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어린 나이에 그것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1학기만 담임을 하셨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지만, 뵙는 순간 선생님의 인자한 눈길과 따뜻한 손길에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퇴직하신 후 시골뜨기 출신 제자가 교단에 선 것을 벌써부터 아시고 멀찍이서 좋은 교사가 되기를 기원해 주셨다는 말씀에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선생님을 통해 2학기 때 담임이셨던 함종학 선생님도 뵈면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제 간의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과거에 비해 크게 위축된 교사의 위상 과거에는 선생님이 곧 스승님이고 은사님이셨다. 선생님은 그 자체만으로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었고 시대와 사회의 사표(師表)였다. 사회는 항상 교사를 존중했고, 학부모들도 학교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자녀에 대한 체벌도 자식 잘되라는 선생님의 관심으로 생각했다. 제자들은 선생님께 맞은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교사들에 대해 관대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교사에 대한 시선과 신뢰가 과거에 비해 크게 변해 있다. 신분을 망각한 일부 교사들 탓도 있지만, 교사라는 이름만으로 신뢰하고 존경하던 시대는 이미 아니며 그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교육이 학교의 전유물이고 모든 지식과 정보가 교사들의 고유 영역에 속했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교사들은 상위 5%의 인재들로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2009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읽기와 수학 1위, 과학 3위 등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어, 핀란드, 싱가포르와 함께 3대 교육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반면, 국제교육협의회(IEA)의 조사 결과 한국 중학생의 학교 신뢰도는 45%로 설문에 참여한 36개국의 평균인 75%에 크게 못 미쳤다. 설상가상으로 학생의 인권을 위해 체벌을 금지한 후, 그 부작용으로 교사의 권위가 추락하고, 교권 침해 사례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현실의 중심에 우리 선생님들이 서있다. 교권은 교육을 바로 세우고 교사가 교육을 지켜갈 수 있는 보루다. 올바른 인간관과 교육관을 비롯해 경쟁력 있는 교육을 위한 전문성, 엄격한 도덕성,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스스로를 가다듬어, 이러한 현실을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정착시켜 가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교권 바로 세워야 요즘 체벌금지로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체벌에 의해 지켜지는 교권은 진정한 의미의 교권이 아닐 테지만 체벌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결국 시대상황에 맞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다. 교사들은 이런 여건 변화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 “다음 세대에는 대부분의 교육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틀림없이 새로운 학습 환경과 새로운 교육방법이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서적 풍토를 만들어 내는 일만은 교사와 학생 간의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아무리 고성능 기계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 일만은 결코 해낼 수 없을 것이다”라는 하임 G. 기너트의 말은 우리 교사들이 미래 교육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살면서 때로 은사가 계신 것을 참 감사하게 느낀다. 성장한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어려운 순간에 기억할 수 있는 은사가 있기를 바란다. 은사로 기억되기 위해 우리 교사들도 부단히 애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