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기> 혜진이!!
나는 교사 9년차다. 아침마다 나는 강을 건넌다. 발령 받고 지금까지 8년동안 통영에서 진주까지 하루 네 시간을 통근해 온 내게 강은 하나의 숙명이다. 실지로 내가 강을 보는 시간이란 진주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도동교까지의 5분 남짓한 거리지만 나는 통영에 닿을 때까지 강에 가슴을 담그고 흥건해진다. 봄철 까슬한 며칠을 제외하고 강은 안개를 뿜어낸다. 안개는 말하자면 강의 냄새나는 유혹이다. 나는 안개의 비릿한 내를 맡으면 비로소 강을 느낀다. 그 래서 강에 몸을 담그는 네 시간의 통근은 안개의 품처럼 몽롱한 편안함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하루 네 시간의 통근이 내겐 완벽한 자유였다. 더러운 시내버스 칸에 코를 박고도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시부모님 봉양에, 간단없이 찾아드는 시댁 손님들 치레에 지친 나는 시외버스 칸에서 나비처럼 자유로웠다. 첫딸을 임신하고서도 나는 시외버스 안에서는 단풍잎 한 잎처럼 가벼웠다. 그러나 둘째 딸을 낳고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나는 시외버스 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제 진주에서 통영까지의 네 시간 통근거리는 소롯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였다. 삶이란 얼마나 엄정한 것인가. 그건 만만하지도 간단하지도 않은 숨겨진 법
- 김인숙 경남 통영 충무고 교사
- 1999-05-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