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살아가면서 학창시절의 진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거나, 학교나 전문기관을 통해 상담을 받아보는 경우는 미미하다고 할 정도로 전무한 상태이다.
학교에서도 학생이나 학부모를 상대로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제공하지 못했고 또한 중 3담임 교사도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를 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특수 목적고를 선택하는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거의 예외 없이 인문계 고등학교를 지원하며, 성적이 극히 낮은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실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업계 지원자가 줄자 지방 중소도시 명문 실업계 고교조차 일반고로 전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실업계 고교에서는 중학교를 방문해서 진학자료집을 내놓으면서 실업고 진학을 하소연해보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그래서 교육부에서 묘안을 짜낸 것이 실업고를 지원하는 메리트로 대학진학을 용이하게 만들어 실업계 지원을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본래의 실업고 설립취지와 전혀 맞지 않으며 그저 전환기에 생존하기 위한 단말마적인 저항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의 실업계 고교의 대학 진학률은 매우 낮다.
근로자나 기능인이 절대적으로 모자란 상태이기에 실업계학생은 더더욱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작 실업고를 지원하는 학생의 대부분은 성적이 낮아서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의 근간이 될 기능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잘못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3D업종을 포함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직원이 없어 공장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고, 나아가 외국에서 근로자를 데려다가 임시로 고용하지만 그들이 끼치는 폐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일자리를 100만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 근로자의 10만 명의 일자리를 빼앗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그 결과로 국민의 상당수가 실업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나라의 근간을 튼튼히 하고자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인적자원이다. 그러나 우리는 튼튼한 하부구조를 가지지 못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누란지위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교육부에서는 실업고에 투입될 예산을 전문대학에 대거 지원했지만 이제 몇 년만 지나면 상당수의 전문대학은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교육부의 정책은 실업고나 전문대 어느 한쪽도 제대로 육성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라도 실업계 고등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성적이 안 돼서, 혹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선택하는 '틈새'로 볼 것이 아니라 학생의 적성에 따라 당당하게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업계 고교에서 졸업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정부는 학생들이 실업계 고교를 소신 있게 지원한 만큼 이들이 당당한 보수를 지급받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딜레마에 빠진 실업계 고교 정상화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