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를 부활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교육 분야에서도 ‘중화문화’가 강조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노래, 춤, 연극이 혼합된 중국의 전통극 ‘경극’을 초 • 중학교 음악 교육에 포함시키는 것인데, 시범운영을 거쳐 특정 교과에 한정하지 않고 범교과적으로 교육과정에 반영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최근 중국의 국가 경쟁력이 크게 확대되고, 이러한 국력 신장의 영향으로 중국인들의 대외적인 자신감이 강화되면서 중국 사회에서는 소위 ‘중화문화’라는 중국 전통문화를 부활시키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에는 소홀히 여겼던 중국 전통문학, 예술, 체육, 과학기술 등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 이러한 것은 TV 등 대중매체를 통해 중국인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통문화 부활 노력은 교육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중국어 교육 강화, 번체자 교육 실시 논의, 중국 전통문화 교육 강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음악 분야에서도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경극(京劇)을 초 • 중학교 교육과정에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화문화 부활’ 일환으로 전통문화 교육 강화 경극을 교육과정에 추가하려는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시작되었는데, 중국 교육부는 2008년 3월부터 2009년 7월까지를 목표로 베이징, 톈진[天津], 헤이룽장[黑龍江] 등 10개의 성(省) 또는 시(市)의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서 경극을 학교교육과정에 도입하기 위한 시범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에 대한 중간 점검차원에서 올해 3월 초 베이징시에서 경극 교육 시범학교 수업 발표회 및 경극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1년간의 경극을 교육과정에 적용한 시범학교 운영 결과를 발표했는데 시범학교를 운영해 보니 경극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가 높아졌고, 예술을 존중하는 습관이 형성되는 등 목표한 바를 달성했다는 긍정적인 결론을 얻었다. 베이징시 교육과학연구원의 기초교육연구센터 음악교육연구실의 션이민[沈一民] 주임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진행된 경극 교육 시범학교 운영은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현재 베이징시 교육위원회는 80만 위엔(한화 약 1억 6000만 원)을 들여 중국희곡대학에 베이징시 지방교육과정 경극교재를 만들도록 위탁한 상태다. 현재 제작 중인 경극 교재의 내용을 살펴보면 수록된 총 22곡의 경극 가운데 전통적인 경극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현대 경극은 30%, 새로 만든 역사극이 10%인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중국 교육부가 초기에 제시한 경극 15곡에서 20%가 빠지고 새롭게 7곡이 추가된 것이다. 이 같은 베이징시의 노력 덕택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올해 9월부터 베이징시의 초 • 중학교에서는 이 교재를 바탕으로 경극 수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교육과정에 시범 도입된 경극, 평가는 긍정적 교육과정에 도입된 경극은 현재까지는 음악과에 한정되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원래 방침에 따르면 초 • 중학교에서 새롭게 실시하는 경극 교육은 특정 교과에 한정하지 않고 범교과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이는 경극은 음악, 미술, 무용 등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인 예술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초 • 중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경극 교육의 내용 역시 특정 교과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극에 필요한 가면이나 복장과 관련한 교육은 미술 교과에서 교육하고, 경극의 가사와 관련된 내용은 어문(국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등 경극은 교육과정에 적합한 범교과적인 성격을 지닌 하나의 새로운 교육 내용이라는 것이 베이징시 교육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베이징시에서는 경극의 학습과 관련한 평가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경극이 중국의 초 • 중학교 교육과정에 정식 도입돼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경극 수업 내용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이다. 경극 교육 시범학교 학생들의 경극 수업에 대한 의견 조사에서 대부부의 학생들은 경극 수업이 재미는 있지만 배우기는 어렵다고 응답하고 있다. 초등학교 1 • 2학년에서 배우는 경극은 유명한 곡으로 이미 학생들이 많이 들어 보았고, 부르기도 어렵지 않으나,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생소하고 어려운 곡이 많은 탓에 학생들이 듣기에는 좋으나 직접 시연하거나 부르는 데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극이 교육과정에 도입되는 것을 우려한 여론 가운데 하나가 경극의 내용은 학생들이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으나 실연(實演) 과정에서 경극 특유의 발성법 때문에 성대가 다 자라지 않은 초등학생 및 변성기인 중학생들이 따라 부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시범학교 운영에서도 이런 점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시범학교의 교사들도 학생들이 경극을 배우는 데 흥미는 가지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를 학습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정식 도입하려면 풀어야 할 난관 많아 또한, 경극을 가르칠 교사 인력의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경극은 일반 음악과는 달리 특수한 기능을 필요로 하는 예술의 한 분야이다. 따라서 경극을 수업에서 가르치려면 많은 학습을 통해 경극을 습득한 숙련된 교사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례로 현재 시범학교에서 경극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경우 2주간의 경극 교육 연수를 통해 경극을 접했고, 그 이후에는 교사들 스스로 공부하고 터득해가며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베이징시의 경우 지난 1년간의 시범학교 운영에 투입된 48명의 교사들 가운데 38명이 이전에는 경극을 전혀 접해보지 못하고 단기간의 연수를 통해 교육을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베이징시는 앞으로 경극을 지도할 교사들에 대한 장기 교육 등 전문 교사 인력 양성을 위한 새로운 대안 마련을 위해 분주하다. 이와 같은 중국 초 • 중학교에서의 ‘경극 교육’이라는 전통음악교육 강화 소식을 접하면서 10여 년 전 우리나라 교육계를 강타했던 국악 교육 강화 조치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초 • 중학교 음악교육 내용이 우리의 전통 음악을 소홀히 한 채 서양음악 일변도로 흘렀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음악교육과정에 국악적 요소를 대량으로 삽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전통 음악교육의 강화라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전통음악은 어렵고, 복잡해 배우거나 가르치기 힘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만을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전통음악교육의 경험을 고려할 때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치밀한 준비 없는 경극 교육의 도입 및 강화는 앞으로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