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오후의 망중한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한사랑'. 녀석은 재혼한 엄마가 안양에서 살고 있고 아빠는 목포에서 뱃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런 녀석이 늘 웃음을 잃지 않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는 게 늘 대견스러웠다. 부모님을 대신해서 알게 모르게 관심을 쏟다보니 녀석도 내게 집에서 있었던 일이나 자기의 생각을 모조리 조잘대곤 한다. 그리고 가끔은 내게 뭔가를 못 갖다줘서 안달을 한다. 물질적인 보상이라도 해주고 싶어서일까. "선생님, 저는 뭘 사드리고 싶은데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어쩌다 주시는 용돈이 천 원 정도라서 고민이에요." "괜찮아. 네가 씩씩하고 공부 잘 하며 지내는 게 선생님한테는 큰 선물이란다." 어린 그 마음에 가슴이 흐뭇하게 떨려왔다. 어느 날, 방과 후 빈 교실에 앉아 있을 때였다. 사랑이는 용돈이 생겼는지 가게에서 무엇을 사왔다며 호주머니에서 빼낸 고사리손을 살며시 펴보였다. 풍선 두 개와 손잡이가 달린 빨아먹는 사탕 두 개였다. 평상시 `군것질하지 마라' ` 용돈 아껴 써라'고 한 내 말이 생각났는지 약간은 망설이는 태도였다. "이걸 왜 선생님 앞에 가져 왔니?" "선생님하고 풍선불기 시합도 한번 해보고 싶고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