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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와 가격 차별 백신 맞으면 휴가 보내준다고요?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는 직원에게 휴가와 보너스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 수많은 기업이 비슷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회사가 월급으로 모두 지불하면 될 것을 굳이 ‘보너스’로 따로 주는 것도 일종의 인센티브입니다. 뭔가 잘하면 더 혜택(benefit)이 돌아온다는 믿음이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듭니다. 우리 일상에 이런 인센티브는 수도 없이 작동 중입니다. 


외과의사가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만약 제대로 씻지 않고 수술을 하면 보이지 않는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에선 의사들이 손을 씻을 때마다 스타벅스 쿠폰을 지급했습니다. 손을 씻는 의사의 비율이 매우 높아졌고, 수술실 감염 비율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가장 흔한 인센티브 사례입니다. 


보험에 가입하면 무료 독감접종 쿠폰을 준다거나, 패스트푸드에서 세트메뉴를 주문하는 것도 사실은 인센티브 때문입니다. 여자친구를 바래다줄 때 담벼락이나 편의점이 아닌 가로등 밑에서 키스를 하려는 이유도 환경적으로 더 로맨틱한 키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가로등’ 인센티브 때문입니다. 자장면 곱빼기도 마찬가지입니다(자장면 곱빼기는 있는데 탕수육 곱빼기는 없다. 나눠먹기 힘든 음식에만 곱빼기가 존재한다). 

 

조조할인은 정말 싼 걸까?
인센티브는 ‘경제적 유인’의 ‘심리적 적용’입니다. 진보적인 청년들이 많이 근무하는 IT 회사에서 구내식당의 잔반이 좀처럼 줄지 않습니다. 회사는 잔반이 남는 만큼 돈으로 환산해서 회사 명의로 공화당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잔반은 빠르게 줄었습니다. 우리만 이렇게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원숭이도 반응합니다.


예일대 키스 첸 교수의 유명한 ‘타마린 원숭이의 마시멜로 실험’. 마주보는 울타리에 갇힌 원숭이에게 각각 마시멜로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를 먹기 위해서는 반대편 울타리의 원숭이가 레버를 당겨줘야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숭이들은 레버를 당겨줘야 상대방이 마시멜로를 먹게 되고, 그럼 상대방도 나를 위해 레버를 당겨 주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원숭이들은 평균 10번 중 4번 정도 상대방을 위해 레버를 당겨줬습니다.


다음엔 항상 레버를 당기도록 훈련된 원숭이를 울타리에 넣었습니다. 자신이 레버를 당기는 것과 상관없이 상대방 원숭이가 계속해서 레버를 당긴다는 사실을 깨달은 원숭이는 레버를 덜 당깁니다. 원숭이마저 인센티브에 맞춰 시장에 참여하는 겁니다(키스 첸의 원숭이 연구/<뉴욕타임스>, 2005년 6월).  


그러니 다들 인센티브를 이용해 지갑을 여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가장 흔한 방법은 ‘가격 차별’입니다. 아침 일찍 찾아오는 조조관객에게 영화관 입장료의 20%를 할인해줍니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은 가격에 민감(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크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관은 슬그머니 일반 관객의 관람료를 인상합니다. 그래도 관객의 눈에는 조조 입장료가 더 저렴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센티브에 숨겨진 비밀들
‘최저가격 보상제’도 비슷합니다. 한 대형마트가 ‘우리보다 더 싸게 파는 마트가 있으면 그 제품 가격 차액의 10배를 보상합니다’라는 약속을 합니다. 소비자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대형마트는 약속대로 차액을 지불합니다. 하지만 이 마케팅이 계속될수록 다른 대형마트는 점차 가격을 올립니다. 대형마트끼리 가격정보가 유통되고, 이렇게 서로 비슷한 가격의 담함이 이뤄집니다. 그 담합의 이익이 차액의 10배를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익입니다. 사는 사람은 더 싸게, 파는 사람은 더 비싸게 팔려고 경쟁하는 시장에서 ‘인센티브’가 끼어들어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합니다.

 

“사람들은 도시 반대편 매장에서 1백 달러짜리 스웨터를 20달러에 싸게 팔 경우 그곳을 일부러 찾지만, 1천 달러짜리 컴퓨터를 살 때는 20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2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이상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_ 에두아드로 포터, <모든 것의 가격> 중에서


더 흔한 사례도 있습니다. 3천 원짜리 고기만두를 사면 1,200원짜리 작은 김치만두를 덤으로 줍니다. 아주 흔한 인센티브의 사례 속에 작은 함정이 있습니다. 당신은 3천 원에 판매되는 고기만두를 살 생각이 없습니다. 2,500원이면 고기만두를 구입할 계획입니다(한계효용이 2,500원이다). 작은 김치만두는 800원이면 살 생각이 있습니다(한계효용이 800원이다).


그러니 당신은 고기만두와 작은 김치만두에 모두 3,300원 이상은 소비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작은 김치만두를 덤으로 주면, 당신은 모두 3천원에 고기만두와 작은 김치만두를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지갑을 열기로 결심합니다.

 

 

반대로 마트 입장에선 원가가 2,000원(고기만두)과 600원(작은 김치만두)을 팔아 400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작은 김치만두를 덤으로 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시장에는 온통 우리 마음속의 인센티브 계산서를 이용한 수많은 마케팅이 넘쳐납니다. 


우리가 가진 지갑의 돈은 제한돼 있지만, 우리의 욕구는 무한합니다. 우리는 그래서 가급적 효용을 높이는 소비를 하려고 합니다. 그 효용가치는 툭하면 인센티브로 가려지기 쉽습니다. 수많은 가격 차별 뒤에는 인센티브가 숨어있습니다. 


잠실야구장 특석의 가격 ‘7만 원’은 적당한 값일까? 우리가 소비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 가격이면 내가 받는 혜택이 더 클 거야’라고 판단하고 소비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액수가 커지면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진짜 10억 원의 혜택을 줄까? 


만약 그 아파트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지 않거나, 다 같이 서로 구입하려고 달려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짜 그 아파트를 10억 원에 구입할까?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데, 그 속에 인간의 ‘마음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인센티브는 그 마음을 흔들며 우리의 가격 결정 시스템을 방해합니다. 불과 몇 년 전 30만 원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이 가격은 맞는 걸까? 비트코인의 적당한 가격은 얼마일까?  

 

“당신이 지불하는 것은 가격이라고 하고, 당신이 얻는 것은 가치라고 합니다” 
_ 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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