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작은 연필
'똑! 똑! 똑!' 나른한 오후 시간을 깨우는 짧은 문 두드림. 우리는 일제히 그 소리를 향해 외쳤다. "Who is it?" 교감 선생님이셨다. 교내 순시 중이셨는지 양손에는 아이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이것저것 들고 계셨다. "저…. 이거 아이들이 찾아가지 않는 연필들을 모아 왔는데 황 선생님 반 애들 나눠줬으면 해서요…." 받아든 연필 꾸러미는 누가 깎았는지 똑같은 솜씨로 깎여있었고 빠꼼히 인사하는 검은색 연필심이 사랑스러웠다. 작은 것, 긴 것 등 몽당연필에는 어렸을 적 끼워봤던 볼펜 깍지가 끼워져 있었다. 순간 이리저리 발길에 채인 흙 묻은 연필들을 손수 닦고 말리시는 교감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슴 뭉클함을 뒤로하고 소중하게 그 연필 꾸러미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잘 나눠주고 선생님 뜻 잘 전하겠습니다." 나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교단에 섰고 아이들은 찬찬히 연필들을 살폈다. 수업을 마친 후, 나는 우리 교실에 찾아온 연필가족을 소개했다.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더 배워야 하는 작은 것의 소중함, IMF에서 배우는 지혜들…. 또랑또랑한 눈망울에 진지함을 담아 교육을 심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주세요." "전 이 연필 오래 간직할래요.
- 황은경 경기 시곡초 교사
- 2002-08-01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