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24,572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496개 동아리, 1만 명 이상 참여 특기·적성·진로계발 모델 제시 내 안의 꿈이 요동친다 거침없이 질러대는 소리, 현란한 동작과 진지한 눈 빛... 꿈을 키우고 꿈을 나누는 아이들.. 그들의 끼가 발산된다 그들의 젊음이 폭발한다 지난달 28일. 과천 서울랜드 정문에서 대원여고 마칭밴드의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2001 봄 서울학생동아리 한마당'(지난달 28~31일). 나흘 간의 일정으로 과천 서울랜드 등에서 열린 이번 동아리 한마당은 개막 행사에 2만 여 명의 학생·교사·학부모가 참여하는 등 큰 성황을 이뤘다. 개막식이 열린 서울랜드 삼천리극장에는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 유인종 서울시 교육감 등이 참석해 '학생동아리 한마당'을 축하했다. 한 부총리는 축사에서 “동아리 한마당에 참여한 학생 여러분들을 보니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는 걸 느낀다”며 “교실 안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교육감은 "이번 행사가 밝고 건전한 학생 문화를 창조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송파 꿈나무 리듬체조단'의 리듬체조와 신상도 초등교 학생 15명의 `치어리더의 꿈' 등 개막공연을 필두로 판은 펼쳐졌다. 작년도 우승 동아리 은평공고 5인조 그룹사운드‘창세기’공연의 열기는 올해도 뜨거웠으며 그룹댄싱, 패션쇼, 민속무용, 한국무용,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리듬체조, 합주, 수화, 판소리, 농악, 풍물, 가장행렬, 백중놀이, 공고생들의 실습 작품전, 단막극, 뮤지컬, 인형극, 외국어연극, 판토마임, 합창, 요리 등 참가 동아리의 갈고 닦은 실력에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98년 시작, 올해로 4회를 맞은 '동아리 한마당'은 서울시내 초·중·고교 496개 동아리가 참여해 출연 인원만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행사로 발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동아리 한마당이 이제는 학생과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함께 하는 명실상부한 청소년 축제문화로 발전했다”며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풍토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혜정
부산봉삼초등교 전자도서실 개관 교사들이 직접 제작 활용 집에서도 교과내용 검색 지난달 29일 부산봉삼초등교(교장 김말선). 전자도서실에 모인 6학년 3반 학생들이 부산하게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검색했다. 전자도서(E-BOOK)를 통해 일제 침략기의 문인들의 예술활동 등을 수집해 토의학습을 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같은 시간 컴퓨터실에서는 4학년 2반 학생들이 전자도서를 읽고 느낀 점을 서로 토론했고 어학실에서는 5학년 2반 학생들이 전자도서 중 단원에 맞는 영어 학습을 어학실 컴퓨터에 띄워 원어민의 음성과 동영상으로 수업을 했다. 이 학교는 최근 유휴 교실 2개를 이용해 50평 규모의 전자도서실을 개관하고 이를 수업에 활용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책꽂이라는 도서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교내 컴퓨터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 학교도서실 도서도 검색·대출하고 있다. 학교 서버에는 E-BOOK 350권이 올려져 전자도서실과 교실, 컴퓨터실 등 교내 수업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방과후에도 누구든지 전자도서실에서 전자도서를 검색해 직접 읽고 스스로 학습자료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전자도서는 기존의 종이로 된 책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재생장치를 통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책이다. 움직이는 그림과 글, 애니메이션, 소리 등을 동시에 제공해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현재 E-BOOK은 지적 소유권 문제 때문에 교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봉산초등교는 교사들이 E-BOOK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특기적성 미술 전시회를 한 후 전시 작품의 도록을 E-Book으로 제작했고 이를 교과 웹(WEB)에 올려 전국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통하여 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집에서도 인터넷을 통하여 월 10권 정도의 E-BOOK을 읽을 수 있고 선생님들이 제작한 교과 웹(WEB) 자료 700편 이상과 E-전과 등이 공개돼 학교나 집 어디에서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학교측은 활용이 용이한 와이즈 북 500권을 학교 서버 컴퓨터에 더 장착시켜 교실의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교장은 "지금 어린이들은 영상에 익숙한 세대기 때문에 전자도서를 이용하면 관심과 흥미를 더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도서실을 개관하게 됐다"며 "앞으로 사용할 전자도서를 더 확충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사하고 섬기는 교총" 한국교총은 지난달 25∼26일 충남 도고에서 시·군·구교련 회장 176명 등 조직관계 인사 2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1 조직강화 연수회'를 갖고 회세 확장 방안 등을 협의했다. 연수회를 마치며 이군현 회장은 "오늘 우리는 회원에게 봉사하고 회원을 섬기는 교총이 되기를 다짐하자"면서 `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바다를 두고 맹세하면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을 두고 맹세하면 풀과 나무가 안다는 뜻)라는 고사를 인용 "회원들이 감동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자"고 말했다. 다음은 분임 토의, 사례 발표 내용. ◇분임 토의=조직강화 방안, 대외 영향력 확대 방안, 재정 확충 방안, 조직 정보화 방안 등 4개 주제로 나뉘어 토론이 이루어졌다. 교련 회장들은 회세 확장 방안으로 회원 전출입 관리 철저, 신규 회원 유치를 위한 홍보전담팀 구성, 교·사대생에 홍보물 배포 등을 제안했다. 조직 강화 방안으로 교직원회의 때 분회장이 교총 활동 홍보, 시민단체와 연대 강화, 학생이 참여하는 각종 대회 개최 등을 제안했다. 대외 영향력 확대 방안으로 시·군·구교련 회장이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시장, 군수 등과 유대 강화, 실천 가능한 주요 핵심 정책 개발, 정치 후원금 모금, 대규모 교육자대회, 시·군·구교련별 홈페이지 제작 등을 제안했다. 조직정보화 방안으로 전회원 e-mail 관리, 인터넷을 이용한 조직관리 시스템 구축, 현장감 있는 홈페이지 운영 등을 제안했다. ◇사례 발표 △대구 젊은 교사 모임회(이상식 남산초교사)=대구 교련은 회원 확보를 위해 작년부터 젊은 교사 모임 결성, 지역별 임시 분회장회의, 학교장 초청 간담회, 교생실습 현장 방문, 각 분회에 조직활동 강화비 지원, 신규가입 회원 환영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작년이래 신규 회원이 800명 가입했고 올 2월 40세 이하 젊은 교사 700여 명이 대구교대 상록문화관에 모여 대구교원단체발전연구회를 창립했다. 앞으로 대구교원단체발전연구회는 4개 지역별로 초·중등교사 월별 모임을 지속적으로 열고 초·중등 전체교사의 연합 모임을 분기별로 개최할 예정이다. 발전연구회 회원의 월회비 납부제를 별도 운영해 자체적으로 경비를 조달하고 회원 특기 및 취미 중심의 다양한 연구반을 조직 운영할 예정이다. △교총회원 100% 분회(윤영란 인천 영종초교사)=교총 회원 100% 분회는 현재 696개교. 영종초등학교는 이 중 한 학교다. 전 교원이 교총에 가입하게 된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첫째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동료간에 서로 아끼며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교사 모두의 가슴속에 싹 트고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출근하는 데 2시간 정도를 소모해야 하는 나이 어린 교사들을 위해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교사들이 출퇴근을 도와주고 있다. 둘째 관리자와 교사들 사이에 항상 열린 마음이 있다. 교장선생님과 경력이 적은 교사들과의 대화를 들어보면 아버지와 자녀들이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별한 사업이 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기보다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진실한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학교경영이 우리 교원들을 하나로 뭉쳐주는 원동력이다. △용인시교련 사례(한영만 회장·문정중교장)=회원들의 적극적 협조와 참여를 위한 길은 투명한 회계처리, 회원 위주의 친절한 업무처리, 회원을 최고로 모시는 기풍 정립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처리했다. 회장을 맡은 후 투명하고 친절한 업무처리를 바탕으로 회세 확장을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각종 교원 활동 때 경품과 시상품을 고급화 해 참여율을 높이고 용인시 회비를 7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해 최소한의 활동 예산을 확보했다. 회원 100% 달성 7개 분회를 표창했으며 간행물 배부 방법을 택배로 바꿨고, 신설학교엔 축전, 축하전화, 축하화분을 전달했다. 이 결과 인수 당시인 99년 10월 보다 5월 현재 회원이 1346명에서 1580명으로 17.4% 늘었고, 현장연구 참여자가 146명에서 235명으로 61% 증가했다. △보성군교련 사례(선준규 회장·득량중교감)=전남은 교총회원 가입률이 42%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은 지역이지만 우리 군의 경우 회원 가입률이 54%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조직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래도 보성군 전체 교원 수가 655명이라 회원은 354명에 불과하다. 적은 인원이지만 우리 군은 사무장을 사무국장으로 하고 그 아래 홍보, 교권, 여성, 정책, 조직, 유치원부 등 6개 직제를 구성해 나름대로 알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 군수, 교육장을 수시로 만나 교원들의 여론을 전달하고 1일 찻집을 운영한 수익금으로 불우 어린이를 돕기도 했다. 읍면별로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일반직 체육대회 때도 후원해 유대를 강화하기도 했다. 신규 교원 연수회장 앞에는 환영 현수막을 내걸어 교련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다.
교총이 내년 대선 등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정치활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교직단체의 정치활동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며 과민반응을 보였다. 하기야 교원들은 해방 후 지금까지 법 위반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의사표시를 거의 하지 못했다. 교사들이 정치에 참여하면 교육현장이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고 학생들을 선동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다. 무엇보다 요즘 학생들이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판이하다. 초등학생만 해도 교사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얘기를 하면 절대 지나치지 않고 반론을 펼친다. 하물며 중고생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교사도 학생들을 선동할 하등의 이유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하물며 교육기본법에 교원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선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명백한 위법행위인줄 알면서 과연 법을 위반하겠는가. 교총에서 주장하는 정치활동은 교육에 관한 각 정당과 그 후보자들의 정강정책, 그리고 업적 등을 토대로 선거 기간 중에 지지·반대 의사를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정치의 현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반영시키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또한 이제껏 교원들이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강력히 표시하지 못함으로써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항상 교육 문제는 힘을 갖지 못하고 뒤로 밀리기만 했던 것이 아닌가. 지금의 교육현실을 보는 데에도 교사와 정부는 큰 차이가 있다. 정부는 지금의 교육현장을 개혁의 과도기 정도로 보고 있지만 교사들은 현장이 황폐화 되고 있다는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공교육 정책이 교사나 국민에게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고 교육황폐화에 대해서도 정부가 전혀 책임을 질 줄 모르는 이 상황이 교원의 정치참여를 선언하게 된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교사나 교원단체가 중립을 지키라는 의미는 교원들이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범위에서 학생에게 정치적 편향 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현행법을 개정해서라도 교사들이 힘을 모아 정치인 중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게 되길 강력히 촉구한다.
중국은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입학통일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선발인원은 응시인원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니 시험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대학입학통일시험을 보는 7월 달을 `흑색의 7월'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이 시기만 되면 대입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모두 전쟁을 치른다. 집안에서도 수험생의 생활에 방해가 되는 행동은 일체 삼간다. 각종 언론매체들도 앞다투어 시험 관련 내용을 보도하거나 방영한다. 또 시험보기 며칠 전부터 학교근처의 호텔은 수험생들로 만원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대학입학시험만 그런 것은 아니다. 고교입학시험도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중국에는 중점학교라는 것이 있는데, 이 중점학교는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고, 대학진학률도 높아서 귀족학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연히 이런 중점학교의 입학경쟁 또한 대단히 치열하다. 중국에서 상급학교 진학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것은 1978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이후부터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들은 오직 하나뿐인 자녀가 좋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 사교육이다. 한 학부형은 입학시험에서 1점을 더 얻는데 인민폐로 만원(우리의 )을 써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에는 우리 나라처럼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학원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중국에서 사교육하면 대부분 `가교'(家敎)라고 불리는 가정교사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교(家敎)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직교사가 겸직형태로 실시하는 경우이다. 중국에서는 교사가 가정교사를 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교사들이 본업인 교사직 외에 밤에는 과외교사로서 적지 않은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교사를 소개하는 대규모의 인터넷사이트가 중국에만 수 십 개가 있다. 이런 인터넷사이트에는 가정교사를 구하는 쪽과 원하는 쪽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각자가 원하는 상대를 고를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필자가 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1169명의 현직교사가 가정교사직을 구한다고 신청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사교육의 성행은 교육격차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지적 받아 사회일각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가정교사제도가 쉽게 없어지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통일시험에 지원하는 사람은 1000만 명이 넘는데 대학의 모집인원은 많아야 300만 명이기 때문이다. 또 대학졸업자와 초등학교 졸업자 사이의 임금격차도 상급학교진학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해남도의 한 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와 초등학교졸업자 사이의 임금격차가 8대1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상급학교 입학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교육이 양산되는 반면 공교육이 부실해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공평한 교육기회가 부여돼야 할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학입학통일시험을 `3+X제'로 바꾸는 등 입시제도의 개선을 통해,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여기서 `3'은 어문, 수학, 외국어 등 모든 학생이 필수로 치르는 시험과목이며, `X'는 대학 전공분야의 필요에 의해 치르는 통합과목(정치, 역사, 지리, 물리, 화학, 생물을 통합해 하나의 과목으로 시험문제를 출제하거나 문과, 이과별로 통합해 출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할지 아니면 학생들의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더 극성부리게 만들지는 두고보아야 할 것 같다.
등급별 시험 특징, 내년쯤 국가공인 해마다 토익, 토플시험을 치르는 응시생 만도 수 십 만 명. 현대인에게는 생존자격증과 같은 것이기에 엄청난 로열티가 새 나가도 감수해야 할 뿐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영어 검정시험도 국산품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사단법인 `한국 외국어·사무서비스 자격평가원'이 개발한 등급별 영어검정 시험인 `CeLP'(Certificate of Foreign Language Proficience)가 곧 정부로부터 `국가공인 민간자격검정'으로 공인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CeLP는 수준에 따라 초등영어(1∼3급)와 실용영어(1∼5급)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따라서 초등생은 초등영어에, 중·고·대학생과 일반인은 실용영어에 응시해 등급에 따른 자격을 딸 수 있다. 한편 CeLP는 1차 시험(어법, 독해, 어휘, 듣기평가)에 이어 2차 말하기(초등영어 제외) 능력 테스트까지 통과해야 자격증이 주어지므로 실력을 객관적으로 공인 받아 취업 시에도 우대 조건이 되고 있다. 1990년부터 지금까지 CeLP에는 총 100만 명이 응시해 40만 명이 자격증을 획득했다.
"오늘의 교실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사들이 '학생 훈육이 교사의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갖고 좌절감과 무력감 같은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야 합니다" 18일 부산교련(회장 강정호)이 주최한 '위기의 학교 교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교육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최청일 교수(동아대)는 교사의 자신감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사의 교과 전문성 확보, 학생존중을 토대로 한 상담능력 향상 등이 교실위기 극복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광식 교사(좌천초)는 "세계화·국제화를 지향하는 교육은 신자유주의 경쟁논리와 경제논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식과 바르고 참다운 인성교육으로 기초를 다져야한다"며 "제7차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를 위한 재정 확보, 교원 정년단축 환원, 급당 학생수 감축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적절한 교육정책으로 인한 공교육 부실화'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조금세 교장(동아중)은 "교원의 사기진작과 학교 교육의 내실화가 절실하다"며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수석교사제 도입, 정년환원, 우수교원 유인체제 확립, 교원의 잡무경감, 제7차 교육과정의 수정·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일광초등교 학운위원장인 손현숙씨는 "학생들의 정서안정을 위해 기장군 같은 특수지에서 근무하는 교사의 근무연수(현 2년)를 연장하는 한편 그에 따른 특혜를 더 부여하고 학교 예산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상향조정하는 정책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녀의 일기 속에 끼어 든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지렁이 배 경 숙 열어 놓은 거실 창문으로 들어온 5월 오후의 햇빛이 코발트 색 바닥에서 잘게 부서진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치맛자락을 휘돌아 감듯 금빛 너울이 일렁인다. 그녀는 눈을 몇 번 깜박이고는 책장 정리를 하다 찾아낸 빛 바랜 일기장을 열었다. 먼지가 매캐하게 피어오른다. 볼펜으로 또박또박 쓴 글씨에서 기름이 배어 나와 있는 것이 20여 년의 세월 저편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한 번 더 들려줄 준비를 하고 있던 것 같다. 그녀는 소파에 등을 대고 편히 앉았다. 19○○년 4월28일 두 손을 깍지를 끼고 등뒤로 올려 크게 하품을 했다. 왼쪽 검지손가락에 낀 묵주반지도 함께 하품을 한다. 눈가에 묻은 눈물을 손가락으로 찍어내던 나는 창가 쪽 그늘진 구석에 놓아둔 사육상자에 시선이 붙들렸다. 무 잎 한 장만 덜렁 들어 있지만 잎 뒤쪽에는 배추흰나비의 알이 다섯 개나 붙어서 생명을 키워가고 있다. 어제 아침에 강 선생이 낳은 지 3, 4일 됐을 거라면서 돋보기로 관찰해 보라고 해서 들여다봤을 때 깨알만큼 작은 보송보송한 연두색의 알을 보았다. 알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하지 꼭 만화책에 나오는 총알을 붙여 세워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옆의 수조에 삼분의 일쯤 담긴 흙 속에는 문제의 지렁이가 몸을 숨기고 있을 터였다. 지렁이, 시뻘건 살덩이, 길고 눈도 없는 것이 아무 데나 마구 기어다니고. 어제는 둘째 시간부터 다섯째 시간까지 3학년이 지렁이의 생김새를 관찰하는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다행히 지렁이는 강 선생이 준비한다고 해서 나는 그 외의 실험기구만 준비해 주면 됐다. 그런데 수업이 다 끝나고 과학실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만 소리를 꽥지르고 말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엄지손가락 굵기 만한 지렁이 한 마리가 교실 바닥에서 몸을 뒤채고 있는 게 아닌가. 강 선생한테 도움을 청하자 강 선생은 지렁이를 버리는 대신 수조에 담아 사육상자 옆에다 놓았다. 강 선생은 작은 생명에 대해 아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사육상자 안을 들여다보는걸 보더니 이렇게 이야기를 해줬다. "5일 째가 되면 노란색으로 변할 거요. 검은 색으로 변하면서 애벌레가 나올 준비를 할 때가 일주일 정도가 됐을 때입니다. 애벌레는 나오면 알껍질을 먹어요. 강한 생명력이지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다가 수조를 툭 건드려 보았다. 아무 기척이 없다. 피부가 촉촉해야 산다는 녀석이 어제 마루바닥에서 괴로웠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나는 바싹 마른 흙 한쪽에다 물을 한 컵 가만히 부었다. 습기가 적당한 곳을 찾아 살겠지. 19○○년 4월 30일 어느 새 벽시계가 4시 30분을 가리킨다. 오늘 저녁은 성당에서 청년미사가 있는 날이라서 누구 말대로 '땡! 교문 출발'을 하려고 퇴근 준비를 서둘러야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퇴근해서 저녁만 먹고 성당에 가는데도 여차하면 늦기 일쑤이니까 그럴 수밖에. 그 때 노크 소리와 함께 강 선생을 흘낏 바라보기만 했다. 아무 말 없이 창가로 가 담배를 피워 무는 강 선생의 뒷모습이 만져질 듯이 들으며 책상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당신은 누구세요?' "지렁이가 말이요." "녜?" "보면 볼수록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자웅동체인데도 두 마리가 만나야만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것이 외로움을 타는 남자의 속내 같고 눈도 없는데 빛과 어둠을 가리는 능력을 가진 것도 그렇고...." "....."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지렁이 녀석이 점잖게 모자까지 쓰고 나와서는 고맙다고 합디다. 아름다운 곳에서 살게 해 줘서. 그런데 뭐가 아름답다는 건지 통 모르겠더라구요." 강 선생의 눈빛이 부딪쳐왔다.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나의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정신이 아뜩해져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구원의 퇴근 종이 울렸다. 나는 서랍을 열어 핸드백을 꺼내고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강 선생은 두 팔을 번갈아 휘두르며 종희 얘기를 꺼냈다. "또 쓰러졌어요. 올해 벌써 세 번짼데 녀석 날이 갈수록 몸무게만 늘어서 나를 이렇게 골탕을 먹입니다." 나는 입술 양끝을 올려 웃어 보였다. 덩치가 큰 종희를 안고 2층 보건실로 뛰었을 강 선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쓰러지는 횟수가 느는데도 정확한 병명을 모른다니..." "걱정이겠네요." 그런데 내 말에 대꾸를 않던 강 선생이 몇 발짝 문을 향해 걷다가 돌아서서 "저녁에 시간 있어요?" 하고 물었다. 나는 순간 이상한 경험을 했다. 성당에 가야한다고 말을 하려는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본드라도 붙인 것처럼 말이다. "바쁘면 늦게라도 슬슬 나와봐요. 시 도서관에서 논문 자료를 찾아야되는데 신 선생이 옆에 있어주면 잘 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손까지 떨렸다. "밤을 꼬박 세워야 하거든요. 게으름을 피웠더니...." 강 선생이 뚜벅뚜벅 여덟 발자국을 걸어서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그제서야 입을 열고 숨을 내쉬었다. 미사만 겨우 마치고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강 선생은 두꺼운 책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옮겨적고 있었다. 내가 다가앉자 씩 웃더니 하던 일을 계속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과 눈씨름을 하고 있고 책장 넘기는 소리와 외우는지 가끔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하기만 했다. 라운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강 선생에게서 샴푸 냄새가 났다. 앞머리가 푸스스 이마로 흘러내린 강 선생이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었다. 옆에 내가 앉아 있다는 걸 잊었을까? 19○○년 5월 2일 아침에 출근해 보니 까맣게 만지면 휘어질 것 같은 털이 온몸을 뒤덮은 애벌레 한 마리가 머리를 휘두르며 알 껍질을 먹어대고 있었다. 일 껍질을 다 먹으면 무나 배춧잎을 먹고 자란다니 내일부터는 시장을 돌아서 출퇴근을 해야겠다. 어린것은 귀엽다던데 영 맘에 드는 구석이 없다. 털을 보면 볼수록 온몸에 스멀스멀 뭐가 기어다닐 것만 같다. 수조 속 지렁이의 옆구리가 보였다. 어느 땐가는 머리인지 꼬리인지 모를 부분이 눈에 띈 적도 있다. 녀석이 가끔 빨갛고 길쭉한 끈으로 보이기도 하고 움직임이 때로는 경쾌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오늘 정말 하고싶은 얘기는 지금부터다. 중간놀이 시간에 종희가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쳐 강 선생이 안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는데 여덟 바늘이나 꿰매야 하는데 마침 양호선생이 출장 중이라 내가 강 선생과 교대를 했다. 강 선생은 말없이 내 손을 잡았다. 땀으로 흠뻑 젖은 손이 왜 눈물에 젖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종희 할머니가 정말 검사를 해 봤을까요?" "......" "언젠가 종희 할머니를 본 적이 있어요. 부모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정말 대학병원 가서 검사를 했을까요?" 강 선생은 자신과 종희를 동일시하는지도 모른다. 할머니와 외롭고 가난하게 사는 종희의 아픔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지도. 먼 빛으로 본 교사이면서 대학원생인 강 선생은 나의 숲이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숲의 속살이 군데군데 보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 숲의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강 선생이 힘들면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둥지이고 싶다. 19○○년 5월 6일 끝내 다른 알속에서는 애벌레가 깨어나지 않았다. 환경이 갑작스레 바뀌는 바람에 부화하지 못한 것 같다는 강 선생의 말을 들으며 누르스름하게 말라붙은 알의 흔적을 본다. 얼마 더 지나면 그것마저도 사라지리라. 마음이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검은 색을 많이 띄던 애벌레는 무 잎을 먹기 시작하면서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용케도 애벌레는 줄기만 돌려놓고 부드러운 잎만 잘도 갉아먹는다. 겉모습도 빌로드 천 같이 부드러워 보인다. 그녀는 출근하면서 얻어온 배춧잎을 한 장 사육상자 안에 넣어주고 나서 문을 채웠다. 지금 누가 나더러 보물이 뭐냐고 물으면 '배추흰나비 애벌레 한 마리'라고 하면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줄까? 나비가 될 때까지 잘 자라주기를 기도하면서 6학년 실험 수업 준비를 하느라 부산스레 움직이는데 강 선생이 들어섰다. 면도를 하지 않은 꺼칠한 얼굴로 습관처럼 담배를 피워 물고 창가에 선다. "종희 할머니가 붙잡고 웁디다." "...." "어쩌면 사는 꼬라지가 나보다 더할 수가 있단 말이요. 지하 단칸 셋방에서 그나마 파출부일이라도 하니까 사는 거지..." 나는 마음이 또 가라앉았다. 꼬라지, 지하단칸셋방, 파출부가 가슴 한가득 추가되어 매달렸다. 그런데 왜 그 순간 추가 왼쪽 검지손가락에 끼운 묵주반지를 건드리며 지나갔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강 선생의 입에서 놀람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온 건 그 때였다. "거참, 이상하다." 강 선생은 지렁이가 담긴 수조 앞에 서 있었다. "전 반에는 내가 수조를 돌려놔 보기도 했는데 또 이쪽이네?" 웃었다. 강 선생의 목소리가 밝아져서. "외로움, 그럴까요?" 또 웃었다. 지렁이가 알까, 외로움을? "에라. 사랑이라고 해두죠." 나는 끝내 쿡쿡 소리내 웃었다. 강 선생도 하하 웃었다. 강 선생은 들어올 때보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실험실을 나갔다. 나도 전염병처럼 번진 나아진 기분으로 수조 앞에 섰다. 애벌레는 열심히 배춧잎을 갉고 있는데 지렁이가 애벌레 쪽에서 몸을 꿈틀댄다. 녀석은 내가 제 하는 양을 훔쳐보고 있는 줄 죽을 때까지 모를 거다. 투명이라는 단어를 모를 테니 흙 위로만 아나오면 아무도 못 보는 줄 알 거다. 음흉한 녀석. 눈도 코도 없는 녀석이 감히 머리, 가슴, 배로 나뉜 고등동물을 좋아하다니. 저는 겨우 강모나 있는 주제에 다리가 8쌍이나 있고 녹색 빌로드 외투를 입은 예쁜 애벌레 옆을 얼찐거리다니. 그런데 나는 지금 일기를 쓰다가 애벌레도 지렁이의 존재를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그렇다면 멋진 사랑 이야깃 감이 되지 않을까? 19○○년 5월 8일 "박 선생이 병가요. 이틀이지만 우리 학교는 전출입생이 많으니 신 선생이 맡아서 생활기록부 전산망을 관리해 주시오. 부탁합니다." 교감 선생의 말에 나는 기어드는 소리로 대답을 했다. 입이 쑥 나왔다. 일손이 달린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사무가 구분되어 있는데 박 선생의 일이 또 내 몫으로 떨어졌다. 하긴 평소 우리들의 관계를 생각하면 딱히 입을 내밀 일도 아니다. 전산보조원인 박 선생과 과학조교인 나는 교사의 사회에서 열외인 기분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부담이 되는 것은 박 선생만큼 컴퓨터를 만지는 일에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 나는 뾰족한 수 없이 서류철과 디스켓, CD를 들고 전산실로 들어갔다. 전산실에는 덜렁 컴퓨터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키도 크고 예쁜 박 선생과 방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의 방은 자기의 냄새가 나도록 꾸며야한다'는 교장 선생의 말도 들을만한 것 같다. 컴퓨터를 켰다. 커서가 몇 번 깜박이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초기화면이 떴고 나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거야. 이틀뿐이잖아.' 전산실은 외딴섬처럼 조용했다. 조용하다못해 고즈넉했다. 지나다닐 사람이 별로 없는 한 쪽 구석에 있어서 박 선생을 평소에 자주 볼 수 없었나 보았다. 창문께로 다가앉으니 다행이 운동장 한 조각이 내려다보인다. 소리는 정지한 채 햇살만 가득 운동장에서 춤사위를 벌이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 햇빛입니까?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에너지를 만들어 1분 1초도 쉬지 않고 우리에게 보내주고 있으니. 햇빛 에너지로 옷을 만들어 입고 잘 난척하는 저 녹색 애벌레를 봐요. 4, 5일 동안 실컷 먹고 잠을 잘 때도 햇빛 에너지를 받으면서 자라지요. 먹은 만큼, 잠 잔 만큼, 허물 벗은 만큼 자라지요.' 노크도 없이 문이 드르륵 열렸다. 나는 햇빛에 강 선생의 기억에 취해서 천천히 뒤를 돌아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강 선생의 놀란 얼굴이 나를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 선생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어쩐 일이요? 신 선생이." "선생님은요?" "전출생이 있어서요. 박 선생 어디 갔어요?" 박 선생이 결근을 해서 내가 전출입생 때문에 오게 되었다고 하자 강 선생은 주먹을 부르쥐며 분개했다. 하루 이틀 미룬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닌데 꼭 이렇게 해야하느냐는 것이었다. 침묵도 긍정이니 말을 해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하며 얼굴이 벌겋도록 교장교감 선생을 성토했다. 나는 괜찮으니 아무 말도 말라고 애원하다시피 해서야 강 선생은 돌아갔다. 전출생 이야기를 빼먹은 채. 다시 생각해도 참 따뜻하다. 따뜻한 사람이다. 참 저녁을 잘 못 먹어서 식중독에 걸렸다는 박 선생은 뭘 먹었을까? 이틀씩이나 병가를 내려면 얼마나 아파야 할까? 19○○년 5월9일 강 선생이 나른한 오후 햇살을 몰고 과학실에 들어섰다. 내가 사육상자 앞에서 세 번째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애벌레를 훔쳐보고 있을 때 강 선생은 얼굴에 온통 웃음을 머금은 채 옆에서 함께 애벌레를 훔쳐봤다. 지렁이 녀석도 함께. '지금이 몸이 자라는 때요." 내 귀에 대고 강 선생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눈앞이 깜깜해져서 나는 고개만 주억거렸다. "봐서 알겠지만 이 번 잠에서 깨면 허물을 벗고 한 번 더 열심히 먹어댈거요. 마지막으로 잠을 자고 허물 벗고 그 다음에는 번데기가 되어서 나비가 될 준비를 하지요." 나는 건성으로 대답을 하면서 지렁이와 애벌레를 번갈아 내려다보았다. 자나깨나 자기만 쳐다보는 지렁이 녀석을 애벌레가 눈치를 챘을까? 첫 번 째보다 두 번째보다 세 번째 잠자는 애벌레의 침대가 지렁이와 더 가까운 것은 우연일까? 나는 눈가가 후끈해지는 걸 느낀다. 그래 식물도 감정이 있다는데 하물며 움직이는 동물인데, 느낌이 없겠나? 느낌. 강 선생의 옆얼굴을 보니 '느낌을 말해 보라구. 그 남자가 풍기는 냄새 같은 거.' 하고 다그치던 친구가 떠올랐다. '음,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밝고,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리고 생명을 사랑해. 지렁이도 애벌레도... 또 많은 여자들이 그를 좋아해.' '그 남자가 좋아하는 게 아니고?' '아니야, 그 사람은 누구에게나 다 친절해.' '바람둥이의 전형이구나.' 웃었다. 강 선생은 다른 처녀 선생들도 많은데 나를 좋아한다는 걸 잘 아니까. "천신만고 끝에 나비가 되어서 세상에 살러 나오면 햇살이 젖은 몸을 말려줘요. 나비는 그 다음에 어떻게 할까요?" "날아가겠지요. 멀리." 강 선생의 눈에 얼핏 물기가 어렸다.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눈을 떴을 때 신 선생을 볼 수 있으면 참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 "나를 똑바로 봐요." 강 선생이 내 손을 잡으면서 얼굴을 가까이 댄다. 눈빛이 눈부시다. "보기 싫소?" 고개를 저었다. 슬픔이 가슴 밑을 흐른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어렸을 때부터 철들도록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 속에서만 살았다는 강 선생은 그래서 벌레와 친해졌다고 했던가. 강 선생에게 잡힌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강 선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가락에 천천히 입맞춤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묵주반지에 대고 눈을 감은 채 입을 맞췄다. "옆에만 있어 준다면 나는 신 선생의 그 분 앞에 무릎도 꿇을 거요." 강 선생의 말이 귀 안을 울렸다. 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모든 세포가 곤두서서 방망이질 을 한다. 강 선생이 와락 끌어안았다. 가슴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그대로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골마루에서 다다닥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팔을 푼 우리는 서로 등을 대고 돌아섰다. 강 선생이 문께로 나가며 "저녁에 전화 할 건데 괜찮지요?" 하고 머리를 긁는다.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저녁 내내 나는 박 선생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강 선생은 전화로 감미로운 G선상의 아리아를 들려주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였지만 먼저 걸려온 박선생의 차분하다못해 울림통을 울려 나오는 웅얼거림 같은 전화목소리 때문에 심사가 꼬인 실처럼 비틀려 있었다. 박 선생은 저녁에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찻집에 다다른 것은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난 뒤였다. 박선생은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10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찻집에는 연인인 듯한 젊은 남녀 한 쌍이 어깨를 편안히 기대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굳어지려는 마음을 풀어볼 양으로 물을 홀짝 마셨다. "G선상의 아리아, 들으셨어요?" '녜?" "강 선생님..." 박 선생의 눈이 반짝하고는 빛을 잃는다. "뭐라구요?" 모든 감각기관이 박 선생을 향해 열렸다. 온 신경을 팽팽히 당긴다. "분위기가 디카프리오 같지 않아요?.....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귀 안으로 벌떼가 몰려든다. 수십 마리, 아니면 수백 마리가 날아들면 이런 소리가 날 것이다. "...... 다른 사람도 아닌 그에게서,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그 남자에게서 직접 들었으면...아니예요. 이렇게 엄청난 이야기는 직접 들으나 누구를 통해서 알게 되더라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마찬가지겠죠." 나는 와들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가 힘들어 물을 마셨다. 젊은 두 남녀는 마주보고 입맞춤을 하는가. '눈앞에서 싹 꺼져버려!' "왜 저한테 강 선생님 이야기를..." 박 선생의 입가에 미소가 떴다 사라진다. "그 사람 다음 순례지가 신 선생님이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요. 그런데 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거예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제가." 박 선생 이전에 또 어떤 곳을 거쳤을까? 그런 남자에게 순례자라는 말은 얼토당토않다. 나는 절대 강 선생의 순례지가 아니다. 숨을 깊이 마셨다가 천천히 코로 내 쉬었다. 가슴이 꽉차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허전하지도 않다. "그 사람 할머니 뵈었나요?" 고개를 흔들었다. "할머니도 병의 흔적을 갖고 계세요. 약하긴 하지만. 한.센.병." 박 선생이 한. 센. 병. 하고 꼭꼭 찍어 말을 하면서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한센병. 전에 어디선가 읽은 기억은 있는데. 어감이 부드럽다. 이런 이름의 병도 내가 환절기 때마다 의례적으로 앓곤 하는 감기몸살처럼 온몸이 쑤시고 아플까? 그런데 왜 박 선생은 '할머니도'라고 할까? "소록도에 그 사람 부모님도 살아 계세요." 나를 지탱해주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 남녀가 부둥켜안은 채 바닥으로 통나무처럼 뚝 떨어진다. 실제로 나는 그 순간 옆으로 쓰러졌었나 보았다. 박 선생의 외마디 소리를 들은 것도 같고 그냥 보얗게 앉아 있는 걸 본 것도 같다. 19○○년 5월10일 따끈한 커피 잔에서 나오는 향내를 맡으며 책상에 엎드려 어젯밤의 꿈을 헤집어 보았다. 강 선생이 밤새도록 뭉그러진 손으로 나를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강 선생을 피해 다니느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다가오는 얼굴이 뒤틀린 여자가 막무가내로 내 옷을 잡아당겼다.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말이 되어 나오질 않는다. 그런데 마이크처럼 뭉그러진 손에서 소리가 났다. '내 곁에 있어줘요.' '사랑해요.' 귀를 막았다. 이번에는 'G선상의 아리아.' 머리를 흔들며 다 식은 커피를 입에 가져가는데 행진곡이 울렸다. 5월의 아침 햇빛을 받으면서 행진곡이 아이들을 운동장 가운데로 불러모은다. 조기 꼬불꼬불 늘어선 아이들은 1학년일 테고 고 옆이 2학년 그 옆이 아! 3학년. 강 선생님. 그녀는 늘어진 어깨로 자리에 와 앉았다. 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린데. 강 선생님은 분명히 박 선생에게 사랑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 하자고는 않고 부모님 이야기를 먼저 했다고 했지. 강 선생은 자신이 미감아 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나를 선택한 건 아닐까? 애벌레가 식성 좋게 배춧잎을 먹어댄다. 이번이 마지막 먹음일 텐데 지렁이는 애벌레 쪽에서 꾸물댄다. 저 빨간 살덩이가, 저 하등동물이 사랑을 알면 어쩌겠다는 건다.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날아가면 그 뿐인데. 사람인 나도 이렇게 복잡해진 머리와 가슴으로, 창백해진 믿음으로 앉아 있는데. 박 선생은 단칼에 무 자르듯 돌아섰다고 했다. 지금은 정상인으로 살아가지만 무서워서 싫다고 했단다. 자식이 잘못될까봐 싫다고 했다던가. 그리고는 씩씩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몸살을 앓는 것 같다고. 아니 멀쩡한 남자에게 상처를 줘서 벌을 받는 것 같다고. 박 선생은 끝내 그녀의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사랑했다고. 강 선생은 처음부터 신 선생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는데 자기가 유혹했었다며 욕해도 달게 받겠노라고도 했다. 전산실에서 본 강 선생의 얼굴이 모자이크처럼 찢어졌다 일그러졌다 붙는다. 행진곡이 귀청을 때릴 듯이 울린다. 황급히 몸을 운동장 쪽으로 내밀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엉긴 채 교실로 들어가는데 먼지도 보얗게 따라 나선다. 나는 카메라가 훑듯 운동장을 눈으로 훑는다. 없다. 얼굴에 열이 오른다. 왜 강 선생을 찾는가? 분명히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게다. 벌떡 일어났다. '강 선생님. 지금 내가 가요. 그러니 말 해줘야해요. 내게 바라는 게 뭔지.' 아이들이 교실에서 떠드는 소리가 왁자하게 나고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니 아직 강 선생은 안 들어온 게 분명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려고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골마루 판자 바닥 위로 개미가 줄지어 간다. 도대체 저 개미는 학교에 무슨 먹이가 있다고 자리를 잡았을까. 바보들. "신 선생님."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드니 강 선생이 복잡한 얼굴로 앞에 서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불쌍한 사람. 나는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 저 사람은 얼마나 건강한가. 아무 데서도 한센병의 흔적을 찾아낼 수가 없잖은가. 강 선생은 담배를 물고 운동장 쪽을 내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한참 기다렸어요 과학실에서.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온 줄도 모르고." "...." "그런데 왜 울어요. 설마 어젯밤 내내 생각하느라 눈이 짓무른 건 아닐테고." 나는 울다가 웃었다. 강 선생은 내 어깨를 툭 치며 "수업 끝나고 갈게요. 할 얘기가 있어요." 하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소리가 문을 여닫는 것을 따라 와악하고 퍼지다 도로 갇힌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할 얘기가 하, ㅏ, ㄹ, o, ㅒ, ㄱ, ㅣ로 분해되어 온 몸에 내려 앉는다. 발자국을 땔 때마다 비그르르 웃으며 따라온다. 어지럽다. 봄에 느낀 아지랑이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과학실로 돌아와 2차시에 있을 4학년 실험 수업 준비를 했다. 어렸을 적에 하늘을 나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좋은데 떨어질까 봐 뱃속이 간질간질 했었지. 나는 구름 위를 걷듯이 4층으로 걸어 올라가 전산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을씨년스럽다. 어제의 박 선생이 하얗게 바랜 얼굴이 새삼 떠올랐다. 차가운 마음으로 앉아 있었을 박 선생. 박 선생이 마셨을 공기를 흠뻑 들이 마셨다. 박 선생이 걸었을 교실 바닥을 이리저리 걸어보았다. 박 선생이 만졌을 창틀을 만지고 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 그래 이건 아니다. 아니야. 나는 강 선생을 좋아하지 않아. 아니 그런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아. 사랑이라니,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나는 강 선생으로부터 자유롭다구.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어. 박 선생처럼 씩씩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씩씩할 수 있어.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꺼버릴 듯이 눈을 부라린다. 비밀 번호라. 어제도 켰는데. 비밀번호. 비밀번호. 한하운 시인이 어떤 시를 지었더라? 한 고개 넘어서 손가락 하나 묻고 한 고개 넘어 또 한 개의 손가락을 묻었다던가. 그 옆에만 가도 살 썩는 냄새가 날거야. 행진곡이 울리면서 방송으로 남자선생의 목소리가 꽝꽝 울린다. 오늘부터 중간놀이를 하니까 빨리 운동장으로 나오란다. 그녀는 전출생디스켓을 만들기 시작했다. 햇살은 벌써 따가울 텐데. 나는 골방에서 살 썩는 이야기나 기억해냈다. 흐흐흐. 손등을 이빨로 물어뜯었다. 아, 피, 이건 피, 썩은 살이 아니라도 살은 뜯긴다. 썩은 살이 아니라도 냄새가 난다. 비릿한. 생리. 반쯤 마른 오징어.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과학실로 내려왔다. 아이들이 정리를 했다고는 하나 실험기구며 교실 바닥이 어지럽다. 오후에 수업할 준비를 대충 해놓고 교무실로 디스켓을 가지고 갔다. 교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보통 때는 주번교사가 지키는데 오늘은 동굴 속 같다. 갈 수도 없고 서성대는데 전화가 때르릉 울렸다. 새삼스레 교무실을 둘러본 나는 천천히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기 저편에서 된 숨을 몰아 쉬었다. "초등학교입니다." '나 교감이요. 교장선생님 교무실에 안 계십니까?" "안 계십니다." "교장 선생님 뵈면 강 선생 상태가 안 좋다고만 전해 주시오. 종희는 괜찮고." 전화가 끊겼다. 한센병은 잠복기간이 10여 년이고 발병은 갑자기 되는게 아니라던데. 종희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3학년 교실로 올라갔다. 3학년1반 아이들은 벌써 책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서고 옆 반 아이들도 집에 갈 준비로 부산하다. 나는 옆 반 교실로 무조건 들어갔다. "강 선생님이 어떻게 됐어요?" 돋보기 쓴 선생님의 대답이 커다란 망치처럼 내 귀를 두드렸다. "나도 잘 모르지 종희를 안고 가다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 밖에는." 간신히 교실을 나왔다. 상태가 안 좋다. 교통사고가 나서. 종희는 괜찮다. 애벌레가 움직임이 둔하다. 벌써 때가 되었나? 흙 위로 나온 지렁이가 사랑의 몸짓을 한다. 뭄부림을 친다. 바보 지렁이, 바보 종희, 바보 강 선생님, 바보 나. 지렁이는 한참동안 제 몸을 부비다가 애벌레를 넘겨보다가 저 혼자 늘어져 있다가 천천히 흙 속을 파고든다. 아주 천천히. 애벌레는 가만가만 지렁이를 흘깃거리다가 지렁이가 흙 속으로 완전히 꼬리를 감추자 배춧잎을 부지런히 먹어댄다. 너희들 서로 사랑하는구나. 말 안해도 알아. 그리고 슬퍼하는 거지? 아서라. 서로 갈 방향이 다르잖니. 너는 기다리고만 있어도 날개에 금가루 은가루를 묻히고 하늘을 날 수 있어. 너를 부러워하는 것들이 많단다. 이 세상은 넓고 참 아름답고 멋진 곳이야. 그런데 지렁이를 보렴. 눈도 코도 입도 없어. 화려한 날개는커녕 다리도 없지. 어둠 속에서 축축한 습기를 즐기며 사는 너보다 훨씬 못난 동물 같지 않은 동물이야. 5시에 울리는 차임벨 소리를 들으며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과학실 문을 열고 닫고 그리고 계단을 내려와 교문을 나섰다. 햇살이 따갑다. 해가리개를 만들어 하늘을 봐도 해가 보이지 않았다. 일기는 여기서 일단 끝나는 듯했다. 벽시계가 어느 새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녀는 일기장을 소파 위에 둔 채로 일어났다. 주전자에 물을 담아 원두커피 몇 알을 띄워 가스 렌지 위에 얹고 불을 약하게 켜 두었다. 집안 구석구석 커피 향이 배는 걸 그도 그녀도 좋아해서 가끔 그렇게 한다. 그녀는 다시 소파 위의 일기장을 집어들었다. 분명하진 않지만 뭔가를 더 적어 놓았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몇 장을 넘기니 그녀의 기억대로 날짜도 없이 휘갈겨 쓴 몇 장의 글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날짜는 없지만 앞의 날짜를 짐작해서 그녀 나름대로 날짜를 눈으로 적어가며 읽었다. 19○○년 5월11일 나는 지렁이의 안내를 받으며 흙 속을 헤치고 걸어갔다. 숨을 못 쉬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는 달리 공기는 쾌적하고 새벽의 동틀 무렵처럼 적당히 감춰진 햇빛 탓인지 모든 사물이 아름답게 보였다. 마을은 사람이 사는 곳과 아주 흡사해서 흙 속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렁이는 간편한 옷을 입고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흉하다기보다는 전부터 잘 알던 것 같은 친근함 마저 들었다. "아가씨. 부탁이 있어서 초대를 했습니다." 지렁이는 여름날 앉는 들마루로 나를 안내한 다음에 입을 열었다. "눈치채셨겠지만 저 애벌레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다며 웃었다. "그런데 곧 갈 거라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지렁이를 차마 쳐다 볼 수가 없어서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가지 말라고 했더니 자연의 법칙이니 어쩔 수가 없다고... 나는 그딴 것 모르니 가지 말라고 했더니... 울면서 죽고 싶다고... 제발 부탁입니다. 애벌레더러 잡지 않을 테니 죽지는 말라고 전해 주세요. 꼭." 지렁이가 주춤주춤 내 무릎께로 다가앉았다. 어느 새 뻘건 살덩이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뒤로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자갈길도 달리고 시냇물도 휙휙 뛰어넘었다. 그런데 앞에서 달려들어오는 또 다른 뭉그러진 살덩이., 아, 살, 아, 있, 는 살덩어리들. 나는 손을 잡는 다른 손에 두 손이 잡힌 채 눈을 떴다. 어딘가, 처음 보는 천정이다. "정신이 드냐?" 엄마다. 집은 아닌데. 크레졸 냄새와 함께 간호사가 내려다보며 링겔병을 만지고 나갔다. "디 큰 딸년 묻는 줄 알고 며칠 못 잤더니. 인제 됐다." 엄마가 머리를 쓸어 올려 주며 눈물을 글썽였다. "엄마, 강 선생님." "쯧쯧, 박 선생한테 얘기 들었다. 이런 말해서 안됐다만 참 나쁜 사람이다. 어째 그런 사람이 멀쩡한 처자를 넘보는 거냐 그래." "얼마나, 어떻게 됐어요 엄마." "많이 상했다더라. 사람노릇 할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만." 나는 그 자리에 도로 누웠다. 강 선생이 살아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요. 강 선생만 있으면 개똥이 아니라 더한 곳이라도 괜찮아요. 19○○년 5월 13일 병원에 달려갔을 때 강 선생은 반 토막의 몸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종희를 안고 쓰러지면서 대형트럭의 바퀴에 두 다리가 그 자리에 절단되었는데 종희는 타박상만 입었다고 했다. 강 선생은 내 얼굴을 아예 보려고도 않고 고개를 벽 쪽으로 돌려버렸다. 강 선생의 할머니는 병원에 오지도 못하고 몸져누웠다고 했다. 불쌍하신 분. 끄트머리에 붙이는 글은 일기장의 끝 부분에 휘갈겨 쓴 것인데 어떻게 날짜를 적어볼까 하다가 그냥 읽기로 한 부분이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놀라움이 되살아난다. 나는 그 후로 학교에 꼭 두 번 갔다. 한 번은 강 선생이 1차 수술을 끝내고 바로 강 선생의 물건을 정리하러 3학년 1반 교실에 갔었고 한 번은 내 짐을 꾸리러 갔었다. 짐이랄 것도 없지만 과학실에 있는 교사용 책상 서랍을 정리해 쇼핑백에 담아 나오던 나는 습관처럼 사육상자 앞에 섰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지 못한 채 죽어 있었던 것이다. 먹이가 모자랐는가하고 살펴보았지만 누렇게 말라 바닥에 뒹구는 배춧잎을 발견하고 말았다. 나는 그만 불가사의한 사실 앞에서 입을 틀어막은 채 울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웃는 듯이 그렇게 죽어 있었다. 죽어서 썩은 것이 아니라 파랗게 말라 있었다. 마른 누에처럼 아름다운 미이라로. 그녀는 등을 소파에 깊숙이 묻고 눈을 감았다. 애벌레와 지렁이의 일이 어제의 것처럼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그 뒤로 지렁이와 애벌레를 어떻게 했나 생각은 없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코끝에 커피 향이 배어든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천천히 내뱉는다. 가슴 가득 세월이 남는다. 휠체어를 타지만 자상한 강 선생과 두 딸의 따뜻함이 가슴이 터질 듯이 차 오른다. 그녀는 살며시 눈을 뜨고 거실바닥에 에너지를 쏟아 붓는 햇살을 보며 일기장을 덮었다. -끝- 충북 청주 남평초 교사
교총 "적극적 의지를 보여라" 교육부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예산 관련 23개항 잠정 합의…여타 31개항은 다시 논의키로 의견 차이로 고성 오가다 `관계부처 상대 공동투쟁' 다짐도 한국교총과 교육부는 22일 상반기 정기교섭 소위원회 2차회의를 열고 교총이 제기한 안건 중 내년도 정부예산 편성 일정을 감안 시한이 촉박한 예산 관련 23개항에 대해 일단 잠정 합의했다. 양측은 교원 정치활동, 수석교사제, 교육정책실명제, 육아휴직 요건 완화, 교총 연수원 건립 지원 등 여타 31개항은 다음 회의에서 논의키로 했다. 이날 양측이 합의한 사항 중 주요내용은 △교원자율연수비 지급 △기말수당과 정근수당가산금 기본급에 흡수 △주당수업시수 법제화 및 초과수업수당 지급 △산업체 근무경력 80% 반영 △직무연수 3개중 1개만 성적 반영 △정기전보 조기 발표 △공익근무요원 배치 확대 △교원 일·숙직제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유아교육법 제정 등이다. 학급담당수당의 경우 교총은 4만원을 인상해 내년부터 12만원지급할 것을 요구했으나 교육부는 "중앙인사위원회가 각종 수당 인상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어 `내년 10만원 지급'도 어려운 과제"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교총은 비록 교직발전종합방안에 있는 `학급담당수당 내년 10만원 인상안'이 그 동안 교총과의 교섭 합의를 통해 반영된 계획이긴 하지만 2005년까지 2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앞당겨 정부가 교원 처우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촉구해 한때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교육부는 내년 중 각종 교원처우 개선에 1조 5000여 억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은 실현 불가능한 것을 보태기 보다 양측이 합의한 사항이 실현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를 상대로 공동으로 예산 확보 설득 활동을 벌일 때라며 안간힘을 썼다. 교총 측 대표들은 잠시 숙의한 후 학급담당수당 내년 10만원 인상 계획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그 대신 교육부는 합의사항들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를 상대로 한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교육부도 교원처우 개선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양측이 긴밀히 협의해 공동 대처하자고 호응했다. 양측은 교원 자율연수비 지급, 주당수업시수 법제화 및 초과수업수당 지급, 교원 자녀 대학생 학비 감면 등 안건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교육부는 중앙정부에서 별도로 예산을 확보해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교육자치제 실시에 따라 교육감의 재량사항인 정책들의 이행을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라며 합의문구마다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내' `시·도교육청에 권장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주장했고, 교총은 이런 표현들이 합의문안의 일반 형식이 아니라며 교육부가 적극적인 실현 의지를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양측은 논란 끝에 `권장한다'는 표현은 조문에서는 빼고 보칙에서 일괄 규정키로 했다. 또한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라는 표현도 가급적 사용을 억제 또는 완화키로 했다. 교원 자율연수비의 경우 그 동안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교원들이 컴퓨터·어학 연수 등을 받은 후 영수증을 첨부하면 수강료 등을 지급해주는 제도인데 이번 교섭을 통해 공식화되면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 돼 양측은 특히 신경을 썼다. 주당수업시수 법제화 및 초과수업수당 지급 안건은 오래 전에 합의한 사항을 재론하는 것이어서 교총은 먼저 교육부의 이행의지를 강도 높게 따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기획예산처가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 나라 교원들의 수업시수가 적은 편이라며 초과수업수당을 반대하고 있어 과밀학급, 잡무 등 열악한 여건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며 올해는 반드시 주당수업시수 법제화를 실현해 초과수업수당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교원자녀 대학생 학비 감면과 관련 교육부는 최근 청와대와 이 문제를 협의했으나 일반 공무원들도 직장협의회가 결성되고 있고 타직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할 때 당장 이행이 어려운 사항으로 분류됐는데 한국교육신문이 최근 이군현 회장이 김대통령을 만나 건의한 사실을 보도하자 많은 교원들이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또 정부가 불신을 받게 됐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교총 측 대표들은 헌법과 각종 법률에서 교원을 우대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의 적극 추진을 요구했다. 결국 이와 관련 옥신각신하다 양측은 합의문안에서 `추진'보다 한 단계 낮은 `검토 추진'으로 정리키로 했다. 이날 교섭 소위에는 교총에서 고영범 대의원(광주 송원중교사), 고학곤 부산초등분회장협의회장(부산 동항초교사), 박진석 교권정책국장이 교육부에서 우형식 교원정책심의관, 김석현 교원정책과장, 이기훈 교원복지담당관이 참석했다. /이석한 khan@kfta.or.kr
대한생명 고객 대상 대한생명은 고객 자녀 중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내년 5월말까지 인터넷과외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 과외는 대한생명이 교육서비스 전문공급업체인 액트정보(www.actzone.co.kr)의 `사이버교육서비스'를 구입해 대한생명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 초등학생(4∼6학년)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자연 등 5과목, 중학생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과목, 고등학생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 5과목을 공부할 수 있다. 운영자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얻을 수도 있다. 수학능력시험(수능)을 대비해 `사이버 모의테스트'도 1년에 3번 실시한다. 또 각종 수학경시대회와 영어퍼즐게임 등도 할 수 있다. 무료과외서비스 회원을 대상으로 인터넷장학생선발대회도 개최한다. 대한생명 홈페이지(www.korealife.com)에 들어가 `무료사이버교육서비스'를 클릭해 신청서를 작성하면 되고 신청서에는 고객ID와 추천인(대한생명 생활설계사)ID를 입력해야 한다. 추천인ID가 있어야 1년간 전과정을 교육받을 수 있다. 문의=(02)789-8074
최명환 공주교대 교수·도서관장 저는 스승의 날에 뜻밖의 촌지를 받았습니다. 겉봉에는 `광주에서'라고만 써 있어 누가 보낸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빨간 포장지를 뜯으니 `좋은생각' 5월호가 나왔습니다. 책갈피에는 편지와 또 다른 봉투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 속의 만 원짜리 상품권 석 장은 저를 당황케 하였습니다. 교육대학의 교수가 촌지를 받고 신고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대학에는 촌지신고센터가 없어서 이렇게 글로 신고하려 하는데, 의장님의 절차에 비춰 흠은 없고 신고 방법은 적절한지요? 저는 학생회가 주최한 스승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가 감동 받고 깊은 생각에 오래 잠겼습니다. 그러고는 이 촌지를 신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올해 발령을 받고 처음으로 맞는 스승의 날에 다양한 학급행사를 준비했던 제자가 정작 행사 당일 출근하지 못하고, 인천에서 공주까지 찾아오겠다는 것을 설득하느라 진땀 흘린 것이 어젯밤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의장님, 촌지가 무엇이길래 휴교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까. 세상 사람들도 촌지를 받으면 다 신고하는지 알 수 없지만, 첫 발령을 받은 저의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촌지의 개념을 확실히 해 주고, 신고 방법을 올바로 가르쳐야겠다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편지 내용에서 촌지의 뜻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등국어교육특강'을 듣고 느꼈던 `열정'과 `눈뜸'의 감동이 사그러지지 않도록 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표준 발음을 익혀 가는 입모습, 올바로 틀을 잡아가는 손놀림과 글씨체, 차츰 맑아지는 아이들의 눈동자, 굵고 튼실해 가는 생각의 깊이에서 이파리의 풋풋함과 하얀 실뿌리를 보고 있노라면 교실 안이 환히 밝아집니다. 아버지를 눈뜨게 한 청이의 효성과 교사를 눈뜨게 한 선생님의 열성을 생각하며 스승의 날을 맞으렵니다. 꼭 진실한 아이들의 든든한 기둥이 되겠습니다." 상품권을 넣었다는 말 한마디 없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신고하면서도 힘이 솟고 눈이 부신 듯 시력이 맑아지는 이 신비한 힘이 촌지 3만원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에 받아선 안 된다는 말씀, 진정이십니까. 이런 느낌이 이순을 바라는 나이를 헛 산 물욕 때문이란 말씀이 진실입니까? 저는 이 글을 쓰면서 25년 전 광희중학교 교사 시절을 회상해 봅니다. 구멍가게 학부모가 슬리퍼를 사다 주셔서 서울을 떠날 때까지 8년 동안 기워 신던 추억과 스승의 날에 행상 광주리를 들고 청소하는 학생들 앞에 나타나셔서 제 호주머니에 꼬깃꼬깃한 5천 원 권 한 장을 넣으며 "오늘이 그런 날이 아닌디 부디 훌륭한 선상님 되세유" 하시던 한 어머니의 말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촌지를 받던 현장을 함께 보았던 어린 학생들에게 그토록 큰 상처를 주었다는 의장님의 말씀을 깨치는 데 25년이 걸렸습니다. 그 5천 원으로 스케치북을 다섯 권 사서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눠 주며 흐뭇해하던 제 모습은 초라해졌습니다. 교육받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어선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의 5월은 잔인한 달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젊은 교사들이 촌지의 개념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 학교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고마움의 표현 방법을 잘못 가르쳐 온 저는 부끄러워 머릴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의장님, 첫눈 오는 날 촌지를 들고 학교를 찾아 담임 선생님과 나누던 정겨운 대화를 누가 끊어 놓았는지요. 학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 날, 뿌듯한 얼굴로 난로 가에 서 계신 선생님을 찾아오던 어머니의 모습을 우리는 왜 볼 수 없게 되었습니까. 스승의 날을 위해 곱게 접던 어린이들의 종이 학을 어떻게 부정한 촌지로 왜곡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한국교원대학교 계절제 대학원 강의를 마친 지 꼭 115일만에 현직 교사로부터 받은 3만원 상품권 촌지를 신고해야 하는 저의 심정은 참담합니다. 제가 한 세대에 걸쳐 받은 촌지에 대하여 속죄하는 마음으로 쓴 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개인이 밉더라도 자진 신고한 정신을 살피어 제 말씀 한번 들어주십시오. 이를 물고, 무너져 내린 교단을 다시 쌓는 선생님들에게 힘있는 여당의 정책위 의장님, 위로의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세상이 바뀌기 전에 한 말씀 들려주십시오.
이미지 손상,타 학생에 피해 이유 특수교육진흥법 무색…차별 빈발 학부모 70% "입학거부 당해봤다" 재학 중 전학·자퇴 강요하기도 △실태=경남 진해의 일반 초등교에서 1학년을 마친 이 모(8·정신지체 1급) 군은 지난해 3월 진주 B초등교에서 전학거부를 당했다. 학교에는 두 개의 특수학급이 설치돼 있었지만 교장과 특수학급 교사는 "우리 학교 특수학급은 장애 학생이 아니라 학습부진 학생으로 편성돼 있어 장애 학생이 전학 오면 수업에 방해된다"며 거절했다. 교육청에 중재를 요구했지만 `전학은 학교장에게 책임이 있으니 학교장과 협의 바람'이라는 공문으로 처리했고, 이후 B초등교는 이 군의 입학을 전제로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가 책임진다'는 각서와 동의서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12월 광주시 K고에 입학 배정된 김 모(19·정신지체 2급) 양 등 3명은 입학식을 열흘 앞두고 학교로부터 철회 통보를 받았다. 학교는 시설부족과 교육환경을 이유로 들었지만 학교운영위는 "장애학생이 학교의 이미지를 손상시켜 신입생 지원이 현저히 줄었다"며 특수학급 배치철회를 요구하는 민원을 접수시켰다. 결국 정 모(17) 양 등 2명은 타 학교로 재배치 됐고 두 살 많은 김 양은 진학을 포기했다. 장애학생이 전·입학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차별금지조항과 처벌규정까지 마련한 `특수교육진흥법'(1994년 개정)이 교육현장에서 무시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입학거부를 통해 본 장애우교육권문제' 토론회를 열고 피해사례를 통해 `교육평등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장애우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 중에는 재학 중인 학생에게 `장애'를 이유로 전학과 자퇴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C초등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 모(8·지체부자유) 군은 지난해 봄방학 중 `휠체어를 탄 장애학생은 특수학교로 전학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인근 아파트가 건립되면 150명의 학생이 새로 전·입학하므로 특수학급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 K중학교 3학년 김 모(18) 양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소근육이 마비되는 점점 인지도가 떨어지는 장애를 안게 됐다. 이에 학교는 "성적이 너무 떨어져 졸업이 안 된다"며 "전학을 가든지 자퇴를 하라"고 강요했다. `통합교육'의 추세를 거스르고 장애우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이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실제로 연구소가 5월 14∼21일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 72명의 학부모 중 48명66.7%가 `자녀의 입학거부를 당했다'고 응답했고 69.7%는 `장애를 이유로 교사와 학생으로부터 차별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했다'고 답변했다. 또 `장애학생이 취학하고자 할 때 학교에서 거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가 40명 중 27명(67.5%)에 달했다. △대안=주제발표에서 김정열 소장은 "교육계의 무관심으로 장애우는 교육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교육청 산하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상설화 △보조교사 배치규정 마련 △일반교사 장애인식 연수 실시 △고발센터·장애우 차별금지 관련법 제정 등 대안을 제시했다. 토론자들도 법 개정과 함께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확대를 촉구했다. 박은주 정신지체인서울부모회 통합팀장은 "진흥법만으로는 통합교육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통합교육에 어떤 교육과정이 있어야 하며 필요한 시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책임 소재와 재정충당 방법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또 광주시교육청 정인국 장학사는 "예산과 시설부족도 문제지만 학교와 동창회의 인식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학부모와 일반교사를 대상으로 한 통합교육 연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교육부 이효자 특수교육보건과 교육연구관은 "교육권 침해를 가져오고 있는 관계 법규와 교육현장의 문제점 및 대안들을 충분히 수렴해 법령 개정과 정책 개발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조성철
스승의 날을 보낸 소감이 어떠십니까. 학생들이 가슴에 달아준 한 송이 카네이션으로 그 동안의 시름을 잊으셨습니까. 혹은 쓸데없는 오해를 피한다는 명분으로 아예 하루 이틀 휴교를 하거나 수련회를 다녀오지는 않으셨는지요. 언론은 참스승을 소개하기도 하고 폭행 당한 교사의 일을 연일 보도하더군요. 어쨌거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교총 홈페이지(www.kfta.or.kr) '칭찬합시다'에 소개된 선생님들을 통해 우리 교육의 희망 있음을 느껴보십시오. /편집자. ▼민들레 사랑하기=정신지체아 성재는 1학년 입학식날부터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엄마조차 감당하기 힘든 아이였지만 담임인 유인숙선생님은 모든 방법을 동원, 성재의 교육에 헌신하셨고 힘겨워 하셨다. 선생님은 늘 부족한 자신을 한탄했고 무엇보다 성재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에게 더 미안함을 느끼셨다. 1년 동안 성재와 지내며 그리도 조용한 선생님은 어느새 억샌 시골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변해갔고 그 대가로 흐린 눈빛의 막무가내였던 성재는 여느 아이들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언젠가 선생님은 "예쁜 아이, 교사의 마음에 드는 아이만 키우지 말고 정말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 내버려진 아이들을 우리가 정성껏 키워야 하지 않을까"하고 말씀하셨다. 자랑스럽습니다. 아무런 불평 없이 성재의 변화를 기뻐하신 선생님.(흥도초등교 교사 장향미) ▼온 사회의 귀감이신…=우연한 기회에 권영덕선생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권선생님은 혼자 어렵게 살아가는 할머니 한분을 20여년간 양어머니로 모셨다고 합니다. 대학시절 하숙집 근처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된 할머니의 목숨을 구해준 것을 인연으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을 친부모 이상으로 얼마나 극진히 모셨던지 이웃은 물론 먼 지역까지 효자라는 소문이 자자하여 가까운 친구들조차 양어머니인줄 몰랐다고 합니다. 자녀들까지 효를 본받아 할머니 간병을 위해 휴학을 할 정도였다니 짐작이 갑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묘소 상석에 양아들 권영덕이라 적어놓고 정성껏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권선생님은 참교육의 산증인이라고 생각합니다.(영천고 교사 윤은주) ▼국화 교장선생님=도시 어린이들이 자연과 접할 기회가 적어 감성이 메말라 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신 이강연교장선생님은 손수 국화를 가꿔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학교 옥상 15평 남짓한 비닐하우스를 돌보기 위해 아침 7시면 출근하시고 퇴근을 미룰 때가 허다하다. 매년 2000여개의 화분을 가꾸시는 교장선생님. 정성껏 가꾼 국화로 가을 전시회도 갖고 전시가 끝난 다음에는 어린이들의 가정으로 보낸다. 차례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은 "노란 꽃 주세요" "활짝 핀 꽃으로 주세요" "전 덜 핀 것으로 주세요. 그래야 꽃을 오래 볼 수 있대요"라며 재잘댄다. 화분을 받아 든 아이들 표정이 아름답다. 고맙습니다. 교장선생님.(서울강동초등교 교사 김종분) /이낙진
한국초등교장협의회(회장 남암순·서울쌍문초)는 11∼12일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시·군·구 교장회장 등 188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의원회를 갖고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교육여건 개선, 신뢰회복, 학교경영의 자율성 확보 등과 관련한 9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다음은 결의문. ▲정부는 GNP의 6%를 교육재정으로 확보, 교육여건 개선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교원 법정정원을 충원하여 학급 규모를 축소하고 교사의 수업부담을 줄여 교수-학습의 질을 높여야 한다 ▲전문성 높은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교원정년을 65세로 환원하고 교장임기제를 폐지하라 ▲우수교원확보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초등교원의 안정적 수급대책을 마련하라(이상 학교교육 여건 개선 관련). ▲교원·학생·학부모가 교육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국가 수준의 교육발전 장기계획을 제시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라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교원의 전문적인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행정기관의 직제를 개편하라 ▲교권의 확립이 교육발전의 원동력임을 인식하고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언론기관, 사회단체 등이 협력하여 교원존중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줄 것을 촉구한다(이상 학교교육의 신뢰회복 관련). ▲교원성과급은 학교교육의 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하도록 학교성과급위원회에서 지급시기, 지급기준, 지급대상, 지급액 등을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 ▲교원단체와 협약시 학교경영의 책임자인 학교장과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이상 학교경영의 자율성 확보 관련).
"토요일은 집에서 수업해요" 경기고양 한수초등학교(교장 정헌모) 4∼6학년 학생들은 한달에 한 번씩 토요일은 학교엘 가지 않는다. 집에서도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통해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도 해결하고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 학교는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지정 교육정보화 시범학교로 지정받아 가정-학교간 통신망 활용을 통한 정보화 교육의 활성화를 주제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재택수업이 가능한 것은 컴퓨터실 2실, 과학실 2실을 마련하고 각 가정에 586 컴퓨터를 99.7% 보유하고 초고속망에 95.5% 가입되어 있어 사이버 학습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학교에는 GVA(Global Virtual Academy) 서버를 구축해 놓고 있다. 2000학년도 2학기 후반부터 주 1회, 1시간씩 시간제로 운영하다가 올해부터는 범위를 확대해 시간제는 물론 월1회 토요일에 전일제를 운영하고 있다. 정희정교사는 "학교라는 고정된 장소에서 벗어나 컴퓨터를 통해 학생과 교사간 쌍방향 대화가 가능한 사이버 수업 형태"라며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전국적으로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학생을 비롯한 교사, 학부모의 정보화 마인드 형성을 위한 다양한 연수도 활성화 돼 있다. 학생들에게는 타자급수대회, 정보사냥대회 등 다양한 정보소양인증제를 학년 수준에 맞게 실시하고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방과후 특별 보충 지도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교사들에게는 실시간 재택수업을 위한 콘텐츠 작성 능력을 기르기 위해 교사의 컴퓨터 다루는 능력에 따라 연수과정을 교사 스스로 선택하는 뷔페식 연수를 실시하고 학부모에게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분기별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학급 홈페이지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각종 가정 통신문은 각 가정에서 다운받아 보도록 하고 학급별로 제시되는 주간학습안내와 통신과제는 학급별로 만들어진 우리반 공부방에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학교의 각종 활동도 수시로 홈페이지에 탑재돼 학부모와 담임 교사와의 사이버 대화가 가능해졌다. 정 교장은 "교육정보화는 교육시스템의 총체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학생, 교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교원연수, 교육방법 등 교육시스템 구성 요소간의 유기적 상호작용이 유연하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나라 학생 1인당 월 평균 교육비는 22만1000원이며 열 집 가운데 일곱 집은 자녀 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전국 3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15일 발표한 `교육부문 사회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 평균 교육비가 지난 96년의 19만3000원보다 14.5% 늘어난 22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학교별로는 대학생이 월 54만7000원, 재수생 36만3000원, 고교생 22만7000원, 중학생 17만5000원의 순이었으며 취학 전 학생이 12만2000원으로 초등학생(11만2000원) 교육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37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자녀 교육비로만 100만원 이상을 지출한다는 가구도 5.8%에 이르렀다. 학교교육의 효과로는 지식·기술 습득이 48.4%, 인격형성 32.1%, 생활·직업에의 활용 27.9%, 국가관 및 사회관 정립 22.6%로 나타났다. 중·고·대학생의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41.3%로 불만족도(13.1%)도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은 교우관계로 67.8%였으며 불만족도는 학교 시설 및 설비(41.2%)로 나타났다. 자녀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가구는 전체의 72.5% 로, 4년 전인 지난 1996년 조사 때의 66.7%보다 5.8%포인트 늘었다. 특히 과외비가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초·중 ·고등학생 자녀가 많은 30대(84.8%)와 40대(50.2%)에서 많았다. 학교납입금이 부담된다는 응답은 대학생 이상 자녀층이 많은 50대(73.4%) 와 60대 이상(62.9%)에서 많았다. 한편 취업자나 취업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는 경우는 2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평생교육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평생학습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사람의 비율은 지난 96년(17.4%)보다 오히려 줄어든 17.2%였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평생학습 참가자 비율이 5.8%에 불과했다. 조사 인구의 71.0%가 교육을 희망했고 희망분야는 컴퓨터 관련이 62.9%, 어학관련 30.5%, 문화·교양관련 25.6% 순으로 조사됐다.
'사회지도층'이란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당장 얼굴부터 찌푸려지시나요. 잊을 만하면 한번씩 떠들썩하게 언론을 장식하는 우리네 사회지도층은 갖가지 범죄와 파렴치 행위를 선도하는 음지(陰地)의 리더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지요. 하지만 ‘지도층’의 미덕은 그들이 가진 부(富)를, 정신 자산을, 인품과 양식(良識)을 앞장서 나누고 베풀고 보듬는 데 있겠지요. 진심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다하는 사람, 여기 그런 씨앗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김충용(60) 청기와예식장회장은 서울 성서초등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이다. 물론 모교도 아니고 손자가 재학중인 것도 아니다. 단지 지역주민 자격으로 참여해 6년째 봉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그냥 돈 쓰는 자리"라며 웃지만 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정확하게 돈, 시간, 관심을 모두 쏟아야 하는 자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김 회장은 96년 학운위에 참여하면서 학교담장 벽화 그리기 작업부터 시작했다. 페인트를 사고 학부모들과 함께 한여름 땡볕아래서 우중충한 회색 담벼락에 동화를 그렸다. 학교가 지역주민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테니스장도 만들었다. 성서초등교가 도농간 체험학습 시범교로 지정되자 도서벽지 학교들과 자매결연 사업에도 정성을 쏟았다. 전남 신안 하의초등교(김대중 대통령 모교)를 방문, 결연비를 세우고 6회에 걸쳐 도농간 체험학습을 실시하도록 후원했다. 하의초 어린이들이 서울에 왔을 땐 학생, 학부모 200여 명의 식사일체를 제공하기도 했다. 강화 선원초, 전남 진도 창동초, 충북 진천 백곡초, 전남 진도 고성초, 전남 해남 화원초, 제주 제주동초 등 7개 학교와도 자매결연을 맺었다. 돈, 시간, 관심 중 어느 하나가 없어도 얻을 수 없는 성과였다. 강당 없는 아이들이 학예발표회나 공연 등을 할 수 있도록 2000만원을 들여 조회대 공사도 했다. 교단과 화단 사이의 다리가 눈, 비에 썩어 들어가자 철재로 다리 보수 공사도 실시했다. 아이들은 이 다리를 '우정의 다리' '사랑의 다리'라고 부른다. 김 회장은 마포에서 10대째, 300년이 넘게 살고 있다. 그야말로 마포 '원주민'인 그는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노인정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 매년 지역노인을 위한 경로잔치, 환경미화원을 위한 위로 잔치도 연다. 90년부터는 무료합동결혼식도 치러주고 있으며 모교인 인창고교에는 장학재단도 설립했다. 하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유치원 설립, 초등학생 예절교육원과 노인을 위한 실버터운 건립 등 김 회장의 머리 속엔 지역주민을 위한 구상이 가득 차 있다. "마포는 제 뿌리의 원천입니다. 이 땅이 제게 베풀어 준 것이 많은 만큼 제가 이 지역에 봉사하며 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빚 갚는 심정으로, 그렇게 자처하고 나서면 아까울 것도, 힘들 것도 없다는 게 김 회장의 '봉사 철학'이다.
제20회 스승의 날을 보냈다. 하지만 교단은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언젠가 본 설문조사에서도 교사들은 차라리 그 날을 없애거나 쉬게 해 달라고 응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대 응시율은 날로 높아가지만 남교사 희망자는 해마다 낮아지고, 교사에 대한 어린이와 학부모의 요구는 갈수록 드세지고 있다. 올해 입학한 초등생 신입생의 학급당 인원이 도시 지역의 경우 47명 선인데다 여러 가지로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상대하는 교사는 연약하고 힘겹기만 하다. 언젠가 인근 파출소장님이 학교에 오셔서 기초질서교육 40분을 하고 나서 진땀을 흘리며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던 일이 기억난다. 어린 초등생이 이 정도니 머리 굵은 중고교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오죽하겠는가. 올해 교육주간 슬로건 중에 `교육현장 따로 없다, 우리 모두 스승 되자'는 게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구조상 교육의 책임은 온통 학교에 넘겨지고 오히려 더 중요하고 원초적인 가정교육은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사회 환경은 더 한심해서 우리 모두 스승 되자는 소리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만 느껴진다. 스승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스승이 부모이건, 학교 교사이건, 이웃 주민이건 간에 한 인간의 성장에 스승은 커다란 밑거름이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스승의 날은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기념일 중에서 유독 환영받지 못하는 날이 스승의 날인 것 같아 안타깝다. 교사들에게는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자괴감만 주고, 학부모에게는 부담스런 날로 치부되고 있다. 어른이 어른 대접을 못 받고 존경받는 인물도 없어진 오늘의 세태에서 스승다운 스승상도 희석된 지 오래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오늘의 세태를 극복하고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스승상은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담임교사를 포함한 학교 교육당사자들의 용기와 신념이 우선 절실하다. 국민교육의 수임자로서 교육자의 책무성을 더 높여야 함은 물론, 학습지도는 물론 학교 행사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스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스승의 날을 당당하게 보낼 수 있다. 요즘처럼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기피한다면 이 땅에서 스승의 존재가치와 교사의 권위는 어디로 가겠는가. 학부모들도 교실 사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물론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학교 홈페이지나 교육청에 비난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녀의 교육을 책임지는 동반자로서 모든 일을 협조하고 상의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제20회 스승의 날이자 제49회 교육주간을 맞아 각계 인사들이 일선학교를 방문, 일일교사 활동을 펼쳤다. 14일 김대중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일산 한수초등교를 찾아 6학년 5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정한 성공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김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와 매국노 이완용의 삶을 예로 들며 "무엇이 되느냐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양심과 정의를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의에 앞서 김 대통령은 정헌모 교장과 6학년 5반 신순영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스승의 날인 15일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서울 해성여중 강당에서 일일교사로 나섰다. "얼굴이 하얗고 불그스름해 별명이 피카추"라고 말해 환호를 받은 이 총재는 "요즘 선생님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못 지켜드리고 있는데 여러분만이라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 가사가 너무 좋은데 그와 같은 마음으로 친구와 이웃을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또 "각계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지지만 아직도 차별이 있는 만큼 120%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뒤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활발하게 사회에 진출해 여성대통령도 나오는 시대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한편 개그맨 김영철 씨는 16일 서울 당곡중 1학년 5반에서 일일교사가 돼 특유의 몸짓과 화술로 개그맨으로서의 고충과 성공담을 이야기했다. 김 씨는 인기개그맨이 되기까지 자신이 흘린 땀과 새벽까지 아이디어를 생각했던 경험을 말하면서 "무엇이든 그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며 "꿈은 여러분의 노력에 따라 현실이 될 수도 꿈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15일에는 공군 제5전술비행단 장교들이 부산 덕두초등교와 덕도초등교, 가락초등교를 찾아 단체생활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16일 서울 당곡중학교 1학년 5반을 찾은 개그맨 김영철 씨가 수업에 앞서 사탕을 나눠주며 `일일교사 신고식'을 갖고 있다.
한국교총은 15일 열리는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초·중등 학교에서 32년(대학은 33년) 이상 근무한 교원 6150명(명단은 교총 홈페이지 www.kfta.or.kr에 탑재)에게 교육공로상을 수여하는 등 '제49회 교육공로자 표창식'을 거행한다. 교총이 수여하는 상은 특별공로상, 교육공로상, 공로단체상, 교육가족상, 독지상 등 모두 5가지인데 올해는 회원의 직계가족(직계존비속 및 그 배우자 포함) 6인 이상이 교육계에 근무할 경우 수여하는 교육가족상 수상자가 없다. ▲특별공로상은 교총 회원으로 교과지도나 생활지도, 학교운영 등에서 뚜렷한 공적이 있는 교원에게 수여된다. 한학수 서울신자초교감, 박준교 여의도여고교장, 신정철 부산해운대고교사, 김태희 동의대교수, 이상식 대구남산초교사, 윤태웅 대구대륜중교사, 방만자 인천한길초교감, 임선식 인천영화여자정보고교사, 김광석 광주대촌중앙초교장, 정용숙 광주동신여고교장, 한숙자 대전서부초교사, 강석무 대전가양중교장, 최장경 울산신정초교장, 권순오 울산상고교감, 이광훈 동두천초교감, 홍복선 경기지도중교감, 고준집 강원정선초교장, 함재수 동해광희중교사, 김정현 진천상산초교사, 권정식 청주동중교사, 김정희 충남두마초교사, 이광필 공주고교감, 정성수 익산성당초교사, 황명수 호남제일여고교사, 조만택 장성실고교장, 김주언 전남군외초교감, 이윤재 경북의성초교장, 김경수 경산자동차고교사, 정연보 경남배영초교감, 옥영태 진해여중교사, 부희식 제주서귀고교장, 오상철 제주교대교수. ▲공로단체상은 교총 소속단체로서 특별한 공헌이 있는 단체에게 수여된다. ◇우수 시·도교원단체연합회=제주교련(회장 고태우·제주한라대교수) ◇우수 시·군·구교원연합회=서울강동구교련(회장 박용태·한영중교사), 경기파주시교련(〃노영록·대원초교장), 강원태백시교련(〃노우일·태백초교장), 충북제천시교련(〃전유근·동명초교장), 충남논산시교련(〃남우직·중앙초교장), 전북군산시교련(〃고석문·개정초교장), 전남보성군교련(〃선준규·득량중교감), 경북예천군교련(〃김종배·대창중고교장), 경남사천시교련(〃황성규·사천초교장), 제주시교련(〃고헌전·남광초교장) ◇우수 학교분회=서울상천초(분회장 최순주교사), 창문여고(〃박승재교사), 부산구평초(〃장풍길교사), 부산여상(〃문복자교사), 동의공대(〃박맹로교수), 대구복현초(〃최성렬교사), 대구성산초(〃임종구교사), 대구동부공고(〃이우수교사), 인천영종초(〃윤영란교사), 인천제일정보고(〃이선희교사), 인천명신여고(〃유영식교사), 광주대성초(〃유태욱교감), 광주대성여중(〃김종옥교장), 조선대(〃정영동학장), 서대전초(〃이병훈교장), 대전대성여중(〃정동원교장), 대전대신고(〃이기종교장), 울산삼신초(〃홍의구교사), 울산미래정보고(〃이화종교사), 울산기능대(〃이정기교수), 경기신갈초(〃허용교장), 경기부발초(〃이용균교사), 강원평창초(〃김시훈교사), 강원해안초(〃정승희교사), 충북한일중(〃이홍구교장), 천안남산초(〃김휘웅교사), 충남서령고(〃김기찬교장), 김제중앙초(〃최동식교감), 전북기계공고(〃최지호교사), 전남대불초(〃김준부교장), 전남비금종고(〃오홍재교장), 경북청도초(〃권태일교감), 경북청송여자중종합고(〃박지학교장), 경남국산초(〃김문호교장), 경남양산여고(〃조재도교사), 제주대정중(〃고인숙교사), 제주고산중(〃고명순교사) ▲독지상은 교총 회원이 아닌 자 또는 소속단체가 아닌 단체로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업적이 현자한 자나 단체에 수여된다. 김충용(60·청기와예식장회장), 박태순(60·사업), 김현옥(42·주부), 이승우(72·송암장학회장), 김혜경(36·주부), 김성옥(38·미용업), 장재호(45·대전시안마사협회부회장), 김지섭(41·자영업), 조희자(39·주부), 윤의권(44·서울신용평가정보회장), 김현문(42·폐자원재활용 사업), 백영기(42·목축업), 최병학(40·한약업), 노진구(43·한의사), 경북남성초등학교동창회(대표 정진영), 윤봉수(42·노담장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