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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공립과 사립사이

요즘 뉴욕에서는 시장과 교육감이 공립교육을 두고 정책논쟁이 한창이다. 시장은 공립교육이 사립보다 질적으로 떨어져 학생들의 학력이 형편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소위 '바우처계획(voucher plan)'을 실시해 공립학교 우수학생 가정에 매월 일정 액면의 바우처를 지급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돈 대신에 공적인 지불증서인 '바우처'를 내고 사립학교에 다니게 되면 우수학생들의 학력이 계속 신장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감도 학력수준만 따지면 공립학교가 뒤떨어진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교육감은 학력신장보다는 건전한 시민 육성이 더 중요한 교육목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극소수 우수한 학생들을 위해 '바우처'라는 재정적 특별지원을 하기 보다는 그 돈으로 공립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시장과 교육감의 대립은 교육이 학력신장과 건전한 시민육성 중 무엇을 더 지향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문제로 귀착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립과 공립학교간에 존재하는 교육방식의 차이가 사회문제로 비화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선택의 문제이자, 빈부의 문제가 된다.

부유층 자년들은 사립학교에서 엄선된 교육을 향유하고 중산층 이하의 자녀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공립학교에서 평준화된 교육을 받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미국의 사립학교는 최고의 환경, 최고의 교사, 암기주입식 교육이 결합돼 뛰어난 학력신장을 거두고 있으며 일류대학 진학과 사회요직에 대한 진출을 대부분 석권하고 있다.

반면 공립학교 졸업자들은 대부분 다수 즉, 일반 대중을 이루게 되며 나라의 근간을 구성하게 된다. 다수를 건전한 시민으로 배양하는 것이 간과할 수 없는 공립교육의 역할인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민의 나라기에 각양각색의 인종과 민족들이 섞여 살 수 밖에 없다. 이점에서 공립교육은 이들이 서로를 포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문화적 최대공약수를 창조하고 교육하는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며칠전 막내 놈 학교에서 학년별, 학급별 합창대회가 있었다. 여기서 불렸던 노래중에는 미국 노래, 불란서 노래 등도 있었지만 소수 민족들의 노래, 즉 한국, 일본, 중국 노래도 있었다고 한다. 각자 자기네 노래를 부른게 아니라 미국 학생, 유럽 학생, 동양 학생이 서로 어눌한 발음과 목소리로 서로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노래로써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화합정신을 배우게 된 셈이다. 이것이 바로 공립교육의 목표가 치밀한 의도하에 실시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이란 초강대국이 어느 방향으로 미래를 설정해 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확실히 공립교육의 몫일 수밖에 없으며 사립교육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미국교육의 강점은 이런 데 있다. 우수 인력은 사립교육을 통해 끝없이 계발하고 기업정신도 함양해 국가이익을 최대한 추구하게 만들면서 일반 다수는 공립교육을 통해 건전한 시민으로 국가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뉴욕시장과 교육감의 맞대결은 바로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가지에 더 무게를 두는 인식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학교는 건전한 시민육성을 이미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일류대학 진학만이 목표가 됐고 공립교육은 껍질만 뒤집어 썼을뿐 알맹이는 모두 사립이 돼 버렸다. 아이들은 다양하다. 돈은 있어도 머리가 없거나 머리는 있는데 돈이 없는 이들을 모두 국가를 경영하는 앨리트로 만들 순 없다. 그래서 공립과 사립교육의 원만한 균형이 필요하고 그 중간을 연결하는 타협방안을 찾는데 혼신을 다해야 한다.

물론 참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걸 안다. 그래서일까. 남의 나라 시장과 교육감의 정책대결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의 얘기는 다분히 이론적이다. 부모들은 자식을 앨리트이면서 건전한 시민으로 키우길 바라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심보일 수도 있지만 불가능한 욕심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우리가 자랄땐 그냥 저절로 컸던 것 같은데 요즘 부모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아이들 키우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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