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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본 진짜 미국 경제

워런 버핏 주주총회에서 얻은 깨달음
교직에 있던 시절 해보고 싶었지만, 해볼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미국 오마하로 가서 워런 버핏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보는 것이었다. 5월 첫째 주 토요일에 주주총회가 있고, 전날은 버크셔해서웨이의 계열사들이 부스를 여는 쇼핑데이가 열린다.

 

이날 연매출 20%를 기록하는 회사들이 있을 정도로 4만 명 넘는 관광객의 큰 손들이 기념품과 계열사 제품들을 사들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즈캔디·버핏 캐릭터가 새겨진 기념품·의류가 인기가 많고, 캠핑카·모듈하우스·타일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면 전날 쇼핑센터에서 잔고증명서 또는 증권어플을 보여주며 해당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1주당 4장까지 입장권을 준다. 다음날 주주총회에 제대로 된 자리를 앉으려면 5시부터 줄을 서야 한다. 입장은 아침 7시부터 가능하다.  


 

이날은 미국에 있는 금융인들은 다 모였다 할 정도로 뉴욕에서 보던 월가 사람들을 미국 중부 시골 오마하에서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인들은 패키지 투어로 올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버핏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발언권도 가지고 있었다. 버핏투어를 기획한 중국 펀드 회장과 버핏 자택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의외로 중국에 가치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동거리 부담만 없다면 한국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마치 월드컵 경기장에 몰려든 관람객에 맞먹는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며 전율이 느껴졌다. 미래에는 한국에서 이런 투자자가 나오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미국인은 왜 날씬할까?
미국 방문 당시 최대 이슈는 ‘140만 원짜리 살 빼주는 약’ 이야기였다. 원래는 당뇨 치료제로 나온 약인데, 살 빼는데 효과적이라는 소문 때문에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오마하·워싱턴·뉴욕·샌프란시스코·애틀랜타를 갔을 때, 애틀랜타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에서 뚱뚱한 미국인을 보지 못했다.

 

햄버거·콜라·피자를 달고 사는 미국인이 날씬하다니 의외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미국의 부자동네만 방문했었고, 부자들만 만나고 왔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이든 밤이든, 공원이든 시내든 조깅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고, 샐러드와 채소음식 가게는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식단·운동·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체형관리를 위해서는 돈이 아끼지 않았다.  


140만 원짜리 살 빼는 약까지 도입되면 이제 빈부격차가 체형에서부터 드러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명품을 걸치고, 비싼 음식을 먹는 시대에서 자기 건강과 체형을 관리하는 것이 부를 뽐내는 시대가 되면 부자들은 어디에 돈을 쓸까? 투자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전기차를 외치지만 전기차가 없는 미국 
테슬라로 인해 미국이 전기차가 제일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에서 전기차를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전기차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고, 유럽·미국 모두 그 수준에 비하면 전기차 보급률도 인프라도 부족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테슬라가 정말 흔하게 다녔다. 하지만 미국의 중부·동부 도시에서는 각각의 이유로 전기차를 볼 수가 없었다. 


중부는 땅이 넓고 도시 간 거리가 멀다. 또한 기름이 저렴하다. 인건비가 비싸고, 스스로 집을 수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SUV나 픽업트럭이 유행한다. 전기차는 가격도 비싸고, 주행거리도 짧아 매력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전기차 충전소도 보기 어렵다.


반면 동부는 오래된 도시들로 길이 좁고, 주차할 공간도 부족하다. 전기차 충전할 곳을 찾기가 어렵다. 소득이 높고 기름값도 높아 전기차를 구입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인프라 문제로 전기차가 들어오기 어렵다. 미국은 넓은 땅이고, 소득·물가·인구밀도가 제각각이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미국을 하나로 보고 평가한다. 미국은 이래서 전기차가 없다는 논리가 적용될 수 없다.


실리콘밸리의 천재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세계의 천재들이 몰린다. 애플·구글·페이스북·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다. 엔지니어로 불리는 이 천재들은 엄청난 몸값을 받으며 직장을 자유롭게 옮겨 다닌다. 이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고 회사를 세우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탄생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알아주는 천재들인데 이 실리콘밸리에 이런 인재들이 득실거렸다. 미국이 강한 이유는 전 세계의 천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떻게 보면 훌륭한 인재들을 미국으로 빼앗기고 있다. 인재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전 세계 인재들이 다니고 싶은 기업이 한국에 굳건히 있어야 하고, 한국 인재만 뽑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올 수 있도록 이민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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