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예쁘게 핀 꽃 봉오리나 탐스럽게 열린 열매에만 눈길을 주는데 그것은 식물의 일부일 뿐이다. 식물은 날이 춥거나 덥다고 활동을 멈추지는 않는다. 추위 속에서도 망울을 맺으며 기온이 오르면 곧바로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혹독한 조건에서도 계절에 맞춰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다하는 식물의 부지런함을 우리는 봐야 한다. 식물의 전체를 보지 못한 채 화려한 겉모습에만 취하는 것은 어리석다.
학생들과 함께 식물원에 가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것까지 함께 느껴보도록 하자. 식물원에 가서 예쁜 꽃과 열매도 보고 나무와 숲의 아름다움에도 취해보며 자연의 오묘한 진리도 마음껏 느껴보는 것이 학생들의 바른 인성과 참된 정서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 어떤 식물원에 가볼까?

해여림식물원 경기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 산자락에 위치. 16.5㏊의 만만찮은 넓이에 초화류, 약용식물, 보호수, 원예식물 등 4000여종의 식물을 갖춘 오랜 준비와 정성의 결과가 엿보이는 식물원이다. 산세가 아늑한데다 음지식물 및 습지식물이 많고 붉은색, 흰색, 보라색, 분홍색 등 여러 색상의 무궁화 200여종이 다양한 크기로 자라고 있다. 식물원 이름은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해와 여주의 숲(여림)에서 따와 지었다고 한다. (031)882-1700, www.haeyeorim.co.kr

한택식물원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 비봉산 기슭에 위치했다. 전체 면적이 66만여㎡에 이르며 자연생태원, 약용식물원, 어린이정원, 숙근초원, 호주온실, 남아프리카온실, 수생식물원 등 35개의 테마정원 및 8개의 재배 온실로 이루어져 있다. 자생식물 2400종, 외래식물 6600종 등 모두 9천 종의 식물 900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동화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031)333-3558, www.hantaek.co.kr
아침고요수목원 경기 가평군 상면 행현리 산 255 축령산 기슭에 위치한 식물원으로 30만㎡가 넘는 터에 한국의 미를 최대한 반영해 계절별, 주제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20개의 테마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축령산에 자생하는 식물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증식, 보존하고 있는 희귀 식물 및 도입식물 등 5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야생화정원 및 무궁화동산에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화 1000여 종이 분포돼 있으며, 한국정원에는 38종의 모란품종이 있다. 1544-6703, www.morningcalm.co.kr
물향기수목원 경기 오산시 수청동 332의 4에 위치한 33만여㎡ 면적의 경기도립 수목원이다.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미로원, 토피어리원, 중부지역 자행원 등 모두 20개의 테마가 있는 주제원으로 꾸며져 있다. 다양한 품종의 무궁화와 단풍나무, 소나무는 물론 물속과 물가, 물 위에 사는 다양한 수생식물 등 1683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031)378-1261, mulhyanggi.gg.go.kr
양평 들꽃수목원 경기 양평군 양평읍에 위치하며 다양한 수목과 야생화, 허브 등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6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야생화단지에서 계절별로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고, 수목원 내에 위치한 자연생태박물관을 통해 많은 종의 국내외 곤충을 만나 볼 수 있다. (031)772-1800, www.nemunimo.co.kr
장흥 자생수목원 경기 양주시 장흥면 장흥관광지에 위치하며 개명산 형제봉 능선의 7만여 평의 자연림을 배경으로 조성됐다. 백년이 넘은 잣나무 숲 오솔길과 원시림, 분재원 등 볼거리가 많다. (031)826-0933, www.장흥자생수목원.kr
신구대학 식물원 성남시와 서울시의 경계인 인릉산 자락에 위치하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어린이 식물원’을 표방하고 있다. 대학생과 일반인, 식물학자를 위한 전시와 육종, 연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031)723-6677, www.sbg. or.kr
민들레식물원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1-336번지 위치하며 500여 종의 야생화를 보유하고 있다. (02)445-4117, www.mindlrae.co.kr
천리포수목원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산 875에 위치하며 62만㎡에 세계 50여 개국에서 수집한 1만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특히 목련류는 전 세계 500여 종 중 410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아시아 최초, 세계 12번째로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041)672-9983, www.chollipo.org
세계꽃식물원 충남 아산시 도고면 봉농리에 있다. 백합, 국화, 달리아 등이 피며 사계절 꽃 축제, 꽃 음식 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041)544-0746, www.asangarden.com
고운식물원 충남 청양군 군량리에 위치한다. 관목원, 장미원, 수생식물원 등을 갖추고 있다. (041)943-6245, www.kohwun.or.kr
기청산식물원 경북 포항시 청하면 덕성리 위치한다. 야생화, 꽃, 자생식물 전시, 향수원, 습지원, 아열대원, 울릉식물관찰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www.key-chungsan.co.kr
식물원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개장하고 있는 곳이 많다. 3월에서 10월까지는 9시부터 18시까지,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17시까지 입장할 수 있는 곳이 많으나 자세한 것은 식물원에 문의해야 한다. 입장료는 식물원마다 다르며, 단체 관람 시 반드시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식물원과 수목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지역 관광정보 사이트에 잘 나와 있으며 경기도의 경우는 경기도관광정보 포털사이트(www.kt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알아둘 만한 상식
식물들의 이름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엉겅퀴는 피를 엉키게 한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새로운 약을 연구하는 실마리를 이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금강초롱은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된 초롱꽃과 유사한 식물이라 하여 붙은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장미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꽃이다. 기원전 2000년에 세워졌다고 하는 바빌론의 궁전에도 이미 장미가 있었고, 그리스의 벽화에도 장미가 있었다고 한다. 장미에는 많은 일화가 있다. 옛날 아도니스라는 미소년은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고 있었는데, 이를 질투한 아프로디테의 남편 헤파이스토스는 멧돼지로 변해서 사냥을 하던 아도니스를 물어 죽였다. 이때 아도니스가 죽으면서 흘린 피에는 아네모네 꽃이 피었고 아프로디테의 눈물에서는 장미꽃이 피었다고 한다.
나팔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반나절 만에 시들어 버리는 가엾은 꽃이며, 애절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옛날 중국에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화공이 있었다. 마음씨 나쁜 원님은 화공의 아내를 탐냈으나 말을 듣지 않자 옥에 가두고 말았다.
화공은 밤낮으로 아내만 생각하다가 어느 날 남몰래 그림을 한 장 그려서 아내가 갇힌 감옥 밑에 파묻고는 그만 미쳐서 죽고 말았다. 그날부터 아내의 꿈에 매일 남편이 나타나서 말없이 있다가 가곤 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는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니 거기에는 한 송이 나팔꽃이 피어 있었다. 죽은 남편의 혼이 나팔꽃이 된 것이다.
민들레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볕이 잘 드는 곳이면 바위틈에서도 잘 자란다. 후후 불어 솜털 달린 씨를 날리던 민들레는 사실 조상 대대로 귀하게 사용되어온 약초였다. 민들레는 동의보감에선 포공영(蒲公英) 또는 포공초(蒲公草)라 불리는 약초로 나온다. 청열해독(淸熱害毒 : 열을 내리고 독소를 풀어줌), 소종배농(消腫俳膿 : 종기처럼 뭉친 것을 풀어주고 고름을 배출)의 효능이 있어 여드름, 결막염, 중이염, 인후염, 편도염, 위염, 위궤양 등 여러 가지 염증질환에 사용됐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민들레는 훌륭한 간 치료제로 사용됐다. 납중독이 많았던 로마인들에게 간질환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양학자 로이 바타베디안은 채소영양평가 프로그램에서 3,000가지 채소 가운데 가장 우수한 다섯 가지 중 하나로 민들레를 꼽았다. 민들레는 꽃잎, 잎, 줄기,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 잎에는 유해산소를 제거해 노화와 성인병을 막아주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A와 C, 칼슘, 철분이 풍부하다. 뿌리에는 간장에 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막아주고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콜린이 들어 있다.
말은 없지만 식물 역시 늘 대화를 원한다. 다른 나무가 너무 가까이 있을 때 적당히 간격을 넓혀주면 나무의 생장이 뚜렷이 좋아진다. 그 상태에서 방치하면 그 반대가 된다. 사람이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 식물이 자라는 정도가 바로 표시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늘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교육현장에도 바로 적용된다. 우리가 학생을 더 잘 알고 이해하며 정성을 기울인다면 훨씬 더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을 보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 학생과 세상을 생각하며 깊게 생각하는 기회를 식물원에서 가져볼 것을 권한다. 공부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나무와 꽃, 농작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식물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한 계절에 피고 지는 식물이름 10가지씩만 아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학생이 무심히 밟은 풀 한 포기가, 무심히 자른 가지 하나가 내 친구 민들레꽃, 제비꽃, 단풍나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자. 자연보호 운동이 따로 필요 없고 생명 존중 교육이 바로 그곳에 있다.
식물원에 갈때는… 식물도감을 가지고 가라_ 식물원에 갈 때는 식물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는 식물도감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가령 사과에 대해 설명한다면, 빨갛게 잘 익은 사과만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싹이 트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번식을 하는 전 과정을 담은 살아 있는 식물도감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사전계획을 세우라_ 식물원 입구에 있는 안내판과 안내도를 잘 보고 어떤 순서대로 움직일 것인지, 어떤 식물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지, 학교교육과 관련지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등을 먼저 정해야 한다. 해당 식물원 홈페이지를 미리 살펴보고 간다면 더욱 알찬 체험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주변에 미술관, 박물관, 천문대 등이 위치해 있다면 식물원과 연계한 문화 나들이로 콘셉트를 잡아도 좋다.
꽃만 보지 마라_ 화려한 꽃만 보지 말고 싹은 어떤 모양인지, 꽃잎은 몇 개인지, 나무 전체의 모양은 어떤지, 주변 환경은 어떠한지 등을 함께 살펴보면 식물의 전체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그늘진 숲 바닥에서는 매미꽃이 군락을 이루고, 물가 바위틈에서는 돌단풍이 꽃을 피운다. 식물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식물원에 있는 도우미에게 물어보도록 한다. 단체로 갈 경우 예약을 한다면 도우미의 쉬운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알맞은 계절을 택하라_ 식물마다 감상하기 좋은 계절이 있다. 봄에는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철쭉, 수선화, 튤립 등을, 여름에는 원추리꽃과 붓꽃, 가을에는 국화와 용담 등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택식물원 같은 곳은 매년 봄 목련과 벚꽃, 작약을 시작으로, 여름에는 산수국과 비비추, 원추리꽃이, 가을에는 구절초와 단풍이 만발하며 겨울에는 선홍빛 낙상홍 열매 위로 하얀 눈꽃이 연이어 피고 진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두 달에 한 번 정도 같은 식물을 관찰하면 그 식물의 변화상을 알 수 있다.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보노라면 한편의 시를 짓고 싶고, 겨울에 고독에 잠겨 눈 덮힌 숲길을 걷는다면 당신도 겨울연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식물을 따거나 꺾지 않는다_ 꽃이 예쁘다고 꺾거나 잎을 따가거나 뿌리째 뽑아 가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희귀식물을 몰래 캐가거나 씨앗을 받아가 연구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생명이 있는 풀과 나무를 함부로 캐서는 제대로 살 수 없다. 식물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에서부터 생명 존중 교육이 이루어진다.
지나친 사진 촬영은 하지 않는다_ 멋있고 예쁜 식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식물 무리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다 보면 길이 나게 되고 식물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된다. 식물원에서 마련해 준 장소에서 조심스럽게 사진 촬영을 하도록 한다. 아울러 삼각대를 이용한 사진 촬영은 주변 식물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피한다.
식물의 이름을 외워보자_ 식물원에 있는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100가지 아니 20∼30가지만 알고 있어도 더욱 유익한 체험활동이 된다. 식물의 이름을 알 때 숲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며, 식물과의 의미 있는 인연이 시작된다. 시인의 말처럼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듯이 학생이 풀과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들은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그때가 바로 눈부시게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여는 열쇠가 작동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