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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과거와 현재의 명문교(名門校)에 관한 단상

모 방송국의 <TV쇼 진품명품> 프로그램은 1995년 처음으로 방송을 탄 이래로 현재까지 진행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의미가 숨겨진 옛 화가의 그림, 한국의 미(美)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도자기, 선비의 품격을 담은 책과 문서, 조상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민속품, 그리고 생생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근대유물까지 세월 속에 묻혀있던 진품, 명품을 발굴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이 이토록 유명세를 탄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우리의 옛 문물에 대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어떤 것이 과연 진품이고 명품인지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유발하고 배우는 즐거움과 깨닫는 기쁨까지 얻게 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물건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서 우리는 진품 또는 가품, 명품이라 호칭한다. 마찬가지로 학교나 학원 등 유서 깊은 훌륭한 교육기관을 지칭할 때는 명문(名門)이라고 호칭한다. 그렇다면 현시대는 과연 어떤 학교가 명문교(名門校)라 불릴 수 있을까?

 

우리는 전통적으로 좋은 대학, 특히 SKY라 칭하는 대학을 많이 진학시키는 학교를 명문교라 부르며 국민이 선호하는 대상이 되어 왔다. 과거 상급학교 입시가 이루어지던 비평준화 당시는 지역마다 몇몇 초중고교가 대표적인 명문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여기엔 단연코 상급학교 진학의 실적을 최우선으로 평가를 했다. 실제로 그들 학교의 졸업생들은 사회 곳곳에서 유명 인사로 활동하며 입신양명의 대표 격으로 알려졌다. 이런 성과가 주목을 받으며 명문교의 입지를 탄탄하게 했다. 지금도 그 전통은 남아서 당시에 대한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 선진국에서는 어떤 학교를 명문교라 칭할까? 입시성적이나 시설이 좋은 학교? 아니다. 한 마디로 훌륭한 교육프로그램을 많이 갖추고 있는 학교를 호칭한다. 그렇다면 좋은 교육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여기엔 나름의 조건이 따른다. 교육프로그램이 실행되었을 때 교육효과가 80% 이상 나타나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야 진정한 교육프로그램이라 할 것이다. 바로 선진국에서 명문교란, 교육효과가 분명한 교육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때의 교육프로그램이란 지⋅덕⋅체를 기르기 위해 전인교육이든, 인성교육이든, 과목별 교과교육이든, 교육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그래서 오래된 학교일수록 그런 교육프로그램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교육프로그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보완되고 다듬어져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완성된 프로그램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30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의 전인교육이 바로 그런 교육프로그램이라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진정 좋은 교육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기본적으로 한 번 실시되는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고 매년 반복해서 수행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말한다. 따라서 학교는 새로 들어온 교사들이 그런 프로그램을 익혀서 학교의 전통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전통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교육프로그램을 가지고 매년 진화해 나가는 학교가 진정한 명문교이며, 여기에 교사들의 땀과 노력이 함께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교육이 있는 학교, 교육이 없는 학교》의 저자 이강년이 말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 자신의 꿈을 찾는 방법 ▲ 운동 프로그램 ▲ 자세 프로그램(Charming school) ▲ 인성교육프로그램 ▲ 책 읽기 프로그램 ▲ 말하기와 발표 프로그램 ▲ 쉬운 500단어로 회화를 자유롭게 하는 프로그램 ▲ 좋은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 ▲ 생각의 습관 프로그램 ▲ 글로벌 매너 프로그램 ▲ 토론 프로그램 ▲ 학습 프로그램 등이다.

 

결국 좋은 프로그램은 학교의 다양한 교육 노하우인 셈이다. 요즘은 우수한 프로그램은 특허출원도 가능하다. 실제로 앞서가는 선진학교는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특허로 승인을 받아 운영하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후원을 받으면서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심혈을 기울이는 경우도 많다. 과거부터 교육부는 매년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 교사와 학교를 선정해서 포상을 하고 그 교사에겐 영광스러운 자격을 부여해서 격려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에게는 교육 당국의 임무가 강화되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적극적으로 전국의 교육 현장에서 만들어진 검증된 좋은 교육프로그램들을 각 학교로 배급하여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과거에도 각종 연구학교나 실험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성과를 보다 보편적으로 널리 보급하려는 정책으로 실행된 전력이 있다. 이럴 때 소위 분수효과, 낙수효과가 최대화될 것을 기대한다. 또 학교별로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교육하고 있는지 정밀하게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설문을 통해서 분석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정부의 지원 수준을 상향해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학교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더 많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현재 매년 학교 밖 아이들이 4만 명을 넘게 배출되고 있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의 미래는 불을 보듯 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은 ‘교육회복’을 외치며 학교 교육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한다. 여기엔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학교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곳에서 배출되는 제자들은 청출어람(靑出於藍), 후생가외(後生可畏)의 신화를 만드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 시대의 명문교란 과연 어떤 학교인가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아직도 명문교의 기준이 좋은 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것이라면 이는 성장이 멈춘 학교, 과거에만 머무르는 학교에 지나지 않는다. 디지털 대문명의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날로 인성이 삭막해져 가는 <피로사회>, <위험사회> 속에서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필자가 바라보는 진정한 명문교는 따로 있다. 그것은 좋은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바로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교사들이 끝까지 학생 하나하나를 자녀 돌보듯 기다려주고 보살펴주는 정다운 학교이며 교육공동체 간에 원활한 소통으로 민주적인 학교이며 교학상장(敎學相長)이 이루어지는 학교다.

 

이제 학교는 경쟁보다는 따뜻한 상호 관심과 사랑하는 마음, 가르치는 열정이 존재하며, 학생들이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즐겁게 배우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학교여야 한다. 이는 결코 이상(理想)에 치우친 초현실적인 학교가 아니다. 진정으로 학생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학교라면 충분한 실현 가능성을 내포하는 학교다. 이제 명문교에 대한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진정한 명문교는 새 시대에 부합한 시대정신으로 충만하고 교육의 본질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그런 학교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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