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 학부모 등을 배려하기 위해 일요일에 운동회를 열기로 한 서울시내 S초등교가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한 때 곤혹을 치렀다.
이 학교는 주중 운동회의 경우, 맞벌이 부부와 아버지들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민원에 따라 더 많은 학부모들이 올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일요일인 다음달 10일 운동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미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일요일 운동회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가 찬성한 터였다.
이에 학교는 한강시민공원을 빌려 온 교육구성원이 참여하는 가을 축제를 계획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 인근 교회에서 일요일 운동회는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회 측은 “매주 교회에는 이 삼 백명의 귀교 학생이 출석하고 있는데 일요일에 공식적인 수업인 운동회를 여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양심에 반해 살라고 교육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요일을 바꿔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학부모 의견수렴을 거쳐 일요일 운동회를 공지하고 추진해 온 학교는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교회 측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S초의 운동회 일정을 철회시켜 달라는 글을 올렸다. 교회는 “일요일 운동회는 그것 자체가 강제적이며 신념을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절대 받아 들이 수 없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운동회 계획을 취소하거나 만약 그럴 수 없다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석하되 불참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학교 교장, 교감이 교회 목사를 만나 장시간의 논의 끝에 ‘조건부’ 일요일 운동회 개최에 합의했다. 당초 9시부터 진행하려던 운동회 본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예배보고 올 때까지 늦추기로 한 것. 교회 측의 한 목사는 “9시 30분까지 예배를 빨리 마치고 40분까지 등교시키기로 했으며 다음부터는 일요일 운동회를 가급적 열지 않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S초의 한 교사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어렵게 해결됐지만 또다시 일요일 운동회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