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 베이징(北京)대 교수들이 고구려사를 한국사의 일부로 기술한 책자가 국내 교수에 의해 공개됐다.
김우준 연세대 동서문화연구원 간사는 3일 중국 베이징대의 장페이페이(蔣非非), 왕샤오푸(王小甫) 교수 등 소장파 학자 6명이 지난 98년 발간한 '중한 관계사(中韓 關系史)-고대권(사회과학문헌출판사 刊)'을 공개했다.
중국 베이징대 '한국학연구중심'이 발간한 한국학 총서에 포함된 이 서적은 서문에서 "중국에는 하.상.주.진.한.수.당.송.원.명.청 등의 왕조가 있었고 그 중간에 춘추전국시대.위진남북조시대 등이 있었으며 한국에서는 고조선.삼한.고구려.백제.신라.고려.조선 등의 왕조가 있어 양국 간 정치.외교.경제.문화 관계를 서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적은 이어 중국 각 왕조에 대응하는 같은 시기 한반도의 왕조들을 한 쌍으로 묶은 뒤 각 시기별 양국 간 교류를 서술해 고구려를 명백한 한국사의 일부로 인정했다.
특히 고구려사 기술 대목인 3장 1절은 '위진남북조와 고구려의 관계'라는 제목 아래 '고구려 승려들이 중국에 유학을 많이 했고 불경 외에 기타 다른 분야 연구도 많이 했다'라거나 '고구려 왕이 위에 조공을 바쳤고 북위는 고구려에 대해 특별한 예를 표시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김 교수가 2000년 중국 베이징대 출판부에서 입수한 것으로 김 교수는 당시 이 책이 베이징대를 비롯한 대학들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책 곳곳에 중국 특유의 대국주의적 입장이 피력되긴 하지만 고구려사를 명백한 한국사의 일부로 기술하는 등 비교적 중립적인 관점에서 쓰였다"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대학인 베이징대 교수들이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금 중국의 동북 지역은 청조까지는 한족의 무대가 아니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라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시작된 한중 간 역사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동 역사연구를 하는 유럽처럼 한중도 고대에서 간도 문제에 이르는 역사에 대한 공동연구와 협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