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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2] 되풀이되는 비극, '따개비 현장실습'

 

능력주의 사회, 가난의 대물림

28년을 직업계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정글 같은 사회에 내보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지적처럼 학력 자본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학력 능력주의 사회에서 부족한 학력을 잘 견디며, 제법 성공해서 연락하거나 찾아오는 제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제자는 그들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가난을 대물림받아 어렵게 지내고 있었다. 빈곤은 군나르 뮈르달(Karl Gunnar Myrdal)의 통찰처럼 대물림을 넘어 부와 마찬가지로 확대재생산된다. 기초학력 부족과 학습된 무기력,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그들의 고된 노동은 정형화된 수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사각형의 교실처럼 반듯하게 질서를 요구하는 학교와 끊어진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제자들 사이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중견 교사로 취업 담당 부장을 맡아 한참 취업률에 신경 쓰고 있을 무렵에 제주 생수 공장에서 이민호 군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이민호 군은 직업계고에 적을 둔 고등학생이자 현장 실습생이었다. 제주 생수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무렵 내가 취업시킨 다수의 제자가 근무했던 곳도 이민호 군이 고통스럽게 죽어간 현장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1,000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2014년부터 2020년까지 850명에서 1,000명 사이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산업재해로 4,641명이 사망했다. 이는 매년 928명이 아침에 일터로 나갔다가 저녁에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2021년 상반기에도 산업재해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가 474명이다. 안전보건 공단은 매일 사망사고 속보를 낸다. 2021년 1월 3일 울산 자동차 공장 사망사고를 시작으로 10월 7일 포항 덤프트럭 사망사고까지 총 324건의 사망사고 속보가 올라왔다. 거의 매일 한 건 이상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산업재해 사망률이 수년째 1위 국가의 민낯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산업현장으로 제자들을 몰아넣어야만 했던 나는 산업재해 뉴스를 접하면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혹시 나의 제자가 희생되지 않았을까? 취업률이 높아야 교육청으로부터 학교의 재정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시기라 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사업장임을 알면서도,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자들을 꾸역꾸역 사업장으로 밀어 넣었다. 행여 힘들어 다시 학교로 오겠다는 학생들에게 조금만 더 견뎌보라고 했었다. 회사에서 명백한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회사 관계자에게 노동법 조항을 거론하면서 제대로 따지지 못했었다. 내년에 다시 그 회사로 취업 가야 할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현장실습 나가는 제자들에게 제대로 노동인권에 대해 가르치지 못했을까? 회사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주말 노동과 잔업에 그냥 참지 말고 당당히 말할 권리가 있다고 가르치지 못했을까? 위험하거나 힘들면 일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회사를 그만둘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을까?

 

이민호 군 사고 이후로 모든 교육청은 더는 취업률을 기준으로 직업계고 재정 지원에 차등을 두지는 않는다. 그리고 성가실 정도로 노동인권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직업계고는 2018년부터 근로 중심에서 학습 중심으로 현장실습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현장실습에 있어서 학습과 안전을 강화했지만, 현장실습생을 저임금 노동자로 대하는 기업과 산업재해 관련 법률의 미비 등이 맞물려 올해도 어김없이 직업계고 학생의 사망 비보를 접한다. 

 

10월 6일 여수의 특성화고 홍정운 학생은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18세 미만 금지 직종이자 잠수기능사 자격 없이 불가능한 잠수 작업 지시를 수행하다 사망했다. 이민호 군 사고 이후 학습 중심 현장실습을 통해 안전한 현장실습이 되도록 하겠다는 교육부의 학습 중심 현장실습 정책은 노무사의 현장 실사를 통해 엄격하게 검증된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한 현장실습이었다. 이민호 군의 사고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현장실습 업체의 요건이 완화되었다. 홍 군이 현장실습 나간 사업체는 노무사의 현장 실사 없이 학교 심의만으로 1인 사업장임에도 현장실습 사업체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단위 학교나 심의한 교사들을 비판하는 기사가 많다. 그런데 현장실습 사업체 선정 심의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단위 학교에서 현장실습 관련 협의회는 고3 담임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냥 담임이기 때문에 그 협의회에 속한 것뿐이다. 현장실습 사업체 선정을 심의할 아무런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교육부는 산업안전전담관 제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의 공문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1학년도 하반기부터 안전한 학습 중심 현장실습을 위해 산업안전전담관 제도를 시범 운영한 후, 2022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산업안전전담관 제도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제8조 2항에 따라 현장실습생이 산업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유해·위험기계 등의 위험 요소를 인지하여 사전 안전예방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안전연수를 이수한 학교의 교감 또는 현장실습 담당부장, 전달 연수를 받은 자가 산업안전전담관이 된다. 산업안전전담관은 산업안전근로감독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현장실습 안전사고 예방 등 안전 기반 강화, 현장실습 시작 전 산업체 발굴 단계에서 기업의 산업안전 여건을 점검하게 된다. 실제로 금년 상반기에 단위 학교의 교감이나 취업 담당부장 중 반드시 한 명은 산업안전연수를 받아야 했다. 교육계의 이상한 관행이다. 문제가 생기면 결국 연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진정으로 30시간 연수 이수로 사업체의 산업안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가?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교사는 수업 전문가이다. 산업안전 전문가가 아니다. 30시간 연수로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산업안전전담관 제도의 예산이면 현장실습 업무와 취업 업무를 보조하는 취업 지원 인력의 노동 안정성 강화 정책을 펼 수 있다. 현재 서울의 경우 직업계고의 취업 지원 인력은 서울시 예산지원을 받고 있기에 1년 단위의 선발 권한만 단위 학교에 있고 소속은 서울시 각 자치구이다. 1년 단위의 재계약으로 취업 지원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신분상 제약으로 취업 지원인력은 독립된 주체로 취업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단위 학교는 매달 취업 지원인력의 근무상황을 각 자치구에 보고해야 하는 행정의 낭비를 하고 있다. 취업 지원인력을 정규직 실무사로 채용하여 재학생의 진로 개척과 현장실습생의 산업안전 그리고 졸업생의 유지취업률을 증가시키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취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산재보상금과 특성화고생의 죽음

산재보상금을 포함하여 퇴직금 50억 원 받은 30대 곽 씨와 여수의 한 요트사업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다 익사한 10대 직업계고 홍 군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생각해 본다. 곽 씨는 부모를 잘 만난 능력(?), 약 6년 근무한 회사로부터 신청하지도 않은 산업재해까지 인정받으며 퇴직금으로 5억도 아닌 50억 원을 받은 것을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라 말한다. 홍 군은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은’ 학생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채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으로 곧 세상의 관심사에서 사라질 것 같다. 구의역 김 군, 제주 생수 공장의 이 군이 그러했듯이. 홍 군이 숨지고 겨우 사흘 만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고업체는 영업을 재개했다. 교육부는 또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홍 군이 잊히는 속도보다 더 빨리 그 대책은 느슨해질 것이다. 그래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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