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을 보는 아이들
요즘 남자 아이들은 야동(야한 동영상)을 본다. 내 아이는 설마 안 볼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마도 보거나 곧 볼 것이다. 어떻게 청소년들이 야동을 보냐고 걱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본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사실 요즘 아이들만 본 것이 아니라 예전 아이들도 음란물을 보아왔다.
여성가족부의 ‘2010 청소년유해환경접촉 종합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남자 아이들의 경우를 보자면, 그냥 반 이상은 본다고 할 수 있다. 아니, 민감한 질문의 응답률 축소되는 경향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이 조사는 크게 신뢰도 있는 조사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조사에서는 일반청소년들과 위기청소년들을 구분했다. 여기서 위기청소년이란 비행(소년원수용), 가출(청소년쉼터), 학교부적응(보호관찰) 청소년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음란물을 보는 비율이 남학생의 경우 56.3%인데, ‘1년에 한 번도 온라인 음란물을 보지 않은 경우’는 일반청소년의 17.8%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조사의 신뢰도 자체가 의심되기도 한다.
조사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면 일반 어른들의 편견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림 1>을 살펴보면 위기청소년들이 일반청소년들에 비해 성인용 음란물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비율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단순 숫자 통계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일반청소년보다 위기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더 노출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 텐데,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았다. 일반청소년이든 위기청소년이든 음란물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믿을 수 없는 통계의 신화
이러한 모순된 조사결과가 발생된 이유는 인터넷이 발달해, 음란물들을 더욱 쉽게 볼 수 있는 환경 때문이다. 조사된 성인용 간행물, 영상물, 온라인 음란물이라는 기준도 사실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로 청소년들은 수많은 음란매체 접촉환경에 놓여 있다. 청소년들도 그런 환경을 잘 인식하고 있다.
잠시 어려운 이야기를 해보자면, 통계를 분석함에 있어, 두 집단 평균의 결과차이가 유의미한지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t검증이 있다. 그런데 이 조사는 t검증을 하지 않아서, 이 차이가 통계적으로 얼마나 유의한지를 알 수는 없다.
이 조사는 일반청소년 1만 6572명, 위기청소년 1972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이렇게 표본수가 거의 7~8배의 차이가 날 경우에는 t검증을 하지 않으면 통계적으로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 두 집단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일반청소년과 위기청소년들 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편견을 가지고 살펴보기보다는 오히려 청소년들의 성인용 매체에 대한 인식 차원에서 표를 살펴보는 것이 더 좋겠다. 통계란 무턱대고 믿기에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 좋은 줄 알면서도 야동을 보는 아이들
청소년들은 대부분 “현실적으로 성인용 매체를 쉽게 볼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성인용 매체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성인용 매체를 절대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성인용 매체에 중독이 되어서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유명한 미디어교육학자, 데이비드 버킹엄(David Buckingham) 교수는 <청소년 성, 그리고 미디어>라는 책에서 대중매체의 범람 이후, 어른들과 이미 똑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청소년들이 금지된 음란 · 폭력물을 보지만, 안 본 척 연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스스로 이러한 유해매체들을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이러한 능력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야동이 사라진 세상은 가능한가?
어떤 어른들은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음란물을 보는 현실에 개탄하면서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포털 검색 사이트에서는 성인인증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여러 방법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본다.
인터넷이 우리 삶을 지배하기 시작한 순간, 피하지 못할 여러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자칫 청소년들이 성인물을 보지 못하게 제도를 만들려고 하다가, 오히려 인터넷 환경 기반 자체가 통제될 수 있다. 규제를 통해 청소년들의 음란물 접근을 차단하고자 하는 노력은 앞으로도 시도될 테지만, 번번이 실패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어떻게든 음란물을 구해서 볼 것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앞에서 마치 안 본 척 순진하게 연기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은 아니다. 파스칼 뷔르네스크의 <순진함의 유혹>이라는 책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순진무구한 존재일 것이라 기대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그러한 기대는 어긋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떻게 청소년들이 야동을 볼 수 있냐며, 청소년들에게 야동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오히려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한 주장일 수밖에 없다. 굳이 찾아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연예뉴스나 인터넷 광고, 스팸메일 등만으로도 음란한 정보에 접근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보다는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보고 난 이후의 대책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에 관심 갖는 아이들에 대처하는 법
앞에서 언급한 조사의 유해매체 관련 교육 여부를 살펴보면 많은 아이들이 유해매체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대부분 아이들은 가정보다는 학교에서 유해매체 관련 교육을 받는다. 가정에서 부모가 유해매체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은 서로 민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교육은 학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리 교육적인 상황이라도 약간은 창피한 일이 된다. 특히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아이들의 눈이 또렷해지면서 관심을 갖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교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을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흔히 많은 어른들은 야동을 보는 것을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며, 그러한 행위를 범죄처럼 생각하고, 죄책감을 갖게 하고자 한다.
그러나 반항하는 청소년기에 야동을 보는 것은 어른들의 세계를 염탐하며, 일탈하고자하는 욕구 때문이다. 어른들이 강하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더욱 호기심을 갖는 역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야동을 보는 것 자체가 좋다기 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이 금지하는 것을 한다는 것에 아이들은 쾌감을 느낀다.
학교에서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할 때, 특히 여선생님의 경우 남학생들이 선생님을 희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학생들은 어른들을 골려먹기 위해서 성적인 장난을 치며, 마치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의 성적 지식을 자랑하고, 이미 자신들은 어른이라는 것을 증명받고 싶어 한다. 이런 아이들의 장난기 때문에 성교육은 교사입장에서는 불편한 시간이다.
이러한 잘못된 행동을 타이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시하게 만들기’이다. 청소년들이 호기심 속에 하는 장난들에 반응을 보이면 보일수록 장난이 더 심해진다. 그럴 때마다, 그런 행동들이 얼마나 유치하고, 어린애 같은 행동인지 알려주기 위해선 오히려 조금은 ‘쿨한 태도’를 연출할 필요가 있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혼자 보게 하지 말라!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성적인 매체를 통과의례처럼 접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미디어교육 시간에 아예 음란물을 교사와 학생들이 같이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 음란물을 숨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시청하면서 음란물 시청이 은밀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시청하고, 서로 토론하게 하면서 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고, 문제점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어떠한 나쁜 매체를 보더
라도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옆에 있다면, 그러한 매체는 해롭지 않을 수 있다. 교육자의 역할은 해로운 매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유해환경을 접했을 때 옆에서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이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한 선생님의 말이었다.
한국적 상황에서 이러한 대담한 교육이 이뤄지기는 아직까지 힘들 것이다. 아무리 용기 있는 선생님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유해매체를 아이들과 함께 보기란 상상조차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해매체를 보는 행위에 대한 유해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그래서 음란물을 보면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게 돼서 향후에 성범죄를 할 것이라는 논리적 비약이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평범한 남성들이 어렸을 적에 음란물을 보았지만, 별로 문제없는 어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비해 문제가 될만한 것이라면 요즘 아이들이 음란물을 혼자 본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중학교 때 친구들과 모여서 처음 포르노비디오를 보았다. 그때 비디오라는 매체는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며 우정을 나누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서는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혼자 숨어서 보는 경우가 많아져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고립되어 잘못된 성적 판타지가 커질 우려가 크다. 성범죄는 개인화된 범죄이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아이들이 개방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집단 토론을 통해 스스로 성찰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