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오솔길> 기억력은 창의력의 밑거름
"암기라는 정신활동은 그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방법에 의한 암기'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 창의력이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예전부터 그러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여러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강조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작년의 월드컵을 대비하면서 히딩크 감독이 '창의적인 축구'를 부르짖은 것은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그리하여 전통적으로 이를 중요시해왔던 학습 분야는 물론, 스포츠와 예술, 그리고 기업 등에서의 능력 평가 기준 가운데서도 높은 우선 순위에 올랐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지속되다 보니 은연중에 우리의 마음속에는 "기억력은 창의력보다 낮은 차원의 정신활동"이라는 생각이 스며들고 있다. 기계적인 암기와 암기 위주의 학습은 창의력의 발달을 가로막는 큰 장애로 여기기도 한다. 분명 이런 생각에는 나름대로의 일리가 있다. 하지만 기억력도 창의력 못지 않은 중요한 능력임을 새롭게 깨달아야 한다. 머레이 겔만은 쿼크(quark)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을 뿐 아니라, '쿼크'란 명칭도 손수 만들어낸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의 쿼크 이론은 20세기 후반의 물리학에서 가장 혁신적이고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
- 고중숙 순천대 교수
- 2003-05-15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