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사분오열된 교단 정서
요즈음 교육현장은 황폐화되었다거나 교육위기 상황으로 표현하는 등 혼란스러움을 부정할 수 없다. 정부는 교원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여 교육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어느날 갑자기 준비되지 않은 채 교원 정년을 일시에 3년씩 단축시켰으며, 부적격 교사의 수업 제한 및 퇴출, 참교사 인증제, 촌지 신고 보상제, 성과급제, 계약제, 학생의 담임 선택제, 교사 평가제 등을 내세워 교원들의 자존심을 극도로 자극했다. 많은 교원들은 50년 전통의 교육전문직주의를 표방하며, 밀어 붙이기식 위로부터의 개혁을 거부하고, 정년 단축 반대, 前 교육부장관 퇴진 서명운동과 궐기대회에 참가하여 어색한 함성과 몸짓을 보여주었다. 일부 교사들은 합법 교사 노조 쟁취를 환호하며 승리감에 들뜬 채 근로의 신성함을 내세워 노동자를 자처하고 젊은 층의 심리적 충동을 기대하는 한편, 교장·교감 선출 보직제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의 본질과 내면에 눈이 어두운 학부모 일부는 경제 논리를 내세운 교육 개혁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 군사부 일체감으로 결속되어 공동 노력을 해도 선진국을 따라 잡기에 힘겨운 우리 현실인데 사분 오열되어 참담해진 교단 정서에 아연 실색하게 된다. 정부·교원·학부모·학생들!
- 허원기 인천송도초등학교장
- 1999-06-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