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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 숲 기행


아이들에게 숲은 자연도감 같은 곳이다. 천천히 걷기만 하면 수만 가지 식물이 책장을 넘기듯 펼쳐지고 초록 잎이 말을 걸어온다. 붉은 꽃이 노래를 하며 이름 모를 새가 기저귄다. 싱그러운 바람 속에 자연의 이야기가 나지막이 담겨있으니 수목원에서의 하루는 즐거움의 연속이다.

서울의 북동쪽, 청량리에 위치한 홍릉수목원은 1천만에 육박하는 서울시민과 인근 주민들에게 신선한 산소를 제공하는 ‘도심의 허파’다. 도심 한 복판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 아니라 자연관찰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아주 유용한 장소다. 일요일만 입장할 수 있어서인지, 관리 또한 잘 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
홍릉 수목원으로 떠나기 전, 알아야 될 것이 있다. 흥릉이 어떤 의미인지, 또 수목원은 뭘하는 곳인지에 대해서다. 먼저 홍릉이란 단어를 유심히 보자. ‘홍릉’은 원래 조선왕조 고종황제의 비인 명성황후를 모신 곳이다. 시해 당한 후 이곳에 모셨다가 고종황제가 승하한 1919년 경기도 금곡으로 능을 이장해 고종황제와 합장했다. 역시 홍릉이라 부르며 27대 순종과 순명황후, 계비 순정효황후의 유릉과 함께 홍유릉이라고 부른다. 지금의 청량리 홍릉에는 릉이 없고 그저 터만 남아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수목원에 대해 짚어보자. 수목원은 식물 유전자원을 수집·관리하고 확보하는 식물은행이다. 사람들의 입에 익숙한 홍릉을 낀 지역에 위치하기에 홍릉수목원이라 부르는 것이다. 홍릉수목원은 임업시험장 창설과 함께 1922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으로 그 의미가 깊다. 각종 수목 2000여 종 2만여 그루가 한 곳에 모여 있고 임업연구원에서 희귀종을 보호하기 위하여 섬잣나무, 노각나무, 문배나무, 털개살구나무 등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식물들을 키우고 있다. 또한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어 청소년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

홍릉수목원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다. 천장산 남서쪽 13만여 평에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목원, 조경수원 등 수목원 9곳과 약용식물원, 수생식물원 등 식물원 3곳이 들어서 있으며, 마로니에 쉼터 등 6곳의 쉼터와 홍릉터도 들어서 있다.

제1수목원에서 제9수목원까지 순서대로 식물들을 감상해도 큰 무리가 없고, 제2수목원에서부터 산림과학관을 거쳐 산 능선까지 둘러본 다음 온실을 들리고 제1수목원을 거쳐 나와도 홍릉수목원 전체를 다 둘러보는 듯하다. 두 가지 코스 모두 둘러보는데 약 3~4시간이 걸릴 정도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홍릉수목원을 효과적으로 보려면 둘레 4㎞ 코스를 천천히 산책하는 것도 좋다.

학습 자료가 풍부한 산림과학관

이제 홍릉수목원으로 발길을 들어보자. 통나무 담장으로 만든 입구를 지나게 되면 회색빛 도시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홍릉수목원 탐방의 시작은 보드워크(boardwalk, 나무판자길)를 따라 이어진 습지원부터다. 습지원은 1999년 산림과학관 개관에 맞춰 인공적으로 조성해놓은 곳이다. 낙지다리, 가시연꽃, 물쑥 등 습지식물이 자라고 있다. 보드워크가 끝날 즈음엔 수목원의 휴게 시설 중 하나인 벚나무 쉼터가 나온다. 우거진 나무 덕에 바람이 시원하다.

습지원을 빠져나오면 산림과학관 건물이 보인다. 1999년 11월 6일 개관한 산림과학관은 꼭 들러봐야 할 곳 중 하나다. 산림의 가치와 임업·임산업의 지식·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나무의 나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나무 둥치 표본과 여러 가지 식물 표본을 수집, 전시하고 있다. 또한 1, 2, 3전시실, 기획전시실, 특별전시실 등과 조형 목조탑, 국내 원목 표본, 국내외 석재표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소나무 잣나무를 이용한 대형 목구조건축물로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물이다. 들어서면 너와집 모형이 반긴다.

전시실에는 ‘자연 정수기’라 불리는 숲이 하는 일에서부터 식물의 광합성 과정, 건강한 숲의 모습 등 학습 자료가 많고 모니터를 통해 퀴즈를 맞히는 코너가 아이들에게 인기다. 기획전시실에는 홍릉수목원에서 피고 지는 식물들의 사계를 담은 사진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산림과학관 앞 야외 교육장은 숲 해설 출발 장소이기도 하다.

조경수원을 돌아보는 아름다운 길
초본원에는 보라색 꽃이 예쁜 엉겅퀴, 독성이 있는 박새, 마늘향이 느껴지는 산마늘 등 키 작은 초본식물들이 보기 좋게 자라고 있다. 특히 박새와 산마늘은 이파리 모양이 비슷해 비교해 가며 관찰해 볼 수 있다. 많은 탐방객들은 대부분 초본원을 돌아 다시 걷기 좋은 활엽수원이나 침엽수원으로 가지만 홍릉수목원의 백미는 초본원을 지나 ‘조경수원’으로 가는 산책로다.

천장산의 자연을 느끼며 등산하는 기분으로 산책을 할 수 있다. 진정한 숲길의 시작이다. 표고 141m로 야트막한 산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제법 울창한 숲이 나온다.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만 들리고 인적에 놀란 새가 후드득 날아간다. 탐방로는 어느새 호젓한 산길과 이어진다. 조경수원으로 가는 길엔 이끼 낀 우물터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고종이 물을 떠 마셨다는 어정터다. 예전에는 맑은 물이 흘렀지만 지금은 인근 아파트 단지와 과학기술원 때문인지 수맥이 끊겼다.

조금 더 걸어 관목원(제7수목원)으로 가면 수목원의 이름이 유래한 역사적인 장소, 홍릉터가 나온다. 주변에는 칠엽수, 독일가문비, 단풍나무, 편백, 박태기나무, 수수꽃다리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잘 가꿔놓은 조경수원을 거쳐 오른쪽 길을 택해 내려오면 난대식물원을 거쳐 약용식물원과 만난다. 약용식물원은 이름 그대로 약재로 쓰이는 식물을 모아놓은 곳. 대표적인 한약 재료인 황기, 천궁, 당귀, 박주가리, 더위지기 등 한약재로 쓰이는 식물들이 많아 한의대생들의 현장학습 장소로도 애용되는 곳이다. 약용식물원까지 둘러보고 나오면 다시 정문 앞.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면 2~3시간 소요된다.

숲 해설을 듣는 즐거운 발걸음
홍릉 숲은 일요일만 개방하는데 이 때 홍릉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숲 해설가의 숲 설명 시간이 있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이루어지는 숲 해설은 홍릉수목원을 더욱 자세히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숲 해설 출발장소는 산림 과학관 앞마당 통나무 계단이다. 시간에 맞추어 기다리면 층층계단에 앉아 설명을 듣고 이어 숲을 따라가며 관찰을 하게 된다.


숲속에서 만나게 되는 풀과 나무 꽃에 얽힌 전설과 특성 재미있는 생태계의 이야기는 흥미를 자아낸다. 그럼 설명을 들어보자. 호젓한 산길을 걸으면 숱한 나무를 만나게 되는데 사람의 심장모양으로 생긴 생강나무가 있다. 잎을 따서 손으로 비비면 향긋한 생강 냄새가 난다. 생강이 없을 때 생강나무 잎으로 양념을 하고 차도 끓였다. 기름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산초나무는 잎을 뜯어 코에 대보면 강한 향이 난다. 향이 강해 벌레를 쫓는데 그만이라 울타리 나무로 많이 심었다.

또 오이나무 잎에서는 상큼한 오이 냄새가 난다. 나뭇가지를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나온다는 물푸레나무는 수관을 타고 한창 물이 오를 때 염료로 쓸 수 있는 나무이다. 이처럼 나무들은 제각기 자기에 맞는 빛깔과 향기를 품고 있다. 숲 해설사가 동반하는 숲 기행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넘쳐난다. 숲 해설가를 따라 나서기 전에는 나무 곁을 무수하게 스치면서도 아는 게 별로 없어 그냥 지나치지만 숲 기행을 통해 만나는 나무들을 들여다보고 만져 보면 나무들의 존재를 다시 느끼게 된다.

숲에서는 까마귀밥, 여름나무, 왕괴불나무, 청개불나무, 별목련이 반가이 맞고 주변에 있는 모든 식물이 친구가 되고 놀이감이 된다. 풀잎을 하나 떼어 입술 사이에 대고 불면 풀피리가 된다. 입술 사이에서 나오는 공기의 떨림으로 풀잎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가 아이들에겐 신기하게 느껴진다. 재미있게 놀며 풀잎과 줄기를 만져보면서 식물의 특성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나뭇잎을 이용한 즉석 가면놀이도 재미있다. 자기 얼굴과 비슷한 크기의 나뭇잎을 찾아 얼굴에 대고 눈, 코, 입을 뚫어 이름을 붙여 본다. 엄마는 길쭉한 나뭇잎, 아빠의 커다란 나뭇잎, 아이들은 동그랗고 작은 나뭇잎. 풀줄기로 힘 겨루는 풀 씨름도 재미있고 나무줄기로 만드는 물총놀이도 신난다.
아이들과의 숲 탐방을 위해서는 식물도감 한 권쯤 가방에 넣자. 돋보기와 망원경 등 관찰도구와 필기도구, 거기다 사진기까지 챙기면 완전한 숲 탐방 전문가가 되니 천군만마(千軍輓馬)를 거느린 장군도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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