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교원문학상> 소설 가작
나는 스피드를 즐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바람 사이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겨울 저녁 팽팽하게 죄어진 공기 속으로 들어가면 뺨에 찬 기운이 닿으며 상쾌한 바람이 나를 죄여 온다. 그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 겨울 저녁이면 밖으로 나간다. 엄마는 내가 저녁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나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다행히 오늘 엄마는 회식이다. 엄마는 아무리 빨라도 열시 후에나 집으로 올 것이다. 나는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엄마가 집으로 전화를 걸면 통화중이 될 것이다. 엄마는 내가 밤거리를 달리는 것보단 친구들과 통화하는 것을 더 낫게 생각한다. 나는 시시한 수다를 떨 만한 친구가 없다. 베란다로 나가 엄마가 숨겨놓은 인라인을 찾아 신는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휙 다가가는 내 콧속으로 반찬 냄새가 훅 끼친다. 감자와 양파와 간장을 섞어 볶는 냄새. 조금 출출하긴 하다. 나는 새우 버거를 떠올리며 출출한 것을 참는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소화전 안에 운동화를 넣는다. 아파트를 나가 두 블록을 가면 내가 자주 가는 햄버거 가게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밖으로 나가니 어두운 곳에서 웅크려 있던 바람이
- 박명화 원주 상지여고 교사
- 2004-01-14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