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를 하나 풀어보자. 1. 길쭉하고 날렵한 검은색이다. 2. 1초에 한 번씩 깜빡인다. 3. 보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정답은 바로 ‘텍스트 커서’다. [ | ] 모양으로 생긴 바로 그 친구다. 녀석의 서식지는 광범위하다.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환경을 가리지 않고 살아간다. 그곳에서 우리를 노려보며 말한다. “빨리 뭐라도 좀 써봐요.” “뭘 어떻게 써야 할까요?” 블로그 컨설팅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대부분 첫 글, 첫 문장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막막해한다. 그 전에 주제를 고르기 힘들어하는 분도 많다. 이 상태에서 ‘텍스트 커서’를 만난다면? 숨이 막힌다. 호흡이 가빠진다.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에서 빨간 불이 들어온다. 분당 심박수가 100을 넘겼단다. 상대는 검은 막대일 뿐이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깜빡이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녀석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도대체 이 괴물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까? “댓글은 쉽게 쓰시죠?” 해결책은 이것이다. 댓글 쓰듯 글을 쓰자. 다들 살면서 댓글 한 번쯤 써봤을 것이다. 그때 고민하고 쓰는가? 아니다. 일단 쓰면 된다. 맞춤법도, 기승전결도, 퇴고도 필요 없다. 심지어 댓글
필자는 기록에 미쳤다. 오죽하면 모친상도 1일 차부터 삼우제까지 블로그에 다 기록했다. 지금도 검색창에 ‘장례 2일 차’라고 치면 필자의 글을 볼 수 있다. 물론 알뜰살뜰 구구샘이라는 별명에 맞게 장례 시 드는 비용을 주로 다뤘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지인이 모친상을 치렀다. 그가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모친상에, 뭐 지원받을 수 있어요?” “일단 경남 교총에선 장례 물품을 보내 줘. 그리고 이용하는 장례식장이 교직원공제회와 제휴된 시설일 수도 있으니 확인해 봐. 그리고 화환을 보내주는 교원단체도 있으니 문의해 보고.” 그도 필자처럼 초등교사였다. 그에게 내가 알고 있는 복지 부조 제도를 싹 다 알려줬다. 그런데 하루 뒤, 그가 나에게 되물었다. “혹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조위금이라는 걸 준다던데, 들어본 적 있으세요?” 공무연연금공단 조위금 받기 그가 알아본 바로는, 공무원의 가족이 사망했을 경우 약 350만 원 정도의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35만 원이 아니라 350만 원이라고? 필자는 땅속에 계신 어머니께서 무덤을 뚫고 나오는 속도로 연금 공단에 문의했다. 그랬더니 정말로 ‘공무원 사망 조위금’이라는 제도가
엄마 말은 안 들어도, 블로거 말은 따르는 사람이 있다. -여행 블로거가 여기 좋댔어, 가봐야지! -맛집 블로거가 이 집 추천했어, 먹어봐야지! -영화 블로거가 이 작품 재밌댔어, 보러 가야지!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글쓴이가 읽는이의 마음을 훔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협박이다. 총과 칼로 위협하면 타인을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2025년의 블로거가 쓸 방법은 아니다. 또다른 방법은 설득이다. 이때 흉기는 필요치 않다. 그저 흰 바탕에 검은 글자만 있으면 된다. 사진이나 영상까지 넣어주면 금상첨화다. 우린 이걸 거창한 말로 ‘논설문’이라고 부른다. “5월 종합소득세 셀프로 신고해 보세요. 세금 돌려받을 수도 있어요!” 많은 교사는 근로소득세율 15% 구간에 속한다. 그런데 기타소득 원천징수 세율은 20%다. 만약 우리가 교육청 일을 한다면? 미리 세금을 떼고 돈을 받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 해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세금을 환급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매년 5월에 종합소득세를 셀프로 신고한다. 이렇게 달콤한 소식을 필자만 알긴 아까웠다.
우리는 평생 겸손하라고 배웠다. 돈 자랑, 자식 자랑, 배우자 자랑은 죄악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블로그는 다르다. 포스팅을 쓸 땐 무조건 자랑해야 한다. 안 그러면 사람들이 내 글을 안 읽어준다. 물론 대놓고 자랑하라는 건 아니다. “나 잘났으니, 내 글 보세요!”라고 하면 정떨어진다. 밥맛 없는 글엔 바로 ‘뒤로가기 버튼’의 철퇴가 내려질 것이다. 그러니 자랑은 은은하게 해야 한다. 딱 내 글에 권위를 실을 수 있을 정도만 말이다. 글에 권위를 싣는다는 게 무슨 뜻일까? 예시로 함께 알아보자. 1. 수능 등급 올리는 법을 네이버에서 검색했다. 2. 아무 글이나 눌렀더니, 내용이 좋다. 3. 그런데 마음속에서 의구심이 살짝 생겼다. ‘이 사람, 수능 전문가 맞아?’ 4. 글 중간에 사진이 하나 보인다. 글쓴이의 책상이다. 그런데 한쪽 귀퉁이에 수능 성적표가 있다. 확대해서 보니 세상에, 작년 수능 만점 받은 성적표가 아닌가?! 5. 블로그 주인의 이름을 확인했다. 검색해 보니 작년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수능 만점자인 블로그 주인의 인터뷰였다. 그 뒤로 글이 다시 보였다. 이게 권위의 힘이다. 만약 글쓴이
사전에서 ‘발칙하다’를 찾아봤다.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 최근에 발칙한 녀석을 본 적 있는가? 만약 있다면 당신은 글쟁이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글은 처음에는 발칙하기 때문이다. 초고는 철이 없다. 천지 분간도 못하고 이리저리 날뛴다. 고삐 풀린 망아지보다 더 사납다. 녀석을 달랠 방법은 딱 하나다. 바로 ‘퇴고’다. 이번엔 퇴고의 뜻을 찾아보자. -글을 지을 때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고 다듬음. 당나라의 시인, 가도와 한유는 몰라도 된다. 밀 퇴(推)와 두드릴 고(敲)의 대결도 알 필요 없다. 그저 ‘다시 쓰기’가 중요하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그게 전통적 글쓰기든, 블로그 글쓰기든 간에 말이다. 이건 글쟁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영화 쇼생크 탈출, 1408, 미스트의 원작자로도 유명하다. 킹은 글쓰기 책도 출간했다. 제목은 《유혹하는 글쓰기》다. 저자는 책에서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초고의 10%는 무조건 덜어내라”라고 조언했다. 2023년, 필자는 《선생님 블로그 해요?》를 출간했다. 그 책은 필자가 속한 교육청에서 내줬다. 덕분에 글쓰기 고수에게 첨삭을
“선생님, 다 썼어요!” 그가 내게로 다가왔다. 함박웃음을 띤 채로. 발걸음은 경쾌했다. 어깨는 당당했다. 마침내 그가 교탁 옆에 도착한 순간, 나는 보고야 말았다. ‘여백의 미’로 가득 찬 활동지를 말이다. “아까 분명히 말했죠? 글쓰기 할 때 최대한 빽빽하게 쓰라고요. 열 줄 꽉 채우라고 했잖아요. 조금 더 채워 오세요.” 내 말에 학생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미간이 좁아지다 못해 두 눈썹이 만나려는 순간, 굳게 닫혀 있던 그의 입이 열렸다. 설마, 담임인 내게 반기를 들겠다는 건가? “선생님이 그때 엔터키 많이 치라고 하셨잖아요!” 맞다. 내가 분명히 그렇게 가르쳤다. 심지어 엔터키는 사랑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다니!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이걸 이해하기 위해선 ‘문단 나누기’ 기술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 글쓰기: 엔터키 적당히 -SNS 글쓰기: 엔터키 많이 필자는 5년째 반 학생들에게 블로그를 가르치고 있다. 매년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엔터키를 아낌없이 누르라는 것이다. 글이 조금만 길어질 것 같으면? 거침없이 문단을 나눠야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