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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길 위에서 길 찾기

길을 떠나는 것은 인간이 지닌 원초적 욕망이다. 요즘과 같은 스마트한 시대에 우리는 왜 자꾸만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것일까? 손오공 일행처럼 구도의 여정 속에서 미친 듯이 서로 싸우고 그러다 만난 요괴와 싸우고, 자신 속의 욕망과도 싸우면서도 다시 길을 떠난다. 이것을 저자 고미숙은 "집의 시대가 거(去)하고 길의 시대가 래(來)하고 있다"라고 한다. 정주에서 유목으로! 정주민에겐 모든 것이 고정되어 버리지만, 길 위에서는 반대다. 모든 것이 유동하는 삶이다. 국경, 세대, 성 정체성, 노동과 화폐 등의 그 어떤 것도 우위를 점할 수 없고, 가치의 고정성은 사라지는 것이 여행이고, 곧 노마드(유목)이다. 유목은 관광이나 레저가 아니다. 돌아갈 고향이나 종착점이 없이 자신이 서 있는 시공간이 곧 삶의 현장이 된다.

 

예전에는 길을 떠난다는 건 문명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을 의미하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디지털로 대변되는 스마트 시대에는 폰을 켜기만 해도 수많은 사람이 다녀간 경로를 알려준다. 아주 낯선 길을 새로운 리듬으로 찾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나처럼 겁많은 중년도 스마트 폰의 구글맵과 파파고를 이용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헐~~^^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다. 누군가 걸어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고 했다. 용기가 샘 솟는다.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는 삶 자체가 ‘길 없는 대지’ 위를 걸어가는 여행이라고 말하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고전문학 작품 중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길’ 자체가 주인공이자 주제인 고전을 특유의 현재적 시선으로 새롭게 읽어내는 책이다.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라는 고전의 주인공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지도를 그리고 있다. 우리도 길을 떠나려면 지도를 그려야 한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하늘의 별을 보라고 했다. 우리 시대의 별은 고전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을 읽으며 우리 속에 숨어있는 야생의 본능을 되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걸리버가 쉬지 않고 여행을 떠난 것도 이 때문이다. 삶을 한없이 사랑하지만 도저히 이 부조리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떠난다. 어딘가 또 다른, 더 나은 세계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하지만 그런 세계는 없다! 거인국이건 라퓨타건 흐이늠이건 모순과 부조리가 없는 세계는 없다. 어쩌면 세계는 부조리함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걸 터득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전혀 다르게 사유할 수 있으므로.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살아갈 수 있으므로. 그래서 떠나야 한다. p.318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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