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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자율시간 도입, 다양한 수업 계기 될까?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은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라는 비전 아래 폭넓은 대국민 의견 수렴 체계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추진한 것이 특징이다. 대국민 설문조사와 국민참여단의 숙의 과정을 통해 권고안을 도출하고, 교육과정 현장 네트워크의 현장 교원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양한 교육과정 개발 과정을 거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국가교육회의의 「미래교육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에서 미래 학교교육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고르도록 한 결과, “학령인구 급감,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기후변화, 감염병 확산” 등 환경위기,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 문명발전” 등 기술발전이 톱3를 차지하였다. 이것은 미래사회 학교의 역할과 학생들이 길러야 할 역량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를 감안 할 때,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과 교육 혁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미래사회로의 대전환기에 학생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공포에 가까울 정도이고, 공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현장 일부에서 교육과정 개정을 피로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현장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기 위해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현장 안착을 기대할 것이다. 이에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사항을 중학교 현장 교사의 눈높이에서 살펴보며 덧붙여 제언하고자 한다.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

포용성은 다른 사람·상황을 너그럽게 감싸 덮어 용서하는 성질로, 변동성·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미래사회를 대응하는 중요한 소양이다. 정보화·세계화는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를 증대시켜 한 사회 내의 이질성을 높였고, 양극화의 심화는 혐오와 차별 문제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레건(Regan, 1981)은 이질집단 내에서는 다양한 수준의 상호작용이 일어나 모든 측면의 발달 및 성취에 기여한다고 하였고, 케이건(Kagan, 1995)은 이질집단에서 학습자끼리 가르치거나 지원하는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되므로 학습자 간의 이성 관계를 개선시켜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성별, 종교, 피부색, 성적 지향 등 사회·경제적 배경의 차이와 이질성을 긍정적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다양성에 대한 상호 이해와 존중의 태도를 함양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성향을 인간상으로 설정한 것에 타당함을 부여하며 동의하는 바이다.

 

또한 2015 개정교육과정까지 중시되었던 ‘인재’가 아닌 ‘사람’을 인간상으로 제시한 것을 환영한다.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인간은 도구적 관점의 인재가 아닌 존재로서의 사람이다. 이번 개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는 도구적 교육관·국가관을 극복하고, 한 아이가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교육이 작동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

교육목표에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 등을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총론에 반영됐다. 우리 아이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의 시대를 살아감을 체감하고 있으며, 저성장과 사회적 불평등 심화는 공동체성을 저해하며 공공선이 담보된 지속가능한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증한다.

 

남미자·우정길(2019)은 세계에는 인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아울러 인간은 이 거대한 지구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인간-비인간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지구생태계 내의 모든 존재들의 공존과 상호의존의 가치를 강조했다.

 

더불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가 유일한 인류로 생존한 비결은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이기적 유전자’가 아니라 ‘이타적 유전자’ 즉, 관계를 지향하는 이타성이었다고 한다. 다가오는 위험사회에 우리 아이들의 생존 무기는 공동체성 회복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기존의 특정교과의 몫으로만 여겼던 점을 반성하며, 생태·환경 감수성과 시민성을 핵심 역량으로 모든 교과와 연계하는 것에 동의한다. 또한 모든 교과의 성취기준에만 존재하는 내용 요소가 아닌 실질적으로 감수성과 시민성 역량이 길러질 수 있도록 현장 지원 체계가 갖춰지길 바란다.

 

디지털·AI 소양 교육 강화

마크 프렌스키(2001)는 디지털 환경 적응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자유롭고 디지털 방식을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 Digital Native)란 용어로 정의했다. 이와 반대로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적 관습을 버리지 못한 채 디지털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사람들은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란 개념으로 함께 비교했다.

 

디지털 이민자인 필자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며 디지털 네이티브(중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 누적 시간에 비해 도구 활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수업시간 중 교과 내용만큼이나 온라인 도구 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 기술로 기존의 사고방식, 생활양식이 변화하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AI·SW 등 신(新)산업기술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핵심역량으로, 모든 교과 교육을 통해 함양하겠다는 그 필요성에 동의한다. 「미래교육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 결과에도, “코로나19 감염병을 극복할 수 있게 되더라도 온라인 수업을 통한 학습은 이전에 비해 더 활용될 것이다”에 긍정적 전망이 더 높았다. 미래교육은 현재보다 한층 정교하고 현실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실제적 문제해결력을 신장시키고 과제 몰입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이기에 디지털 기초소양에 기반한 학습역량은 매우 필요하다.

 

 

다만 디지털 리터러시가 코딩 등 컴퓨팅 도구 활용 능력 위주로 치우칠까 우려되는 면이 있다. 디지털 생비자(prosumer)로서 디지털 윤리의식 또한 경시되지 않길 바란다. 디지털 윤리 문제는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 속에 발생하기에 개인이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에 맞춰진 기존의 윤리교육에서 나아가 기술 개발자와 디자이너, 이들을 관리하는 기업과 정부의 디지털 윤리도 교육과정에 포함되길 기대한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 학교 자율시간 도입

학교의 미래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에 내재 되어있다. ‘학생들이 어떤 배움으로 성장하게 할까?’, ‘어떻게 자신의 진로를 찾아 미래를 준비하게 할까?’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학생들과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희망을 말하며 오늘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교실 안에 존재한다.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미래사회의 시대적 요청이고, 교육과정 및 수업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 존중과 더불어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수업을 하기 위한 자율권 확대의 필요성에 절감했다. 그렇기에 학교자율시간 도입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부분으로 매우 환영한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 즉, 학교자율시간은 학생들의 자기 주체성(주도성,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적용되길 바란다. 학교자율시간은 주어진 내용을 수동적으로 습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학생의 주도적인 배움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의 미래사회에 대응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변화의 주도성을 가진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기에, 학생의 자기 주체성은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와 연계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이번 개정에서 지역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의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학교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를 지원하는 것은, 큰 틀에서 교육 목적과 일반적인 기준과 내용은 국가가 정하고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은 지역과 학교, 교사가 학생 중심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앞으로 학교는 지역 사회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수업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율권의 묘미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이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되고, 지역교육과정과 연계한 학습경험 확대는 학생 삶의 역량으로서의 자기주체성을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점은,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를 위한 시도는 이미 6차 교육과정부터 시작되었으나 이를 실천할 만한 주체성과 역량 및 여건을 확보하지 못해 형식적인 교육과정 자율권에 머물러왔음을 알기 때문이다.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교육과정의 개발 및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교류가 필요하며, 학교자치에 바탕을 둔 학교교육공동체의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협치 과정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학생들이 자기주체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사가 이를 지원하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여건과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전문성 신장을 돕는 교육과정 지원체제 구축이 내실있게 마련되야 할 것이다.

 

이상 이번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사항을 살펴보았다. 중학교급에 해당하는 자유학기제, 스포츠클럽, 진로연계학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대체로 현장과 국민의 요구가 잘 반영되었다고 자평하며 다양한 지원체제가 마련되어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에 구현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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