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수위실이 없다. 다른 누구보다 연약한 학생들이 누구나 맘대로 드나들 수 있는 환경 속에 방치돼 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한 정신병 환자가 초등교에 침입해 갑자기 휘두른 흉기에 찔려 여러 명이 죽는 끔찍한 일이 있어 났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시급히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고, 학교의 담을 허물고 모든 이에게 개방하는 `열린학교운동'이 맹렬히 비판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요즘 들어 우리 초등 교육현장도 예전 같지 않다. 얼마 전 연이어 보도된 바와 같이 초등 여학생이 어른 또는 청소년들에 의해 교내에서 추행에 성폭행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상당수 어린이들이 당하고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얘기다. 얼마 전 모 초등교 여 선생님께 들은 얘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언젠가 토요일 일직을 서던 그 여교사는 화장실에 갔다가 여자 화장실 옆 칸에서 나는 아이의 신음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부랴부랴 학교아저씨와 함께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한 남자 고등학생이 그 학교 2학년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 하려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간발의 차로 위험을 모면하긴 했지만 여자아이가 받은 충격은 씻을 수 없는 것이었다며
연말 대구시교육청 모 장학사가 벌인 `수업 중 청소 확인 장학'을 보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얼마전 모 TV뉴스를 보니 대구교육청 교육국장이라는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수업시간이라도 청소지도를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따지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상식을 뛰어 넘는 한심한 일이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고, 또한 우리 교육이 황폐화 된 원인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교육은 가장 보편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순리와 상식의 결정체다. 그런데 어떻게 쉬는 시간도 아닌 수업 중에 청소지도를 한답시고 온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단 말인가. 기본적인 예절이나 절차도 무시한 채 교실에 들어와 여기저기를 뒤지다 못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청소를 시키다니 정말 엽기적인 일이다. 그 날 그 교사는 장학사의 `망나니 짓' 때문에 수업은 고사하고 아이들 앞에서 권위가 무너지고 허탈한 나머지 수업도 못했을 것이다. 어느 교육학 서적에 수업 중에 장학사가 청소를 확인해야 하며, 그 행위를 장학이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릴 수 있단 말인가. 이번 대구교육청 장학사의
교육부가 교장자격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말 그대로 교장자격제를 폐지한다고 하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는 왜 하고 많은 사람 중에 교직자에서 학교장을 선임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 것이다. 교육의 교자도 모르는 정치인들도 교장을 하려들 것이고 군 출신도, 법조인도, 행정 공무원도, 심지어 경영의 귀재인 장사꾼들도 교장을 하려들 것이다. 이를 누가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안 그래도 교육을 모르는 전, 전전 교육부 장관 때문에 교육현장이 황폐화되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현재 검토되고 있다는 교장 자격 폐지제는 검토의 여지가 없다. 교직의 정서나 교직자들의 감정으로 볼 때 교직자 이외의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데 교장 자격을 폐지한다면 어떤 직종에 근무했던 사람도 교직으로 들어올 수 있고 아무도 그 사태를 막을 재간이 없어진다. 지금도 교육법에 명시돼 있는 것처럼 일반직 교육 공무원이 일정기간 교직에 근무하면 교장이 될 수 있다. 지난 95년 교육개혁 당시 교육 일반직 공무원의 학교장 영입이 거론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도 교사들의 반발로 인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그 법도 사문화된 상태다. 그
교육수장의 퇴진과 함께 열린교육이 쇠퇴하고 있다. 거기에는 열린교육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넘기기식' 연수로 무리하게 보급하려는 행정에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열린교육은 과거 주입식 교육과 비교할 때 참으로 훌륭한 교수-학습방법이다. 시간과 공간, 형식과 방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가능케 하는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과에서 빨래하기 학습을 한다고 하자. 이 학습을 위해 과거 수업형태에서는 월요일 6교시에 빨래감 분류하기 40분, 수요일 실과시간에 세탁하기 40분, 그 다음 주 월요일 실과시간에 말리는 학습 40분, 수요일 다림질하기 40분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습에 따라 30분이 소요되는 게 있고 90분은 해야 하는 게 있다. 그런데도 주어진 시간에 맞추느라 그 동안의 수업은 학습에 연속성을 갖지 못해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런 식의 수업은 시작은 있지만 수업과정과 끝맺음을 판단할 수 없어 사실상 한 개인이 어떤 과제를 완전히 해결했는지, 또 어디가 부족한지를 교사가 알 수 없다. 그래서 개별지도도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열린교육은 꼭 필요하다. 교사들은 요일별, 시간별 시간표를 짜지 말고 교과와 시간, 학습과제를 통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