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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인간관계의 고통 나는 모임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한 번 가입한 모임은 쉽게 나오지 못한다. 모임을 즐기는 편은 더욱 아니다. 모임의 총무 역할 때문에 나오고 싶어도 빠지지 못하는 모임도 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모임을 못한지 1년 반이 넘었다. 그런데 모임을 하지 않아 오히려 마음이 편한 측면도 있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만든 모임이라 오래된 모임이지만 만날 때마다 괴로움을 안기는 친구가 있어서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말을 끊지 않고 그것도 큰 소리로 계속해서 말하는 친구다.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을 생각이 아예 없으니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순간까지 들어주다보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프다. 모임에 가서 친구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수다를 떠는 것은 가끔 재미를 안긴다. 그런데도 그 친구 말을 들어주다보면 뭘 먹었는지 음식 맛조차 생각이 안날 정도로 정신이 혼미하다. 학창 시절엔 말없는 친구였는데 그렇게 변할 걸 보면 사람의 모습은 천차만별로 변하는 모양이다. 오늘의 나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곱게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럴지도 모르지 않은가.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엄청난 괴로움이다. 알맹이도 없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더욱 괴로운 일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면서도 교양이 뭔지도 모르는 것만 같아 측은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늙어갈수록 더 늘어가는 수다스러움은 걱정스러울 정도다. 나이가 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이 있는데 참으로 좋은 말이다. 그런 사람은 아마 1년 동안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리라. 책 이야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으니. "교양이 없는 전문가는 위험하다"고 일갈한 어느 철학자의 말은 백 번 옳다. 교양이 없는 전문가는 그 전문적 기술로 누군가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괴롭힐 것이 분명하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진심이 담긴 한마디면 충분하다 가장 최상의 친구는 말이 필요 없는 사이가 아닐까! 인간은 말을 하지 않으면 소통이 잘 안 되는 種이다. 말로 인해 오해 받고 상처 주고 원수가 되기도 한다. 그 말 때문에 범죄도 발생하고 가정불화도 발생하고 사회 문제도 엄청나게 생긴다. 인간의 신체중 죄를 가장 많이 짓는 데가 입이다. 친한 사이에서도 가족끼리도, 직장에서도 말로 인한 문제를 안고 산다. 어려서부터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직장생활에서 힘든 것은 말을 해야 하는 회의 시간이었으니 말하기를 두려워하면서도 교직에 몸을 담고 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 두려움은 사라졌다. 오히려 잔소리가 많은 선생이었다. 6학년 제자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매는 들지 않지만 1시간 정도는 꼼짝 못하게 하고 충고를 했다. 그때 도움을 준 것은 바로 책의 힘이었다. 화장실도 안 보내고 조곤조곤 따지며 설득하는 내게 눈물로 반성하는 아이들이 착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 담겨야 하고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어야 했다. 결코 감정을 싣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진심어린 눈맞춤도 기본이다. 주로 했던 잔소리 주제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를 비롯해 학생이라면 꼭 해야 할 것들이었다. 때로는 '오늘의 명언'코너를 만들어 아침마다 5분 훈화를 했다. 시사적인 일이나 그날 상황에 맞게 위인들이 남긴 명언을 공책에 메모하며 듣게 했으며 일기 쓰기는 당연한 과제였다. 독서와 일기 쓰기를 200일 가까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문장력이 늘어서 글쓰기를 즐기는 아이들도 생겼다. 호남예술제나 매천백일장에서 상위 입상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최고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 책에는 지혜로운 말하기 방법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가 제시한 10가지 말하기 법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법한 것들이지만 복습하는 마음으로 옮겨본다. 알고 이해하는다는 것은 실천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상기하며 꼭 실천하자고 주문을 걸어본다. 최대한 말하지 말 것, 말하기 전에 손으로 적을 것, 듣기 좋은 상황을 만들 것, 3가지만 강조할 것, 결론부터 말할 것, 틀렸을 땐 틀렸다고 인정할 것,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할 것, 토론할 때는 먼저 말하지 말 것, 나만의 말 이음 도구를 찾을 것,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말할 것. 먼 길 돌아와보니 가르치는 일의 시작과 끝은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많은 제자들에게 지식 너머 지혜를 가르쳤는지 두려운 마음이다. 자신의 책을 들고 만나자고 했는데 몇 명이나 실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책은 잘 읽고 있는지, 글쓰기를 가까이 하는지. 내 이름 석자를 자랑스럽게 기억해줄 제자가 단 한 명만 있어도결코 헛된 인생이 아니리라 생각하며 심플하게 빌어본다. "선생님, 당신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축복입니다."
최근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의 대대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상(途上)에서 등장한 다양한 가치와 코로나 이후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2 교육과정 개정, 고교학점제 도입, 고교체제 개편, 교원양성체제 혁신 등 다양한 정책과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기서 우려되는 점은 하나하나가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만한 과제임에도 실현 방안을 급조해 교육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반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교원양성체제 개편과정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교원양성체제 개편 논의 초안 중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시도교육감에 대한 교원선발권 부여 방안은 빼고,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교육실습 내실화 방안 등을 보완한 노력은 상당히 긍적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원 존재 이유는 학생 교육 그러나 실습학기제 실습생에게 행정업무를 보조하게 한다거나, 현장 교원을 교·사대 겸임·초빙교수로 활용하는 부분은 실망스럽다. 학교가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은 외면하고, 교원과 예비교사를 다루기 쉬운 정책실현 도구로 이리저리 끌어다 쓰며 교원양성체제 개편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교사는 유·초·중등학교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임용됐다. 따라서 ‘국가의 교육에 대한 책무’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이 최우선 목적이어야 한다. 정부가 현직 교원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교·사대 교육과정의 현장성을 강화하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겸임·초빙교원으로 빠져나간 교원을 대체할 정규 교원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은 제시하지 않아 그 부담은 오롯이 학교 현장의 몫으로 전가된 상태다. 학교에 대한 이해 부족한 교육부 학기 단위 교육실습제 도입을 통해 행정업무 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점 역시 매우 편협하다. 학교에 배정되는 무수히 많은 행정업무는 그 양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담당자는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때문에 실습생에게 일부 서류작업을 맡긴다 해도 해당 업무를 알려주고 최종 확인까지 하려면 오히려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그럼에도 실습생을 활용하면 학교 업무가 경감될 것이라는 교육부의 기대는 학교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범대학 구조조정 역시 교원양성 과잉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중등학교의 경우 교원 6명 중 1명 이상(중학교 17.7%, 고등학교 19.0%)을 비정규직 기간제 교원으로 임용하는 상황이다. 중등교원의 임용율이 낮은 데는 국가가 정규 임용해야 할 교원을 비정규직 기간제로 임시 충원하고 있는 정책적 문제도 있다. 때문에 단순히 양성 규모의 조정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양성규모 조정 폭과 시기를 현행 안보다 완만하게 가져가면서 정규 교원을 대폭 확충해 임용적체와 교단 비정규직화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교대·거점국립대 통합방안 역시 현장의 우려가 제기되는 사안이다. 제주대-제주교대 통합 사례에서 보듯이 통합으로 얻는 비용 절감 효과는 미미하다. 반면, 목적형 대학으로서 세계적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교원양성시스템의 전문성과 특수성의 약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또한 종합대학 내 교원 양성 관련 학과에 대한 자원배분이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통합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실증적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교대·거점국립대 통합방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1차 교육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 이례적으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참석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 현장에 찾아온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 의지가 크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산하기관장, 교대·사범대협의회장, 한국교총, 학부모 대표 등 2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는 교육 회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화두는 학력 격차·기초학력 부진 팬데믹이 가져온 학교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과 전문가 모두 공감했다. 특히 학력 격차와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보고 다양한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 상당히 많은 예산이 하반기부터 투입된다. 하반기에만 5조3600억 원 이상을 교육 회복을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교육부가 2600억, 시·도교육청이 5조 1000억 정도의 추경 예산을 투입한다. 여기에는 교육 회복뿐 아니라 미래교육 학습환경 구축이 포함됐다. 학습 격차 해소 및 심리#65381;정서 지원, 과밀학급 해소 등에 1조5817억, 학교방역·돌봄지원 등 교육안전망 구축을 위해 8093억, 미래교육환경 기반 조성에 2조7017억 원을 지원한다. 각 시·도교육청은 별도의 교육회복지원 조직을 만들어 세부 사업을 계획·운영할 계획이다. 참석자들은 위원회 취지와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우려도 제기됐다. 재정 지원이 이뤄지면 그만큼의 사업이 함께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 순간도 일선 교원들은 방역과 안전에 신경 쓰며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무가 더해지는 것은 굉장히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증적 접근보다 근본 해결책 필요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대증적 방식의 접근이 이뤄지는 점도 지적했다. 과밀학급 해소와 안정적인 학습환경 조성에는 안정적인 교원 수급이 선결 조건임에도 교육당국이 기간제 채용으로 접근하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원 수급의 필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방안에 상세하게 담기지 않은 학교폭력 대책도 보완점으로 지적됐다. 등교 확대에 따라 학교폭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기존의 진단 도구로는 파악이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폭력이 발생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기초적인 영양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도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현장 의견이 제시됐다. 이외에도 지자체와의 효과적인 협력 방안과 돌봄의 이관 문제 등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하며, 교육회복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회복은 물리적인 재정 지원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다층적인 접근과 고민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기를 위원회에 기대해본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15일 2022학년도 공립 유·초·특수 교원 임용시험 선발인원을 총 5230명으로 확정 공고했다. 이는 전년 대비 777명 감소한 규모로 유치원 653명, 초등 106명, 초등 특수 66명이 줄었고 유치원 특수는 48명 증가했다. 특히 유치원은 지난해 1232명 대비 579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급감해 반발이 예상된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유치원 선발인원은 총 579명으로 시도별로는 서울 42, 부산 50, 대구 10, 인천 65, 광주 5, 대전 2, 울산 11, 세종 10, 경기 108, 강원 22, 충북 15, 충남 39, 전북 26, 전남 38, 경북 48, 경남 80, 제주 8명이다. 초등은 총 3758명으로 서울 216, 부산 370, 대구 50, 인천 216, 광주 6, 대전 12, 울산 130, 세종 78, 경기 1493, 강원 103, 충북 86, 충남 150, 전북 61, 전남 200, 경북 352, 경남 170, 제주 65명이다. 특수는 유치원과 초등을 합쳐 893명으로 서울 46, 부산 25, 대구 29, 인천 64, 광주 13, 대전 18, 울산 20, 세종 30, 경기 333, 강원 9, 충북 82, 충남 70, 전북 22, 전남 29, 경북 35, 경남 55, 제주 13명이다. 특히 올해 대폭 줄어든 유치원 교원 선발인원 관련해 교육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입장을 내고 “현 정부 국정과제인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을 결국 저버리고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우영혜 회장은 “지금도 유치원 교원들은 한 반에 20명~30명이 넘는 과밀학급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느라 큰 고충을 겪고 있다”며 “질 높은 교육활동과 유아 안전을 위해 학급당 유아 수를 반드시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유치원 교사를 더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국·공립유치원 확충을 위해 지난 5년 간 4700여 명의 교원을 확충했으나 유아수 감소와 시도별 격차 등의 문제로 올해는 증원이 어렵게 됐다”며 “학급당 유아 수 감축에 맞춰 앞으로 교원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종합적인 추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목적형 양성체제 보장 없이 경제 논리로만 진행되는 교·사대 통폐합 반대한다.” 교육부가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을 추진한다. △교육대학 간 및 교대·거점국립대학 간 통폐합 △교원양성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교육실습학기제 도입 △1급 정교사 연수와 연계한 융합 전공 △중등교원 양성기관별 기능 특성화와 소수 선발 교과 임용 개선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15일 교육부가 주최한 온라인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은 목적형 양성체제에 대한 고민 없는 과도한 통폐합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민정 서울교대 총학생회장은 “교육부가 교대-거점국립대 통합시 행·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교·사대 통폐합을 장려하는 교육부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라며 “교원양성의 방향과 목표 없이 방법만을 논의하다 보니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핵심전공 신설, 통폐합으로 교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방안만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임운영 한국교총 부회장도 통폐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미 13년 전 통합한 제주대-제주교대 사례만 봐도 약속했던 재정지원이 미흡하고 인적·물적 교류 등 통합 효과도 미미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부회장은 “목적형 대학으로서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종합대학 안에서 교육투자와 관련된 자원 배분의 불공정 문제도 제기되는 등 통합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실증적 지표가 없다”며 “대학 내 자원 배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도 교원양성 목적형 대학으로서의 독립성과 기능 담보가 쉽지 않은데, 이번 발전방안에는 그저 원칙 마련 정도의 규정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실습학기제 도입에 대해서는 학교가 교육실습생을 받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단순하게 여겨질 수 있는 교복 공동구매 업무조차 150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을 숙지해야 하며 행정상의 실수는 모두 담당 교원의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임 부회장은 “이런 이유로 실습생에게 단순 서류 정리같은 업무만 맡긴다면 오히려 현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감만 가중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실습생 교육을 위해 담당 교사의 수업 및 행정업무를 경감시켜주는 등 추가적인 교원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등교원 양성규모 과잉에 따른 낮은 임용률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정규 교원으로 임용해야 할 것을 비정규직 기간제 교원으로 임시 충원하기 때문”이라며 단순 양성규모 조정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학교 기간제 교원의 임용 비율은 17.7%, 고교는 19%다. 김창원 경인교대 총장도 “임용 문제를 양성체제의 문제로 바꿔치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용제도와 시험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이를 마치 양성을 잘못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는 “중등 과잉 양성과 교대 소규모화는 정책의 결과이지 그것이 마치 대학의 문제인 것인 양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대학은 교육과정과 수업 혁신에 주력할 터이니 정부와 교육청은 뒷받침하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교육부가 3차례에 걸쳐 진행한 주제별 대국민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열렸으며 그동안 제안된 의견은 향후 ‘교원양성체제 혁신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발전방안을 올 하반기까지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인천의 모 초등학교 ‘무자격 교장공모제(내부형B)’ 과정에서 응시자가 원하는 문제를 출제한 혐의로 기소된 도성훈(사진) 인천시교육감의 전 보좌관에게 또 다른 혐의가 추가됐다. 범행에 가담한 5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6명 모두 특정교사노조 출신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려는 의도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교육현장의 요구도 나온다. 최근 법조계와 교육계 등에 따르면 이미 검찰로부터 공무집행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도 교육감 보좌관 출신인 A(52)씨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인천지검 형사7부(이희동 부장검사)는 A씨 함께 범행에 가담한 교장공모제 응시자 B씨와 장학관 C씨 등 5명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나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4단독 박신영 판사는 B씨 등 공범들도 기소됨에 따라 두 사건을 병합해 이달 말 추가로 심리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검찰은 법원 선고만 남겨둔 상황에서 변론재개를 신청한 바 있다. 검찰은 7월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등을 압수수색하고 교장공모제와 관련한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시교육청이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출제위원으로 참여해 사전에 전달받은 문항을 면접시험 문제로 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도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을 맡았던 A씨는 교장공모제 당시 현직 초등학교 교장 신분으로 출제위원에 선정된 후 B씨가 원하는 문제를 2차 면접시험 때 출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검찰 증거에 대해서도 시인했다. 지난해 8월까지 도 교육감 보좌관으로 근무한 A씨 역시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통해 초등학교 교장으로 임용된 만큼 특혜인사 의혹을 받던 인물이다. A씨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이청연 전 교육감 보좌관도 지냈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임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학교 구성원이 원하는 유능한 인사를 뽑자는 취지로 2007년 처음 도입됐다. 특히 내부형B형의 경우 교장자격이 없어도 초·중등학교 경력 15년 이상이면 임용이 가능하다. 권력의 수혜를 의심받던 무자격 공모교장이 자신과 같은 노조 출신의 또 다른 공모교장을 만들려다 일어난 일인 만큼 관련 제도에 대한 불공정성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관계자는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공모 교장의 임기가 끝나면 공모 교장으로 임용되기 직전 직위로 복귀하도록 하고 있지만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 자격증을 획득한 자가 해당 스펙을 활용해 다른 학교의 공모 교장이나 장학관·연구관 등 교육 전문직으로 임용되고 있는 만큼 제도 악용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힌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추진과 관련해 사업 철회를 희망하는 학교의 경우 추진 계획을 보류하고 숙의 과정 등을 거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시교육청은 15일 “개축 대상학교 중 철회를 희망하는 경우 사업 추진을 보류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학교별로 의견 수렴 등의 숙의 과정을 거치게 한 후 철회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미 철회를 요청한 9개교에 대해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되, 건물 안전등급이 C등급 이하인 건물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안전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결정을 존중하되 학교 시설물에 대해 안정성을 검토한 후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업 대상 학교를 선정해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던 기존 태도에서 돌아선 것이다. 시교육청은 당초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231개교를 개축·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35개교에서 개축 공사에 돌입하려 했다. 그러나 개축 대상 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하면서까지 거세게 반발하자 시교육청은 철회 희망 학교의 경우 사업 추진을 보류하는 결정으로 선회했다. 학부모들은 공사 기간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혁신학교로의 전환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이날도 학부모들은 시교육청 앞에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희연 시교육감은 사업 추진 당시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14일 자신의 계정 페이스북에서 “사업 추진과 관련해 학부모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경청하고 있다”며 “향후 사업 대상 학교 및 학부모 등과 적극 소통하고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소통 미흡을 인정했다. 1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가상설계 및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에서 유 부총리는 “사업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일들과 관련해 교육부와 교육청이 세심하게 챙기고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일부 학교에서 문제가 된 부분에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소통과 협의를 통해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시작 전부터 우려를 샀다. 지난해 각종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교육계 파문을 일으켰던 ‘학교공간혁신사업’이 이름만 바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종합 추진계획’으로 둔갑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학교공간혁신사업은 지난해 담당 파견교사의 장관 정책보좌관 사칭, 연구사 직함 사용, 장관 관사에서 업체 접대, 교육부 팀장의 업체 법인카드 사용, 사업자선정 특혜, 대행 전문기관의 셀프 심사 등 논란 끝에 사안 감사를 받고 제도 개선과 관련자 징계를 요구받은 바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과 충남교총(회장 윤용호)은 최근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는 남성이 난입해 교직원과 학생이 긴급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 등에 외부인의 학교 출입 절차 강화를 요구했다. 14일 교총은 “이번 사건을 단지 단발적 사건으로 보거나 해당 학교만의 문제로 넘기지 말고 정부와 국회 차원의 학교 안전 강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학교 안전 강화 대책으로 △수업 시간 중 외부인 학교 출입 원칙적 금지 △학교 방문 사전예약제 법제화 △경찰 연계 무단출입자 조치 시스템 구축 △학교 민원서류 발급 제외(정부 포털, 교육청 등 활용) △CCTV 화질 지속적 개선, 학교 신·중축 시 범죄예방용 환경설계 의무화 △무단 침입 시 처벌 강화, 상주 경찰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제도적 보호막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부인 출입 통제 문제를 학교에만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교총의 입장이다. 한국교총이 지난 2018년 5월 전국 초·중·고 교원 5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그해 기준으로 최근 3년간 무단출입을 경험한 비율이 63%에 달했다. 2018년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학교 외부인 침입 발생 건수는 총 249건(2015년 3월~2018년 2월)이었다. 교총은 “김대중 정부 시절 ‘고교 이하 각급 학교시설 개방 및 이용에 관한 규칙(1998.8.5. 교육부령, 제749호)’ 제정과 ‘담장 없는 학교’정책 시행 이후 학교는 성범죄, 절도 등 강력범죄는 물론 방화, 음주, 흡연, 무단 세차 등 문제로 신음해오고 있다”며 “최근에는 학교시설 개방조례를 앞세워 학교의 자유로운 이용과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을 학교에 강요하는 사례, 시설 이용 민원 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보안관(배움터 지킴이) 제도가 있지만 현실은 학교 규모에 따라 인원 배정, 예산 등 문제로 모든 출입구 통제가 어렵다. 교총은 지속적으로 학생 보호를 위한 외부인 출입제한을 촉구했으나 정치권이 무관심으로 외면하다가 2010년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담장 및 경비실이 재도입된 사례를 들기도 했다. 교총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학교개방 강요보다 학생 안전 우선 정책이 필요함이 확인된 만큼, 정부와 국회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말고 외양간을 튼튼하게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기교총(회장 주훈지)은 스쿨넷 4단계 사업을 경기도교육청이 전담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에 도교육청이 추진해온 사업을 전문인력도 없는 학교에 전가하는 것은 도교육감이 약속한 행정업무 경감 정책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경기교총은 14일 보도자료를 내 "학교에 스쿨넷 업무를 전가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해당 사업에 전문성 있는 도교육청에서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스쿨넷 사업은 학교와 교육기관에 공공정보 통신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5년 단위로 진행되는데, 올해 12월로 3단계 스쿨넷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어서 각 시·도교육청별로 4단계 스쿨넷 서비스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1~2단계 사업은 학교 단위로 추진됐지만, 3단계 사업부터 도교육청으로 이관돼 지금 추진되는 4단계 사업도 대부분 교육청 주관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타 시도와 달리 4단계 스쿨넷 사업을 학교 단위에서 추진하도록 해 반발을 사고 있다. 인터넷 및 통신 관련 전문성을 갖춘 직원이 없는 학교에서 통신 전문 업체와 장비를 평가하고 사후 관리·감독까지 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학교 현장이 영업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선 학교의 의견이 무시된 것도 불만의 원인이다. 경기교총은 "지난 3월 도교육청 사전 의견조사에서 도내 2647교 중 8교를 제외한 2639교가 도교육청에서 통신사업자를 선정하라는 의견을 개진했다"며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학교에 전가한 것은 전형적인 비민주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업무 담당이 명확하지 않은 지침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도교육청 '4단계 스쿨넷서비스 안내서'에 따르면 '스쿨넷 서비스사업자 선정 기술(규격) 평가위원회'는 교직원과 학부모, 전문가 등 5인 이상으로 구성하되, 학교장과 행정실장 등은 제외해야 한다. 마땅한 전문가도 없는 상황에서 주요 보직자마저 배제되다보니 담당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다. 경기교총은 "도대체 누구보고 그 사업을 추진하라는 것인지, 이것이 무슨 행정업무 경감이고 혁신적 학교자치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14일 오후 도교육청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사업 추진 설명회 댓글창은 도교육청에 대한 성토로 채워졌다. "학교 현장에 계셨다면 이게 불가능한 정책임을 아셨을 텐데, 몰랐다면 무능의 극치", "교사들을 전격 포기하는 역발상적 교육행정", "왜 경기도만 교육청에서 하나요?" "저희는 교사입니다" 등 비판이 이어졌다. 사업회에서 내놓은 교육청의 해명은 시원스럽지 않았다. 특히, 학교 단위로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 중 "기존에 교육지원청에 집중된 스쿨넷 서비스의 혜택을 학교로 돌려주고자 한다"는 대목은 여러 참가자들의 반발을 샀다. 또 업무분장을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업무분장은 학교장 고유 권한"이라고 답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산 보유 기관이 직접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회계원칙에 맞고, 개별 계약이 학교에 적합한 망을 구축하는 데 유리한 면이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최교진, 이하 협의회)가 내년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에 맞춰 시·도교육 자치 강화 의견이 반영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산출 방식의 변경, 출제 범위 축소 등도 논의했다. 협의회는 13일 제80회 총회(사진)를 비대면으로 개최해 이 같은 의견을 나눴다. 이날 협의회는 내년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해 준비과정부터 시·도교육감들의 교육자치 강화에 대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교육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협의회는 ‘중장기 교육의제 발굴 정책위원회’의 ‘대통령 후보들께 보내는 제안(초안)’에 대해 보고받고 추가 보완한 뒤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면 전달할 예정이다. 최교진 협의회 회장은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준비 과정에서 교육자치 강화와 함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한 단계 발전된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협의회는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수능 개선안’에 대한 ‘교육의제 토의’ 등을 통해 수능 성적 산출 방식의 절대평가화, 수능 출제범위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 수준으로의 축소, 고교교육과정 연계 대학별 면접 강화 등을 의견을 주고받았다. 총회에 앞서 협의회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함께 ‘2021환경공동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2021 환경공동선언,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듣다’ 동영상 시청, 환경부와 교육부의 학교 내 기후·환경교육 지원을 위한 정책 설명 등을 가졌다. 이날 협의회는 교원자격증 재교부 및 외국어 증명 수수료를 전액 감면(무료) 하기 위해 ‘교원자격검정령’과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 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타 분야의 경우 각종 자격증 재교부 수수료가 무료화하는추세에 비춰 교원자격증 재교부 등의 유료 수수료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현장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서당 형태 기숙형 시설의 부모 자녀 양육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운영 제도 개선도 거론됐다. 기숙형 민간시설에 위탁된 아동의 정서 및 생활, 거주 환경 등을 주기적으로 부모가 의무적으로 확인토록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협의회는 정서적 학대와 방임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조치하기 위해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대응 업무 매뉴얼’ 개정을 요구가 필요하다는데 입장을 모았다. 특히 아동학대 사안으로 의심되는 경우 수사기관이 교육기관에 통지하도록 하기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아동학대 사안 통지의무 규정이 없어 교육기관이 아동학대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늘어가는 농산어촌지역 폐지학교 문제는 교육감 판단 하에 필요시 지방자치단체 등에 수의계약으로 대부 또는 매각해 주민이용시설 등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 이하 과총)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과학기술 중심의 2022 교육과정 개정을 촉구했다. 과총은 성명서에서 “과학기술력 제고의 핵심과목인 수학·과학은 제7차 교육과정 이후 내용의 양과 수준이 점차 감축돼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준 고교 교과 내 수학·과학 필수이수 학점 비율은 2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학에서 중도 포기하는 이공계 학생이 느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과총은 이 문제의 해소를 위해 수학·과학·정보 관련 과목의 교육 시수를 대폭 확대하고 내용의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다. 도입 취지는 환영하지만, 정해진 시수 내에서 여러 과목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 관련 과목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고교 과학기술 과목의 이수 내용을 진로 선택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공계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과정·교과서의 개발과 교사 연수, 교육 실행, 평가 등이 전 주기적 로드맵상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학의 입시전형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내용이 대입전형에 충분히 반영되려면, 대학이 전공 특성에 맞는 고교 선수과목을 지정하고 대입에 반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획일화된 체계에서는 학생이 적성을 고려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여지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계열 구분 없이 수능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 2022 수능 체제에 대해서도 보완을 요구했다. 고교에서 과학기술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도 이공계‧의약계에 진학 가능하게 한 것은 교육의 부실화를 넘어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총은 또 교육 정책 결정 시 과학기술계의 참여 비율을 대폭 높일 것을 요구했다. 2022년 교육과정 개정위원회 위원 중 이공계 전문가 비중이 매우 낮아 이공계 입장이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다는 이유다.
해마다 5월이면 가슴 저편에서 밀려드는 그리움 같은 것이 있다. 싱그러운 햇살과 파릇파릇한 나뭇잎 사이로 떠오르는 얼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자라고 있을지 마냥 보고 싶고 궁금하다. 1991년 3월 진주교대를 졸업한 나는 거제 오량초등학교에서 첫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북신동이 집이었던 나는 매일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항상 거제대교를 지나다녔다. 출근길에 펼쳐진 견내량은 나의 첫 교직 생활에 대한 희망을 한없이 부풀게 했다. 출근길에 거제대교를 지나면서 ‘오늘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할까?’ ‘자상하고 다정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생각하면 어느새 버스는 종점에 도착하곤 했다. 퇴근길 역시 넓고 푸른 바다를 보며 ‘오늘은 아이들 속에 내가 있었어!’ ‘오늘은 너무 화만 낸 것 같아.’ ‘내일은 또 다른 시도를 해봐야지.’ 이런 생각들을 3년 동안 견내량과 함께했다. 바쁜 가운데 1년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고 이듬해 3월, 5학년을 배정받아 아이들과 첫 만남의 시간을 가지게 됐다. 유난히 머리가 반짝이는 녀석이 내 신경을 건드렸다. 소매에는 콧물인지, 흙인지 모를 고장물이 적당히 묻어 있고 코 밑은 헐지 않을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무엇을 하는지 자기 일에만 열중이었다. 머리는 왜 또 그렇게 빡빡 밀었는지……. 그렇게 그 녀석과 나는 처음 만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녀석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녀석은 ‘벽담사’라는 절에서 동생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그러니까 동자승이었던 것이다. 부모님은 이혼했고 아버지가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 절에 맡겨진 아이다. 녀석은 수업이 끝나면 언제나 내게 와서 냄새나는 머리를 내 가슴에 묻고 숨소리를 듣고 집으로 가곤 했다. 처음 녀석이 내 가슴에 머리를 묻고 숨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가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와! 신기하고 재밌다." 그 말에 난 "다 큰 녀석이 징그럽게 이게 뭐하는 짓이고" 하며 녀석을 밀쳤다. 그러나 녀석의 그런 행동이 애정 결핍에서 오는 전형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이전보다 녀석을 더 꼭 안아 주었다. 녀석도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이 일을 계기로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항상 말썽꾸러기에 공부는 겨우 문자 해득, 거기에다 도벽까지 누가 봐도 문제아였지만, 나에겐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제자였다. 내가 녀석에게 하는 만큼 녀석도 조금씩 변해 갔고, 남의 물건에 손대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던 5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쓰러짐으로 인해 난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아버지 병간호를 해야만 했다. 다행히 아버지가 회복의 기미를 보여 그동안 보고 싶고 걱정되었던 반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에 갔다. 그날이 바로 스승의 날 앞날이었다. 일주일 만에 나를 본 아이들은 기쁜 얼굴로 맞이해 주었고 그동안 옆 반 아이들에게 당한 서러움을 하나, 둘 나에게 하소연하며 그들을 응징해 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 녀석도 친구들 틈에서 내 손을 잡으려고, 그리고 내 가슴을 찾아 몸부림을 쳤다. 눈에는 눈물도 글썽이고 있었다. ‘내일이 스승의 날인데 선생님이 오시지 않으면 어쩌나?’ 내심 아이들은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아이들과 시간을 갖고 있는데 교내 방송에서 나를 찾았고, 그것은 불길한 예감이었다. 집으로 급히 갔으나 결국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못난 자식이 되고 말았다. 그 후로 며칠을 더 결근을 하고 나서야 학교로 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 난 옆 반 선생님으로부터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스승의 날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던 아이들은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교실에 풍선도 만들고 자기들이 직접 마련했는지, 아니면 어머니께서 보내줬는지 모를 선물을 교탁 위에 잔뜩 진열해 두고 선생님을 기다렸단다. 옆 반 선생님께서 그런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지만 내가 학교에 오지 못한다고 말했단다. 오늘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라고……. 그래도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더란다. 그러더니 하나둘 울음을 터뜨리더니 나중엔 온 교실이 울음바다가 되더란다. 한 시간을 그렇게 울던 아이들은 배가 고픈지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초코파이를 나누어 먹고선 힘없이 집으로 갔단다. 아이들이 모두 떠난 학교. 선생님들도 퇴근 준비를 하는데 어디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서 가 보았더니 글쎄, 나의 심장 소리를 듣던 녀석이 술에 취해 울고 있더란다. 걷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고 할 수 없이 선생님들이 업고 절로 보냈단다. 녀석도 스승의 날이라고 선생님께 무엇인가 선물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모은 돈으로 (훔친 돈 절대 아님) 선생님 드릴 선물이라고 소주를 두 병 샀단다. 다른 친구들 선물은 양말이니, 우산이니……. 자기가 보기엔 다른 친구들의 선물은 좋은 것 같은데 자기 선물은 초라해 보였던지 차마 교탁에 내어놓을 수가 없어 선생님께 직접 드리기로 마음먹고 가방에 넣어 두었는데 선생님이 오지 않자 실망한 나머지 많이도 울었단다. 다른 친구들이 집에 간 후에도 ‘선생님은 반드시 올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기다렸단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 기다리기를 반복한 녀석은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던지 남아있던 초코파이와 소주를 물로 착각했는지 1병을 전부 다 비우고 두 병째 마시던 중이었단다. 술에 취한 아이를 일으켜 세워 달래 집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아이는 이리 쿵, 저리 쿵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면서도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는 집으로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더란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해 녀석은 잠이 들었고 남자 선생님이 아이를 업고 차에 태워 절에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날의 우발적인 사건은 그렇게 끝이 났고 녀석의 어이없는 행동에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뭔가가 느껴졌다. 이렇게 녀석과 한 해를 보내고 우리는 6학년이 되어 또 같은 반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해 9월. 녀석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났다. 행동과 말이 점점 또다시 거칠어졌고 쉽게 짜증을 내는가 하면 예전의 도벽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녀석은 더 이상 내 가슴의 숨소리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가을 운동회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오후. 그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던 녀석의 아버지와 새엄마가 학교에 찾아왔다. 그리곤 그날로 녀석을 데리고 마산으로 전학을 가버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동안 잊고 지내던 부모에 대한 증오가 되살아났던 모양이다.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새엄마가 싫었고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던 모양이다. 이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불만스럽고 거친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고, 전후 사정을 몰랐던 난 녀석의 행동에 당황해하며 꾸짖기만 했었다. 녀석에게 좀 더 잘해 주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불쌍한 녀석. 녀석은 그렇게 친구들과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부모님의 손에 끌려 그렇게 가고 말았다. 전학 간 지 일주일 후 난 전학 간 학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녀석이 그곳에서도 적응 못 하고 말썽만 부리다가 결국 가출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안타까웠다. 녀석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줄 사람이 있었다면 녀석은 훌륭히 자랄 수 있었을 텐데…. 그날 이후로 난 녀석을 찾기 위해 직접 마산까지 가 보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옛날 빡빡머리 녀석의 잊지 못할 스승의 날 헤프닝과 함께 가슴 허전함을 느낀다. 또 언제 내 가슴에 묻혀 숨소리를 들으며 "선생님, 이상한 소리가 나요.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요"라고 말해줄 아이를 기다리며……. ------------------------------------------------------------------------------------------------------- 수상 소감 아이들을 기다리며…. 한국교육신문에서 교단 수기를 공모한다는 글을 보고 지난 교직 경력 30년을 되돌아보았다. 1991년부터 시작된 나의 교직 생활은 20세기와 21세기를 함께 지내 온 시간이며 변화가 다양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코로나19로 세계의 모든 사회, 문화, 경제가 위축되고 교육에서도 학교가 아닌 원격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금의 나는 제자들과 함께 보냈던 많은 시간보다 훨씬 짧은 교직 생활을 남겨두고 있다. 그래서 교단 수기에 지난 30년의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며 첫 발령 때 설레이며 맞이했던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주제로 참여하게 되었다. 고이고이 접어두었던 나만의 추억이며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세대를 달리하는 20~30대 선생님들이 얼마나 공감하며 이해하실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도 나와 같은 공감에너지를 가지고 계시는 40~50대 선생님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글을 통해 그 시절의 제자들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 잠깐의 휴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도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제자들을 응원으로 마음으로 남은 교직 생활도 열심히 해야겠다. 끝으로 수상하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2학기에 1742억 원의 예산을 들여 1155개 학교의 과밀학급을 해소하기로 한 가운데 추진 대상에서 사립학교는 제외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교총은 입장을 내고 “사립학교와 학생은 대한민국의 학교, 대한민국의 학생이 아니냐”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차별행정을 즉각 중단하고 사립학교를 포함시키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교육회복지원위원회’를 개최하고 올해 하반기 동안 신속한 교육회복 및 미래교육 학습환경 지원을 위해 총 5조3619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습보충, 심리·정서, 과밀학급 해소, 방역 인력과 물품, 초등돌봄 등 시급한 과제에 2조6602억 원을, 미래교육 학습환경 구축에 약 2조7017억 원을 투입한다. 이 중 학급당 28명 이상이 있는 1155개교에는 교실 전환, 임대형 이동식 학교 건물(모듈러 교사), 증축 등을 통해 과밀학급을 해소하고 관련한 교부금 교부기준 상향 및 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지침 개정 등을 통해 제도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추진 대상에서 사립학교가 제외되고 국·공립학교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기준에 사립학교가 빠져있다”며 “학교를 신설하거나 증축하면 사학의 재산이 돼 버려 심한 경우 팔 수도 있고 폐교됐을 경우 재산이 온전하게 국가로 귀속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도별 재정지원조례에 근거해서 교육감이 사립학교에 재정결함 보조금을 주는 형태가 돼야 할 것 같다”며 “지원이나 투자에 대한 우선순위를 놓고 봤을 때 국·공립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학 관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학습, 정서 결손이 심각해져 등교 확대가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과밀학급 해소를 추진하는 것인데, 사립이라는 이유로 제외한다면 사립학교 학생들이 감염병의 위협과 학습권으로부터 차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교육통계 기준 사립학교 비율은 중학교가 19.6%, 고등학교가 40%이고 학생 수도 비슷한 규모다. 정호영 대한사립교장회 회장은 “평준화 정책에서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해서 간 것도 아닌데 사립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설적, 복지적 측면에서 동일한 혜택을 얻을 수 없다면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학교는 공적 개념이지 증·개축을 한다고 해서 학교가 이사장 소유가 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사립학교법상 사립학교 건물 및 토지 등은 설립자의 사유재산이었다 하더라도 학교법인이 된 이상 이를 관할청의 허가 없이 팔거나 전용할 수 없다. 폐교 시에도 잔여재산은 전액 국가로 환수된다. 교총은 “교육의 공공성을 부르짖으며 사학의 재정권, 인사권, 자율 운영권을 침해하더니 사립학교 학생의 교육환경 개선은 교육의 공공성과 무관하다는 것인지, 공립 학생만 대한민국 학생이라는 것인지, 교육당국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 교육예산은 88조 원이고 이 중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도 64조 원에 달한다. 교총은 “갈수록 무상교육 시리즈와 현금 살포 정책 등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며 “과연 과밀학급 해소 사업에서 사립을 제외해야 할 만큼 교육재정이 궁핍한 것인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박광일 여행작가·㈜여행이야기] 얼마 전 끝난 도쿄올림픽.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응원하며 많은 시민이 일상의 어려움을 잊고 새로운 힘을 얻었다. 최근 우리나라는 각종 대회에서 메달 획득과 별개로 스포츠 강국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국제대회가 열리는 스포츠 종목은 대부분 전통적인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이다. 양궁과 활쏘기 전통을 연결해서 볼 수 있겠지만 스포츠 종목으로서 양궁은 그 이름처럼 서양에서 들어왔다. 그런 점에서 근대 역사 속에서 언제, 어떻게 서양의 스포츠가 들어왔으며 당시 모습이 어떠했는지 궁금해진다. 근대 역사에서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테니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관심갖는 축구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 테니스 외교관 위주로 도입되기 시작 답사를 다니다 보면 옛날에 테니스코트가 있던 장소를 종종 확인하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원이기도 한 인천 각국 공원 근처, 외국인들이 머물던 사교 공간인 제물포구락부(구락부는 클럽의 일본식 표현) 앞에 테니스코트가 있었던 곳이나, 서울에서 외교관 건물이 들어선 정동 일대에도 테니스코트가 있던 공간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내력을 참고할 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테니스가 한국에 처음 도입된 것은 1883년, 첫 서양 외교관인 미국의 푸트 공사가 부임하면서다. 이때는 서양에서도 테니스와 관련된 규정이 막 끝난 시기였다는 점에서 도입 시기는 무척 이른 편이었다. 당시 테니스는 유럽과 미국에 널리 퍼지긴 했지만 실내 스포츠로서 왕실과 귀족들이 즐기던 스포츠였다. 그러던 것을 영국의 윙필드가 실외 테니스로 바꾸어 처음 시작한 것이 1873년이었으니 오늘날과 같은 테니스 경기로 모습을 정비한 지 10년 만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이다. 참고로 실외 테니스의 첫 공식 대회인 ‘제1회 윔블던 대회’가 열린 것은 1877년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일찌감치 들어온 테니스는 아무래도 소수의 사람만 즐겼던 것 같다. 정동에 테니스코트가 있었지만 미국 공사관, 그리고 영국 공사관 앞에 있었다는 점에서 외국인이 즐긴 스포츠였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처음 테니스를 친 인물은 누구일까. 기록상으로는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으로 나온다. 김옥균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외국 공사들과도 접촉을 자주 했는데 이때 테니스를 이용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화동 집에 아예 테니스코트를 만들어 놓고 외국 공사 부부를 초청한 것이다. 이후 김옥균을 통해 다른 개화파 인사들에게도 테니스가 전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개화파’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테니스’였으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불온하게 보였을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테니스 모임이 정치적 모임으로 알려지며 “테니스장에서 김옥균이 나라를 판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 테니스를 한자로 ‘척구(擲球)’로 불렀으니 공을 던진다는 의미다. 근대학교에서 클럽 만들며 가르쳐 초기에 쉽게 자리를 잡을 것처럼 보인 테니스는 갑신정변과 함께 다시 외국인의 스포츠로 돌아간 것 같다. 정동 외교관들의 모임인 ‘외교관 구락부’에서 테니스를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외국 외교관과 접촉면을 넓히고자 했던 고종과 순종 역시 자연스럽게 테니스 경기 장면을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순종의 반응이 조금 뜻밖이다. “저렇게 힘든 일을 손수 하다니 참으로 딱하오. 하인에게나 시킬 일이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공식 기록에 남아있지 않는 전해지는 말이지만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당시 외국인들이 테니스 경기를 할 때 남자는 흰색 긴바지, 여자는 흰색 긴치마를 입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테니스 구경을 즐겨할 뿐이었으니 직접 치기 시작한 것은 조금 뒤의 일이다. 외국인 선교사가 중심이 돼 설립한 근대학교에서는 체육을 강조했고 또 과외활동으로 스포츠클럽을 만들었다. 이때 야구, 축구 등과 함께 테니스도 클럽도 생겨난 것이다. 배재학당의 경우 1900년에 테니스클럽이 생겼다. 이때 테니스코트 네트는 새끼줄로 대신하고 라켓은 널판으로 대체했으며 공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테니스가 조금씩 퍼져나가며 여학교에서도 스포츠 활동으로 테니스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테니스 장비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테니스공 대신 고무공으로 경기를 하는 연식정구가 널리 퍼지며 테니스를 대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연식정구가 원래 테니스 모습이 아니란 것을 확인한 경성제대 재학생 강성태는 정구 대신 테니스를 해야 국제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경성제국대학에 정구부를 테니스부로 바꾸기도 했다. ■ 축구 인천항서 영국 군인들로부터 시작 테니스가 개인 중심이며 또 조금은 귀족적인 스포츠라면 여기에 대비되는 종목이 바로 축구가 아닐까. 별다른 장비가 필요하지도 않고 몇 개의 규칙만 알아도 되니, 공과 운동장만 있으면 된다. 무엇보다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공통의 투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으니 참여하는 선수들은 물론 응원하는 이들도 열광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그런 점에서 테니스의 도입 전파 과정과 축구의 그것은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에 처음 축구가 들어온 것은 1882년, 인천항에 정박한 영국 해군의 군함, 플랑잉피시 호의 ‘군인들’이 부두에서 공을 차기 시작하면서다. 그들의 첫 경기는 아마도 다른 배의 선원이었을 것이니 테니스와 달리 자연스럽게 퍼져나갔을 것이다. 축구 역시 국내에 보급하는 데에는 학교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테니스가 학교 중심으로 퍼져나갔다면 축구는 사회의 여러 단체에서 도입하며 그 영향력의 범위가 훨씬 컸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있어 규칙이 단순한 축구는 응원에 참여하는 것도 쉬웠으니 대중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첫 공식 축구 경기는 1905년 6월, 황성기독청년회와 대한체육구락부의 대결이었다. 양 팀 응원단과 구경꾼이 모이며 열띤 경기가 펼쳐졌다고 하는데, 결과는 무승부였다. 이처럼 축구가 널리 퍼지며 여러 동네에서 청장년이 축구를 즐겼는데, 유니폼이 없는 것은 물론 규칙도 명확하지 않았다. 축구공도 돼지 오줌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축구라는 것이 선수만 해도 그 수가 적지 않고 구경꾼까지 모이면 규모가 만만치 않았던 탓에 통감부 시절부터 일제는 축구 경기 개최 자체를 못하게 했다. 축구 경기가 소요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3.1운동 기점 대규모 대회 열려 이러한 상황을 푼 것은 3.1운동이었다. 3.1운동 이후 이른바 ‘문화통치’를 선전하던 일제는 체육활동을 막기 어려웠다. 나아가 조선체육협회가 일본체육협회의 지부격으로 만들어지며 스포츠 활동에 숨통이 트인 것이다. 상황이 변하자 기다렸다는 듯 대규모 축구대회가 열렸다. 1921년, 열린 대회는 무려 18개 팀이 참여하며 2월11일부터 13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됐다. 입장료도 있었으니 어른 20전, 학생 10전이었다. 다만 규칙 문제로 대회 운영이 원활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첫날 세 경기 모두 심판 판정에 불복이 있었으며, 결승전으로 열린 배재구락부와 숭실구락부의 경기에서는 심판이 숭실에 대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는데 이에 배재가 불복하며 우승팀도 가려내지 못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축구에 대한 인기는 점점 높아졌고 그 중심에는 경평전이 있었다. 스포츠 시합에 라이벌이 있으면 흥미가 높아지는데, 당시 서울과 큰 발전을 보인 평양을 염두에 두고 조선일보사가 1929년, 경평전을 연 것이다. 서울팀은 경신학교, 보성전문, 연희전문 학교 출신 선수들이, 평양팀은 숭실학교 출신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첫 대회는 평양이 2승 1무로 승리, 2회 대회는 경성이 2승 1패로 승리를 했다. 1935년부터는 다른 도시팀이 대회에 참여하며 경평전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국가대표팀’이라고 부를만한 팀이 생겨났으니 바로 ‘조선축구단’이다. 원래 불교청년회가 운영하던 축구단으로 여러 축구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조선 최고의 축구단으로 인정받았다. 더 나아가 외국에서 활약하던 교포를 선수로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하기도 했다. 조선축구단이 일본 원정을 가기도 했는데 5승 3무의 전적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1935년, 재정문제로 조선축구단이 해체됐는데 이 과정에서 축구를 잘하는 조선 사람, 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명확하게 생겼다. 결국 일제강점기, 올림픽에 출전하는 축구 선수도 생겨났다. 베를린올림픽서 뛴 김용식 선수 1935년, 일본에서 ‘전일본축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다음 해에 있을 베를린올림픽 선수 선발전을 겸한 대회였다, 여기에서 앞에 나온 조선축구단이 우승을 한 것이다. 그러자 일본은 계획을 변경해 ‘제8회 메이지신궁대회’를 다시 열었는데 이 대회에서는 경성축구단이 우승 했다. 결국 한국 축구 선수의 우수함을 인정한 일본은 김용식, 김용근 두 선수를 자신들의 대표팀에 선발했다. 그렇지만 김용근 선수는 평양축구단이 텐진으로 원정을 가는 바람에 빠지면서 김용식 선수 혼자 베를린올림픽에 축구 선수로 참여하게 됐다. 김용식 선수는 한국 축구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이때 손기정, 남승룡 선수를 비롯해 농구의 이성구, 염은현, 장이진, 복싱의 이규환 선수와 함께 베를린올림픽에 참여했다. 일장기를 앞세운 것은 가혹한 일이었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한국 스포츠의 실력을 보여줬으며 당시 일본 축구가 8강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용식은 베를린으로 가는 길에 영국의 축구 관련 서적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축구 기술 서적을 번역해 국내에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으로 1942년 이후 모든 경기가 금지된다. 스포츠가 가진 특성상 참여와 응원을 통해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우리 국적으로 처음 출전한 축구 대표팀은 1948년 런던올림픽이다. 정부 수립 전이기도 한데, 첫 상대인 멕시코에게 5:3으로 이겼으나 다음 상대인 스웨덴에게는 0:12로 졌다. 참고로 스웨덴은 런던올림픽 축구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처럼 근대 스포츠는 세계와 만나는 통로로서, 한편으로 우리 민족이 하나로 모이는 중심으로서 역할을 했다. 보통, 역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스포츠지만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르며 우리의 일부가 됐으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선주자로 공개 행보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이번에는 교육계로 눈을 돌렸다. 지난 10일 윤 예비후보는 한국교총을 내방해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을 비롯한 회장단, 시·도교총 회장 등과 만나 교육 현안을 청취하고 구상 중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하 회장은 "교육은 현재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공공성과 교육의 다양성, 자율성, 정치적 중립성이 무너지고 있는 교육 현장의 현실을 전했다. 이어 "교육이 국가의 미래라는 신념으로 국민께 청사진을 제시하고 강력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육 구성원들의 공감과 합의 없이 교육 정책이 추진되고, 정권을 초월해 장기적으로 국가 교육 정책을 결정해야 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도 비판했다. 하 회장은 "고교체제가 시행령 수준에서 폐지되고 준비도 안 된 고교학점제는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백년대계를 세울 국가교육위원회는 정권교육위원회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 회장은 "올바른 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을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추진할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교육자들의 열망을 잘 실천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하며 ‘교육 정책 현안 10대 과제’를 윤 예비후보에게 전달했다. 윤 예비후보는 현장의 목소리에 공감하면서 ‘다양성 보장’과 ‘학교의 자율성 존중’ 등을 교육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윤 예비후보는 "교육도 수요자의 선호에 따라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식사 메뉴를 정해주듯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교육 당국은 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가면 갈수록 국가가 교육에 개입하고 통제하고 있다"며 "학교의 자율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인 사학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윤 예비후보는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은 공공성과 책임을강조하는 것과 함께 다양성과 자율성, 창의성이 함께 기반이 돼야 한다"며 "문제 사학은 법적 제재를 하더라도 여타 사학에 대해서는 헌법이 보장한 자율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교육도 언급했다. 윤 예비후보는 "혁신교육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혁신교육의 실체가 정치교육이고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정작 가르칠 공부를 제대로 안 가르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교직은 전문직"이라고 말했다. 윤 예비후보는"교사가 오랜 경험을 거쳐 교감, 교장이 돼야 한다"면서 "교육은 기본적으로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간담 후 윤 예비후보는 한국교총회관 1층에 마련된 교총 사료실을 둘러보고 방명록에 ‘자율과 창의를 기반으로 교육 입국을 이룩하겠다’고 적었다.
감사는 감동과 사랑의 합성어 미국 켄터키 대학 병원의 데이비드 스노던 박사는 감사와 건강의 상관 관계'를 오랫동인 연구했습니다. 그는 미국 내 일곱 군데 수녀원에 있는 수녀들을 대상으로 수십 년 동안 생활습관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자세를 지닌 수녀들과 불평이 많고 부정적이었던 수녀들을 비교한 결과, 긍정적인 수녀들의 수명이 평균 7년 정도 더 길었을 뿐 아니라 뇌세포의 파괴 정도도 덜했다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낙천적인 사람이 더건강하고장수한다는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느린 듯, 게으른 듯살며 욕심을 덜 부리는 사람에게 질병도 관대한 모양입니다. 이는 몸과 마음이 하나임을 나타냅니다. 몸이 힘든데 마음이 편할 리 없고 마음이 절망적인데 몸이 건강할 리 없습니다.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속도를 늦추고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관조하먀 사는 지혜를 너머 감사하는 태도가 답이 분명합니다. 반면 성미가 급하여 욱하여 화를 잘 내는버릇을 가졌거나 욕심이 과도하여 매사에 일희일비 하는 사람의 건강이 좋을 리 없습니다. 화를 내면 피가 머리로 쏠려 순식간에 혈압이 상승하니 몸에 불이 난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퇴임 몇년 전부터는 1학년을 내리 맡았습니다. 젊은 선생님들이 1학년 담임을 꺼리기도 했고 경험이 많은 선배 선생님이 맡아주면 차분히 이것저것 챙겨주며 기본생활 습관을 자리잡게 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은 무척 귀엽기도 하지만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지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금방 친구를 때리거나 우는 아이. 화를 버럭 내는 아이가 꼭 있지요. 외동이로 자라 어울리는 방법을 몰라 양보를 할 줄 모르는 아이는 뭐든 자기중심적이라 얼굴이 빨개지도록 화를 내곤 했습니다. 좋은 말로 타일러도 안 되면 꼭 해주던 말은, "00야, 그렇게 갑자기 화를 내면 네 뇌에 불이 난 거란다. 화를 내는 네 머리를 식히기 위해 비상이 걸려서 몸에 있던 혈액(피)들이 119대원이 되어 몰려들어서 머리가 많이 아파진단다. 온몸에서 갑자기 몰려든 피들이 길이 좁아서 (혈관이 좁아서) 터지는 게 고혈압이라는 병이야. 그러니 제발 화를 내더라도 천천히, 생각하면서 조심해야 돼요.네 몸의 주인은 바로 너잖아. 소중하니까 조심해야겠지? 자꾸 버럭 화를 내면 몸이 나빠진단다." 1학년 아이는버럭 화를 내면 자기 뇌에 불이 나는 거라고 말해주면 놀랍게도 금방 수그러들곤 했습니다. 무조건 화를 내면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그럴 듯한 근거를 들어 말해주면 어린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입니다. 때론 장난끼가 발동해서 농담을 주고받던 급식실 풍경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옵니다. 1학년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오는 점심밥을 맛있게 먹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음식을 남기거나 거절하는아이가 꼭있습니다.어떤 아이는 멸치를 싫어하기도 하고 미역국이 미끄럽다며 먹지않습니다. 선생님이 포기할 때까지 기싸움을 시작하지요.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말해봤자 수저를 들고 고집을 피우는 아이도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어떤 아이건 설득당합니다.제가 늘 썼던 방법을 소개합니다. 약간 위험할 수도 있으니 따라 하시면 큰 일 납니다. "00야, 멸치랑 미역이 맛이 없는 모양이구나. 그런데 어쩌지? 얘들은 지금 너를 위해서먼바다에서 여기까지 왔는데!예쁘게 자라서 어부의 손에 잡혔고, 나라에서는 너를 위해서 많은 돈을 들여 요리해 주었지. 조리사 선생님은 또 정성스럽게 요리를 해주시고 말이야. 그렇게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돼. 그 대신바다에 가서 멸치와 미역을 잡아오거나 이 멸치와 미역값을 내면 봐줄게. 어때? 선택은 네가 하렴.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준 과일과 물고기에게 우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말하면순진한 아이들이 반드시 먹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다 웃음을 참으며 함께 먹던 급식실 풍경이 참 그립습니다. 그렇게 첫 시작을 잘하면 아이들은 언제나 잘 먹었지요. 직접 바다에 가서 잡아 와야 한다는 엄포에 놀라서요. 아! 귀여운 아이들! 참 많이 보고 싶습니다. 더 심한 아이는 식판 앞에서 자꾸 토하는 시늉을 하던 아이였습니다. 좀 심한 경우이지만 이때 선생님이 포기하면 그 아이 식습관은 영영 고칠 수 없습니다. 저는 극단의 방법을 딱 한 번만 씁니다. 다소 위험하고 과격한 말이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으니까요. "00야, 그렇게 먹기 싫어요? 어쩌나. 그렇게 자꾸 토하면 네 목에 상처가 나서 병원에 가야 해요.정말 토하고 싶으면 토해도 돼요. 그대신 네가 토한 거니까 네가 먹으면 돼요. 새로운 음식이라 싫은 모양인데 자꾸 먹어보면 괜찮아져요. 선생님은 잘 생긴 00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꼭 보고 싶은데. 네가 잘 먹어야 선생님도 밥을 먹을 거야." 토한 걸 다시 먹으라니!학생이 강아지도 아닌데 토한 걸먹으라니. 정말 위험하고 위태로운 발언이지요.누가 들으면 언어폭력으로 고발을 당할지도 모를 말이지만 어떤 말도 통하지 않던 아이는딱 한 번의 충격으로 단 한 번도 토하지 않고 식판을 비우기 시작했지요. 물론 선생님과 친해야 가능합니다. 저를 진심으로 아낀다는 걸 알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지금은 5학년이 되었을 그 아이의 둥그런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어쩌면 선생님에게 밥투정을하며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의 소리였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아껴달라는 호소였을 것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고 했다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토한 뒤에 그 책임은 자신의 몫이란 걸 깨달으며 선생님이 결코 포기하지 않고 언제나 밥 먹는 모습을 봐 줄 거라는 믿음이 생겨 먹게 됩니다. 힘들게 먹는 아이에게 폭풍 칭찬을 후식으로 제공하면 금상첨화이지요. 다문화가정에 엄마마저 안계셔서 집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음식 앞에서 힘들어하던 모습이 많이 가여웠던 아이야.부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렴! 선생님이 심한 말을 한 것은 정말 미안헀어. 너를 위한 말이었지만 그래도 미안해. 결과가 좋아도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되는데 내가 좀 더 현명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아직도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구나. 몇 년이 지났지만 그말만은 잊지 못한 걸 보니 내 양심이 찔려서 상처가 난 모양이야. 언젠가 너를 보는 날이 오면 반드시 말해주고 싶다. 참 많이 미안하다고. 그 아인 그 후로도 토하려는 모습을 종종 보였지만 단 한 번도 토하지않고 식판을 비우곤 했습니다. 늘 곁에서 잘 먹어서 예쁘다고 칭찬을 듣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똘똘하고 착한 그 아인 작은 선물에도 감사할 줄 알고 말로 표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당당한 모습으로 자라서 아버지의 자랑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고 가족과 아웃을 사랑하는 마음은 감사하는 자세로 나타납니다. 사람은 같은 사건, 사고에 처해지더라도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 불행하다고 하거나 환경이 매우 나쁜데도 밝고 긍정적인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인생은 결국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니 허무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삶과 기적처럼 태어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며 날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재무장 하며 사는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으며 존재 자체를 '의미 있음'으로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삶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록하고 존경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감사하는 삶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감사라는단어를 감동과 사랑의 합성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너도나도 힘든 시간의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그래도 감사할 일을 찾아서, 만들어서라도 이 고난을 이겨냈으면 합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당면한 학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교육이 아니면 기후 위기에 대해 학습하기 쉽지 않다. 학교 차원에서 기후 위기의 상황과 탄소 중립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교육계 협의체 간담회’가 지난 9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 사무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5월 출범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앞으로 30년간 우리나라에서 순수하게 배출하는 탄소를 없애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탄소중립위원회를 컨트롤 타워로 삼아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이하 시나리오)에 대한 교육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시나리오에는 탄소 중립이 실현됐을 때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과정을 전망한 내용이 담겼다. 탄소중립위원회 위원과 교육계 관계자 등 2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양영복 한국교총 사무총장도 교원 대표로 참석해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양 사무총장은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검토하는 과정에 교육계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탄소 중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할 주체인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나리오에서 제시된 탄소 중립 사회 부문별 미래상에 교육 분야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 중립을 위한 교육 정책과 교육계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우선,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살펴 탄소 중립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교육내용, 실제 교수-학습 방법, 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육 전반에 대한 조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양 사무총장은 “환경 교과와 교과 내 단원별 내용만으로는 탄소 중립에 대한 담론을 담아내기 어렵다”며 범교과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정책적인 방법론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토대를 통한 환경문제 접근, 사회학적 분석, 과학적 탐구, 실제 체험학습, 환경문제 의식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교원과 학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당부했다. 교원 양성 단계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 교원 대상 온·오프라인 연수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양 사무총장은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 우선 과제”라며 “학교 차원에서 기회 위기에 대한 현 상황과 탄소 중립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명퇴를 신청해야겠어. 너무 힘드네.”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명예퇴직(이하 명퇴)’ 얘기를 하게 돼요. 아이들을 대하는 게 힘들어서, 학부모 응대하는 게 힘들어서 명퇴를 생각하시는 선생님들. 교직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가끔 역대급으로 마음을 부들부들 떨게 만드는 인물이 꼭 등장해요. 막장 드라마처럼 말이지요. 수업을 방해하고 학교폭력 사안까지 일으키는 학생. 일상적인 일에도 ‘내 아이가 상처받았어요’라면서 교사를 공격하는 학부모. 업무를 진행하면서 쓸데없이 감정 소모를 하게 만드는 동료.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터도 여러 사람이 모인 곳.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달라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해요. 감정 소모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문제는 그런 감정 소모 덕분에(?) 우리는 ‘그만두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기도 해요. 우리의 생각은 곧잘 ‘명퇴’에까지 다다르게 되지요. 오죽하면 ‘명퇴당한다’라는 말까지 나오겠어요. 내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이런저런 상황들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니까요. 답답한 마음에 이런 책, 저런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눈에 들어오는 구절은 한결같이 이런 메시지를 전해줘요. ‘끊어버리세요. 퇴근하면 직장 스트레스를 끊어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쓰레기를 전해준다면 받지 않으면 그만이에요.’ ‘타인이 나를 공격한다고 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면 안 됩니다.’ 책을 읽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져요. ‘그래, 맞는 말이야’ 하면서 그렇게 해 보려고 노력을 하지요. 그런데 쉽지 않아요. 책은 책일 뿐, 나는 나일 뿐이니까요. 내 마음인데도 마음 씀씀이가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건 참 안타까워요. 그럴 때 막힌 마음을 깔끔하게 뚫어줄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해요. 퇴근하면 학교 생각 그만하기. 타인의 감정 쓰레기를 거절하기. 누군가의 감정 섞인 비난을 ‘웃기고 있네’라는 마음으로 흘려버리기.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려면 일단 무언가 집중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해요. 부정적인 마음을 흘려버리고 활력을 주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태도 말이지요. 그럴 때, 우리는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 말한 동량의 원리를 느끼게 돼요. ‘어떤 정신적 요소에 있던 에너지의 양이 줄거나 사라지면 같은 양의 에너지가 다른 정신적 요소에 나타나는 일’ 말이지요. 쉽게 말하면 부글부글한 마음이 똑같은 양만큼 산뜻한 마음으로 대체되는 것이지요. 퇴근 후에 여행을 검색하면서 주말에 놀러 갈 계획을 세우는 일. 교외에 나가 바람을 쐬며 바다를 구경하는 상상을 하면 여행을 계획하는 그 순간부터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면, 저녁에 맛있는 요리를 해 먹으면서 혹은 어딘가에서 외식을 하면서 우리의 미각을 자극해 주는 일. 재미있는 드라마를 하나 골라서 정주행(?)하며 킥킥 웃기도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멀리하는 일.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을 하며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는 일. 이런 일들 모두 생각을 끊어내기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어요.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몰입은 잡생각이 들어올 틈을 막아주니까요. 어떻게 보면 교직은 크고 작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어요. 우리가 명퇴를 당해야 할 만큼 말이지요. 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그런 고통을 흘려보낼 힘도 우리에게 있지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는 헬렌 켈러의 말처럼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상황을 더 건강하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힘든 일을 겪으며 ‘기승전-명퇴’를 생각하게 될 때. 상황을 이겨 낼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시면 좋겠어요. 명예퇴직 대신 정년퇴직! 함께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한국교총은 9일 정부에 건의서를 내고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정근수당 지급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사립교원이 다른 학교로 전직하는 경우 전임교 재직기간이 정근수당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 대한 차별 지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교총 조사에 따르면 사립 교원이 다른 사립학교로 전직하거나 국‧공립 교원으로 공개 채용되는 경우, 또 국·공립 교원이 사립학교로 옮기는 경우 이전 학교 근무경력이 정근수당에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 교원이 국·공립 교원으로 특별 채용되는 경우 등에는 전임교 재직 경력이 인정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된 해묵은 문제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에서도 이미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2005년 국민권익위는 "사립학교 교원과 국·공립학교 교원의 정근수당은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서울시교육청에 정근수당을 전액 지급하라는 의견을 보냈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도 국·공립학교 교원에 비해 지급 대상 기간 등에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개선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교총 또한 2017년부터 사립 교원 정근수당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우리 사회가 학교폭력(학폭)을 사회 문제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지난 2011년 한 중학생이 학폭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이때부터 학폭을 단순히 학생들끼리의 다툼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퍼졌다. 학교전담경찰관(School Police Officer·SPO) 제도도 그때 만들어졌다. 하지만 학폭의 현주소는 어둡기만 하다. 매년 학폭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 늘고, 새로운 피해 유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전담경찰관 이승은 울산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는 “10년 전 그때처럼, 어른들의 관심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경사는 최근 청소년 일러스트 작가 6명과 함께 학폭 예방 도서 ‘나와 내 친구를 위한 학교폭력 이야기(학교폭력 이야기)’를 발간했다. ‘오리 오린이’, ‘까마귀 남준이’, ‘알파카 알파고’, ‘해파리 세실·셀리나’, ‘외계인 민둥이’, ‘사막여우 호식이’ 등 캐릭터들이 대화하듯 학폭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Z세대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게 특징이다. 학폭 발생 시 대처 방법과 학폭 처리 절차 정보도 담았다. ‘학교폭력 이야기’는 울산북부경찰서(서장 진상도) 여성청소년계의 안심 학교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지역 학생들을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다가 아이디어가 나왔고, 책 출간 경험이 있는 이 경사가 집필을 맡았다. 그는 “‘내 친구 뽀로로’처럼 의인화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편하게 다가가고 싶었다”면서 “관내 청소년문화의집 웹툰 과정에 있는 청소년 작가들에게 협업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먼저였어요. 경찰서로 초대해 사무실을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대부분 학폭 피해 경험이 있었던 터라 책의 기획 의도에 공감했고, 그 자리에서 참여하겠다고 결정했죠.” 이번 작업에 참여한 청소년 작가는 서보은(울산현대고 1학년·오리 오린이), 김미경(화봉고 3학년·까마귀 남준이), 이예원(효정고 1학년·알파카 알파고), 김정희(울산예고 2학년·해파리 세실과 셀리나), 오승혜(울산 생활과학고 1학년·외계인 민둥이), 지연주(울산애니원고 1학년·사막여우 호식이) 학생 등 6명이다. 출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청소년 작가들의 의견이었다. 청소년 작가들이 캐릭터의 콘셉트와 이름을 정한 후 이 경사가 실제 학폭 사례를 모티브로 스토리와 콘티를 만들고 다시 작가들에게 그림을 의뢰했다. 이 경사는 “스토리를 짤 때도 미리 청소년 작가들에게 내용을 보내고 공감되지 않는 부분은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면서 “주 독자인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공감하지 못하는 학폭 예방 가이드북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작 중단 위기도 겪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라서 예산 지원 등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 경사는 끝까지 작업을 마무리한 청소년 작가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자비를 들여 편집하고 초판 10부를 인쇄했다. 울산교육청 장학사들에게 초판을 전달해 감수도 의뢰했다. 장학사들에게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고 교훈적이다”. “청소년에게 충분히 권장할 만하고 감동적이다”, “울산 지역 모든 학교에 배포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주변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책을 읽고 나서 캐릭터 이름과 스토리를 줄줄 읊었다. 이후 울산북부경찰서 치안협의회와 울산지방경찰청 지역치안협의회에서 예산 지원에 나섰고, 울산 지역 학교 248곳과 유관 기관에 무료 배포할 책을 인쇄할 수 있었다. 청소년 작가들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 등록도 마친 상태다. 까마귀 남준이를 그린 김미경 학생은 평소 좋아하던 조류를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처음 디자인하면서 고민하던 시간이 제일 재미있었다”면서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그림체를 위해 열심히 그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알파카 알파고를 작업한 이예원 학생도 “학폭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면서 학폭의 심각성을 더 알게 됐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게 됐다”며 “오랜 기간, 많은 시간을 들인 그림이 실제 책으로 나온 것을 보니 신기하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 경사는 최근 발표된 학폭 실태조사 결과를 걱정했다. 울산 지역의 피해 응답률 자체가 지난해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피해 신고는 가족, 학교 선생님 순으로 했고, 학폭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해결하려고’,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순으로 나타났다. 이 경사는 “학생들을 만나보면, 피해 사실을 주변에 얘기해도 소용없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얘기해도 도와주지 않는데, 경찰이 뭘 해줄 수 있냐고 물어요. 경찰에 신고하면 일이 커진다고 생각하더군요. 그래서 홍보하는 겁니다. 학폭 사건은 계속 일어나는데, 학생들은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힘들어합니다. 학교 안에 들어줄 사람이 많아져야 해요. 안 그래도 업무가 많은데, 학폭 업무를 선생님 1명이 담당하니까, 학생들과 충분히 라포를 형성하고 면담할 시간이 부족해요. 아이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한편, 이 경사는 블로그와 SNS 등을 활용한 학폭 예방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어른들의 노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면서 “책을 쓰는 데 사명감을 가진 이유”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