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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교원 구조조정 신호탄… 철회를”

<교총, 교원평가제 시안 긴급 자문회의>

성과급·연봉제·퇴출용 도구될 것
학생, 학부모 입맛따라 수업 왜곡
교직사회 분란, 교권추락 불보듯
법정정원 확보, 수석교사 도입을

정부 의뢰로 교육 3학회가 내 논 교원평가 시안은 수업 전문성보다는 교단 갈등을 높이고 향후 교원 구조조정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평가는 교사의 수업을 보여주기식, 입시위주로 왜곡시킬 것이란 주장이 쏟아졌다.

8일 한국교총 소회의실에서 열린 교원평가시안 자문회의에 참석한 교장, 교사,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번 평가시안에 대해 “교권과 사기를 추락시키는 시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원희 교총 수석부회장은 “교육청에 평가위를 두고 교장과 교감을 평가하고 단위학교에 역시 평가위를 두고 학부모, 학생까지 참여해 교원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교원 전문성 제고보다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요, 사교육 등의 책임을 교사에게 돌리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민표 서울동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전문성 신장을 말하지만 속내는 정책에 반하는 교원을 솎아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평교사들은 강력한 반발로 제도 시행이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교장 평가 강화로 귀착될 게 뻔하다”며 “단위학교 책임경영이 충분히 착근된 후 교장을 평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모든 제도가 교장 힘빼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는 유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영택 서울 남성중 교사는 “엊그제 MBC 뉴스에서 긴 시간을 할애해 촌지보도가 나왔다. 그걸 보며 ‘아! 또 시작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모든 교원이 평가받아 마땅하다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에 착잡한 심정이었다”며 “과연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몇가지 항목에 대한 외부 기관의 평가나 학생, 학부모의 인상적 평가로 가늠할 만한 깊이인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가장 신참교사를 앉히는 교과부장에게 평가권을 주는 등 현장을 너무 모르는 내용 등도 문제지만 시안이 부적격 교사 퇴출에 초점을 맞추고 궁극적으로 근평을 대신해 성과급, 연봉제를 도입할 새로운 평가제도로 정착될까 두렵다”고 경고했다.

이상진 서울 대영고 교장도 “현행 학교평가가 교장 평가라는 점에서 필요하다면 그걸 좀 더 구체적으로 체크리스트하고 세련되게 계량화할 일”이라며 “별도로 외부에 평가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학생이 평가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참석자들은 “수업이 왜곡된다”며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동우 대구 청구고 교사는 “인문계고 학생, 학부모가 바라는 수업은 좋은 대학 많이 보내는 수업”이라며 “결국 교사들의 수업은 입시에만 맞춰지고 중등교육은 왜곡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원희 부회장은 “제시된 평가항목에 맞춰 교사들은 보여주기식 수업에 몰두할 것이다. 수업지도안을 칼라프린트해서 나눠주는 일 등은 중요한 요소지만 아이들을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능력은 평가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민표 과장도 “초등생뿐만 아니라 중학생들이 어떻게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평가할 것이며 더욱이 1년에 얼굴 한번 볼까 말까한 교사의 수업을 학부모가 어떻게 평가하겠느냐”며 “‘내가 왜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나’하는 교원들의 불만이 싹트면 교육공동체의 참여가 오히려 교단 갈등과 불신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우리 교단 여건상 평가시안은 교사간 불신을 초래하고 교직단체간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높았다.

두영택 교사는 “1년간 관찰 내용을 반영하라는 것은 마치 감시하라는 뜻으로 보여진다”며 “이를테면 체육교사가 일찍 나가나 동료들이 수시로 체크하게 될 판”이라고 씁쓸해 했다. 이어 “또 학운위가 교원평가위가 되면 운영위원 되려고 얼마나 피 튀길지 눈에 선하고 지금도 교직단체가 대립한 상황에서 교원평가가 단체성향으로 흘러 마치 교장선출보직제처럼 변질될 경우도 두렵다”며 “내외부 평가위를 두거나 학운위를 평가 심의기구로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상진 교장도 “특정 단체는 이미 관리자를 ‘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순수한 의미로 평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사의 수업 전문성은 한 장의 계량화된 평가지보다 정부의 기본적인 의무 이행에서 비롯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인색한 투자와 무계획적인 정책이 초래한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교사의 무능으로 돌리지 말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원희 부회장은 “실험실과 특별실을 일반교실로 만들고 법정정원에 훨씬 못 미치는 교사, 콩나물 교실, 100미터도 안 나오는 학교 등등 정부는 도대체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나 했냐”며 “수업 전문성을 위해 교원들이 주장하는 수석교사제나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연수 확대, 교사 증원 등 최소한의 투자는 못하면서 마치 평가지 하나면 우수 교사가 쏟아질 것처럼 학부모를 현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민표 과장은 “선진국을 보더라도 평가에 앞서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여건을 갖춘 후 평가하는 게 룰”이라며 “수업 전문성을 위한 거라면 계량화된 평가보다는 수석교사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진 교장도 “시안에 따른 평가가 수업 전문성을 높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보다는 수석교사제를 도입하거나 교사들이 대학에서 수시로 수업기술을 배우는 시스템을 갖추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원평가가 우수 교사를 격려하기에 앞서 부적격 교사를 가려내 퇴출시키고 도태시키는 용도를 활용될 것이라는 데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동우 교사는 “평가결과가 좋지 않은 교사에 대해 부정적인 대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러기에 앞서 우선 잘하는 교사를 격려하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차후에 부정적 제도시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승란 인천 용일초 교사도 “교원평가는 격려와 자성의 소스로 활용돼야지 인사나 성과급 지급 등을 위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문위원들은 시안을 토대로 내년부터 시범실시하려는 교원평가 계획을 철회하고 이제부터라도 교직단체와 정부 등이 자기평가나 동료평가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와 연구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최은아 교감은 “합의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당장 내년부터 시범실시하려는 발상은 철회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시안에서 유일하게 받아들일 만한 부분은 자기, 동료평가 부분”이라며 “이것만 해도 중장기적인 연구와 여론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호 교사는 “학년 초 동 교과 교사끼리 수업시간표를 공유하고 서로 빈 시간에 동료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한 다음 교과협의회에서 논의하는 방식의 동료장학은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문위원들은 동료평가 역시 단체 성향에 휘둘릴 수 있고 업무 부담이나 객관성 확보에 어려움이 많으므로 실제로 인사나 처우에 반영할 수는 없다는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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