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소득이 안정적인 듯하지만, 월별로 편차가 큰 편이다. 월급이 적은 달과 많은 달의 차이가 두 배 이상 나기도 한다. 소득은 불규칙한데 돈 써야할 곳은 정해져 있다 보니 자연스레 적자가 나는 달이 생긴다. 마이너스 통장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든 통장 잔액 안에서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껴 쓰는 노력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이 생긴 이후에는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게 됐다. 예전 같았으면 사소했을 일들이 하나하나 급한 일로 둔갑한다. 처음에는 급할 때만 잠시 꺼내 쓰고 다시 채워 넣겠다는 의도였으나 결국 다시 채워 넣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는 전혀 급할 게 없는 상황인데도 일상적으로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빼 쓴다. 마이너스 통장을 유지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한도의 대부분을 사용한다. 마이너스 통장의 구조가 자유롭게 꺼내 쓰고 갚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스스로 언제든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품 자체가 자유롭게 갚을 수 있도록 해놓은 것과 본인이 아무 때나 갚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과는 분명 다른 것임에도 자기 자신을 과신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든 갚을 수 있다는 믿음은 현실에서 그대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너스 통장에서 나오는 돈이 빚이라는 인식도 부족한데다가 언젠가 채워 넣으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상환하겠다는 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는다. 그러면서 비싼 금융비용을 아무렇지 않게 지불하고 살아간다.
대출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실제 금리 마이너스 통장은 일반 신용 대출보다 금리가 높다. 상대적으로 은행의 위험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대출 금리는 조달 금리와 가산 금리로 구성된다. 이때 가산 금리는 대출의 위험성이 크면 높아지고 위험성이 작으면 낮아진다. 대출 위험성은 대출자의 신용 등급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대출금의 상환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원금 균등 상환 방식’이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보다 위험성이 낮다. 상대적으로 원금 균등 상환 방식은 대출 초기부터 원금을 많이 상환하기 때문이다. ‘만기 일시 상환’의 경우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다가 한꺼번에 원금을 상환하기 때문에 당연히 원금 균등이나 원리금 균등 상환에 비해서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즉, ‘원금 균등 상환 < 원리금 균등 상환 < 만기 일시 상환’의 순으로 이자 부담이 크다. 또 상환 방식의 특성상 원금 균등이나 원리금 균등 방식은 중간 중간 원금을 나눠 갚아 나가기 때문에 대출 원금이 줄어들면서 이자 금액도 줄어든다. 1000만 원을 10개월간 분할 상환하면서 원금을 일정 비율로 상환하는 A방식과 10개월간 분할 상환하는 동안 이자만 내고 마지막에 원금을 통째로 상환하는 B방식을 비교해 살펴보자. A방식의 경우는 매달 원금이 일정 부분 차감되므로, 남은 원금이 적어지기 마련이고 이자도 점차 줄어든다. B방식의 경우 원금이 차감되지 않으므로 결국 만기까지 고스란히 원금에 대한 이자를 내게 된다. 그러므로 같은 금리 비율의 상품이라고 해도 결국 부담하는 이자는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이 훨씬 많다. 마이너스 통장은 중간 중간 자유롭게 원금을 상환할 수 있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이자만 내고 사용한다. 자연스레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을 택한 것이다. 행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만 해놓고 쓰지 않을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만 들인 꼴이어서 손해 보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마이너스 통장은 다른 신용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산금리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금리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마법의 복리, 마이너스 통장에 있다 1000만 원을 신용 대출 받았다면 매월 이자 또는 원금을 꼬박꼬박 갚아야 한다. 그러나 마이너스 통장은 그렇지 않다. 마이너스 한도가 2000만 원인 통장에서 1000만 원을 꺼내 쓰는 경우 매월 빠져나가는 이자는 마이너스 원금에 자동 가산된다. 굳이 당장에 이자를 갚아야 할 필요성은 못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도만 남아 있으면 상환독촉에 대한 연락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상환을 어렵게 만드는 마이너스 통장의 함정이라는 것은 앞서 충분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더 큰 함정이 있다.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는 매월 마이너스 잔액에 자동으로 가산되는 방식인데, 이자를 갚지 않을 경우 마이너스 금액이 월 복리식으로 커져 간다. 수시 입출입이 자유로운 마이너스 통장의 특성상 매달 붙는 이자만 따로 상환하지 않는다. 이번 달 내야 할 이자를 채워 넣지 않으면 다음 달에는 지난달의 이자가 더해진 금액이 대출 원금이 된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는 원리다. 연리 12%를 가정했을 때,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10,000,000원이면 한 달 이자로 100,000원이 빠져나가면 이후 잔액은 -10,100,000원이 된다. 한 달 후 이자로 101,000원이 출금되면 마이너스 잔고가 -10,201,000원으로 늘어난다. 또 한 달 후 이자로 102,010원이 출금되어 통장 잔액은 다시 -10,303,010원이 된다. 이렇게 1년간 매월 이자를 상환하지 않게 되면 -10,000,000원에 대해 1년간 부담해야 하는 총 이자만 1,268,251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같은 금리라도 매월 이자를 상환하는 일반 대출보다 약 5.7%나 많은 이자를 내는 셈이다(이자율 연 12%의 일반 대출의 총 이자는 1,200,0000원이다). 마이너스 통장이 월 복리식으로 이자가 붙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마이너스 통장이 일반 신용 대출보다 0.5~2% 정도의 가산 금리를 적용받는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마이너스 통장 사용으로 인한 금융 비용은 훨씬 커진다.
금융결정은 언제나 신중히…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심리적 계좌를 갖고 있다. 마음속에 회계장부와 같이 돈의 출처와 용도에 대해 결정짓는 잣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계좌는 많은 오류를 갖고 있다. 이런 오류로 같은 크기의 돈이라도 경우에 따라 달리 인식한다. 예를 들어 청바지 한 벌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디자인과 색상 모두 만족스러운 옷을 사려고 마음먹는다. 가격은 2만 원이다. 그런데 옆에서 친구가 고급 정보를 준다. 할인점에 가면 똑같은 옷을 50% 할인해서 판다는 것이었다. 단, 한참 떨어진 할인점에 가려면 다시 날을 잡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다소 불편하긴 해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말에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만 원을 아낄 수 있다면 일부러 찾아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120만 원짜리 TV를 산다고 가정해 보자. 친구가 이번에도 정보를 준다. 할인점에 가면 만원 저렴한 119만 원에 살 수 있다. 앞의 상황과 똑같이 다른 날 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러나 120만 원짜리 TV를 사면서 만 원 할인받는 것은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우리 마음속의 회계장부는 50%로서의 만원과 약 8%로서의 만원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게 만든다. 마음속 회계장부는 빚에 대해서도 잘못된 판단을 일으킨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신용 대출은 빚으로 여기는 반면 마이너스 통장은 비상금으로 여긴다. 언제든 꺼내 썼다가 채워 놓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빚을 내지 않았다고 여기게 만드는 구조 자체가 함정인 것이다. | joy2jo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