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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제자의 꿈


장마비가 연일 쏟아지던 어느 날, 늘 마음 속에 간직하던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요리를 배워가며 일하던 뷔페식당에서 경영악화로 인해 실직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달쯤 집에 있으면서 일자리를 찾아보았으나 결국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군 입대를 지원했다고 했다. 지금은 사회경험을 좀더 쌓으려 휴게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녀석은 성적이 상위권이었는데도 예상치 않던 진로를 택했던 제자였다. 졸업을 얼마 안 남긴 어느 날, "선생님께 긴히 상의드릴 것이 있다"며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전화를 해왔다.

당시 실업계고 졸업반 학생으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에서 실습을 하던 중이었는데 몇 차례 순회지도를 나갔을 때도 아주 성실하고 열심이라고 회사 담당직원이 몇 번이나 칭찬을 했던 터라 무엇 때문에 찾아오겠다는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곧잘 편지를 통해 안부를 물어오기도 했고 간간이 전화를 통해 밝은 음성으로 아주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던 녀석이었기에 궁금증이 자꾸 더해지는 것이었다.

몇 일이 지나 제자는 약속대로 집을 찾아와서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죄송하다며 졸업 후 진학하지 않고 요리를 배울 생각이라고 말문을 열어 잠시 나를 놀라게 했다. 너무 의외의 생각이었고 내신성적도 우수했기에 나는 좀더 시간을 갖고 신중을 기해 진로를 생각해보자고 했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가졌었냐는 물음에 고교 진학후 자취를 하면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것이 지겹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기 시작했으며 그때 개발한 자신만의 독특한 요리도 몇 가지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졸업 후 뷔페에서 요리를 배우겠다는 제자의 요청을 허락하면서 요리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의 지식을 골고루 갖추고 고객에게 맛과 즐거움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훌륭한 요리사가 되어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군생활을 마치면 제자가 잠시 접어두었던 자신의 꿈을 꼭 성취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간단없이 쏟아지는 장맛비처럼 건강한 녀석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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