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제자의 꿈
장마비가 연일 쏟아지던 어느 날, 늘 마음 속에 간직하던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요리를 배워가며 일하던 뷔페식당에서 경영악화로 인해 실직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달쯤 집에 있으면서 일자리를 찾아보았으나 결국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군 입대를 지원했다고 했다. 지금은 사회경험을 좀더 쌓으려 휴게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녀석은 성적이 상위권이었는데도 예상치 않던 진로를 택했던 제자였다. 졸업을 얼마 안 남긴 어느 날, "선생님께 긴히 상의드릴 것이 있다"며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전화를 해왔다. 당시 실업계고 졸업반 학생으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에서 실습을 하던 중이었는데 몇 차례 순회지도를 나갔을 때도 아주 성실하고 열심이라고 회사 담당직원이 몇 번이나 칭찬을 했던 터라 무엇 때문에 찾아오겠다는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곧잘 편지를 통해 안부를 물어오기도 했고 간간이 전화를 통해 밝은 음성으로 아주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던 녀석이었기에 궁금증이 자꾸 더해지는 것이었다. 몇 일이 지나 제자는 약속대로 집을 찾아와서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죄송하다며 졸업 후 진학하지 않고 요리를 배울 생각이
- 신준철 강원 춘천기계공고 교사
- 2003-08-21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