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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가족 같은 실내식물

 

언제부턴가 실내식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야생화만 우리 꽃 같고 원예식물, 특히 실내식물은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실내식물도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오히려 다른 꽃보다도 사람 가까이서 살아가는 생명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식물의 공기정화 기능도 주목받고, 최근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기능하는 식물의 용도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닌지 실내식물을 친구·가족 삼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고무나무 삼형제, 인도고무나무·벵갈고무나무·떡갈잎고무나무
문학작품에서도 실내식물이 소품을 넘어 문학적인 품격을 더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에서 여성 킬러 아오마메는 임무 수행을 앞두고 지원 요원에게 집에 둔 고무나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남긴다.

 

지원 요원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홀가분한 게 최고야. 가족으로는 고무나무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지”라고 말한다. 아오마메는 이후에도 여러 번 ‘집에 두고 온 고무나무’가 마음에 걸린다. ‘그 고무나무가 그녀에게는 생명 있는 것과 생활을 함께한 첫 경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무나무 중에서 주변에 흔한 것은 인도고무나무·벵갈고무나무·떡갈잎고무나무 등 삼형제이다. 이 중 가장 흔한 것은 인도가 원산지인 인도고무나무다.

 

수형이 깔끔해 사무실과 거실 등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식물이다. 잎은 두꺼운 가죽질에다 광택이 있고, 끝이 뾰족한 독특한 모양이다. 새집이나 사무실에 입주했을 때 집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주는 나무다. 나무이름에서 보듯, 원래 고무를 채취하는 나무였으나 현재는 다른 나무에서 고무를 얻는다고 한다.


떡갈잎고무나무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잎이 꼭 떡갈나무 잎처럼 생겼다. 그냥 떡갈고무나무라고도 한다. 잎이 두껍고 둘레가 우글쭈글한 물결모양이다. 역시 사무실 등 실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열대지방인 서아프리카가 고향이다.

 

벵갈고무나무는 인도고무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잎맥이 뚜렷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 동부가 원산지다.

 

레옹의 분신, 아글라오네마 화분
행운목에 꽃이 피면 그곳에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박완서 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는 행운목꽃이 죽은 자식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집 행운목이 올해 꽃을 피웠잖아요. 꽃 모양이나 빛깔이 볼품 없어서 핀 줄도 몰랐어요. 어느 날 집에 들어서니까 온 집 안이 향기로 가득 차 있더군요. 현기증이 날 정도였어요. …(중략)… 물건은 분명히 하난데 두 가지 방법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문제에 며칠 동안 몰입할 수 있었죠. 알아요. 꽃이 지면 향기도 없어진다는 거. 근데 그 소릴 왜 그렇게 야멸차게 하시죠?

 

행운목은 용설란과 드라세나속 식물이다. 열대 원산의 나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여간해선 꽃이 피지 않는다. 그래서 조건이 잘 맞아 행운목에 꽃이 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생겼다. 긴 꽃대가 올라오면서 노란색이 섞인 하얀색 꽃망울이 맺힌 다음 꽃잎이 하나둘 펴지기 시작한다.

 

행운목꽃은 소설에 나오는 대로 진한 향기를 내뿜어서 문을 닫고 있으면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다. 통나무 형태로 수입해 톱으로 잘라 식재하면 잎이 날 만큼 생장력이 왕성하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레옹>에서 실내식물 아글라오네마(Aglaonema)는 레옹의 분신이다. 레옹은 아글라오네마를 화분에 담아 정성껏 가꾸고 거처를 옮길 때마다 가지고 다닌다. 아글라오네마를 ‘제일 친한 친구’라고도 말한다.

 

레옹이 죽자 소녀 마틸다는 아글라오네마를 교정에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한다. 아글라오네마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누아르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글라오네마는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인 천남성과 식물이다. 열대우림의 키 큰 나무 아래에 자생하는 식물로 그늘에 잘 적응해 실내에서도 잘 자란다. 아글라오네마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제거능력이 뛰어나 미 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공기정화식물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실내식물, 장식용에서 삶의 동반자로 
아오마메의 고무나무, 박완서 소설의 행운목, 레옹의 아글라오네마쯤이면 가족 같은 존재, 즉 ‘반려(伴侶)식물’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반려식물이란 용어는 실내에서 가꾸는 식물을 장식용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생긴 말이다.


요즘은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종류도 다양해졌다. 그중 주변에 흔하고 키우기도 쉬운 식물을 꼽으라면 인도고무나무·행운목·홍콩야자·인삼벤저민·관음죽(이상 다섯 개는 나무), 스킨답서스·테이블야자·산세베리아·스파티필룸·아글라오네마(이상 다섯 개는 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중국 남부와 대만이 원산지인 홍콩야자는 우산처럼 생긴 잎이 인상적이다. 인삼벤저민은 대만고무나무 밑동을 분재처럼 둥글게 재배한 식물로, 그 모양이 인삼처럼 생겨 그런 이름이 붙었다. 굵은 줄기가 위로 자란 형태를 ‘가지마루’라고 구별해 부르기도 하지만 같은 나무다. 관음죽은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데, 일본 관음산에서 자라는 대나무 같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덩굴성 상록식물인 스킨답서스는 관리가 쉽고 잘 자라 ‘국민 식물’이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서울시 신청사에는 스킨답서스 등 식물을 걸쳐서 조성한 거대한 ‘수직정원(green wall)’이 있다. 테이블야자는 멕시코·과테말라 원산으로 책상이나 식탁에 올려놓고 키우기 좋은 크기의 소형 야자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산세베리아는 음이온 배출기능이 뛰어나 한때 ‘천연 공기정화기’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고, 스파티필룸은 그늘진 곳에 놓아도 흰색으로 길게 뻗은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야생화는 물론 원예종 꽃도 지고 없는 겨울에는 실내식물을 하나 들여 친구·동반자 삼아 보면 어떨까. 실내식물을 키우려면 원산지 특징을 파악해 비슷한 생육(生育)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실내식물에 대해 알아보면서 들은 권지연 위드플랜츠 대표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식물을 키우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적어도 하루 몇 번씩은 식물을 들여다볼 정도의 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강추위에 우리 집 베란다에서 얼어 죽은 식물들을 보니 가슴이 뜨끔하다. 추울 때 하루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았으면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을 알고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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