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실시된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이 쇄도했다.
수능 출제.관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7일부터 홈페이지(www.kice.re.kr)를 통해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중인 가운데 마감일인 21일 오전까지 언어 30여건, 수리 60여건, 외국어 10여건, 사회탐구 200여건, 과학탐구 100여건, 직업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 10여건 등 총 400건 이상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의제기가 중복된 경우도 많고 이의제기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 등도 게시돼 이의 제기된 문항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평가원은 22~28일 이의제기된 문항에 대한 심사를 실시, 29일 오전 11시 평가원 홈페이지에 정답을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언어영역 = 홀수형 '11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이 10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권해봄씨 등은 '보기의 우화를 바꿔쓰기 위해 토의해 보았다. 사고 방향에 따른 바꿔쓰기의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을 묻는 이 문항에 대해 출제위원단이 정답으로 제시한 ⑤번 외에 ④번도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우화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대화 장면을 설정하고 바람부는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은 서술방식을 바꾼 것이지 사고 방향을 바꿨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이용악과 그의 작품 '낡은 집'을 토대로 문항을 구성한 홀수형 `17번'에 대해서도 정답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여러 건 제기됐다.
◆수리영역 = '가'형 '8번'(홀.짝수형 동일)의 연속함수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가 20여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의신청자들은 대부분 "<보기> 가운데 'ㄷ'은 등호(=)가 없는 게 맞다"고 강조했으며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았다.
'두 개의 주사위를 동시에 던질 때 한 주사위 눈의 수가 다른 주사위 눈의 수의 배수가 될 확률'을 묻는 수리 '나'형 '29번'(홀.짝수형 동일)에 대해서도 "두 주사위의 색깔이나 크기 등이 다르다는 전제가 없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수험생으로 추정되는 임판이씨는 "주사위가 서로 다르다고 했으면 쉽게 풀 문제인데 당연히 주사위가 똑같을 것으로 여겨 `7/9'을 얻었으나 <보기>에 답이 없어 근사치인 '7/18'을 정답으로 표시해 틀렸다"고 아쉬워 했다.
'나'형 '26번'(홀.짝수형 동일)의 무한등비수열 문항도 논란이 무성했다.
◆외국어(영어)영역 = 대체로 이의신청 건수가 10여건에 불과한 가운데 듣기평가로 홀.짝수형이 문제는 같고 <보기> 순서가 다른 '2번' 문항의 정답에 대한 반론이 4~5건에 달했다.
어떤 여자가 남자에게 잘 해주고 싶은 의도로 남자가 매우 좋아하는 중국음식을 애써 사가려고 하는데 남자가 벌써 다 준비해놨다고 알려주는 상황에서 여자의 심정은 일을 덜어줘서 기쁠(pleased) 수도 있지만 계획이 무효화된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울(frustrated) 수도 있다는 것.
김동현씨는 "아내가 남편을 위해 맛있는 걸 사가려고 했는데 남편이 저녁을 다해놨다면 맥락상으로 당연히 실망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문법문제인 '20번'의 'make'에 붙을 목적형을 묻는 문제에서도 'living' 뿐 아니라 'to live'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탐구영역 = 사회탐구에서는 사회문화 '20번'에 대한 논쟁이 가장 뜨거웠다.
어느 나라의 교육정도별 상대적 임금수준 추이를 나타내는 도표를 제시한 뒤 이에 대한 옳은 설명을 모두 고르라는 문제에서 정답으로 제시되지 않은 <보기> 'ㄷ'의 "대졸 이상 집단의 임금은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60%로 줄어들었다'는 것도 맞는 설명이라고 수험생 등은 주장했다.
즉, 대졸 이상이 1980년 250이었고 2000년에 150이 됐다면 "60%로 줄었다"는 표현이 왜 틀리느냐는 것.
어느 회사 사장이 부장급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인사말을 토대로 이 회사의 조직 특성을 추론하는 사회문화 '12번' 문항에 대해서도 정답에 대한 반론이 쏟아졌고 정치 '11번'과 경제 '11번' 문항에 대한 이의도 상당수 나왔다.
과학탐구 화학Ⅰ '1번' 문항에 대해서는 `위 그림으로부터 설명한 내용으로 옳은 것'을 찾으라고 했는데 "물에 떠있는 얼음은 수면 위로 나온 부분이 아래에 잠겨있는 부분보다 크기가 작다"는 게 주어진 자료로 설명이 되느냐는 반론이 많았다.
화학Ⅰ '10번' 및 '19번', 생물Ⅰ '12번' 및 '14번' 문항에 대한 이의제기도 상당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