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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추도의 글> 교권의 가치와 교단의 보람, 부활을 다짐합니다

 

선생님! 지난해 교육대학을 졸업하며, 선생님의 가슴은 새 소망의 꿈과 보람을 향하여 참으로 청신(淸新)했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롯한 책임감과 사랑으로 교단에 선 지 불과 한 해 남짓인데, 선생님이 고통스러운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소식을 아프게 듣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착잡한 마음 첩첩합니다.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의 순정한 영혼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명복을 비는 이 순간에도 이렇듯 아리게 감지되어 오는 선생님의 아픔을 헤아려 봅니다. 어찌 그런 극단을 택했단 말입니까. 오죽 고통스러웠으면 그런 길을 가려 했습니까.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했으면, 그렇게 자신을 차단해 버리려 했습니까. 교단에 대한 자기 책무를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물으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을 선생님! 슬픔과 아픔과 안타까움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자리입니다.

 

선생님을 그렇게 몰고 간 병든 우리 사회의 생태에 대한 각성이 밀려듭니다. 그것은 바로 선생님의 영전에 선 우리에게 밀려와 쌓이는 부끄러움과 분노와 회한의 마음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우리 교실 현장 선생님들이 서 있는 자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절박하게 느끼며 마음이 어둡습니다.

 

배타적 이기심과 욕망으로 내 소유 감싸기에만 빠져 너무도 쉽게 선생님들을 망가뜨리는 이 시대와 사람들에게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선생님들의 선한 영혼을 폭력적으로 파괴하여 무력한 약자로 내모는 이 사회에 분노를 느낍니다. 선생님을 지켜드리지 못한 회한은 부끄러움과 분노를 넘어섭니다. 교단이 무너지고 선생님들의 불행한 고초가 이어지는데도 잘못된 제도와 문화를 고치지 못하여 반복되는 회한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겠습니까. 우리 모두의 어리석음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선생님, 저 또한 이 부끄러움의 주인입니다. 저 또한 이 분노와 회한에 대한 책임에서 멀리 있지 못함을 각성합니다.

 

선생님, 생각하면 저에게도 젊은 날 교단에서 기쁨과 보람을 구가하던 날이 있었습니다. 전 생애를 통해서 저의 영혼과 저의 영성이 가장 순정하게 고양되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기운과 정신으로 저 자신을 끌어올리고 학생들에게 더 열정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때를 기억합니다. 선생님의 교권과 자부심이 그나마 살아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교단의 기쁨과 보람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떠난 선생님을 아프게 추모합니다. 선생님 영전에서 교권의 가치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을 다짐합니다. 교단의 보람을 부활해야 함을 다짐합니다.

 

물질 가치와 이기적 욕망이 만연하는 세태입니다. 탐욕적 이기주의가 내 아이를 키우는 장면에서는 더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병든 사회 맞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을 개인감정 배설의 대상으로 일삼는 천박한 속기(俗氣)를 이제는 우리의 시대가 거부해야 합니다. 공교육의 교사는 재화로 치면 공공재입니다. 교사에 대한 폭력은 공항이나 항만을 파괴하는 것과 같습니다.

 

학년 초에 폭력을 경험한 선생님은 그 한 해 내내 가르치는 의욕을 복원할 수가 없습니다. 그 피해는 그해 내내 그 교실에서 공부하는 다른 모든 학생의 몫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 공교육의 교사는 철저히 공공재입니다. 교권과 교단이 훼손될 수 없는 절대적 이유를 선생님 영전에서 다시금 깨닫습니다.

 

선생님! 고통 번민 다 놓으시고, 안식에 드시기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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