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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역지사지(易地思之)도 연습이 필요해!

일찍이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이기적임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그런 인간들이 모인 사회는 얼마나 더 이기적일까? 이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바와 같다. 인간은 권력, 명예, 그리고 부를 추구하며 종국적으로 이것들이 가져다준다고 믿는 행복을 구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부모와 학교는 그런 것이 많을수록 편안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술 지팡이라고 가르친다. 출세와 성공 지향적인 우리 사회는 특히 이러한 이기적인 성향이 매우 심하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도록 몰입하는 학교 공동체는 과연 교육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 볼 때 학교는 완전한 ‘야만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있다. 이는 유럽에서 모든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혁신한 6.8 혁명 당시 독일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도르노가 교육을 통한 경쟁을 지적하며 “경쟁은 야만과 동격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경쟁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는 ‘국시(國是)’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초중고 교육은 가장 공정한 경쟁이라 착각하는 시험 제도, 즉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대비에 따라 한 줄 세우기에 익숙하다. 이를 연습하기 위한 치열한 과정만이 존재할 뿐이다.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의 교육열은 2022년 사교육비로 26조 원이나 사용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 본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학교에서의 많은 시간을 오직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간으로 인식한다. 모든 교육활동은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미리 획득함으로써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이라 불리는 곳에 진학하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 정기고사(중간고사, 기말고사) 1달 전, 아니 그 이전부터는 어떠한 교육활동에도 참여를 삼가고 꺼려한다. 오직 지필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획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내신 성적을 확보하고자 한다. 여기서 밀리면 ‘이번 생은 망했다(이생망)’고 울부짖으며 재수, 삼수, 사수, 혹은 편입이란 끝없이 반복되는 길을 선택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중학교는 소위 대도시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하는 중산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적 특성을 비교적 잘 보여준다. 중학교 입학 시부터 학부모들은 ‘영재고’ ‘과학고’ ‘자사고’ ‘외국어고’ ‘예술고’ 등의 진학을 꿈꾼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교육(학원 교육)에 참여한다. 상당수의 학부모는 중학교 입학과 더불어 처음부터 특정고의 진학을 선언한다. 그리고 제3자가 보기에도 감탄하고 눈물겹도록 뒷바라지를 한다. 이에 학생들의 호응도 무조건적이다. 그러니 학부모에게는 “이는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고 말할 정도로 궁합이 맞아 보인다.

 

문제는 그들이 청소년 시절을 얼마나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해 나가고 배움이 즐거운 삶을 사는지는 의혹이다. 처음에 영재고를 진학의 1순위로 하고 2순위로 과학고, 3순위로 자사고로 하나씩 밀려 나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런 생각이 앞선다. 그들이 실패를 통해 더욱 굳어지는 삶인지 아니면 마음에 상처만 가득한 아픔의 삶인지는 역지사지하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부모는 과연 자녀의 이런 마음을 알고는 있는지 그리고 상호 간의 이해와 공감이 존재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지치고 실망한 표정이 일찍부터 그들을 압도하고 있음에 우려할 뿐이다. 부모는 이제 자녀의 마음을 공부해야 한다. 즉 역지사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녀가 살아야 할 삶의 주체는 그들이지 결코 부모가 아니다. 나중에 자녀가 잘되고 성공하면 결국 부모를 고마워할 것이란 생각도 기약 없는 약속이고 허망한 것이다. 청소년들에겐 학부모가 아닌 부모의 마음이 필요하다. 지치고 힘든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 응원은 그들의 삶을 역지사지하는 자세만이 요구될 뿐이다. 이는 의지와 끈기로 부단한 연습이 필요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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