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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좋은 부모 되기, 그 교육적 접근에 관하여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인생 최고의 공부는 무엇일까? 각자의 사정과 경험에 따라서 그 대답은 다양하게 제시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질문은 각자지만 이는 같은 맥락의 질문이라 할 수도 있다. 사람들 가운데는 ‘자녀 교육’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자식을 잘 키웠다는 것에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보람이 크고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유명한 광고 카피는 우리에게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을 보라 하고,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고 묻는다. 우리는 이 말에 평소 잊고 살아가기 쉬운 부모의 역할을 생각하며 잠시 멈칫하기도 하며 섬뜩할 수 있다. 자녀에게 꿈꿀 시간조차 주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유는 단지 하나, 부모가 자녀의 성적이나 평가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좋은 부모 되기’를 학습하고 이를 익혀야 할까?

 

우리는 흔히 ‘최초의 스승이자 최고의 스승은 어머니’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엄마만큼 사랑받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이는 진정한 그리고 바람직한 교육의 출발은 어머니에게서 이루어진다는 것과 상통한다. 그래서 시대가 변해도 학부모가 아닌 부모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를 보며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불안이 깊숙이 내재한다. 아이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불안은 더 커져만 간다. 줏대 있게 소신을 세우려고 해도 늘 사회적인 불안감에 휘둘린다. 주변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을 보고, 뉴스를 보고, 이웃집을 보며 지속해서 불안을 학습시킨다. 따라서 누구나 부모보다는 학부모의 입장으로 선회하기 쉽다.

 

우리는 연 30~40조 원을 들여 자녀 교육에 대한 불안을 덮기 위해 아이를 사교육 시장으로 내몬다. 이는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현상을 교육적 현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입을 다물면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국 둘 다 서로의 죄를 고백하여 더 나쁜 결과를 얻듯이 말이다. 이처럼 우리 부모들은 불안의 심리에 빠져 비효율적이자 낭비인 입시를 위한 사교육에 마냥 아이들을 내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역할을 맡기 위해 오랜 시간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맡을 수 있는 가장 파급력이 큰 ‘부모’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도 자발적으로 받지 않는다. 그것은 부모 자격검정 시험이 없어 자녀 양육권을 박탈당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敎育)이란 가르치는 것(敎)과 기르는 것(育)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 먼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행복한가?”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 자녀 교육의 시작이다.

 

이처럼 스스로 획득해서 아이들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 즐겁게 사는 모습, 공부하는 모습, 돕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그렇게 배우고 따라온다. ‘좋은 부모 되기’ 공부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거짓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이의 교육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안학교인 썸머힐(summerhill school)을 설립한 유명한 교육자 닐(A.S. Neill, 1883~1973)은 “문제 아동은 없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좋은 부모 되기는 결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불안을 버리고 아이와 함께 더불어 행복하도록 자기 수양을 거쳐야 한다. 또한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단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도록 키우려고만 하면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르치고 배려하고 나누며 양보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현실 속에서 불가능해 보인다고 포기할 것인가?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자”며 유럽의 68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프랑스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상이 결국 오늘날의 유럽 국가들을 만든 배경이다.

 

우리도 이렇듯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이는 이상(理想)을 실현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행복의 일상을 솔선수범하는 부모의 실천궁행(實踐躬行)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생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질 때 우리 아이들의 세상은 넓고 다양해질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부모의 내면에 잠든 경쟁에 대한 불안도 점차 해소할 수 있다. 우리는 말로 하는 훈육을 너무 많이 한다. 따라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훈육이 더 절실한 때이다.

 

돌이켜보니 필자도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기고서야 비로소 이를 깨달았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축적한 것은 다행이었다. 결국 이순(耳順)을 넘기면서는 ‘좋은 부모 되기’의 공부는 인생 공부 중의 최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불안의 본질을 깨닫고 자기부터 행복하기를 실천하며 이를 통해 자녀가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자기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지속해서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좋은 부모 되기’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으나 그렇다고 불가능한 초현실적인 목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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