시·도에서 이와 유사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잘만 손질하면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당 1~2명의 지원인력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업무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행정지원인력을 충분히 확충하고 이들에 대한 사전연수를 충실히 시켜야 가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행정지원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산문제와 연계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예산을 확보하고 이들에 대한 보수를 현실화시켜 교사들처럼 학교를 사랑하고 평생직장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학교에서의 행정인력확충은 교육복지 예산문제와 연계시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복지예산이 30%를 상회하는 현실에서 교원의 업무경감도 교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복지정책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복지정책이 무상급식이라면 교원들을 위한 복지의 최우선은 당연히 업무경감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수준으로 감축시켜 질 높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교원복지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야 사기가 오른다 교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교원정책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여건 확보가 최우선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지역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수준별 이동수업 등을 실시하는 것도 거시적으로 접근하면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한 학급을 모두 지도하는 것에서 2개 학급을 3개 수준으로 나누어서 지도하게 되면 학급당 인원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된다. 단순히 OECD 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막연함보다는 학급당 인원 수를 대략 몇 명까지 줄일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근에 취학학생 수가 줄어들어 자연적으로 학급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학급을 줄이지 말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인다면 훨씬 더 효과가 높을 것이다. 학급 수를 감축시키지 말고 학급당 인원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학습이다. 교육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학습을 통한 개개인의 자아실현을 도와주는 데 진정한 목적이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에서 교육개혁의 비전이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 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특별법 방안이 추구하는 ‘공교육정상화’는 ‘모두에게, 모든 교과목을,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데 있지 않다. 의무교육 단계에서 모두를 위한 교양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동일한 꿈’을 가지고,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방법’으로 교육하고 학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교육이 ‘저마다 타고난 소질과 끼를 끌어내고, 열정을 갖고 적성에 맞는 꿈을 찾아가도록 이끌어 주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미래 교육’을 담는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이왕에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만들겠다면, 반드시 교육기관보다 학생, 학습자를 중심으로 공교육 정상화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학교급, 학교유형, 학습자유형에 적합한 공교육 정상화 개념을 정립하여 새롭게 적용해야 한다. 교육과 학습이 학교의 특성, 학생의 꿈과 끼, 적성과 진로에 알맞게 이루어지고, 학교와 교사는 최선을 다해 교육하며, 학생들은 참된 학업성취와 성장을 경험하고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공교육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정상적인 교육은 교과지식 중심 교육이 아니라 핵심역량 중심 교육이 되어야 한다. 모든 교과에서 뛰어난 인재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여러 분야에서 소질과 끼를 발산하는 수많은 인재들을 길러내는 교육이 ‘정상적인 교육’의 모습이다. 이런 맥락에서 핵심역량 중심의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혁, 핵심역량을 키우는 교수학습 혁신, 다양한 진로교육 지원, 예체능교육 확대, 학습부진아에 대한 맞춤형 교육지원, 학생의 참된 학업성취와 성장을 위한 국가와 교육기관의 책무, 교사의 학생지도력 회복 방안, 방과후학교의 질 제고 및 단계적 무상화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될 필요가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해치는 지나친 고교 서열화, 고교 입시를 위한 중학생 성적경쟁도 완화하고,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공교육이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선행학습 규제를 위한 합리적 방법 모색 최근 쟁점화된 선행학습 또는 선행교육은 참여정부 시기 특목고와 대학 입학전형에서 내신 비중을 대폭 확대하면서 심화됐다. 내신 비중이 커질수록 선행 사교육이 유리하기에 그 강도는 더 세질 것이다. 따라서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헌법은 ‘모든 국민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원하는 것을 학습하고 교육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교육의 자유’가 보장돼야 ‘학습의 자유’도 보장될 수 있다. 더욱이, 사람마다 학습능력과 속도가 다른데 국가가 정한 학교 교육과정보다 이르게 교육받고 학습하는 것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난센스다. 고등학교는 선택교육과정이기에 학년별 진도가 정해져 있지도 않다. 따라서 선행학습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선행학습 금지는 사교육 방지의 실효성도 전혀 없다. 비밀 고액과외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사교육기관들은 국가교육과정과 다른 교육 프로그램으로 법을 피할 것이다. 설사 법을 지키면서 1개월 선행교육을 해도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온라인 사교육기관들은 만세를 부를 것이다. 온라인 선행교육은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선행교육금지법률’이 제정되면, 과외사교육의 격차를 키워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오히려 정책의 역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PART VIEW] 결국 법령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내신, 입시 문제 출제를 제한하여 간접적으로 선행학습을 축소·제한하는 방안이 타당하다. 하지만 이것도 고교·대학 서열화 완화, 국·영·수 중심 내신성적 경쟁 완화를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을 지향하는 ‘진로맞춤형 입시정책’이 도입되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교과서 완결학습체제’ 구축 박 당선인은 ‘교과서 완결학습체제’ 구축을 여러 번 강조하였다. 교과별 최고전문가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여, 재미있고 친절한 이야기형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교과서 내용을 충실하게 만들고, 교과서에 제시된 지식내용만 출제하고 평가하는 협소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미래에 우리가 지향하는 교과서가 교과지식 중심의 하나뿐인 ‘국정교과서’가 아니기에 ‘교과서 완결학습체제’ 공약은 미래지향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교과서에 충분히 담아내고, 자기주도학습력과 창의력 등 핵심역량을 길러내는 수업과 학습, 평가를 충실하게 지원하는 미래형 교과서를 만들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급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교과서 혁신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EBS교재만이 ‘대입교과서’가 되어 버린 교육파행을 개선하기 위해, ‘EBS-수능 70% 연계’ 방침은 ‘교과서’ 중심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 간소화 및 입학창구 일원화 현재 대입제도는 일종의 ‘블랙박스 전형’이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구체적 평가기준과 지표가 공개되지 않는다. 2014학년도에 66%에 달하는 수시 전형은 정시 전형보다 매우 복잡하다. 전형 유형이 3000개가 넘는다면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들도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 또 논술은 난이도와 출제경향이 대학마다 다르다. 이런 복잡한 카오스 전형은 학부모들에게 대입 컨설팅과 과도한 전형료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모집단위)에 맞는 타당한 전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대학이 내신과 수능에서 국·영·수 중심의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제도에선 학생이 자신의 꿈, 끼, 진로계획에 맞춰 공부하기보다 대학이 요구하는 획일적인 국·영·수 공부에 몰입하게 된다. 학생의 다양한 자아실현,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학부모의 고통과 혼란을 줄이고 다양한 꿈을 키우려면, 대입제도를 올바르게 개선해야 한다. 우선 진로맞춤형 대입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계열·모집단위별로 내신, 수능 과목 중 필수 선택과목을 지정해 대입 전형에 반영함으로써 진로맞춤형 학습을 유도해야 한다. 둘째, 여러 전형요소를 복합적으로 요구하지 말고, 학생의 장점(내신, 수능, 논술 중 하나)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입 전형을 단순화해야 한다. 셋째, 입학사정관 전형은 일부 축소하면서 소외계층,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적극적 차별 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입학사정관 전형의 기준·지표, 가중치까지 공개하고, 공개된 기준에 의해 선발해 ‘블랙박스 전형’을 ‘유리알 전형’으로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복잡한 수시 비중을 일부 줄이고 상대적으로 단순한 정시 비중을 늘리는 것도 입학제도 단순화의 한 방안이다. 여섯째, 대학별 논술은 폐지하고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하는 고교교과서 기반 ‘국가논술(수능Ⅱ)’로 전환해야 한다. 일곱째, 한국형 공통원서접수시스템은 최대한 신속하게 도입하여 과도한 전형료 부담을 줄이고 진로맞춤 전형을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대입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지원을 위해 EBS는 단순한 교육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학생진단, 교육, 학습, 진로, 진학 컨설팅을 지원하는 종합적인 차세대 교육서비스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 구현’을 새누리당의 교육부문 공약의 하나로 제시했다. 능력중심 사회를 구현함으로써 학벌이 초래하는 부정적 측면을 해결해 보겠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하여 제시된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공약은 크게 세 영역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의 구축과 활용, 지역대학 발전사업 추진, 그리고 전문대학을 고등 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영역에서 제시된 제18대 대통령 교육공약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본다. 갈 길 먼 과정이수형 자격제…… 우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구축 및 직무능력 평가제 도입 공약을 보자. 본 공약은 2007년에 개정된 현행 자격기본법에 규정되어 도입은 됐으나, 지금까지 국가기술자격법 등에서 수용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정책 중 하나인데 앞으로 이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자격기본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다르거나 이를 초월하는 내용은 없다. 자격기본법 제4조는 국가에 국가직무능력표준(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을 수립할 의무를 지우고 있고, 제9조에서는 교육훈련과 자격의 연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과정이수형 자격제도(국가직무능력표준에 따라 편성되고 주무부장관의 지정을 받은 직업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한 경우 시험검정을 거치지 않고도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까지 471개 직무에 대하여 국가직무능력표준(www.ncs.or.kr)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2012년 12월 현재 22개 직무에 대해서만 표준개발이 완료되어 있다. 과정이수형 국가자격제도는 현재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부국민신문고’에 개진된 의견이나 국회의 동건 입법예고 결과 응답자의 98% 이상이 제도 도입에 반대하였다. 주요 반대 이유는 과정이수형 자격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존에 비하여 자격취득이 용이하게 되어 기존 합격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자격취득자가 많이 배출되어 가치가 하락, 자격취득자의 수준이 하향 평준화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중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에 대한 국회의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 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몇 가지 문제는 남는다. 직무능력표준이 2015년까지 1차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이에 따라 학교의 교육과정이 개발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정부(교과부)의 교육과정 개정 주기와도 관련되어 있는 문제이고, 전문대학과 대학의 경우 대학이나 학과별로 교원, 학생, 행정담당자 모두의 의견을 참작하여 교육과정을 국가직무능력표준에 따라 바꿔야 하는지에 관한 협의 절차도 진행해야 하는 등 예상보다 많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둘째로, 특성화고등학교나 산업수요 맞춤형 특수목적 고등학교 또는 전문대학은 산업부문별 직무능력표준에 의한 교육을 수용하기가 쉽지만, 대학별·학과별로 지향하는 교육목표가 다른 상당수의 대학은 국가직업능력표준에 따른 직무능력 중심의 교육이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제도를 시행할 때, 직업교육을 국가직무능력표준에 따라서 전환하도록 한 법률규정에 얽매여 모든 대학에 이를 강요하거나 대학의 재정지원사업 등에 현재와 같이 일률적인 실적 지표로 적용할 일은 아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에 의거한 직무능력 중심 직업교육의 수용여부는 학과나 대학의 결정으로 남겨두어야 할 일이다. 그렇게 해야 대학의 특성화·다양화 정책과도 배치되지 않는다. 지역대학 재정지원 규모, 할당제 비율은?[PART VIEW] 지역대학 발전사업 공약을 살펴보면 크게 지역대학에 대한 각종 재정지원을 통하여 서울 소재 대학수준의 교육 및 연구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부분과 지역대학 출신자의 취업이나 채용에서 할당제까지 도입하여 지방대학 기피현상을 해소해 보겠다는 두 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지역대학에 배정될 재정규모나 할당제의 비율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를 현재 GDP 대비 0.7%(약 8.5조 원)에서 OECD국가 평균수준인 1%대(약 12~13조 원)로 확대한다는 선거공약이 이행될 경우, 지역대학의 교육 및 연구 여건의 개선과 특성화 사업 지원, 그리고 창업클러스터 육성 등에 상당한 수준의 재정지원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역대학 출신 채용할당제나 공무원 채용목표비율을 상향조정할 경우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비판, 헌법의 평등권에 위배될 수 있다는 소지, 민간부문의 수용정도 등이 문제가 될 수는 있으나, 현재도 일부 시행되고 있다는 점과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도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선 시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전문대학 장점 부각시키는 정책을 다음으로 전문대학의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 집중 육성 공약을 보자. 특성화된 전문대학 100개교를 집중 육성하고, 학위과정과 수업연한을 다양화한다. 기능·기술 보유자와 산업체 경력자를 대상으로 ‘산업기술명장 대학원 과정’을 도입하며, 기존 전문대학 중 일부를 100% 실무형의 ‘평생직업능력선도대학(가칭)’으로 전환하여 육성하고, 전문대학 졸업자의 해외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세계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본 공약은 그 내용으로 볼 때, 지금까지 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 단체에서 요구하고 희망해 왔던 거의 모든 사항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성화 100개교 집중 육성은 현재 전문대학 수가 142개교임을 감안하면 집중 육성 대상으로는 과다하다는 느낌이다. 특성화의 내용과 구체적 방안이 없어 속단할 수는 없으나 많아도 전체의 20~30% 정도라야 집중육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직업능력선도대학’으로 전환되는 전문대학이 100% 실무형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직무능력표준에 따라서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직무능력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국가직무능력표준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검증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현재 전문대학은 수업 연한이 2~3년이며 전문학사학위를 수여하고, 전공심화 학위과정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수여한다. 의료인 양성을 위한 관련학과의 경우에는 수업 연한이 4년이며 학사학위를 수여하고 있어 이미 수업 연한이나 학위과정이 다양하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전문대학에 수업 연한 4년과 학사학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대학과의 차별성이 약화되어 전문대학의 독자성·고유성이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최소화하되 전문대학의 수업 연한이 대학보다 짧아서 적은 학비와 짧은 시간을 투입하고 중견직업인으로 취업도 유망하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교육적 처방을 개발하여 시행하는 일이 더 합당하다고 본다. ‘산업기술명장 대학원 과정’의 도입은 전문대학에는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았던 대학원 과정을 설치한다는 공약이다. 현재 알 수 있는 것은 입학대상을 기능·기술 보유자와 산업체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뿐이다. 좀 더 폭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 기능·기술 보유자와 산업체 경력자만을 대상으로 폐쇄적인 과정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그들을 대학에 설치된 대학원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하여 필요하면 입학자격 등을 정비하고 학비를 지원해 주는 방안도 있다. 대학에 설치된 대학원에서 다른 배경의 학생이나 차원 높은 학적 수준을 경험하게 하여 오랜 세월 연마한 기술, 기능, 경륜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벌 문제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문화적 문제이며 우리의 오랜 유교적 전통과도 관련이 깊다. 몇 가지 교육정책으로 단숨에 해결할 수는 없어 보인다. 공약에서 제시된 사항뿐만 아니고 정책시행 과정에서 추가로 개발될 효과적인 방안까지 시행하여 금년 취임하는 새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5년 후에는 학벌의 폐해가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 정부의 ‘행복한 교육으로 새로운 미래를 연다’라는 교육공약에 대체로 공감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은 소질과 적성, 잠재능력의 개발보다는 진학과 선발 위주로 이루어져 왔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부족이었던 지난 60여 년간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작동방식의 문제는 몇 가지 하드웨어를 교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공약의 시행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지난 실패 요인 분석 필요 먼저, 진로탐색은 학교의 전 교육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한 학기 동안의 특별과정으로 운영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효율성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이와 유사한 집중이수제의 폐해가 이미 드러나지 않았던가. 그리고 기초학력 도달여부도 학교급과는 별개로 투입에 대한 결과 확인은 필수이다. 초등학교도 평가는 존속되어야 한다. 중학교 평가과목도 국·영·수로 축소하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학교’는 교과와 특기적성 등 관련 프로그램의 체계적 운영은 물론 전담 강사의 자격 요건 강화와 같은 프로그램 질 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시간대별로 강사의 잦은 교체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연령별 돌봄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며 차별화된 운영으로 돌봄교실에 대한 인식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셋째, 현행 3가지의 교원평가제도는 일원화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교장·교감 및 동료 평가는 기존의 근무평정과 통합하여 인사와 승진에, 학생과 학부모 평가는 성과급과 능력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교원행정업무경감의 경우, 그동안 각 시도교육청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은 행정보조 인력 보강이나 형식적인 문서 줄이기가 본질적인 대책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외국의 카운슬러 제도 도입 등과 같이 수업과 행정업무를 분리하는 식으로 작동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사람’이 답… 교원 연수 질적 확대를 넷째, 선행내용 문제출제 금지의 경우 선행학습과 예습에 대한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사교육 시장에 대한 단속도 어려워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사교육을 이기기 위한 ‘공교육 정상화’보다는 ‘미래형 교육’의 차원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대학입시의 경우는 ‘공통원서시스템’ 구축을 통한 불편 해소와 수시·정시를 더욱 단순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며, 수시의 경우 입학사정관제의 정신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과서만으로 기본교육을 완성한다는 ‘교과서 완결학습 체제’ 구축은 결국 ‘어떤 선생님이 가르쳐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어떤 교과서라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중요하다. 사실 이것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그렇다면 교원 연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현장을 바꾸는 것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전략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2008년도의 자료에 의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원 인건비로 지출한 24조 원 가운데 40만 교원의 재교육 연수비로 쓴 돈은 0.25%인 610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의 사원 재교육 비용이 인건비의 평균 1.47%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대기업 직원 한 명의 사내(社內) 연수 비용이 보통 시간당 2만 원인데 비해 국내 교원 연수 비용은 3000원이 채 안 된다. [PART VIEW] 그동안 입학사정관제 활성화, 고졸 취업 확대, 교육정보공시제 정착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때로는 교과부 정책의 졸속 추진과 담당자의 전문성 부족 등도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로 말미암아 단위학교에서는 혼란과 불편이 많았다. 이제 이러한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학업성취도평가 및 수능 결과 등을 시도별로 단순하게 비교하여 언론 등에 발표하는 것은 학교의 과잉 경쟁을 유발시킨다. 각 시도별 또는 학교별 여건을 충분히 고려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에서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의 경우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교육할 수 있는 제도권 내의 대안학교 설립도 절실히 요구된다.
교장공모제,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교장공모제 관련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1인 지원을 금지하는 것이라는 점은 3년 동안의 교장공모제 시행에서 단독 후보 사례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단독 지원을 법령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교장공모제가 학교발전에 기여하는 제도로서 안착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아직 이른 것 같다. 사실 교장공모제를 선발과정으로 본다면 왜 그런지 우리의 대학입시제도 변천과정이 떠오른다. 수십 년간 입시제도를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꿔보았지만 공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것처럼 교육정책당국의 교장공모제에 대한 손질도 그저 들러리 후보의 양산이라는 부작용만 없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공교육의 신뢰도 회복과 학교발전에 있어서 학교장의 역할이 핵심적 과제임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교장공모제 개정안 발의를 기회로 교장의 선발과 임용과정에 대한 생각을 리더십 승계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교장공모제의 정착방안을 단위학교 책임경영체제의 틀에서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리더십 승계과정으로서 교장공모제의 한계 리더십 연구에 있어서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은 가장 뛰어난 리더로서의 덕목을 골고루 갖춘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두 분 모두 리더십의 승계(transition)에 있어서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은 지금 그 원형을 찾기 어려운 상태이고 세종대왕의 업적을 뛰어넘는 후계자 또한 찾기 어렵다.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리더십을 이어받을 삼도 수군통제사를 찾는 노력이 있었다면, 더 나아가 세종대왕의 넓고 깊은 국가통치역량을 계승·발전시킬 노력이 진지하게 있었다면 아마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교장공모제 또한 근본적으로 학교조직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리더십 승계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리더십 승계의 개념은 3년 이상의 장기적 발전계획을 전제로 수행되는 일련의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관의 최고경영자 임기가 4년이라고 한다면 2~3년차에는 차기 4년에 대한 전략적 계획수립과 연구가 진행되고 이에 근거하여 적합한 리더의 역할과 역량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구성원과 공유한 연후에 후보에 대한 철저한 탐색과 검증이 진행된다. 만약 양적 성장이 이번 임기의 최고경영자가 수행할 핵심전략이었다면 차기 최고경영자의 핵심전략은 지속가능성이 되어야 한다는 등의 장기적이고 전략적 의사결정과정이 리더십 승계과정의 핵심활동인 것이다. 일단 장기적 전략계획과 이에 필요한 리더십 역량의 논의가 구체화되면 리더십 승계시점에서 적어도 1년 이상 앞서 구체적으로 차기 최고경영자를 물색하는 과제에 투입하게 된다. 이를 통하여 조직은 현재 최고경영자의 예상 임기만료시점에서 발생할 리더십 공백과 리더십 재조정의 기간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영과 발전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므로 리더십 승계의 개념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인 동시에 지속적으로 최고경영층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사실 리더십의 승계과정 개념은 매우 단순명료할 뿐만 아니라 조직전체의 활력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의 승계과정은 리더십 연구에서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장공모제를 리더십 승계의 기획과 수행과정으로 보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PART VIEW] 첫째, 리더십 승계과정의 가장 기본은 어떠한 리더가 왜 우리 조직에 필요한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면 외부로부터 자원을 확보하는 과제와 전문적 교사 공동체의 구축 중 어떤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인지 학교구성원이 이를 결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교리더십의 역할과 자격이 합의되고 검증과정과 방법을 수립한 다음에 구체적으로 교장공모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둘째, 리더십 승계과정으로서 교장공모제는 현직 학교장의 개방적이고 진지한 승계과정에의 관심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기업의 경우에도 리더십 승계가 실패하는 이유를 현임 최고경영자의 부정적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후계를 논의하는 것이 자신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공공성과 장기적 특성을 이해하는 학교장은 기업경영자의 권력지향적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셋째, 리더십 승계과정의 성공요인은 한마디로 조직 의사결정의 민주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봉건왕조시대와 비교해보면 민주주의 자체가 권력 승계과정과 절차에 국민이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리더십 승계과정에 대한 조직구성원의 참여가 위협받지 않고 보장되는 것이 위에서 본 리더십 승계 기획단계와 리더십 승계과정의 성공적 정착의 선행조건임을 알 수 있다. 단위학교 경영체제가 우선이다 나홀로 입후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등 교장공모제에 대한 논란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개입되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학교장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학교장의 역할은 매우 광범위하게 규정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모호한 역할이기도 하다. 학교구성원이 학교장의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측정하기 위하여 ‘만약 학교장이 없으면 학교가 어떻게 될까요’ 혹은 ‘학교장이 없을 경우 학교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라고 학생과 교원에게 조사해보았다. 놀랍게도 많은 응답자가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다행히 이 조사는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높은 신뢰도를 가진 데이터는 아니다. 궁금한 사람은 직접 학생 혹은 교원에게 이 질문을 해보기 바란다. 그렇지만 만약 학교장의 역할에 대한 구성원의 기대가 불확실 혹은 무관심한 상태에서 공개모집을 한다면 과연 그 공모과정이 어떤 권위를 담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어떻게 학교발전에의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소수의 사례이기는 하나 심지어는 교장공모 후보자가 자신이 작성한 학교경영계획서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문제이다. 교장은 분명 학교발전의 핵심요인이기 때문에 교장공모제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리더십 승계의 개념이 최소한 2년 이상의 장기적, 체계적 프로젝트임을 전제한다면 지금의 교장공모제 추진과정은 충분한 숙의와 검토가 미흡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교장공모제의 성공을 위한 선행조건은 학교운영위원회와 학교장 그리고 교원을 포괄하는 단위학교의 참여적 경영문화의 정착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장공모제도는 학교구성원의 참여를 통하여 전략적 경영과제를 도출하고 또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요건을 정의한 후 적임자를 전국적으로 찾고, 검증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앞에서 약술한 바와 같이 시간과 노력이, 특히 당사자인 학교구성원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결원학교의 33% 이상, 66.6% 이하 식의 양적 접근보다는 소수라도 좋으니 실험적이고 선도적인 사례에 의한 단계적 확산 전략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
앞으로 교원양성과 임용 과정에서 단편지식보다는 미래사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사의 자질에 중점을 둔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말, ‘2013년부터 새롭게 바뀌는 교원양성·임용시험 제도’를 발표하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초 발표한 ‘교사양성·임용시험 제도 개정안’의 확정 내용을 종합한 것으로 창의·인성교육 등 학교를 둘러싼 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제도다. 이에 따르면 올해부터 교원양성·임용 과정에서 ‘교직적성과 인성을 갖추고 학교 현장의 다양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미래사회 인재를 양성하는 교사’의 요건을 강화한다. 올해 달라지는 내용을 알아본다. 임용시험 전 한국사능력검정 3급 취득해야 교원임용시험 전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증을 취득해야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일단 오는 9월 1일 이후 교원임용시험 응시자들은 시험 응시 전에 국사편찬위원회(www.historyexam.go.kr)에서 시행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통해 3급 이상의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인증 취득 유효기간은 역산해 5년이 되는 해의 1월 1일 이후로 정했다. 예를 들어 2013년 11월에 시험을 본다고 할 경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증서는 2008년 1월 1일 이후의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지난 1월에 치러진 시험 외에 5월 11일, 8월 10일, 10월 26일, 3차례의 시험이 남아있다. 교원양성 과정 중 교직적성·인성검사 강화 교원양성기관 재학기간 중 교직적성·인성검사도 강화했다. 그동안 교육자적 인격과 자질, 교직 전문성에 문제를 가진 교사를 일정부분 걸러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이는 올해부터 적용된다. 교과부가 ‘교직적성·인성검사 도구 표준안’을 만들어 보급하면 이를 기초로 학교별로 1~2회 이상의 교직적성·인성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 결과는 교사자격증 취득을 위한 무시험검정평가에 반영된다. 대상은 교원양성 대학의 입학생은 물론 재학생 모두에게 해당되며 학교별로 대학의 장이 평가방법이나 시기를 결정해 실시할 수 있다. 교직이수·소양 학점 상향 조정 또 2013학년도 입학자부터는 교사자격 취득을 위해 적용되는 교직과목 이수기준을 졸업평점 환산점수 100분의 75점 이상에서 100분의 80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교육학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대학 교직과정 운영을 내실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직소양 학점도 기존 4학점에서 6학점으로 높였다. 교직소양 분야에는 2학점 이상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신설했다. 학교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운영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직과목 총 이수학점은 개정 전 22학점을 유지하고 있으나 교직이론 이수기준은 ‘7과목 이상 14학점 이상’에서 ‘6과목 이상 12학점 이상’으로 변경했다. 중등 임용시험, 교육학 객관식 폐지 중등 임용시험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방대한 출제범위와 암기 위주의 지엽적인 문항 출제 등으로 인해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객관식 시험을 폐지한다. 시험체제도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간소화했다. 따라서 중등 임용시험은 올해부터 1차 교육학 논술, 전공과목은 기입형, 단답형, 서술형 등의 서답형으로 실시하고 2차는 수업실연, 심층면접 등의 방식으로 치러진다. 초등 임용시험은 지난해부터 2단계 시험체제로 운영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교원임용시험은 초등, 중등 공히 2단계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 교과부는 “이번에 확정된 개선방안이 올해부터 적용되면 교원 양성기관에서는 교직과정의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학생지도에 필요한 지식과 소양을 갖춘 교사를 양성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겨울철, 얼음낚시의 별미 빙어낚시 빙어(氷魚)라는 이름은 조선말 실학자인 서유구(1764~1845)가 전어지에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하여 얼음 ‘빙(氷)’에 물고기 ‘어(魚)’자를 따서 ‘빙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지역에 따른 방언으로 동어(凍魚), 겨울에 굶어서 내장이 비어 몸통이 투명하다고 공어(公魚) 등으로도 불린다. 물 위라는 것이 상상이 안될 정도로 꽁꽁 얼어붙은 얼음판 위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무리들은 대부분 가족단위다. 자녀들에게 낚시 채비를 꾸려주는 부모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빙어낚시는 특별한 기술 없이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기에 얼음구멍 앞에 낚싯대를 잡고 앉아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빙어낚시를 위해서는 우선 얼음을 뚫어야 한다. 얼음끌을 이용해서 7㎝정도 되는 얼음 바닥을 뚫으면 구멍 아래로 맑은 저수지 물이 드러난다. 구더기를 미끼로 낚싯줄을 드리우면 빙어낚시 준비 완료. 오전 7~10시 사이나 오후 4~6시 사이, 호수의 가장자리보다는 중앙부분에서 빙어가 잘 잡힌다고 하며, 미끼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상하로 20~30㎝를 천천히 움직이며 고기를 유인하면 된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있자니 물이 맑아 얼음구멍 아래로 낚싯줄의 늘어진 모습이 아득히 보이는가 하면, 추운 날씨 때문에 애써 뚫어놓은 구멍에 살얼음이 다시 끼기도 한다. 문득 찌가 물속으로 가득 잠겼다 다시 올라온다. 놓치지 않고 잡아 올리니 하얀 눈에 반사돼 반짝거리는 빙어의 모습이 드러난다. 낚시터 한 구석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어린 학생들이 빈 통을 들고 뛰어가는 곳을 따라가 보니 빙어 뜰채체험이 준비 중이다. 커다란 욕조에 빙어를 풀어놓고 유치부와 초등부로 나눠 뜰채를 들면 빙어를 건져 올릴 채비 끝이다. [PART VIEW] 낚시터에서는 손맛을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도 손쉽게 빙어를 들어 올리며 색다른 묘미와 함께 가까이서 빙어를 관찰하는 기회를 가진다. 뜰채로 휘저을 때마다 걸려 올라오는 빙어는 낚시에 비해 심심할지도 모르지만, 참가 어린이들의 기대에 찬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만연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아빠도 절로 신이 나는 건 마찬가지다. 동장군도 잊게 하는 겨울레포츠 “잠시 후 얼음미끄럼틀이 진행될 예정이니, 초등학교 이하의 어린이들은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진행요원의 확성기 소리에 낚시터가 또 다시 분주해졌다. 모자와 마스크, 장갑까지 온 몸을 꽁꽁 싸맨 어린이들이 낚시터 입구 너머에 마련된 얼음미끄럼틀 앞으로 모였다. 진행요원이 나눠주는 썰매를 들고 둔턱을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얼굴에 쏟아지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얼음으로 만들어진 미끄럼틀 위를 씽씽 내려오는 순간 한겨울 추위는 이미 멀어져 있다. 한쪽에서는 옛날 방식의 나무 썰매와 얼음자전거가 대여 중이다. 낚시터에서 가만히 앉아 입질을 기다리느라 굳어버린 몸을 풀어주고 싶다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1인용 얼음자전거를 즐기는 어른들, 나무 썰매에 앉아 얼음판 위를 달리는 부자, 다인용 얼음마차를 타고 설경을 누비는 삼촌과 조카의 모습이 강화빙어축제의 풍경을 한층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얼음판에서 즐기는 겨울나기 뱃속이 출출해짐을 느끼면 별도로 마련된 취사장에서 잠시 추위를 피해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와 먹는 도시락도 물론 꿀맛이지만, 저수지 입구 쪽에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도 요깃거리가 마련돼 있다. 따끈한 오뎅과 떡볶이, 닭꼬치 등의 분식이 준비되어 있거니와, 빙어낚시터의 별미인 빙어튀김은 그냥 지나치기 서운하다. 물론 초장만 구매해서 직접 잡은 빙어를 즉석에서 맛볼 수도 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강화빙어축제가 제공하는 빙어낚시와 다양한 겨울철 체험거리는 색다른 재미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주말 평균 1500명, 평일에도 200여 명 가량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황청낚시터와 인근의 용두레마을 공동주관으로 진행되는 이 축제는 개인 입장과 함께 가족체험 프로그램 방식도 진행하고 있다. 가족체험 프로그램은 ‘황청낚시터 체험’과 ‘황청낚시터·용두레마을 체험’으로 나뉘어 있는데, 용두레마을 체험은 신청자 30명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황청낚시터에서는 앞서 살펴봤던 빙어낚시와 각종 얼음레포츠를, 용두레 마을에서는 연날리기와 떡 만들기, 철새구경하기를 추가로 즐길 수 있다. 낚시터에는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얼음 위에 위치하고 있는 수상좌대, 연안방갈로, 미니펜션 등 최소 2명에서 최대 9명까지 숙박 가능한 이 시설은 1박은 물론 당일 이용도 가능하다. 숙박을 하는 경우에 한해 밤낚시도 즐길 수 있다.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강화시외버스터미널 하차 → 37, 38번 버스 이용 후 용두레 마을 하차 •강화시외버스터미널 하차 → 30, 31, 36번 버스 이용 후 외포리 선착장 하차, 택시 이용 자가용 •서울방면 : 강남역 기준 약 75㎞ 88대로 이용 후 직진 → 한강신도시방면 → 48번국도 → 강화방면 •인천방면 : 인천구월역(약 55㎞) → 부평역 경유 → 김포방향 → 48번국도 → 강화방면 축제일자 | 2012년 12월 22일 ~ 2013년 2월 24일 (얼음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이용시간 | 오전 7시 ~ 오후 5시 입 장 료 | 1인 5000원 (초등학생 미만 무료, 낚시준비물 별도 구매) 홈페이지 | www.hcfestival.co.kr 문의전화 | 010-3459-2266
소화불량증은 단순히 ‘소화 작용이 느리게 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주로 상복부에서 느끼는 재발성·지속성 복통 또는 불편감으로 정의된다. 위염, 소화성궤양, 위식도 역류질환, 위종양, 간 및 췌담도 질환 등 명백한 원인질환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있으나, 그 외 상당수의 환자들은 뚜렷한 원인질환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를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고 한다. 생화학 검사, 내시경 검사 또는 방사선 검사로 명백한 구조적, 기질적 원인이 없이 소화불량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이는 실제로 만성 소화불량의 가장 많은 원인이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고 정도 또한 차이가 많을 뿐더러 사람마다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 대표적인 소화불량의 증상으로 식후 포만감, 식후 불쾌감, 상복부 팽만감, 상복부 이물감, 조기 포만감, 오심, 구토, 역류, 되새김, 트림, 식후 상복부 통증, 가슴 쓰림, 가슴앓이, 속 쓰림, 식욕부진 등을 들 수 있다. 원인은 기질적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들이 많지만 몇 가지 병태생리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지나치게 예민한 내장신경, 중추신경과 내장신경 사이의 부조화, 위 배출 시간의 지연, 음식에 대한 적응 불능, 또는 정신심리적 스트레스 등 여러 기전들이 언급되고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진단기준 진단기준은 지난 12개월 동안 연속적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12주 이상 다음과 같은 사항이 있을 때로 판단할 수 있다. ① 지속적이거나 재발성의 소화불량증(상복부 중심부의 통증 혹은 불쾌감) ② 내시경 등의 검사로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질적인 질환이 없을 것 ③ 소화불량증이 전적으로 배변 후 완화되지 않거나 대변의 빈도나 묽기의 변화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즉 과민성 장이 아닐 것). 진단은 상기 소화불량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질적인 병변을 배제하는 것이다. 기질적 병변을 배제하기 위하여 상부 소화관 내시경 검사 및 방사선 검사가 기본적으로 포함되며, 간기능검사를 포함한 생화학 검사와 이외 담낭 검사도 부수적으로 필요하다.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의 기본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음식, 스트레스 등에 의해 변화가 심하므로 임상적으로 효과 판정이 어렵고 치료 또한 단순하지 않다. 위약만을 투여하더라도 13∼73%에서 증상의 호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어떠한 치료가 효과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우선 생활습관의 변화 및 식이요법을 시행하면서 약물치료와 필요에 따라서 정신과적인 치료의 병행 등 다각적인 치료방법을 환자에 따라서 시도하여야 한다. 술, 담배를 삼가며 커피, 탄산가스가 포함된 음료수의 과음을 금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은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권장되는 일반적인 건강 상식에 해당된다. 식이요법은 어느 음식이 좋고 어느 음식은 해가 된다는 식이 아니다. 환자 개개인마다 자기 몸에 잘 맞는 음식과 섭취하면 불편해지는 음식이 다르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 배출을 느리게 하거나 장운동의 변화를 일으켜 복통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과일이나 기호 식품도 불편을 느낄 경우에만 금하면 된다.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도 증상발현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약물치료를 할 경우엔, 완전히 뿌리를 뽑기 위해 증상이 소실되더라도 몇 주 또는 몇 개월 동안 계속 복용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증상 소실 후 상당기간 투약하더라도 예방효과나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으므로 가능하면 약물에 의존하지 말고 증상이 심할 경우에만 투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8대 정부 교육공약을 보니…… 교육복지,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l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기존 정책을 이어가면서 다소 보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대학입시 간소화,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선행학습 규제,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에 대한 총평을 부탁합니다. 임연기 공주대 교수l 대통령 선거공약인 만큼 종합적이고 중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발전과제의 성격을 갖기보다는 교육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긴급처방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선거공약을 구체화하고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책과제들을 더욱 큰 그림 속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정책기조가 큰 변화 없이 대부분 유지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는 가운데, 선행학습 규제와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과 같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 그리고 반값등록금 실현과 고교 무상교육화 등의 교육복지 강화에 그 특징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배남환 서울을지중교감l 공감합니다. 전체적으로 현재의 교육정책을 흩트리지 않는 상황에서 변화를 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입학사정관제 문제점 개선 등의 대학입시 간소화 정책은 시급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또 반값등록금 재원 마련을 위한 철저한 검토와 소득과 지역 격차에 따른 세부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초·중등 교육의 사교육비 유발 요인인 선행학습 규제를 위한 입법을 예고했는데, 입법에 앞서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학원 단속 방안 등이 먼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장래 희망을 생각하고 다양한 직업에 대한 탐색 기간을 갖자는 취지인데 일부 학부모 단체나 한국교총에서 반대하는 이유도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윤경동 서울 화계초 교감l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교육의 질적 변화를 위한 교육개혁의 방향을 정확히 잡았다고 봅니다.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무조건적인 반값등록금이 아닌 소득에 따른 선별적 복지혜택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학교 자유학기제 신설에는 의문이 듭니다. 이는 이미 진로가 결정되는 초등학생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등학교 3·4학년에 운동, 예술, 과학, 수학 영재들이 발견되고 5·6학년에는 벌써 전국적인 성과를 보이는 어린이들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진로교육은 초등학교에서 매우 필요함을 정부 및 교육당국에서도 바르게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충일 인천부광고 교사 l ‘꿈과 끼를 마음껏 키우는 행복 교육’이라는 비전과 4대 실천과제, 8대 약속은 현 단계 우리의 교육 과제와 미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시대적 적합성을 지닌 진단과 처방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총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이의 실현을 둘러싼 많은 진통들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도출할 것이며, 구체적 실현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PART VIEW] 자유학기제, 고교 다양화 유지에 대해 벌써 곳곳에서 우려, 실효성 뒷받침돼야 안양옥 l 이제는 몇 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중학교 1학기 자유학기제 시행을 보면 진로탐색이 가능해진다는 찬성 의견과 학력저하, 사교육 시장 확대라는 반대 의견이 있습니다. 또 고교 다양화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시행 이후 해당 정책은 고교 서열화를 고착화시킨다는 문제가 많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진정한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감소 방안, 정책 보완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배남환 l 자유학기제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고교 다양화 정책 역시 학생들의 능력에 맞는 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을 살리는 힘은 교사에게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사들이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입시제도를 단순화하여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이 학교에서의 보충수업 등 복습위주의 형태로 돌아올 것입니다. 임연기 l 공약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벌써부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염려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고교 다양화 정책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이나 계열의 다양화보다는 단위학교들의 학생 수준별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이에 따른 학력 경쟁의 조기화·과열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보완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대학입학전형제도 또한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요인을 완화 또는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윤경동 l 저 역시 중학교 한 학기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 진로탐색이 가능해진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한편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초등학교 시절이 진로탐색에 더욱 효과적인 시기이며 초등학교 교사들이 진로교육에 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것보다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고교 다양화 정책은 지속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3%로 세계 1위이지만 대학 졸업 후 미취업자 수는 300만 명이나 된다는 통계를 보면 대학이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교 서열화를 걱정하지 말고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특성화 고교를 스스로 선택하여 진학할 수 있도록 진학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능력중심 사회 구현에 대해 사회적 인식 변화, 시스템 구축 우선 안양옥 l 학벌이 중시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입시경쟁의 과열양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에 박 당선인은 국가적 직무능력표준을 구축하고 직무능력평가제 도입을 통해 스펙이 아닌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진정한 능력중심 사회구현을 위한 정책의 보완점이나 개선사항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황충일 l 먼저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적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그 실효성이 절감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시행 중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서 간과한 부분은 무엇인지부터 살피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수요자인 기업의 문화적 풍토에서부터 전문계고-전문대-대학 간 교육내용의 위계적 구성은 물론 학과 연계성, 생애 단계별 교육 접근성 제고와 교육기회 보장 등 다방면에 걸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배남환 l 네, 맞습니다. 진정한 능력중심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에서 스펙 위주의 선발을 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능력을 내다보고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며 국가기관에서는 다양한 전형 방법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곳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력보다는 국가에서 기준을 정하는 직무능력표준을 취득하면 기본적인 스펙으로 인정해 주고 그 외에는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측정하여 인재를 선발하는 진정한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직종에 한해서는 고졸로 채용자격을 제한할 필요도 있습니다. 임연기 l 이에 더불어 직무능력에 연계한 인력개발, 직무능력에 기초한 열린 고용체제가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필요조건이고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적절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자격 취득이나 취업 요건으로서 학력 제한을 점차 철폐해나가야 합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학벌중심사회 탈피를 위한 학력 간 임금격차 완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 지역별로 고른 취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지역인재할당제 확대 등은 지속적으로 확대·추진되어야 합니다. 무상·선별적 교육복지에 대해 꼭 필요한 곳 우선, 단계적 확대 시행을 안양옥 l 2017년까지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 반값등록금 소득별 순차 적용, 초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무상화 등 복지 공약도 눈에 띕니다. 무상급식도 예산과 관련한 진통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실효성 있는 교육복지를 위해 보다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며 이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의견 부탁드립니다. 황충일 l 공약으로 제시한 고교 무상교육이나 반값등록금 소득별 순차 지원만 하더라도 상당한 재정 부담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2017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수준에 맞추고, 대학재정지원 또한 GDP 대비 1% 수준으로 달성한다는 공약은 어쩌면 차기 정권에서 가장 큰 고민의 하나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물론, 초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무상화는 곧바로 시행할 필요가 있고 재정부담 또한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항목들은 2011년 기준 교육재정 GDP 대비 4.55%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정책 수립과 수행에서 가시적인 효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양질의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 흡수할 수 있도록 교사 충원이 우선 시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임연기 l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금년도 기준 대학등록금 총액이 14조 원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7조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합니다.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실현한다 할지라도 대학 자구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2014년까지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기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연간 약 4조 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지원에 앞서 입학자원 감소에 대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장기적인 교육복지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설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사안별로 우선순위를 정하여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경동 l 네, 일정부분 복지정책이 필요하지만 국가의 경제규모와 능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복지로 거덜 나는 유럽을 닮아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으로 학교에 여러 분야로 지원되던 교육예산을 모두 다 쓰니까 노후 컴퓨터 교체나 학교 안전시설 설치 등 학교에 꼭 필요한 재정 고갈을 경험했던 것이 바로 작년의 일 아니던가요? 따라서 교육복지도 좋지만 정책이 집행될 때는 공약 중에서 나라의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선별하고 또 우선순위를 정하여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공약 중에서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은 반값등록금과 초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정도가 될 것입니다. 배남환 l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고교 무상교육은 재원 마련 어려움으로 인해 아직은 시기상조인 정책으로 생각되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현행대로 학비지원 등을 통해 교육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반값등록금 역시 대학 운영과 등록금의 효용성에 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하여 대학자율로 등록금을 인하하도록 경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무상화는 적극 검토할만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초당적 국가미래교육위원회 구성에 대해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 실현해야 안양옥 l 교육감 직선제 이후로 우리 교육계가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만은 당파를 초월해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박 당선인 역시 범정권, 초당적 교육정책의 발전방향을 제시할 국가미래교육위원회 신설을 약속했습니다. 교육대계를 위한 이 같은 초당적 기구의 역할과 운영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임연기 l 범정권, 초당적 국가미래교육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동 위원회는 국가 수준의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제안하고, 사안별 정책방안을 심의·자문하며, 심각한 교육분쟁을 조정하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학교현장에 정착시키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범정권적이고 초당적 위상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상설국가기구로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윤경동 l 그렇습니다. 교육만은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교육자치제의 근본정신이라고 봅니다. 국가미래교육위원회의 주된 역할은 우리나라 인적교육자원의 수급을 감안한 초·중·고·대학교 교육제도를 위한 기준 설정, 교육예산 확보, 특화된 직업교육, 교원의 자격증 세분화를 통한 교원능력개발 촉진에 관한 연구 등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균형 잡힌 시각에서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투자에 관한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배남환 l 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교입시, 대학입시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발전 방향을 연구하는 초당적인 기구로 운영해야 합니다. 위원회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위촉하여 구성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는 것도 요구됩니다. 황충일 l 맞습니다. 과거 여러 정권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정작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이 만족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자문기구로서 그 역할에 일정한 제한 요소를 지니겠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정책 실행은 정부 기관에서 담당하되 정책 평가 및 조정 등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며, 학교급별 소위원회나 직능별 분과위원회, 사안별 특별위원회 등을 상설 또는 임시위원회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아는 법 경희여자중학교 3학년 6반의 언어문화 수업 시간. 오늘은 이면지 한 장으로 상대와 얼마나 마음이 통하는지 확인하는 일명 ‘텔레파시 대화’를 경험해본다고 한다. 두 학생씩 짝을 지어 반으로 나눈 종이를 한 장씩 들고 등을 맞대어 선다. 종이를 접거나 찢되 한 학생은 “종이를 가로로 한번 접고 오른쪽 귀퉁이를 작게 찢어”라는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해주고 나머지 학생은 그 말을 듣고 따라한다. 행위를 다 마친 후 마주본 두 학생의 종이는 얼마나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을까?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는 탄식을 쫓아가보니 짝꿍의 두 종이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일치하는 부분이 없다. 다른 종이로 다시 한 번 시도. 대신 이번에는 설명을 듣는 학생의 추가 질문을 허용했다. 이번에는 여러 곳에서 아쉬움 대신 “우와, 똑같아”하는 탄성이 쏟아진다. 두 종이의 모양이 일치한다. “처음에는 애매한 설명을 들으며 내 생각대로 했더니 종이의 모양이 달랐던 것 같아요. 주의를 기울여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가 안 될 때는 내가 받아들인 뜻이 맞는지 다시 질문하며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민경 학생은 교사가 굳이 설명을 해주기 전에 이미 수업의 의미를 찾아냈다.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수단인 대화.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말하는 방법과 듣는 사람의 이해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쌍방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화자와 청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지 체험으로 느끼며 학생들은 새롭게 ‘대화’와 ‘언어’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강용철 국어교사의 언어문화 수업은 지난해 12월 학생언어문화 개선 특별수업으로 진행되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참관하기도 했다.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가 문제시 되는 요즘, 이 학교는 마치 게임하듯이 즐거운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올바른 언어 사용법’이라는 교육적 의미까지 스스로 깨닫게 한다. 경희여중에 없는 세 가지 벌점, 비속어, 쓰레기. 바로 경희여중에는 없는 세 가지다. 매년 경희여중은 아름다운 경희 ‘3행(三行) 3무(三無)’ 운동을 펼친다. 해야 할 것,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세 가지씩 정해 실천하는 운동이다. 2012년에는 ‘예절 바른 행동,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는 행동,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 세 가지를 행할 것과, ‘벌점 받지 않기, 비속어 사용하지 않기, 쓰레기 버리지 않기’의 세 가지 ‘무(無)’의 덕목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른 항목보다도 특히 ‘비속어’ 없는 학교 문화 만들기를 위해 힘썼다. “언어는 단지 말하는 수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교양, 정서, 표현, 이 세 가지 측면을 함께 생각해 봐야 해요. 언어에는 말하는 사람의 사고와 정서가 담겨져 있거든요.” 강 교사의 말처럼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학교의 모든 교육이 언어교육은 아니지만, 어떤 교육에도 언어에 대한 교육이 녹아있음은 바로 이러한 교사들의 철학 덕분이다. 매일 아침 정규 수업에 앞서 실시하는 독서·명상 교육은 학생들의 감정을 순화시킨다. 교실과 복도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우리말 행동강령’이나 ‘우리말 신문’ 등이 걸려있다. 국어시간은 물론 수학시간에도 떠들다 걸린 학생, 욕을 하는 학생에게는 ‘시 써오기’와 같은 과제가 부여된다. 이러한 활동은 모두 단기간의 이벤트나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펼쳐진다. 언제까지? 학생들 모두가 스스로 ‘우리가 변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까지. 우리의 힘으로 바꿔가요 언어문화 개선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의 하나로 김동희 교장은 ‘학생들의 자발성’을 꼽았다. “우리 학교는 학생회 등 다양한 측면의 학생 활동이 발달해 있어요.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그들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할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죠. 3행 3무도 마찬가지에요. 첫 항목을 제시한 건 저였지만, 매 해 지날 때마다 학생들이 의논을 하여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은 빼고, 새롭게 지켜야 할 것을 추가시키며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학생회는 물론 35개의 동아리 역시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활동력을 넓히는 중요한 창이 된다. 편집반 ‘다솜누리’는 학교의 학기별 신문과 매년 발간되는 교지를 제작한다. 회원 모두가 기자와 편집자가 되어 콘텐츠를 찾고 취재와 편집을 하기에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담을 수 있다. 언어순화 동아리인 ‘너나들이’는 바른 언어 사용의 필요성을 느낀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벌이며 친구, 선·후배들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각자 해보고 싶은 언어문화 개선 안건을 제출하면 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그 중 파급력 있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채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작년 한 해 동안 너나들이 회원들은 순우리말 신문 및 사전 제작, 언어순화 홍보를 위한 포스터와 UCC 제작, 대중가요 속 언어 순화 프로젝트 등을 시행했다. 너나들이 회원인 3학년 윤한실 학생은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고 흔하게 사용하는 욕설의 뜻을 알아보는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욕설에 좋은 뜻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막상 욕이 담고 있는 뜻을 찾아보고 나니, 생각보다 더 심하고 상대를 저주하는 의미가 담긴 말도 있었다. 줄여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주변 친구들에게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마음에서 시작되는 변화 그렇다면 이 학교 학생들은 정말 나쁜 말을 사용하지 않을까? 학생들은 혹시 보이는 데서만 언어순화를 외치는 것은 아닐까. “욕이요? 솔직히 하죠. 하다가 갑자기 안 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근데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자꾸 해요. 우리 학교 분위기도 그렇고, 친구들도, 다 같이 안 쓰려는 노력은 하니까요.” 3학년 김예은 학생의 솔직한 대답이다. 당장 고치기는 어렵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말.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고 꾸준하게 천천히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사들의 뜻을 알 듯 하다. 벌점이나 강요 등으로 학생들의 습관을 빠르게 교정시키려 하는 것은 드러나는 성과는 있을지언정 마음에서 우러나게 할 수 없는 법이다. 교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문화에 다가간다. 즐거운 수업을 만들기 위한 연구는 물론 사제동행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야구장을 찾고 등산도 가며 서로간의 소통 고리를 만든다. 교사는 물론 교장도 전교생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챙겨주며 드러나지 않게 바른 정서와 인성을 가르친다.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교사들의 사랑과 관심 아래 학생들은 학교문화운동을 벌이며 스스로 변하고 있다. 지킬 것은 지키고, 버려야 할 것은 버려가며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경희여중. 다가오는 새 학기, 또 다시 힘차게 시작될 학생들의 활동이 궁금해진다.
학생의 ‘강점지능’ 찾아주는 교사모임 미국 하버드대학교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간의 지능을 IQ와 같은 한 가지로만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1983년 다중지능이론(The Multiple Intelligence Hypotheses)을 제시했다. 다중지능이론은 인간의 지적 역량을 언어·논리수학·음악·공간·신체운동·대인관계·자기이해·자연탐구라는 8개로 분류하면서 각각의 지능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8개 지능 모두가 완벽하게 높은 천재는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재능이 하나 이상은 있다는 말이다. 종래의 획일적인 지능관에 맞서며 등장한 이 이론에 공감하면서 시작된 교사모임이 바로 ‘다중지능연구회’이다. 다중지능연구회는 2006년 김종순(고성 거성초) 교사를 주축으로 출범했는데 현재 속초, 양양, 고성지역 초등학교 교사, 유치원 교사, 방과후 강사 10여 명으로 구성·운영되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이라고 하면 매우 낯설게 느껴지죠? 그런데 쉽게 말하면 다중지능은 교육방법이자 철학이라고 보면 돼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 각각의 아이들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철학 말이에요.” 현재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임순(속초영랑초) 교사는 다중지능이론을 연구하면서 교사 자신이 먼저 변화된다고 말한다. “모든 교사들이 교실에 있는 아이들 개개인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주 그것을 잊고 살아가죠. 모임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부분을 일깨우게 돼요. 아, 맞다! 용수는 수학은 잘 못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지, 아영이는 체육활동은 어려워하지만 친구들을 잘 도와주지! 이렇게 교실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쳐나가게 되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있음을 발견하면서 저 자신이 변화되는 걸 느꼈어요.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바뀌고, 보는 시각이 달라지니까 칭찬과 격려, 지도방법도 달라지더라고요.” 다중지능연구회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이는 교사 자신이라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니까 학습능력이 조금 부족한 학생을 대할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중지능이론이 먼저 교사의 마음가짐과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세요. 초창기에는 다중지능이론을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동료 교사와 학교, 생활지도 등에 적용하는 사례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있어요.” 백종현(양양조산초) 교사는 모임의 활동이 다양한 교육활동과 연계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중지능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이 모임은 크게 다섯 가지의 주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에 대한 연구, 교실에 적용하는 방법, 독서교육과 접목한 사례연구, 교사연수, 학부모연수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10여 명의 회원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고 총 2팀으로 나눠 매월 두 차례의 모임을 가지면서 교육적 연계를 위한 연구를 추진해나가고 있다. 가능성 여는 진로교육과 학부모교육 교육적 연계 부분에서 이 모임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부분은 진로교육이다. 이 모임의 진로교육은 현재 학교현장에서 진행하는 진로교육과는 조금 다르다. 이들 진로교육의 최종 목표는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에 집중하는 진로교육을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는 다르듯, 끊임없이 변하는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학생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2011년에는 강원도교육지원청 주최로 실시된 진로교육에 초청받아 컨설턴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중지능이론을 바탕으로 한 진로교육 컨설팅은, 컨설팅을 의뢰한 학교와 학생을 직접 찾아가 진로교육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과 진로적성검사, 강점지능과 관련된 직업의 종류, 직업별로 요구되는 강점지능 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매년 진행할 예정이다. 진로교육 컨설팅 외에도 이 모임은 교과지도에 활용할 수 있는 학습지, 활동과정안 등 다중지능이론 프로그램 컨설팅에 대한 러브콜도 많이 받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을 교과 과정에 어떻게 녹이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세요. 일단 교실에 20~30명의 아이들이 있어요. 생김새나 좋아하는 것이 모두 다른 아이들이죠.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도 있고 대인관계지능이 높아서 선생님을 따르는 아이도 있고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학생도 있어요. 먼저 아이들 개개인의 강점지능과 약점지능을 파악하여 강점지능을 프로젝트화 하는 방법이 있어요. 하루 동안 8가지 지능을 모두 활동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을 기록해 두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하루 동안 국어, 미술, 수학, 실과 등의 과목을 공부한다면 교과목 특성에 따라 지능을 파악할 수 있어요. 하루의 교과활동을 통해 경험하지 못하는 지능이 있다면 교과목 중에 의도적으로 그 지능과 관련된 활동을 넣는 방법도 있어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 개개인의 강점지능을 파악해 강점지능이 비슷한 아이들을 모둠으로 묶어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져요. 이렇게 수업하면 수업의 효과는 물론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게 나와요.” 컨설팅을 할 때 김 회장이 강조하는 부분은 아이들 개개인의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개개인이 가진 재능과 적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 하지만 8가지 지능에 대한 개인의 능력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평가결과에 집착해선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한 해 동안 100여 명의 교사들이 다중지능연구회를 찾아 교사연수를 받았다. 김 회장은 “교사연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의 장점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인데 교사의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각기 다른 아이들의 장점을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사연수에서 강조한 것이 교사의 마음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중지능연구회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학교교육 못지않게 가정교육도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다중지능과 자녀교육’이라는 주제로 2시간씩 총 5회에 걸친 학부모연수도 실시했다. 학부모들에게 다중지능이론을 소개하고 다중지능이론에 입각한 진로지도 방법을 제시했다. 아이를 보는 부모의 시각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실시한 학부모연수는,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병아리 부모 되기, 올챙이 부모 되기, 벼농사 짓기 등의 방법을 제시하면서 결과보다는 과정상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사랑의 마음을 배우고, 느끼고, 또 그 마음을 표현하고 다스리는 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알려주었다. 다중지능, 인식 전환으로 돌파구 찾길 이 모임은 2012년 교과연구회로 등록되면서 운영에 따른 지원금을 교육청으로부터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2007개정교육과정에 교수다중지능과정이 도입되면서 다중지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컨설팅을 가면 많은 교사들이 물어봅니다. 언제 다중지능검사를 하는 것이 좋으냐고요. 다중지능검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진로적성검사는 6학년이 적기입니다. 그런데 다중지능검사비용이 1인당 1만5000원으로 모든 학교급별로 실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김종헌(속초영랑초) 교감은 다중지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김 교감은 추후 그가 교장이 됐을 때 공교육과 독서·진로교육을 접목한 특화된 교과과정을 추진하는 미래학교를 계획·준비하고 있다. 다중지능의 가능성과 효과를 실제 그의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모임은 2월 워크숍을 시작으로 진로교육, 교사연수, 학부모연수, 컨설팅장학까지 2013년 활발한 교육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다중지능이론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다지면서 이를 교육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방법을 모색하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어떤 특수교사의 하루 “잘 오셨어요. 오늘이 좀 바쁜 날인데, 그래도 보실 건 더 많을 거예요. 이리 따라오세요.” 미끄러운 빙판길을 종종 걸음으로 빠르게 걸으며 황윤의 특수교사가 말했다. 작은 체구에도 힘이 넘치는 목소리와 환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오늘은 학생들이 은행에 가서 그들의 월급을 확인하고 돈을 출금하는 날이라고 한다. 황 교사를 따라 간 학교 옆 농협에는 성남방송고 특수학급 학생들이 벌써 대기하고 있다. 그들은 입·출금기 앞에서 교사의 지시에 따라 통장을 넣고, 비밀번호를 눌러 잔액을 확인하고 돈을 출금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볍게 처리하는 일이지만, 이 학생들은 옆에서 하나, 하나 순서를 콕콕 짚어주지 않으면 힘들다. 직접 모은 돈도 스스로 꺼내 쓸 줄 모르는 이들이 오늘은 황 교사의 도움으로 모두 자기 손에 3만 원씩을 쥐게 됐다. 이 돈은 겨울방학 동안 함께 영화를 보고 눈썰매장도 가는 등 문화활동을 즐기는 데 쓸 예정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다양한 종류의 직업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죠. 요즘은 주변의 사업체에서 도움을 많이 줘서 학생들의 활동이 실습으로만 끝나지 않고 본격적인 생산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3년간 90만 원 정도 모은 학생도 있답니다. 우리 아이들 너무 대견하지 않나요?” 은행 업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보니 이번엔 트럭 한 대가 황 교사를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에게 작업을 맡기고 월급을 주는 업체에서 완성된 상품을 운반하기 위해 온 것이다. 마스크 팩, 네일아트 상품 등이 담겨 교실 한쪽 벽면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상자들은 황 교사의 인솔에 따라 학생의 손을 통해 하나씩 트럭으로 옮겨졌다. 다음 장소는 실습실. 제과제빵실에서는 용인의 포곡고등학교에서 실습 온 특수학급 학생들이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전문 조리사 선생님의 지도아래 티라미수와 치즈케이크를 만드는 학생들의 눈빛이 진지하다. 성남방송고에 구비된 다양한 실습실에 직업 교육을 위해 방문하는 다른 학교 특수학급 학생들은 월간 500여 명, 이들이 매끄럽게 실습을 진행하기 위해 시간표를 짜고 필요한 물품을 관리하는 일도 모두 그에게서 시작된다. 시혜적 복지에서 생산적 복지로 황 교사가 근무하는 성남방송고는 2010년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로 선정됐다. 특성화 고등학교에 통합된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 내실화를 위해 지정·운영되는 이 학교는 장애학생에게 현장실습 위주의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인근 특수학급 학생에게도 직업훈련 및 컨설팅을 해주며 지역 장애학생의 직업교육 거점학교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발달·지적·자폐성 장애 등을 가진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고등교육기관 진학보단 고교 졸업과 동시에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은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더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장애인 직업교육 분야는 황무지였어요. 그때부터 직접 돌아다니며 장애인시설 현황, 관리 실태 등을 확인하고 특수학생의 직업훈련을 돕는 특수학교 전공과를 공부했죠. 장애인은 도움만 받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똑같은 우리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알리고자 노력했어요.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사업체와 공공기관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어요.” 그는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도움과 복지보다는 함께 어울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그들만의 능력을 찾고 그것을 토대로 직업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직업훈련은 사회 적응 훈련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그들의 성과나 능력에 따라 연봉이 차등지급 되듯, 성남방송고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작업량이 많은 학생들에게 월급을 더 많이 지급해 자기 노동의 가치와 그에 따른 사회생활의 모습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도 수업의 하나인 것이다. 잘한다, 칭찬이 우리의 힘 “옳지, 네 혼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그렇지, 아주 잘하고 있어” 인터뷰 중간 중간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황 교사로부터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그렇지”와 “잘한다”이다. 칭찬은 학생들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고 이제껏 발휘하지 못했던 의사소통도 더욱 원활하게 해준다. 격려의 말 한마디에도 학생들은 목소리가 커지고 표정이 밝아진다. 그에게 칭찬은 가장 효과적인 교육법이다. 잘못하거나 틀려도 야단치기에 앞서 “다시 생각해보자”며 기회와 힌트를 주고, 칭찬스티커를 만들어 교실에 비치된 판넬에 붙이는 방식으로 독려해 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황 교사는 언제나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얻어지는 성취감과 자신감은 장애학생은 물론 청소년 시기의 모든 학생들에게 큰 위력을 발휘하는 요소이다. 그래서 ‘꾸준히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칭찬해주기’는 일반 학생에게도 필요하다. “장애학생들은 보이는 장애의 어려움을 지원하면 되지만, 일반 학생들은 환경적, 정신적 어려움 등 문제를 가지고 있어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도하기 더 어려워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럴 때면 특수교육이 일반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요.”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의 효과적인 접목 방법을 고민 중이라는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돕고 의지해서 살아야 하듯, 교육에서도 특수교육, 일반교육이 서로 보완점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웃으면 예쁜데, 선생님 웃어요!” 교실에서 진행된 사진촬영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황 교사를 향해 외쳤다. “웃으면 예쁜데, 선생님 웃어요!” “너희들이 선생님을 웃게 해줘야지.” 황 교사의 대꾸에 교실은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와하하하하.” 자기 몸이나 행동을 쉽게 제어하지 못하는 학생들, 정말 단순한 사실부터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고, 같은 작업도 몇 번의 반복 학습이 있어야만 하는 이 학생들.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학교의 여타 업무까지 소화하다보면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9시라는 황 교사의 표정이 너무 편안하다. “우리 학생들 참 예쁘지 않나요? 이 아이들은 누굴 속일 줄 몰라요. 순수하고, 머리를 굴릴 줄도 몰라요. 혹여 잔머리 돌리는 모습까지도 다 눈에 보이죠. 누군가 사랑을 주고 아껴주면 자기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느껴요. 그리고 또 그만큼 숨김없이 표현한답니다. 제 일이 힘들어 보이나요? 이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이렇게 즐거운데, 힘들 틈이 어디 있나요.” 학생들 덕분에 언제나 웃으며 젊게 살아간다는 황 교사. 이 학생들이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의 희망과 노력 속에 성남방송고 특수학급 학생들, 모든 장애학생들은 환한 웃음으로 사회와 함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통진중학교 김성기 교사와 우선영 예술 강사는 2006년 처음 만났다. 그러니까 올해로 8년째 함께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 예술 강사는 학교의 예술교육활성화를 통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다. 국악, 무용, 연극, 영화, 만화, 사진, 공예, 디자인 등 총 8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강사들이 초·중·고등학교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워주고 있다. 김 교사는 학교에 있는 교사는 물론 외부에서 활동하는 좋은 강사들이 참여해 동아리를 지도할 때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생각에서 김 교사는 직접 예술 강사 파견을 신청했고 그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 강사와 끈끈한 교육적 연대를 형성해오고 있다. 교사와 무용 전문가의 인연 이들의 지도로 탄생한 무용단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15명으로 구성된 ‘남무단(남자무용단)’, 다른 하나는 10명으로 구성된 ‘미소단(미소를 머금은 무용단)’이다. 이들은 2010년 봄방학을 기점으로 지역 내에서 열리는 각종 경진대회나 공연 등에 참가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김 교사와 우 강사의 환상적인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체육수업 중 1시간 무용수업이 있었어요. 이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예술 강사를 파견 받아 수업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어요. 한국창작무용이라는 수업이었는데 무용수업을 들은 남학생들이 남무단이라는 팀명도 만들고 수업을 이수한 뒤에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갔어요.” 김성기 교사의 역할은 학생을 모집하고 우선영 예술 강사가 마음껏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김 교사는 동아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방과후 특성화 프로그램을 비롯해 김포시 동아리 공모사업, 문화체육관광부의 토요프로그램 지원사업, 기타 지원사업 등에 공모해 재정적 지원을 받아냈다. 김 교사의 노력으로 ‘남무단’과 ‘미소단’은 무용을 배우고 싶은 학생이라면 누구든 재정적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조성됐다. “콘셉트가 명확했어요. 몇몇 영재를 키우는 전문가 양성이 아니라 무용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배우고, 즐기고, 또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소비자로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었어요.” 김 교사의 말대로 아마추어 정신으로 무대에 오르는 학생들 중에는 실력이 뛰어난 학생과 부족한 학생이 골고루 섞여 있다. 이들은 서로 실력의 넘침과 모자람을 재거나 따지지 않는다. 물론 무대 한가운데에 서는 것도 실력 순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경쟁의식 따위는 없다. 관객들과 호흡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우선영 예술 강사는 세종대학교 무용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인재다.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한 경력도 있다. 인터뷰 내내 그가 누차 강조했던 말이 있다. “김성기 선생님과 같은 분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예술 강사는 매년 계약을 통해 학교에 남을지 떠날지가 결정되잖아요. 김 선생님은 제가 마음껏 가르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세요. 제 영역을 지켜주는 것을 넘어서 더욱 넓혀주시죠. 이런 선생님이 또 계실까 싶어요.” 우 강사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탱해 준 힘을 김 교사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찾았다. 더불어 그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자신의 역할은 “큰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동작이나 구성 등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더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은 사회 경험하는 무용동아리 김 교사의 온전한 지원과 우 강사의 열정으로 성장하고 있는 ‘남무단’과 ‘미소단’에는 여타의 무용단과 차별화되는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안무로 창작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스토리 제작 과정에 참여해서 직접 만든 ‘조강거리가면춤’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통진에는 한강과 임진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나루터인 조강이라는 곳이 있는데 해방 전에는 황해로 가기 전에 건너야 했던 곳이라 매우 번성했던 곳이죠. 장터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음식냄새가 퍼지는 그런 곳 말이에요. 이 조강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춤으로 재구성했어요. 한삼을 착용하고 탈을 쓰고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안무로 짜면서 번화했던 조강을 되살린 거예요.” 이들의 창작 무용 작품은 경기도 청소년 민속예술제, 경기도 4-H 경진대회 등에서 각각 장려상과 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예방 심포지엄, 김포시 농업인의 날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우 강사도 공을 인정받아 문화체육부 장관 표장을 받았다. 각종 수상과 공연 초청이 쇄도하는 등 동아리 활동을 통해 소위 ‘인기’를 얻게 되자 학생들의 생활태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학교생활에서도 훨씬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을 대할 때에도 배려하는 마음이 커졌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 속에서 사회를 배우는 것이 장점이다. 동아리 활동이 학습태도와 생활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학생들 생각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열린 축제를 계기로 ‘미소단’으로 활동하게 된 3학년 서정은 학생은 “평소 관심이 없던 친구였는데 무용단에 들어오면서 친해졌다”고 말했고 3학년 전혜린 학생 역시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김 교사와 우 강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성장’이라는 공통의 목표 향해 사실 이 무용동아리 성장의 토대에는 풍성한 문화체험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통진중학교 김동석 교장의 역할도 컸다. 연습할 공간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고등학교 기숙사 건물 1층에 다목적실을 만들고 마룻바닥을 깔아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고, ‘남무단’으로 활동하던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 하자 직접 고등학교 교장에게 부탁해서 고등학교 무용부도 만들었다. 교사와 강사가 학생들의 꿈을 펼쳐줄 수 있도록 학교 운영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지원하기까지 재정적, 행정적, 그리고 무엇보다 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목적은 하나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이 동아리로 모여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즐기면서 문화를 체험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그래서 ‘남무단’과 ‘미소단’ 소속 학생들의 꿈은 각양각색이다. “우리 학생들은 경찰청장, 범죄심리학자, 판사, 스튜어디스, 건축가, 설계사, 만화가 등 정말 다양한 꿈을 꾸고 있어요. 그 꿈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 중에 동아리 활동이 있는 거죠.” 김 교사는 하나의 꿈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서 큰 만족을 느낀다고 말한다. “동아리 활동이라는 게 문화적 흐름을 타요. 참신한 스토리라고 해도 언젠가는 퇴색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이제부터 제가 해야 할 숙제는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찾아올 때 상황에 맞게 잘 변모하면서 학생들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발하는 것이에요.” 김 교사와 우 강사는 지역사회와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으로부터 받은 자원과 혜택을 다시금 환원하는 데에 뜻을 같이 한다. 덕분에 ‘남무단’과 ‘미소단’은 지역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 노인대학이나 지역농업인의 날, 동문행사 등을 통해 지역 내 소외된 이웃과 지역민들에게 문화나눔을 시도해 왔던 것이다. 학교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 교사와 같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학교에 예술이라는 꽃을 피우는 이도 있고, 우 강사처럼 전문성을 나누면서 학생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도 있다. 이들에게는 학생들의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학교를 풍성하게 만드는 김 교사와 우 강사가 키워낼 아이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선생님과 학생은 서로의 거울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에게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있다. 어떤 움직임을 행할 때나 다른 개체의 특정 움직임을 관찰할 때 활동하는 거울 뉴런은 다른 개체의 행동이나 감정을 감지하고 자신에게도 이러한 반응을 유도한다. 드라마 주인공이 울 때 함께 울게 되거나 주변 분위기에 따라 감정이 변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고 부부간에 표정이 닮게 되는 것 역시 거울 뉴런의 영향이다. 하루 종일 서로를 쳐다보며 생활하는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은 서로의 거울이 된다. 선생님이 밝은 표정으로 수업을 하면 듣는 학생들도 덩달아 환한 얼굴이 된다. 선생님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고 씩씩하게 걸으면 학생들에게는 생동감이 돈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에 가득 찬 학생들의 표정을 발견하면 더욱 힘이 나서 열심히 수업을 하게 된다.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를 비춰가며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 모두가 거울 뉴런이 작용한 ‘공감’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의 모습이야말로 학교 분위기를 이끄는 엔진이 아닐까? 권위를 벗어 던지고 교복을 입은 선생님 며칠 전 신문에는 ‘학생 선생님’의 이야기가 실렸다. 전북 익산군 원광중학교 수학선생님 이길환. 그는 5년째 교복을 입는다. “선생님은 머리도 기르고 교복도 입지 않으면서 왜 학생들에게는 교복을 입고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강요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이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춘 참여학습과 인성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이 교사는 한 달 동안 장고를 거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용기를 내어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항상 의지하고 상의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을 복장을 통해 전하는 적극적인 소통의 시도였다. 결과는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교복 입은 선생님에게 동질감을 느낀 학생들이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부담 없이 속내를 털어내는 학생들도 늘어났다.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이 먼저 뛰어와 이 교사의 팔짱을 꼈고 스스럼없이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게 되었다. 대화도 아이들 방식대로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수시로 주고받는다. 교생 실습생이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며 꾸짖는 일도 있었고, 학부모가 뭐 먹고 그렇게 덩치가 좋은지를 물어보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한다. 마치 십대 같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 속 교복 차림의 이 교사를 보며 외모가 만들어내는 힘을 참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현명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러거스 대학의 다니엘 골먼 교수에 의하면 직장 내에서 리더가 직원들을 잘 웃게 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면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면서 조직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팀원 간의 결속력이 좋아져 한결 나은 성과를 거둔다고 했다. 리더의 웃는 표정 하나가 열 마디의 말보다 함축적이고 강력하게 우호적인 감정을 전하기 때문이다.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PART VIEW]선생님의 밝고 활기찬 표정은 학생들을 안심시키고 격려하는 힘을 발휘한다. 빠듯한 교과과정과 학업에 몰린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의 자상하고 따뜻한 눈빛과 생동감 있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내!”, “그래, 잘 하고 있어!” 라고 말해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교복을 입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거리감을 조성하는 지나친 권위는 언제든 벗어 던질 수 있다. 대신 자주 웃어주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상냥한 표정을 입으면 된다. 나를 지켜주는 밝은 표정 훈련법 언젠가 감정코칭세미나에서 ‘억지로 웃는 것은 일종의 감정노동’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웃고 싶지 않은데 의무감 때문에 웃어야 하는 상황이야말로 고된 노동과 다름없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점점 웃는 일이 줄어드는 세상을 살고 있다. IT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연결’ 상태를 만들어 오롯한 혼자만의 여유나 회복의 기회를 방해한다. 고도로 발달된 서비스 사회에서는 누구나 최상의 서비스를 받기 원하고 여러 가지 기준은 나날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반복되는 팽팽한 긴장감 있는 일상은 웃음을 잃게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날이 선 일상에서 나를 지켜내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밝은 표정이고 미소’이다. 어느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지키기 위해 반드시 웃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웃는 사람과 웃는 모습을 보는 사람 모두에게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한다. 흔히 보살핌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은 여유로운 마음과 너그러운 태도를 만들며 스트레스로 인해 떨어지는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웃어야 할 이유가 많은 만큼 웃지 못할 이유도 많다. 더욱이 교과과정의 방대한 분량에 밀려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 안심하고 나눌 수 없는 요즘의 교육현장에서 교사에게 늘 환하게 웃으라는 말은 결코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웃는 습관을 만드는 두 가지 훈련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훈련법은 매사 긍정적인 면부터 보고 생각하도록 노력하는 데서 시작된다. 시계추처럼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은 자칫 자기도 모르게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눈을 만들어내기 쉽다.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고, 말을 할 때도 기쁜 소식부터 말한다. 그리고 처음 만났거나 잘 알지 못했던 사람을 떠올리며 장점 세 가지를 찾아내도록 해보자. 예를 들어 ‘영은이는 피부가 곱고 목소리가 경쾌하고 남의 말을 잘 듣는다’거나 ‘정 선생은 튼튼하고 눈길이 다정하며 예의가 바르다’처럼 다른 이들의 장점들을 문장으로 정리해 보는 훈련이다. 대여섯 명만 해 보면 처음엔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장점이 한순간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인에 대한 시선이 너그럽고 긍정적으로 바뀌면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면서 표정 또한 밝아진다. 단시간에 자연스럽고 온화한 마음과 표정을 만드는 데 용이한 방법이다. 두 번째는 눈인사 훈련법이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상대를 향해 마음속으로 ‘하이!’하는 인사말을 건넨다. 이 방법은 길을 가며 마주치는 무수한 낯선 이들을 상대로 연습하기 좋다. ‘하이!’하고 인사를 읊조리는 1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순간에 눈에 표정이 실리며 미소를 짓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두 가지 환한 표정 훈련법은 내가 지치거나 우울한 느낌이 들 때마다 꺼내 드는 요술봉이다. 웃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닌 스스로의 기분을 경쾌하고 여유롭게 만들어 웃게 되는 셀프힐링법이기도 하다. 선생님 같은 표정 “혹시 선생님이세요?” 며칠 전 방한 점퍼를 사기 위해 들린 매장에서 판매사원이 물었다. “왜 그렇게 보셨어요?” “말씨랑 표정이 참 좋으셔서요. 꼭 선생님 같으세요.” 문득 여태 풀어 놓은 나의 이야기가 공연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고운 말씨와 좋은 표정에서 제일 먼저 선생님을 떠올리고 그 연상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점점 까다롭고 예민해지는 아이들과 만만치 않은 교육환경에 떠밀려 선생님들이 활기와 밝음을 놓쳐버릴까 염려스럽다. 교사의 얼굴은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창이고, 영혼을 키워가는 정원이기에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이 언제나 우리가 기대하는 선생님 같은, 선생님다운 표정을 소중하게 여기고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한국 대중문화의 핫 이슈 ‘정치와 시사’ 위험수위를 넘나든 시사풍자 코드는 남녀노소, 계층에 상관없이 대화의 물꼬를 트게 만드는 수다 포인트로 각광을 받았다. 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후보의 TV토론 장면을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이란 가사가 나오는 임재범의 ‘너를 위해’에 대입한 풍자개그는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정치권 상황을 아동 프로그램 ‘텔레토비’로 비유한 ‘여의도 텔레토비’는 문재인 후보를 ‘문제니’, 박근혜 후보를 ‘또’, 안철수 후보를 ‘안쳤어’란 캐릭터로 등장시켜 웃음을 주었고 박근혜 당선자를 패러디한 ‘박그네’를 연기한 개그맨 정성호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시사풍자개그가 이처럼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문화에서 정치와 시사는 가장 민감한 소재다. 통제와 감시가 극에 달했던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이나 모든 정권의 초기에는 그 누구도 감히 정치인과 사회적 부조리를 풍자의 소재로 이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넥타이 부대까지 등장해 정권교체와 민주화를 외쳤던 1980년대처럼 권력의 위압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던 시기나 정권의 레임덕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시사풍자 프로그램들은 기지개를 켠다. 정치의 권위가 실종되는 분위기가 역력했기에 2012년 시사풍자개그는 안방 브라운관을 가볍게 점령했다. 자유로운 표현 자체가 억압된 시기에 정치나 시사문제를 개그의 소재로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강력한 시점에서 정치권이 풍자개그를 비난하거나 개그맨에게 제동을 걸라치면 거센 대중적 저항을 각오해야 된다. 실제로 지난해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후 대중의 역반응에 휘말려 고소를 취하했고 고소당한 개그맨은 스타로 돌변하는 희대의 코미디가 연출되었다. 이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지닌 대중이 개그맨들의 우스갯소리와 풍자에 통쾌감을 느끼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원인이다. 시사풍자의 역사[PART VIEW] 다양한 장르가 혼재하는 코미디 안에는 ‘풍자’가 존재한다. 풍자라는 단어 안에는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적인 것을 빗대어 비웃다’는 뜻이 담긴 만큼 그 대상은 다양하다. 개그(Gag)라는 영어는 익살맞은 대사, 개그맨은 재담꾼을 의미한다. 개그의 원형질인 ‘만담(漫談)’이라는 명칭을 일제강점기에 처음 사용한 신불출은 이 방면의 선구자다. 그의 풍자와 해학은 나라 잃은 백성의 울분을 달래주었다. 일제에 노골적으로 저항한 그는 불온한 인물로 찍혀 툭하면 순사들에게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일제의 창씨개명 강요를 피할 수 없자 이름을 ‘강원야원(江原野原)’이라 지었다. 일본어 발음은 ‘에하라 노하라’. 즉 ‘맘대로 될 대로 되라’는 뜻이다. ‘불출(不出)’로 개명한 속뜻도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일본 세상인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세상에 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1980년대 이후에는 정치풍자가 대중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지만 제약도 만만치 않았다. 당대의 코미디언들은 용기가 필요했다. 당시 표현수위가 높은 풍자개그가 방송된 날은 어김없이 국가안전기획부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항의전화가 쇄도했고, 직접 방송국을 찾아와 대본을 미리 보자고 해 방송국 윗선에서 자체수정까지 했다. 그러니까 지금의 시사풍자개그는 1980년대 선배들이 보이지 않는 압력 속에서 그 토양을 닦아놓은 셈이다. 지난 1992년 대선 때도 지상파 TV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정치풍자 코미디로 뜨거웠다. KBS 2TV ‘웃음 한마당’의 ‘가는클럽 토론회’ 코너는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를 모방해 대선주자 초청토론회로 코믹하게 구성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대화’ 코너는 다중촬영으로 개그맨 최병서와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후보의 대담형식으로 구성해 큰 인기를 끌었다. SBS ‘코미디전망대’의 ‘코미디 모의국회’ 코너도 국회의 한 전문위원회를 설정해 회의진행과정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직설적으로 풍자했다. 현재 인기 절정인 KBS ‘개그콘서트’에서 시사풍자를 선보인 것은 이명박 정권 2년차인 지난 2009년이다. 그리고 2011년 ‘애정남’, ‘비상대책위원회’, ‘사마귀유치원’은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와 청년실업, 전세대란, 외모지상주의 등을 두루 풍자해 파급력을 키웠다. 코너를 주도했던 개그맨 최효종은 2012년 새해 첫날부터 용감하게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소방관 질책을 소재로 삼았다. 종편 MBN ‘개그공화국’의 ‘셰프를 꿈꾸며’는 식당을 배경으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 안철수 교수 등을 요리사로 등장시켜 현 정치 사건과 상황을 정면으로 다뤘다. 영화감독 장진이 뉴스형식으로 진행했던 케이블 tvN의 ‘SNL 코리아’는 표현수위가 더 높았다.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사풍자 정치현실을 소재로 삼는다고 해서 무조건 대중의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김정일)조문단이 이슈다. 정부에서 하지 말라니까 하지 마십시오” 등 직설화법에 가까운 장진 감독의 발언은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MBC ‘나는 하수다’에 대해서도 “첫 회는 신선했는데 이후 너무 직설적으로 풍자하려고 하면서 재미가 덜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풍자개그에서 직설화법은 오히려 불편함을 준다. 풍자개그는 말 그대로 현실을 비꼬고 뒤틀었을 때 웃음을 주며, 공감대와 교훈이 녹아있을 때 진가가 발휘되는 법이다. 이는 시사개그를 하는 이들에게도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나라 잃은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용기와 웃음을 안겨준 만요와 만담에는 따끔한 현실풍자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상처주지 않는 해학과 교훈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요즘 개그맨의 사명은 용감무쌍하게 금단의 성역에 침투해 힘 있는 자들을 저잣거리로 끌어내 까발리는 일이 아닐까! 다들 입이 근질근질하고 속이 터지는 이때 누군가가 나서줘야 대중은 누적된 심신의 피로와 억압된 욕구를 배설하고 다시 고단한 일터로 나갈 힘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모두가 공감하는, 공평한 풍자를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사풍자개그 프로그램들. 이제는 인기나 시청률만을 의식한 직설적 풍자가 아닌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카타르시스가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 그리고 어느 한쪽만을 대변하는 편향된 시각이 아닌 모두가 공감할 공평한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라시대 북두장이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혼자 소리쳤다. 현대인들은 구린 현실정치를 SNS를 통해 공유하고 즐긴다. 마치 조선시대 노비들이 양반들을 풍자하면서 힘을 얻은 것처럼 말이다. 일단 한번 크게 웃으며 세상의 부조리함을 깨닫는 것, 그것이 2013년판 시사풍자가 가져야 할 미덕일 것이다.
1. 그 해 여름에 내가 겪은 일은 자못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20대 초반의 청년장교 시절에 겪은 일이라 나의 판단력과 인격이 미숙하기도 했겠지만, 그 당혹감은 지금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리고 그 일을 겪고서도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것이 내 안에서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좀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40년 전의 일인데도, 짐짓 대범한 척 해도, 그 일이 자주 상기되는 것은 그것이 작은 ‘상흔(trauma)’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그 해 여름 그 날로 돌아가 보자. 그 날은 S시의 교사 예비군들이 내가 근무하는 부대에 들어와서 예비군 훈련을 받는 날이었다. 나는 훈련 담당 교관이었다. 교사들의 편의를 위해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예비군 훈련을 하도록 한 것이다. 8시에 훈련 부대 편성을 마치고 9시에는 훈련에 들어가야 하는 일정이었다. 나는 늘 해 오던 편성 지침에 따라, 그 날 참석한 예비군들을 거주지별(동네별)로 계급 순에 따라 훈련할 수 있도록 편성하였다. 먼저 개인별 훈련 참석을 확인하고, 그런 다음 그들이 살고 있는 동별로 집합을 시켰다. 그리고 현역 근무 시의 계급에 따라 소대와 분대를 편성하고 각 부대 편제에 맞는 개인화기와 장비를 보급하였다. 훈련 부대 편성을 마치고 대대장에게 훈련 시작 보고를 하려고 대대장실에 갔다. 대대장은 나에게 훈련 편성을 어떻게 하였느냐고 확인하였다. 나는 일반 지침에 따라 각자 살고 있는 거주지별로 계급에 따라 소대와 분대 편성을 하였음을 보고하였다. 대대장이 편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병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일부 예비군들은 거주지 중심으로 편성된 대오를 이탈하여 각기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별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류상 같은 동네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자주 만나지 않으니 동료 예비군이라고는 해도 낯설었을 것이다. 늘 함께 생활하는 근무지 학교의 동료 예비군은 친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대장은 즉각 지금 해 놓은 훈련 부대 편성을 해체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교사들이 근무하는 직장 중심으로, 즉 학교 단위로 훈련 부대를 편성할 것을 명령했다. 나는 일반 지침에 따라 유사시 거주지별로 예비군 편성이 되어 있고, 훈련 또한 그 원칙을 따르도록 되어 있었음을 말씀드렸으나, 대대장은 오히려 나의 경험 미숙을 책하였다. [PART VIEW]이미 잘 형성된 직장에서의 유대감을 훈련의 동력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대장의 지시가 잘 이해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대장은 나의 경험 부족과 훈련 부대 운영 미숙을 지적하며 나를 여러 번 나무라고 질책하였다. 2. 8시에 소집 완료하고 부대 편성하여 9시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훈련은 어쩔 수 없이 지연되었다. 거주지별 편성을 해체하고 직장 학교별로 다시 모이는 것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이들을 다시 계급별로 정리하여 소대와 분대로 나누고 직책에 따라 화기와 장비를 재분배하는 일에 시간이 걸렸다. 거주지별 부대 편성은 일반적으로 해 오던 것이었으므로 훈련 부대 편성이 이미 행정 서류로 다 되어 있고, 출석부까지 다 마련해 두었기에 쉬운 일이었지만, 대대장이 새롭게 지시한 직장 학교별 편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정적 준비가 없었다. 길고 지루한 훈련 부대 편성이 이어졌다. 그때였다. 갑자기 건너편 헬리콥터 착륙장에 헬기 한 대가 내리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연대장이 도착했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었다. 연대장은 강골의 지휘관이었다. 야전에서 전투 감각을 익히고 전투력 강한 부대 운영을 강조하는 분이었다. 나는 일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훈련에 나가 있어야 할 부대가 여태껏 출석이나 부르고 있는 장면이었으니 말이다. 대대장도 긴장하는 눈치였다. 헬기에서 내린 연대장은 바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연대장은 이미 화가 나 있었다. 그는 훈련 교관인 나를 찾았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유사시에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 무얼 하느냐고 물었다. 훈련 부대를 편성하고 있다는 말에, 연대장은 어떤 원칙으로 예비군 훈련 편성을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내 옆에 말없이 부동자세로 서 있는 대대장을 잠시 쳐다보고서는, 근무지 학교별로 훈련 소대와 분대를 편성하였다고 보고했다. 그 순간이었다. 내 무릎 정강이가 갑자기 얼얼하게 아파왔다. 정말 전광석화처럼 연대장이 내 정강이를 걷어찬 것이었다. 연대장은 분기를 감추지 않았다. 연대장의 질책이 떨어졌다. “이런 원칙 없는 행태를 봤나! 주어진 지침에 따라 자신이 살고 있는 거주 지역을 지키도록 예비군 편제 편성이 작전 개념으로 정립되어 있는 것도 몰라. 또 그런 편제를 지원하도록 평상시 행정 운영을 해 오지 않았나? 이런 멍텅구리 같은 놈들! 무얼 하나 제대로 믿고 맡기겠나. 한심한 녀석들! 야 교관 너 제대로 해 임마!” “네, 알겠습니다.” 나는 정신없이 그리고 맥없이 대답했다. 연대장의 명령이 다시 떨어졌다. “예비군 훈련 부대 편성을 다시 거주지 지역별 체제로 즉각 바꾸라! 내가 보고 있을 터이니 10분 이내로 이 자리에서 당장 하라.” 그 뒤의 순서를 어떻게 수습했는지는 기억이 아득하다. 내가 무어라 말하지 않아도 이미 S시의 교사 예비군들은 부지런히 긴밀하게 움직여 주었다. 아마도 막내 동생 같은 교관의 난처한 처지에 연민의 감정이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로서는 참으로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내가 훈련시켜야 할 사람들 앞에서 겪은 굴욕이니 더 창피했다. 일이 대략 수습되고 나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슬며시 생겨 나왔다. 대대장의 지침을 따른 나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연대장에게 같이 질책을 들으면서 대대장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고 왜 나를 옹호해 주지 못했단 말인가. 섭섭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아까 연대장이 분기탱천하여 질책을 할 때, 나는 왜 이것이 대대장님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피교육생들 앞에서 그렇게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수모를 겪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 점이 자못 크게 후회되었다. 대대장은 그 사건 이후에도 나에게 무어라 이 일에 대해서 말이 없었다. 미안하기는 했을까. 어찌되었든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그것은 내가 억울하다는 것이다. 3. 내 연구실에서 스터디 그룹의 일원으로서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며 정이 든 사람 중에 K선생님이 있다. 그도 나처럼 학군장교로 군대 생활을 했다. 학군장교 기수로는 나에게 30년도 넘는 후배가 되는 셈이다. 어느 날 저녁 먹는 자리에서 내가 겪었던 40년 전의 군대 시절 ‘억울했던 사연’을 추억담 삼아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K는 어쩌면 사연이 자기가 겪었던 것과 그렇게 같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자신이 겪었던 것은 전방의 부대 간 전투 훈련에서였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일이 자기에게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이런 훈련은 부대와 부대가 전투 훈련을 실제 전투처럼 하면서 부대의 전투능력과 부대지휘관의 지휘능력을 냉혹하게 시험 받는 것이기 때문에 지휘관들은 최대의 긴장과 경쟁의식을 가지고 임한다. K가 겪은 사연은 이러했다. 전투 훈련에서 작전 목표와 개념에 따라 부대를 기동시키는데, 대대장의 지시에 따라 부대 기동을 하다가, 현장을 순시 지휘하는 연대장에게 잘못된 기동로로 행군하고 있다고 혹독한 질책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 대대장도 함께 있었단다. 여기까지는 나와 같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K는 질책을 하는 연대장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연대장님! 이 작전 기동 행로는 대대장님께서 선정해 주신 것입니다.” 연대장은 K에 대해서 더 이상의 질책을 중단하였다. 그리고는 말없이 현장을 떠났다. 그런데 K의 다음 뒷말이 나에게는 막혔던 마음의 눈 하나를 번쩍 뜨게 해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수님! 저는 교수님처럼 연대장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혹독한 형벌을 받은 셈이에요. 제가 전역을 할 때까지 1년 반 동안 저는 그 대대장에게 온갖 구박과 차별과 고생을 피해갈 수 없었어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너무나 고단한 군대생활이었어요. 그런데 교수님 경험담을 들으면서 제가 느끼게 되는 것은 교수님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신다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억울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제 미숙함 미련함 이런 것이 먼저 떠오르는 겁니다.” 내가 여태껏 가지고 있었던 ‘억울함’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K의 이야기에 비추어 보니 그 ‘억울함’이란 나의 군대생활을 잘 보전해 준 ‘지킴이’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사란 길고 유연하게 보아야 한다. 나는 비로소 이 억울함을 긍정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삶에서 가치를 읽어내는 일은 참으로 오묘하고 그윽하고 웅숭깊다. ㅣ 경인교대 교수
성인의 구체적 모습 정성스러운 자는 힘쓰지 않아도 적중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답을 알아내며, 언제 어디서나 차분하고 침착하게 ‘중도(中道)’를 걸으니 바로 ‘성인(聖人)’이시다. 誠者 不勉而中 不思而得 從容中道 聖人也 ‘정성스러움(誠)’이란 말(言)을 반드시 실천하여 이루는(成) 것을 말합니다. 늘 올바른 말을 하고 그 말을 반드시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바로 ‘성인(聖人)’입니다. 그래서 중용은 ‘정성스러움(誠)’과 ‘성스러움(聖)’을 하나로 봅니다. 우주자연만이 늘 그 법칙(言)대로 묵묵히 실천하여 이루어(成) 갑니다. 자신이 품은 뜻을 그대로 실천하는 존재가 바로 우주자연입니다. 이런 우주자연을 닮아서 늘 공명정대한 ‘선(善)’을 그 뜻에 품고 말하며(言), 이를 반드시 실천하여 이루는(成) 존재가 바로 ‘최고의 인간’, ‘성인’입니다. 그래서 중용은 우주자연과 하나가 된 ‘성인’을, 생각하지 않아도 ‘선’을 명확히 알고, 언제 어디서나 ‘중도(中道)’를 걷는 이라고 설명합니다. 중용은 ‘선과 악’을 균형과 불균형, 조화와 부조화로 봅니다.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균형이 잘 잡힌 조화로운 상태를 ‘선’이라고 하며, 반대로 과하거나 모자라서 치우쳐 조화롭지 못한 상태를 ‘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균형을 의미하는 ‘중용’인 것입니다. 그러니 성인은 모든 일에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올바른 길’ 즉 ‘선’을 분명히 알며, 또한 늘 정성스럽게 이 균형 잡힌 길을 걸어갑니다. 이것이 최고의 인격을 갖춘 ‘성인의 길’입니다. 전쟁 상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PART VIEW]전쟁 시에 겁이 나서 혼자 살고자 도망치면 ‘비겁’이 됩니다. 또한 겁을 상실하고 과하게 객기를 부려 일을 망치면 ‘만용’이 됩니다. 신중하면서도 공격해야 할 때는 과감히 앞장서는 것을 ‘용기’라고 합니다. 딱 알맞은 그것, 이것이 바로 ‘중도’입니다. 중도는 전체의 균형 상태를 깨뜨리지 않기에, 늘 나와 남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그래서 이를 ‘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악’은 그렇지 않습니다. 늘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다가 전체의 조화를 깨뜨립니다. 균형을 잃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그래서 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성인에 이르는 5가지 방법 정성스러워지고자 노력하는 자는 ‘선(善)’을 선택하고, 그것을 꽉 붙잡아 지키는 자이다. 그 방법은 ❶ 널리 배우고(博學), ❷ 치밀하게 질문하며(審問), ❸ 신중하게 생각하고(愼思), ❹ 명확하게 분별하며(明辨), ❺ 독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다(篤行). (중략)… 남이 한 번에 능숙해지거든 나는 백 번을 노력하며, 남이 열 번에 능숙해지거든 나는 천 번을 노력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방법에 능숙해지기만 한다면 비록 지금은 어리석을지라도 반드시 밝아지게 될 것이며, 비록 지금은 나약할지라도 반드시 강해지게 될 것이다. 誠之者 擇善而固執之者也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 … 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果能此道矣 雖愚必明 雖柔必强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정성스러워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우주자연을 닮은 성인이 될 수 있을까요? 먼저 언제 어디서나 치우치지 않은 답안인 ‘선’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중용에서는 ‘택선(擇善)’ 즉 선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주자연은 선을 아는 존재가 아니라, 반드시 선을 정성스럽게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고집(固執)’ 즉 선택한 선을 단단히 붙잡아 지킬 수도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나와 남 모두에게 이로운 최선의 답, 즉 ‘치우치지 않은 선’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 선을 굳게 밀고나가 현실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도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중용은 그 구체적 팁으로 5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❶ 광범위한 배움(博學), ❷ 치밀한 질문(審問), ❸ 신중한 생각(愼思), ❹ 명확한 분별(明辨), ❺ 독실한 실천(篤行)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5가지 방법을 단계적으로 익힘으로써 우리는 선을 분명히 택할 수 있게 되고, 선을 단단히 실천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성인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다시 세분해 보면, ❶~❹는 주로 ‘택선’을 이루는 방법이며, ❺는 ‘고집’을 이루는 방법입니다. 정보의 수집 정보의 정확성 검토 정보의 체계적 정리 결론의 도출 실전에 적용 [ 성인에 이르는 5가지 방법 ] 선을 택하고 선을 실천하라 모두에게 이로운 최선의 답안인 ‘선(善)’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답을 찾고자 하는 대상에 대하여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❶ 전문가를 찾아가 배우거나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널리 정확한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박학(博學), 정보의 수집]. 그리고 ❷ 습득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전문가나 스스로에게 치밀한 질문을 하여 정보의 정확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심문(審問), 정보의 정확성 검토]. 다음에는 ❸ 스스로 신중하게 생각을 거듭하여 자명한 정보들을 모아서 올바른 답안을 모색해야 하며[신사(愼思), 정보의 체계적 정리], ❹ 명쾌하게 분별을 하여 자신만의 최선의 답안을 얻어야 합니다[명변(明辨), 결론의 도출]. 그런 후에 ❺ 실제 일에 나아가서 선을 굳건하게 실천해야 합니다[독행(篤行), 실전에 적용]. 만약 실천을 통해서 자신이 내린 답안에 찜찜한 부분이 드러나면, 곧장 잘못을 저지른 과정으로 돌아가서 다시 수정해야 합니다. 이를 반복하면서 우리의 ‘지혜’는 계발되며, ‘실천력’은 확고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중용은 아무리 어리석을지라도 반드시 밝아져서 선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며, 아무리 의지력이 나약할지라도 선을 굳게 밀고나갈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실천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명확히 알고 나면 어떻게 실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소크라테스가 “무지(無知)가 모든 악의 원인이다!”라고 설파했던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불이 뜨겁다는 것을 명확히 알기에 누구도 그 속에 손을 집어넣지 않듯이 말입니다. 이처럼 자명하게 선을 알고 선을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주자연을 닮아 늘 정성스러운 ‘성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ㅣ끝
동북아시아 한·중·일 3국은 역사, 문화적으로 가까우면서도 많이 다르다. 유교라는 정신 가치 세계를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이를 토대로 추구하는 이상형 인간은 다르다. 중국이 인(仁)과 의(義)를 따르는 군자(君子)를 이상적 인간으로 추구한다면, 일본은 무(武)와 충(忠)을 숭배하는 무사를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삼는다. 이는 중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에서 가장 많이 사랑 받는 등장인물이 누구인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인 삼국지(三國志)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유비, 관우, 제갈량이나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인 주신구라(忠臣藏)의 47인의 무사는 각 나라에서 지향하는 이상적 인간형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중국처럼 의리를 지켜야할 왕조가 자주 바뀌지 않을뿐더러 일본처럼 무(武)를 숭배한 시기는 역사시대를 통틀어 고려시대 무신정권 100년이 전부란 점에서 이들 두 나라와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에서 지향한 인간형은 어느 한 영역을 완벽히 따르기보다는 두 영역을 골고루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이 지향한 이상적인 인간형은? 우리나라 지식인이 지향했던 이상적인 인간은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으로, 유교적 이념을 사회에 구현하는 인격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상적인 인간형을 일컫는 말이 ‘선비’이다. 선비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호롱불이 켜진, 다 쓰러져가는 초가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책을 읽는 모습’이다. 약간은 고루하고 텁텁한 오래된 느낌이지만 누군가를 지칭하는 호칭으로 이 단어를 사용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결코 나쁘지 않다. 아직까지 우리 기억 속에 선비라는 단어는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선비는 청렴이란 덕목을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선비들의 투쟁의 역사를 담다 선비평전은 사학자의 시각으로 우리의 정신세계와 가치 체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을 선비라는 존재를 분석하였다.[PART VIEW] 사실 ‘선비’라는 단어는 사회학적 계층을 분석하는 용어인 양반처럼 공식화된 용어는 아니다. 누구라도 인정하는 존경받을 만한 전범(典範)이 되는 일부 양반을 두고 이들의 공통점을 모아 표현한 순 우리말이 ‘선비’이다. 분명한 기준도, 전거(典據)도 찾기 어려운 선비라는 단어를 대상으로 평전을 쓴다는 것은 전공자만 할 수 있다. 이 책을 쓴 이성무 교수의 전공은 조선시대 당쟁사(黨爭史)이다. 당쟁은 지향하는 바가 같은 양반 무리가 당파를 짓고 정권을 잡기 위한 투쟁의 역사이다. 당쟁을 연구하기 위한 연구대상은 당쟁의 주체가 되는 사회 계층인 양반과 그들의 정신 가치 체계이다. 저자는 이런 학문적 배경을 토대로 선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선비평전에 담아냈다. 이 책은 선비들의 행적과 학문적 관심과 학파, 이들이 형성한 정치 지형도를 다뤘다. 앞부분에서는 선비에 대한 일반적 평론을, 뒷부분에서는 조선사에서 중요한 사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군을 통해 선비들의 유형을 제시하였다. 정신 가치를 불교에 기반을 둔 지방 호족세력이 집권층이었던 고려의 귀족사회와 달리 조선은 과거시험을 통해 주자학(성리학)을 기반으로 유교적 소양을 검증받은 사대부층이 집권했던 사회다. 조선의 역사는 선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선비라는 계층이 사림(士林)이라는 조선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고 안정적인 지배층으로 성장하였다가, 현실에 안주하고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하는 것은 조선의 역사와 같은 궤를 두고 있다. 선비평전은 이와 같은 배경을 염두에 두고 조선시대의 사건과 정치, 역사의 단면들을 선비에 초점을 두고 해석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조선사와 함께 선비의 특징을 보여주는 인물들에 대한 시대사적 구분에 6장을 할애했다. 백헌 이경준의 재발견 선비평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선비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퇴계나 율곡만큼 알려지진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선비의 모습이 있다. 백헌 이경준 선생이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은 청에 대한 굴욕적인 항복 내용을 비(碑)로 남겨야 했다. 이 비문(碑文)을 쓴다는 것은 성리학적 세계관을 가진 선비에게는 평생의 치욕이기 때문에 모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헌은 평생의 오점이 될 삼전도비문(三田渡碑文)을 지었으며 청과 북벌 문제로 또 한 번 조선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도 국왕을 비호하고 관련자들을 두둔하여 난국을 수습하였다. 백헌 이경준 선생이 기억에 남는 것은 대의를 위해서 자신의 명예, 이익을 사사롭게 여기는 모습이 개인의 이익이 중심 가치인 현 시대와 크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 점에서 선비평전에 나오는 옛 선비들의 다양한 모습 가운데 현대를 사는 우리의 부족한 모습을 비춰보고 이를 지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PART VIEW]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개인주의 경향이 심해져서 힘이 드시지요? 성격은 바꾸기 어려워도 행동유형은 인정과 격려로 바꿀 수 있어요. 저도 거의 같은 일을 겪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다음은 저희 반 사례입니다. 저 역시 학기 초 학급회장 선거를 마치고 교무실에 오니 맞은 편 책상에 앉으신 선생님께서 누가 회장이 되었냐고 물으십니다. 아이 이름을 알려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며 그 애가 작년에 당신 반의 회장이었는데 애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애를 먹었다며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평소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새로 맡은 아이들 이야기의 경우 좋은 이야기가 아닌 것은 뒷담화로 생각하고 귓등으로 듣는 편이었습니다. 총명해 보이는 그 아이는 늘 자기 것을 잘 챙기지만 주변까지 잘 아우르는 리더십은 아니었고, 때로 그 선생님 말씀이 떠오를 때가 간혹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의도적으로 못 본 척하기 원칙(Planned ignoring)’을 지켜나갔습니다. 어느 날 종례 후 교실 청소를 하는데 주번 두 명 중 한 명이 잊어버리고 그냥 갔는지 한 아이가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반은 평소에 주번 활동 후에 학급 전체가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주는 동료평가를 하고, 평균 3점 이상은 생활기록부에 기록해주고 있어 청소를 안 하고 가는 일은 희귀한 일에 속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장 아이가 남은 한 아이의 친구여서 그 아이와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가 주번 활동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교무실에 오자마자 생활기록부 행동발달 및 종합의견란에 “00년 0월 0일 주번 학생이 잊어버리고 집에 가자 대신 청소를 하는 봉사정신을 보임”이라고 입력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학급신문에 실어 다음 날 아침에 나눠주었습니다. 신문을 읽는 아이의 표정이 묘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종류의 칭찬을 받아 본 일이 별로 없었나 봅니다. 공부를 잘 하는 ‘똑순이’였는데 아침 자습시간이면 다른 친구들 공부를 도와주는 장면이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마다 생활기록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에 “00년 0월 0일 아침자율학습시간에 급우 000, 000 등에게 학습 멘토링을 함”이라고 입력해주고 이를 학급신문으로 계속 알려주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뭔가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소개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보통 청소를 하거나 업무 보조하는 봉사를 주로 해오는 걸 보고 아쉽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지요. 이보다 재능봉사가 어떨까 해서 같은 구청 소재지 내의 지역아동센터 20여 곳 중 10군데 가량에 전화를 해 재능봉사가 가능할지 알아보았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청소조차 못해 안 받고 있다며 사양했지만 광진구의 푸른꿈지역아동센터에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재능봉사에 대해 설명하고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종이접기, 동화 읽어주기, 농구, 축구, 학습 봉사 등 회장을 포함해 여섯 명이 신청하더군요. 지역아동센터와 상견례 자리가 필요하겠다 싶어 아이들 여섯 명과 함께 센터로 직접 방문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오니 오후 다섯 시쯤이었지요. 흐뭇한 마음에 마침 길가의 분식점이 눈에 띄어 “담탱이가 쏘겠다!” 하고 들어갔습니다. 자리에 앉자 곧 회장 아이가 정수기에 다가가 물 컵에 물을 담아 애들 자리에 놓아줍니다. 하지만 이건 생활기록부에 적지 않았습니다. 이미 아이 스스로 기뻐서 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못난 행동 외면하고 잘난 행동 귀신 같이 낚아채서 인정해주기! 교직은 종합 예술입니다. ㅣ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