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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1] 교감(交感)할 수 없는 교감공모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경력이 6년 이상이면 응모가 가능한 교감공모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교감공모제는 현재의 교감 승진제도에 따른 자격을 갖추지 않더라도 역량이 있는 교사라면 누구든 교감이 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며 ‘응모 가능한 교육경력은 몇 년 이상이 적합할지’를 묻는 교원승진제도 개선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쯤 교감공모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 안이 통과되면 교육부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며, 찬반 의견도 분분하다. 필자는 현직 교감으로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교감공모제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첫째, 교감은 단지 몇 해의 교육경력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교육법에서는 교감에 대해 ‘교장을 보좌하고, 교무를 관리하며, 교장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교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교감의 직무와 역할에 대해 교무통할의 보좌 역할, 장학지도자의 역할, 교내외 갈등조정자의 역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학교경영을 보좌하는, 책임 있는 직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감으로 임용되기 위해서는 학생교육의 오랜 경험뿐만 아니라, 복잡 다양한 학교업무의 수행 역량과 축적된 부장경력으로 단련된 교육활동 역량이 필요하며, 이러한 역량은 공정한 제도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감공모제에서 바라보는 교감상은 이와는 다른 듯하다. 다수 교사들로부터 유능하다고 지지를 받는 교사라면, 직무 전문성과 오랜 경륜을 필요로 하는 교감자격증을 갖추지 않더라도 단 몇 해의 교육경력만으로도 교감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능한 교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교감공모제 응모자격 기준이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다.

 

또한 교감공모제는 교감의 직무를 부장업무의 연장으로만 여길 뿐 교감자격증에 담겨있는 노력과 연구의 가치를 한낱 승진의 수단으로만 치부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는 마치 교사자격증이 없는 방과후학교 강사라도 학생지도 기술이 우수하고, 학부모와 잘 소통하고, 업무처리 잘하면 국가에서 공인하는 교사자격증 없이 교사로 전환해도 된다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둘째, 교원승진제도는 ‘공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아야 한다.

그동안 교원승진제도는 다양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통하여 수정·보완·검증과정을 거쳐 유지되어 왔다. 공평과 공정의 절차를 통하여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학교공동체에 기여하는 교사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승진 대상자로 반영하고자 하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교사승진제도가 개선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초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P/F제로 전환한 점, 교감의 개인연구 점수제를 축소한 점, 학교에서 기피하는 부장경력 점수를 확대하여 승진제도에 반영한 점 등은 모두 공정의 절차와 교원의 요구에 따라 승진제도가 개선되어 온 좋은 예이다. 비록 지금의 승진제도가 인성과 역량을 모두 겸비한 교감을 완벽하게 선발할 수는 없지만, 이는 교직사회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집단의 모든 승진제도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교원승진제도는 70년 동안 수정·보완되어 왔으며, 그 기저에는 ‘공정’이라는 대원칙이 있었다. 현행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공정의 절차에 따라 보완하여, 역량과 인성을 겸비한 교감을 선발할 수 있는 거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교감공모제는 20년 가까이 학교의 기피 업무를 마다하지 않고 각종 부장업무를 수행하면서, 학급담임과 학교업무라는 이중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현행 승진제도의 틀 안에서 역량을 키우고 있는 수많은 교사의 노력과 수고를 폄훼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명시된 절차와 방법을 무시한 채 무임승차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교감공모제가, 절차를 준수하며 규정 안에서 이뤄 온 노력보다 더 나은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공정’이라는 가치를 무시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셋째, 교감공모제는 교육공동체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교장공모제의 답습이다.

현재 대부분 학교에서는 부장교사 지원자가 없어 학교교육활동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학교현장에 몸담은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업무부담이 과중한 부장교사 지원자가 없어 학교인사자문회를 통하여 부장순환제를 마련하는 등 학교마다 대안을 찾고 있지만, 해마다 부장 기피 현상은 반복되고, 부장 선임 갈등은 되풀이되고 있다.

 

교사의 행정업무지원을 위해 시행한 교육지원팀(업무전담팀) 제도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이를 개선·보완하여 교사들의 고충을 덜어줄 대책이나 유인책은 내놓지 못한 채, 학교현장의 혼란을 가중할 교감공모제까지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보다 일선교사의 고충과 애환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교육감협의회는 4년의 공모 교감 임기를 끝내면 교감임용 직전의 직위인 교사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시행 중인 교장공모제의 모순을 알고 있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공모교장 임기 만료 시, 임용 직전 직위로 복귀하도록 되어 있으나,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서는 무자격증 교장이 1년 이내에 교장자격연수를 이수하면 교장자격증을 부여받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 때문에 공모교장이 교사로 돌아가는 것보다 다른 직위로 전직하는 사례가 훨씬 많은 실정이다. 이러한 폐단이 교감공모제에서도 똑같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교감공모제는 현직 교원들의 고충 해결과 사기 진작을 위해 시급한 정책이 아니며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다. 또한 이 제도에 대한 교육공동체의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채 도입하고자 하여 현장의 갈등만 초래할 뿐이다. 우리는 다시 되돌아 물어보아야 한다. 교장공모제가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운영되었는지를!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지 않다’는 것에 많은 교원이 동의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교육공동체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고, 학교의 인력과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급히 추진했기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필자는 4년째 교감직을 수행하고 있다. 기존 승진제도에 따라 교감이 되었으니 1정 연수, 부장경력, 교육연구, 연수 이수 등 현행제도에 따른 요건을 모두 갖추고 교감이 된 것이다. 각종 연구활동 참여는 교감으로서 수업장학 등 교사역량강화 지원 및 교육활동 기획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여러 분야를 거친 다년간의 부장 경력을 통해 학교업무의 세세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 중에 교사·학부모·교육공무직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학교 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었으며, 그 안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는 교감자격증을 따는데 몰두하느라 교직생활을 등한시한다는 식으로 전체를 폄훼하는 시각은, 교감자격을 갖추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다수의 교사와 현재 교감직을 수행하고 있는 많은 교감의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사기를 꺾는 것이다. 일부의 사례로 전체를 판단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현행 교감자격제도, 교사승진제도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과 더불어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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