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도서벽지가 많은 전라·경상·충청·강원도 지역 학교들이 교장들의 근무 기피로 인한 잦은 전보로 ‘학교책임운영’마저 실종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최근 전국 초·중등학교 교장 중 2개교 이상에서 재직경험이 있는 4297명의 교장(초등 2927명, 중등 1370명. 초임교장 제외)을 분석한 결과, 이들 교장이 한 학교에서 또다른 학교로 이동할 때까지 걸린 시간(전임교에서의 재직기간)이 ‘1년 이하’인 경우가 총 5848사례 중 20%에 달하는 1149사례로 드러났다. 즉 4297명의 교장들은 초임지를 거쳐 현임지에 오기까지 총 5848번의 이동을 했으며 이동 전 학교에서 근무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가 1149번이나 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일선 교육계는 “너무 짧은 근무기간 때문에 학교 운영의 연속성이 저해하고 교장의 책무성을 제고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1년 이하 전보 사례가 市에 비해 道 지역이 3배나 많다는 점이다. 초등교의 경우, 재직기간이 1년 이하인 비율이 대구 6.3%, 인천 4.5%, 대전 7.5%, 그리고 경기가 7.3%인데 반해 경남(29%), 충남(27.6%), 경북(24.5%), 충북(22.2%), 전북(20.8%), 제주(20%) 등은 3배나 많은 20% 대를 기록했다.
중등 교장은 더 심각해 대전 3.0%, 서울 8.2%, 대구 10.9%, 인천 12.9% 등에 비해 경남(34.4%), 충북(32.1%), 강원(29.1%), 제주(30.6%), 전남(28.1%) 등은 30% 내외에 달했다. 특히 전남, 충북, 경남 및 제주 등은 재직기간이 1년 6개월 이하인 경우가 전체의 60%를 넘었다. 반면 4년 임기를 채우고 전보한 경우는 분석 대상 4143 사례 중 3.6%에 불과한 151명에 불과했다.
교장들의 잦은 전보는 농어촌 학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다. 전보 사유 대부분이 출퇴근이 용이한 생활근거지 학교로의 이동을 꼽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교육청 담당자들도 이들 교장의 사기진작 등을 이유로 이를 묵인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보통 58세쯤 돼야 초임 교장이 되는데 이들을 어떻게 외지에서 1년 이상 혼자 밥해먹게 내버려 두겠느냐는 게 시도교육청 담당자들의 항변”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어촌 외지 학교는 초임교장 몫이다.
충남의 한 중학교 교감은 “도 지역의 경우 농어촌에 근무하는 교장들을 생활근거지로 보내기 위해 매년 그 자리를 신임 교장으로 채우고 기존 교장을 전보시키는 게 관행”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런 관행 때문에 대부분이 경합지 학교의 근무 상한기간을 3년으로 못박으면서도 하한 재직기간은 두지 않고 있다.
이주호 의원은 “교장들이 업무도 파악하기 전에 생활여건이 좋은 경합지 학교로 전보 경쟁을 벌이면서 농어촌 학교들은 교장들의 잦은 전보로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장들의 주거지가 보통 시에 있는 데다 큰 학교를 선호하다보니 이동이 잦은 게 사실이고 심지어 한 중학생이 3명의 교장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며 “교육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2년 이상은 근무해야 한다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