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입학통일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선발인원은 응시인원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니 시험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대학입학통일시험을 보는 7월 달을 `흑색의 7월'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이 시기만 되면 대입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모두 전쟁을 치른다. 집안에서도 수험생의 생활에 방해가 되는 행동은 일체 삼간다. 각종 언론매체들도 앞다투어 시험 관련 내용을 보도하거나 방영한다. 또 시험보기 며칠 전부터 학교근처의 호텔은 수험생들로 만원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대학입학시험만 그런 것은 아니다. 고교입학시험도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중국에는 중점학교라는 것이 있는데, 이 중점학교는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고, 대학진학률도 높아서 귀족학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연히 이런 중점학교의 입학경쟁 또한 대단히 치열하다.
중국에서 상급학교 진학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것은 1978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이후부터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들은 오직 하나뿐인 자녀가 좋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 사교육이다. 한 학부형은 입학시험에서 1점을 더 얻는데 인민폐로 만원(우리의 )을 써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에는 우리 나라처럼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학원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중국에서 사교육하면 대부분 `가교'(家敎)라고 불리는 가정교사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교(家敎)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직교사가 겸직형태로 실시하는 경우이다.
중국에서는 교사가 가정교사를 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교사들이 본업인 교사직 외에 밤에는 과외교사로서 적지 않은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교사를 소개하는 대규모의 인터넷사이트가 중국에만 수 십 개가 있다. 이런 인터넷사이트에는 가정교사를 구하는 쪽과 원하는 쪽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각자가 원하는 상대를 고를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필자가 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1169명의 현직교사가 가정교사직을 구한다고 신청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사교육의 성행은 교육격차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지적 받아 사회일각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가정교사제도가 쉽게 없어지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통일시험에 지원하는 사람은 1000만 명이 넘는데 대학의 모집인원은 많아야 300만 명이기 때문이다.
또 대학졸업자와 초등학교 졸업자 사이의 임금격차도 상급학교진학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해남도의 한 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와 초등학교졸업자 사이의 임금격차가 8대1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상급학교 입학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교육이 양산되는 반면 공교육이 부실해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공평한 교육기회가 부여돼야 할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학입학통일시험을 `3+X제'로 바꾸는 등 입시제도의 개선을 통해,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여기서 `3'은 어문, 수학, 외국어 등 모든 학생이 필수로 치르는 시험과목이며, `X'는 대학 전공분야의 필요에 의해 치르는 통합과목(정치, 역사, 지리, 물리, 화학, 생물을 통합해 하나의 과목으로 시험문제를 출제하거나 문과, 이과별로 통합해 출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할지 아니면 학생들의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더 극성부리게 만들지는 두고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